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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지면기사
장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에서 발생하는 집중 강우 현상이다. 한반도에 정체전선이 걸치면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상륙했다고 예보하고, 장마전선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전국에 비를 뿌린다. 전선이 고착된 지역은 물폭탄을 감수해야 한다.우리 민족에게 장마는 고마운 하늘의 보시다. 한반도 강수량의 30%가량이 장마철에 집중된다. 적당한 장맛비는 벼농사의 필수 조건이다. 논에 가둔 장맛비는 어린 모를 키우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쌀로 연명하는 민족에겐 장마철이 생명줄이었다. 그래서 돌도 키우는 장맛비이고, 가뭄의 장맛비는 다디달다.하늘의 조화이니 인간의 뜻대로 부릴 수 없는 게 문제다. 칠년대한(七年大旱)에 비 안 오는 날 없고, 구년지수(九年之水)에 볕 안 드는 날이 없다 했다. 맞춤한 때에 적당한 기상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장맛비도 과하거나 부족하길 수시로 반복한다. 하늘의 장마 전선(前線)이 땅의 전선(戰線)으로 변하면 사람의 삶은 전쟁터가 된다.사람 탓에 하늘이 변했다. 기후 격변의 시대에 장마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철 홍수와 가뭄의 반복은 반만년의 일상이지만, 최근 부쩍 장마의 변덕이 심해지고 심술은 흉포해졌다. 기억에는 인명을 앗아간 폭우 피해가 선명해도, 실제로는 마른 장마가 잦아졌다. 게릴라성 폭우가 관측 범위 밖에서 도깨비처럼 출몰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특히 장마전선이 철수한 뒤에도 국지성 기습 호우가 빈발하면서 학계에서는 '장마' 대신 '우기'(雨期)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다.지난 주말에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이번 주 내내 장마전선이 비를 뿌릴 것이란 예보다. 2020년엔 긴 장마에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고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남겼다. 2022년엔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지난해엔 청주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안타까운 많은 인명들이 희생됐다.장마의 양상이 변해 대응이 난감해졌다. 1년 강수량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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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 외국인 노동자 지면기사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스리랑카 노동자로 보이는 젊은 연인이 스타벅스 커피를 놓고 밀어를 나누고 있다. 지나가던 불량 소년들이 대놓고 조롱하며 욕한다. 가난한 나라 출신 외국인 노동자 커플의 스타벅스 데이트를 멸시한 것인데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다. 이때 다리를 저는 노인 덕수가 학생들을 막아서며 호통을 친다. "와 남의 나라에 일하러 오마 커피도 몬 사묵나."덕수가 분기탱천해 학생들과 몸싸움까지 불사한 이유는 동병상련이다. 덕수도 가난한 집의 가장으로 독일 탄광과 베트남 전장에서 달러를 벌었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60·70년대 한국의 수많은 '덕수'와 '영자'(덕수 아내)들이 외국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품을 팔아 가난한 부모형제에게 달러를 송금했다. 소년들이 조롱한 외국인 노동자 커플은 청년 덕수였다.외국인 노동자를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한국의 1, 2차 산업은 붕괴한다. 제조,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작업반장들도 많아졌단다. 하지만 귀한 인력을 법으로도 귀하게 보호하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다. 최대 4년10개월 체류가 가능한데, 5년 이상 체류 조건인 영주권 신청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체류기한을 넘긴 외국인 노동자는 곧장 불법 노동시장에 갇힌다. 노동과 임금 착취에 속수무책이다.비자 만큼이나 불법적인 노동 관행도 외국인 노동자를 사지에 몰아넣는다. 지난 24일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성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불법 파견 노동 의혹이 불거졌다. 아리셀 공장은 파견 근로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썼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영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소년들에게 항변한다. "부산에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다." 문화적인 견해는 갈리겠지만 법으로는 맞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합법적인 체류 기간에는 한국인과 동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로 밀어내고 불법 노동현장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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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 한-러 갈등 지면기사
세계 전쟁사를 일별하면 평화의지는 전쟁의지 앞에 무력하다. 1938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국민에게 독일에서 체결한 뮌헨협정을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선언하고 "집에 돌아가 편안하게 주무시라"고 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일부를 떼어주는 대신 독일 나치 정권의 영토 팽창주의를 종식시켰다는 평화외교의 업적을 자랑한 것이다. 하지만 1년 뒤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해 2차세계대전의 막을 올렸다.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전세계가 전쟁의 기압골에 갇혔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나토회원국에 맞서 러시아는 중국·북한과의 협력 강화로 맞섰다. 러시아의 전쟁외교는 다극화 전략으로 미국의 주도권을 제한하는데 집중했다. 약화된 미국 일극체제의 허점을 파고든 셈이다. 그 중심에 핵보유국 북한이 있었고, 이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 경고가 잇따랐다.경고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김정은에게 북한의 무기고 개방을 요청했다. 김정은은 그 대가로 정찰위성, 핵탄두 소형화,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이전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돼 지난 19일 열린 평양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맺었다.조약 4조가 위협적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무력침공을 받으면 양국은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1996년 대한민국의 경제원조에 대한 대가로 폐기했던 조·소동맹의 사실상 부활로 봐도 무방하다. 한·미동맹과 조·중동맹이 맞서는 한반도 정전상태에 북한과 동맹급 관계로 러시아가 등장한 것이다. 남북을 맺은 동맹급 당사국 중 합법적인 핵무장국인 미·중·러와 불법적 핵무장국인 북한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유일한 비핵국가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 핵무장이 고도화될수록 작동이 불확실해진다. 핵무력 역학상 한반도 냉전외교에서 대한민국의 '말발'은 점점 약해질 일만 남았다. 우리 정부가 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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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박세리 기자회견 지면기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박세리의 기자회견이 화제다. 지난 11일 재단이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에 여론은 경악했다. 박세리가 누군가. 1998년 극적인 US오픈 우승으로 IMF사태로 주눅든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골프여제다. 운동권 가요 '상록수'가 그녀의 맨발투혼 영상에 흐르자 제2의 애국가가 됐다.골프 영웅 박세리는 자신의 영웅으로 늘 아버지 박준철을 지목했다. 육상선수였던 딸의 골프 재능을 발견해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였다고 했다. 박세리는 LPGA 투어 첫 우승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빠 좋지"라고 자랑했고, 박준철은 은퇴 경기를 마친 딸을 꼭 안아주었다. 박세리가 한국 골프 역사를 창조한 영웅이라면, 박준철은 미국 언론도 대서특필한 한국 골프대디의 효시였다.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통찰은 언제나 무섭다. 침묵하던 박세리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고소를 주도했다고 인정했다. 아버지의 빚을 수차례 변제하며 남 몰래 속을 끓였던 심정도 밝혔다. 아버지의 개인 빚이라면 계속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버지가 선을 넘었다. 공익재단의 인감을 위조해 국가 공공기관의 사업을 기만했다. 딸이 아니라 공익재단의 대표로서 아버지의 범죄 행위에 대응해야 했다.박세리는 기자회견에서 LPGA 무대를 지배했던 멘탈을 보여줬다.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과 심경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밝혔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할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아버지로 인한 또 다른 사건과 피해 방지를 위해 부녀간의 경제적인 분리를 선언했다. 그런 박세리가 "이런 일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박 프로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기자의 질문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질문이 아니라 박세리의 기막힌 처지에 대한 위로에 가까웠다. 그녀를 위로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쏟아졌다.이날 박세리 기자회견은 성공적인 공인의 기자회견 사례로 남을 듯하다. 이제 언론과 대중의 차례다. 공적인 지위 때문에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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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강화도 산불과 '오물 풍선' 지면기사
지난 9~10일 인천 강화군 세 곳에서 연이어 산불이 발생했다. 9일엔 삼산면(석모도) 야산에서, 10일엔 강화본섬의 하점면 봉천산과 양사면이다. 발생지 사이의 거리를 감안하면 방화로 보기 힘들고, 실화나 자연발화로 보기엔 이틀 동안의 우연의 일치가 통계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경인일보 기자가 세 군데 산불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취재해 보도했다.(6월 14일자 1판 1면) 북한의 오물풍선이다. 삼산면과 양사면 산불은 발화 원점 반경 5m(특정발화구역)내에 오물 풍선 잔해가 불에 탄 채 발견됐고, 하점면 봉천산 산불 현장 곳곳엔 오물 풍선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지난 5월 28일 밤 개시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는 모두 네차례 실시됐다. 우리측 민간단체들이 북측에 날려 보낸 대북전단을 사상적 오물이라 비난했던 북한은 진짜 오물로 보복전을 감행한 셈인데, 문제는 풍선에 매달린 타이머와 기폭장치이다. 오물 투하 시점을 맞추기 위한 자폭 장치인데, 북한이 2016년 살포한 대남 삐라 풍선에서 처음 발견됐다.군 당국은 강화 산불 현장에서 기폭장치나 인화물질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산림청도 오물 풍선과 산불의 인과관계 판단에 신중하다. 다만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다른 산불 발화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화 원인에서 오물 풍선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일 오물 풍선 중 하나가 부천시 대장동에 주차된 트럭 근처에서 폭발해 차량 운전석과 타이어가 불에 타기도 했다.2018년 스리랑카 노동자가 불을 붙여 날린 풍등이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의 유류탱크를 폭발시켰다. 버려진 풍등을 심심풀이로 날린 결과로 초대형 휘발유 탱크가 터져 수도권이 아수라장이 됐다. 하물며 자폭장치를 매단 수천개의 북한 풍선이 남한 전역의 상공에서 낙하했다. 위험시설이 가득찬 도심지역은 물론, 영동의 울창한 산림지역에서 상상을 초월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부천 차량 화재를 일으킨 폭발 정도면 충분하다.관계당국은 강화 산불과 대남 풍선의 인과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부천 차량 화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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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 대북전단 살포와 접경지역 불안 지면기사
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북한군 발포 '고사기관총탄' 낙탄지'가 있다. 2014년 10월 10일 북한군은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기관총을 발포했다. 그 중 한 발이 복지센터 앞 마당 아스팔트에 꽂혔다. 기관총탄은 구형 탱크 장갑도 관통한다. 총격 도발의 빌미는 대북전단 풍선이었다. 이날 탈북민들이 주도하는 단체들이 접경지역 일대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날렸다. 파주시 임진각 인근의 대북전단 풍선은 공개리에, 연천군 대북전단 풍선은 은밀하게 떠올랐다. 접경지역 전역에서 비상대기 중이던 북한군은 연천에서 떠오른 풍선에 주저 없이 발포했고 우리 군도 즉각 응사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뻔했다.우리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 탈북민들이 설립한 북한인권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자임했다.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 북한의 반인권체제를 규탄하는 심리전에 앞장선다는 명분은 선명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공개적인 대북전단 퍼포먼스로 명성을 얻었다. 연천 낙탄사건 이후 사정이 변했다. 파주시, 강화군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박씨를 막아섰다. 충돌은 격렬했다. 대북전단의 위력은 북한의 대응으로 확인된다. 연천 총격도발 이후 대북전단 살포 단체와 우리 정부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대북전단을 핑계로 폭파했다. 그때마다 대북전단을 놓고 내부 갈등은 정치권으로 번져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만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헌재가 위헌판결로 무효화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북한의 오물풍선에 대북전단 단체들이 맞대응하면서 잠재됐던 갈등이 다시 솟구치고 있다. 그 배경엔 접경지역 국민들의 불안이 있다. 연천 낙탄지는 불안을 증명하는 실체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민심 안정을 위해 특사경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헌재가 허용한 대북전단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실현하려는 심리전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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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칼럼
[윤인수 칼럼]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면기사
'밀양 집단 성폭행' 법이 전과 세탁해준 셈'SK그룹 이혼 판결' 정의 실현 해석 분분대중 의심, 정의로운 판결로만 해소 가능법관들의 소명의식이 어느때보다 무거워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엽기적이었다. 밀양의 남고생 44명이 울산의 한 여중생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 동안 집단 성폭행을 가했다. 직접 성폭행을 저지른 44명 말고도 범행에 동조한 인원이 75명이다. 성폭행 범죄자 44명만 사법처리 대상이 됐지만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천인공노할 범죄 전과를 법원이 법대로 세탁해준 셈이다. 가해자들이 20년 만에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유튜버들이 공개한 가해자들의 일상은 피해자의 인생을 박살낸 소년들을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평범했다. 평범한 얼굴의 악은 언제나 소름 돋는다. 피해자의 복구할 수 없는 피해와 가해자들의 평범한 일상. 선명한 명암에 대중의 분노는 짙어진다. 대중의 질문은 사법부를 향한다. 법은 정의로웠는가.법원 판결이 대기업 SK그룹의 경영권을 흔들어놓았다. 최태원 SK회장과 부인 노소영씨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씨에게 재산분할금 1조3천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이 1심 판결 보다 모두 20배로 늘었다. 노씨의 부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비자금 300억원을 현 SK그룹의 종잣돈으로 봤다. 노씨의 모친 김옥숙씨가 장부에 보관해왔던 어음이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노씨는 법원 판결에 반색했지만, 유책배우자인 최 회장은 반발하고, 최 회장에게 비판적이었던 유교적 대중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엇보다 환수됐어야 마땅했던 전직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300억원이 1조4천억원으로 세탁돼 자식에게 반환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300억원을 2대에 걸쳐 성장한 SK그룹 전체의 종잣돈으로 판단한 것도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선경직물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SK에 이르기까지 최씨 일가의 사업 연대기는 공·사 영역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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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굿바이 팬텀" 지면기사
'F-4팬텀'은 대한민국공군 역사의 분수령이다. 팬텀 도입 전까지 한반도 상공의 주도권은 소련제 미그기로 무장한 북한에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F-5였다. 프리덤파이터라는 별칭은 근사했지만 전투력은 떨어져 미공군은 훈련기로 활용했던 기종이었다. 그때까지도 우리 공군은 훈련기 몇대로 6·25 전쟁에 임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월남전 참전 대가로 1969년 팬텀을 보유하면서 상황은 단숨에 역전됐다. 3세대 최신예 전투기의 안보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에 이어 4번째, 동아시아 최초 팬텀 보유국이 된 이후 대한민국공군은 북한 공군을 압도했고, 북한 공군의 영공 도발을 원천봉쇄했다. 국민들이 방위성금으로 직접 구매에 나설 정도로 팬텀은 자주국방의 핵심 전력이었다.80년대 전투기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팬텀의 퇴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IMF로 지연되다가 2002년 F-15K 도입이 확정되면서 팬텀의 순차적 퇴역이 시작됐고, 2022년 국산 전투기 KF-21기 시험비행이 성공하면서 이번에 마지막 팬텀들이 퇴역한 것이다. 신흥 경제대국 대한민국이라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전투기 교체는 지난한 과업이다. 미국에서 80년대에 퇴역한 팬텀이 한국에선 노구를 이끌고 55년 임무를 수행한 배경이다.지난 7일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F-4팬텀 퇴역식이 거행됐다. 퇴역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영공을 순례한 팬텀이 이날 마지막 기지 비행을 마치고 영공 수호의 임무를 내려놓았다. 행사장의 호국영웅석엔 임무 수행중 순직한 팬텀 보라매 34명의 이름과, 추락한 팬텀 19기의 기체 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착석했다.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다 산화한 팬텀과 조종사들이다. '55년 팬텀'을 향한 공군의 애정이 절절하다."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 팬텀이여 안녕." 퇴역식에서 이재우 예비역 공군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팬텀에게 작별을 고했다. 55년 전 미국에서 팬텀을 몰고 온 청년 보라매는 자신 보다 한참 늦게 퇴역하는 팬텀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테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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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지면기사
지난달 30일 법원 판결에 국민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서울고법 가사2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1심이 판결한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의 20배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이혼 금액이다. 대법에서 확정되면 최 회장의 SK 경영권이 흔들리고, 노 관장은 단숨에 여성 부호가 된다.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인 임세령씨에게 1천억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남편 임우재씨에게 141억원을 이혼 위자료로 지급했다. 탤런트 고현정이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 받은 이혼 위자료는 15억원에 불과했다. 재벌 2세들이지만 선대에게 물려받은 자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아, 재산분할 없이 위자료만 지급하고 배우자들과 갈라설 수 있었다.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의 근거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씨의 비자금 장부였다. 사돈인 고 최종현 전 SK 회장에게 비자금을 전달하고 받아 보관했던 300억원의 어음이 공개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으로 인정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금액을 정했다.조 단위 이혼 금액의 화제성 만큼이나 찝찝한 여운이 큰 이혼소송이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언론에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계획을 밝혔다. 노 관장과 3명의 자녀들에겐 청천벽력이었을 테다. 이후 이혼 소송 중에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개인의 이혼 리스크로 그룹마저 위기에 처했다. 집안의 능력자에게 경영을 맡겨 온 가문의 전통이 무색해졌으니, 선대와 당대의 집안 사람들이 땅을 칠 일이다.노 관장은 승소했지만, 정의와 거리가 멀다.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인정한 통치자금이 5천억원이다. 법원이 결정한 추징액은 2천628억원이고 이를 완납했다. 나머지 돈 중 300억원이 SK의 종잣돈으로 인정받아 그의 딸이 막대한 자산을 취득하게 됐다. 비자금 300억원이 몇십년을 지나 1조4천억원으로 깨끗하게 세탁된 셈이다. 이런 식이면 '김옥숙 장부'가 몇 조원 짜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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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북한의 '오물 삐라' 지면기사
1970~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북한의 대남 삐라를 흔하게 주웠다. 남한 체제와 정부를 비난하고 월북을 권하는 선전과 선동엔 관심 없었지만, 일단 손에 들어온 삐라는 작은 횡재였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들고 가면 공책 몇권, 연필 몇자루와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군사용 전단지 삐라는 효과가 검증된 심리전의 핵심 수단이다. 유사시 적군의 사기와 적국민의 전쟁의지를 꺾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전세를 주도할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2차대전 말기에 도쿄 대공습에 나선 미군은 미리 융단 폭격 일정표를 인쇄한 삐라부터 뿌렸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일본은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일본 본토에 공포와 절망을 심기에 충분했다.북한도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하거나 비슷할 무렵 삐라 살포를 주도했고, 남한 정부는 공책과 연필로 확산을 막았던 셈이다. 남한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이 심리전의 주도권을 잡았고, 그 결과 북한 주민의 탈북이 이어졌다. 북한 체제에 원한이 깊은 탈북민 단체들이 국내외 단체의 후원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했다.북한 당국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공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세습체제에 위협적이라는 반증이었다. 급기야 2020년 북한 실세 김여정이 대북 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야 말았다. 말폭탄으로 탈북민의 삐라 폭탄을 막지 못하자 실제로 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북한의 강경책에 놀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헌법재판소가 2023년 위헌 결정을 내려 머쓱해졌다. 첨단무기 시대에도 대단한 삐라의 위력을 증명하는 소동이었다.28일 밤 경기도 일원 도민들이 경보음에 놀라 스마트폰을 열어봤다.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 경보였다. 다음날 북한에서 날려 보낸 풍선 200여개가 서울 시내와 성남 아파트단지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 살포된 건 오물 더미이니 삐라로 보기 애매하다.선전·선동 삐라를 뿌려봐야 씨알도 안먹히니 오물인데, 유치하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대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