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우리말 해침꾼 지면기사

    한글문화연대는 지난 주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말 사랑에 앞장선 사랑꾼과 그와는 반대인 해침꾼을 뽑았다. 특히 올해는 해침꾼들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우리말 해침꾼에는 이경숙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공정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강남교육청을 뽑았다. 2008년의 시작을 '어륀지'로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인 이경숙씨는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려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이런 발언으로 영어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새 정부의 생각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공교육 강화는커녕 사교육시장부터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봄부터 시작된 이 영어몰입교육 논란은 각계의 거센 비판 속에서 금세 철회되었지만, 이미 시작된 영어 광풍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가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공정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국제중학교라는 것을 설립하겠다고 나섰으며, 그것은 정말 현실이 되었다. 얼마 전 국제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모여 공을 뽑는 장면을 봤다. 주황색 공을 뽑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국제중학교에 입학한다고 누구보다 기뻐했으며, 흰 공을 뽑은 아이와 학부모들은 실망하고 있었다. 이미 학부모들은 자녀의 당락과 무관하게 이러한 추첨방식의 일반전형에 대해 어린 아이들에게 오히려 상처만 줄 뿐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게다가 이미 서울신문은 국제중학교 합격생 비율을 분석한 기사를 발표했는데, 합격생의 39%가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나 여건이 좋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출신이라는 것이다. 추첨방식의 일반전형뿐 아니라 외국에서 2년 이상 공부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전형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기사를 접한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으로 한동안 영어 광풍에 시달리던 우리에게 강남교육청은 강남구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국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자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서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잘 알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초중등교육현장에서 오히려 국어는 소외되고 있는 듯하

  • 2008년, 올해의 유행어! 지면기사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2008년 유행어 중에는 '망하게 놔두기에는 너무 크다'는 'TBTF(too big to fail)'란 말이 있다.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의 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대마불사' 정도일 텐데, 대마불사의 신화가 미국에서도 통할지는 좀 두고 볼 일일 것 같다.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와 관련해서는 오바마의 선거 구호였던 '체인지(Change)'와 '오바마내이션(Obamanation)'이란 말이 있다. 형태상으로 '오바마 +국가'이니 오바마의 국가 혹은 오바마가 이끄는 국가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 영어 나라에서 왠지 우리의 '엠비정부'를 따라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자카야택시(居酒屋タクシ)라는 말이 올해의 유행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고급 공무원들이 심야 귀가 택시를 이용할 때, 택시 운전사들이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달라'며 건네는 현금과 상품권을 받아 챙기고, 택시 안에서 술과 안주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어떤 공무원은 실제 택시요금보다 많은 금액을 장부에 적도록 해서 수년간 그 차액을 챙겼단다. 이런 고급 공무원들의 비리를 풍자한 말이라고 하는데,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직불금 사건'과 비교하면 어째 내용이 시시하고 쩨쩨하다.2008년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들이 크게 사랑받았다(?). 강부자(강남 땅 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등이 이름을 날렸고, 연예인은 아니지만 강금실(강남의 금싸라기 땅 실소유자)도 그에 못지않은 명성을 유지했다. 그리고 새해 벽두를 장식한 이래 꾸준히 인구에 회자돼 온 말로 '프렌들리'가 있다. 비즈니스프렌들리로 시작해서 프레스프렌들리, 잉글리시프렌들리 등의 파생어를 낳으면서 한 해를 풍미했다. 문제는 이 말이 소통이 잘되는 이들 사이에서는 크게 애용되었지만, 말뜻조차 이해 못하는 이들과, 말귀가 잘 통하지 않는 이들과는 오히려 틈을 더 크게 벌리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기업 친화적, 언론 친화적, 영어 친화적이라고 하면 안 되나? 이 말을 처음 쓴 분이 우리 대통령인줄 알고 '왜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시지 않느냐'고

  • 맵시 나는 차를 타고 누벼보자! 지면기사

    며칠 전 국산 자동차의 이름들을 조사해서 발표한 결과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 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자동차관련 사이트에서 조사한 것이었는데,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 종류 41개의 자동차 이름 가운데 한국어로 된 이름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41개 이름 가운데 27개가 영어, 이어서 라틴어와 이탈리아어가 5개, 스페인어 2개, 그리스어와 티베트어가 각 1개씩이었다. 그러고 보니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지금까지 우리말로 지어진 차는 딱 한 개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누비라', 특정 상표를 그대로 써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말 이름을 가진 차가 없으니 그냥 쓴다. 세상을 누비라는 뜻에서 김우중 회장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니, 칭찬할 만한 일인 것 같다.그 동안 국산 자동차가 해외에 판매될 경우 이름을 바꿔서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이유를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어느 책에서 보니 그 이유가 국내에서 만든 일명 콩글리시 이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먼저 국내에 출시할 때 이름을 대충 쉽게 만들고 보니 해외시장에서 그 뜻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이름들이 많다는 것이다.차 이름이 외국말이어야 쌩쌩 잘 달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렇게나 그럴듯해 보이라고 국적 없는 외국어 이름을 무분별하게 갖다 붙이려거든 '누비라'나 북한의 '휘파람', '뻐꾸기'처럼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예전에 '맵시나' 라고 하는 차도 있었다. 생소한 듯해도 훨씬 친근하고 정말 맵시 나는 이름 아닌가!친근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의 맵시 나는 차들이 우리나라 곳곳을 쌩쌩 누빌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조 한 솔 한글문화연대 간사

  • 안전과 한글, 한국어 지면기사

    어느 날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걸 보았다. '위험하오니 안전 휀스에 기대지 마세요'. 승강장과 철길 사이에 세운 쇠기둥 울타리를 '안전 휀스'라고 적은 것이다. 외국어 표기 원칙에 따르면 '휀스'가 아니라 '펜스'라고 적어야겠지만, 어찌 보면 그게 문제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그걸 굳이 영어 단어를 빌려 적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비슷한 예는 '스크린 도어'라는 말이다. 지하철 어디에 많이 써 붙여 놓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항상 지하철을 탈 때 나오는 안내 방송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스크린 도어'라는 말을 듣는다. 단지 글자를 한글로 적는 문제가 아니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외국어 단어를 이용해 사물의 이름이나 생활 용어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문, 안전 덧문'이라고 하면 더 의미가 분명할 텐데 '스크린 도어'를 고집하고, '손잡이'라고 하면 될 걸 '핸드 레일'이라고 쓰며 그 뒤의 괄호 속에 '손잡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은 당연히 '스쿨 존'이다. 지금 든 예들은 모두 우리 생활의 안전과 관계된 말들이다. 우리말과 한글을 아끼고 가꾸는 문제 이전에 국민의 생명과 곧바로 이어진 영역이다. 그리고 개인의 언어 습관 이전에 공공 영역에서 굳어진 표현 관행의 문제다. 특히 안전에 관계된 영역은 무엇보다도 국민 대다수가 알아들을 수 있는, 즉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용어의 사용이 사고 발생을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표기한다'는 원칙을 넘어서서 '한국어'(말과 글 모두) 사용을 의무화해야 하는 첫째 영역은 바로 안전과 건강 분야다. 중국 식품의 멜라민 파동이 나기 직전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 표시 기준에 관한 규정을 고치려 했다. 외국어 표기가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없애려 한 것이다. 식품의 표시 기준 대상은 단지 상품명만이 아니라 원산지나 성분, 원재료 등을 포함한다. 이 규정을 고쳐 시행하기 직전에 바로

  • MB라고 쓰지 말자! 지면기사

    3김시대는 갔다. 벌써 오래 전에 갔다. 3김은 독재와의 투쟁, 우리 사회의 민주화 등 기념비적인 업적도 많았지만 보스정치, 권위주의정치, 계파정치 등의 폐해 또한 안고 있었다. 3김이라고 하고 DJ, YS, JP라고 썼다. 물론 김대중이라거나 김영삼이라거나 김종필이라고도 했다. 그것으로 충분한데도 굳이 DJ이니 YS니, JP라고 더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써댔었다.그 시절에는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한 듯 했었다. 비슷한 호칭들이 난무했다. KT, SH, DR, MJ 등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내가 정계에 입문했더라면 나도 JH로 불렸을까? 그런데 이런 식의 호칭이 차츰 사라져갔다. DJ, YS, JP가 지면에서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고,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이상 대통령을 MH라고 표기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노무현 대통령이거나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이라고 써야할 것을 '노대통령'이라고 붙여 써서 띄어쓰기는 좀 무시당했었다. 여하간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름을 더 이상 영어알파벳으로 표기하지 않는 바람에 3김시대가 확실히 청산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말이 그랬고,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때, 뭔가 끝났다는 느낌은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5년이나 갔다.기이하게도 지난 해 대선을 치르면서부터 3김 식 호칭이 부활했다. 이○○이나 문○○이나 정○○ 같은 후보들은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명박 후보만큼은 유독 'MB'라고 부르고 'MB'라고 썼다. 간혹 IJ가 보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HC, GH, DY라고 불렀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명박 후보만 MB라고 했을까? 이러한 호칭은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는 오늘도 MB정부라든가 MB노믹스라든가 하는 식의 표현 속에서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국민 모두가 MB라는 호칭과 MB라는 표기에 익숙해졌는지 모르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이명박'이라고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는 걸까? 이것부터가

  • 바로잡기 지면기사

    어제 신문에 우리나라 지하철역의 이름 표기가 제각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어떤 곳은 한자표기가 있고, 어떤 곳은 한자표기 없이 로마자표기만 있고 게다가 더 우스운 것은 '무슨무슨 역' 가운데 '역' 만 한자로 표기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통일된 어떤 지침 (흔히 말하는 '가이드라인') 이 없는 것이 원인일 것이며, 또는 더 나아가 그 지침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없거나 그저 그런 지침 따위는 쉽게 생각하는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무엇이든지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이 없거나 또는 모호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우스운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준은 사회와 국민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우두머리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을 대변하는, 소위 지도자들이 사회 전체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잘 끌어안고 다듬어 올바른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앞서 말한 기사 내용은 통일되지 않은 표기를 주로 문제 삼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한자와 로마자 표기에 열중해야 하느냐이다.지하철뿐만 아니라 관공서 등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또는 이제 다문화사회가 되어 버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로마자 또는 한자를 대문짝만하게 함께 표기하고 있다. 다문화시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잘 하는 일이지만, 어쩐지 그것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실제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는 한자표기가 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각 지자체와 관공서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영어이름을 만들어 쓰고 있는데, '하이서울'이 과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 될 수 있을까?지금 이 사회는 잘못된 기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엉망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조한솔 한글문화연대 간

  • 찬달 박대희와 채소가게

    찬달 박대희와 채소가게 지면기사

    한글운동 공로기림을 받았던 날, 찬달 박대희 선생님은 몸을 낮추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받을 상이 아닙니다." 그런 마음으로 또 몇 해를 힘껏 일하셨습니다. 찬달 선생님이 하신 일들의 빛은 작아보였지만 숨찬 줄 모르고 새긴 발자국들이 세종로에, 종로에, 나라 곳곳에 빈틈없이 채워져 어디 한 군데 빈 곳이 없었습니다. 그 발자국들은 수많은 찬달의 숨결입니다. 발자국이 채 마르기 전에 새로운 발자국이 그 위를 새겼으니 찬달 선생님의 빠른 걸음은 어린 사람들 못지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땀 흘림이 바쁜 길에서도 어린 사람들의 손길을 어여삐 여겨 응원도 하시고, 푸른 생각들을 나누셨습니다. 2005년, 부끄러운 나의 일을 다독이시며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아주셨고, 2006년, 낮은 한 자리에 앉으셔서 여린 한글날을 보듬으셨습니다. 2007년, 늘 모자란 일을 받쳐주시며 말씀 한 자락과 불끈 쥔 외솔님의 힘 한 동이를 아낌없이 디딤돌로 깔아주셨습니다. 그렇게 봄이 가고, 타는 여름의 목마름 한 가운데를 오가시며 당신의 땀을 잊고 어린 사람들을 일으키셨습니다. 밥상을 사이에 둔 날에도, 한글을 수북이 쌓은 날에도 나의 어린 마음을 튼튼하게 꾸리시느라 힘을 다 쓰셨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오늘 찬달 선생님의 떠난 자리를 그리며 서성이다가 뛰어가고 뛰다가 다시 서성이는 까닭을 모를 리 없는데, 한글날이 우뚝 서지 않았기에 현대 한글 100돌, 세종의 한글 562돌을 지나도록 헤매는 어린 사람들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움으로 되살아나길 빌고 있습니다. 2008년 11월 6일 박대희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날 아픈 몸을 이끌고 움직이는 말글문화의 벼리들이 뜻한 자리에 모여 명복을 빌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생님의 성실한 땀을 기리며 여러 사람과 함께 채소 시 하나를 바쳤습니다. 무례한 일인 줄 알면서도 선생님이 보여주신 모든 일들이 마치 꽉 찬 달과 같아서 참한글이름-순한글이름-도 하나 지어 올렸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박대희 선생님은 가시는 날까지 밭을 갈고 튼실한 씨앗을 뿌린 그 모습으로 제게 찬달

  •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당선인(?)의 탄생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당선인(?)의 탄생 지면기사

    지구촌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던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미국인들은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얻게 되었다.100% 흑인이 아니다,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여러가지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보수 성향의 공화당' 8년 집권을 무너뜨리고 '진보 성향의 민주당' 출신, 그것도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입사 이후 미국 대선 관련 특보를 두 번 진행했다. 2004년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었고, 올해는 아시다시피 '오바마 대통령 탄생' 방송이었다.두 번의 특보를 지켜보면서, 아니 겪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왜 우리가 요란하게 미국 대선 방송을 해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는 무시할 수 없는, 그냥 훑고 지나갈 수 없는 강대국이자 대한반도 정책과 많이 유관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어떤 정치 세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점 설명이 필요없는 현실이다.그렇다. 우리는 누가 집권하느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만 알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속해 있는 언론사를 비롯해 우리의 방송 태도는 어떠한가?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준하는 호들갑스러운 방송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 생중계 수준이다. 물론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서는 흥미진진한 방송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요즘같이 고단한 생활 속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은 시청자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누가 대통령이 돼서, 그래서 한국·북한·6자회담·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만 따지면 되는게 아닐까? 적지않은 비판을 받고 있는 복잡한 미 대선 방식에 대해 공부를 하고 방송에 임했더니 다소 억울한 생각에 8년차 뉴스 앵커로서 푸념을 늘어놓아 본다.한마디 덧붙이자면, 지나친 외국어 남용이다. 미국 대선 방송이다보니 러닝메이트, 스폰서, 블랙혁명 등 엄연히 우리말이 있는 단어들조차 외국어로 도배되고 말았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해야하겠다.

  • 초등영어 수업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는가?

    초등영어 수업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는가? 지면기사

    교육과학기술부는 초등 3, 4학년이 주 1시간 공부하는 영어를 주 3시간으로 2시간 늘리고 5, 6학년이 주 2시간씩 수업하는 것을 주 3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이 정말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분야별로 그 기대치는 어느 정도이고 공교육에서 담당할 역할은 어디까지인데, 우리의 영어 교육은 무엇이 문제라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결과를 빚는가에 대한 정교한 조사와 연구 분석과 대안 마련 과정을 먼저 밟는 게 정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연구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초등 영어 수업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기본 전제 아래 '영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과 영어 사용 기회가 많아야 영어 실력이 오른다'는 너무나도 뻔한 근거를 대면서 주당 1시간으로는 부족하니 수업 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은 199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생길 때 했던 주장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는 건 늦으니 더 일찍 초등학교부터 영어에 노출시키고 영어 사용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당시의 주장이었다. 지금은 그게 양적으로 부족하니 시간을 더 늘리자는 주장으로 변한 것이고, 조금 더 지나면 초등 1학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영어 실력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나 불안감은 '개인 경쟁력'의 문제, 즉 학생들의 내신 점수, 대학 입시, 취업, 승진 등에서 영어 실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면이 제일 크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있고,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은 있더라도 자기 필요를 별로 못 느껴 꾸준히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을 실감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영어 수업 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의 자가당착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히 영어 환경에 노출되기 어렵고 영어 사용 기회가 적다. 그런 환경을 전제로 어떻게 효율적인 영어 공부가 가능할까를 고민하지 않고 수업 시간만 늘리면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니, 도대체 시간을 얼마나

  • '핫하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핫하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지면기사

    케이블 방송 중에 패션 관련 채널들이 있는데, 주로 배우나 모델 등 연예인들의 옷 입는 맵시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수이며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는지,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들이 많다.패션 업계에서 유난히 외국 용어를 그대로 들여와서 많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용어들을 그대로 써야할 필요는 없다.게다가 전문 용어라기보다는 우리말이라고는 그저 토씨만 남겨둔 채 주요 알맹이들은 외국말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처음 어느 방송을 보다가 솔직히 뜻을 몰라서 사전을 찾아본 말이 '셀러브리티'였다.아예 프로그램 제목에 들어가거나, 지금도 여기저기 방송에서 '이 시대 최고의 셀러브리티…' 라고 떠들어댄다.사전을 찾아보니 유명인, 명사, 연예인 등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아마도 '유행을 주도해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어느 그룹의 지난 노래 제목처럼 최근에는 누구나 '핫'을 연발한다.'이번 시즌 최고의 핫한 아이템' 등 방송에서도 진행자건 출연자건 마치 원래 쓰는 형용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핫하다'를 연발한다. 계속해서 이렇게 나아가면 이미 우리말처럼 굳어져버린 '쿨하다' 처럼 '핫하다' 또는 '핫'을 케이블 방송은 물론 어느 기업이나 제품 이름 또는 그 광고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도 공공연히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그리고는 '쿨하다'처럼 일상생활용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쓰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가오는 내년 설에 어린 손녀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오늘 입으신 그 옷 정말 핫한데요!"라고 할지도 모른다.짧고 강력한 의미전달효과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까짓 것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것이든, 익숙해서 그러는 것이든 쓸데없이 영어 단어 몇 개 섞어서 말하는 것은 있어 보이지도 않고 사실 불편해보이기까지 한다.어느 것이 옳은 일인지를 생각하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조한솔 한글문화연대 간사

  •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지면기사

    가을이다. 도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뒹군다. 바람이 분다. 그러고보니 문득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가을편지다. 김민기의 노래로 들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 최백호의 목소리로 들어도 억새밭 걷는 느낌으로 좋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이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면 참으로 기뻤을 고은 시인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 소리내어 읽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편지를 쓰고 싶어졌고, 또 받고 싶어졌다. 너 어찌 지내냐는 살가운 안부를 묻고, 나는 요즘 이렇게 지낸다는 서로의 이야기 속에 슬쩍 감춰져있는 한 줄 한숨과 한 줄 기쁨을 읽어낼 수 있는, 그런 친구와 가족과 연인에게 편지를 쓰고 또 받고 싶어졌다. 그들도 그랬을까.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는 원손시절 외숙모에게 우리말 편지를 보냈다. "상풍에 긔후 평안하오신 문안 아옵고져 바라오며 뵈완디 오래오니 섭~ 그립사와 하옵다니 어제 봉셔 보압고 든~ 반갑사와 하오며 한아바님 겨오셔도 평안하오시다 하온니 깃브와 하압나이다. 元孫"(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을 알기를 바라오며 뵌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시오니 기쁘옵나이다. 원손) 나이 스물 네 살 적, 명성황후도 오빠 민승호에게 예쁜 색 편지지에 "(오빠의) 편지에서 밤사이 탈이 없다하니 다행이다. 주상과 동궁(훗날 순종)은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니 좋지만, 나는 몸과 마음이 아프고 괴롭고 답답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바라보며 뵌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나는 몸과 마음이 아프고 괴롭고 답답하다.' 편지는 그런 것이다. 그리

  • 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지면기사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었을 때 한글문화연대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무리 외국어와 외래어가 남용되는 세상이라지만 '정부 이름만큼은 아름다운 우리말로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행자부 담당자의 답변은 애초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센터가 외래어'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외래어도 우리말이니 쓸 수 있다는 항변이었다. '센터'가 발단이 되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 고민이 깊어졌다. 외래어가 정말 우리말인가? 어딘가에 그런 규정이 있나? 표준어에 대해서는 표준어 규정에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정의돼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교양 있는'이라든가 특별히 '서울말'로 한정한 것 등에 대해서 그렇다. 하지만 좋든 좋지 않든 표준어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규정이 엄연히 존재한다.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외래어에 대한 규정은 없다. 최근 건국대의 박종덕 교수가 '국어발전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의 방향'이란 토론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를 일컫는다"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을 그나마 준거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설명만으로도 외래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수정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정이지 다이아몬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외래어는 국어인 척 해도 결코 국어는 아닌 것이다. 그 날 박 교수도 더 이상은 외래어란 용어를 쓰지 말고 '들온말'이라고 규정하여 우리말과 확실하게 구분 짓자는 견해를 밝혔다. 글쓴이는 박 교수의 주장에 100% 찬성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외래어를 우리말이 아닌 것으로 확실하게 규정한다면 아무 데나 외국어와 외래어를 갖다 붙이는 고약한 버릇도 다소는 고칠 수 있으리라 본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는 표기에 관한 내용만 있고 외래어에 대한 정의가 없다. 정의를 넣어라, 쓰긴 쓰지만 '들온말'로서 결코 우리말은 아니라고!

  • 한자를 알면 국어 능력이 높아진다?

    한자를 알면 국어 능력이 높아진다? 지면기사

    우리나라 교육 일번지이자 '사교육 특별 번지'인 강남교육청이 이달부터 관내 초중등학교에 한자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어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자를 가르침으로써 국어 능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얼핏 듣고 수긍하는 사람도 제법 있는 것 같다. 누가 주변에서 매우 어려운 한자어로 식견을 뽐냈는데 어쩔 수 없이 고개만 끄덕였거나 추측이 불가능한 일본식 한자어 앞에서 당황해 본 사람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 조합어들 중에 문장 속에서 그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정말 있을까? 어떤 전문 용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전문 용어들은 전문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지 한자를 안다고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거꾸로 우리 고유어의 어원을 몰라도 그 뜻을 배우거나 익히면 그렇게 알고 쓴다. '아름답다'나 '곱다'라는 말의 어원이 뭐냐고, 왜 그런 뜻이냐고 묻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게다가 초중등교육과정에 나오는 일본식 한자 조합 전문용어들은 한자 그 자체의 노출 빈도가 매우 낮은 어려운 한자인지라, 중등 1천800자 권장 한자 범위에서 소화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강남교육청에서 목표로 잡고 있는 기초 한자 300자 범위에서는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 용어(이암, 사암 등의 광물 이름 같은)를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자, 그러면 좀 더 양보해서 어려운 한자 조합어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살펴 보자. 그 유명한 삼국지에 나오는 말 중에 조조가 한 말이 있다. '계륵'. 먹자니 시원찮고 뱉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를 가리킨다. 아마도 '계'가 닭의 한자어 발음이라는 건 웬만하면 다 안다. 삼계탕을 먹어 봤다면. '륵'은? '갈빗대 륵'이라는 글자다. 여기까지 쓴 글을 읽은 사람은 당연히 계륵이 닭의 갈빗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한자로 어떻게 쓰는가는 몰라도. 그러면 그 다음에는 '륵'이 앞으로 왔을 때 '늑골'이 된다는 것도 누가 조금만 설명해

  •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우울하다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우울하다 지면기사

    머지않아 한글날이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다. 삼일절ㆍ제헌절ㆍ광복절ㆍ개천절 그리고 한글날이다. 재밌는 것은 한글날을 빼고는 모두 한자로 된 이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 적는다. 그래서 옆집 꼬맹이도 삼일절ㆍ제헌절ㆍ광복절ㆍ개천절이라고 또박또박 잘 읽는다. 三一節ㆍ制憲節ㆍ光復節ㆍ開天節이라고 썼다면 그 꼬맹이의 머릿속은 아마 @$%#*&^*&*()*^^$#$#@@!$%(** 됐을 것이다.한글날은 10월 9일이다. 다 안다. 다 알까? 그렇지 않다. 언젠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글날이 며칠인지 모르는 형아들이 엄청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놀라운 일이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글쓴이가 어렸을 때는 한글날이 공휴일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제일 신나는 날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다(?). 한글날이 반갑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글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니 잊을 리가 없다. 한글 고맙습니다. 위대한 세종대왕 할아버지 고맙습니다!그런데 90년부턴가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아이들은 더 이상 한글날을 특별한 날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한글날에도 어김없이 학교에 가야한다. 방송에서 올해는 몇 돌 한글날입니다. 어디선가 기념식이 열리고 어디선가 한글날 잔치가 열린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하고는 별로 관계가 없는 날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글의 고마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겠지!자, 562돌 한글날을 앞두고 왜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걸까?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 행사를 잔뜩 준비했다. 4일에는 공부방 아이들과 영릉을 답사한다. 5일에는 '한글옷이 날개'라는 한글옷 뽐내기 잔치를 한다. 그밖에 다른 잔치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 한글날에 하지 못한다. 한글날이 휴일이 아니어서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참된 국경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늦었지만 내년 563돌

  • 한글옷

    한글옷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살림살이가 한자에 치우쳐 있어서 옷(한복)과 집(한옥)-꽃담과 지붕무늬, 한복의 무늬, 그릇의 무늬들 중에서-에 쓴 전통무늬로서의 한글이 드물다. 문자들 사이의 형태 유사성이 있어서, 다시 말해서 문자들의 기본 획들이 일으키는 교감이 있어서 한자와 서양의 문자들이 모두 한글 꼴의 느낌과 비슷한 특성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하여 물건에 한글을 새기는 일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른 한편 한글을 옷과 집, 여러 가지 물건에 무늬로 새긴 일이 옛 살림에도 있었으나 매우 적었기에, 주시경님이 북촌에 움막을 짓고 조선어 강습소를 여신 뒤, 한글이라는 낱말을 동지들과 깃발에 새겨 쓰던 때(한글날을 만들던 때)를 꼭지로 한 현대 한글에 와서야 붓통에, 옷에, 봇짐에 한글을 새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한글옷은 또는 한글무늬옷의 숫자가 적었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한글 현판, 한글 현수막, 한글무늬를 새긴 학용품, 생활용품들(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에도 나왔던 물건들)과 함께 시장을 겨냥한 생산이 이루어졌다. 1980년대의 뜨거운 민주화운동과 함께 한글옷이 더 많아졌다. 1990년대에는 움직이는말글문화와 같은 단체에서 만든 한글옷들이 꾸준히 나왔지만, 영자와 일본 글자를 새긴 옷들이 싼 값에 빠르게 퍼졌고, 영어 광풍에 밀려 한글옷의 쓰임새가 행사용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몇몇 기업, 한글제품공장들이 산업 방법의 한 가지로서, 한글단체들(한글문화연대, 움직이는말글문화 등)이 한글운동의 한 가지로서 한글옷 만들기에 힘썼다. 이렇게 볼 때, 한글옷은 삶의 물결에 따라 일어서는 한 갈래의 한글 역사이고 한글운동사이다.지금까지 한글옷들은 글자의 생김새, 배치, 빛깔, 글귀의 내용에 무게를 두고 만들었다. 디자인에서 한글이 차지하는 좁은 자리를 생각하면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글옷의 갈 길이 멀고 어렵다. 현대성에 맞추어 대중의 취향을 살핀 옷들이 있어야 하고, 전통무늬를 발굴해야하며, 뿌리 깊은 전통의 현대화로서 생산성을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 뉴스와 바른 말

    뉴스와 바른 말 지면기사

    미국에서 불어닥친 금융 위기로 요즈음 우리 언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폭락' '폭등' '쓰나미'가 아닐까한다. "미국이 기침 한번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발 금융 위기는 백신이 소용 없는 무서운 독감 바이러스였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특히 뉴스 자막에 공을 들인다. 문장 하나, 제목 하나로 뉴스의 핵심을 담기 위해 고민 또 고민한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좀 더 시선을 끌려다보니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어를 고르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 위기' 보다는 '미국발 악재로 세계증시 폭락 쓰나미'처럼 더 강한 단어 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제목을 뽑으려는 심리가 만연한 것 같다. 이 참에 자수하자면 며칠전 한국과 북한의 축구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나도 모르게 '찝찝하다'라는 말을 써가며 앵커멘트를 했다. 방송이 끝난후 지적이 나왔지만, 속으로는 "정말 찝찝한 결과였는데, 뭐가 문제지?"하며 서운해 한 기억이 있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개운하지 않고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데가 있다' 라는 뜻이 분명히 있는 단어였지만, 그 앞에 '속되게'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솔직한 뉴스 전달도 좋지만, 고민없이 '속된' 표현을 써가며 시청자를 유혹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주가급락, 주가폭락, 환율폭등, 환율폭발 등의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안팎의 금융상황이 불안하고 틀린 말도 아니지만, 좀 더 센 단어, 좀 더 강한 단어를 쓰려는 욕심은 자제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 '국제화 시대'를 위하여

    '국제화 시대'를 위하여 지면기사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어,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몰입식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 몰입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월 25일 취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며 국제중학교 설립 추진의지를 밝혔다. 게다가 9월 2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인사검증에서 '영어몰입교육'의 현실화 가능성은 전면 부인했으나 '국제중학교 설립'에는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국제중학교 설립 추진과 함께 이미 사교육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는 국제중학교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려는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넘쳐나며, 각종 입시학원의 홍보 자료와 언론사들의 분석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치원에서부터 중학교 입시준비를 해야 할 판이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오히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으로 서민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사회통합과 평등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처럼 '영어'에만 매달리는 사회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소외될 많은 서민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교육복지를 누리기는커녕 언어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불평등을 겪게 될 것이다. 영어로 국가경쟁력을 높여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들이 되레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 모든 문제는 '국제화=영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영어를 잘해야 국가 경쟁력이 강해지고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어'가 아닌 '교육' 과 '사회'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는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진정한 교육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이룰 수 없으며 지금처럼 우리의 근본인 우리말과 글을 등

  • 한글날이 다가오고 있다 지면기사

    얼마 전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도 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지난 2006년 미국의 여성 문학가 펄 벅이 직접 설립한 비영리 국제기구 펄 벅 재단이 주는 올해의 여성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수상연설로 부시 여사는 펄 벅의 '살아있는 갈대'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3년 미국에서 출판돼 미국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 '살아있는 갈대'는 19세기 말부터 1945년까지 안동 김씨 일가의 수난사를 그린 작품이다. 펄 벅은 아리랑 가사로 책 표지를 꾸몄다. 그리고 책 서문에서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송했다. 한국의 과학성, 우수성, 그리고 효율성에 반한 것은 비단 펄 벅 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가장 좋은 글자'라고 했고, 미국 메릴랜드대 램지 교수는 '한글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다른 모든 알파벳이 수 백 년 동안 수많은 민족의 손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형 개량돼온 것인데 반해 한글은 발명된 글자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세계적인 발명품'이라고 말했고, 영국 서섹스대 샘슨 교수는 '한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미국 미시간대 매콜리 교수는 '한국인들이 1440년대에 이룬 업적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그래서 한글날을 우리의 휴일로서 축하하기 위해 나의 아파트로 학생, 교수 등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일을 20년 이상 해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글날이 한 달 남짓 남아있다. 돌아오는 제561돌 한글날에도 매콜리 교수가 '자신들의 휴일'로 한글날을 축하할지 나는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에 대해 무슨 이야기꽃을 피워왔는지, 올해는 또 무슨 한글예찬을 할 지 궁금하다. 한글날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당신은, 그리고 또 우리는 한글에 대해, 우리말과 글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참고 : 국회의원 14명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법률상

  • 가림토 문자와 한글

    가림토 문자와 한글 지면기사

    우리 한글이 올해로 562돌을 맞는다. 그런데 어떤 기록에는 한글의 나이가 4천3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이건 무슨 논리인가? 글쎄, 한글의 원형이 가림토 문자일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다.가림토 문자라는 것은 한단고기의 단군세기(檀君世紀)편에 나오는 말이다. 250여개나 되는 부족국가를 다스리던 3대 단군 가륵이 부족 간에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고자 정음 38자를 만들고 이를 '가림토 문자'라 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는 정통 사서에서 가림토 문자의 기록을 찾을 수 없으므로 그것은 '한단고기'의 저자 등이 꾸며낸 허구일 뿐이라는 의견이 크다. 그러나 가림토 문자가 한글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세종실록에 실린 문장들을 근거로 들고 있다.즉 '이 달에 상감께서 친히 스물 여덟자를 지으시니, 그 자는 고전을 본떴다'는 훈민정음 창제 첫 발표문과 '글자의 형태는 비록 옛 전문을 모방하였다지만, 음을 쓰고 글자를 합하는 것이 모두 옛것에 반대되니 실로 의거할 바가 없습니다'는 집현전 학자들의 상소문 등이 그것이다. 실제 사실은 한 가지일터인데, 후대 사람들의 해석은 왜 이리 다를까. 문헌 고증이나 증거가 될 만한 유물이 나오지 않는 한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듯하다. 삼국시대 이전의 오래된 역사라 쉽게 고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반도가 아닌 현재 중국 영토에서의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고작 고증이나 유물 발견과 관련된 것인가라는 부분에 이르자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이런 근거가 제시되기만 한다면 한글 기원의 역사는 처음부터 새로 써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림토 문자의 증거로 제시되는 탁본을 떴던 서울대 사회학과의 고 이상백 교수는 가림토 문자가 우리나라 '한글의 어머니 글'이라고 말했다.왜 이런 한글의 원형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가 재야 사학자들에게서만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정통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한 사서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 진실을 밝힐만한 실낱같은 단서가 있다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가림토 문자

  • 규제완화는 마법의 주문인가?

    규제완화는 마법의 주문인가? 지면기사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2008년 7월 31일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안'을 예고하였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자면 그 동안에는 수입식품을 포함해 '표시는 지워지지 아니하는 잉크·각인 또는 소인 등을 사용하여 한글로 하여야 하나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자나 외국어는 혼용하거나 병기하여 표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자나 외국어는 한글표시 활자와 같거나 작은 크기의 활자로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었다. 식약청은 이 기준에서 한자나 외국어 활자 크기를 한글과 같거나 작게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규제 완화'다. 한마디로 기업이 일하기 편하게 하자는 발상이다. 사실 이 규정이 있는 지금도 과자나 음료 등의 각종 식품 겉에는 영어가 난무하고 있다. 마치 '옥외광고물에 관한 법률'에서 간판에 한글로 표기할 것을 의무화해도 길거리에는 국적 불명의 외국어 간판이 판을 치는 것처럼. 외국어를 함께 적더라도 한글보다 크게 적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 규정을 없애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영어가 커지고 한글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한글 사랑'이나 '우리말글 보호'의 측면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니다. '식품등의 표시기준' 제4조에서는 표시 사항을 정하고 있는 바, 단지 식품의 제품명뿐만 아니라 내용량, 원재료명, 성분명 및 함량, 영양성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사항들의 표시 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식품의 위생과 안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국민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불안과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 더구나 외국어에 익숙지 않은 노약자를 생각한다면 감히 할 짓이 아니다. 분명히 법적, 행정적 규제를 완화할 영역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도 있는 법이다. 건강이나 공공성이 걸린 부분은 더더욱 산업화의 물결과 거센 경쟁 논리 속에서 기본 윤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쥐대가리 새우깡 사건이나 최근의 여러 이물질 사건에서 보듯 식품 회사들은 이물질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