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下)]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골든타임 사수하라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下)]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골든타임 사수하라 지면기사

    "불법 촬영물을 빨리 삭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최근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을 보기 위해 찾은 인천 부평구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이하 센터). 직원들이 불법 촬영물 모니터링과 삭제 요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직원이 트위터에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자, 고등학생 여성으로 보이는 사진이 여러 장 화면에 나타났다. 사진 밑에는 이름, 나이,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 지인의 사진을 몰래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 합사(합성사진)'를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불법 촬영물을 매일 모니터링해 해당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센터 직원 김라니(활동명)씨는 "불법 촬영물을 신속히 삭제하지 못하면 협박이나 성매매 등 강력 범죄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며 "매일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불법 촬영물로 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내고 해당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SNS·성인사이트 등 상시 모니터링작년 불법 촬영물 4400건 삭제 요청 경인일보가 최근 인천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과 지난해 불법 촬영 가해자 검거건수는 각각 317건, 335건이다. 이 기간의 경우 한 달 평균 26~28건의 불법 촬영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해 6월 인천에 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가 개소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2월부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는 디지털 불법 촬영물 신고와 삭제요청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센터는 선제 대응 차원에서 SNS와 성인 사이트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과 영상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6~12월 30만건의 영상물을 모니터링해 4천400건의 영상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플랫폼 비협조·인력 부족 등 문제피해자 심리상담 등 원스톱 지원도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원스톱'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진술과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윤석열 당선인 대선 공약은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윤석열 당선인 대선 공약은 지면기사

    오는 5월10일 취임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피해자 지원과 보호를 중점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윤석열 당선인은 전국에 지자체 산하 디지털 성범죄 전담 기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기관은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와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처럼 원스톱으로 피해자를 지원한다. 특히 5대 폭력 범죄(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 폭력, 스토킹) 피해자를 단계별로 지원하는 통합대응체계를 갖추게 된다. 디지털 성범죄 전담 기관이 전국 모든 지자체에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건 디지털 성범죄 전담기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센터들은 적은 인력·예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부는 전담 기관 설치는 물론 인력과 예산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에 디지털 성범죄 전담 기관 운영비를 모두 떠넘기거나 일정 비율 이상 분담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피해자 지원 '통합대응체계' 추진영상 지우는 전문요원 '직접 고용''위장수사' 성인대상 확대 주장도 윤 당선인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전문 요원을 직접 고용해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성범죄 전문 요원을 교육·양성하는 기관 또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 불법 영상물 삭제에 비협조적인 플랫폼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해외 사이트의 삭제 불응과 관련해 외교적 노력도 있어야 한다.윤 당선인은 경찰의 위장수사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9월24일부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경찰관이 영상 구매자 등으로 신분을 위장해 수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경찰의 위장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은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디지털 성범죄 피해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법률은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법률은 지면기사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은 기술 발달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고도화·전문화되면서 시대에 맞게 처벌 수위와 그 내용도 구체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권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처벌법은 1998년 처음 만들어졌다. 1997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백화점 여자화장실에 백화점 직원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백화점은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이 문제가 돼 백화점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당시에는 이와 관련된 처벌법이 없었다. 백화점 측은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라는 법 규정이 성폭력특별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됐다.1997년 '백화점 몰카사건' 계기이듬해 관련 법안 국회 첫 제정아무런 처벌 받지 않은 백화점'사고 예방' 해명에 불매운동도 2010년 성폭력특별법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전시·상영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이후 2015년 워터파크 여성 탈의실에 있던 여성 200여 명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사건, 2019년 가수 정준영이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어 지인들과 공유한 사건,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르자 시기별로 처벌수위와 양형기준이 강화됐다.현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와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이다. 불법 촬영 가해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中)] 내 영상·사진이 돌아다닌다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中)] 내 영상·사진이 돌아다닌다 지면기사

    사회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를 엄벌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가해자들은 법망을 피해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 2020년 4월 말부터 불법 촬영물을 유포·구매뿐 아니라 소지하거나 시청만 해도 처벌하는 형법·성폭력처벌법·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와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비롯한 전국 각 시도에 있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관들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사이트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성인물 사이트는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 중 디지털 성범죄로 입증된 영상에 대해서만 삭제 요청을 받고 있다. 이는 삭제를 요청하는 기관이나 개인이 성범죄 영상물임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또 이 사이트들은 외국에서 운영되거나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인이 개발한 한국의 1인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서 피해자의 영상이 불법으로 유포됐는데, 이 플랫폼은 법인을 일본에 두고 있어 영상물을 삭제할 수 없었다. 이처럼 운영자나 현지 수사 당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영상물 삭제가 어려운 것이다.국내법 적용 받지 않아 '협조 필수'요청하는 기관이 범죄물 입증해야"인터폴 영향력 높여 공조수사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개인과 기관에서 온라인 사이트 등에 불법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11만197건이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4천786건(46%)에 대해서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로 판단하지 않는 등 자의적으로 해석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개발도상국은 사이버 범죄수사기술이 부족하다.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수사 기술을 전파하고 공조 수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인터폴 등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영향력을 높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판결 문제점은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판결 문제점은 지면기사

    불법 촬영물은 유포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져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선 사건 발생 초기에 불법 촬영 가해자를 붙잡거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겨우 검거해 재판정에 세우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전국에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유형은 '불법 촬영'이 2천239건(32.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유포' 1천586건(22.7%), '유포 불안' 1천50건(15.0%) 등의 순이었다.보고서 내용과 같이 불법 촬영 피해자들은 유포와 유포 불안 등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포땐 심각한 피해, 초기대응 중요 불구수색영장 발부 오래걸려 증거인멸 가능성 지난해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20대 여성 A씨는 "경찰 수사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증거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증거를 직접 수집해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현장 수사관들은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촬영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선 수색영장이 필요한데, 영장 발부 조건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이 현장 수사관들의 설명이다. 인천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관은 "불법 촬영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는 한 전자기기를 압수수색할 수 없다"며 "특히 주말에 사건이 나면 수색영장을 받는 데 2~3일이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수사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불법 영상물이 담긴 저장 장치를 확보해도, 수사관 1~2명이 방대한 양의 사진과 영상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인천의 또 다른 경찰서 수사관은 "불법 촬영 영상 등 증거물이 1TB(테라바이트)가 넘어도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인터뷰|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인터뷰|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지면기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사진)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음지화·개인화되고 해외 서버 사이트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 법·제도 도입'과 '수사 범위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서승희 대표는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한국은 이미지와 동영상을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유통하는 기술력을 가졌다. IT 기술이 디지털 성범죄에 쓰이고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그동안 국가와 공권력이 방치해 왔다"고 비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2017년부터 1천명이 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단체다.서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2000년대 중·후반부터 웹하드를 중심으로 이 같은 범죄가 있었다"며 "당시 정부와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성착취물이 하나의 성인물 콘텐츠가 됐다"고 지적했다.2000년대 중후반부터 웹하드 중심 성착취물 퍼져… 공권력 '콘텐츠화' 방치'n번방 사건'후 중대범죄 인식… 대규모 범죄 줄었지만 치밀하고 악랄해져 서 대표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는 "2017년 센터 설립 이후 성착취물을 소지·시청·저장·구매하는 수요 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과잉 처벌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뤄 입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마저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은 법망을 피해갔다"고 덧붙였다.그는 n번방 사건 이후 마련된 대책에 대해 아쉬움도 털어놨다. 서 대표는 "사건 이후 성착취물 유포가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성과"라면서도 "처벌 수위는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했다. 또 "비슷한 사건을 두고 재판부별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上)] 아직도 떨고 있는 여성들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上)] 아직도 떨고 있는 여성들 지면기사

    2020년 초 이른바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국민의 공분을 산 지 약 2년이 됐다. 사건 이후 여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 노력하고 있지만,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곳곳에서 뭇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영상을 촬영·유포하고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사건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인의 얼굴 사진으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이나 10대 청소년과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악질적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실정이다.경인일보는 범죄 피해자의 어려움과 현장 수사의 한계점 및 제도적 보완 사항 등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를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 편집자주평범한 회사원이었던 20대 여성 김서윤(가명)씨 일상은 어느 날 받은 전화 한 통으로 무너져 내렸다. "불법 촬영 피해자로 확인되셨습니다." 지난해 7월께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이 전화 이후 김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그는 "처음에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해자는 인천의 한 20대 사업가 A씨로, 2020년 9월께 이른바 '길거리 헌팅'으로 김씨와 만나 사업 이야기로 친분을 쌓은 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김씨가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보다 약 10개월 후인 지난해 7월이었다."불법촬영 피해자" 경찰 연락믿기지 않는 현실, 직장 그만둬심리치료중 계속된 합의 전화 김씨는 심리 치료를 받으며 회복에 집중했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그는 "경찰과 검찰로부터 사건관련 연락을 계속 받아야 했다"며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요구하는 전화도 수차례 걸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잊으려고 노력해도 이러한 전화들 때문에 잊을 수 없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체포 당시 A씨의 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발견된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창문 넘어 들어온 '검은 손'… 가해자는 지금도 같은 아파트 산다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창문 넘어 들어온 '검은 손'… 가해자는 지금도 같은 아파트 산다 지면기사

    "9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인천의 한 아파트에 사는 20대 여성 정혜수(가명)씨는 지난해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은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7월 며칠 전부터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누군가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혜수씨는 곧장 아파트 인근 지구대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일단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보자고 했다. 혜수씨는 집으로 돌아온 직후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한 남성이 혜수씨의 방 창문을 살짝 연 뒤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이를 확인한 혜수씨는 112신고를 했고, 경찰은 주변을 수색해 2시간여 만에 같은 아파트 주민인 용의자 4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확인한 A씨 휴대전화에서 불법 촬영물로 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해 경찰서까지 임의동행했다. 이날 용의자 A씨는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후 귀가했다.혜수씨는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찰의 이러한 초동 조치에 분노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방 안에 설치한 카메라에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들이미는 정황이 담겼는데도 불법 촬영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A씨가 도주한 2시간 동안 영상을 지웠을 수 있고, 애초 다른 휴대전화로 촬영했을 수도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무엇을 근거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20대 女 혜수씨, 불법촬영 정황 신고이웃 주민 특정했으나 '증거' 미확보조사과정 4번이나 '피해 진술' 반복 혜수씨는 불법 촬영과 주거침입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방문했는데, 경찰이 당초 현장에서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기에 형사과에서 진술해야 했다. 사건의 본질인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고소장은 별도로 써내야 했다. 이 때문에 혜수씨는 자신이 불법 촬영 피해자라는 증거를 직접 모아 고소장을 써낸 후에야 여성청소년과 수사관들을 대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혜수씨는 "여성청소년과 수사관들에게 '성범죄로 단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

  •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온라인 공간, 범죄접근 무방비… 피해자, 청소년층이 가장 많아

    [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 온라인 공간, 범죄접근 무방비… 피해자, 청소년층이 가장 많아 지면기사

    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하고 유포한 고등학생 A군이 체포돼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A군은 지난해 초부터 SNS에서 친분을 쌓은 중·고등학생 7명을 협박해 나체 동영상과 사진을 찍도록 했다. 경찰이 A군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결과 수백 건의 성착취물이 발견됐고, 이 중 일부는 유포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작년말 인천서 또래 협박 착취물 제작10대 일당 검거… 친밀감 형성후 범죄 지난해 11월에는 SNS 등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인천의 20대 남성 B씨와 10대 남녀 등 총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 5명은 10대였다. B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이른바 'n번방'과 '박사방' 등을 통해 유포된 7만5천여 건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텔레그램으로 판매했다.이들은 아동·청소년 5~6명에게 새로운 성착취물을 제작하도록 하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였다. A군과 B씨 등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 등으로 입건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미성년자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게 저지르는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6~12월)와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2~12월)에 접수된 피해자 세부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463명 중 10대가 197명(42.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0대 다음으로는 20대(113명) 피해자가 많았다. → 그래픽 참조피해 '그루밍' 최다… 상습·지속 특징"적극적 수사 가능토록 제도 개선을" 특히 A군 사례에서 보듯 온라인상에서 청소년 등 미성년자와 친밀감을 형성한 후 영상물을 찍어 유포하는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인천에 접수된 피해 유형 중에는 온라인 그루밍이 전체 96건 중 22건(22.9%)으로 가장 많았다. 그루밍 성범죄는 호감을 얻거나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