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 전반적인 수준 높아… 가슴에 와닿는 출품작 눈길 지면기사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김양미의 단편소설 '비정상에 관하여'와 전예지의 시 '일 잘하는 요즘 애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이번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는 당선자인 전예지를 비롯해 241명이 839편의 시를 출품해 경쟁을 벌였으며, 소설부문에서는 김양미를 포함해 131명이 144편의 단편소설을 선보였다.시 부문에서는 최교빈(필명·예시영)의 '유(柳)' 등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경쟁을 벌였다. 소설 부문에서는 이주영(필명·주하영)의 '이터널 선샤인' 등 섬세한 문장이 뛰어난 작품들로 인해 심사위원들은 막판까지 논의를 거듭했다.시 부문 심사위원인 김윤배 시인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작품이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도전했다"고 평가했고, 김명인 시인은 "경인일보 신춘문예 출품작이 해마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단 한 편을 꼽기가 어렵다"고 말해 치열한 심사과정을 유추할 수 있었다.다만 실험적인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소설 부문에서 갇혀 있는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상황 등이 상당 부분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구효서 소설가는 "신춘문예에서 주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실력과 능력인데, 이번 출품작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실력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 소설이 있었다"고 했다. 최수철 교수는 "심사를 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한 편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는데 이번 출품된 작품에는 이 정도면 손색없다는 작품이 있어 마음이 편했다"며 출품작의 수준이 높았음을 시사했다. 소설 부문 예심에는 박생강·서유미 소설가가 참여해 심도 있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다.한편,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계를 짊어질 문학인들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1960년 처음 시행됐다. 5·16군사정변 이후 한동안 이어지지 못하다 1986년 부활해 매년 한국 문학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자리 잡았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교수 "현대인에 마음의 병 치유라는 절실한 문제의식 제공"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구효서 소설가·최수철 교수 "현대인에 마음의 병 치유라는 절실한 문제의식 제공" 지면기사

    올해 최종심에서는 '비정상에 관하여'와 '이터널 선샤인', 두 편의 소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우선 '이터널 선샤인'은 섬세하고 안정된 문체로 안락사라는 가볍지 않은 제재를 흡인력 있게 풀어나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러 곡의 팝송을 삽입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물론 그로 인해 작품 전체에 감성적인 깊이가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널리 알려진 영화나 음악은 그 자체로 이미 존재하는 타인의 텍스트이며, 소설 쓰기에서 그것들의 활용에 의존하게 되면 자기만의 텍스트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감상적으로 흐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 생각된다. 거기에 비해 '비정상에 관하여'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통해 강한 개성을 선보인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하는 ADHD를 직접적으로 다룸으로써, 이른바 각종 증후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병의 치유'라는 절실한 문제 의식을 제공하고 있다.더욱이 유머 감각의 발휘, 인물들의 개성 부각, 대화문의 능란한 활용,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서 보라고 설득하는 힘 등등, 좋은 소설의 요건들을 두루 갖췄다.다만, 결말 부분에서 어떤 의미적 상황이나 사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다분히 추상적이고 교훈적인 말과 상념을 통해 이른바 결말을 위한 결말로 마무리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촘촘한 그물로 짜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기에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축하의 인사와 더불어,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윤배 시인·김명인 시인 "화려한 수사 없었지만… 일상의 소중함 일깨우는 어법"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윤배 시인·김명인 시인 "화려한 수사 없었지만… 일상의 소중함 일깨우는 어법" 지면기사

    202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의 관심은 뜨거운 편이었다. 비록 응모편수는 지난해보다 약간 줄었지만 응모작품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는 게 중론이다.우선 응모자들의 연령대가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고루 분포되었지만 50~60대의 응모자가 많았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현상일 수 있다. 그만큼 사물을 응시하는 시각이 깊고 인식의 수준이 높았다고 보여진다. 시가 죽었다고 말하는 시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시는 여전히 살아 있는 문학의 영역인 것을 응모 편수를 통해 알 수 있다.응모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으로는 거대담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생명 문제라든가 환경 문제라든가 통일 문제라든가 코로나 팬데믹 문제라든가 하는 거대담론을 다룬 시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모티프를 얻거나 사소한 경험에서 소재를 찾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실험적인 응모작을 만날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안정된 작품으로 위험부담 없이 순항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일 것이다.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예시영의 '카이트 서퍼', 김현주의 '그림자를 수집하는 방법', 전예지의 '일 잘하는 요즘 애들'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장시간 토론과 논의를 거쳤다. '카이트 서퍼'는 활달한 상상력과 긴 호흡이 미덕이면서 '그리고 바람이 불면/이 연서(戀書)가 당신에게 도달할지 모른다'와 같은 당돌한 문장이 시선을 끌었지만 응모작 모두 숨 가쁘게 긴 호흡이 문제였다. 압축미를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김현주의 '그림자를 수집하는 방법'은 어법이 새롭지 않다는 데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산문시의 군데군데 상투성의 혐의가 보이는 것도 문제일 수 있었다. 그러나 '푸른 별빛이 숨죽인 그들의 입속에서 검게 변해 자라졌다'와 같은 문장은 돋보였다.전예지의 '일 잘하는 요즘 애들'은 사무실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프린터기가 말썽이어서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내려야하는 고충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지도 않았으며 다양한 은유를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김양미 "이제는 문앞에 서 있지 않고 손잡이를 돌릴 시간"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김양미 "이제는 문앞에 서 있지 않고 손잡이를 돌릴 시간" 지면기사

    내가 여태 써왔던 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약간의 비정상'인 상태의 사람들이었다. 이번 응모작도 그랬다. 제목조차 '비정상에 관하여'.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것들에 끌리는 걸까.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참 많다. '잘났다'는 건, 돈이 많아서 일 수도 있고 학벌이 좋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잘났어, 정말'이라든지 '그래, 너 잘났다' 같은 비꼼의 용도로 쓰곤 한다. 잘난 게 오히려 비웃음과 비난의 대명사가 되는 아이러니다. 오만함과 이기심,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잘남은 그래서 오히려 못났다. 그런 사람들 보다 비록 조금 모자라고 서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난 참 바보같이 살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수많은 사람들이 매년 죽어라고 써낸 글들을 신춘문예에 응모한다. 당선작들을 읽다 보면, 나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글들을 써내지 못할 거라는 자괴감이 든다. 그런 나에게, 조금 더 해봐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생 K가 그랬다. 누나, 이제 거진 다 왔어요. 조금만 더 힘을 내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돼요. 나는 '언젠간'이라는 그 말이 싫었다. 그 범위가 '늙어 죽기 전까지'가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친구 J는 내가 쓴 글에 좋은 말을 해 준 적이 없다. 어쩔 땐, 이것도 글이라고 썼냐며 악평을 했다. 묘하게 오기가 생겼다. 그런 오기가 다음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내게 무심했다. 기대치가 낮다는 게 오히려 부담감을 덜어줬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근 혹은 채찍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도록 격려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이다.이런 글도 소설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앞으로도 힘내서 써보라고 내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한없이 모자란 나와 조금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박수로 받아들이고 싶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 움직이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구실을 찾아 머문다고 했다. 그러니 더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전예지 '일 잘하는 요즘 애들'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전예지 '일 잘하는 요즘 애들' 지면기사

    프린터기가 또 말썽이다이 애물단지를 버리든가 고치든가 이게 대기업의 수준인가요?하루에 기본 다섯 번을 1층에서 2층으로걸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 아니면 계단으로왼쪽 끝 후문 쪽에서 오른쪽 끝 정문 쪽으로올라갔다 내려갔다프린터기를 하나 놔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겨우 몇 십 만원이 아까워서 사람을 갈아 버린다두 여자는 욕이란 욕을 다 입에 담지만차마 입을 벌리진 못한다 멋쩍게 서로 한숨만 쉴 뿐낡고 늙은 마트에 새로 생긴 텅 빈 매장의 취급은 이 정도[자리 비움]자기는 왜 자꾸 마음대로 자리를 비워?일하기 싫어?하필 매니저가 없는 날혼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본부장이 찾아온다억울한 아르바이트생은 그나마 매니저보다 깡다구가 있다프린터기가 2층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려면 어쩔 수,말대꾸도 하고 참 요즘 애들 무섭다눈이 순간 흰자로 뒤덮여진 아르바이트생을 보고머리 빠진 본부장은 혀를 찬다죄송합니다 속으로 본부장이 매장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입으론 여전히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전예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창백한 하루를 밤새 쓴다"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전예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창백한 하루를 밤새 쓴다" 지면기사

    저는 외출이 잦지 않습니다. 저만의 공간은 어둡고 좁습니다. 그 좁은 폐허 속에 저만의 규칙과 행복이 편안합니다. 고독은 바람으로 불어오고, 저는 점점 더 속으로 파고듭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간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저의 공간은 햇빛이 부족합니다. 햇빛이 싫어 숨은 대가는 사색(思索)과 현기(玄機)입니다. 겨울은 어느새 찾아오고, 저는 대신 비타민을 챙겨 먹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먹는 비타민은 가장 흡수율이 좋습니다. 그렇게 채운 시리고 창백한 하루를 밤새 쓰고 시를 적습니다.이런 저의 시가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저에겐 빈 곳이 많고 그 부분들이 드러나는 게 부끄럽습니다. 저는 곧잘 틈을 흠으로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당선이 전부 꿈이라는 소식이 전해질까 봐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상처받지 않으려 상처받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불안은 헛된 꿈인 듯 하루하루가 선명하게 행복합니다. 이제 저는 부족함을 알고, 더 열심히 살며 나의 틈을 채우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저에게 틈이 존재해도 흠이 아니라고 깨닫게 해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합니다.이번 겨울은 한동안 깨어나지 못할 것처럼 우울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내 곁에 남아 있던 건 가족과 친구들이었습니다.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가장 숨고 숨기는 딸을 믿고 응원해준 가족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항상 자극제가 되는 글 잘 쓰는 나의 한신대 문창과 17학번 친구들. 글썽글썽 고마워! 마지막으로 2021년의 겨울에게. 나는 정말 노력하고 있어요. 믿어주세요. 사랑해요.틈을 주고 채워지는 것에 불편해하지 않는흠이 아닌 틈을 자랑하는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그런 사랑을 주겠습니다.감사합니다.전예지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시 - 황정현·소설 - 박규숙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시 - 황정현·소설 - 박규숙 지면기사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당선자들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경인일보는 13일 오전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을 열고 신진 작가들의 등단을 축하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윤인수 논설실장, 김학석 편집국장, 김성규 경영마케팅본부장과 김명인 심사위원장, 권성훈(시)·홍기돈(소설) 심사위원, 당선자 및 가족 등이 참석했다.권 심사위원은 당선작 '핑고'에 대해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존재의 모순을 시적 언어로 편입한 것이 뛰어났다"고 평했으며 홍 심사위원은 당선작 '은유와 고조'에 대해 "이성 없는 대상을 둘러싼 인간의 사고 및 행위의 문제를 따져 묻는 강렬한 문장력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 심사위원장은 총평에서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시 당선자 황정현씨는 "저를 뽑아준 심사위원께 감사드린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다"고 전했으며 단편소설 당선자 박규숙씨(필명 전지호)는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 자리에서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배상록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최첨단 시대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에 속해 글을 쓰는 문학인들의 노고에 고맙다"며 "이번 신춘문예 등단을 시작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문학인들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한편 시·단편소설 당선자에겐 각각 상패와 함께 상금 300만·500만원이 전달됐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13일 오전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기돈 소설부문 심사위원,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박규숙 소설부문 당선자, 황정현 시부문 당선자, 김명인 심사위원장, 권성훈 시부문 심사위원. 2021.1.1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부문별 당선작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부문별 당선작 지면기사

    총 1156편 접수… 13일 시상식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결정됐다.'202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로 35회째를 맞아 ▲단편소설-은유와 고조(전지호) ▲시-핑고(황정현)를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0월26일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 마감일(11월30일)까지 총 1천156편(시 966편, 단편소설 190편)이 접수됐다. 이 중 두각을 드러낸 작품들이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당선작으로 뽑혔다. 김명인 심사위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소설 부분은 김별아 소설가와 홍기돈 문학평론가(가톨릭대 교수), 시 부분은 문태준 시인과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가 각각 심사를 맡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3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당선작·심사평 12·13·14면([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발상의 전환 시도한 작품들 좋은 결과 가져와)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경인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을 김명인 심사위원장, 김별아 소설가, 홍기돈 문학평론가,문태준 시인, 권성훈 문학평론가가 심사를 하고 있다. 2021.1.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박규숙(필명 전지호) '은유와 고조' ②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박규숙(필명 전지호) '은유와 고조' ② 지면기사

    은유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고조의 옷을 갈아입혔다… 늘 같은 디자인의 환자복이다은유는 죽은 강아지를 신문지에 둘둘 말아 박스에 네 마리씩 넣어 두었다쓰러지게 된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고조의 뇌가 촬영된 사진을 수없이 봐왔다재오가 입은 자주색 칠부 바지 아래로 정강이뼈가 도드라져 보였다중3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참고서를 줄 테니 은유에게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왜 고조도 함께 갔는지. 고조가 보는 앞에서 담임이 한 아름 참고서를 은유에게 안겨줬다. 한 권쯤 나에게 줄 수도 있었는데 열권이 넘는 책을 너에게만 줬다고 고조는 말했다. 그 다음 날 고조는 담임에게 반장을 그만두겠다고 했고 은유가 반장을 넘겨받았다. 담임은 다시 반장 투표를 하는 건 번거롭고 성적도 가장 낫고 여러모로 은유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자존심이 약간 상했지만 담임의 생각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물려받았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처음부터 반장을 했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게 아닌가.너, 누워 있으면서도 그런 기억 떠올리곤 하니? 도무지 말이 없으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야. 언제까지 누워있어야 하는지, 네 부모님은 언제 볼 수 있는지 궁금할 거야. 나는 말이 없는 편이었어. 너를 만나러 와서 말이 없는 건 당연한 거야. 뭘 숨기려고 얘기를 안 하는 게 아니야. 얘기를 해도 너는 반응도 없잖아. 눈을 깜빡이거나 몸을 뒤채거나 나를 빤히 바라보거나 해 보란 말이야. 너의 피부는 여전히 곱구나. 살도 찌지 않았어. 위로 살짝 들린 야윈 콧날로 품위를 드러내고 싶겠지만 글쎄. 나를 제외한 친구들 얼굴 본 지도 꽤 오래됐지? 네겐 나뿐인 거야.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매주 수요일마다 널 찾는 것도 나뿐일 거야. 처음엔 부모님도 자주 왔었지만 너무 먼 길이잖아. 친구들도 몇 번 찾아 왔었지, 이젠 볼 수 없지만. 모두에게 잊히는 시간이 짧아 내심 놀랐어. 너를 이곳에 입원시킨 건 내 뜻이었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같이 살아왔었으니까 너를 내가 책임지는 건 당연해. 병원에 떠도는 이런 냄새, 따영에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박규숙(필명 전지호) '은유와 고조' ①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박규숙(필명 전지호) '은유와 고조' ① 지면기사

    포메 0325, 포메라니안 주인은 럭셔리하게 생겨서 셔리라 지었다고 했다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되는 진흙탕 흙이 신발에 찐득찐득 들러붙었다검은색과 은빛 여우털들이 오토바이에 실린 채 무더기져 쌓여있었다포메 0325. 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포메라니안 이름이다. 0325를 주인은 다섯 살 된 셔리라고 했다. 럭셔리하게 생겨서 셔리라 줄여지었다고 말했다. 은유는 셔리보다 주인이 더 럭셔리하다고 생각했다.셔리는 은유를 향해 자지러들 듯 짖어댔다. 셔리, 그만해, 쉿 조용, 하고 말하는 주인의 목소리는 셔리보다 앙칼졌다. 셔리는 두려움의 눈빛으로 은유를 노려봤다. 우리 셔리는 방안에서만 자랐어요. 밖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안 데리고 나가서였는지 나중에는 아예 밖에 나갈 생각을 않더라구요. 현관에서 짖기만 할 뿐 내가 외출해도 따라나선 적이 없었어요. 오늘이 처음 외출이라 겁을 먹었나, 셔리가. 주인의 얘기는 쓸데없이 길었다.은유는 셔리를 받아들고 몸무게를 가늠했다. 0325는 병도 없고 예방주사도 잘 맞췄고 중성화 수술도 했다. 몸무게 3.5㎏ 흰색 털, 작고 예뻤다. 은유의 품안에 안겨 부들부들 떨면서도 짖었다. 짖기를 그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은유를 바라봤다. 저런 눈빛, 많이 봐왔다. 하루에 두세 번쯤 그리고 어쩌면 더 자주. 털빛도 건강하고 고왔다. 한 달쯤 전 미용했는지 가장 예쁘게 자라있었다. 발끝 털이 더 수북하게 자라있어 발톱을 감췄고 귀엽고 생기 있어 보였다.0325의 주인은 사흘 전 미리 전화를 줬고 약속한 시각에서 30분쯤 늦게 보호소에 도착했다. 조금 늦었죠? 미안해요. 주인은 결코 미안해하지 않는 밝고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은유는 셔리의 머리를 매만지며 주인에게 싫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호소 찾느라 조금 헤맸어요. 내비게이션이 왜 빙빙 돌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근처를 두 번이나 지나쳤는데 겨우 찾았네요. 꼼꼼한 사람이었다면 이곳을 지나치진 않았으리라. 개 짖는 소리가 들렸을 테고 멀리에서도 키 낮은 울타리가 보였을 테니. 넓지는 않지만 개들이 운동할 수 있는 푸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황정현 "작은방 낡은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황정현 "작은방 낡은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지면기사

    "이 자리에 제가 앉아도 괜찮은가요?"/미안해요 여기/당신이 앉았던 자리인가요//접혀 있는 페이지는/당신이 읽던 페이지였고//아무렴 어떤 가요 슬픈 페이지를 넘기면/또 다른 슬픔이 펼쳐지는 걸요//유리창은 햇빛을 쏟아내더니/이내 비구름을 몰고 오네요//책 귀퉁이가 닳도록/당신이 읽던 페이지를 읽고 또 읽습니다//바라보는 일 밖에 할 줄 몰라서/다가가는 일도 제겐 큰 용기가 필요했지요//당신은 잠시 자리를 비운 걸요/이 자리엔 누구나 앉아도 괜찮습니다작은방 낡은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있었습니다. 삐걱삐걱 의자가 소리를 내면 제 뼈들도 뚜둑뚜둑 화답을 합니다. 그렇게 저도, 의자도 함께 낡아가겠지요.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출 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생애 처음으로 당선 소식을 전해주신 경인일보와 신춘문예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함께 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제게 피와 살을 주신 황의열·강신해님, 정숙광·선정선, 늘 저와 함께하는 김영형·김수민, 문전성시 최지온·서미숙·금희숙·김혜숙·염형기·박양미님, 문장강화 김산 선생님, 조재일님,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이승하 교수님과 문우님들, 파피루스 김혜정·김율관·이해민님, 시와 찻잔 김희광 선생님과 문우님들, 용산도서관 이승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황정현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박규숙(필명 전지호) "어릴때 꿈 이뤄…새로운 꿈 가져도 될 것 같아"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박규숙(필명 전지호) "어릴때 꿈 이뤄…새로운 꿈 가져도 될 것 같아" 지면기사

    친구와 태백 여행을 다녀왔다. 둘이서 나눈 많은 말들 중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꿈은 소설가였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것이 충격이었는지 친구는 "초등학교 때 꿈이 소설가였다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초등학교 때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그 친구가 말했다.왜 그랬는지 그것이 나의 꿈이었던가, 스치듯 그런 생각을 했다. 수많은 꿈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많은 꿈들을 절박하게 희망했거나 어떤 꿈들은 나도 모르게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더 새로운 꿈을 가져도 될 것 같아 기쁘다.한강 발원지라는 검룡소에도 다녀왔다. 오가는 두어 시간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친구와 둘이 걸었다.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하얗게 눈 덮인 길 위에서 굴러다녔다. 푹푹 빠지는 눈 위에 동물 발자국도 자주 보였다. 눈이 녹으면 흔적 없이 사라질 발자국이겠지만 친구와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찾았다.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내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할 것 같다.당선 전화가 온다면 서울예대 박기동 선생님에게 맛있는 걸 사드려야겠다는 다짐을 오래 해오고 있었다. 겨우 5개월을 못 기다려주신 선생님. 많이 죄송합니다.한신대 최수철 선생님, 아주 오랜 인연 수많은 이야기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윤후명 선생,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제일 좋아"라는 말 새기겠습니다. "소설가 언제 될 거야"라는 농담을 못하게 되었다고 걱정하는 가족들.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올, 드뎌' 소식을 전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많이 고맙습니다.박규숙(필명 전지호)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발상의 전환 시도한 작품들 좋은 결과 가져와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발상의 전환 시도한 작품들 좋은 결과 가져와 지면기사

    202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박규숙(필명 전지호)의 단편소설 '은유와 고조'와 황정현의 시 '핑고'로 결정됐다. 총 1천156편의 작품이 접수된 이번 신춘문예에선 전지호씨를 비롯 181명의 예비소설가가 190편의 작품을, 시 부문에선 242명이 966편의 작품을 각각 출품했다.이중 소설부문에선 20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고 단편소설 '은유와 고조', '파랑', '그래도 해피 크리스마스', '재연과 재연과 재연의 사이' 등 4편이 막판까지 심사 경쟁을 벌였다.홍기돈 심사위원은 "신춘문예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만큼 선별기준을 주제의식이라든가 형식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움에 둘 수밖에 없었다"며 "이에 동시대와 호흡하는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평했다.박규숙 당선자는 "(지난 세월동안)절박하게 희망했던 많은 꿈들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지만 초등학생 시절 꿈인 소설가는 늦게나마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는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내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시 부문은 전체 응모작 중 10편이 예심을 통과했고, 황정현의 '핑고'와 강현주의 '고양이' 등 두 편이 본심에 올라 당선작 경쟁을 벌였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선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존재의 모순을 해체해 시적 언어로 편입시키는데 성공한 황정현의 '핑고'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문태준 심사위원은 "발상의 전환을 도모하는 다채로운 경향의 시편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층위를 건드리는 시편들을 통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의 자리를 살펴보았다"며 "이 중 모던한 시적 상상력으로 고유한 사물을 새롭게 견인하면서 긴장감 있게 구현한 작품을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황정현 당선자는 "작은방 낡은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있었습니다. 삐걱삐걱 의자가 소리를 내면 제 뼈들도 뚜둑뚜둑 화답을 합니다. 그렇게 저도, 의자도 함께 낡아가겠지요.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출 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별아·홍기돈 "주제의식, 표현·구조 통일 속 성공적으로 부각"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별아·홍기돈 "주제의식, 표현·구조 통일 속 성공적으로 부각" 지면기사

    202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투고된 작품은 190편이었다. 수십 년 전 기억을 되살리는 내용이라든가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양상의 투고 작품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보편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개인사의 범주에 머무르고 만다. 신춘문예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만큼 선별기준을 주제의식이라든가 형식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움에 둘 수밖에 없다.심사자들은 먼저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편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각 심사자는 예심에서 응모작을 절반씩 나누어 읽은 뒤 열 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본심에서는 스무 편 가량의 진출작을 두고 논의를 펼쳤다. 그 가운데 본격적으로 검토한 작품은 '은유와 고조', '파랑', '그래도 해피 크리스마스', '재연과 재연과 재연의 사이' 네 편이다. '은유와 고조'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문장이 내공을 드러낸다. 특히 살아있는 여우에게서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의 묘사가 퍽 강렬하다. 이러한 강렬함은 작품의 구조와 맞물리면서 그 의미가 배가된다. 한 편에는 반려견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병상에 누운 혼수상태의 친구가 있다. 이성 없는 대상을 둘러싼 인간의 사고 및 행위의 문제를 따져 묻는 주제의식이 표현과 구조의 통일 속에서 성공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파랑'은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 돋보였다. 찬찬한 흐름 속에서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이 어떻게 존재 의미를 뒤흔들게 되는가가 설득력 있게 펼쳐졌다.열악한 노동 현실과 현실 종교의 상황을 결부시키고 있는 '그래도 해피 크리스마스'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적절하게 포착하였으나, 펼쳐놓은 문제들을 모두 다 수습해 내지 못하였다는 느낌을 남겼다. '재연과 재연과 재연의 사이'는 욕망의 복제 양상을 발랄하게 풀어나가는 문장이 강점인 반면, 중반 이후의 전개가 다소 작위적으로 흘러 아쉬움이 남았다.'은유와 고조'와 '파랑'을 두고 최종 논의를 거친 뒤, 당선작으로 전지호(필명)의 '은유와 고조'를 선정하였다. 전지호씨에게 축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문태준·권성훈 "마지막 행간까지 존재적 사유 확장된 미학 눈길"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문태준·권성훈 "마지막 행간까지 존재적 사유 확장된 미학 눈길" 지면기사

    이번 응모작들은 일상성에 노출된 실업, 가족, 반려, 생태 등을 소재로 한 사회적 문제에서부터 코로나19를 반영하듯 감염과 질병 등에 주목하며 삶의 보편적 중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편들이 대부분이었다.이 가운데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도모하는 다채로운 경향의 시편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층위를 건드리는 시편들을 통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의 자리를 살펴보았다.여기서 모던한 시적 상상력으로 고유한 사물을 새롭게 견인하면서 긴장감 있게 구현하고 있는, 10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또한 예심을 거친 작품들은 은유의 한계를 유연하고 감각적인 발상으로 작동시키면서 시어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의 특질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평균화된 시작에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러나 예심 작품들 중에서 구체화되지 못한 묘사들과 관념어들이 오히려 번뜩이는 상상력에 균열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황정현씨의 '핑고'와 강현주씨의 '고양이' 등 두 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놓았다.이 두 작품 모두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존재의 모순을 해체하여 시적 언어로 편입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행간까지 존재적 사유와 확장된 미학을 끝까지 선보인 '핑고'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정연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핑고'는 담담한 어조로 '빙산'의 푸른 내부를 응시하면서 '무덤 속 얼음'이 '흙을 밀어 올리는' 생명의 신생과 사멸에의 '언어적 밀행'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신예로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끝까지 입을 모았던 후보작 역시 공교롭게도 '빙하'의 '너울거리는' 생명에의 내부조직을 '강렬한 축문'으로 읽어내는 냉담한 시선과 사물을 여과하는 치열한 시적 안목을 높이 평가했지만 아쉽게도 최종심에서 거쳤다. 심사위원/문태준 시인,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문태준 시인권성훈 문학평론가

  •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황정현 '핑고'

    [202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황정현 '핑고' 지면기사

    극지의 순록은 우아한 뿔을 가졌다거친 발굽으로 수만 년을 걸어왔다죽은 자식을 동토에 던지며 발길을 돌려야 했고비틀걸음으로 얼음산을 넘어야 했고살점을 떼어 어린 자식의 배를 불려야 했고뿔을 세워 침입자에 맞서야 했고온몸을 쏟아 무리를 지켰다죽어서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치열한 싸움에서늘 이기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당신은 무덤을 등에 지고 돌아왔다무덤은 살고 당신은 죽었다무덤 속에서 얼음이 자라고 있다얼음은 흙을 밀어 올려 산이 될 것이다얼음의 계절이 오면 순록은바늘잎나무숲으로 순례를 한다하늘에서 내려다보면당신의 길이 보인다.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이유운·소설-현해원' 시상식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이유운·소설-현해원' 시상식 지면기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당선자들이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경인일보는 9일 오전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을 열었다.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사장을 비롯해 김명인·김윤배 시인과 당선자 및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시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윤배 시인은 당선작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에 대해 "작품 속 '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은 이유운 씨의 독창적인 문장이어서 울림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단편소설 당선자 현해원씨는 "글이 막힐 때마다 수도 없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괴로워했지만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그동안의 힘든 시간 들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화양 대표이사 사장은 "우리의 인생은 B(birth)와 D(death)의 중간인 C(choice)에 속한다. 경인일보 신춘문예 접수도 선택의 순간이다. 그 선택이 값진 열매로 돌아온 것은 순전히 당선자들의 올바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선택이 당선자들의 미래에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한편 이날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부문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9일 오전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 부문 심사위원 김윤배 시인(사진 왼쪽부터), 시 부문 이유운 당선자,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소설부문 현해원 당선자,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 시인.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작 발표 지면기사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신인을 발굴했다.'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34회째를 맞아 ▲단편소설-'해파리의 밤'(현해원) ▲시-'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이유운)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지난해 11월 1일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 마감일(11월 29일)까지 총 1천98편(소설 146편, 시 952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중 두각을 드러낸 작품들(각 부문별 5편)이 최종 본선 심사에서 경쟁을 펼쳐 당선작으로 뽑혔다. 소설부문은 김남일 소설가와 장석주 비평가가 심사를 맡았고,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했다.심사위원들은 "출품작의 경우 예년에 비해 시사성은 떨어지나 작품의 수준을 결정하는 완성도와 깊이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총평했다.한편 시상식은 오는 9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①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① 지면기사

    돈이 급했던 나와 방을 옮겨야 했던 윤은 잡지사 이 대리 덕분에 함께 살게 되었다어깨에 해파리 문신… 바다 냄새가 풍겼던 윤의 갑작스러운 투신자살반송당한 유골단지는 나에게 왔다… 가족이라는 뿌리에서 내던져진 존재였다윤의 어깨에 달이 떠 있다고 생각했다.윤에게서는 바다 냄새가 풍겼다. 나는 윤을 통해 이제껏 인간이 들어가 보지 못한 심해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는 했다. 냄새의 근원은 그녀의 어깨에 새겨져 있는 해파리 문신이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때로 그런 생각에 휩싸일 때가 있었다. 윤은 내게서 등을 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스난로가 조용히 타들어 가는 소리와 냉장고의 냉각기가 조용히 회전하는 소리가 났다. 윤의 숨소리는 그런 작은 소음에도 묻힐 정도로 희미했다. 윤은 때때로 새벽에 일어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있었다. 같이 산 지 이 년이 지났지만 나는 한 번도 윤의 그 행동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 윤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손을 뻗어 윤의 옷자락을 잡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더욱 숨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이불을 코끝까지 뒤집어썼다. 부드러운 발바닥이 손끝에 닿았다. 윤은 내가 지금 깨어 있는지 모를 것이다. 윤의 어깨뼈에서부터 날개 죽지까지 새겨져 있는 해파리를 바라봤다. 시리도록 새파란 그 해파리였다.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모습 같기도 했고, 높은 곳에서 내던져지는 모습 같기도 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이었다. 윤의 어깨의 해파리가 달처럼 발광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이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내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내가 겨우 짜낸 말은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정말로 나는, 윤이 왜 그날 갑자기 투신자살을 했는지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이 년 동안이나 같이 살던 친구인데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경찰관의 말에 묘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윤의 죽음은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②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② 지면기사

    파랗다 못해 아득했던 캄캄한 바다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우주에서도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잠시 '2'에 겹쳤던 시침 분침… 시곗바늘이 다시 겹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해새파란 해파리가 내가 모를 곳에서 발광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윤을 생각하면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바다 냄새를 맡았다. 후각은 언제나 시각을 앞질렀다. 언젠가 우리는 함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한밤중에 잠이 오지 않아서 무심코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바다 깊은 곳의 영상이 재생되고 중후한 목소리의 외국 성우가 담담하게 내레이션을 읊었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바닥을 닮은 목소리가 영상의 분위기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속 심해의 생물들은 모두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물고기들과는 너무도 다른 생김새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무렵, 나를 보고 괴물이라고 놀리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파랗다 못해 캄캄한 바다는 너무나 아득했고, 바다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한 공간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해파리밖에 없었다. 수압 때문에 뒤틀린 외형을 가지게 된 다른 생물들과 달리 해파리는 원래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바다를 부유하는 해파리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았다. 영상 하단에는 해파리는 지나치게 유연해서 외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자막이 흘러갔다. 나는 그때 해파리는 어떤 장소에서도, 심지어 우주에서도 그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다큐멘터리는 곧 끝났고 곧이어 쇼핑 호스트가 나와 세라믹 냄비를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끈 후에도 윤은 계속 빈 화면을 보고 있었다. 문득, 윤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전등의 불빛이 마치 해파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보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