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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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포비아, 중도 모르는 중도… 그럼에도 직면할 이유 [20대 무당(無黨)을 찾아서(2·끝)]
이럴바엔, 차라리 입을 다물겠다. “왜 토론하지 않을까?" “왜 무당층이 됐지?" 라는 질문에 지난 1편에서 우리가 만난 20대 청년들은 '침묵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결론내렸다.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이유는 꽤 납득할 만했다. 온라인이 더 편한 20대에게도 작금의 온라인 공론장은 불편하다. 불편한 배경엔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극단적으로 나뉜 소수의 부류가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이들의 짠 프레임에 의해서만 이야기가 오고간다는 것이다.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거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모든 이야기가 오가니 '대화를 하는 게 피곤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이 생겨버린 현상도 심각하다고 했다. 젠더, 진영, 계층 등 사회구성원을 분류하는 모든 지점에서 '절대 지켜야 하는' 선이 그어지고, 다원화된 사회에 이분법식 접근만 강화되면서 차라리 입 다물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이 된 셈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더 큰 문제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온라인 현상이 오프라인의 공포로 전염되며 일종의 '대화포비아'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만, 상대의 생각을 잘 아는 이들끼리만 정치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아예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과 '20대 무당(無黨)'층이 늘어나는데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말했다. 취재팀은 당사자 격인 20대의 '자가진단'을 듣고 이 현상을 둘러싼 '공론장'을 더 확대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토론주의자'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에게 20대 무당층을 물었다. 또 '프로보커터' '급진의 20대' 등 20대와 정치를 연구하는 김내훈 작가를 만나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물어보았다. 아래는 이들의 인터뷰를 주요 주제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나무위키에 기대 설명 넘기고 급발진… 20대도 문제 있다 대학생들 토론하는 모습 보면 나무위키의 장점란과 단점란이 싸우는 듯. 1차 소스 모르는 '밀키트 토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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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말을 잃은 자, 말이 없는자, 우리는 무당입니다 [20대 무당(無黨)을 찾아서·(1)]
'20대를 무당(無黨)이 지배했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이 서너개인 내동생처럼, '중도'라고 불리고 '부동'층이라고도 일컫는 대한민국 20대. 선거철만 되면 캐스팅보트로 막강한 힘이라도 쥐어준 듯 띄우다가 철 지나면 쪼그라든 풍선마냥 사라지는 우리 사회 20대. 여론조사에서 이토록 꾸준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절반의 무당(無黨)'이 존재하는, 이상한 세대. 이러한 이상현상을 두고, 20대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자평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정치 혐오'라고도 자조하기도 한다. 20대를 바라보는, 인생을 조금 더 살았다는 어른들은 현상을 무관심으로 뭉뚱그려 손가락질하거나, 놀고먹는 쾌락만 좇는 '정치 무지렁이'로 격하하기도 했다. 취재는 아주 근본적인 호기심, “대체 왜?"에서 비롯됐다. 무당(無黨)이 된 20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20대 무당을 마주한 우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럴 수도 있지'로 쿨하게 넘어갈 현상이 결코 아니었다. 혹은 반대로 20대를 손가락질하거나, 기성 정치권을 손쉽게 탓하는 일차원적인 분석은 오히려 현실을 오독하는 것이라 결론내렸다. 복잡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이 깊었다. 결론은 쉽게 말해보자.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1편은 '무당이 된 그들만의 사연'을 20대 청년들이 직접 진단했다. 2편은 20대 유권자를 상대로 '표 장사'를 해야 하는 정치인과 20대 무당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만나 그들만의 진단을 들어봤다. 솔직히 말해서, 정답은 없다. 세상에 정답있는 질문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신 정도(正道)를 함께 찾아볼 뿐이다. 20대 무당(無黨)이 바라는, 우리 정치사회의 건강한 정도를. →편집자주 취재팀은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아주대학교 학보사 학생 3명을 대면 인터뷰했고, 국민의힘 경기도당 청년 당직자 7명과 함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긴시간 토론을 했다. 아래는 이 곳들에서 나온 내용 중 주요 맥락들을 중심으로 '단톡방'을 재구성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3인을 정해 대화를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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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가족의 큰짐 사회가 나눠 질때 '간병할 자유' 보장된다 지면기사
안전망 부재 집단간 '불평등' 비롯정부 간호간병 통합, 실효성 부족가족돌봄휴가 제도는 사용률 저조인식 전환·완충지대 마련 등 필요'간병할 자유'.가족을 간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의 벽을 세운 건 그저 단순히 '가족 간병의 여부'가 아니다. 불평등의 핵심은 '완충지대', 다시 말해 한 사람이 가족 간병을 할 동안 사회·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을 뒷받침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완충지대를 일구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그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정부도 가족 간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담 간호 인력이 가족 간병을 대신하는 것이다. 비용 역시 민간 업체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80%가량 저렴하다.하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꾸준히 터져나온다. 가족 간병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만큼의 중증 질환은 그 대상이 못되기 때문이다.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13년 동안 돌봐온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쓴 조기현 작가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일부 병원에서 경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전 병원에서, 그리고 '간병 살인'을 막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실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만족도는 높지만 양질의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5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발표한 '간병 국민인식 조사'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가족 간병을 도맡고 있거나, 갑작스레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질 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조치로 '가족돌봄휴가' 제도도 있다. 정책과 현실은 꽤 다르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서 지난 8일 발표한 '공공기관 돌봄휴가제도 활용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책 시행 이후 4년간 중앙공공기관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비율은 평균 12.7%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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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가족의 짐, 사회가 나눌때 '간병할 자유' 보장 지면기사
안전망 부재 집단간 '불평등' 비롯정부 간호간병 통합, 실효성 부족가족돌봄휴가 제도는 사용률 저조인식 전환·완충지대 마련 등 필요'간병할 자유'.가족을 간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의 벽을 세운 건 그저 단순히 '가족 간병의 여부'가 아니다. 불평등의 핵심은 '완충지대', 다시 말해 한 사람이 가족 간병을 할 동안 사회·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을 뒷받침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완충지대를 일구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그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정부도 가족 간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담 간호 인력이 가족의 간병을 대신하는 것이다. 비용 역시 민간업체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80%가량 저렴하다.하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꾸준히 터져나온다. 가족 간병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만큼의 중증 질환은 그 대상이 못되기 때문이다.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13년 동안 돌봐온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쓴 조기현 작가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경증의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전 병원에서, 그리고 '간병 살인'을 막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실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만족도는 높지만 양질의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5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발표한 '간병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2%가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가족 간병을 도맡고 있거나, 갑작스레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질 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조치로 '가족돌봄휴가' 제도도 있다. 정책과 현실은 꽤 다르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서 지난 8일 발표한 '공공기관 돌봄휴가제도 활용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책 시행 이후 4년간 중앙공공기관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비율은 평균 12.7%로 보고됐다. 10명 중 1.5명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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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병원비 걱정 옥죄어 오고,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지면기사
노노간병인 헌신 기대는 우리 사회노부모 부양자 57% 경제적 어려움수입은 없고 고정적으로 큰 지출뿐요양보호사 쓰기엔 인건비 부담 커정부 운영하는 제도 실효성 물음표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다. 젊은 시절 건강한 신체는 나이 먹을수록 쇠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한 몸이 된다. 내 가족도 노쇠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1차적인 책임은 늘 그 가족이다. 그래서 누구나, 언젠가는 가족 간병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다음은 최명숙(가명·64세)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논픽션'이다.2018년, 어머니가 쓰러졌다. 어머니는 '뇌경색'이었다. '좌측 편마비' 증상으로 어머니는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가 됐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돌봤던 어머니는 이제 간병의 대상이 됐다. 어머니의 입원과 아버지의 간병이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왔다.아버지의 아침식사를 차린 후 곧장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해 하루 종일 간병했다. 그동안 집에 혼자 있는 아버지는 하루에 3시간씩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때가 되면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챙겼다. 집과 병원의 반복이었다.엄마를 병원에 모신 5년간 병원비 걱정은 항상 나를 쫓아다녔다. 일을 못해 수입은 없는데 고정적으로 큰 지출만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카드 돌려막기와 대출로 간신히 막아보지만 매일이 버겁다.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을 어머니 옆에 있었다. 쉼 없는 간병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결국 4개월만에 어머니는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 잠시라도 쉴 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요즘 매일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최씨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는 노노간병인의 헌신에 기대, 이들의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병 환경조차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부양부담과 불안한 노후, 진퇴양난에 빠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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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간병―가족’ 막다른 길 벗어나길 [밀려난 삶의 반: 가족 간병과 나·(4-1)]
#'간병할 자유'. '시간 빈곤자', '간병 약자', '누구나·언젠가' 앞서 경인일보 취재진은 '가족 간병―일상'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다양한 시민을 만났습니다. 누구는 간병과 일상을 유지하려 압축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꿈을 향해 조금씩 달려가는 중이었습니다. 아예 노년의 삶이 송두리째 가족 간병에 빼앗긴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이들은 계층도, 세대도 모두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 간병이라는 굴레에 얽혀 저마다 불평등한 상황에 처해있었습니다. 이들의 시공간은 가족 간병을 하지 않는 이들과는 참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시기의 차이만 있을뿐 언젠간 우리 모두의 삶으로 밀려 들어올 일들이죠. 가족을 간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의 벽을 세운 건 그저 단순히 '가족 간병의 여부'가 아닙니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평등의 핵심은 '완충지대', 다시 말해 한 사람이 가족 간병을 할 동안 사회·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을 뒷받침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 완충지대가 없는 사회에서 위험부담과 기회비용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 가족 간병을 맡은 자가 홀로 감당해야 할 몫이 됩니다. 김은희(40대 초반)씨, 이정민(20대 초반)씨, 최희숙(60대 중)씨(이상 가명), 김정희(80대 중반)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갈 단서는 무엇일까요. 일차원적인 해법은 정책 설계와 예산 투입입니다. 그간 소홀했던 가족 간병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가족돌봄휴가, 치매 국가책임제, 희귀·난치병 지정 및 지원 강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히 살피는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합니다. 가족 간병 관련 정책을 살피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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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n분의 1 어때요?” [밀려난 삶의 반: 가족 간병과 나·(4-2)]
#진짜 선택을 위한 '완충지대' 이제야 본격적으로 간병할 자유를 바탕으로 정책과 제도를 논해볼 수 있습니다. 가족 중심의 간병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진정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건 사회 시스템, 즉 앞서 설명했던 든든한 '완충지대'입니다. 간병할 자유를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죠. 핵심은 3가지입니다. 이 완충지대를 일구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과 국가적 차원, 그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민간 차원의 실마리는 박성자 상임이사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강남구 승일희망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자 상임이사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방향을 보여줬습니다. 이 방향성은 박성자 상임이사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무수한 환우 가족들을 직접 만나보며 매듭지은 결론일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농구 지도자로 활동하던 동생 박승일씨는 희귀질환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투병 와중에도 루게릭병을 사회에 알리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박성자 상임이사 역시 그런 동생의 뜻을 이어 승일희망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환우 가족들이 직면한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봐주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역할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희귀질환 간병은 다른 간병보다 비용이 훨씬 높게 책정돼 있어요. 그렇다보니 가족들이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직접 간병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건 환우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요양병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환자의 가족은 경제활동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환자는 원활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순환이 필요하죠." 실제 오는 12월 용인시 처인구에는 국내 최초로 희귀질환인 루게릭병 전문 요양병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정부 지원금(100억원)과 시민 모금을 통해 건립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합쳐진 사례입니다. 정부가 모든 걸 책임질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죠. 민간이 주축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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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上)] 언젠가 가족은 아플 것이고, 당신도 간병인이 될 수 있다 지면기사
체력·정신 쏟아내는 간병약자겨우 직장 유지하는 시간빈곤사실상 일상과의 공존 불가능 오랜 시간 '간병=가족'이라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 통용돼 왔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픈 일은 우리의 삶에 불쑥 찾아오지만, 가족이 간병을 해야 한다는 명제만큼은 변함없이 굳건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당연한 명제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가족간병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극단적으로는 '간병살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삶이 파괴될 만큼의 무거운 책임을 감내하는 게 당연한가, 간병과 일상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가에 대한 물음이 커졌다. 경인일보는 그 답을 찾는 여정에서 여러 연령,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가족간병인을 만났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간빈곤' '간병약자' '언젠가·누구나' '선택할 자유'라는 공통의 주제를 찾았다.무엇보다 주목한 부분은 가족간병 문제의 바탕에 '간병과 일상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공존이 가능하려면 최소한의 필수조건이 필요하다. 필수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8살때부터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한 이정민(가명·20대 초반)씨의 일상은 간병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수준이다. 이씨는 간병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간병약자'에 속한다. 우리가 만난 가족간병인 중에는 이 필수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편인데도 24시간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돌보는 데 체력과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김은희(가명·40대 초반)씨도 있다. 김씨 일상의 공존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정도,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다. 개인적인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가족간병은 '누구나' '언젠가' 겪어야 하는 모두의 일이다. 기획기사에 담긴 모든 인터뷰를 1인칭 시점에 담은 이유도 모두의 일에서 비롯됐다. 언젠가 우리의 가족은 아플 것이고, 당신도 가족간병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돌봄이 드리운 일상, 멈춘 나의 시계 [밀려난 삶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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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드리운 일상, 멈춘 나의 시계 [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上)] 지면기사
보통의 삶을 유지하는 조건 아들의 '1형 당뇨' 진단… 혈당관리 분투가까이 사는 친정엄마·경제력 뒷받침에감사하며 살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 생겨'엄마 보호자' 된 8살… 병실서 수발 들어공부시간 빼고 둘이 하나처럼 시간 공유"노래하고 싶어" 내뱉고 밀려오던 원망정보·대체 인력·비용적 여유 '핵심 요소'인식조사 1천명 중 "준비 안돼" 응답 73% 하나라도 없다면 '가족 삶' 송두리째 흔들가족돌봄청년 주당 평균 21.6시간 돌봄'영케어러 삶' 일반 청년보다 2배 불만족사회진출 등 '미래 포기' 정서적 불안감 다음은 김은희(가명·40대 초반)씨, 이정민(가명·20대초반)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논픽션'입니다. ■ '시간 빈곤'"엄마, 나 몸이 이상한 거 같아." 2021년, 초등학교 3학년인 준서(가명)의 몸무게가 불과 일주일 사이 10kg이나 빠졌다.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아이가 쓰러졌다. 의사는 준서에게 '1형 당뇨'를 진단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희귀 난치성 질환,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병. 내가 흔들리면 준서의 삶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내 아들의, 우리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아들과 나, 그리고 친정엄마의 시선이 나란히 한 곳에 꽂혔다. 노트북에 펼쳐진 혈당 차트 속 그래프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5분 마다 업데이트되는 차트를 보며 머릿속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엄마, 여기 잘 봐. 이럴 때는 오렌지 주스야. 내가 카톡으로 '주입' 이렇게 보내면 여기까지 한 칸만 먹이는 거야. 준서도 똑바로 잘 들어. 할머니도 없고 엄마랑 아빠 회사에 가 있을 때 학교에서는 준서가 혼자서 해내야 해."회사 연구실에서 일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5분에 한 번씩 차트를 보며 준서의 혈당을 체크한다. 외출할 때면 풀충전된 배터리, aa 건전지 여유분, 트레시바, 글루카곤, 알코올 스왑 등을 챙긴다.24시간 머릿속에서는 계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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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을 돌본다 ‘노노간병’ [밀려난 삶의 반: 가족 간병과 나·(3-2)]
'누구나·언젠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습니다. 젊은 시절의 건강한 신체는 나이를 먹을수록 쇠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한 몸이 됩니다. 신체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누구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 가족도 노쇠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1차적인 책임은 늘 그 가족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가족 간병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자녀를 간병하는 1편의 김은희(가명·40대초반)씨와 초등학교 1학년부터 20대가 된 지금까지 어머니를 간병하는 2편의 이정민(가명·20대초반)씨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 기사를 읽고있는 당신의 '현실'에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겪지 않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3편에 소개한 60대의 최명숙씨와 80대 중반의 김정희씨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현실로 다가옵니다. 특히 이들 가족간병인은 중장년층·노년층이 노년환자를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이라는 점에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시급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일 것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는 2022년 기준 전체의 1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예상이 맞다면 2025년에는 노년층이 전체 인구의 20.3%를 달성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가 되고 2050년엔 4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노년 인구비율이 늘어나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간병 현상은 더욱 일반화될 것입니다. 노노간병은 독특한 특징을 가집니다. 부양부담을 오롯이 홀로 짊어지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로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경제적·사회적 고립의 위기에 처해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어딘가에 도움을 청할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난 명숙씨와 정희씨도 직접 간병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무장돼 있었습니다. 피할 생각조차 없어보였습니다. 아마도 명숙씨와 정희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