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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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1988년 시조 당선' 홍승표 시인, 배우지 않아 자유로운 글… 자신만의 생각·개성 담길 지면기사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한 꿈 하나쯤 있다. 홍승표(사진)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시인'은 그런 꿈이었다.그날, 경인일보로부터 온 전화 한 통은 꿈을 이룬 날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연세대학교 전국 남녀 문예콩쿨에서 시조로 장원을 했어요. 글 쓰는 일을 좋아했고, 공부도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저히 대학갈 수 있는 상황이 못됐어요. 그러던 중 공무원 시험에 덜컥 합격했고 그 길로 공무원이 됐지만 글을 쓰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글 쓰는 재주 덕에 다행히(?) 공직 생활도 언론사에 보낼 보도자료를 쓰는 일부터 시작했다. "1986년에 처음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시작해 첫 해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조를 써냈는데 아깝게 최종 결심에서 떨어졌어요. 마침 다음해 대선이 한창인 때라 일이 비교적 한가해 틈틈이 시조 쓰기를 계속했죠." 신춘문예 당선작 '새벽, 숲길에서'를 완성해내기 위해 그는 동이 트기 전 광교산에 올라 시상을 떠올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무원과 시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직업을 병행하면서도 그는 꾸준히 시를 썼다.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은 없지만, 글을 쓰는 일은 그의 일상이고 낙이었다. "저는 오히려 글을 배우지 않은 게 더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배웠다면 그 풍을 따라가느라 여념이 없었을 거에요. 그런 것에서 자유롭다 보니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즐길 수 있었어요."그는 등단 때부터 지금까지 서정시를 고집했다. "경기도 광주 시골에서 태어난 촌놈이라 그럴지 몰라도, 자연에서 받는 대단한 영감을 바탕으로 서정시를 쭉 써왔어요.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을 쓰도록 노력하세요. 인위적인 것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덧붙여 후배에게 당부했다. "신춘문예가 대표작이 돼선 안됩니다. 많이 쓰고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경인일보 신춘문예]'1988년 시조 당선' 홍승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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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1989년 시 당선' 김인자 시인,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문학의 깊은맛 알게해준 힘 지면기사
시인 김인자(사진)에게 글 쓰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김인자 시인은 1989년 제3회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이 됐다. '등단'이라는 통과의례를 지나 시인이 됐다고 인정받았지만, 그는 늘 '자발적 아웃사이더였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89년도에 수원 경인일보 바로 근처에 살았고, 구독자이기도 해서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늘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난 사범대 출신이고 정식으로 문학을 배운 적이 없어 확신이 없었죠." 그저 지켜만 보다가,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쓴 시가 바로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겨울여행'이다. 첫 시도였는데 당선이 돼 기쁨보다는 얼떨떨했단다. "문학을 짝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었는데, 당선작으로 뽑혔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이후 시집, 산문집 등을 내고 여러 활동을 했지만, 늘 부족한 나에게 회의가 들었어요."슬럼프를 이겨내려고 그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인이자 여행가로 김인자의 발걸음이 시작됐는데, 그는 지금까지 17권의 책을 썼다. 시인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사과나무가 있는 풍경' '대관령에 오시려거든' 등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쓴 에세이는 2년 연속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다."시작이 그랬듯 지금도 나는 늘 아웃사이더에요. 혼자 헤쳐나가는 시간이 힘들었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문학의 깊은 맛을 보게 해 준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문학은 배워서 되는 것도 있지만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깨쳐나가는 길도 있어요. 무조건 주류를 쫓기보다 내 생각대로 멈추지 말고 자유로이 쓰세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경인일보 신춘문예]'1989년 시 당선'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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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2001년 소설 당선' 나여경 소설가, 삶 자체가 창작의 원동력… 인생이 지속되는 한 '쓸것' 지면기사
"아웅다웅 살고 있는 우리네 삶 자체가 창작의 힘, 신문은 소설가에게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하는 최상의 자료다."지난 2001년 단편소설 '금요일의 썸머타임'으로 소설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여경(사진)작가. 소설집 '불온한 식탁'과 '포옹', 여행산문집 '기차가 걸린 풍경'으로 꾸준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제11회 부산작가상 수상에 이어 지난달에는 제10회 백신애 문학상 수상하며, 문단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이외에도 작가와사회 편집장, 부산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요산기념사업회 사무국장과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부산작가회의·부산소설가협회 이사를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등단 소식을 듣고 이윤기·현길언 당시 심사위원께 감사 전화를 드렸을 때가 생생하다"며 "故 이윤기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제발 펜을 놓지 말고 열심히 쓰세요' 이 한마디가 떠오른다"고 했다. 나 작가는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언제나 마음 흡족한 글만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글의 신이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경인일보 신춘문예 후배들에게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쓰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의무"라며 축하의 말을 대신했다.신문에서 우연히 구스타프말러에 관한 기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당선작이자 처녀작 '금요일의 썸머타임'을 썼다는 그는 "삶 자체가 내 창작의 힘"이라며, "사람과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인생사가 지속되는한 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은 작품에 대한 목마름을 얘기하는 나여경 작가는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가 내 안에 꿈틀대며 끓고 있다"며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날 것을 약속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경인일보 신춘문예]'2001년 소설 당선' 나여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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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 32년의 발자취 … 지면기사
시·시조·소설·동화신인 71명 배출지역·나이 뛰어넘어 '공정한 심사'최연소 이승혁·최고령 김진기 '화제'안은순 등 문단 중견작가 자리매김지난 198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의 첫 공고가 나간 이래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2018 신춘문예)로 32번째를 맞았다. 30여년간 총 71명의 문인이 경인일보를 통해 문단에 데뷔했으며, 많은 당선자들이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치며 한국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초창기(1986~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소설과 시, 시조 등 3개 부문에서 공모를 진행해 신인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그러다 1993년 시조를 대신해 동화부문을 신설하고, 1995년까지 3년간 당선작을 뽑아 문인을 배출했다. 1994년에는 당선자 23명의 작품 126편을 모아 사화집((詞華集) '우리시대는 文學的이다'(경인신춘문학회)를 펴냈다.지난 30여년간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남녀노소,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문학청년의 등용문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지난 2010년 시 부문에 당선된 김진기씨는 당시 73세라는 응모 나이로 그해 '전국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라는 타이틀을 얻고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씨는 2012년 시집 '차우차우'를 발표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최연소 당선자는 2012년 당시 인천 강화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승혁씨로 시 '우물이 있던 자리'로 시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심사를 맡은 민용태 시인은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한 시적 감수성을 지녔다. 황지우 시인의 초기작을 보는 듯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1989년 등단한 김인자 시인은 시뿐 아니라 여행에세이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독자들과 공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인일보에 '천사의 다른 이름을 찾아서…세상의 아이들'을 연재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 독자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지난 2001년 단편소설 '금요일의 썸머타임'으로 당선된 나여경 작가는 창작집 '불온한 식탁'과 '포옹', 여행 산문집 '기차가 걸린 풍경'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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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文靑(문학청년)들이 뜨겁게 펼친… '서른두장' 꿈의 페이지 지면기사
눈을 떴다. 파란색을 약간 섞어 바른 핸디코트 벽 위에 걸린 시계로 눈이 간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부끄러움 없이 투명 유리 안에서 몸을 섞고 있다. 커튼 밑 부분을 잡고 젖혀본다. 벌어진 틈만큼 직사각형의 네모난 햇빛이 열 두 평 오피스텔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깊은 숨을 쉰다. 초등학생처럼 색색의 옷을 입은 행거에 걸린 옷걸이들이 보인다. 어젯밤 벗어놓은 흰색 원피스가 허리를 꺾은 모습 그대로 그 위에 가로질러 누워있다. 원피스를 내려 기다란 타원형의 전신거울로 다가가 몸에 대어본다. 거울 속의 여자가 웃고 있다. 브이자로 파인 목과 민 소매, 샤넬라인의 원피스는 빛을 받아 한층 하얗다. 어제는 금요일이었다. 나는 금요일마다 나이트 클럽에 간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서. 창가에 놓인 허브는 오늘도 싱싱하다. 허브, 읊조려 본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닿을 듯 말 듯 바람이 인다. 외로움의 냄새를 잡아먹는 향이라고 주문을 걸며 사다놓은 허브가 바람에 무게를 실으며 하느작거린다. 몸을 일으켜 싱싱한 허브잎사귀를 똑, 똑 소리나게 딴다. 파인애플민트향의 허브가 물 속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녹색 향을 뱉기 시작한다.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초록빛 허브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남은 허브잎사귀를 욕조에 떨어뜨리고 더운물을 받는다. 수증기가 올라오는 욕조에 소금가7루를 솔솔 뿌려 넣는다. 거실바닥에 신문을 길게 펼친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신문보기다. 손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 스포츠란까지 꼼꼼히 읽는다. 신문 귀퉁이 박스란에 구스타프 말러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릴 때의 반복되는 정신적 외상은 뇌의 발달에 영향을 주어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증상'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외상을 극복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수단중의 하나가 '반복 강박'이다. 두려움의 대상과 관련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는 집착 행동이 반복 강박이다. 구스타프 말러는 작곡가다. 십사 형제의 둘째로 태어나 아홉 명의 형제가 반복적으로 죽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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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한순간 해변 지면기사
검은 얼굴의 아이가 있어 조류를 타고 해변까지 밀려온 대륙의 아이가 있어 뿔뿔이 흘러가는 하늘에 흰 수리는 원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어거듭 얼굴이 풀어져 뭍으로 오르려는 눈꺼풀이 흩어져 반복의 역사는 번복되는 아이들로 가득해창창한 것은 꿈의 세계야 검은 눈물로 적셔지는 땅도 있어 우리에게 바다는 수평선 너머에도 있지만 아이에겐 수평선 너머의 바다엔 해변이 없어불시에 버리고 온 대륙처럼감은 눈 속에서 모래 언덕이 푹푹 꺼지고 있어반신반의 하는 얼굴이 있어간절함은 체험이 아니야 찢기는 세계에 발을 담그면 붉은빛의 인내가 필요해국경을 물고 가는 새야하늘을 균일하게 나누면 새들로부터 망명한 낙원이 있을까한참을 뛰어가도 숨이 차지 않는 해변이 있어검은 얼굴의 아이가 부르던 난민의 노래가 밀려나가는[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한순간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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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린을 찾아가는 길 지면기사
돌풍의 시작은 '2041년에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의 글 '과거 속의 후회! 미련! 아쉬움! 잠시나마 날려버리세요!'아이엠 트립의 광고문구가 입에 텁텁하게 남아 맴돌았다필립은 요즘 '아이엠 트립(IM Trip)'에 푹 빠졌다. 아이엠 트립은 일종의 환각제였다. 영어 단어 이매지너리(imaginary)의 앞 글자 두 개를 따서 붙여진 이름인 만큼 말 그대로 '상상의 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약이었다. 아이엠 트립이 처음으로 시판된 건 이천 오십 칠년이었는데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광고를 본 대중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광고 문구는 대략 이랬다.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과거 속의 후회! 미련! 아쉬움! 잠시나마 날려버리세요!' 약을 복용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잠들기 전 캡슐 형태의 아이엠 트립을 하나 먹는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장면을 집중하여 떠올린다. 그러면 잠이 드는 동시에 그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연히 실제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타임 워프 개발은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미진했다.) 아이엠 트립이 선사하는 상상 속의 과거는 굉장히 현실 같았다. 보통의 꿈처럼 맥락 없이 끊어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생생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냄새, 맛, 촉감까지도. 그렇게 선연하게 재생되는 과거의 어느 날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번 살아보는 것. 그게 바로 아이엠 트립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학적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결론이 났다 할지라도, 그리고 국가가 허락하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환각 작용이 주된 효능이었기에 아이엠 트립은 출시되자마자 많은 비난을 받았다.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 몇 가지 마약이 합법화된 뒤로 아이들도 쉽게 그것을 구할 수 있게 되어 환각으로 인한 교내 사건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던 차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USNS(United Space Network Service)를 이용하여 종로 근처의 아이엠 트립 본사 앞에서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SNS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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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소감]이명선, "홀로 서기를 마무리하며" 지면기사
며칠째 계속되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었습니다. 당분간 한랭전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선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안도합니다.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을 때 저는 안도합니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겨울 들어 처음 올려다봅니다. 시립니다. 시린데 온몸으로 퍼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뜨겁기 때문입니다. 눈이라도 펑펑 내린다면 더 시린 하늘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려는 충동이 일 것입니다. 듣고 있던 노래의 볼륨을 더 줄입니다. 아예 들리지 않는다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걷다 보면 물 위거나 구름 위였습니다. 빠지거나 떨어질 수 있는 불편에 대한 직감으로 자주 붉거나 창백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낀다는 것이 평범이라는 걸 알지만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나 봅니다. 그래서 늘 혼자 지냈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자주 모자를 썼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면 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제가 보고자 하는 것들에서 가려질 것 같았습니다. 어떤 욕망도 제 것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을 때 저는 안도합니다. 저의 하루는 단순했습니다. 온종일 음악을 들으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중얼거리다 보면 모든 중얼거림은 저에게로 다시 되돌아오곤 하였습니다. 되돌아오는 중얼거림을 언제부턴가 받아 적었습니다. 혼자 지내는 일치곤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순간 혼자 중얼거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작정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여전히 없었습니다.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걸어가야겠습니다. 그 길을 내주신 경인일보사와 저의 중얼거림을 받아주신 심사위원님께 큰절 올립니다. 저에게 최초로 시를 보여주고 시의 길을 내준 이돈형 시인과 시의 날개를 펼치게 한 김지명 시인께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쓰겠습니다. 이 말이면 될 것 같습니다. 늘 애틋하게 지켜봐 주는 이종영, 이영선, 이영예, 김병찬 그리고 끝끝내 사랑인 재인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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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홍정선 평론가·이인성 소설가, "정체성·존재에 대한 묵직한 성찰" 지면기사
"SF적인 요소를 넣어 재밌으면서도 삶에 대한 근원적 문제에 접근하는 작품"'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린을 찾아가는 길'에 대해 등단작품이라고 보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호평을 내놓으며,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심사위원들은 총 148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18편의 소설을 두고 별다른 의견차 없이 이중 5편을 다시 추렸다. 최종 심사에는 '린을 찾아가는 길' 외에도 '매일 빌리는 남자' '세신' '호랑나비와 춤을' 등 실험적 도전부터 정통 소설문법에 충실한 작품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이 올라왔다.먼저 '세신'은 화자를 관(棺)에 두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독특한 관점으로 풀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흘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호랑나비와 춤을'의 경우는 밑바닥 삶의 씁쓸한 풍경을 객관적 시선으로 담담하게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매일 빌리는 남자'는 표절이 표절이 아니라 일종의 패러디나 오마주로 받아들여지는 아이러닉한 상황을 풍자하는 데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나 서술 방식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한계가 지적되었다.심사위원들은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민자의 삶이나 청년실업, 동성애 등 여러 세태를 반영하는 소설들이 다수 투고됐지만 문학적으로 설득력을 갖춘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문학적 실험이나 활기, 자신의 문학적 세계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의지 등을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린을 찾아가는 길'에 대해 기억을 자기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해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유발시키려는 주제의식부터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꿈속으로 여행을 하면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려 하지만 그것이 결국 가짜라는 반전을 통해 현실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밀도 있는 구성과 세련된 문장으로 시종일관 독자를 사로잡는다고 호평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은 소설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고전에 대한 독서를 권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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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절제·인내로 묘사한 인류의 비극" 지면기사
"비극적 상황을 절제와 인내로 직시한 작품"이명선 당선자의 '한순간 해변'은 지난 2015년 9월 시리아 난민 아이의 죽음을 소재로 인류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비극을 그리면서도 인내와 절제가 미덕인 시 세계를 펼쳤다고 평가했다.총 1천158편이 접수된 '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본심 심사위원들은 18편의 시를 골라 평가했다. 이 가운데 4편이 당선작 후보에 오르며, 심사위원의 매서운 심사대에 올랐다.'한순간 해변'과 '익투스' '수수께끼 나라의 첫 인사법' '미역국을 삼킨다는 것', 등이 당선 경쟁을 벌였다. 우선 '미역국을 삼킨다는 것'은 의미가 함축되도록 말을 활용하는 솜씨가 두드러진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을 사로잡았다. 시상을 단단하게 다뤄본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심사위원들은 섬세하게 형상화하는 작업이 아쉬웠다고 평했다.종교적인 느낌이 강한 '익투스'는 시를 조여내는 실력, 한 편의 작품을 완성시키려는 의지가 읽히는 작품으로 잘 조정된 시적 발화를 보여줬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수수께끼 나라의 첫 인사법'은 시문이 유려하고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자웅을 겨뤘다.본심 심사위원들은 '한순간 해변'의 이명선 당선자가 당선작 외에도 응모한 시가 고루 상당한 실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좋은 시인을 발굴했다고 입을 모았다.반면 심사위원들은 응모자들이 실험적인 작품쓰기에 주저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시에서 사유의 날카로움이 드러나지만, 대체로 서정적인 작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들은 가족과 개인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진 것이 각박한 현실 속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법을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했다.마지막으로 시인을 꿈꾸는 응모자들에게 시를 통해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 가려는 노력을 당부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김명인 시인(왼쪽)과 김윤배 시인(오른쪽)이 2018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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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접수 완료]국내·외서 모여든 1306편 작품… 남녀노소 마침표 없는 문학열정 지면기사
시 부문 1158편 ·소설 부문 148편 어머니·나이듦·풍경등 소재 많아'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 1천158편, 단편소설 148편 등 총 1천306편이 접수됐다.지난 1987년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경기·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달 1일부터 한달여간 공모를 받아 지난 2일까지 2개 부문의 접수를 완료했다.이번 신춘문예는 등단을 꿈꾸는 예비 문인은 물론 기성 문인들도 문을 두드렸으나 기성 문인들은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응모자들은 10대에서 70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문학에 열정을 지닌 참가자들이 전국에서 지원했다. 해외 응모자들도 줄을 이었는데 중국, 미국은 물론 저 멀리 탄자니아에서도 원고를 보내왔다. 직업군도 다양해 학생, 군인, 목사, 대학교수, 경비원을 비롯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도 예비 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의 경우, 총 287명이 응모했으며 최연소 16세~ 최고령 72세였다. 특히 올해는 50대인 1960년대생 응모자의 비중이 높았다. '어머니'나 '나이듦' '꽃이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고, '세월호'를 주제로 한 작품도 여럿 눈에 띄어 세월호 침몰 사고가 여전히 우리 국민들에게 가슴 아픈 일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단편소설은 총 144명이 원고를 보내왔으며, 이 역시 60년대생들의 참가가 돋보였다.신춘문예 당선자는 1·2차 심사를 거쳐 선정하며, 당선자와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자 지면에 발표된다. 단편소설은 상패와 상금 500만원, 시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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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최은·시-성영희' 수상 지면기사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9일 오후 경인일보 수원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단편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방민호 평론가, 김별아 소설가,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신달자 시인, 유성호 평론가와 송광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및 임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신달자 시인은 축사를 통해 "문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신춘문예처럼 화려한 등단은 없겠지만 지속적인 격려와 응원을 받을 수는 없어 오히려 등단 후의 길이 외로워지기도 한다"며 "그러나 그 외로움은 오히려 글을 쓰기 위한 자산이 될 수 있으니 오늘의 큰 기쁨을 내면에 간직하고 정진하기 바란다"고 당선자들을 격려했다.단편소설 '켄의 세계'로 당선된 최은씨는 "재능이란 선척적이기보다 발견되고 선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를 뽑아주신 분들이 후회하시지 않도록 증명해 보이겠다"는 소감을 남겼다.시 '미역귀'로 당선된 성영희씨는 "여기까지 오는 오랜 시간동안 힘이 돼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송광석 사장은 "훌륭한 작품을 보내주시는 많은 독자 여러분들, 심사위원분들께 모두 감사하다"며 "당선자 분들이 오늘을 시작으로 꿈을 널리 펼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9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단편소설 '켄의 세계'로 당선된 최은(왼쪽)씨와 시 '미역귀'로 당선된 성영희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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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최은(단편소설)·성영희(시) 당선 지면기사
■ 단편소설=켄의 세계(최은) ■ 시=미역귀(성영희)■ 심사위원=소설 : 김별아 소설가·방민호 평론가, 시 : 신달자 시인·유성호 평론가※시상식은 1월 9일(월) 오후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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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작/최은 '켄의 세계' 지면기사
켄이 보따리장수처럼 초라한 진심을 늘어놓은 것을 후회하기도 전에여자들은 옷을 재빨리 꿰어 입고 그 방을 떠났다바비에겐 다른 공기가 있었다, 승려처럼 성냥탑 쌓기에 열중하는…켄은 바비의 몸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버린게 두려웠다연희가 진정 바라는 건 충실한 신하인지 증명해보라는 성의일 것이다하지만 성형이라니… 카페 유리창 건너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나보다 갸름했고, 피부가 희었고, 생각해보니 코도 더 얄쌍했다귀족적 아이덴티티까지 코히시브젤처럼 이식할 병원을 알아봐야겠다진한 커피는 꼭 사약 같다. 켄은 사극에서 머리를 산발한 죄인들이 들이키는 흰 사발을 떠올리며, 진갈색 액체를 머금었다. 윽, 재떨이 헹군 물 같군. 감각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아직은 본능적으로 단 음료가 더 끌린다는 자각에서 켄은 거꾸로 자신의 나이를 상기한다. 달콤한 카페모카. 부드러운 카푸치노.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 상큼한 생과일주스. 커피 전문점에 파는 음료는 많고 많지만, 그게 그거다. 커피들의 이름은 외우긴커녕 틀리지 않고 발음하기도 힘들게 길지만, 어차피 모두 에스프레소 원액에 시럽을 넣거나, 휘핑을 얹거나, 캐러멜 드리즐을 뿌린 것들이다. 여자처럼. 켄은 여자의 머리가 길건 짧건, 치마건 바지건, 붉은 입술이건 맨 입술이건 기억하지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켄은 한 달 30일 중 29일은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때론 에스프레소 도피오 따위를 말할 때도 있다. 그건 그냥 그날의 날씨가 꿀꿀하기 때문인데, 같이 밤을 보낸 여자는 말한다. 켄, 넌 뭘 좀 아는구나. 켄이 대꾸 없이 입에 옅은 미소만 건 채 침묵하면, 여자들은 초조해하며 "출장 가서 특산물을 좀 샀어. 택배로 보내줄게." "쇼핑하던 차에 하나 고른 거야. 부담 갖지 마." 따위의 말들을 보따리장수처럼 너절하게 늘어놓는다. 켄에게 그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파는 지하철의 할머니들이다.그에게 진정한 오르가즘이란 한 달에 딱 하루,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간 커피를 마실 때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그걸 자주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단 커피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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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소감/성영희 지면기사
당선통보를 받는 순간 일생을 통틀어 가장 즐거운 귀를 경험했습니다. 수화기 반대쪽 귀를 다른 한 손으로 감싸며 이 순간이 제발 꿈으로 빠져 나가지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깜깜하게 닫혀 있던 귀를 열고 그 안쪽에 싱싱한 해조류 한포기 착생하는 듯 짭조름한 눈물이 고였습니다. 돌에서도 꽃이 필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미역귀, 바짝 마른 미역귀를 물에 담그면 양푼 가득 푸른 바다는 수돗물에서도 탱탱하게 부풀곤 했습니다. 그건 마지막 숨결들을 풀어 놓는 일, 마르기 전의 물살을 기억해내는 일이었습니다. 제 몸을 원래대로 부풀리는 일, 잊지 않겠습니다. 시란 세찬 물길 속에서 소용돌이로 붙어사는 미역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흔들릴수록 어지럽고 어지러울수록 세찬 파도가 더욱 그리운 돌미역 같은 것. 귀를 잃고 난청을 앓는 돌과 바짝 마르면서 웅크린 미역귀처럼 다시 파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최종심에서 탈락하면서 깜깜하게 닫혀가던 내 귀에 천 번은 더 흔들려야 비로소 한 줄기 물살로 피어나는 미역귀처럼, 귀를 열고 다시 겸허해지라는 파도의 전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일은 뒤늦은 세례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길고 험한 파도를 지나 기도하는 삶을 선택한 저에게 찾아온 응답이 순은으로 아름답군요. 부족한 시를 끝까지 놓지 않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경인일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시 쓰는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시며 마지막손을 꼭 쥐어주셨던 아버지와 홀로 남으신 어머니께 가장 먼저 이 영광을 드립니다. 시 쓴다고 아내로 엄마로 부족하기만 했던 저에게 묵묵히 응원의 힘을 실어준 남편과 딸 다영이와 아들 연욱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하며 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신 문우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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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시 심사평/신달자 시인·유성호 평론가 지면기사
바위·미역이 엮은 바다풍경 '우리모습'2017년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다. 그 매체적 위상이 하루하루 높아져가는 경인일보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투고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부쳐진 작품들을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많은 작품이 만만찮은 안목과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시단에서 주류를 형성한 시풍을 답습하거나 판박이에 가까운 관습적 언어를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심의를 쏟은 것도 썩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시의 좌표를 새롭게 개척해가려는 생성적 면모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해서 읽은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강성애, 고은진주, 김기란, 김문숙, 나혜진, 성영희, 오세정, 이동우, 임상갑, 하예주 씨 등이었다. 오랜 토론과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영희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당선작으로 결정된 성영희 씨의 '미역귀'는,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줄기의 외관과 생태와 속성을 활용하여 인생론적 깊이를 드러낸 수작이다. '귀'로 살아가는 미역은 비록 깜깜한 청력을 가졌을지라도 언제나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이다. 그런데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난청을 앓게 되고, 그렇게 바위와 미역이 구성하는 바다 풍경이 잠에서 깬 귀를 열어 다시 햇살을 읽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쫑긋쫑긋' 삶의 이치를 듣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은유해준다. 다른 출품작들도 균질적인 성취를 보여 크게 믿음이 갔다. 더욱 성숙한 시편들로 경인일보의 위상을 높여주기 바란다.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구체성과 심미성을 갖춘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미학적 성채를 구축한 사례를 많이 발견하였다는 점을 덧붙인다. 대상을 좀 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하여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많았다. 다음 기회에 더 풍성하고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이번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마음 깊이 당부 드린다.■심사위원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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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심사평/김별아 소설가·방민호 평론가 지면기사
신인의 패기 '호스트바' 정면으로 다뤄"욕망과 교환의 세계를 묘파한 수작."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심지어 일말의 개연성도 없이 지독히 작위적인 하급이다. 이런 마당에 기어이 쓰는, 쓸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니! 161편의 응모작 중 심사자들이 마지막에 논의한 작품은 4편이다. '시취의 기록'은 문장이나 표현은 안정적이나 소재들이 분산되어 명료한 주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불분명한 복선 등 혼란스러운 디테일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초대'는 안정된 문장에 소설적인 구조를 갖췄으나 결말 처리가 미흡하고 주제가 이야기를 앞서 끌고 나가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포근하고 복슬복슬한'은 있고도 없는 '토끼'를 잡는 헛짓을 통해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허상을 드러낸 우화다. 일단 잘 읽히고 세부적인 장면 묘사가 생생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논리의 야만성을 드러내기에는 비유와 상징이 허술하고 철지난 것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켄의 세계'는 이를테면 황석영의 1974년 작 '장사의 꿈'의 2016년 판으로, 근래에 뜻하지 않게 온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엿보게 된 '호스트바'와 '선수'의 세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전망과 출구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욕망과 교환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파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인다운 패기와 신인답지 않은 성실성이 당선작으로 결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세상은 중하고 급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고 많은 소설들이 세상보다 뒤처진 채 허덕거린다. 시대와 세태의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하는 촉수를 곤두세우고 다만 반걸음이라도 세상을 앞서 나가려 애써야 마땅할 터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당선자를 포함한 모든 쓰는 이들의 용맹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김별아(소설가)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교수)심사중인 김별아(왼쪽) 소설가와 방민호 평론가.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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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시부분 당선작/성영희 '미역귀' 지면기사
미역은 귀로 산다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12첩 반상에 진수(珍羞)로 올려 졌다고 했던가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해초들의 텃밭 아닐까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돌의 포자인가,물의 갈기인가, 움켜쥔 귀를 놓으면어지러운 소리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결이 된다 파도가 지날 때마다온몸으로 흘려 쓰는 해초들의 수중악보흘려 쓴 음표라고 함부로 고쳐 부르지 마라얇고 가느다란 음파로도 춤을 추는 물의 하체다저 깊은 곳으로부터 헤엄쳐 온 물의 후음이긴 파도를 펼치는 시간잠에서 깬 귀들이 쫑긋쫑긋 햇살을 읽는다물결을 말리면 저런 모양이 될까햇살을 만나면 야멸치게 물의 뼈를 버리는바짝 마른 파도 한 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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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총평 지면기사
일상속 소재 끈질긴 관찰과 상상 즐겨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최은의 단편소설 '켄의 세계'와 성영희의 시 '미역귀'다.소설 심사위원들은 예·본심 모두 고심을 거듭했다. 160여편의 원고를 거듭 살펴본 후에 '켄의 세계'를 선택했다. 방민호 심사위원은 "자신의 세계를 잘 세워 올린 소설"이라며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했다. 당선자 최은 씨는 소설쓰기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된 신예로, 직장에 다니면서 쓰고있다. 최씨는 "출판사에 다닌 경험이 있어 책과 가까웠고, 소설강좌를 들으면서 쓰기 시작했다" 며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들 중 마음에 담기는 것에 상상력을 더해 소설로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시부문 당선자 성영희 씨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시쓰기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라며 "현재는 국문학 공부를 하며 시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소재로 한 생활시를 즐겨 쓰던 그는 식탁 위에 오른 미역귀를 끈질기게 관찰하고 상상했다. 성 씨는 "고향이 바다라 바다를 소재로 한 시가 많았다. 바다에서 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시에 담겼다"고 말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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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소감/최은 지면기사
정신없이 바쁘던 오후, 진동하는 핸드폰을 보고도 못 받았다. 일하는 데가 창구라 개인 전화는 편히 못 받는 편이다. 곧이어 울리는 회사 전화는 재깍 받아, 매번 하는 똑같은 멘트를 읊었다. 말하며 그간 신문사 기자 고객은 못 접해봤다고 생각하는데, 당선 소식이었다. 그날 오후는 업무 실수를 하지 않았나 두 번, 세 번 살펴봐야 했다. 대학 졸업 후 어떤 식으로든 거의 쭉 돈을 벌어왔다. 모든 사회인이 그렇듯 때론 똥밭을 구른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이 좋았다. 자신의 어떤 것을 세계에 내다 팔며 자기를 먹여 살리는 일은 그 자체 지고의 예술이다. 운 좋게 진짜 예술의 영역에 첫 발을 내딛게 됐지만, 평범한 직장인일 수 있는 사람이 예술도 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은, 좋은 글은 눈먼 채 천상을 더듬는 태도가 아닌 눈이 빠질 정도로 세상을 노려보고, 때론 흙바닥에 혀를 대는 용기이기 때문이다.설탕과자 같은 글, 반대로 단순한 천박과 잔인을 쿨함이라 착각하는 글, 남들 다 살기 힘든데 자기연민이 뚝뚝 흘러넘치는 글, 자족이 소통보다 앞서는 글, 쓰나마나한 글은 안 쓸 거다. 이 화려한 영상 시대에 글이라는 지난 세기의 표현 방식을 붙들고 있다는,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좌표 파악에서 늘 출발할 것이다. 기계처럼 바지런히 써 석(石) 중에 옥(玉)을 독자 분들께 최대한 빨리 내밀고 싶다.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강영숙 선생님,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