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2·끝)]분단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2·끝)]분단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지면기사

    文대통령 대표공약 '공단 재개''서해안 경협벨트' 국정과제로현정부 시간 1년밖에 남지 않아임기내 '가시적 결과물' 기대도이재명 "재개선언 최우선 과제"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 임기 내 답보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고 개성공단 재개를 향한 진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공단 재개는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지난 2016년 2월 공단 폐쇄 직후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한 데 이어, 이로부터 1년 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정권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천만평까지 확장하겠다"며 공단 3단계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앞선 보수 정권과 달리 빗장을 쉽게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국제 제재의 그늘 아래 공단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야속한 5년만 흘렀다. 이제 현 정부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도 1년이 전부다. 이 때문에 올해가 공단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수도권에서부터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벨트 건설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공단 재개에 관한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과거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막판 북한과 극적으로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임기 내에 공단 문제를 매듭짓고자 다급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개성공단 문제를 수면 위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조짐으로만 끝난 '가동 재개의 꿈'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조짐으로만 끝난 '가동 재개의 꿈' 지면기사

    文대통령 취임 이후 정상회담·공동선언 '기대감'하노이 북미대화 결렬되면서 관계 급속도로 냉각SNS 설문조사 58.4% '정부 대처 부적절' 응답"실제 조치 드러나지 않아" 소극적인 태도 지적보수-진보 양극화… 퍼주기·달러박스 인식 공존경기도민 44% '재개 부정적'… 국민적 합의 시급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2월 이후 수차례 재개의 조짐은 있었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일시적으로 해빙기를 맞으면서 남북 정상이 한목소리로 개성공단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개 기대감은 꽃을 피웠다. 서해 군 통신선을 비롯해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되며 남북 간 연락망이 하나둘 회복됐고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선수단 참여,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등 문화적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이는 곧 남북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졌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인 2018년 4월 성사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 사업 진척에 관한 내용을 담았던 10·4 선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공단 재개의 불씨는 더욱 당겨졌다.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을 마련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2018년에만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며 공단 재개의 기대감은 증폭됐다. 더욱이 이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 공단 재개는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다.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지면기사

    폐쇄 장기화로 점점 낮아지는 가능성 불구北 주민 자본주의 경험 '참신한 시도' 평가점진적 변화·국제무대로 유도 필요성 강조공단 폐쇄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재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시기를 놓쳤다"며 "한반도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시대가 조성되고 있다. 미중 갈등 구조가 명확해진다면 중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 미국 간 관계도 진전이 어렵고 남북 관계 역시 답보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반도 밖에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신문 카미야 타케시(谷 毅) 서울지국장은 "개성공단 사업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어렵게 추진됐지만, 5년 전 폐쇄를 기점으로 결국 다른 대북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재의 틀 안에 갇히게 됐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공단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지닌 가치에는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시장경제를 경험하고 노동자들이 소위 돈의 맛을 느끼게 한 계기 자체로도 참신하고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본다"며 "북한이 자본주의를 인식하게 해서 조금씩 변화하도록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도 "통일 이전 동·서독 간 교류가 활발했던 독일의 경우도 경제협력 모델은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영토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췄느냐며 놀라워한다"며 "개성공단이 지닌 가치가 여기에 있다.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김병로(왼쪽)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와 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남북관계 꼬인 실타래 풀 방법은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남북관계 꼬인 실타래 풀 방법은 지면기사

    '트럼프 노선 이탈' 美 포괄적 대북정책 검토대선 1년앞… 후보 공약으로 꺼낼 가능성도여권 잠룡 이낙연 '신중' 이재명 '필요성 언급''올림픽 단일팀 4개 종목 합의' 北 참여 촉구지난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가 공개된 이후 남북 관계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개는커녕 당분간은 남북 간 대화조차 단절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악조건 속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건 결국 경제적 협력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인 개성공단이 지닌 상징성과 가치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분위기 반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때다.미국이 사실상 남북 관계의 절대적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기조를 점진적·단계적으로 가져가며 제2의 오바마 정부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단계다. 최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기간에 북한 측의 '말폭탄'이 터져 나오긴 했지만, 이면에는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북한의 속내 또한 감지됐다. 트럼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 역시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역시 공단 재개 관련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주자들이 공단 재개를 남북문제의 공약으로 끄집어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후 정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아직은 국제 제재를 의식한 듯 공단 재개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또 다른 강력한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일찌감치 포문을 연 상태다.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치러질 도쿄올림픽도 남북 관계 개선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제2의 개성공단' 대안 찾기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제2의 개성공단' 대안 찾기 지면기사

    인천·경기·강원지역 10곳 시장군수협의회특화산업벨트 조성 경제 활성화 법안 촉구통일부 뱡향·효과 따져 구체화 용역 준비서해평화도로 영종~신도 구간 착공 '첫발'답보 상태에 놓인 개성공단 외에도 인천 강화·옹진, 김포·파주·연천 등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조성, 북한 산업과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 같은 대안이 공단 재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인천·경기·강원 접경지역 10개 기초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최근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 중인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발의된 3개의 관련 법안은 그간 각종 제한에 묶여있던 접경지역에 특화산업벨트를 조성해 지역 활성화뿐 아니라 남북 간 경제 협력·교류까지 이끌어낸다는 게 핵심이다. 공단이 재개되면 향후 개성과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평화특구는 남북 간 활발한 경제 교류를 통한 공동 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최근 평화경제특구 구상을 구체화하는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법 제정에 대비해 특구 조성의 방향과 효과 등을 따져보겠다는 계산이다.서해를 두고 북한과 접해 있는 인천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특별지대 조성은 박남춘 인천시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최근 장기적으로 영종도에서 북한 개성까지 이어질 서해평화도로의 시발점인 영종~신도 구간 건설에 착공, 향후 남북경협벨트의 핵심 인프라로 만든다는 구상을 본격화했다. 박 시장은 "서해평화도로의 착공은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과 전환의 첫발을 디딘 역사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위치도 참조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대안들이 당초 개성공단만큼의 가치와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하며,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선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단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지면기사

    "평화·번영 양산했던 곳재개 위해 목소리 낼 것""우리 국민들이 개성공단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향(52·사진) 이사장의 표정은 무거웠다. 지난 2008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공단과 연을 맺은 뒤 공단 폐쇄 상태인 2017년 12월 이후부터 위원장과 재단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에게 작금의 상황은 어둠 그 자체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을 매일같이 양산했던 곳"이라며 "중단 이후 아무 진전 없이 허비되고 있는 하루하루가 아깝다.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김 이사장은 답보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반대하면 끝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냐. 자꾸만 미국 뒤에 숨어선 안 된다"고 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운 데 이어, "문제 해결의 중심축을 한미 또는 북미가 아닌 남북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우리 일 아니겠느냐"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인식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네거티브가 아닌 진정한 평화의 가치와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국민들이 이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정부의 방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공단 재개와 관련해 상황이 좋진 않지만, 그는 "공단 재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1)]평화의 땅에서 분단의 땅으로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1)]평화의 땅에서 분단의 땅으로 지면기사

    지난 2008년부터 8년 가까이 개성을 오갔던 입주기업체 직원 김모(47)씨는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금단의 영역에 가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슷한 생김새에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경계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그들과의 특별한 경험은 지금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밥을 같이 먹을 수도, 식후에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없었다. 소소한 안부를 묻는 것 외엔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제약이 따랐다. 정치·경제 문제는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함께 모여 일을 하면서도 대화의 수위를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정확한 선은 아무도 몰랐다. 혼란스럽고 조심스러웠다. 남북 노동자, 담배 바꿔 피우고'초코파이' 건네며 안부인사도한때 이념 넘어 '통일 시험무대' 하지만 이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이념과 규제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들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독한 북한 담배와 부드러운 남한 담배를 바꿔 피워보기도 하고, 초코파이와 자일리톨껌을 건네주며 묻는 "아(자식)는 말을 잘 듣습네까"라는 안부 인사에 서로 미소 지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남과 북은 한 공간 안에서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뜨리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통일 한반도의 시험 무대, 개성이었다. 김씨는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말했다.2016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월10일, 입주기업 (주)영이너폼 이종덕(62) 대표는 급히 연락을 받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로 달려갔다. 연휴 기간 중 이례적인 소집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그 자리엔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20여명의 입주기업 대표들이 모였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공단을 폐쇄키로 결정했고,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세 시간만인 그날 오후 5시 공식 발표를 통해 공단 폐쇄는 현실이 됐다.기업들은 반대할 겨를도 없었다. 현지에 있는 자재만이라도 정리할 수 있도록 최소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우리가 잘 몰랐던 개성공단의 일상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우리가 잘 몰랐던 개성공단의 일상 지면기사

    月 80불 상당 급여·생필품 '北 최고 직장'남북 한공간서 일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도소통공간 편의점 '잊을수 없는 전화번호' 회담 결렬 전날 '부엌서 라면' 에피소드 인터넷 안돼도 여가 즐길수있는 공간 있어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의 아침은 여느 남쪽의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남측의 북적이는 출근길 풍경처럼 이곳 역시 개성 시내로부터 출발한 출근버스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우르르 내려 일터로 바삐 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남북 노동자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자식들은 무슨 대학에 갔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식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약속된 사안이었다. 남측 사람들은 구내식당이나 음식점을 이용했고, 북측 사람들은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 남측에선 국을 제공했다. 춘궁기에 밥을 싸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면 국 대신 잔치국수로 대체하는 배려도 있었다.북한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73.87달러였다. 연장근로수당과 야간·휴일수당을 포함하면 많게는 150달러 이상 받기도 했다. 150달러는 당시 환율로 한화 17만3천원 정도다. 농사나 장사가 주된 돈벌이 수단이었던 북한 사회에서 직장에 출근해 임금을 받는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최고의 직장'이었다. 공단 노동자들은 매달 80달러에 달하는 북한 돈을 임금으로 받았고 이 밖에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의 생필품도 받았다.탈북민 최모(55)씨는 "80달러면 북한에서 쌀 160㎏을 살 수 있는 돈"이라며 "식구 중에 1명만 개성공단에서 일해도 먹고 살 걱정은 안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사람들에겐 소위 '인생역전'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었다.조그마한 농촌 마을인 개성에 남한의 공장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북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탈북민 박모(51)씨는 특히 개성공단표 속옷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당시 북한에서 속옷 장사를 했던 박씨는 "아랫동네(남한) 빤스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 찢어지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편안하고 통풍이 잘돼 부르는 값에 팔렸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최초 대규모 남북 경협사업의 상징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최초 대규모 남북 경협사업의 상징 지면기사

    개성공단은 한반도 분단 이후 최초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이뤄진 상징적인 곳이다.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포용정책 아래 2000년 8월 현대아산(주)와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 '공업지구 건설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개발 계획은 총 3단계로, 전체 계획 면적은 6천600만㎡(공단 2천640만㎡·배후도시 3천960만㎡) 규모다.2004년 6월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처음 입주했고, 2007년 6월 이뤄진 2차 분양까지 총 222개 기업이 분양을 받았다. 첫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노동력 등이 장점으로 꼽히면서 시범단지의 입주 경쟁률은 8.9대1에 달했다.하지만 2010년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기업의 신규 진출이 금지되면서, 공단 개발 계획은 1단계(330만㎡)에서 정체됐고, 분양기업 중 125개 기업만이 공단에 터를 잡게 됐다. 섬유·봉제업체가 전체 기업 수의 59%로 가장 많았고, 기계·금속업체가 19%로 뒤를 이었다. 입주기업 중에는 경인 지역 소재 업체(경기도 41곳, 인천 18곳)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공단은 한 차례 가동이 중단됐던 2013년을 제외하곤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공단이 본격 가동된 2005년 6천여명이었던 북한 근로자는 2015년 5만4천988명까지 늘어났고, 입주기업 생산액은 2005년 1천400만 달러에서 10년 만에 5억6천만 달러까지 증가하는 등 폐쇄 이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한반도 훈풍 기다리는 개인투자자들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한반도 훈풍 기다리는 개인투자자들 지면기사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이후 남북 관계 회복을 기다린 건 입주기업만이 아니었다. 남북경협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공단 폐쇄 이후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남북경협주도 출렁였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최대 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종목명 현대엘리베이)는 공단 폐쇄 이후 2년간 종가(장 마감 시 주가)가 4만원에서 7만원 사이를 오갔으나, 이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관계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자 종가가 최고 13만3천500원까지 치솟았다.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아난티는 한때 4만원을 넘어섰던 종가가 공단 폐쇄 이후 2만6천원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2018년 4월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4만원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탔다.그러나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 이후 두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지난 19일 기준 현대엘리베이는 종가 기준 4만4천500원, 아난티는 7천830원에 머물러 있다.삼성증권 유승민 지정학분석팀장은 "공단 폐쇄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남북 또는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투자를 해왔다. 기대감은 높았지만 실체가 없었기에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다"며 "결과적으로 현재 주가는 2018년 당시 높은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16일 오후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열린 '개성공단 물품 전시 판매 및 사진전' 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개성공단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어려움을 겪어온 입주기업들이 생산한 다양한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한편 도의회 평화경제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폐쇄조치로 피해를 본 125개 기업 중 41개 기업이 도내에 소재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