급식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권 아이들 이슬람 가정 자녀에게도 돼지고기 반찬학기초 친구들 놀림에 소외감 느끼기도학교는 대안커녕 나몰라라식 태도 일관"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밥을 잘 못먹어 배가 너무 고파요."종교적·문화적 특성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다문화 초등학생 사아드(11)가 배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지난 주말 안산시 내 한 카페에서 만난 사아드의 가정은 2022년 12월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지역에 있는 나라 모로코 왕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하는 사아드는 낯선 한국 학교생활임에도 잘 적응했지만 그렇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학교급식'이다.모로코 왕국은 전체인구의 98.7%가 이슬람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사아드 가정의 종교 역시 이슬람교이다. 이슬람교는 교리상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있는데, 사아드 가정도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사아드와 그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학교급식에 대한 어려움이다.안산 원곡동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사아드는 등교하는 5일 중 이틀 정도는 학교에서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급식에 나오면 쌀밥과 채소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사아드는 "학교생활에서 힘든 부분 첫 번째는 언어고, 두 번째는 음식"이라면서 "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자주 나와 밥을 먹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께 음식을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사아드의 어머니 파트마(37)씨는 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과일과 견과류를 담은 간식도시락을 만들어 아들에게 준다.없는 살림에 간식도시락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부담이지만 학교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해 힘들어할 자녀를 생각하면 당연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파트마씨는 "일할 때도 배가 고프면 일이 너무 힘들고 집중이 안 된다"며 "우리 아들이 배고픈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고 토로했다.이들은 다른 음식문화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학기 초 사아드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주변 친구들이 놀리기도 해 힘들어했다. 현재는 친구들이 사아드를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어린 사아드에게는 외로운 순간이었다고 한다.다문화 학생의 급식 문제에 대한 학교 현장의 미온적인 반응도 이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학교 측에서도 무슬림 재학생이 다수 있고, 섭취 불가한 음식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지만, 대안은커녕 사실상 '나몰라라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파트마씨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급식 메뉴가 다양해지면 좋겠다"며 "학교는 학생이 무엇을 못 먹는지 알고 있다면 아는 대로 실행으로 옮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문화·종교적 이유로 못먹는 아이들… "기본권 보장 해달라")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사진은 부평구청 어울림마당에 모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해맑은 미소와 서로 손을 꼭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인일보DB
급식 논의에서 잊힌 경기도 다문화 학생들 도내 초·중·고 재학생 매년 증가세음식 민감 중앙아·중동 등 비율 상승사각지대 방치에도 도교육청은 뒷짐"선택권 제약 대안 논의해야" 지적경기도 내 다문화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문화·종교적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급식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12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23 경기 교육통계 주요지표를 보면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2021년 4만667명, 2022년 4만4천152명, 2023년 4만8천96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 표 참조도내 다문화 학생의 과반인 베트남과 중국 국적 부모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음식에 민감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중동 등의 국가를 포함한 기타 국가 출신 부모의 비율은 2021년 22.2%, 2022년 22.9%, 2023년 24.7%로 상승했다.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도내 모든 학생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의한 급식을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에 대해서도 교육감과 교장 등은 빈곤, 장애, 다문화가정 등 소수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하는 권리의 적정한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교육활동에서 언어·문화적 차이 등에 의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소수 종교 학생들에 대한 할랄급식 미제공에 대한 차별과 관련된 진정에 대해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학교급식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때, 문화, 종교 등의 이유로 일반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동의 현황을 파악하고, 대체식이 고려되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하지만 수원, 안산, 광주시 등 다문화 가정과 학생을 지원하는 기관 및 단체에 따르면 여전히 문화·종교적 특성으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고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급식으로는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더욱이 도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실제 도교육청의 학교급식 기본계획에는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다문화 학생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도교육청이 내놓은 2024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 채식 및 저탄소 식단 운영을 위한 학생 주도의 '생태·환경 밥상의 날' 운영 계획만 있을 뿐이었다.반면 충북과 제주, 전남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학교급식 기본계획에 다문화 가정 학생 등 대체 급식 제공 방안 마련에 대한 내용을 명시해 해당 문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다문화 학생들을 배려하는 '어울림 포용급식의 날'을 주 1회 운영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전문가들은 다문화 학생이 처한 급식 사각지대에 대해 학생들의 기본권이 제약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다문화 학생들이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문제는 이들이 문화와 종교의 자유 영역에서 기본권이 제약받는 것"이라며 "급식실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면 교육계가 급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다른 대안을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현장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는 게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급식실 환경에 여력이 생기면 공론화를 통해 학생 복지 차원에서 메뉴 추가 등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경기도 내 다문화 학생들이 문화·종교적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인일보DB
e스포츠 흐름 못 따라가고 '컨트롤 미스' 한국 선수들 국제대회 활약 힘입어2022년 국내 관련산업 규모 1514억대회수 220개·상금 216억으로 확대정부 판키우고 지자체들 적극 대응경기장 조성 '백지화'·예산 삭감 등道는 육성방안 없이 되레 뒷걸음질지난해 11월 1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에 1만8천명이 모였다. 프로야구 시즌도 끝난 이 무렵, 많은 인파가 이곳에 몰린 것은 5년 만에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전이 열려서였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인기팀이자 세계적인 선수 '페이커'가 속한 SKT T1이 7년 만에 우승을 확정짓자 고척돔 일대에 일제히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결승전을 시청한 온라인 동시 접속자 수(잠정치)는 무려 1억명.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응원단만 1만5천명에 달했다.e스포츠를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롤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e스포츠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e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한 경기장 설립과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게임산업 메카'인 경기도는 경기장 조성 계획은 백지화됐고 관련 예산은 줄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천514억4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천48억3천만원) 대비 44.5% 증가한 수치다. 개인 스트리머 광고 매출, 데이터 플랫폼 매출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천816억6천만원으로 이 역시 전년 대비 88.2%가 늘어났다.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개최 대회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 개최 대회 수는 220개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2020년(168개), 2021년(131개)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금 총액도 2020년 132억원에서 216억원으로 증가했다. 1개 대회의 현장 관중과 온라인 시청자 수(응답 종목사 기준)의 평균은 각각 6만1천240명, 52만2천500명으로 나타났다.향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앞다퉈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스포츠 경기장 설립이 대표적이다. 부산시, 대전시, 광주시 등은 선제적으로 지역 e스포츠 구단을 창설하고 경기장을 설립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 중에선 인천시가 청라G테크시티에 e스포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반면 경기도는 오히려 e스포츠 경기장 조성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2019년 추진된 해당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성남시 판교 제1테크노밸리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8천500㎡ 규모로 지난달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비가 기존 267억원보다 126억원 증액돼 성남시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게 백지화의 발단이 됐다. 경기도도 사업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 사업을 접었다. 다른 지자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공공 차원의 경기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도내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기도 소재 경기장은 성남시에 있는 인벤 아레나 한 곳뿐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최대 수용 인원이 120명 정도인 소규모 경기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는 경기를 온라인 위주로만 진행해, 오프라인 경기장이라고 하기에도 거리가 있다.도는 e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비용도 줄이고 있다. 올해 경기도의 e스포츠 산업 육성 예산은 14억원이다. 2022년(16억8천만원), 2023년(15억7천만원) 대비 감액 추세다. 도의 올해 예산은 부산시(28억500만원), 광주시(24억2천500만원), 충남도(95억8천만원), 서울시(36억1천만원) 등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낮은 편에 속한다.경기도 관계자는 "e스포츠 경기장은 대회 가동률이 떨어지고 입장객도 적을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열리는 대회는 수도권 민간 경기장에서 열 계획"이라며 "경기도에서도 산업 육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종목, 연봉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지만 올해 지역 선수를 육성해 키우는 게임단을 창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e스포츠 산업 중심지로 탈바꿈 '기회의 땅 경기도')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23.11.19 /사진공동취재단
지역 경기장·게임단 '더블 클릭' 시너지 효과 정부, AG 등 세계시장 성장세 '보폭' 지역연고제·풀뿌리 생태계 추진종목화 실증사업 판교 회사 '윈윈'… 인프라 구성 경기도 적극성 관건경기도는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위치한 '게임 산업의 메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이미 형성된 게임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경기장과 게임단을 조성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산업 메카에 더해, e스포츠 산업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 성장세인데 구단은 적자…풀뿌리 e스포츠 생태계 조성 '눈길'=주목도가 한껏 높아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22년 13억9천만달러(1조8천605억여원)인데 2030년까지 예상되는 연평균 증가율은 16.7%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도 "지난해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국가 대표팀이 리그오브레전드, 스트리트파이터Ⅴ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관심이 집중됐고)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정부도 성장세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지역연고제를 비롯해 이른바 '풀뿌리 e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다. 핵심은 지역 e스포츠 경기장과 지역 게임단이다. 야구나 축구 등처럼 지역 기반 경기단을 창설하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e스포츠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수익 구조 개선이 절실한 e스포츠 산업계의 염원과도 맞물려있다. e스포츠는 산업 자체는 성장세이지만 구단들의 적자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수익 창출 모델은 많지 않은데 선수들의 연봉은 나날이 오르는 점 등이 복합된 결과다. 지난달 17일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대회 소속 10개 게임단은 누적 적자액이 1천억원 이상이라며 수익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스포츠 중심지' 가능성 충분한 경기도, 관건은 의지=e스포츠 산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 속 경기도가 e스포츠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게임사들과도 '윈윈'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게임즈) 등 e스포츠 주 종목을 이루는 게임들은 외국 게임사들이 개발했는데, 해당 게임들은 e스포츠와 더불어 전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다.지역 경기장과 게임단 등이 들어서면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한 게임을 e스포츠 종목화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종목화를 위해선 대중성과 시각성 등이 필요한데 이를 지역 경기장 등에 도입해보고 보완하는 실증사업 등이 활성화될 수 있다.관건은 인프라 구성 등에 대한 경기도의 적극성이다. 도는 지역 게임단 창단을 계획하고 있지만 e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비용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계획이 지속 가능할지 두고봐야 하는 실정이다. 공전영 동양대 게임학부 e스포츠전공 교수는 "게임이 e스포츠 종목화가 되면 게임사로선 중계권료, 콘텐츠, 굿즈 등 부가 수익들을 창출할 수 있다. 지자체, 게임업계, e스포츠 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역 게임단 운영 등 지역연고제를 하려면 현재보다는 예산이 더 필요하다. 어정쩡 만들고 운영하면 '보여주기'식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오프닝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2023.11.19 /사진공동취재단
주거지 부적합… 아이키우기 열악 인천역 등 복합쇠퇴지수 상위 30%"지하화되면 구도심 재생 이룰것"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권이 의제를 주도한 예전과 다르다. 여야는 물론 정부와 지방정부 등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민생토론회에서 "도로와 철도로 단절된 도시 공간을 지하화해서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 등 "지하 고속도로 사업을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착공하겠다"고 했고, 철도 지하화는 "준비된 구간과 지자체부터 선도 사업지구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분위기다.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사이 인천은 '지역 단절'이라는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인천의 허리가 끊긴 것은 철도로 100년, 고속도로로 반세기가 넘었다. 단절로 인한 피해를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가 많다. 소음·진동·분진 등의 피해는 기본, 사람도 차도 눈앞에 보이는 지척을 멀리 돌아간다.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주변의 상권이 무너졌고 슬럼화한 지 오래다. 지하화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현 인천시민이 겪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살펴봤다.지난 26일 오전 10시께 백운고가교. 곽병숙(66)씨가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채 절룩거리며 백운고가 보도를 이용해 철길을 건너고 있었다. 곽씨는 "집은 철길 북쪽인데, 병원은 반대편이다. 몸이 아프니 철길이 더 원망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철길만 없으면 바로 코앞인데,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에는 너무 가깝고 시간이 더 걸려 걷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고 했다. 경인전철 백운역 일대는 철도와 고가도로 때문에 수많은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속도로 주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슷한 시각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 인근 부평구 청천동 한 2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단지 바로 옆 발코니에서 불과 1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아파트 건물과 나란히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평지보다 5~6m 높이 솟아 있는데, 게다가 방음벽이 설치돼 경인고속도로가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보였다. 아파트와 맞닿은 경인고속도로 주변 통행로는 한낮에도 음침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경인고속도로 때문에 생긴 막다른 곳이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차량도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인고속도로 옹벽에는 '압류차·저당차·부도차 고민 해결' '일일 상환 대출' 등 불법 광고물만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곳 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모(63)씨는 "주거지로 부적합한 환경이다 보니 주민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보다는 공업시설이 주로 들어서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집은 집을 내놓아도 잘 안 팔린다고 하소연한다"고 했다.현재 '인천대로'라 불리는 옛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 주변도 마찬가지다. 인천 미추홀구 인천기계공고 후문(주안동 609-1번지) 일대 주민들 역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 때문에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수봉산이 있는 인천대로 북쪽에서 인천기계공고 방면으로 오는 도로는 길이 30m, 폭 8m의 교량이 전부다. 차량 2대가 가까스로 다닐 수 있는 너비다. 사람이 건너는 인도는 너비 1m도 채 안 된다. 이 동네에서 30여 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이 동네 모든 길은 차와 사람이 뒤엉켜 함께 다닌다"며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교량과 이어지는 주변 길 역시 폭이 7m가 채 안 된다. 여기에 인천대로 방음벽을 따라 주차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 도로 양방향으로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지날 수 없는 구조다. 대중교통은 일반 시내버스보다 크기가 작은 인천e음버스만 겨우 다닌다.도화IC 인근부터 인천대로 기점인 용현동 일대 인천IC까지 약 3.6㎞ 구간은 도시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다. 이 구간에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육교와 지하보도는 각 2개뿐이다. 그나마 있는 육교 하부와 지하보도 인근 곳곳은 불법 투기된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또 다른 주민은 "최근 CCTV가 많이 설치됐지만 길도 어둡고 여전히 우범지대가 많다"며 "밤에도 저 길(인천대로)에 차들이 쌩쌩 다닌다. 여름철엔 소음과 먼지로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에 의한 단절 문제 해소는 인천의 해묵은 숙제다. 지하화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일대는 갈수록 침체의 길을 걸었다. 옹벽·방음벽을 해체해 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인천대로 일반화 사업은 지난해 5월에야 착공했다. 인천연구원이 지난 2016년 인천의 복합쇠퇴지수(도시 쇠퇴 정도)를 분석한 결과, 경인전철 인천 구간 주요 역세권인 인천역·주안역·부평역 등 일대가 복합쇠퇴지수 상위 3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조상운 인천연구원 도시공간연구부장은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는 단순히 그 인근 지역뿐 아니라 인천 구도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도심 지상 한가운데를 지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며 "국가기반시설(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기능 재편이 필수다. 지하화가 이뤄지면 궁극적인 구도심 재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특별법에 정부·정치권 입모아…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숙원 '때가 왔다') /박현주·조경욱·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인전철 도화역과 주안역 구간 철길 위로 인천대로(옛 경인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는 현장 사진.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인전철 도화역과 주안역 구간 철길 위로 인천대로(옛 경인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는 현장 사진.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나경원 前의원이 제시했던 정책 총선 앞둔 민주, 유사 공약 발표헝가리서 실제 합계출산율 상승'현금성 지원' 포퓰리즘 비판도올해 4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내놓은 가운데, 출산을 약속할 경우 대출을 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최대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저출생 대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꺼내 이슈화 된 바 있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신혼부부 10년 만기 1억원 대출 공약도 자녀 수에 따라 최대 원금 전액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으로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인구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며 정책 발굴에 나선 경기도 역시 헝가리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다른 나라 저출생 대책을 검토하며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민주당은 지난 19일 제4호 공약으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자산 대책을 보면,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한다.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 둘째는 원금의 50%, 셋째는 원금 전액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이다.이러한 정책은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이 제시했던 헝가리 저출생 대책과 유사하다.지난 2019년 헝가리는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자,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아이를 낳기로 약속할 경우 40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최대 한화 4천만원을 대출해주고 여기에 더해, 5년 이내 1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2명 이상이면 대출액의 3분의 1, 3명 이상이면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준다. 아울러 4명 이상 아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 평생 소득세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러한 헝가리 저출생 대책을 꺼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비판했고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을 물러나며 논의가 멈췄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나경원 전 의원은 다시금 헝가리 모델을 강조하고 나섰다.민선8기 경기도 역시 헝가리 모델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저출생 대책을 검토하며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처럼 헝가리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년간 내놓은 정부 정책에도 계속 출산율이 하락하자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처음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실제 헝가리의 경우 이러한 정책을 기반으로 2011년 1.2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1.56명까지 오르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다만,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결혼, 출산, 돌봄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헝가리 모델은 단순 '현금성 지원'에 그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도 자산 대책을 포함한 저출생 대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2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경기도 관계자는 "헝가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전반적인 저출생 대책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검토한 내용이 모두 정책화되기는 쉽지 않고 정책화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육아휴직은 멀고 '사표'는 가깝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빈자리 많은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가임여성 1명당 0.6명대를 처음으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출산을 약속한 부부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자녀수에 따라 대출액을 탕감하는 '헝가리 저출생 대책'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이 대부분 비어 있는 모습. 2024.1.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도심 가로지르는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사업 본격화 법적 근거 국회 통과 尹 혁신전략이어 여야 공약 앞다퉈경인고속도 예타조사 상반기 결과건설비 회수율 259.9% '전국 최고''인천시민 통행료 무료화' 과제로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 지하화 사업이 국회 입법에 이어 정부와 정치권 교통분야 혁신 전략 또는 주요 공약에 포함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법령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특별법)을 통과시켜 경인전철 지하화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 중 하나로 지상 철도·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인천역~부천 소사역~서울 구로역 27㎞를 잇는 경인전철, 경인고속도로 남청라IC~서인천IC~서울 신월IC 19㎞를 지하화하는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국회 입법과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사회 숙원이지만 추진 속도가 더뎠던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물꼬를 트게 됐다.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 추진'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철도지하화 정책에 대해 국민의힘은 적극 환영한다"며 "공약개발본부가 (4·10) 총선 공약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철도로 도시가 분절되며 발생하는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리적 격차가 생활 차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하화를 통해 확보한 지상용지를 주거·상업·문화·녹지 등 창조적 혁신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회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다양한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해 '동료시민' 삶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오랫동안 교통, 주거 환경의 격차를 초래한 '인천역~구로역' 지하화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민주당 역시 총선 공약으로 수도권 철도 지하화를 내세울 전망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철도지하화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철도지하화 토론회'를 열어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민주당은 경인전철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 서울 지역 모든 지상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경의중앙선, 경원선 등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당대표는 철도지하화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철도 지하화를 통해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부족한 도심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만큼 효과와 제고 방안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정책 방안 마련에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구도심 단절 해소 목적으로 추진된 도로·철도 지하화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은 인천시의 '경인축 활성화 전략'에 따라 2010년대부터 추진됐다. 인천 도시 외형이 성장하고 GTX 등 광역교통망 구상이 나오던 시기, 인천시는 수도권의 중심축을 경부축에서 경인축으로 바꿔 국가발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정부에 지하화 사업을 요구했다. 인천 내부적으로는 도시 팽창에 따라 낙후한 구도심 재생이 이슈로 떠올랐다. 구도심이 도로·철도로 단절된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은 2009년 10월 수도권 3개 지자체로 구성된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이후 2013년 12월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 남동구, 부평구와 경기 부천시, 서울 구로구 등이 경인전철 지하화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인전철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지자체는 2014년 2월 경인전철 지하화를 촉구하며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지만, 경제성 부족 및 막대한 사업비 등으로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2015년 12월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와 경인고속도로 이관 협약을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인천IC~서인천IC 구간은 일반도로(인천대로)로 만들고, 서인천IC에서 신월IC까지 지하도로를 개통하는 사업으로 이원화해 추진됐다.인천대로 일반화 사업은 1-1단계(인천 기점~독배로·1.8㎞), 1-2단계(독배로~주안산단·3㎞), 2단계(주안산단~서인천IC·5.65㎞)로 나뉜다. 인천시는 인천대로 옹벽 철거 등을 통해 중심부를 따라 29만㎡ 규모의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경인고속도로(전체 남청라IC~신월IC) 지하화는 2022년 1월 국토부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에 반영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예타 결과는 올 상반기에 나온다. 경제성 향상을 위해 지하화 시작 구간을 남청라IC에서 청라지하차도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인전철 지하화 '우선 추진',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필요경인전철은 인천과 경기 부천, 서울 서부지역 주민들의 출퇴근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지만 각 지역을 남북으로 단절시키는 주범이기도 했다. 총선·지방선거·대통령선거 등에서 수차례 공약으로 논의됐고 관련 연구용역도 다수 진행됐지만 막대한 사업비 탓에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경인전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인 데다, 주변 지역이 노후화돼 여타 철도보다 지하화 사업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 목소리다.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앞서 인천시민에 대한 통행료 무료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 개통 이후 2021년까지 총 통행료가 1조4천716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유지관리비(6천910억원)를 빼고 통행료로 경인고속도로 건설비(3천9억원)를 충당한 회수율은 259.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통행료 무료화를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전국 고속도로에 대한 통합채산제를 근거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전문가들은 철도·고속도로 지하화가 지역균형발전 도모, 시민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는 구간별 개발 여건이 다른 만큼 인천시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지하화 사업은 그동안 철도·도로로 단절된 구간을 연결시켜 침체한 지역의 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 "서울 접근성에 따라 사업 구간별 경제성 확보 여부가 나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밀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인전철 도화역과 주안역 구간 철길 위로 인천대로(옛 경인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는 현장 사진.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저출생 대책 '그림의 떡' 볼멘 소리 가득 사업주 사실상 퇴사 종용 반응 다수기업규모 작을수록 사용격차 뚜렷승진 심사서 불이익 '현실에 만연'제 22대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여야가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꺼냈다. 올해 역시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올해 정책 초점도 저출생 극복에 맞춰지고 있는 모습이다.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급여를 확대하는 등 여러 제도 개선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이렇게 제도를 내놔도, 실제 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림의 떡' 육아휴직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35·남)씨는 최근 회사에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지 물었다기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인사팀은 A씨에게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회사에서 쓸 수 있는지 물어보면 답변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육아휴직을 쓰지 말라는 의미인데,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어 확답을 피한 셈이다.평택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B(40·남)씨 또한 아내가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휴직은 입밖에도 꺼내지 못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육아휴직이 가능한지 회사에 물었다가 "육아휴직 얘기는 안 꺼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업주 반응에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고선 입을 떼기 어려웠다는 것.A씨는 "남편인 나까지 육아휴직을 쓰면 아이가 좀 큰 뒤 어린이집을 보내 안심이 될거 같아 휴직을 고민했는데 회사 반응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며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도 부족해 퇴사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쓰기 어렵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아내만 휴직을 썼더라"고 토로했다.■ 5곳 중 1곳 육아휴직 사용 불가능, 승진도 늦어진다A씨를 비롯한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상시근로자 5인 이상 표본사업장 5천38곳 대상)를 보면 육아휴직 제도 관련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 응답자의 52.5%로 절반에 그쳤다. 27.1%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고 했고 20.4%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5곳 중 1곳은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셈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격차가 컸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10명 중 9명(95.1%)이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5~9인 사업체는 47.8%로 뚝 떨어졌고 10~29인 기업은 50.8%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 육아휴직 빈부격차가 뚜렷한 셈이다.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가 낮아 최근 정부는 부부가 동시,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급여를 높이는 정책을 제시했지만 육아휴직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이다. 더욱이 응답한 사업체의 45.6%는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시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이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48.0%를 차지했으며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라는 응답도 25.7%로 높게 나타났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지난 26일 오후 수원시내 한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이 출생신고서와 정부3.0 행복출산 원스톱서비스 안내문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3.0 행복출산 원스톱서비스는 출생신고 당일 양육수당, 출산지원금까지 한 번에 신청 가능한 서비스다. 2024.1.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대한민국 인구 25% 차지하는 지역 시설 부족에 비용·시간 낭비 '고생'북부엔 1곳뿐 … 예약 밀리기 일쑤강원도 8개·부울경 12개 등과 대조'집값 악영향 기피시설' 인식 원인대한민국의 25%가 모여 사는 경기도에 화장장이 부족하다. 그중에서도 경기 북부지역은 서울시가 소유한 화장장 한 곳이 유일한데, 이마저 고양·파주 등 인접 주민 외엔 요금혜택을 받을 수 없고 예약에서도 밀린다. 북부 주민들은 고인을 보내드리기 위해 발인을 미루거나 원거리 화장에 나서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대한민국은 코로나19 당시 심각한 화장장 부족사태를 경험했다.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고령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머지않아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한다. 그럼에도 주민들 인식 전반에 깔린 거부감 때문에 화장시설 확충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21일 전국 지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총 62개의 화장장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에는 북부의 서울시립승화원(고양시 소재)과 남부의 수원시연화장, 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 용인평온의숲, 최근 개장한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등 5곳이 전부다. 수도권 전체로 확장해도 인천가족공원·서울추모공원을 포함해 7곳에 불과하다.반면 경기도 인구의 10%가 조금 넘는 강원도(153만명)에는 8곳의 화장장이 가동되고 있다. 경기도 내 도시 간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이 강원도 못지 않다는 걸 고려할 때, 경기도의 화장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방증하는 수치다. 더 멀리 눈을 돌려보면 인구 765만명인 부산·울산·경남 권역에는 12곳, 인구 493만명인 대구·경북 권역에는 11곳이 설치돼 있다.일각에서는 경기도에 유독 화장장이 없는 이유로 집값에 특히 민감해 하는 지역적 특성을 지목한다.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화장장이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고 주민들 사이에 이러한 시설이 집값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거점마다 주거단지가 존재하는 경기도에서 화장장이 발붙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 화장장의 적정입지라 할 수 있는 도농복합도시는 급격히 도시화가 진행돼 상황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화장장이 부족하면 정신적·육체적 부담 가중과 비용·시간 낭비 등 유족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화장장이 절대 부족한 경기 북부와 동부 주민들은 사망자가 몰리는 겨울철에 화장 일정을 맞추지 못해 4~5일장을 치르거나 강원·충청지역까지 가서 화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때는 경기도에서 울산의 화장장까지 이동한 사례도 있었다.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 포천, 양주 등 북부 지자체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화장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과 시의회 등의 반대로 실패한 적이 있다. 또 가평군은 2020년 남양주·포천·구리시와 함께 공동형 화장장 건립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화장장, 나와 내 가족 위한 필수도시기반시설로 인식해야")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경기도내 사망자 증가에 대비하고, 화장장이 부족해 발인을 미루거나 원거리 화장에 나서는 등 화장장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시설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화성·부천·광명·안산·시흥·안양·군포시 등 7개 시가 사업비를 분담해 화성시 숙곡리 일대 30만㎡ 부지에 조성한 종합 장사시설인 화성함백산추모공원. 2024.1.2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경기도내 사망자 증가에 대비하고, 화장장이 부족해 발인을 미루거나 원거리 화장에 나서는 등 화장장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시설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화성·부천·광명·안산·시흥·안양·군포시 등 7개 시가 사업비를 분담해 화성시 숙곡리 일대 30만㎡ 부지에 조성한 종합 장사시설인 화성함백산추모공원. 2024.1.2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도에 '작별'할 장소가 없다 환절기·청명·한식땐 수요 더 급증함백산추모공원 민·관 성공적 모델"님비·핌피 결합… 반대 극복 과제" 국내 사망자 수(국가통계포털)는 2019년 29만5천명에서 2020년 30만5천명, 2021년 31만8천명, 2022년 37만3천명 등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의 영향 없이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중인데, 이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인구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업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경기도내 화장장 관계자는 "사망자가 집중되는 환절기나 청명·한식 등 이장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화장 횟수를 늘린다 해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최근 흐름으로 볼 때 갈수록 예약일정이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전문가들은 화장장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이를 위한 홍보활동과 인센티브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한 지자체 담당부서장은 "주민들이 이제는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하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화장장을 필수도시기반시설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방 소규모 화장장들은 예약이 밀리지도 않을뿐더러 10만원 정도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고, 출향 인사도 등록기준지(본적)만 돼 있으면 대폭 할인해준다"고 설명했다.최민호 한국장례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 화장수요 급증을 경험했는데, 앞으로 2~3년 후부터는 절대 사망자 수 증가로 그걸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요즘은 주민들이 화장장을 환영하며 유치하려 드는 경우도 많다. 광역화장장인 함백산추모공원을 보면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장사시설이 생겨서 좋고, 주민들은 장례식장·매점 등 운영으로 소득이 발생해서 도움이 되는 등 민·관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화장시설 확충을 위해)이같이 긍정적인 사례가 알려져야 하고, 인센티브의 공정한 분배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부연했다. 화장장이 부족한 경기도에는 현재 양주시와 연천군이 북부 지자체들을 아우르는 공동형 종합장사시설(광역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발읍에 건립하려고 계획을 잡았다가 여주시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했던 이천시는 새 후보지 선정을 위한 공모에 돌입했고 양평군도 150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과천시와의 광역화장장 건립을 재추진 중이지만 차질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이와 관련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서울추모공원처럼 공원·체육시설·위락시설 등을 함께 개발하는 '님비·핌피 결합' 방식으로 주민 반대를 극복해 나가고, 과천과 양평처럼 가용지가 부족한 중심도시가 이용료 감면 조건으로 건설비를 지원하고 도농복합도시는 시설을 짓는 방식으로 공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장사시설도 공공기여범위에 포함시켜 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지난해 12월 양주시의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로 백석읍 방성1리가 최종 확정됐다. 불곡산과 도락산 구릉지 안쪽 7부 능선 83만㎡ 규모다. /양주시 제공지난해 12월 양주시의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로 백석읍 방성1리가 최종 확정됐다. 불곡산과 도락산 구릉지 안쪽 7부 능선 83만㎡ 규모다. /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