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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에필로그] 지면기사
한남정맥은 서북부지역 '수도권 핵심 녹지축'이다. 하지만 그 주변에 사는 이들조차 그 명칭을 잘 알지 못한다. 경인일보는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해 '한남정맥 시민탐사'를 기획했다. 우선 한남정맥의 존재를 널리 알린 다음, 그 가치와 보존 문제를 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지난 해 5월부터 시작된 탐사는 2주에 한 번씩 진행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여름철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탐사시작 1주일 전 홈페이지에 탐사단 참가 모집 공고를 올렸다. 간단한 등산장비와 도시락, 회비 1만원을 준비하면 탐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취재기자를 제외하고 탐사 참가 인원수는 70명이었다. 초·중·고등학생, 회사원, 산악인, 화가, 대학교수, 초등교사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발걸음을 맞췄다. 탐사단은 비슷해 보이는 나무와 꽃이름을 구별하는 방법부터 익혔다.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장영록 교수, 녹색연합 생태도시부 신정은 간사가 이를 도왔다. 해발 600이하의 낮은 산줄기로 이뤄진 한남정맥은 한국전쟁 후 연료림(땔감) 사용으로 산림황폐화가 심했다. 저지대에는 아카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밤나무 등이 식재돼 있었다. 중턱을 넘어서면 눈여겨 볼만한 나무숲이 많았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떡갈나무 출현빈도가 높았다. 팥배나무도 숲을 이루고 있었다. 경기도 김포 문수산과 안성 칠장산에서는 서어나무 군락과 마주쳤다. 서어나무 식생의 변화과정에서 최종 단계인 극상림을 이루는 나무다. 서어나무 군락의 존재는 안정된 식물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인천 천마산에는 쪽동백나무 군락도 있었다. 도심과 인접한 낮은 산등성이를 감안할 때 특이한 경우였다. 안성 칠장산에서는 충청 이남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대팻집나무의 자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사에서 식생조사를 맡은 민속생물연구소 송홍선(47) 박사는 "한남정맥은 온난화와 수목북한계지 관계 연구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탐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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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그 현장을 가다·11]실태조사 지면기사
한남정맥 시민탐사단은 지난해 5월 12일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에서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등산로와 발원 하천, 식생 등의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했다. 탐사는 가현산(215m), 계양산(394m), 수리산(474m), 광교산(582m), 부아산(403m), 함박산(350m), 구봉산(456m), 국사봉(415m), 도덕산(361m) 등을 거쳐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이 갈라지는 칠장산(492m)까지 약 6개월동안 진행됐다. 도상거리만 150㎞에 이르는 구간이다.수도권 중심 산줄기인 한남정맥은 경기도 김포(월곶면·통진읍·대곶면·양곶면), 인천(서구·계양구·부평구·남동구), 부천(소사구), 시흥, 안양(만안구), 안산(상록구), 군포, 의왕, 수원(장안구·영통구·팔달구), 성남(수지구), 용인(처인구의 백암면·원산면·이동면·포곡읍·기흥구), 안성(보개면·삼죽면·죽산면) 등의 행정구역에 뻗어 있다.한남정맥은 수도권 서북부지역에 길게 이어진 녹지축이지만 그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 사이 백두대간에 뿌리를 둔, 수도권 핵심 녹지축 한남정맥은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단절된 산등성이한남정맥 구간에서 도로로 인해 산등성이(마루금)가 끊기는 지역은 모두 88곳이다. 마루금은 평균 1.7㎞마다 한 번씩 잘려나갔다. 특히 인천과 시흥 구간(29㎞)은 평균 0.61㎞마다 한 번씩 도로가 마루금을 가로지르고 있다.녹지축을 단절한 도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경인고속국도, 제2경인고속국도,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서해안고속국도, 경부고속국도, 영동고속국도 등 모두 7개다. 수도권에 뻗어있는 대부분의 고속국도가 정맥 녹지축을 단절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고촌~월곶간 고속국도(김포), 송현~불로간 고속국도(인천), 제2외곽순환고속국도, 수원~광명간 고속국도, 제3경인고속국도 등이 공사중에 있다.이밖에 천마산터널(인천), 성복터널(수원) 등 8개 터널과 경인철도(인천), 경부선(군포), 용인경량전철(용인) 등 10개 철도 구간이 한남정맥을 관통하고 있다. 한남정맥 평균 단절거리는 백두대간에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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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10]도덕산·칠장산 지면기사
느린 걸음으로도 4시간 산행이면 족히 이를 거리였다. 호젓한 산길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 순하디 순한 산이었다.한남정맥 탐사 마지막날인 지난 해 11월24일. 탐사단은 안성시 죽산면 장릉리 녹배고개에서 출발해 도덕산과 관해봉을 거쳐 칠장산에 올랐다. 이 구간에서도 역시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드는 공사가 2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관해봉(360) 동쪽 사면은 절반 가량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포클레인은 곳곳에서 땅을 팠고, 대형트럭 50여대가 현장을 돌며 흙을 퍼날랐다.이 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목장이 있던 자리였다. 서쪽 사면에는 채석장이 있었다. 삑삑 신호음과 함께 육중한 기계음이 산길까지 전해졌다.인근 경고판에는 "이 지역은 발파지역으로서 암석이 무방향 비산, 낙하하므로 극히 위험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탐사에 참가한 인천녹색연합 서영길(51) 회원은 "돌이 떨어지면 등산객은 알아서 피하라는 건지…"라며 쓴웃음을 머금었다.탐사단은 이날 오후 4시30분 헬기 이착륙장이 있는 칠장산 정상에 올랐다.칠장산은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 한남정맥이 맞닿은 곳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지고, 칠장산에서 한남정맥이 뻗어나간다.녹색연합 신정은(29·여) 간사는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여기서 뻗어나간 정맥들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도권에서 한남정맥은 일종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탐사단은 한남금북정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산을 내려왔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탐사는 '천년고찰' 칠장사가 있는 안성 죽산면 칠장리 산직마을에서 끝이 났다. 마을에서 바라본 동서쪽 마루금(산등성이)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탐사일정 2007년 11월24일: 도덕산~칠장산■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 인천녹색연합 장정구(36) 국장·신정은(29·여) 간사·서영길(51) 회원, 경인일보 인천본사 정치부 김명래 기자▲ 관해봉 동측사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자리에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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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9]구봉산·용인구간 발원하천 지면기사
한남정맥 탐사단은 9번째 일정으로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시를 남북으로 잇는 구봉산~달기봉을 찾았다. 이어 11월 4일에는 용인 석성산에서 발원해 한강까지 이어지는 탄천 물줄기와 그 지류를 찾아 나섰다.탐사단은 달기봉에서 산악 차량 통행로를 만들기 위해 잘려진 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고, 산자락에 조성된 대규모 묘지가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는지를 목격했다. 또 탄천 물줄기 탐사를 진행하면서 도심 속 하천이 개발 열풍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마루금에 조성된 공사진입로구봉산 마루금(산등성이)은 9개의 봉우리가 오르락 내리락 이어져 있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구봉산에 대해 "봉우리로 둘러싸여 산성을 만들 만했다"고 기술했다. 온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장정구(36) 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 국장은 "옻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바스락 스윽' 낙엽 밟는 소리의 울림이 깊었다. 구봉산에서 남쪽 달기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수종이 안정적이었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 등이 간격을 유지한 채 몸을 뻗고 있었다.구봉산을 넘어 달기봉에 오르는 길, 탐사단은 3~4 폭의 길과 마주쳤다. 누군가가 등산로 주변 나무를 베고 길을 낸 것 같았다. 장정구 국장은 "지난 1월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공사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나무를 잘라 놓고서 복구를 안한 게 분명해요. 보통 송전탑 공사를 할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송전탑이 세워진 곳 주변에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이 많았다. 쓰러진 나무를 다시 세우는 일은 '남의 일'이었다. #유가족들이 남긴 흔적이날 오후 3시50분. 탐사단은 천주교 수원교구 묘지와 마주쳤다. 산줄기 서쪽 사면 대부분은 묘지로 가득 차 있었다.나무가 듬성듬성하게 심어져 있고, 아스팔트 도로로 둘러쳐진 묘역. 이 묘역은 물을 담지 못한다. 내리는 비는 비탈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도로를 따라 쌓은 축대 벽이 묘역을 지탱하고 있었다.마루금을 찾아 묘지 상부를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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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그 현장을 가다·8]재주봉·문수봉 지면기사
'The First Global Yong-In.' 영동고속도로 용인IC를 빠져나와 45번 국도 평택방향으로 향하던 탐사단을 맞이한 건 용인시를 홍보하는 아치형 구조물이었다. 총 인구 80만명. 연평균 인구 성장률 11%. 서울시 면적의 98%에 이르는 광활한 행정구역. 각종 수치와 규모로만 본다면 용인시는 '사람이 몰리고 있는' 도시다. 사람이 몰리는 만큼, 전체 면적의 57%에 이르는 산과 들은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루금(산등성이)에 놓인 골프장지난 10일 탐사단은 마루금 선상에서 탐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마루금에는 E골프장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용인시 처인구 남동 무네미고개. 이날 오전 11시, 탐사단은 골프장의 경계를 알리는, 초록빛 철제 펜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펜스 주변의 나무에는 한남정맥 구간임을 알리는 꼬리표가 군데군데 달려 있었다. 골프장을 멀리 돌아 이곳을 거쳐간 이들의 흔적이었다.수북히 쌓인 낙엽은, 전날 내린 비를 머금고 있었다. 더딘 산행이었다. 20분가량 오르자 18홀 규모의 골프장 형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북쪽에서 '용인의 주산'이라고 불리는 석성산, 함박산이 S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었다. '절세의 지형' 위에 세워졌다는 골프장은 S자축의 끄트머리를 대신하고 있었다.신정은(29·여) 인천녹색연합 간사는 "이 곳은 한남정맥 구간 중 유일하게 마루금 선상에 골프장이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탐사단은 '골프장 왕국'의 면모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옛 마루금의 흔적을 간직한 카트도로 한편은 '말뚝박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게 완성되면 그나마 있던 우회길도 막히게 된다. 신정은 간사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골프장을 만든 분도, 지금 골프를 즐기는 분들도 한남정맥의 존재조차 몰랐을 거예요."# 산봉우리 위에 세워진 십자가탑이날 오후 1시 30분. 재주봉을 향해 길을 걷던 탐사단은 나무 1백여그루가 누군가에 의해 벌목돼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마루금을 따라 약 10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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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그 현장을 가다·7]석성산 지면기사
석성산(해발 471.5)은 구성산, 성산, 보개산으로 불리는 산으로 용인시 유방동, 삼가동, 구성읍 중리, 포곡면 마성리에 속해 있다. 석성산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봉수대가 있었다 전해지고 있다. 봉수란 밤에는 횃불(봉)로, 낮에는 연기(수)로 중요한 소식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예전에는 남산~관악산~광교산~석성산~건지산으로 이어지는 봉수길이 있었으며 석성산은 현재도 군 통신시설이 위치해 있다. 지난달 13일 일곱 번째 한남정맥 탐사는 전국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다는 용인의 석성산을, 영동고속도로로 끊어진 마루금(산등성이)을 뒤로 한 채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향린동산에서 시작됐다.#그들만의 둥지 향린동산향린동산부터 출발한 탐사단은 동산 내부의 광경을 보고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다.76만344㎡라는 규모에도 놀랐지만 단독주택과 빌라 250여 가구가 한가로이 들어서 있고 야외 수영장과 테니스장, 운동장 등이 갖춰져 있어 전혀 딴 세상에 와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향린동산의 개발 역사는 무려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향린교회 교인 30명을 포함해 초기 회원 100여명이 개인당 회비 30만원씩 걷어 자금을 마련한 후 황무지였던 야산을 개간해 지금의 향린동산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흉물스럽게 방치된 철조망과 산불감지탑향린동산과 88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사이에 두고 시작된 마루금은 산중턱까지 아스팔트 도로로 이어졌지만, 이내 산길로 마루금이 펼쳐졌다. 정맥길과 함께 향린동산의 경계 울타리로 보이는 녹슨 철조망이 약 1㎞ 남짓 이어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장영록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향린동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등산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설치한 철조망인 것 같다"며 "제 기능을 상실한 녹슨 철조망은 하루빨리 철거돼야 한다"고 말했다.2.5㎞ 정도 마루금을 따라 올라가자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과 처인구 포곡읍의 경계에 위치한 할미산의 정상과 그 남쪽의 능선 일부를 둘러싼 석축산성을 일컫는 할미성(349)이 나타났다. 할미성에는 초소를 만든 쇠가 다 녹이 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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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6]광교산 지면기사
광교산(光敎山·582)은 '수원의 진산'으로 불려온 명산이다. 한남정맥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등산객들을 위해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및 휴일에 경기대 입구 광교저수지 둑에서 상광교동 윗말 종점까지 왕복 버스 운행을 수원시에서 지원해 줄 정도다. 또한 산길도 잘 가꾸어 놓았고 곳곳마다 자세한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특히 정상인 비로봉에는 정자도 지어 놨다. 지난달 1일과 29일에 걸쳐 이뤄진 여섯 번째 한남정맥 탐사는 안양 수암천에 이어 수원의 지지대 고개에서부터 시작됐다.#탐사의 시작, 지지대 고개지지대 고개는 수원~의왕을 잇는 1번 국도가 한남정맥의 주능선을 가로지르고 있다. 주변에는 프랑스 참전 기념비와 지지대쉼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지대 고개의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양 옆에 이고들빼기와 구절초, 물봉선이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고속도로 밑 지하차도를 통과하면 오르막길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잘 다져진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낸 녹슨 철조망 울타리와 곳곳에 버려진 블록 방호벽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십 년 전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군부대의 정리하지 못한 잔재다.#미군의 잔재, 통신대 헬기장그늘 한 점 없는 광교산 헬기장을 떠나 통신대 헬기장으로 향한다. 좁은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소나무가 능선 가운데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뚜렷한 내리막길로 가다 다시 올라가면 금세 통신대 헬기장에 이른다.미군이 쓰고 있는 통신대와 그 헬기장. 수십 년째 위치해 있는 기지로 오폐수 및 토양의 오염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산과 경관을 모두 해치는 기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광교산 길잡이를 맡은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의 전 회장인 김형인씨는 "상광교동은 광교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긴 골짜기를 가진 동네인데 예로부터 불당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고 고려시대에는 89개의 절이 있었다는 기록처럼 절이 많은 불교성지였다"고 했다.이정표 너머로 보이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왼편으로는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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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5]수리산 지면기사
수리산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안성 칠장산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문수산에 이르는 한남정맥의 정중앙이다. 태을봉·수암봉·슬기봉·감태봉 등 봉우리들을 이은 모습이 흡사 독수리와 같아서 수리산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한강 남쪽에서 서울을 지키고 있는 이 수리산의 정맥은 고속화도로 및 수암터널 등 8개의 터널로 인해 단절됐다. 정중앙이 끊기고 뚫린 수리산 정맥엔 또 한 번의 메스가 기다리고 있다. 곧 수원~광명 간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지난 7일 다섯 번째 한남정맥 탐사는 네 번째 탐사가 끝난 성주산부터 시작할 수 없었다. 성주산부터 양지산을 지나 봉재산, 운흥산까지의 마루금(산등성이)은 외곽순환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수인산업도로에 막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이 구간에선 제3경인고속도로 공사도 한창이었다. 탐사단은 아쉽지만 목감사거리부터 다섯 번째 탐사에 돌입했다.■ 탐사일정 7월 7일:목감사거리~수리산 수암봉~수리산 슬기봉~용진사, 8일:산본천(군포시 초막골), 수암천(안양시 박달동)#사람의 발길이 뜸한 마루금목감사거리에서 출발한 탐사단은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 원목감 마을을 지나서야 마루금에 들어설 수 있었다.하지만 출발지점부터 방치된 쓰레기 더미는 탐사단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소파 등 각종 생활쓰레기와 낡은 농기계까지 널브러진 이곳이 수리산의 시작점이란 게 탐사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마루금에 들어선 뒤부터 334.7 봉우리까지 2시간30분가량의 산길은 등산객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매우 험했다.덩굴진 수풀을 헤치며 마루금을 따라 걷다 바닥에 묻힌 큰 그물을 발견했다. 이종대(45) 숙박·레저잡지사 편집부장은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일수록 뱀이 많이 다닌다"며 "뱀을 잡기 위해 이런 그물을 바닥에 묻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한참을 걷다 보니 조그만 계곡이 나타났다. 탐사단원들 사이에서 "길을 잘 못 들었다"란 탄식이 터져나왔다. 장영록(44) 인천대 교수는 "계곡을 만났다는 건 마루금을 잃었다는 의미"라며 "마루금은 산의 가장 높은 부분을 연결하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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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4]한남정맥에서 발원한 김포 하천들 지면기사
인천 계양산에서 시작된 녹지는 원적산~만월산~성주산~소래산~문학산으로 이어지며 'S자축'을 형성한다.성주산과 소래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그 축이,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탐사단은 지난 23일 네 번째 탐사에서 S자축의 끝자락인 성주산과 소래산, 24일엔 문학산과 청량산에 올랐다. 같은 기간 물줄기 조사팀은 한남정맥에서 발원해 김포 일대를 흐르는 하천 탐방에 나섰다.#한남정맥에서 발원한 김포 하천들23일 물줄기 조사팀은 한남정맥 김포지역에서 발원한 물줄기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포내천(문수산 옹정리 발원), 서암천(문수산 고정리), 봉성포천(학운산 유현리), 그리고 문수산 뒤편 용강리에 있는 소하천이었다.이곳 하천은 한남정맥 마루금을 기준으로 한쪽은 한강하구로, 반대편은 서해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한강과 바다 합수지점에 수문을 막고, 하천에 둑을 쌓기 전까지 이곳 하천은 갯벌 형태의 습지였다. 이곳에서 꼬마물떼새, 중부리도요 등이 바닷가 갯벌에서 작은 게, 말똥망둥어, 갯지렁이 등을 먹고 있었다. 서암천 상류부근 숲에는 물박달, 참나무류 나무 등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었고 습지에는 청호반새 한 쌍과 유혈목이(뱀) 서식하는 걸 발견했다.문제는 하천 주변을 따라 늘어선 파란 지붕이 덮여진 소규모 공장들이 하천 오염원으로 작용하는 점이었다.발원지를 따라 올라갈수록 물색깔은 거무스름해졌고, 강바닥은 생활하수와 오폐수 유기물로 인해 검붉은빛을 보였다."토요일, 비오는 날이면 냄새가 심해. (포내천 상류에) 물고기가 있는데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그래. 그럴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오폐수 나오는 곳을 찾아나서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하천 풀숲 같은데 숨어있는 비밀배출구가 어찌나 많은지." 옹정리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홍기환(73)씨 말처럼 하천은 이처럼 병들어가고 있었다.이날 조사에 나선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은 "한강하구는 우리나라 5대 국가하천 가운데 하구가 열려있는 유일한 하천"이라면서 "이곳 수질에 큰 영향을 주는 한남정맥 발원 하천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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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그 현장을 가다·3]인천 원적산·만월산 지면기사
탐사단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인천 원적산과 만월산 산행을 통해 도심을 통과하는 한남정맥 구간 마루금(산등성이)을 걸으며 '인천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맑은 날씨 속 유난히도 파란 하늘빛 덕분이었다.이튿날인 10일 하천 탐사를 진행했다. 탐사단은 물을 따라 산줄기를 타고 굴포천의 발원지를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잘려나간 생태축세번째 탐사는 8차선 도로가 연결된 징맹이(장명이) 고개에서 시작됐다. 오전 9시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산역 5번 출구에서 모인 탐사단은 인천 계양구와 서구를 잇는 경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서구 방향으로 약 20분쯤 걸으면 도달하는 언덕, 일명 징맹이 고개가 이날 한남정맥 탐사의 출발점이었다. 고려시대 매잡이가 이뤄졌던 곳이라 해 이름 붙여졌다는 징맹이 고개. 계양산과 천마산을 연결하는 고갯길은 10여년 전 잘려졌고, 그 자리에는 도로가 놓였다. 그러고 나서 이 구간을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의 이동로는 끊겼다. 한남정맥 인천구간에서 계양산∼관모산∼청량산으로 이어지는 S자형 녹지축은 경명로 외에도 경인고속도로, 원적산길, 경원로 등으로 잘려져 있다.인천녹색연합 유종반(49) 운영위원장은 산이 깎여나간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지난 1992년 이곳에 도로를 낸다고 할 때 일부 학자들은 계양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녹지축이 훼손된다며 반대했어요. 하지만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녹지축 보전보다는 산을 깎아 골재를 만들고 도로를 내는 일을 더 중요시 여겼던 것 같아요."인천시는 최근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 징맹이 고개 '생태통로 복원(아치형 터널)'을 추진하고 있다."돈 들여 깎아내릴 땐 언제고 15년만에 다시 복원하는 거예요?" 유 위원장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탐사단원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산에서 바라본 인천탁 트인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었다.등산객들은 천마산 줄기 중구봉~286봉(군부대 초소) 구간 마루금에서 인천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탐사단은 북쪽으로 멀리 한남정맥의 끝자락인 김포 문수산에서부터 수안산, 가현산,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