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문자 '달로 가는 나무'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문자 '달로 가는 나무' 지면기사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땅은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보름달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키우는인천 장수동 사적 562*번 800년 된 은행나무처음부터 약성이 쓴 뿌리에서 시작되었다오래된 나무는 달에서 왔다달이 몸을 바꿀 때마다 은행나무의 수화는 빠르다전하지 못한 말들은 툭 떨어지거나 노랗게 익어갔다은행나무는 자라면서 달의 말을 하고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바닷물이 해안까지 차오르는 슈퍼 문일 때남자는 눈을 감고 여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한다오래된 나무의 우듬지는 800년 동안 달로 가고 있다소래산 성주산 관모산 거마산을 거느린 장수동 은행나무달빛이 은행나무 꼭짓점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즈은행나무는 품을 여며 폭풍과 폭설을 견디는 새집이 되었다큰 나무의 덕을 보아도 큰 사람의 덕을 못 본다는무서운 격언을 새가 쪼아 먹을 때뒷산까지 뿌리가 뻗은 은행나무를 뽑으면 산이 무너질까 봐사람들은 새가 세 들어 사는 나무에게 빌었다빙하기에도 살아남아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7월과 10월의 보름이면은행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지아비 달이 걸린다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 이준아 '하찮은 진심' 시(詩) 김문자 '달로 가는 나무' 지면기사

    한국문학의 샛별이 될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선정됐다.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당선작으로 각각 ▲단편소설-하찮은 진심(이준아) ▲시-달로 가는 나무(김문자)를 선정했다.지난 1987년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검증된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매년 등단의 꿈을 안고 다양한 작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마감일(12월1일)까지 시 부문 207명, 소설 부문 208명 등 415명이 각각 848편(시)·219편(소설) 등 1천67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들이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당선작으로 뽑혔다.소설부문은 구효서 소설가와 최수철 소설가,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각각 본심 심사를 맡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작품·심사평 7~9면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한국문단 미래' 경인일보 신춘문예 1천여편 접수

    '한국문단 미래' 경인일보 신춘문예 1천여편 접수 지면기사

    시 848편·단편소설 219편 응모 한국 문단의 샛별이 탄생할 '202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1천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등단의 문을 두들겼다. 지난 1일까지 진행된 경인일보 신춘문예 응모에는 시 848편, 단편소설 219편 등 모두 1천67편이 투고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시 부문 응모자는 207명, 소설 부문 응모자는 208명이었다.올해는 소설 부문에서 응모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40%가량 오르는 등 인기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설부문 응모자와 응모작은 각각 146명·153편이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넘어 독일 니더작센과 프랑스 파리 등 해외 곳곳에서 등단의 꿈을 담은 우편물들이 도착하면서, 국경을 뛰어넘은 경인일보 신춘문예 열기를 증명했다.특히 올해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자격 요건을 '순수 신인'으로 명시하고, 신예 문인 발굴을 위해 적극 나섰다. 현재 시·소설을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등단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만큼 검증된 문인과 작품에 대한 갈증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1987년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경기·인천 지역지 유일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거시'를 활용해 앞으로도 한국 문단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묵묵히 앞장설 것이다.'202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는 개별 통보하며, 당선자와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한다. 시상식은 1월 중순 경인일보 본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당선자에게는 단편소설은 상패 및 원고료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원고료 3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 "읽는 이 마음에 파도처럼 밀려온 이야기"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 "읽는 이 마음에 파도처럼 밀려온 이야기" 지면기사

    한샘글로벌과 함께하는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0일 오전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김성규 편집국장을 비롯해 심사위원인 구효서·최수철 소설가, 당선자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대한민국 문학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신진 작가의 등단을 축하했다. 구효서 심사위원은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숨비들다'에 대해 "읽는 이의 마음 안으로 파도처럼 이야기를 밀어 넣는 '진국'인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구 심사위원은 "소설 속 '나'와 '엄마' 사이에 쌓인 옹이와 해녀의 역사를 제주란 한 섬을 배경으로 잘 실어냈다"고 말했다. 당선자 고은경씨는 "좋은 소설이 뭘까 생각을 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어려운 시기에 소식을 받게 돼서 기뻤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해보고 있다. 어려운 일이면서 가장 재밌는 과정인 것 같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이 전달됐다. 배상록 대표이사 사장은 축사에서 "경인일보는 경인지역에서 유일하게 신춘문예를 열고 있다"며 "문학과 예술, 인문분야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춘문예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신춘문예 시 부문은 응모자격이 없는 작가의 당선으로 부득이 취소됐다. 경인일보는 더욱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신춘문예가 신진작가의 문학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10일 오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수철 소설 부문 심사위원, 고은경 소설부문 당선자,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구효서 소설부문 심사위원. 2023.1.1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10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 한샘글로벌과 함께하는 '2023 경인일보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선정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선정 지면기사

    한국문학에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갈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선정됐다. 한샘글로벌과 함께하는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로 37회째를 맞아 ▲단편소설-숨비들다(고은경) ▲시-세계, 고양이(김현주)를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매년 수준 높은 작품이 공정한 심사 속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마감일(11월25일)까지 시 부문 267명, 소설 부문 149명 등 416명이 각각 922편(시)·155편(소설) 등 1천77편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들이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당선작으로 뽑혔다. 소설부문은 구효서 소설가와 최수철(한신대) 교수가,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각각 본심 심사를 맡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작품·심사평 11~13면([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 막판까지 치열했던 심사… 문학적 수준 상당해)/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 막판까지 치열했던 심사… 문학적 수준 상당해 지면기사

    한샘글로벌(주)와 함께하는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김현주의 시 '세계, 고양이'와 고은경의 단편소설 '숨비들다'가 선정됐다.이번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김현주를 비롯한 267명이 922편의 시를 출품해 경쟁을 벌였으며, 소설부문에서는 고은경을 포함한 149명, 155편의 단편소설이 문학적 경쟁을 벌였다.시 부문에서는 10여명의 지원자들이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으며,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김현주의 '세계, 고양이'를 이번 경인일보 신춘문예의 당선작으로 선정했다.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출품된 작품이 상당한 문학적 수준에 도달했다"면서도 "반면, 어려운 시대에 담론을 던지기 보다는 자신의 내적 세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다소 아쉬웠다"고 평가했다.소설 부문에서는 11편의 단편소설이 본심에 올라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작품을 선정했다.소설 부문 예심에는 박생강·서유미 소설가가 참여해 심도 있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다.한편,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계를 짊어질 문학인들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1960년 처음 시행됐다. 5·16군사정변 이후 한동안 이어지지 못하다가 1986년 부활해 매년 한국 문학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자리 잡았다.이번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 산업분야의 리더인 한샘글로벌(주)가 후원을 통해 한국 문학을 이끌어갈 새로운 작가들을 축하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교수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교수 지면기사

    소설이 대설이 아닌 까닭은 거창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창하다는 말에는 여러 풀이가 있을 테지만 뜻이 많거나 강하다는 의미도 포함된다.그리고 소설의 영어식 표현은 픽션이다. 허구지만 거짓말과는 달라서 잘 만들어낼수록 읽는 이들이 좋아한다. 잘 만든다는 말은 꾸며낸 이야기이되 꾸며낸 이야기 같지 않았을 때 듣게 되는 칭찬이다.당선작 '숨비들다'는 꾸민 흔적이 없다. 힘써 말하지 않는데, 그럼으로써 오히려 이야기는 어느새 높은 파도가 되어 읽는 이의 마음 안으로 밀려들어온다.애써 뜻을 전하려다 보면 그 대상을 분명히 하려하고 따라서 윤곽이 지나치게 뚜렷해지며 생경해질 수밖에 없는데 '숨비들다'는 바다 이야기와 가족의 삶이 스푸마토의 연속성을 띠며 자연스럽게 전개된다.소설에서 걸어 나올 것 같은 엄마라는 인물, 그리고 바다에 대한 남다른 경험을 제주 고둥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솜씨 때문일 것이다. 모녀실종사건을 통해 나와 엄마 사이의 긴장을 조절하는 가 하면 제주 해녀의 역사를 배경에 두어 면면히 이어지는 거친 삶의 구원성을 슬쩍 비추는 요령도 갖췄다.무엇보다 가족을 삼킨, 끝내 알 수 없는 바다와도 함께 살아가야 하듯이 이해와 사랑뿐만 아니라 오해와 원망도 삶을 구성하는 원소라는, 물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점이 돋보인다.'도미노의 사회학'의 공력도 만만찮다. 페인트 회사 유튜브 채널 론칭의 첫 작품으로 선보이기로 한 도미노 게임에 참가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떤 사회적 소속도 없을뿐더러 도미노 시연이 끝나는 대로 흩어져야 할 한시적 신분이라는 점을 문제적 시각으로 착안하여 다룬 수작이다.'쓰러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도미노'라는 아이러니의 진실이, 현재로서는 쓰러진 형편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어떤 삶의 변곡점이 되어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인데, 제목도 그렇고 도미노가 가진 역설의 뜻에 너무 기댄 나머지 안타깝게도 불필요해 보이는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말하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자살을 기도하며 더러는 그것에 성공하는 로봇 청소기 얘기라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지면기사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도 마감 당일까지 1천여 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한편 한편이 응모자들의 땀과 고뇌의 산물일 것이다.예심 없이 심사위원 두 사람에게 응모작품이 전달된 것이 12월 중순쯤이었다. 충분한 검토의 시간을 보내고 12월 20일, 심사위원 두 사람은 경인일보 사장실 옆 접견실에서 만나 당선후보자들의 작품을 놓고 협의를 계속했다.두 사람이 테이블에 올려놓는 응모작마다 담당 기자가 일일이 인터넷 검색을 해나갔다. 순수 신인이어야 한다는 응모 요강에 맞는 사람인지를 확인했다.모든 인쇄매체에 소개된 경력이 있는 응모자는 신인으로 보지 않았다. 많은 응모자가 이 조항에 걸려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올해의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담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팬데믹이라던가 이태원 사태 같은 국가 사회적인 재앙 문제를 짚어가는 담론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심사위원 두 사람은 '세계, 고양이'를 두고 장시간 논의를 계속했다. 그리고 응모작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는데 합의했다.당선작은 차가운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상승의 이미지로 시를 밀어 올린다는데 동의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읽을수록 만만치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당선자 김현주는 감각적인 문장과 세련된 은유로 시의 품격을 높이며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다. 첫 연의 도발적인 문장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손끝에 떨어진 작은 눈물 한 조각에/지구 반대편 수만 년 전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다'라는 문장이 마치 불온하게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도화선 같다.'달빛 한조각의 자비도 없는 세상에 포위 되'어 터벅터벅 걸어가는 북극의 밤은 그녀의 의식의 세계다.그런가하면 '가시처럼 불행의 취기만 가득 담은 냉담한 숨결을 통과하며/영원히 끝나지 않은 밤을 지난다'와 같은 유려한 문장이 시의 격조를 한층 높이고 있다.당선작은 투명한 얼음 같은 차가운 이미지로 빛난다. '동그랗게 떠 있는 그곳을 향해/차가운 유빙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현주 '세계, 고양이'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현주 '세계, 고양이' 지면기사

    손끝에 떨어진 작은 눈물 한 조각에지구 반대편 수만 년 전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다흩어지는 만년설 사이로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파란 눈동자작게 너울거리는 심장소리가 빼꼼히 나를 올려다본다휘둥그랑 투명한 수염을 휘날리며다정히 나의 세계에 뛰어들었던 고양이는지금 어디쯤 있을까강렬한 축문처럼 나를 감싸던 고양이가 사라진 지금나는 달빛 한 조각의 자비도 없는 세상에 포위되었다언제쯤 돼야 이 지긋지긋한 것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무쇠 신을 끌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고 긴 북극의 밤에는길도 없고 이정표도 없고 고양이도 없다가시처럼 불행의 취기만 가득 담은 냉담한 숨결을 통과하며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을 지난다쇄빙선도 깨지 못한 얼음에 갇혀일각고래와 청새치 바다거북이 가라앉은 심해 한가운데를혼자 일렁이는 밤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간다는낯익은 이별가에 목이 메인다동그랗게 떠있는 그곳을 향해차가운 유빙과 얼어붙은 별들을 데리고 간다먼지처럼 부서져 내리며 솟아오르는나, 또는 고양이라는 세계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고은경 "또 다른 세계를 꾸려갈 때 비로소 나와 내가 맞붙었다"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고은경 "또 다른 세계를 꾸려갈 때 비로소 나와 내가 맞붙었다" 지면기사

    이 지면에서 수정 언니의 이름을 부르게 되어 기쁘다. 우리 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언니를 기억하며 <숨비들다>를 쓰고 고쳤다.수정 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슬프다. 그런 가운데 잘 살아야 한다고, 잘 살아보자고 힘을 내곤 한다.말하는 재미보다 쓰는 즐거움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고백하건대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가까운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하지만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이야기 짓는 작업의 희열이 그 괴로움보다 컸다.조금은 세상과 거리를 둔 채 또 다른 세계를 꾸려갈 때 비로소 나와 내가 발 디딘 곳이 맞붙었다.하성란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선생님과 함께 소설을 쓰는 동안 읽는 사람의 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대해 배웠다. 내내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만큼 더 나아간 글로 보답하고 싶다.소설가로서의 나이를 세게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그 나이가 드는 걸 반가워하며 꾸준히 쓰겠습니다. 이런저런 작가가 되자고 다짐 나눴던 은영,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시은 언니,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어준 은아. 고집 센 자식한테 늘 져주신 엄마 아빠. 혼자 써야 하지만 한편 혼자 써낼 수 없는 것이 소설이란 걸 이제는 압니다.빈틈 많은 아내의 꿈을 한결같이 지지해온 김희상에게 고맙습니다. 다행입니다.마지막으로 연아야, 네가 있어서 엄마는 계속 할 수 있었어. 다독가 연아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런 작품을 쓸게.고은경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현주 "복잡·치열한 일상 불현듯 멈출때… 시와 함께 걸어갈 것"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김현주 "복잡·치열한 일상 불현듯 멈출때… 시와 함께 걸어갈 것" 지면기사

    복잡하고 치열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불현듯 시간이 멈출 때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 그 수많은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불빛으로 가득 찬 제주의 도심을 지나 숲길을 달리다 보면 문득 세상의 이면처럼 반듯하게 펼쳐진 들판이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밤의 들판에는 세찬 바람을 따라 풀들이 눕는 소리와, 낮게 울려 퍼지는 말들의 수군거림, 아득히 들려오는 습한 천둥소리만 가득합니다. 방패처럼 나를 감싸던 시야와 소리가 멀어지고 하루 종일 흘러넘치던 것들이 온전히 사라지는 그 시간, 거대하고 희미한 은하수의 흔적 사이로 먼 곳의 별들이 아주 조금씩 움직입니다.밤눈에 덮인 겨울 산사의 오솔길에는 작은 돌부처들이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소복하게 눈 쌓인 동그란 어깨와 무릎 사이로, 빨간 산딸기 열매가 덩굴손을 꽉 쥐고 슬쩍 올라앉아 있기도 합니다. 끝없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오래된 삼나무 냄새와 낡은 전각을 감싸고 있는 지붕, 숲을 머금은 채 묵직하게 머무는 이끼의 흔적, 그 사이 어딘가에서 세상은 길의 끝자락을 쥐고 고요히 멈춰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떠올립니다. 침묵으로 가라앉은 시간을 따라 총총히 흩어진 것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을 외롭고 고요한 그들 사이에 여전히 내가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의 문을 열고 기꺼이 그 길로 이끌어 주신 최금진 선생님께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와 함께 모든 것의 경계를 넘어 꾸준히 걸어가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시와몽상 문우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변함없는 자리에서 기다려주며 지지하고 응원해 준 중재씨와 우리 고양이들, 가슴 깊이 사랑합니다.김현주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고은경 '숨비들다' ②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고은경 '숨비들다' ② 지면기사

    → 11면서 계속([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고은경 '숨비들다' ①)바다는 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쪽에서 어떤 일들이 너울대는지, 휘이이 소리가 언제 터져 나오는지, 이명 같은 소리는 어느 물줄기서부터 들려오는지도. 요 바당으로 튀었다 저 바당으로 튀는 내 생각들을 한 방울로 수렴한다면 무엇이 남을지, 얼마나 짤지, 그것마저 알지도 몰랐다.비자림 앞에 도착했을 땐 구름이 한결 짙어져 있었다. 은수 선배가 입구 안내판 앞에서 서성이다 손을 번쩍 들었다.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가 입은 체크무늬 셔츠에도 구김살이라곤 없었다."방학하니까 좋지? 얼굴이 폈네.""그런가? 선배 얼굴이 더 좋아 보여."여름의 숲은 깊고 어두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들이 우짖었다. 작지만 날카로운 소리들이 머리 위를 가로지르면 꼭 나무들이 비명 치는 것 같아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휘이. 미지근한 바람이 목덜미를 감았다. 선배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이렇게 하면 향기가 난다던데.껍질을 벗기려 했으나 그의 손은 빗나가기만 했다. 휴대폰에 달아놓은 펜던트로 내가 대신 긁어주었다. 한 꺼풀 벗긴 나뭇가지를 코 밑에 갖다 대자 귤 냄새가 올라왔다. 진짜네. 선배가 야단스럽게 킁킁댔다. 앞서 걷던 사람들이 흐린 날 숲길이 좋다고 한마디씩 했다.정수리에 차가운 뭔가가 떨어졌다. 빗방울인가. 머리를 젖혔더니 나무와 나무, 또 다른 나무가 닿아 만들어진 초록의 타래가 보였다. 물속에서 너풀대는 수초들도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비자나무 잎들이 밀리고 쓸리며 파도 소리를 냈다."나 장터 갔다 왔어. 세화오일장터.""정말? 나도 세화 들렀다 왔는데."우리는 둘 다 눈을 크게 떴다."아침 일찍 일어났거든. 학회 때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가봤는데 장 안 서는 날이더라. 간판 아래 해녀 조형물만 보고 왔어.""상상이 안 가지? 거기에 그 많은 해녀들이 모였다는 게.""한 번 발도장 찍은 걸로 얼마나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겠어. 그래도 의미심장하더라. 뜻이 뭉쳤

  •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고은경 '숨비들다' ①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고은경 '숨비들다' ① 지면기사

    소라들이 알을 낳는 동안에도 엄마는 쉬지 않았다. 6월에서 8월은 소라 산란기이자 해녀들의 금채기였다. 한쪽의 숨이 트이기 위해 다른 한쪽은 숨을 돌려야 했다. 숨 돌릴 시간이 주어지면 엄마는 밭일에 매달렸다. 다시 물질하러 다닐 때 먹기 좋을 소라젓과 마늘지도 담갔다. 때로는 서해 쪽으로 해삼 채취에 나섰다. 어떻게든 물질을 이어가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기에 부득부득 자리를 얻고자 했지만 실력 좋은 상군 삼촌들에게 밀릴 때가 많았다.소싯적엔 상군 중의 상군이었다는 엄마가 수심 10미터의 중군 영역으로 밀려난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눈썰미 좋고 손이 빨라 상군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곤 했으나 깊은 바다에 부려온 기억들을 떨쳐내진 못하는 듯했다.엄마는 방학을 맞아 내려온 나보다 바다를 더 무시로 건너다 보았다. 돌담 너머로 눈길을 던지며 바람이 자다는 둥 물때가 됐다는 둥 불쑥 말을 꺼내곤 했다. 엄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움직이는 바다가 보였다. 들뜨는 듯 부푸는 듯 잔물결이 굼실거렸다. 어서 올라가 네 할 일 하라고 채근하는 누구처럼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들통의 물이 끓어올라 문어를 집어넣었다. 넘칠 듯 부르르 거품이 일었다. 뚜껑이 들썩거리는 통에 꼭지를 잡고 있어야 했다. 엄마의 기운을 북돋울 뭉게죽은 방학 때마다 내가 한 번씩 준비하는 보양식이었다. 불그레해진 문어를 찔러보는데 문기척이 났다. 택배 기사가 물건을 두고 간 모양이었다. 이 큰 게 뭐냐고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을 털며 부엌 밖으로 나가자 엄마 허리까지 오는 상자가 보였다."이게 무싱거냐? 느가 산 거가?""내가 주문했어. 제습기라고, 습기 빨아들여서 건조하게 해주는 기계야. 서울에선 많이들 써. 여기도 너무 습하니까 한 대쯤 둬야 해.""느 모르커냐? 어멍은 물에 들어강 이실 적이 반이여. 쓸데어신 짓을 해신게. 축축한 거는 무신 축축한 거. 사방이 물이고 습긴데 이걸 어떵허코. 물렁(무르면) 안 되는 거?"용돈을 건네면 바닥에 패대기치는 엄마라서 필요해 보이는 물건을 고른 건데 역시나 순순히

  • 경인일보 신춘문예 '1천편의 보석' 접수 지면기사

    경기·인천지역 일간지 가운데 유일한 문예대축제,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1천여편에 달하는 작품이 접수됐다.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작품 응모에 시 918편, 단편소설 153편 등 모두 1천71편이 접수, 경인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기다리고 있다. 시 부문 응모자는 268명, 소설 부문 응모자는 146명이었다.최근 1인 출판이나 포털 등 다양한 형태로 등단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도, 37년 권위를 갖춘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서고자 도전하는 예비 작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한국을 넘어 독일과 호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다수의 작품이 접수되면서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국경을 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당선자는 개별 통보하며 당선자와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자 지면을 통해 발표한다. 시상식은 1월 중순 경인일보 본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당선자에게는 단편소설은 상패 및 원고료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원고료 3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막바지 접어든 경인일보 신춘문예 자주 묻는 '문답 4개'

    막바지 접어든 경인일보 신춘문예 자주 묻는 '문답 4개' 지면기사

    한국 문학의 등용문,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고 접수가 진행되는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는 국내는 물론, 독일과 미국, 호주 등 해외 교민들까지 깊은 사유를 거친 작품을 접수,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막바지에 접어든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다.Q. 응모에 제한이 있는 기성작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요?A. 각종 대회나 공모전에서 시상한 경력이 있거나, 작품을 출판한 적 있는 작가는 모두 기성작가에 포함돼 당선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Q. 등단하지 않은 분야에 새로 도전하는 것은 가능한가요?A.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시 부문에서 등단을 했어도 소설작품으로 공모전 수상 경험이나 출판 경험이 없다면 경인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Q. 원고에 특별한 형식이 있나요?A. 형식에 제약은 없습니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식별하기 어려운 원고 등은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주세요.Q. 나이나 지역에 제한이 있나요?A.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개인의 신상을 최소한으로 표시해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별도의 표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기재해주세요. 표지를 제외한 작품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 한국문학 샛별 떴다…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

    한국문학 샛별 떴다…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 지면기사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대한민국 문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첫발을 내디뎠다. 경인일보는 18일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을 열고 신진 작가들의 등단을 축하했다. 이날 시상식은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과 김성규 편집국장을 비롯해 시 부문 심사위원인 김명인·김윤배 시인,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구효서·최수철 소설가, 당선자 및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김명인 심사위원은 시 부문 당선작 '일 잘하는 요즘 애들'에 대해 "일상적 풍경을 화려한 수사 없이 묘사하면서도 코로나19 시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깨닫게 하는 신선한 어법이 힘을 가졌다"고 평했으며, 최수철 심사위원은 소설 부문 당선작 '비정상에 관하여'에 대해 "문장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데 상당한 능력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소설 부문 당선자 김양미씨는 "늦었지만 열심히 글을 써 나가야겠다는 희망을 얻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시 부문 당선자 전예지씨는 "더 열심히 하고 글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시인으로 살겠다"고 각오를 보여줬다.배상록 대표이사 사장은 축사를 통해 "이 사회 인간의 진정성과 진실에 관련된 부분, 문학이 기여하는 부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시·단편소설 당선자에겐 각각 상패와 함께 상금 300만·500만원이 전달됐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18일 오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소설 부문 심사위원 구효서·최수철 소설가,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김양미 소설부문 당선자, 전예지 시 부문 당선자,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김윤배 시인. 2022.1.18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포토]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포토]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18일 오전 경인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2.1.18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18일 오전 경인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2.1.18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시 전예지 '일 잘하는 요즘 애들' 지면기사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선정됐다.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로 36회째를 맞아 ▲단편소설-비정상에 관하여(김양미) ▲시-일 잘하는 요즘 애들(전예지)을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경인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매년 수준 높은 작품이 공정한 심사 속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마감일(11월29일)까지 시 부문 241명, 소설 부문 131명 등 372명이 각각 839편(시)·144편(소설)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두각을 드러낸 작품들이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당선작으로 뽑혔다.소설부문은 구효서 소설가와 최수철(한신대) 교수가,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각각 본심 심사를 맡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①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① 지면기사

    열다섯 살 남자 아이가 다섯 살짜리 꼬맹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집에서 버스로 일곱 정거장… 하지만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7년이었다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한 단어만 반복해서 들려왔다 '장애, 장애, 장애…'교실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사물함 앞에는 미친년처럼 머리가 헝클어진 나와 입에 게 거품을 물고 씩씩거리는 철구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대치 중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울거나 귀를 막고 교실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따분할 정도로 평화롭던 교실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것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사물함을 열겠다는 철구와 그걸 막아선 나와의 자존심 싸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다. 뒤늦게 달려온 미애 샘이 우리를 떼어놓으려 하자 철구가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한테 일러줄 거야. 다 죽었어, 씨바아알!' 열다섯 살 남자 아이가 다섯 살짜리 꼬맹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미애 샘이 입모양으로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었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별 일 아니에요'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내 옷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를 주워 바지 주머니에다 쑤셔 넣었다.그 날 저녁, 식탁에 앉아 멍하게 밥숟갈만 내려다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학교에서 뭔 일 있었어?""일이야 뭐 맨날 있지.""목에 난 상처는 또 뭐야. 애들하고 싸웠어?""내가 애냐. 애들하고 싸우게."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어딘가가 쓰리다 싶었는데 목 부분이 긁혔던 모양이다. 한 번씩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밥숟가락 들 힘도 없다. 남편이 연고를 가져와 발라주며 쯧쯧 혀를 찼다. '그냥 대충해. 걔들이 뭘 안다고 그렇게 용을 써.' 순간 울컥하며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걔들이 뭘 모르는데!""아니, 내 말은 그냥… 불쌍한 애들이라는 거지.""그러니까 뭐가 불쌍한데, 걔들이 어디가 어떻게 불쌍하냐고!"더 말해봤자 싸움밖에 안 나겠다 싶었는지 약 상자를 들고 돌아서다 남편이 짧게 말했다. '많이 힘들면 전에 말한 거, 한번 생각해봐.'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②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② 지면기사

    고칠 수 있으니까 우리 한번 노력해보자, 이런 말이 더 무책임 할 수도 있는 거잖습니까엄마 표정이 복도에서 벌받고 있는 아이 같았어요… 꼭 울 거 같더라고요그 노트를 읽으며 자신이 마치 악마처럼 느껴졌다고 태식이가 말했다→ 23면에서 계속([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김양미 '비정상에 관하여' ①)"냄비 속에 손 넣어서 벌레 끄집어낸 게 너잖아. 결국 라면도 혼자 다 먹고. 지금 생각하면 그냥 드러운 거였는데 그땐 눈에 뭐가 씌었는지 깔끔 떠는 애들보다 그게 또 나름 귀여워 보이기도 했으니까."남편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나에게 '더럽다'는 말을 했을 때가 기억난다. 흰색 침대보 위에 놓인 내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뭐야, 발도 안 씻고. 더러워'라고 했다. 그 후로도 남편은 그릇에 밥풀이나 고춧가루가 묻어있거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과자 부스러기가 보이면 그런 표현을 썼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이나 물컵을 들어 요리조리 살펴본 다음 물을 따라 마시거나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유별 좀 떨지 마'라며 짜증을 냈고 남편은 별 것도 아닌 일에 버럭 소리부터 지른다며 눈치를 봤다."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할머니 닮아서 그런 거래."예전에 한 번은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 할머니는 죽어라 해줘 놓고도 입으로 다 까먹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할아버지도 결국 딴 여자한테 가버린 거라고 말이다. 엄마가 중학교 다닐 무렵, 국밥집을 하는 동네 과부에게 돈을 빌려줬던 할머니는 혹시라도 그 돈을 떼먹고 야반도주라도 할까봐 할아버지를 그 집에 보내 식당 일을 돕게 했다. 할머니와 달리 성격이 곰살맞고 애교가 많던 그 여자는 빌린 돈을 갚는 대신 할아버지를 데려갔다. 엄마가 할아버지였어도 할머니 같은 성격하고는 못 살았을 거라며 혀를 찼다. 그럼 나는 외할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걸까. 가끔은 지나치게 화를 내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엉뚱한 짓이나 하고… 그러고 보니 할머니 집 그릇에도 늘 고춧가루가 묻어 있었다.남편은 조금 취한 듯 말이 많아졌다."결혼하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