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제품 예약 주문 점주 피로감
신상 ‘재고 위험’ 등 리스크 감수
“매상에 영향 적어” 입고 포기도
유통업계 “고른 기회 제공 노력”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Chat GPT](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2/news-p.v1.20250211.8d6899ab01ba412c845c1a9d02d5b7ee_P2.webp)
유행따라 번지는 편의점 인기 상품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점주들이 발주 전쟁에 앞다퉈 뛰어들 수밖에 없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만난 용인시의 한 CU 매장 점주 A씨는 시름이 깊다. 지난달 CU에서 출시한 ‘수건 케이크’가 연일 인기몰이를 하자 이를 들여오기 위해 발주를 진행했는데, 이미 발주 시스템에선 마감된 것이다.
다음 발주 신청일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는 동안 A씨는 낮이고 밤이고 수건 케이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A씨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상품뿐 아니라 유행이 조금 지나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연세우유 생크림빵’, ‘까르보 불닭볶음면’ 등도 주문수량을 맞추기 위해 발주가 열리는 일시만 기다리고 있다”고 초조해 했다.
같은 날 만난 수원시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 점주 B씨 역시 요즘 뜨는 ‘오하요 저지우유 푸딩’ 발주로 난리다. 이달 23일과 26일 입고에 맞춰 예약발주가 지난 10일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최대 발주 수량은 4개뿐이다. 세븐일레븐에서 3만4천520개의 물량을 준비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B씨는 예약발주가 열리는 첫날 오전 9시30분부터 이를 주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마치 인기 공연의 티케팅처럼 발주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점장들은 B씨 뿐만이 아니었다. 발주가 풀리자마자 10여 분만에 잔여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날 B씨도 서둘러 최대 수량에 맞춰 주문에 성공했지만, 빠르게 뜨는만큼 빠르게 식는 인기 탓에 기껏 들여와도 재고가 쌓이는 경우도 있어 신상품 발주는 언제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박 터지는 발주전쟁에 피로감을 느껴 손을 놔버린 점주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수원 구도심에 위치한 GS25 매장 점주 C씨는 지난 2022년 포켓몬빵 열풍이 불 때부터 아예 입구에 ‘우리 매장에는 포켓몬빵 없습니다’ 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이후 나온 ‘먹태깡’, ‘점보라면’ 같은 핫 아이템들도 굳이 들여오지 않았다.
C씨는 “지점 특성상 손님 대부분이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분들이고, 외지에서 인기상품을 찾아온 손님들도 해당 상품만 사고 돌아가 매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유행 상품들이 후킹(Hooking) 상품으로서 고객들의 편의점 방문 빈도를 늘리고, 점포 매출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점주가 발주에 성공할 수 있게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발주전쟁에 성공하고도 유행이 지나 남은 재고 처리는 점주들의 몫이다.
GS리테일(GS25) 관계자는 “인기 상품의 경우 한정된 수량에 맞춰 발주 주문량을 한시적으로 조절하는 등 방법으로 전 지점에 동일한 발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주문량이 많은 상품은 사전에 발주 일시와 방법을 충분히 안내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