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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부 잘하는 약'은 없다 지면기사
한때 총명탕(聰明湯)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수험생 자녀에게 꼭 챙겨먹여야 할 필수템으로 각광받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능가하는 교육열과 동양 최고의 의서 '동의보감' 프리미엄이 붙어 학습 증진약으로 과대포장된 탓이 크다. 하지만 허준은 동의보감에 백복신(白茯神)·석창포(石菖蒲)·원지(遠志)로 지은 총명탕을 다망(多忘) 즉 건망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기록했을 뿐이다.요즘은 총명탕도 모자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 처방 환자 수를 육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을 보면 상반기에만 25만6천848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28만663명의 91.5%에 달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10대 이하 환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이하 남성이 8만5천106명, 10대 이하 여성이 3만2천780명이다. 10대 이하 남성은 전 연령 남성중에서 최다, 10대 이하 여성은 20대 여성 다음으로 많았다.지난 9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는 온라인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버젓이 유통됐다. 8월 '수험생 관련 식의약품 부당광고 및 불법유통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마약류 불법 유통사례는 총 669건이나 된다. 지난해 수능 직전 점검했을 당시 적발된 200건보다 3.4배나 많다.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고3은 3고(苦)에 긴장한다. 역대급 폭염으로 학습 능률은 떨어졌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상위권 N수생의 대거 도전장, 졸업생 지원자가 16만명을 넘었다니 말이다. 학부모와 수험생을 현혹하는 '불안 마케팅'이 기승을 부릴 환경이다.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오남용하면 두통·불면증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심각한 경우는 환각과 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약물에 기대 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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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탈북민 지면기사
사선을 넘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올 3월 기준 3만4천121명에 달한다. 지난 8월 강화군 교동도로 부자(父子)가 귀순했는데, 의족을 찬 '영예군인' 아버지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말았다. 특별대우를 받는 '영예군인'조차 탈북할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016∼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 중 7명(72.2%)은 탈북 전 1년간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고질적 경제난 속에 북한의 배급 체제가 붕괴된 지 오래다.탈북민은 정보 당국의 조사를 거쳐 안성·화천에 위치한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12주 과정의 사회 적응 기초교육을 마치면 초기 정착지원금 1천만원을 받게 된다. 2022년까지 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00만원, 올해 1천만원으로 인상됐다. 내년에는 1천5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 지급된다. 설상가상 하나원을 나오자마자 탈북 브로커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착금을 내어주면 빈손이다. 주거 알선 등 도움을 받지만 무한 경쟁사회는 가혹하고 냉정하기만 하다.30대 탈북민 A씨가 1일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실패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파주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 남단까지 내달렸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의 제지도 무시한 채 버스를 몰다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결국 A씨는 절도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0여년 전 탈북해 서울 신림동에서 살던 A씨는 "남한살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단다.국가인권위원회 '2023 북한이탈주민 위기가구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차별 등 무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답은 31%에 그쳤다. 또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6.2%나 됐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12~2022년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민은 31명이다. "탈북민은 한국인,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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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포의 경인아라뱃길 지면기사
한강과 서해를 뱃길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운송하던 조운(漕運) 항로인 염하는 폭이 좁은 데다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은 '배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험했다. 안전한 조운항로가 필요했을 법하다. 고려 고종 때 인천 가좌동 부근 해안~원통현~굴포천~한강을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를 시도했다. 하지만 원통현 암석층을 뚫지 못해 좌절됐다. 이후 1966년 서울 가양동~인천 원창동 율도 구간, 1995년 경인운하사업도 경제성 논란으로 멈췄다.숱한 곡절 끝에 경인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은 2012년 5월 개통됐다. 행주대교 인근 아라 한강갑문에서 시작해 김포·인천 계양구를 거쳐 인천 서구를 통해 바다에 닿는다. 상전벽해를 이룬 국내 최초의 내륙 운하, 요트가 떠있고 문화축제가 풍성한 온 가족의 힐링공간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아라뱃길의 수난은 개통 당시부터 계속됐다. 2조원 넘게 쏟아부었는데 항만물류 실적은 겨우 8%에 그쳤고, 관광객도 없고 쓰레기 수송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개통 1년 만에 운하에 설치된 교량들은 '자살다리'라는 오명이 붙었다. 2016년 6월 목상교 인근에서 머리 없는 시신이 떠올랐는데, 국과수는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발견된 30~4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미궁에 빠졌다. 최근에는 지난 21일 수로에서 1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17일에는 굴포천 1교 물가에서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고, 훼손 시신 일부는 나흘 뒤 다남교 인근에서 추가로 떠올랐다.아라뱃길은 인적이 드물어 자살이나 범죄에 취약하다. 다리 15곳 중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안전난간이 설치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사건을 감시하는 CCTV는 겨우 27대, 1.5㎞에 한 대꼴이다. 발견된 시신은 2021~2023년 3년간 15구, 올해만 벌써 10구에 이른다. 심각한 상황에 비해 너무나 안이하고 허술한 대책이다.아라뱃길의 '아라'는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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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기자협회 초청 방한 불가리아기자협회 대표단 4인
한국기자협회(회장·박종현) 초청으로 방한한 불가리아기자협회(회장·스네자나 토도로바) 대표단이 경인일보를 방문했다. 대표단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경기도 수원과 김포 일대에서 취재활동을 벌였다. 불가리아 대표단은 게오르기 게오기에브 일간지 '잼야' 편집부국장을 단장으로 데시슬라바 페트코바 '카잔루크' 기자, 탄야 글루흐체바 '두마' 국제부 기자, 스토얀 일코프 '24시' 국제부 기자로 구성됐다. 대표단은 24일 오전 홍정표 대표이사 사장 등 경인일보 임원진과 간담회를 가진 뒤 편집국과 디지털콘텐츠센터, 자료실 등을 견학했다. 대표단은 지면과 온라인 콘텐츠의 운영, 옛 신문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등에 대해 실무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단은 경인일보 자료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화성행궁의 역사와 남북 관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대표단과의 일문일답. △ 대표단 모두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직접 경험한 한국은 어땠나. - 데시슬라바 페트코바 '카잔루크' 기자=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읽었다. '행복의 나라, 한국'이라는 책이다. 한국 사람들은 심성이 밝고, 손님들을 영접하는 데 정성을 다하며 준비성도 철저하다고 쓰여있었는데 정확히 맞았다. 방문하는 곳마다 환대해 줘 매우 감사하다. - 스토얀 일코프 '24시' 국제부 기자=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리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한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과 가전제품 등을 통해서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앞서 나가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 'SIM'을 방문해보니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화성행궁에서 한복을 체험하고 정조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된 소감은. - 탄야 글루흐체바 '두마' 국제부 기자= 빛깔 고운 한복을 입고 행궁동 공방거리를 거닐 때 정말 즐거웠다. 옷감이 가볍고 빛깔이 곱다. 한복을 입는 자체로 행복감을 느꼈다. 또 정조대왕의 화성 축성과 리더십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혜경궁 홍씨에 대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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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애기봉에 선 불가리아 기자들 지면기사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 보이는 산천은 의구하기만 한데 지척의 고향은 세상 어디보다 멀기만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기슭에서 자맥질을 하면 금방이라도 유도(留島)를 지나 내 고향에 닿을 듯하고 마근포, 조강포에서 배를 띄우고 뱃소리 한가락 마칠쯤이면 마중해서 뛰어나오는 혈육들을 볼 수 있을 듯한데…'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한마음 비문> 중에서김포시 월곶면 조강(祖江)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한데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 하류의 끝 물줄기다. 조선시대 조강 지역은 진상품과 물목을 실은 세곡선이 김포 주변 19개의 포구와 나루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100가구 넘게 북적이던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1953년 정전협정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지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고향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애기봉 전망대는 하성면 가금리와 조강리의 경계인 154고지에 1978년에 세워졌다.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와 기생 애기의 사랑과 이별 설화로 유명한 애기봉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지금도 서부전선의 최일선으로 해병부대가 경계 근무 중이다. 적막해서 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축물이 어우러져 2021년 10월 평화의 가치를 담은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지난 23일 조강전망대에서 외국 기자들이 북녘땅을 바라봤다. 한국기자협회 초청으로 방한한 불가리아기자협회 대표단이다. 조강 너머 북한 개풍군 산과 논이 손에 닿을 듯하다. 불과 1.4㎞다. 일간지 '잼야'의 게오르기 게오기에브 편집부국장은 "불가리아도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7년간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을 꼭 취재하고 싶었다"면서 "코앞의 땅을 갈 수 없는 대치 상황과 실향의 아픔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토얀 일코프 '24시' 국제부 기자는 "외신으로만 접했던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정치·외교·사회 갈등으로 평화통일의 소망이 좌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기봉 평화의 종은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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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장기 실종 지면기사
1981년 8월 2일 고석봉군, 1997년 4월 20일 김하늘군, 1999년 2월 13일 송혜희양, 2005년 12월 27일 정창근씨…. 하루아침에 가족이 증발한 듯 사라진 그날 그 시간에 삶이 박제된 사람들이 있다. 가족의 사망을 마주했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면 받아들이는 수용단계가 온다. 반면 실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장기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의정부2동 서초등학교 앞에서 놀던 4살 하늘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모는 생업을 포기하고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초등학교 입학통지서와 징병검사 통지서가 날아왔을 때, 해마다 명절과 생일이 돌아오면 억장이 무너졌다. 가정은 파탄 났고 몸과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갔다.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던 여고생 혜희 양은 평택 도일동 하리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아버지 송길용씨는 1t 트럭에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과 사진을 붙이고 25년간 전국 곳곳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결국 딸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달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6월 말 현재 18세 이상 성인 미해결 장기 실종자는 6천809명. 실종 신고된 지 10년 넘은 장기 실종자가 3천628명, 53%나 된다. 치매환자 실종 신고 건수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만4천여건에 달한다. 아동 실종 접수 건수는 2년 연속 2만5천건, 1년 넘은 장기 실종아동은 1천336명이다. 이중 1천44명은 20년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가족의 가슴에 한으로 응어리져 있다.아동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 실종 아동을 발견해야 하는 골든타임은 3시간이다. 1만㎡ 이상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 아동이 발생하면 10분간 출입구를 봉쇄하고 아동을 찾는 '코드아담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GPS 배회감지기도 있지만 보급률은 고작 3%대다. 전국 실종수사팀 경찰도 780명 수준이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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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추석, 위기의 응급실 지면기사
추석 무렵 연례 이슈였던 차례상 물가를 제치고 올해 추석 민심의 최대 관심사는 '응급실 뺑뺑이' 의료대란이다. 조기 출산 위험이 있는 고위험 쌍둥이 임신부가 제주에서 충남을 거쳐 400㎞나 떨어진 인천 대학병원에 가까스로 이송되고, 열경련으로 위급한 28개월 아기는 11개 병원에서 거절당한 끝에 의식불명에 빠졌다. 공사장에서 추락한 70대와 온열질환 증상으로 쓰러진 40대는 골든타임을 놓쳐 숨지기도 했다.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현장의 의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한지 오래이고, 병원들은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거나 셧다운 시키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올 들어 8월 중순까지 3천597건으로 벌써 지난해의 85%를 넘어섰다."아프지 말고 다치지 마세요"가 추석 덕담이 됐다. "목에 가시가 박힐 수 있으니 생선전은 먹지 마라", "벌에 쏘여도 병원 가기 힘드니 성묘는 삼가라", "고향길 장거리 운전 교통사고 나면 끝장이다." 풍자가 아니라 현실적 공포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추석 연휴 시작 전날 교통사고는 797건으로 평소(연간 일평균 568건)보다 40%나 많이 발생한다.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만 집착, 거칠고 무능한 실행 과정으로 의료개혁 명분마저 잃을 처지에 몰렸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위기를 경고하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 좀 가보라"고 받아쳐 빈축을 샀다. 응급실에 군의관과 공보의들을 파견했지만 현장에선 무의미했다.의료계도 대책 없는 '증원 백지화'에 갇혀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급기야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조롱하고 낙인찍는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응급실 부역' 의사들의 이름과 함께 의사면허·휴대전화 번호·SNS 아이디부터 사생활 정보가 공개됐다. 또 국민을 '견민'·'개돼지'·'조센징'이라고 칭하고, "매일 1천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등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게시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의료현장에서 쫓아내야 할 패륜범들이다. 정부는 응급의료 대응 주간을 지정해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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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 지면기사
2011년 10월 27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 도중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잠시 후 어둠을 뚫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선율이 흘렀다. 19명의 시각장애 연주자는 서로의 호흡과 악기소리에 집중했고, 청중도 눈을 감고 음악과 온전히 일체됐다. 암전(暗轉)공연, 어쩌면 악보도 없고 지휘자도 없는 시각장애 오케스트라이기에 가능했던 실험이었는지 모른다. "브라비(Bravi)!" 객석은 환호와 네 번의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고, 하트체임버는 3곡의 앙코르 연주로 화답했다.기적의 하모니는 2024 파리패럴림픽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파리 샹젤리제 부근 살가보 극장 무대에 올랐다.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연주자 36명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서곡'·카미유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곡 프랑스 대표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과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청중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2006년 창단한 하트하트는 한국뿐 아니라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등 해외 무대까지 장벽이 없다.경기도가 장애인 오케스트라 '꿈의 심포니아'를 창단한다는 뉴스가 반갑다. 전국 최초 '인재 양성형' 시스템으로 연습 수당은 물론 전문 연주자의 1대 1 집중 교육도 이뤄진다. 10월 10일까지 단원을 모집하고 오디션을 통해 11월 중 선발할 계획이다. 9일 창단 발표식에서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통로를 만들어 꿈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동연 지사의 진정성에 기대를 건다.하트체임버의 한 단원은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안마사 일을 했다"고 고백한다. 장애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안 된다. 몇 주에 걸쳐 악보를 완벽하게 외우고, 한음 한음 맞춰가며 연습을 반복하는 '정공법'으로 연주를 완성한다. 조금 오래 걸리면 어떤가. 알레그로(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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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안전부스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수원의 대표 상권인 일명 '인계박스' 골목에 연두색 안전(안심)부스가 서있다. 9월 4일 저녁, 문 열린 부스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누르니 수원시 도시안전통합센터에서 즉각 반응한다. "관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관제요원의 음성이 들린다. CCTV로 부스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 관제요원의 안내를 받아 경찰이나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새벽 2시께 만남을 강요하는 남성에게 위협받던 여성이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다. 부스 안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와 소화기 두 대도 비치되어 있다. 수원시는 인계동을 포함해 곡반정동·지동·세류3동·매산동·매탄3동 각 1개, 영통3동 2개 등 총 8개의 안전부스를 운영 중이다.다른 지역의 안전부스는 어떨까. 성남 판교의 한 백화점 앞 보도에 설치된 안전부스는 한눈에 봐도 낡았다. 먼지가 수북하고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진 흡연박스 신세가 됐다. 녹슨 CCTV와 불 꺼진 비상벨은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2017년 한 민간업체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했다는데 분당구청은 관리권한도 없단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의 안전부스 역시 이름값을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비상전화기는 먹통이고 내부는 담배냄새에 찌들어있다.스토킹 범죄와 묻지마 사건이 횡행한다. 2012년 여의도 흉기 난동,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023년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은 사회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올 들어 7월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하고, 8월에는 안산에서 10대가 같은 학원을 다니는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찌르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갈수록 흉악해지는 범죄에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당연하다.안전부스는 2015년 경기도 광주 경화여고 인근에 국내 최초로 설치돼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쓸모가 약해진 공중전화 부스 활용과 강력범죄 예방이라는 '착한 컬래버'는 공감을 끌어냈다. 하지만 시행 9년 만에 대다수 안전부스는 홍보 부족과 관리 부실로 외면받는 모양새다.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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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브랜드가 된 올림픽 스타 지면기사
2024 파리올림픽이 낳은 스타 중의 스타는 수원 출신 탁구요정 신유빈이다. 15일 동안 1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바나나, 주먹밥, 납작복숭아, 에너지젤을 수시로 섭취했는데, 먹방 아닌 먹방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스타성에 민감한 CF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신유빈의 바나나맛 우유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연일 화제다. 2004년생인 신유빈이 2004년 당시 광고를 패러디하며 추억을 소환했다. "훈련 중에 출출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 나를 위해 채워 넣으셨나 보다." CM송도 직접 불렀다.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메달 세리머니에 '바나나 플릭'까지 신유빈의 매력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최초의 한국 올림픽선수 모델이 1993년 화장품 CF에 발탁된 원조 요정 현정화였다. 한 세대를 격한 현정화-신유빈의 평행이론이 신유빈의 올림픽 금메달로 실현되면 금상첨화이겠다.스타 브랜드 평판도 올림픽 영웅들이 휩쓸었다. 8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역시 1위는 신유빈이다. 임영웅(2위)과 손흥민(10위)도 제쳤다. 3위 사격 김예지, 4위 양궁 김우진, 5위 펜싱 오상욱이 뒤를 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반한 김예지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화보 모델로 나서 걸크러시의 면모를 과시했다. 3관왕 수면쿵야 김우진은 뉴스·예능 등 연일 방송계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랜드슬램 검객 오상욱도 잡지 화보와 맥주 CF로 비주얼을 인증했다.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작심 발언으로 구태의연한 체육행정에 스매시를 날렸다. 배드민턴협회는 선수들의 연봉·용품·후원까지 제약했다.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족쇄가 채워진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안 선수가 CF를 고사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선수를 제도 안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행정은 고리타분하다. 세상은 변했다. 협회는 이제라도 관습을 타파하고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올림픽 스타들은 개인 자체가 브랜드이고 인플루언서다. 포상금·연금 이상의 경제적 보상은 물론 SNS를 타고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확장됐다. 올림픽 스타들은 후배 양성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