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

  •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11·끝)] 아픔에도 서로를 먼저 생각한 이웃들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11·끝)] 아픔에도 서로를 먼저 생각한 이웃들 지면기사

    냉담한 전세사기 피해 시선… '남의 절망' 앞에 '작은 희망' 건네다 지역사회 냉담한 시선과 대조적'평범한 사람들의 손길' 돋보여여야 약속 보완 입법 감감무소식인천시·의회 지원조례도 미제정 "별로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어요. 피해자들이 앞장섰기에 가능했던 일들입니다."경인일보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을 차례로 만났다. 절망 속에 빠진 이들과 함께하고자 발 벗고 나선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난겨울 스스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나 전셋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처지에 놓인 이웃들을 향한 지역사회의 시선은 냉담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의 손길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다.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피해자들의 곁을 지켰다. 상담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거나, 생업을 제쳐 두고 앞장서 새 거처를 찾아봐주기도 했다. 저 멀리 포항에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들에게 신발 수백 켤레를 보낸 이도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한 게 별로 없다"며 피해자들을 치켜세웠다. 간절한 그들의 외침에 작은 목소리를 더한 것뿐이라고 했다.안타깝게도 일부 청년 피해자들이 세상을 등졌다는 비보가 지역사회에 전해지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선 다른 피해자들은 이웃들의 따뜻한 위로에 다시 힘을 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그리고 곁을 지켜준 이웃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닿아 올해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피해자를 위한 구제 방안도 하나둘 시행됐다.피해자들은 자기 일이 아닌데도 묵묵히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건축왕 사건 피해자 조현기(45)씨는 "관공서, 은행 등에서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을 땐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참 막막했다"며 "주변의 도움 덕분에 좌절감에 익숙해지지 않고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김병렬(44)씨는 \

  • 이선용 미추홀구의원 "지자체 의무 없어도 인도적 도움줘야"

    이선용 미추홀구의원 "지자체 의무 없어도 인도적 도움줘야"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10)] 기초단체 지원 촉구 적극 나서 당시 소식 접해 간담회 자리 마련직접 살펴본 실상은 예상보다 심각추운 날씨에 단전·단수 겹쳐 고충"區, 마음건강 돌봄 멈추지 말아야"예년보다 유독 이른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해 10월 말,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세입자들은 단전·단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 건물엔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다.소식을 접한 미추홀구의회 이선용(44·민주) 의원은 도움을 주기 위해 피해자들과 미추홀구청 관계자의 간담회를 마련해줬다.당시 이 의원이 살펴본 실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건물의 전기차단기가 고장 나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집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전기도 끊겨서 지하에 있는 수도 펌프까지 작동을 멈추었고, 각 가구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수도가 끊기니 보일러 기기는 화재 위험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멈췄다. 추운 날씨에 단전·단수된 집에서 피해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피해자들은 전기차단기를 수리하는 데 수백만원이 든다는 얘기에 손을 쓰지 못했다. 이 의원은 미추홀구청 관계 부서에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이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이 의원은 미추홀구청 비서실을 찾아 "지자체의 의무가 없더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 해야 한다"며 "구청 시설관리공단에 전문 장비와 인력이 있으니 전기시설을 고치고,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 마실 물이라도 제공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추홀구청은 그렇게 생수를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지원했다.이 의원은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미추홀구인데, 구청의 대응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기초자치단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청장이 고향사랑기부제처럼 모금 등 후원을 이끌어내는 캠페인이라도 기획할 수 있잖아요. 전세사기 피해

  • "미추홀구 가본적 없지만… 피해 마음아파 포항의 '정' 보내요"

    "미추홀구 가본적 없지만… 피해 마음아파 포항의 '정' 보내요"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9)] 포항에서 위로의 마음 전한 허태성씨 신발 200켤레·햇감자 한 박스현금 5만원까지… 편지와 동봉안타까움에 손길 보태려 연락정부·국회 적극적 조치 바람도지난 5월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면서 대책위가 큰 슬픔에 빠져 있을 때다.'다들 힘드시죠. 어려운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길 기도 드립니다. 피해자들께서 더 이상 극단적 선택으로 뉴스에 슬픈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웃음꽃이 충만하리라 믿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편지를 보낸 '포항의 소인'은 신발 200켤레와 햇감자 한 박스, 현금 5만원도 함께 보내면서 "많은 것을 보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되레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경북 포항에서 신발 도매업을 하는 허태성(68)씨는 인천 미추홀구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어느 피해자들과도 일면식이 없는 사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멀리서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허씨는 무작정 미추홀구청에 연락해 대책위와 소통할 방안을 물었다. 허씨는 "인천은 여행을 몇 번 가봤지만, 미추홀구라는 동네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며 "피해자들이 뉴스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사연을 처음 접했다. 구청 도움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던 허씨는 고민 끝에 신발과 함께 포항의 햇감자를 보내기로 했다. 허씨는 "피해자가 수백여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이즈를 다양하게 해서 보냈다"며 "봄에 먹어본 햇감자가 맛있어 대책위에 물값(현금) 조금과 함께 감자를 보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그는 어려웠던 청년 시절이 떠올라 미추홀구 피해자들을 돕게 됐다고 한다. 충남 논산에서 서울로 가서 반지하, 쪽방 등을 전전했던 서러운 날들을 다른 이웃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미추홀구 피해자들을 돕기

  • "전세사기 특별법 약속 어긴 정부·국회, 또 사기친 것"

    "전세사기 특별법 약속 어긴 정부·국회, 또 사기친 것"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8)]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 세입자 주거권 함께 외치며 활동 각종 거리집회·기자회견 동참안타깝게 목숨 잃은 청년 추모"정부, 사기꾼 활개치도록 방치여야는 보완 입법 지키지 않아""저한텐 값진 인연이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인 지수(활동명)씨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외쳤고, 각종 거리 집회와 기자회견에도 함께했다. 피해자들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추모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민달팽이유니온은 2011년 출범해 사회초년생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의 전·월세 집에서 지내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달팽이는 달팽이집마저 없는 한국 청년 세입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청년 세입자 주거 실태 조사, 주거 상담 등을 해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주거 정책 제·개정 목소리도 내왔다.지수씨는 2016년부터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해왔으며 2020년에는 단체 산하 '청년주거상담센터'에서 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전부터 많은 청년 세입자를 만났고, '전세사기'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며 "이런 경험들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지수씨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만난 건 올해 1월이다.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대책위에 무작정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 청년이 안타깝게 생을 등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 대책위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며 "이후에도 희생자가 또 발생했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지수씨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머물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요구에 힘을 모았다. 그는 "정부, 국회가 특별법 제정

  • '전세지옥' 저자 최지수, 그가 원양상선까지 타야했던 820일의 기록

    '전세지옥' 저자 최지수, 그가 원양상선까지 타야했던 820일의 기록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7)] 청년 아픔 담아낸 책 발간 빚 돌려막기 고금리 카드론 빌려매일 12시간근무 고단한 일상 저술한동훈, 책 언급 "정책 기본 삼아"평범한 청년이 찬란한 미래를 그리며 계약한 전셋집 '1004호'는 현관문 앞에 붙은 경매통지서 1장에 지옥으로 변했다. '전세지옥' 저자 최지수(32)씨는 충남 천안시에 마련한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간 2021년 7월부터 올해 10월2일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보낸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올해 초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해 최씨가 밤낮으로 일하며 경찰서, 법원, 시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찾아다니는 동안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인 청년들이 잇따라 생을 마감했다. 최씨는 "나를 비롯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은 슬픔을 알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미추홀구를 비롯한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덕분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그의 책에는 한순간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평범한 청년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씨는 전세보증금 대출이 연장되지 않아 고금리 카드론을 통해 돌려막기 식으로 빚을 상환했다. 그는 카드 빚을 갚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낮에는 초밥집 직원으로, 퇴근 후엔 아르바이트로 고단한 일상이 이어졌다."처음에는 감정이 북받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아 글쓰기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니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겼나 봐요. 눈물을 흘리면서도 글을 써나갈 수 있었어요."최씨는 "나처럼 전세사기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틈틈이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씨의 저서를 언급하며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는 "그동안 전셋집을 집주인은 투자처, 은행은 장사 수단, 세입자는 거주 용도로 각각 달리 보고 있었다

  • 김대영 인천시의원 "지자체 나서서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 규정해야"

    김대영 인천시의원 "지자체 나서서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 규정해야"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6)] 市 지원 조례 재정 적극적 목소리 무관심에 희망 잃은 청년들 많아'先 지원 後 구상권' 法 제정 좌초주거복지기금 신설 조례 추진 힘써0.88%.이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인천시의 올해 추경예산 63억원의 집행률(10월4일 기준)이다.인천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등에 의한 피해자들이 많은 지역이다.이 예산 집행률은 인천시의 피해 지원 정책이나 의지 등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인천시의회 김대영(31·민주·비례)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인천시 조례를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전세사기' 네 글자 뒤에 있는 피해자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 등 관공서를 찾아 헤매면서 직장을 잃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세사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는 관리도 되지 않아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하자로 가득했다. 급기야 올해 초에는 '건축왕' 남씨 사건의 피해자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생을 마감했다."피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청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김 의원은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올해 초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처음 만났다"며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안타까워했다.정부와 국회가 마련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올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김 의원은 앞서 5월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인지, '사인 간의 거래 잘못'인지 의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결의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김 의원은 "경북도지사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며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효력이 없을지라도 지자체장의 이런 말이 피해자들에겐 희망이 될 수도 있다"며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미추홀구 등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그는 특

  • 전셋집이 넘어갔다, 그냥 있을수 없어 편집 프로그램을 켰다

    전셋집이 넘어갔다, 그냥 있을수 없어 편집 프로그램을 켰다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5)] 이웃 호소 담긴 현수막 제작 서영섭씨 미추홀구 숭의동 한 아파트 구석구석서씨가 제작한 현수막·포스터들경매 늦춰보고자 제작하기 시작이웃들 비용 함께 부담 손 내밀어힘들었던 정신건강 작업 통해 위안도"우리 함께 이겨냅시다" 말하고파"우리 함께 이겨냅시다."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아파트 입구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왕의 소유 건물' '승강기 수리, 주차타워 수리 모든 것을 임차인들의 사비로 해결하는 중입니다' 등이 쓰여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61)씨로부터 보증금을 떼인 채 쫓겨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건 현수막이다. 이런 현수막을 비롯해 엘리베이터 내부, 가구별 문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서영섭(40)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서씨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다. 지난해 2월 서씨가 사는 아파트 전체 60가구에 대한 경매가 한꺼번에 시작되면서 경매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불쑥 찾아오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서씨와 이웃들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현수막을 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셋집들의 경매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직장에서 인쇄물 편집 디자인 업무 등을 하는 서씨는 사비로 첫 현수막을 제작했다. 이를 안쓰러워한 이웃들이 그에게 고마워하며 비용을 함께 부담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서씨는 "이웃들 사이에 단합이 잘돼 현수막을 모든 가구의 베란다에 걸고, 건물 입구에도 부착할 수 있었다"며 "현수막이 떨어졌거나 훼손되면 알려주고 같이 수리를 도와주려는 이웃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 입장에선 건물에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봐 현수막을 내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리문엔 자국 없이 탈부착하도록, 벽면에는 줄로 묶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서씨는 같은 처지의 이웃들과 함께하면서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이전엔 마주쳐도 인사조차 어색했던 이들과

  • "나 또한 전세 피해자, 누군가는 대표로 앞서야 했다"

    "나 또한 전세 피해자, 누군가는 대표로 앞서야 했다"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4)] 이웃과 함께 거리로 나선 박순남 시민활동가 지자체장 등 만나 긴급거처 요구 시민단체서 산재 피해 도운 경험 정부, 사태 확산 뒤늦은 경매유예"공동주택 대책 특별법 반영돼야" 하루아침에 전셋집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인천시청, 인천시의회, 인천지방법원 등을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도움을 요청했다.시민단체 '인천사람연대' 상임대표 박순남(49)씨도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다. 박씨 역시 여느 피해자와 같이 지난해 6월 받은 우편을 통해 남씨 일당 소유의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피해를 본 아파트 이웃과 함께 경찰서에 갔을 땐 이미 미추홀구 내 아파트 11곳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였다.당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집 천장 누수나 기계식 주차장 고장, 쓰레기 방치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박씨 등 모임을 구성한 일부 피해자는 공동주택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추홀구청 문을 두드렸지만, 무료 법률 상담 외엔 지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인 간 거래에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박씨는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피해자들에겐 하루하루가 급했다"며 "피해자 대표 자격으로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을 만나 '경매를 멈춰달라' '쫓겨난 사람들의 긴급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야 했다"고 말했다.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그렇게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해본 적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전면에 나서야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박씨는 과거 '건강한 노동 세상' 소속으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게 도왔던 경험이 있었다. 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은 그는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산업재해 피해자와 전세사기 피해자는 닮았다"며 "노동자의 산재를 부정하는 기업에 맞

  • 보증금 잃고 세상 등지는 청년들… 건강복지센터 '더 늦기 전에'

    보증금 잃고 세상 등지는 청년들… 건강복지센터 '더 늦기 전에'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3)] 상처 보듬는 '인천 미추홀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24명 상담사피해 가구 전체 우편·400명에 전화다수 외부 노출 꺼려 조용히 진행 하루아침에 전세보증금을 잃었다는 충격에 청년들은 삶을 포기하고 잇따라 세상을 등졌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530여 가구에 달한다. '인천 미추홀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는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자 했다. 센터에는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24명의 상담사가 있다.올해 2월 28일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남성이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4월 14일과 17일 20~30대 청년 2명이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부센터장인 간호사 박수미(46)씨는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줄 몰랐다"며 "불과 사흘 사이에 두 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잇따른 비보에 센터 직원들은 서둘러 피해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연락할 방법이 없어 인천미추홀경찰서 정보과 도움을 받았다. 경찰 도움으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접촉한 센터는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각종 지원 방안을 안내했다. 당시 대책위는 조심스럽게 "조용히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를 꺼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센터의 상담 활동이 지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다.센터는 전체 피해 가구에 우편을 발송했다. 우편물에는 온라인으로 5분 정도 소요되는 자가 심리검사 링크와 센터의 연락처 등이 담겼다. 센터는 이 검사에서 우울감 등이 높게 측정된

  • '건축왕' 대리인 만나 안전한 계약… 공인중개사 신뢰 회복

    '건축왕' 대리인 만나 안전한 계약… 공인중개사 신뢰 회복 지면기사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2)] 새 보금자리 찾아주는 우청숙 공인중개사 "전재산 잃어 도와달라" 요청에복잡한 실타래 해소 '전문성 발휘' 명의 수탁자, 동의서 받아 풀고대출 대신 근저당 승계처리 도와 이번 시작으로 도움 손길 이어가 전세보증금 6천만원에 방 3개, 욕실 2개…. 지난 5월 우청숙(45)씨가 운영하는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신세계부동산'에 한 손님이 찾아와 이런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불법 건축물이나 사기 매물이 아니라면 찾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우씨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어렵다. (있더라도) 하자가 있거나 불법 건축물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우씨의 솔직한 대답에 손님은 "도와달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피해자였다. 믿을 수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찾던 손님은 같은 처지의 전세사기 피해자인 재외동포 고홍남(41)씨의 여섯 식구가 살 집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우씨는 전 재산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고씨 가족의 딱한 사연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씨는 목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을 받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한 저금리 주택 구매 은행 대출금이 적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 우씨는 남씨 측과 접촉했다. 남씨의 대리인인 그의 딸에게 고씨가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5천만원을 제외하고 남씨 소유의 집을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했다.해당 집은 실제 집주인인 남씨와 명의 수탁자(바지 집주인)의 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집이었다. 이때 우씨의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그는 두 사람의 동의서를 받아 해당 계약이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또 대출 대신 집의 근저당을 승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으려던 우씨는 수수료를 받아달라는 고씨의 간곡한 요청에 법정수수료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고 한다.고씨가 계약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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