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이유운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이유운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 지면기사

    당신이 또 여름이 왔다고 말하는 것은축축하게 땀으로 젖은 내 등을바람으로 깎아놓은 거친 손으로 훑어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손가락 끝이 유독 단단했던 당신의 손톱은 언제나 창백한 회청색이었다손톱이 왜 파랗지요 하고 물으면 요 안에는 바람이 담겨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던당신의 입술에는 뼈가 없었다당신의 손이 습한 등을 훑으면 와사삭 소름이 돋아서정말로 당신의 손톱에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당신은 바람으로 나를 만지며…내 등뼈는 당신 덕에 조약돌처럼 둥글어졌다그리하여 아주 먼 미래에누군가 내 등을 만지면나는 바람으로 깎여 둥글고 부드러운 짐승이 되어 있었다나는 그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당신의 부푼 무릎 위에 바람의 모양을 그렸다이제 그 먼 미래가 되어서 바람으로 깎인 나는이 즈음에는 꼭 당신을 생각한다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나는 여름이 오면 반드시 당신의 뼈를 떠올리게 되어 있다내가 만져보지 못한 당신의 뼈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하고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현해원 "언젠가 지치는 날 오더라도 글 오래도록 쓰겠다"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현해원 "언젠가 지치는 날 오더라도 글 오래도록 쓰겠다" 지면기사

    오늘이 너의 날이 되기를 바라. 한 친구는 매년 생일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내심 그 말이 좋아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면 그들에게 같은 말을 돌려주었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은 오랜 친구의 생일날이었다. 오늘이 너의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를 건넸던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돌려받았다. 생일 같은 날이었다. 생일을 기억하는데 더는 너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얼굴이 무럭무럭 떠올랐다.2019년은 앞으로 내가 뭐가 될지, 내가 설 자리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기갈 들린 사람처럼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하루는 책장에 꽂혀 있던 빛바랜 책들을, 다음 날은 오랫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앨범을, 그다음 날에는 미련처럼 남겨 두었던 전화번호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나씩 버리고 나면 그만큼 내 자리가 생길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끊임없이 내 자리를 의심하게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조금쯤 내가 있을 자리를 나눠 받은 기분이다.이십 사시 카페에서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던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바닥없는 불안에 처박히고는 했다.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빤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면,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의 해방감이 차올랐다. 그 순간을 알기에 글을 단념하지 못했다. 지치지 않고 쓰겠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태껏 수도 없이 지쳐 나가떨어졌듯 언젠가 다시 지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쓰겠다. 그저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앞에서 말로는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미숙한 글에서 나조차도 의심했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경인일보 심사위원분들께도 무한히 감사드린다.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고마운 마음은 직접 전하려 한다.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매력있는 '독창적 문장' 거목 성장 기대감 지면기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현해원의 단편소설 '해파리의 밤'과 이유운의 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로 결정됐다.이번 신춘문예에선 현해원씨를 비롯 137명의 예비소설가가 146편의 작품을, 시 부문에선 241명이 952편의 작품을 각각 출품했다.이중 소설부문에는 총 15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장석주 심사위원은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돋보였다"며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당선작을 결정했다"고 평했다. 당선자 현씨는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하고 있는 20대 청춘들의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에는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 왔다"면서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해 들는 순간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시 부문은 심사 마지막 날까지 당선작과 신진영의 '모래시계'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 김윤배 심사위원은 "이번 응모작 상당수가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두 편은 깊은 통찰에서 오는 독창적인 문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며 "앞으로 한국시단의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당선자 이씨는 "그동안 저에게 있어 글은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이었다"며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이유운 "파도 일렁거리는 모양 보여주는 부표 되고 싶다"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이유운 "파도 일렁거리는 모양 보여주는 부표 되고 싶다" 지면기사

    어떤 이름들은 저를 다정하게 만듭니다. 이름에 꽃이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미워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름에 파도가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제가 발음만을 겨우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저에게 폭력적이지 않고 무관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이름들 사이에서 제가 숨을 쉬는 방법을 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이름들을 쓰고 곱씹으며 즐겁고 괴로울 때마다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하나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그림으로 보고, 음악으로 이해하고, 춤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글은 꼭 그런, 세상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이번 겨울, 그 어우러짐의 하나의 결이 된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 글이 어떤 사람에게라도 흘러가서 그 사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면 제가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제가 성공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저는,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렁거림을 느낍니다. 세상에 탈 것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불안이겠죠. 저는 게으르고 변명이 많아서 그 파도 전부를 넘어설 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일렁거리는 모양을 보여주는 부표 정도는 되는 명랑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어 시를 쓰려고 합니다. 우리가 바다에 뛰어들기 전 위험한 암초와 해구의 깊이를 알려주는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그 이름을 위해 제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이규성 선생님, 김선희 선생님, 그리고 이 지 선생님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괴로운 길을 명랑하게 가는 이화여대 철학과 벗들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 시의 주인공이 되는 제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특별한 이름이 되는 유경, 소연, 건휘, 지호, 혜지, 시온, 환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글의 시작과 끝을 이렇게 맺습니다. 유운, 쓰고 사랑함.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지면기사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5편이다. 다양한 소재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읽는 게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군계일학으로 빼어난 작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 심사자가 15편을 꼼꼼하게 읽은 뒤 고심한 끝에 최종심으로 올린 작품은 이수현씨의 '원더서퍼',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 현해원씨의 '해파리의 밤'이다.이수현씨의 '원더서퍼'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축구를 떠나 카드회사 콜 센터 직원으로 바뀐 전직 여자 축구선수의 이야기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도 볼만했다. 하지만 서사의 축을 이루는 갈등 구조가 당혹스러울 만큼 단순해서 인간의 복잡한 심층을 드러내기엔 미흡하다고 느꼈다.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주노동자의 반전 인생을 다뤘는데,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중층적 구조로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가독성이 높은 소설을 써낸다는 건 장점이다. 화재 현장에서 의인으로 미화되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자로 처리돼 유령처럼 살다가 타인의 위조 여권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인생 반전을 이룬다는 서사는 핍진성이 희박했다.좋은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서 인간 실존의 당위성과 의미를 탐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현해원씨의'해파리의 밤'은 어깨에 해파리 문신이 새겨진 동거인의 자살 이후 그의 행적을 더듬는 이야기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망자의 유골 단지를 품고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 그것은 부재의 알리바이, 혹은 인간 내면에 숨은 실존의 당위성 찾기일 테다. 별다른 사건은 없지만 자살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형식은 공감할 만했다.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나 밀도가 다른 투고작들에 견줘 돋보였다. 두 심사자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현해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김남일 소설가장석주 비평가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윤배·김명인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윤배·김명인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 지면기사

    해마다 수 천 명의 시인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에 응모한다. 경인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응모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왜 시일까? 시에는 마법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시의 마법적 기능은 쾌락이고 인식이며 구원이다. 시를 쓰는 일도 감상하는 일도 즐거움이 바탕이다. 즐거움은 쾌락의 다른 말이다. 시는 사물에 대한 인식, 역사에 대한 인식, 사회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달라지게 한다. 시적 구원은 우선 시인에게 먼저다. 시인의 구원 이후에 독자의 구원이 온다. 이러한 시의 마법적 기능이 많은 사람들을 시에 빠지게 한다.올해의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응모작에는 시의 이와 같은 마법적 기능이 약화된 것을 느낀다. 실험적인 시들이 눈에 뜨지 않았다. 시적 모험은 광기에서 오는 것이고 광기는 쾌락에서 나오는 것인데 지나치게 안정적인 음역과 음색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식의 깊이가 깊어진 것도 아니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시대정신을 추구하거나 사회의 병리현상을 들여다보거나 소외계층을 연민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이 적었다. 사물의 본질을 보려는 응모자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 사물이나 소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시적 장치로 산만한 전개에 머무는 응모작들이 많았다. 또한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응모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일이다.그런 속에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의 이유운 씨와 '모래시계'의 신진영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유운 씨의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는 이 세상에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다. '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은 이유운 씨의 독창적인 문장이어서 울림이 크다.신진영 씨의 '모래시계'는 가혹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젊음을 훼손한 악랄한 물고문을 은유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첫행 '잘룩한 부분을 지나면서/모래들은 새로운 진술이 된다'부터 무언가 불길하고 심상치 않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당신의 뼈를

  • [알림]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 공모

    [알림]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 공모 지면기사

    1945년 '대중일보'란 이름으로 경인지역에 뿌리내린 경인일보가 '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합니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경기·인천 지역일간지 중 유일하게 개최되며 해마다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심사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 한국 문단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춘문예 역시 재치 있고 힘 있는 문학도들의 참신한 문학작품으로 한국 문단의 명성을 높여갈 것입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경인일보와 함께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역량 있는 문학도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응모마감 : 2019년 11월 29일(당일 소인 유효)■ 응모부문 :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80~100매), 시(3편 이상)■ 시상 및 상금 : 단편소설은 상패 및 원고료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원고료 300만원(단, 당선자 없는 가작의 경우는 원고료의 반액을 수여)■ 당선작 및 심사위원 발표 : 2020년 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면■ 응모 및 문의 : (16488)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99 경인일보사 빌딩 4층 편집국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031)231-5385, 5348※원고 겉면에 이름(필명인 경우 본명도 함께 기재),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및 지원분야를 반드시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접수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한 원고나 기성작가의 응모, 표절작품의 경우에는 당선이 취소됩니다.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하채연·소설-전태호' 시상식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하채연·소설-전태호' 시상식 지면기사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9일 오후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시상식은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명인·김윤배 시인, 홍정선 평론가와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이날 시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윤배 시인은 "하채연 당선자가 기존 시인이 걷지 않았던 길을 가는 모험과 도전 정신을 끝까지 가지고 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이어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홍정선 평론가는 "소설은 현실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실 너머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현실을 더 낫게 바꾸기도 한다. 전태호 당선자가 앞으로도 타동사 연습을 꾸준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단편소설 '타동사 연습'으로 당선된 전태호 씨는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을 접하고, 공동체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이 돼서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며 글로 풀어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이날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 부문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9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 부문 심사위원 김윤배 시인, 시 부문 하채연 당선자, 소설부문 전태호 당선자,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 시인, 소설부문 심사위원 홍정선 평론가.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 경인일보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작 발표 지면기사

    청년 작가의 산실,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로 33번째,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어 갈 신인을 발굴했다.그 어느 때보다 투고된 작품 수가 많고 수준이 뛰어났던 올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단편소설-'타동사 연습'(전태호) ▲시- '숲에서 깨다'(하채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지난 12월7일까지 총 1천64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시는 1천423편, 소설은 223편이 출품됐는데 이 중 두각을 드러낸 3~4개의 우수 작품이 최종 본선 심사에서 경쟁을 펼쳐 당선작으로 뽑혔다.올해 소설부문은 홍정선·정과리 평론가가 심사를 맡았고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의 수준이 높아 읽는 재미가 있어 심사가 즐거웠다"는 총평이다.한편 시상식은 오는 9일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과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사물 바라보는 시선 깊고 메시지 견고"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사물 바라보는 시선 깊고 메시지 견고" 지면기사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은 작가가 보여준 농익은 작품에 놀랍고 신선함을 느꼈다."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당선작을 '숲에서 깨다'로 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전하는 메시지가 견고하다고 호평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심사위원들은 올해 시 부문 응모작 총 1천423편 가운데 본심에 오른 30편의 시 중 6편을 다시 추려 평가하며 고심을 거듭했다. 최종 심사에는 '곱슬의 방향', '가위 ', '호출신호, 창백하고 푸른 플라스틱', '걸리버여행기' , '구석의 깊이-비의 팔랭프세스트'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왔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은 주제에 있어 차별성이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시리아 난민 등 애도가 짙고 다소 어두운 주제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비롯해 실업,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문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20~30대 젊은 응모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젊은 문학도들의 출품작들이 최근 유행하는 시의 경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사위원들은 주로 생경하고 낯선 이미지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시를 비학적으로 전치시키는 모습을 보여줘 시 읽기가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그에 비해 하채연 당선자의 '숲에서 깨다'는 시의 짜임새를 갖추면서도 시인만의 깊은 세계관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선사했다. 새벽의 숲을 열어 재치는 해맑은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명랑하게 펼쳐있고, 숲에 존재하는 한 작은 개인이 우주와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며 이미지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당선작을 포함해 응모된 작품 상당수가 어느 하나 크게 뒤처지는 것 없이 모두 고르게 작품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좌)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전태호,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 지켜 나가겠다"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전태호,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 지켜 나가겠다" 지면기사

    이 소설을 쓰고 있을 때로 기억한다. 우연히 찍힌 내 사진에서 작중 주인공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서글픈 눈을 감추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표정을.작중 주인공이 되어 생활하는 동안 '절망'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백 번 문장을 읽고 나면 꿈에서까지 같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다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기도 했다. "나가라고, 나가라고" 외치던 그의 잠꼬대가 요즘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당시 그가 내 손을 빌려 채운 글로 빼곡하다."외국어로 된, 그러니까 나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떠드는 기분이 어떤 건 줄 아세요?"예술 작품을 즐길 때는 얼마만큼 작가가 투영되어 있는지 눈여겨보곤 한다. 작중 인물과 작가가 일치할수록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나는 현재 몇 가지 이야기를 구상 중이고 또 어떤 건 쓰고 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 때가 되지 않아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서 머릿속에 묵혀둔 이야기도 어서 꺼낼 날을 기다려 본다. 모두가 좋아하는 글, 읽었을 때 남들이 안심하는 글, 탕아가 돌아오는 글은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을 지켜 나가겠다.늦었지만 심사위원 선생님께, 경인일보 관계자 분들, 나를 오래도록 지켜봐 온 사람들, 그리고 '타동사 연습'을 끝까지 읽어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1646편 출품… 젊은 문학도 '뜨거운 열정' 지면기사

    30여 년 간 대한민국 신진작가 발굴에 앞장서 온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도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경인일보는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과 심사숙고 끝에 ▲단편소설 부문-'타동사 연습(전태호)' ▲시 부문-'숲에서 깨다(하채연)' 등 2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특히 이번 신춘문예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접수됐고 특히 20, 30대 젊은 문학도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첫 공고가 나간 이후 총 1천 646편이 접수됐는데, 이 중 시는 1천423편, 소설은 223편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치러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체감케 했다.덕분에 예심과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즐거운 고민도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편수가 확연히 늘어난 소설부문은 김남일 소설가가 예심 심사위원으로 나서 옥석을 가렸고 홍정선 평론가와 정과리(본명·정명교) 평론가가 본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최종작을 선정했다.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를 맡아 작품을 엄선했다.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은 올해 신춘문예에 출품된 상당수 작품이 예년과 비교해 '문학의 짜임새를 갖춘 수준급 작품'이었다고 총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9일(수)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홍정선·정과리 평론가, "재미있는 비유로 세태 풀어나간 발상 신선"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홍정선·정과리 평론가, "재미있는 비유로 세태 풀어나간 발상 신선" 지면기사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지금의 세태를 풀어나간 발상이 신선하다."2019 신춘문예 소설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예년보다 편수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읽을만한 소설의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깊었다.당선작인 '타동사 연습'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심사위원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소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젊은 세대의 단상을 주제 삼아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비판적 시각 또한 겸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세태를 풍자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높게 평가받았다.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 타동사의 목적어로서만 기능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살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타동사로 비유하면서 힘있게 풀어나갔다.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홍정선 심사위원(평론가)은 "소설이란 것이 모두 아는 이야기가 주제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써나가는 방식의 차이로 다른 평가를 받는데, 그런 면에서 현 세태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창적이었다"고 평가했다.타동사 연습과 함께 최종 후보작으로 경쟁했던 '총부리'와 '불편한 골짜기'는 제법 소설다운 모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주제가 진부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잔인한 폭력성을 주제로 다룬 총부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과 재미가 있지만,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가 특유의 도그마가 눈에 띄어 호불호가 가릴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인공지능 로봇과 첫사랑을 주제로 한 불편한 골짜기의 경우 플롯은 색다른 맛이 있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진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모이지 않으면서 소설이 주는 정서적 의미가 미약했다고 평가했다.이번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들은 소설가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정과리 심사위원(평론가·연세대 교수)은 "많은 작품들이 세상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주관적 시각이 강하고, 이야기의 범위가 '나'에 한정됐다"며 "소설은 어디까지나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이야기다.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시야를 넓게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숲에서 깨다 /하채연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숲에서 깨다 /하채연 지면기사

    등을 받치고 잠들었던 나무기둥에서새벽이슬 냄새가 훅 끼쳐온다사방에 울울창창하게 뻗은 녹음들현시를 잊은 채 창공에 닿아 빛나고 꿈결처럼 말을 거는 선선한 바람에나는 나무들이 지어놓은 미몽 속으로 걸어들어간다새소리로 엮어놓은 문패를 열고 들어가자억겁의 땅으로부터 솟은 나이테의 내력이기둥을 키우며 나의 발목에 작고 푸른 원주를 새기고육신과 나무, 나무와 육신 사이를 비집고 난 샛길 사이로와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울렁이는 향수가 지천에 빛난다목피들이 전생을 벗겨내는 소리가 알싸한 그 길목에선곤줄박이 한 마리가 잎새 한 장을 전해준다해독할 수 없는 이끼들의 필체로 쓰인 문장들지워지지 않을 나의 태곳적 이름을 발설하고 있다무한한 혈맥으로 엮인 나무 그늘 속편안히 누워 흙이 된 이름들을 짚어본다끝없이 이어져 불거진 이 뿌리들은 나를 이어주는 끈이었을까억겁의 계절을 지나도 숨 쉬는 숲은태양과 달을 이고 은빛 땀을 대지로 흘려보내고나는 한 장의 연서를 쥐고 숲에서 깬다뒤돌아보면 푸른 절경이 등허리에 축축하다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하채연, "시 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하채연, "시 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지면기사

    돌아가신 할머니가 잘 영근 알밤 무리를 쌓아올리고 있는 꿈을 꾼 날, 고향에 가는 길에 당선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할머니의 뒷모습으로부터 이어진 긴 강, 시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고 긴 언어의 숲에서 제 나무 하나 찾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누군가 놓고간 전언을 받아든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소중해 조심히 받아들고 한참을 곱씹었습니다. 시 한 편이 너무 무거워 쩔쩔매던 밤들, 설익은 마음 탓에 쓰기를 주저했던 순간들이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쭈뼛쭈뼛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우리들일지라도 질기고 질긴 젖줄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도 잊지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가끔 세상이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볼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반짝하는 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착각이나 일렁임 같은 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그려 시 한 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 나라고, 너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 고양이, 동물, 숲, 나무, 풀잎 늘 사랑합니다. 늘 친구처럼 손잡고 시 이야기하는 엄마, 가족들 항상 고맙고 감사해요. 제겐 고마운 스승들이 많이 계십니다.고등학교 시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아흔 아홉개의 빛으로 빛나는 선생님, 동국대학교 선생님들, 박형준 선생님 부끄럽고 부족한 제 시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곳에서 응원해주시는 지인들께도 두손 모아 감사를 전합니다. 아무것도 될 수 없어도 시쓰는 우리라서 너무 행복해. 동국대학교 시분과 영원하길!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아직도, 혹은 영원히 모를 시에게. 뜨고 다시 떠도 뜰 눈이 너무 많네요. 용기를 갖고 더 정진하겠습니다.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타동사 연습① /전태호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타동사 연습① /전태호 지면기사

    타동사는 발산의 성질 띠고 있어서 소리가 크다 따라서 반드시 무언가를 괴롭힌다엄마·아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적어 취급… 어깨는 티 안나게 움츠러들었다 제 방에 틀어박힌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동생도 평생 목적어에만 머물러소리가 크면 반드시 무언가를 괴롭힌다. 타동사는 발산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소리가 크다. 따라서 타동사는 반드시 무언가를 그러니까 목적어를 괴롭힌다.화요일타동사가 기능하려면 주어가 필요하다. 아빠는 아침부터 꽝 소리가 울리도록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신발을 벗자마자 집이 떠나가라 큰기침을 해댔고, 식탁이 쨍쨍대거나 말거나 유리컵을 함부로 내려놓았다. 내 방 바로 앞에선 신문지를 짜증스럽게 넘겼다. 나의 잠은 이미 타동사에 의해 깨어지고 머리맡의 유리창과 블라인드는 가늘게 흔들거렸다. 주황색 귀마개는 밤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타동사는 나를 이불 속으로 숨어들게 만들었다.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도로 눕게도, 냉랭한 방바닥에 납작 엎드리게도, 나중에는 그저 가만있게도 만들었다.아빠가 잠을 청하기 전까진 내 방에 있으면서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아빠는 오전 교양 프로그램을 틀고 볼륨을 어지간히도 키워 놓았다. 채널을 돌리면서 정치인을 헐뜯기도 하고 약 떨어진 리모컨을 손봐주고 나서는 거실 바닥을 발뒤꿈치로 쿵쿵 굴렀다. 배까지 움켜잡고 웃어 댈 즈음 엄마도 참다못했는지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이어 나를 대신해서 빨리 좀 자라고 잔소리를 퍼부었고, 위아래 작업복을 벗긴 뒤 아빠를 안방으로 밀어 넣었다. 엄마 역시 스스로 주어라는 걸 알고 주어들처럼 행동했다. 나를 생각해서 나름 믹서나 그릇을 조심히 다루는 듯했지만 내 귀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거슬렸다. 가스레인지 경고음을 무시하고 불을 켤 때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머리칼까지 곤두섰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잦아들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엄마는 내게 식사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제 밖이 위험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리가 작으면 아무것도 괴롭히지 않는다. 자동사는 수렴의 성질을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타동사 연습② /전태호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타동사 연습② /전태호 지면기사

    돈 버는 것은 타동사이다 큰소리를 낼 줄 알면 처음 얼마 동안 두려워지지 않아엄마·동생이 사라지자 목적어·주어가 아닌 나는 문장 밖 문법 너머에 있었다괴롭히지 못하면 타동사는 기능 상실한다… 결국 주어도 기능을 상실한다주어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주어들과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두려워진다. 그런데 나와 같은 처지의 동생은 대체 어떻게 계단을 내려간 걸까. 엄마는 내가 소리 때문에 내려가지 못한다고 어느 정도 맞게 짚어 냈다. 하루는 아빠가 없을 때 나를 거실로 내보내고 계란판처럼 생긴 차음재와 스펀지 같은 흡음재를 가져왔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 엄마는 방음 장치를 내 방 벽과 문에 설치해 주었다. 달라진 내 방 앞에서 좀처럼 입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또 그냥 있을 수만은 없어서 고맙다고 멋쩍게 속삭였다. 엄마는 난생처음으로 내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쩔쩔맸다. 고마워한다는 건 어찌됐든 타동사이다. 타동사는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 한들 반드시 목적어를 괴롭힌다. 나는 잠깐이지만 주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엄마를 괴롭힌 셈이다. 요즘도 엄마가 번역 열심히 하라고 응원을 해줄 때, 월세를 받아서 일본어 원서를 사줄 때, 결과물에 깊은 관심을 가져줄 때면 고마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두려워졌다. 나는 엄마를 괴롭혀서 조금이나마 얻은 타동사로 몸을 일으켰다. 쥐어짜듯 방문을 닫고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이 열리자마자 웹 브라우저를 열었다. 웹 브라우저가 열리자마자 포털사이트를 열었다. 포털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메일함을 열었다. 메일함이 열리자마자 의뢰인 메일을 열었다. 다른 의뢰인 메일도 열었다. 더 이상 고마워하지도 두려워지지도 않을 때까지 의뢰인 메일을 죄 열어 보다 첨부 문서 여럿 가운데 하나를 열었다. 파일명은 '일본 고용법'으로 대충대충 훑어보다 잠시 손을 놓았고, 다시 페이지를 쭉쭉 넘기다 시선을 끄는 조항을 골라 읽었다.제 7 장 정년퇴직 및 해고(정년 등)제 38 조직원의 정년은 만 65세로 하고 정년에 이른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을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소설 황윤정 "날 채찍질하기 위해 써"… 詩 이명선 "시는 내 인생 전환점"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소설 황윤정 "날 채찍질하기 위해 써"… 詩 이명선 "시는 내 인생 전환점" 지면기사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0일 오후 경인일보 수원본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이날 시상식은 단편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홍정선 평론가·이인성 소설가, 시 부문 심사를 맡은 김윤배 시인,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및 임직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단편소설 '린을 찾아가는 길'로 당선된 황윤정씨는 "당선작은 나를 채찍질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소설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 80대 화자와 미래 시점, 3인칭 시점 등을 시도했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 평생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또 시 '한순간 해변'으로 당선된 이명선씨는 "시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시를 풀어가면서 나 자신에게 숨겨져있던 목소리를 드러내는 법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좋은 시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시인이 되겠다"고 전했다.김화양 사장은 "문학은 시공을 초월하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 안에서 수많은 갈등이 증폭되는데 사회를 정화시키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 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30여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신춘문예를 열어온 경인일보의 열정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배출된 문인을 애착해달라. 이번 당선자들도 작품활동에 매진해달라"고 당선자들을 격려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10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단편소설 '린을 찾아가는 길'로 당선된 황윤정씨(왼쪽)와 시 '한순간 해변'으로 당선된 이명선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1306편 투고 예비문인 '열정의 장' 지면기사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이명선의 시 '한순간 해변'과 황윤정의 단편소설 '린을 찾아가는 길'이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예·본심 원고를 거듭 살피고 고민한 끝에 '한순간 해변'을 선택했다. 김윤배 심사위원(시인)은 "자신의 시 세계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며 "좋은 시인을 선발했다"고 평가했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도 본심에 올라온 단편소설을 며칠간이나 면밀히 살펴 '린을 찾아가는 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인성 심사위원(소설가)은 "관심을 끄는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높은 완성도로 유독 눈에 띈 작품"이라며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이번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1천158편에 소설 148편 등 총 1천306편이 접수됐다. 10대에서부터 70대 응모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 문학에 열정을 가진 예비 문인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시 부문 본심에는 40, 50대의 응모자들의 작품 비중이 높았다. 오랜 기간 시를 대했던 흔적이 드러난 작품이 많아 대체로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새로운 도전이 아쉬웠다는 평이다. 최근 이슈가 된 굵직한 사회 문제가 많았음에도 이를 다룬 시가 적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들은 사유의 대상이 사회에서 개인으로 좁아졌다는 것이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 세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소설 부문에서도 현 세태가 읽혔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짧고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익숙한 세대의 모습이 서사적 구성력의 부족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고전에 대한 독서가 필요하다며 어떤 것에 감동을 받고 그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는 연습, 문학적 설득력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특정한 경향이 없이 각자 여러 소재를 통해 이 시대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 많아 앞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작 발표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작 발표 지면기사

    단편소설 : 황윤정 '린을 찾아가는 길'시 : 이명선 '한순간 해변'신진문학가들의 등용문으로 지난 1987년부터 그 역할을 해온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에도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어갈 신인을 발굴·선정했다. 경인일보는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과 심사숙고 끝에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영광의 주인공으로 ▲단편소설 부문-'린을 찾아가는 길(황윤정)' ▲시 부문-'한순간 해변(이명선)'을 당선작으로 뽑았다.이번 당선작들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문을 두드린 전국의 수많은 문청(文靑)들 작품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냈고, 그 결과 경인일보를 통해 등단의 길을 열게 됐다. 소설부문은 홍정선 평론가와 이인성 소설가가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148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옥석을 가렸고, 시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나서 1천158편의 시 가운데 작품을 엄선했다.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은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이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앞서 지난해 11월 첫 공고가 나간 이후 총 1천306편의 작품이 접수돼 어느 해보다 예비 문인들의 참여가 뜨거웠다. 시상식은 오는 10일(수)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 당선자, 그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