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

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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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악질 민원
    참성단

    [참성단] 악질 민원 지면기사

    악질 민원인들의 행태가 금도를 넘은 지 오래다. 대민업무를 하는 행복민원실은 공포민원실이 됐다. 드러눕고 소란을 피우는 건 예사다.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지르기도 한다. 염산테러로 얼굴에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항의는 밤낮이 없다. 새벽에 숙직실로 전화를 걸어 고함을 쳐댄다. 이쯤 되면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경찰이 돈 받고 증거를 인멸했다.” 인천의 50대 A씨는 지난 1년간 112에 388번이나 거짓 신고를 했다. 사건이 원하는 대로 처리되지 않고 종결됐다고 앙심을 품었다. 국민신문고에는 786회 진정 폭탄을

  • [참성단] 교황 프란치스코의 기도
    참성단

    [참성단] 교황 프란치스코의 기도 지면기사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려면 지하철에 끼여서 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 밀면 밀려도 봐야 한다. 대중이 사는 걸 똑같이 살아봐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프란치스코는 추기경 시절 전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다. 교황이 된 뒤에도 전용차 파파모빌레(Papamobile)를 거절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아픔이 있는 곳을 향해 기도했다. 교황 즉위 후 아시아 첫 방문지로 온전히 한국을 택했다.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 지난 때였다. 위로는 간절한 곳에 임했다. 기도의 응답

  • [참성단] 불황 속 천원
    참성단

    [참성단] 불황 속 천원 지면기사

    천원짜리 지폐가 태어난 지 50년 됐다. 가치가 가장 떨어지는 막내 지폐지만, 1975년 당시에는 ‘그깟 천원’이 아니었다. 버스(30원)를 타고 극장에 가서 영화(500원)를 본 뒤 짜장면(150원)을 먹어도 320원이 주머니에 남았다. 택시 기본요금이 200원, 지하철 1호선 기본요금은 30원이었다. 천원으로 라면 10개를 살 수 있던 시절이다. 50년이 지난 2025년은 천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만원으로도 밥 한 끼 사먹기 빠듯하다. 냉면 한 그릇이 만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고, 짜장면도 8천원이다. 편의점을 가도

  • [참성단] 제암리, 기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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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제암리, 기억하고 기록하다 지면기사

    “초가 교회에 끌어넣고 불을 지르며 총을 쏘아 무차별하게 생명을 빼앗아간 집단학살이었다. 공포와 위협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은 마구 쏘아대는 흉탄과 타오르는 불길에 육신을 잃는 생죽음을 당했지만 독립을 위한 그들의 영혼은 결코 잿더미에 묻히지만은 않았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화성 향남면 제암리는 학살의 표적이 됐다. 그해 4월 15일 일본군은 “발안장터에서 심하게 매질한 것을 사과하겠으니 모여달라”고 속였다. 일하던 농민들이 제암교회 예배당에 들어서자 밖에서 못질하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

  • [참성단] 경기인디시네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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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기인디시네마관 지면기사

    “뭉치면 살벌하고 흩어지면 살만하다.” 대가족의 스펙터클한 붕괴를 담은 영화 ‘장손’.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스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이뿐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추락의 해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도 있다. ‘경기인디시네마관’에서 주목받는 독립예술영화 10편이 절찬 상영 중이다. 5천원만 결제하면,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다. 일반 티켓값 1만4천원에 비하면 파격 혜택이다. ‘경기

  • [참성단] 관세폭군 트럼프
    참성단

    [참성단] 관세폭군 트럼프 지면기사

    ‘저기에 불을 뿜는 화산이 있습니다. 맥도날드섬의 이름을 와퍼섬으로 바꿉시다’. 지난해 등장한 버거킹의 도발적인 캠페인이다. 수십년간 맥도날드만 두들긴 버거킹의 트롤마케팅이다. 경쟁사를 의도적으로 조롱해 이슈를 만드는 판매전략이다. 이름마저 비슷한 도널드 트럼프가 맥도날드섬을 재소환했다. 펭귄만 사는 무인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펭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졌다. ‘관세 반대(NO TARIFFS)’ 피켓을 든 펭귄들이 시위를 한다. 관세율표를 본 펭귄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 [참성단] 당근의 배신
    참성단

    [참성단] 당근의 배신 지면기사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청소기 싸게 팔아요.” “다음 달 이민 가서 급히 가전제품 정리합니다.” “민트급(상태 좋은 제품) 명품 반값 처분합니다.” 매수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들이다. 악성 사기수법이 중고거래 플랫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다른 스마트스토어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등록한 뒤 ‘당근’ 판매글에 URL 링크를 첨부한다. 시세를 부풀려 비싸게 팔려는 속셈이다. ‘문고리 거래(현관문에 물건을 걸어두는 방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집 주소를 알려주고 상품 사진을 보내 의심을 피한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선입금을 요구

  • [참성단] 지역특산물 삼켜버린 괴물산불
    참성단

    [참성단] 지역특산물 삼켜버린 괴물산불 지면기사

    송이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선약(仙藥)으로 대접받았다. 고려 시인 이규보는 ‘신선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칭송했다. 향년 83세 조선 최장수 임금인 영조는 송이를 꿩고기·복어·고추장과 함께 ‘4대 별미’로 꼽으며 귀히 여겼다. “송이를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챙이에 꿰어서 유장을 발라 반숙에 이르도록 구워 먹으면 채중선품(菜中仙品)이다.” 당대 의관이던 유중림이 ‘증보산림경제’(1766·영조42)에서 송이의 음식궁합을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닐 테다. “3대째 송이 산을 운영해 왔는데 제 대에 와서 완전히 타버렸네요.” “평생 먹

  • [참성단] 서해수호 영웅들
    참성단

    [참성단] 서해수호 영웅들 지면기사

    2002년 6월 29일, 한일월드컵 4강전이 열리는 날 아침이었다.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남북 간 충돌이 일어났다. 북한 함정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정을 공격했다. 함포·기관포를 주고받는 치열한 격전으로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 등 6명이 전사했다. 북한군도 13명 사망, 25명 중상으로 피해가 컸다. 국방부는 2008년 4월 서해교전에서 ‘제2연평해전’으로 명명했다. 2010년 3월 26일 고요한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업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침몰했다.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

  • [참성단] 환갑의 산불진화대원
    참성단

    [참성단] 환갑의 산불진화대원 지면기사

    도깨비불이 날아다니고, 능선을 따라 불길이 무섭게 번졌다. 신라고찰은 전소됐고, 마을은 화마에 포위돼 잿더미가 됐다. 신목으로 여기던 900살 은행나무도 까맣게 탔다. 화마는 주택·창고·공장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삼켰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 이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 23일 하루에만 31건에 달한다. 경기·인천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평·여주·화성·동두천·연천·인천 경서동 야산 등 곳곳에서 불이 났다. ‘초여름 같은 봄날씨’ 예보는 불길했다. 봄철에는 한반도 남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