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던빠리… 예술 흐름 바꾼 파리, 인상주의 어떻게 시작했을까

[신간] 모던빠리… 예술 흐름 바꾼 파리, 인상주의 어떻게 시작했을까

전통에 도전이자 새로운 미술로 모험 앙데팡당·백인전 등 12편 전시 이야기역사 통해 독자에 '새로운 관점' 선사■ 모던 빠리┃박재연 지음. 현암사 펴냄. 328쪽. 2만3천원 문화재, 고전 명화, 현대 미술, 공예품뿐 아니라 웹툰, 브랜드, 캐릭터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미술관은 인기 있는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전시장은 이제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공간이 됐다. 작품·관객·비평가가 모두 만나는 소통의 장이자,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고 알려지는 행사. 작품과 작품이 만들어진 환경, 예술가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을 함께 보여주며 작품을 역사적·문화적 맥락 안에 놓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전시이다.전시의 시작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던 빠리'는 아방가르드 미술의 수도 파리에서 열린 열두 편의 전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사 제도를 없애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일 기회가 된 '앙데팡당 전시', 포스터에 예술성을 부여해 수집 대상으로 만든 '백인전',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살롱 다다' 등 새로운 시도를 한 전시들은 예술의 지평을 조금씩 확장했다. 책에서 소개한 전시들은 전통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미술을 향한 모험이었다. 때로는 외면받고 비난받기도 했지만, 결국 역사에 남아 오늘날의 미술을 만들었다.전시는 그 자체로 작품이자 기획물이다. 하지만 끝나버린 전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제대로 알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전시는 항상 정치와 자본에 관한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국제 정세와 정치 상황, 기술의 발전, 시장과 구매자의 변화 모두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전시의 풍경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당시 예술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살펴보고, 언론과 대중의 평가와 이후의 예술 동향까지 파악해야 한다.책은 현대 미술을 만들어낸 전시의 풍경을 그리며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1874년 '예술인 협동조합 전시'부터 전시 그 자체를 작품이자 체험으로 만든 1938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까지 전시라는 렌즈를 통해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작가와 작품, 전시의 관계를 살피고 현대 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낸다. 이렇게 전시의 역사를 알고난 뒤 독자들은 작품과 전시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6-20 19:05:38
21세기 가족, 그 안에서 '여성 1인 가구' 란

21세기 가족, 그 안에서 '여성 1인 가구' 란

인천작가회 계간 웹진 '작가들' 여름호돌봄 행위서 비자본주의적 다성성 찾아 인천작가회의 계간 웹진 '작가들' 2024년 여름호(사진)가 발행됐다.'작가들'은 이번 호에서 3명의 필자에게 가족에 관한 특집 원고를 청탁했다. 김주원 평론가는 김해진의 '목화맨션'과 조해진의 '여름밤 해변에서, 우리'를 통해 자본주의적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1인 가구에 대해 살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친족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돌봄의 행위 속에서 비자본주의적 다성성을 찾아간다.김건형 평론가는 퀴어공동체를 다룬 문학 작품들을 꼽았다. 박상영, 조우리, 김병운, 김현, 한정현의 소설에서 나타난 한국 사회 퀴어의 모습들을 다양한 각도로 정리했다. 드라마작가 구선경은 한국 드라마에서 가족의 재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200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소위 '막장 드라마'와 장르물의 번성 속에서 가족 이야기의 다층적 변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이번 호 특집과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은 아동·청소년 비평으로 실린 강수환의 '흔들리는 정체성과 청소년들'이다. 조유리, 윤슬빛 작품과 함께 "유동하는 정체성의 배 위에 올라탄" 청소년을 다뤄 다른 각도에서 퀴어에 착안했다.이번 호 '기획 연재'에선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한국 근대성의 새 단계였던 '학지광' 세대에 주목했다. 계몽기의 끝에 근대적 개인의 맹아로 싹튼 자유시의 흐름에서 동양과 서양, 사회 혁명과 개인 혁명을 '비변증법적 변증법'으로 사유한 산문을 선보인 최소월을 조명했다.'고유섭 평전'(한길사)을 쓴 이원규 작가가 고유섭과 교류한 인천의 인물을 살폈다. '민중 구술'은 지난 호에 이어 임인자 할머니의 한국전쟁 이후의 삶을 담았다. '르포'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성장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일군 지난해 교사 대투쟁을 다뤘다. 이철산, 조혜영, 김효은, 김사월, 옥효정, 정우신, 전수오, 홍인혜, 이기현, 이은형이 시를 썼고 최경주, 조영한, 서이제가 소설을 써냈다. 아동·청소년 문학 코너 '노마네'에는 이만교와 박정완이 동시를, 신지명이 동화를, 정재은이 청소년 소설을 각각 실었다. 계간 '작가들' 온라인 주소(webzinewriters.com)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4-06-20 19:05:06
[신간] 침대 딛고 다이빙… '안 움직여 인간'의 고백

[신간] 침대 딛고 다이빙… '안 움직여 인간'의 고백 "침대 밖은 위험… 하지 않아!"

■ 침대 딛고 다이빙┃송혜교 지음. 동양북스 펴냄. 248쪽. 1만6천800원 침대와 이불 사이에 누워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침대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머리맡에 이것저것 갖춰 놓는다. 때로는 너무도 일어나기 싫어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미루는 이들에게 운동이라 함은 누가 뭐라해도 '숨쉬기 운동'이 최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눕고 싶을 때 눕고, 일어서고 싶을 때 일어서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대로 살다가 큰일나겠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다.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완전히 끊어낸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침대 딛고 다이빙'이 출간됐다. 책은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한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신체 나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깝다는 진단과 마흔부터 골골거릴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되면서부터 저자는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한 운동이라는 존재에 눈을 돌리게 된다.'안 움직여 인간'이 하루아침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책에는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운동을 전전하는 저자의 운동 순례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저자는 수영장 레인을 거뜬히 왕복하는 수영장 베테랑 할머니처럼 체력과 다정함이 넘치는 할머니가 되길 꿈꾸고, 물속을 인어처럼 유영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여행지에서 러닝을 하며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책은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않다가 몸을 움직이는 법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몸을 움직이고 싶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공감으로 가득한 이야기로 응원을 보낸다. "침대를 딛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후에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삶은 언제나 침대에서 딱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한 발짝 내딛기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운동의 고통 위에는 늘 몸을 쓰는 기쁨이 숨어 있다는 것도."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6-20 19:04:38
[신간] 나의 첫 위스키 교사서… 하이볼부터 세계 5대 酒까지 '위스키에 대한 모든 것'

[신간] 나의 첫 위스키 교사서… 하이볼부터 세계 5대 酒까지 '위스키에 대한 모든 것'

■ 나의 첫 위스키 교과서┃사사키 다이치 지음. 정금이 옮김. 푸른길 펴냄. 288쪽. 1만9천800원 씁쓸하면서도 풍미가 느껴지는 동시에 탄산수의 청량함이 일품인 하이볼. 하지만 한때는 그저 달기만 한 술로 잘못 인식됐었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게 정석이나, 일부 술집에서 사이다 혹은 토닉워터에 위스키를 아주 조금 섞는 수준으로 내주기도 했다. 위스키 본연의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랬던 시절을 뒤로하고, 현재는 편의점에서도 '진짜 하이볼'을 맛볼 수 있게 됐다.신간 '나의 첫 위스키 교과서'는 위스키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부터 시작해 세계5대 위스키의 원산지별 특성까지를 다루며, 초보자들이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 사사키 다이치는 하이볼을 대중화시켰던 일본 주류 회사 산토리사의 앰버서더다. 그는 산토리사의 '위스키 이야기꾼 만들기'라는 전략하에 대중들에게 쉽고 편하게 위스키를 알릴 방안을 공부해왔다. 하이볼로 책의 포문을 연 이유다.'위스키 1학년을 위한 교과서'를 표방하는 책은 저자의 설명에 더해 만화와 일러스트도 함께 제시한다. 만화 속 주인공을 따라서 위스키의 원료, 증류, 숙성도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지역별 특성 등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저자는 "세계 5대 위스키를 맛본다는 것은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아울러 하이볼을 넘어 상온의 술에 아무것도 타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니트' 등 음용 방식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위스키를 즐겁게 마셔보라고 권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06-20 19:04:32
서가·극장·카페테리아… '힐링' 읽는 복합문화공간

서가·극장·카페테리아… '힐링' 읽는 복합문화공간

양평물빛정원도서관 20일 개관 군민회관 철거 이후 300억원 투입 장서실 어디서든 남한강 조망 가능OTT 감상·노트북 대여 서비스도'양평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비상한다'.정식개관을 앞두고 지난 17일 찾은 양평물빛정원도서관. 초록빛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서든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초승달 모양의 하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이어진 1층 벽면 가득 12개 읍·면 주민들이 기증한 1만5천여 권의 책으로 만든 군민기증서가가 2층까지 연결된 공간을 가득 채웠고, 로비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어린이놀이실 등 커뮤니티 공간이 반긴다.서가 벽 너머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370석 규모의 1층과 2층을 잇는 물빛극장도 눈에 띈다.기존 양평읍사무소 인근에 있던 어린이도서관은 1층 입구 오른쪽에 자리했다. 3만7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유아·어린이 자료실은 아동문화활동을 위한 개별 학습실과 도서공간으로 구성됐다. 아이들이 눕거나 앉아서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토끼굴, 쳇바퀴 등을 형상화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2~3층으로 연결된 일반 자료실에는 4만7천여 권의 도서가 빼곡하다. 신간 도서안내와 디지털 도서 검색대를 곳곳에 배치, 서점과 도서관의 장점을 합쳐 놓았다. 접근성 좋은 곳에 어르신들을 위한 큰글자책 및 점자도서로 편의성을 높였다.2층 메이커스페이스에선 웹툰 및 코딩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으로 이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 구비돼 있고, 3층 멀티미디어실에선 OTT(Over-The-Top) 감상과 컴퓨터·노트북 대여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강의실, 동아리실, 학습실,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원래 도서관이 위치한 곳은 32년간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가 진행됐던 양평군민회관 자리로 더 익숙하다. 하지만 군민회관이 노후화 되면서 군은 2019년 이 자리에 도서관과 회관의 기능을 모두 가진 도서문화센터를 추진했다.한강수계기금 140억원, 군비 110억원 등 총 300억원가량 들여 총면적 7천32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된 도서관은 4년의 공사를 끝내고 20일 정식 개관한다. 10만여 권의 장서와 다양한 공간, 현대식 시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도서관은 모든 군민이 즐겨 찾는 양평 최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손님맞이 채비를 끝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양평물빛정원도서관 전경. /양평군 제공양평물빛정원도서관 1~2층에 조성된 물빛극장. 가로 22m, 세로 13m의 무대와 370석의 좌석을 확보해 각종 공연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2024.6.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양평물빛정원도서관 2~3층에 조성된 일반자료실. 2개 층에 걸쳐 4만7천여권의 책을 비치했다. 2024.6.17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2024-06-18 19:19:49
톨스토이는 왜 '평범한 삶'을 갈망했을까

톨스토이는 왜 '평범한 삶'을 갈망했을까

세계 현자들의 열망이 담긴 기록 수집물진정한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지 이야기 ■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피카 펴냄. 360쪽. 1만8천800원'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가?' 사는 동안 이러한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답을 찾기 쉽지 않은 질문에 힌트가 되어줄 책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세계적인 현자들이 평범함에 찬사를 보내며 남긴 수많은 기록의 수집물이다.수많은 현자들은 사소하고 평범해도 인생은 이미 완전하며 충분히 완벽하다고 말한다.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스피노자, 체호프 등 현자들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의 '평범한 삶'을 높게 평가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극단을 경계하고 중용을 중시하라"고 했고, 톨스토이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평생 노력하고 열망했다.평범해서 찬란한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닌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자,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누군가는 평범한 삶을 높지 않은 성취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만남과 갑작스러운 사건 모두 각자 의미가 있고 특별하며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인생의 목표를 성공에 두었던 저자는 사소하면서 평범한 삶에서 인생의 참된 진리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후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의 현자들이 '평범함을 향한 찬사'를 해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록을 수집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은 우리가 사는 내내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겨야 할 것이 무언인가를 생각하게 하며, 평범함 속에서 찬란한 삶의 가치와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6-13 19:02:26
모든 동물원은 착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동물원은 착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청주동물원 변재원 수의사 에세이 출간터전 뺏긴 동물 위한 장소로… 관심 당부■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변재원 지음. 김영사 펴냄. 244쪽. 1만7천800원우리나라에는 약 130곳의 동물원과 수족관이 운영되고 있고, 5천500종 5만여마리의 동물이 동물시설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말라가던 사자 '바람이'의 사례처럼 동물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갖춘 시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때 '착한 동물원'으로 주목받은 곳이 바로 '청주동물원'이다. 이곳은 '구입한' 동물 대신 '구조한' 동물로 동물사를 채우고, 무분별한 번식을 하지 않으며, 먹이주기 체험을 없앤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급부상했다.청주동물원에서 수백 마리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수의사 변재원의 에세이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가 출간됐다. 신입 수의사 시절을 대규모 아쿠아리움에서 보낸 저자가 사람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한 전시 중심의 동물시설과 동물의 편안한 삶을 우선으로 하는 시설 모두 경험하며 깨닫고 느낀 소회와 생각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는 동물원이 동물의 놀이터가 되고, 치료를 받는 병원이자 요양원, 그리고 인간에게 터전을 뺏긴 토종 야생동물의 보호소가 되는 날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 꿈에 동참해 주길 당부한다.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 각지의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 어떻게 동물원 동물이 되는지, 동물원 동물의 일반적인 삶은 어떤지, 동물원에서 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얻게 된 동물은 어떻게 되는지 등 우리가 몰랐던 동물원 안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또 길들여진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의 기쁨과 슬픔, 나아가 약한 존재를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까지 풍성하게 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6-13 19:01:46
반복되는 역사 속 치열했던 문학의 흔적

반복되는 역사 속 치열했던 문학의 흔적

이경재 숭실대 교수 '20번째 단독 저서'4부 구성… 춘원 이광수의 진실 등 다뤄■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이경재 지음. 역락 펴냄. 416쪽. 3만5천원한 시대의 사상을 표상한 문인과 문학작품을 다룬 학술서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가 출간됐다.책 제목으로 쓰인 '사계'(四季)는 일본의 문예평론가·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에서 착안했다. 저자인 이경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역사로부터 배태돼 나오는 사상 역시 반복을 구조적 속성으로 삼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사상의 반복성을 사계절에 비유했다.이 책에서 저자가 다룬 문인들은 모두 자신이 대면한 시대나 문학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문학이 지금까지도 성찰되는 이유는 그들이 보여준 시대나 문학에 대한 응전이 나름의 무늬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했다.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춘원 이광수를 다룬 '이광수의 진실을 찾아서'다. 민족주의자에서 반민족주의자로 돌아선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전개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한국 근대문학의 어둠도 온몸으로 구현한 존재다. 2부 '근대를 넘어서려는 정치적 기획'은 근대의 핵심적 문제를 사회주의를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작가 신채호, 한설야, 임화, 이병구 등을 조명한다.3부는 한국 현대문학에 엄연히 존재하는 유토피아 지향성을 살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이다. 저자가 조명한 유토피아는 공상에 바탕한 현실 도피가 아닌 강렬한 현실 저항의 힘을 지닌 정치적 개념에 가깝다. 일제 말기 문제적 작가 이효석과 김사량, 손장순의 산악소설과 이민진의 데뷔작을 고찰했다.4부 '삶의 기층에 대한 탐구와 중시'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발견되는 보수주의를 주목했다. 보수주의는 아직 문학연구에서 집중적으로 탐구된 바 없다. 저자는 삶의 본바탕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국어학자 남광우의 수필과 김훈의 소설이 보수주의에 부합한다고 본다.이 책은 왕성한 연구활동과 평론으로 널리 알려진 이경재 교수의 20번째 단독 저서다. 저자는 한국 문학의 사상을 탐구한 이번 책을 필생 과제인 한국현대문학사 연구의 시론으로 삼고자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4-06-13 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