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셜

  • [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1)] 먼 나라 이야기 치부했던 지구온난화… 자연의 복수는 시작됐다
    기자들의 기억법

    [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1)] 먼 나라 이야기 치부했던 지구온난화… 자연의 복수는 시작됐다

    날씨가 하 수상하다. 수상해도 보통 수상한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 그간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마냥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올 여름 대한민국, 경기도, '우리 동네' 날씨가 심상치 않다. 더워도 너무 덥고, 비가 와도 너무 온다. 7월엔 장마오고, 8월엔 더위가 온다는 날씨 기사의 공식이 있었는데, 더이상 관성대로 쓸수 없게 돼버렸다. 날씨 관측이 '틀렸다'고 기상청을 욕하는 일도 사라졌다.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다. 이 날씨, 더이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곳의 날씨가 흉흉하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실제 우리동네 여름 '기후괴담'의 실체를 쫓았다. 안산의 A 보건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라리아 감염자가 나타났다. 아주 가끔, 경기북부 지역에서 군복무하다 휴가 나온 군인들 중에 감염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경기 남부 지역인 안산에서 군인이 아닌 말라리아 감염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이 감염자는 경기 북부와도 관련성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A 보건소는 집요하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감염자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인천에 캠핑을 다녀온 적이 있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것으로 '일단'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뒷맛은 개운하지 못했다. 감염자가 안산에 서식하는 모기에 물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찝찝함의 이유를 두고, A 보건소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기후'를 언급했다. “이상 기후로 경기 북부에 서식하던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남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안산 뿐 아니라 경기 중남부지역 상당수가 이제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경기도 내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을 기존 7개 시군(고양, 김포, 동두천, 연천, 의정부, 파주, 포천)에서 12개 시군(가평, 광명, 광주, 구리, 남양주, 부천, 시흥, 안산, 양주, 양평, 하남, 화성)으로 추가 확대했다. 말라리아는 1960~70년대 정부와 WHO(세계보건기구)의 대대적인 퇴치 사업으로 한반도에서 자

  • 마약은 병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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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은 병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4)]

    '우리나라는 아니겠지' 우리가 무심한 사이, 조용했지만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년 연속 전국의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 검출 여부를 조사했는데,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4년 연속 빠짐없이 '필로폰'이 검출됐다. 그 외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 다양한 마약성분까지 '골고루' 나왔다. 경기도와 인천은 전국 최대치로 필로폰이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지역은 경기도 시화하수처리장이다. 천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이 4년연속 제일 많은데, 4년 통틀어 평균값이 124.31㎎이다. 그 외에도 수원, 굴포, 안산, 석수, 성남, 안양(박달) 순으로 필로폰이 검출됐다. 경기 시화 다음으로 높은 곳이 인천 남항하수처리장이다. 남항은 4년 평균값이 67.84㎎이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하수처리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이제 마약이 안퍼진 곳이 없다"며 “마약중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이제 우리 사회의 양지로 꺼내야 한다. 이제 양지에서 예방교육을 해야 하고, 양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괜한 말이 아니다. 사실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마약중독은 범죄이면서 병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지하고 있다. 경기도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 정부도 집중단속·적발과 함께. 치료와 재활에 방점을 찍는 추세로 정책을 내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마약류 투약이나 중독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24시간 전화상담이 가능한 '1342 용기 한걸음센터'를 구축,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권역별 치료보호기관과 재활서비스제공기관 등을 확대해 접근성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 중독치료센터를 시작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24일부터 용인 경기도립정신병원 내에 마약류 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중독자만을 전담으로 맡겠다는 의지다. 시작은 10병상, 안정실 3병상이지만 이용 수요 등을 보고 병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현재

  • 혼자가 아닌 ‘NA’… 중독자가 중독자를 돕는 ‘마약자조모임’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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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가 아닌 ‘NA’… 중독자가 중독자를 돕는 ‘마약자조모임’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3)]

    안녕하세요 중독자 OO입니다 안녕하세요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인 30여명의 사람들이 긴 책상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인사를 나눴다.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나를 소개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반갑게 인사했다. 지난달 13일 늦은 오후, 서울시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찾았다. 이 날은 마약중독자들이 매주 모여 자조모임 'NA'를 하는 날이다. 취재를 위해 참관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히 있겠다'는 약속을 한 터였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면서 살짝 긴장도 됐다. 약속시간이 다 되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였다. 구면인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들도 있고, 몇몇은 어색한 듯 긴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평범했다. 마약중독을 치료하는 중이라고 밝히지 않는다면 직장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보는 평범한 이웃의 모습이었다. 사회자가 모임의 시작을 알리자 가장 먼저 '왜 우리가 이 모임에 왔는지'를 묵상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모두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끝나면, “나는 마약중독자임을 인정한다"로 시작하는 NA 12단계 프로그램을 한명씩 낭독한다.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마약중독 치료를 위한 주기도문이다. 치료를 위해 중독자들이 항상 명심하고 지켜야 하는 일종의 규칙이다. 낭독이 끝나고 나면,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꺼내놓는다. 모두가 마약중독을 겪었고 극복하는 과정에 놓여 있으니, 그 마음을 서로 이해할 것이라는 바탕에서 출발한다. 말하지 않는 것 역시 자유다. 가만히 듣고 있어도 괜찮다. 이곳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모임이 끝나는 동시에 '비밀'로 부쳐진다. NA 모임의 규칙인데, 그래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어서다. “주약물은 필로폰이고요, 10여년 동안 (수사망에) 안걸렸는데, 살기 위해 자수했습니다" “6개월만에 모임에 참석했어요. 이직하고 바쁘게 지냈는데 이전에 마약을 하던 시절 알고 지냈던 친구가 교도소에 잡혀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음을 다잡고자

  • “중독 탈출, 민관 힘 함께해야”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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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 탈출, 민관 힘 함께해야”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2)]

    회복자 본받아 중독자들도 벗어나자는 것 서울다르크가 바란 것이었다. 2012년 다르크 들여온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마약중독 회복자가 운영하는 민관 협력 치료시설이 필요합니다. 민관 협력 치료재활시설을 모델로 한 중심 병원, 지역병원, 자조모임이 연결된 의료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을 만났다. 조성남 전 원장은 마약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7년간 마약중독 치료에 힘써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랫동안 마약중독 치료를 연구해온 그는 이제 국가가 나서 마약중독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터부시했던 민간 치료·재활시스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관리하면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재활시설, 자조모임 등의 치료재활 네트워크를 형성해 유기적으로 마약중독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게 요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미 마약중독을 극복해낸 '회복자'가 마약중독환자를 도울 수 있도록 '회복자 활동가'의 양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조성남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일본 다르크를 국내로 들여온 장본인이다. 다르크는 마약중독 회복자가 운영하는 입소형 재활시설이다. 단약 중인 이들이 모여 24시간 동안 서로를 관리감독하는 회복시설이다. 다르크는 치료할 병원, 재활할 시설 하나 제대로 없던 한국의 마약중독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돼 왔다. 공공이 운영하는 치료재활시설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조성남 전 원장은 일본의 '다르크'를 왜 국내로 들여왔을까. 2004년 6월26일 세계마약퇴치의 날, 그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세미나에 참석해 일본 다르크의 마약중독 회복자 자조모임을 접하게 됐다. 이미 회복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미국 마약중독 치료시설의 장점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터라, 회복자 자조모임과 다르크라는 일본 모델이 우리 사정에 접목할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했다. “미국 연수 중에 교도소마다 마약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었습니다. 회복자가 치료를 돕는 활동가가 돼, 마약중독자를 상담하고 교

  • 마약은 가깝고, 단약은 멀다… 치료재활센터가 더 필요한 이유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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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은 가깝고, 단약은 멀다… 치료재활센터가 더 필요한 이유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4-1)]

    흔히 마약중독자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혹은 죽음 뿐'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바로 '회복'이다. 마약중독이라는 병을 극복하는 회복의 길에서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마약중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치료재활시설에 연계할 수 있어야 마약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법에 걸려서 혹은 스스로 깨달아서, 마약중독임을 인지했을 때 골든타임의 초시계가 시작된다.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의료진, 재활상담가 등의 경험과 의견을 종합해 마약중독의 회복 과정을 그려보았다. 인지를 하는 순간, 마약중독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진단과 해독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급성환자일 경우 특히나 입원치료가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마약으로 물든 신체를 '해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갈망을 줄일 수 있다. 급성이 아니더라도 중독상태라면, 입원치료를 해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김재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 급성기 치료를 '100일 전투'라고 말했다. “100일을 넘기면 심각한 갈망 증상이 한 풀 꺽여요. 치료 혹은 재활기관에서 이 기간 동안 마약으로부터 중독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의학적으론 1년을 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마약중독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상적인 루트는 입원치료 이후 재활시설로, 그 이후엔 회복자 모임에 참석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에요."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도 집중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은평병원 안에 조성하는 마약치료센터는 위기 때마다 입원 중심 병원이 될거에요. 단기간 집중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거죠. 집중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안정되면 정도에 따라 24시간 입원을 할지, 부분입원을 할지 정하고 또는 외래진료를 오는 식으로 사회화 과정에 들어갑니다. 외래진료도 매일 오는 집중외래를 통해 프로그램도 하고 치료도 받는 방식도 있어요. 외국에는 활성

  • “마약 완치 ‘새 챕터’ 쓸 현장을”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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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완치 ‘새 챕터’ 쓸 현장을”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3)]

    진료 난이도 최고 수준 모두가 기피하는 마약 치료 현장 개인 사명감에 기대면 희망 없어 “조현병 환자 10명을 치료하는 일이 알코올중독 환자 1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봐요. 알코올중독 환자 10명보다 어려운 게 성격장애 환자 1명을 돌보는 거구요. 그런데 성격장애 10명을 치료하는 난이도가 마약중독 환자 1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아요." 정신의학과 의사가 진단하는 병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병을 꼽으라면 '마약중독'이다. 마약중독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을 비교하며 나온 말인데, 그만큼 마약중독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약중독자는 금단 증상과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 능력 저하, 공격적인 성향 등의 특성을 지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치료과정에서 의사가 폭행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마약중독 자체가 범죄인 만큼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일단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복잡한 과정이 있어 마약치료는 자연스럽게 의료진 사이에서 기피하는 진료과목이 됐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계가 잠정 추정하는 국내 마약중독 전문의는 5명 안팎이다. 얼마나 진료가 어려울까. 취재진이 무작위로 연락한 '정부 지정 마약중독 치료기관(5곳)' 모두 마약중독 치료 전문의가 없었다. 이중 2곳은 마약중독 치료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글쎄요. 저희가 정부 지정 병원은 맞는데… 마약 환자는 지금 잘 안받고 있거든요. 오셔서 상담받는 것까지는 상관이 없는데, 의사 선생님마다 진료 요일이 달라서요. 그러다보니까 사실상 일괄적으로 (치료가) 안된다고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에요. 선생님마다 성향이 다르다보니…" “의사선생님이 마약 치료를 안한지 5~6년 됐어요. xx병원으로 가보시는건 어떠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음성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외래 치료도 어려운지 재차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난처하다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입원 치료는 불가하다고 먼저 선을 긋는 곳도 있었다. 외래 위주로 치료한다는 한 병원은 “진료 과목이 마약이어서 그렇다"며 다른 치료기관을 안내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 전국 첫 공공치료재활센터 설립… 마약의 사각지대 밝히는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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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첫 공공치료재활센터 설립… 마약의 사각지대 밝히는 경기도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끝)] 100일 전투 돕는 공공의 힘 청소년·20대 증가 사회 문제 대두민간 수익문제 꺼려 공공이 나서야컨트롤타워·체계적 시스템 '과제'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치료재활센터를 설립한 것도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다. 경기도뿐 아니라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마약중독은 범죄이면서 병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지하고 있다. 다만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경기도만 들여다봐도 마약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마약사범 중 경기지역에서 적발된 인원은 총 6천678명으로, 전체의 24.2%다.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적발됐다. 인구가 가장 많이 산다는 핑계만으로 덮어둘 수준은 아니다. → 표 참조이 중에서도 마약이 무엇인지 모른 채 중독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검거된 연령별 마약사범을 살펴보면 2019년 239명이었던 10대가 지난해엔 1천477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20대 역시 2019년 3천521명에서 지난해 8천368명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데가 경기도엔 없었다.물론 도내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도 있지만 지정만 됐을 뿐 '굳이' 마약중독자를 받지 않는다. 일반 중독자보다도 몇십배는 관리하기 힘들어 꺼리는 경향이 크고, 수익성도 좋지 않아서다.경기도가 팔을 걷어붙인 것도 최소한 마약 중독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기도민이 마약 치료를 위해 인천 참사랑병원으로, 경남 국립부곡병원으로 '원정'까지 가서 또 무한정 대기하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만은 막겠다는 취지다.경기도는 지난달 24일부터 용인 경기도립정신병원 내에 마약류 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중독자만을 전담으로 맡겠다는 의지다. 시작은 10병상, 안정실 3병상이지만 이용 수요 등을 보고 병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현재 3명이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선 상담 문의 등 중독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치료뿐 아니라 재활센터, 자조

  • 마약중독 회복 위한 골든타임… 굴레 벗어나는 방법, 입원 → 재활 →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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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중독 회복 위한 골든타임… 굴레 벗어나는 방법, 입원 → 재활 → 관리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끝)] 100일 전투 돕는 공공의 힘 흔히 마약중독자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혹은 죽음 뿐'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또 다른, 하나의 선택지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바로 '회복'이다.마약중독이라는 병을 극복하는 회복의 길에서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마약중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치료재활시설에 연계할 수 있어야 마약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김재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 급성기 치료를 '100일 전투'라고 말했다. "100일을 넘기면 심각한 갈망 증상이 한 풀 꺾여요. 치료 혹은 재활기관에서 이 기간 동안 마약으로부터 중독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의학적으론 1년을 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마약중독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상적인 루트는 입원치료 이후 재활시설로, 그 이후엔 회복자 모임에 참석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에요."급성환자일 경우 특히나 입원치료가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하고, 급성이 아니더라도 입원치료로 해독을 한 후, 재활시설로 연결돼야 한다. 재활시설은 마약중독자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게 돕는 징검다리다. 이 곳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다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 회복자 자조모임에 참석해 단약을 유지한다. 이러한 단약의 과정은 의학적으로 최소 5년, 실상은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 관련기사 (전국 첫 공공치료재활센터 설립… 마약의 사각지대 밝히는 경기도)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 ‘재발’이라는 표현에 대해 마약중독이 ‘뇌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혜린기자 leehele@kyeongin.com

  • 단약은 분기점 없는 평생 마라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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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약은 분기점 없는 평생 마라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2)]

    마약은 뇌에 생긴 병입니다. '재발과 재범 사이' 마약은 나쁘다. 딱 한번일 뿐이라도, 마약투약은 범죄다. 그리고 마약중독은 더 큰 범죄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되고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약을 찾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크다. 그래서 단약치료를 받고 재활을 받다가도, 홀연히 다시 마약을 투약하는 '재범'이 되고 만다. 그러지 않은 중독자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마약중독자와 가족, 의료진들은 재범을 '재발(再發)'이라고도 말한다. 병이 다시 발생했다고 표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이 '뇌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또 법적인 문제와 접해있어 잊기 쉬운데,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이건 뇌에 생긴 병입니다. 뇌에는 어떤 것을 실행할 지, 뭐가 좋은지 등을 담당하는 보상체계가 있는데, 마약을 한번만 투약해도 뭘 하고 싶다, 사용하고 싶다 같은 보상체계가 완전히 뒤바뀌어지는 거에요. 오로지 약물만을 원하고 그래서 강박적으로 약물만 사용하게 되고, 이게 중독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필로폰은 앞쪽 뇌를 망가뜨립니다. 앞뇌를 '녹인다'고 표현하는데 인지·충동·억제·계획·실행을 담당하는 뇌가 사라지면 감정조절이 안되고 의욕이 안 생겨요. 뇌가 오로지 '약물'만을 원하는 일종의 강박증세가 나타나면 몸의 부작용들이 나타난다. “국내에서 많이 하는 마약이 필로폰인데, 이건 앞쪽 뇌를 망가뜨립니다. '앞뇌를 녹인다'라고 표현하는데, 인지·충동억제·계획·실행 등을 담당하는 앞뇌가 사라지면, 감정조절이 안되고 의욕이 안 생겨요. 심지어 세수하러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질 만큼. 멀쩡한 사람에게서 지적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안되는, 지적장애까지 나타나니까요." 그래서 마약중독은 치료를 받고 있어도 다시 마약을 투약하는, '재발'을 피하기가 어렵다. “뇌가 얼마나 손상됐는가에 따라 초기와 중기, 말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초기는 갈망은 있지만 다시 마약을 하는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은 해요. 그러다가 한번씩 갈망이 세게 올

  • 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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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3)] 치료 가능 병원 단 2곳 진료 몰려장기관리 부담 등 집행 관심 적어정부지정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은 지난해 기준 25곳이다. 그중 실제 치료를 진행한 곳은 9곳 뿐이다. 지난해 641명만 치료보호가 이뤄졌는데, 전체 마약 사범(2만7천611명) 가운데 2%만이 정부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더 심각한 건 실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인데, 지난해 마약중독자 치료의 86%가 이 2곳에서만 이뤄졌다.이 때문에 검찰이 의뢰한 치료보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5년간 검찰이 의뢰한 입원 치료는 3명, 외래는 53명에 그쳤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의 경우 집행률 자체가 매년 낮다. 지난 2021년 22명이었던 마약류 사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2022년 14명, 지난해 14명을 기록했다. → 표 참조인천지검 마약특수부 출신 법무법인온강 배한진 변호사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시행 건수가 유독 많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마약중독으로 입건돼 수사단계에서 (치료재활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검사가 할 수 있는 제도가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입니다. 지정된 25개 병원 중 무상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다는 건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죠.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2곳 밖에 되질 않아 대기가 엄청 깁니다. 장기간 마약중독 피의자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구요. 검사입장에선 처벌하면 끝나는 문제인데, (제도가 있다고 해도) 집행하는 데는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죠. 법원도 치료감호청구나 치료명령제도가 있어요. 공주교도소에 치료보호감옥이 있긴 하지만, 전국에 딱 한 곳 뿐이니 쏠림현상이 심합니다."올해 4월 대검찰청과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은 마약류 단순 투약사범에 대한 사법 치료 재활 시설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범이거나 단약 의지가 강한 마약 투약사범에 한해 재활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수사·사법기관도 마약중독을 질병으로 대하는 인식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치료재활을 통해 마약사범을 교화하는 사법제도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