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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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CB의 비밀… 수원지검이 답해야 할 질문
아마 이 녹취파일이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겁니다 지난 28일 수원시 하동의 수원지검 앞에 나타난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이민구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 후보가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지급한 변호사비를 2억5천만원이라고 축소 공표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조사 후 기자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는 모두 2개로 하나는 5분 짜리, 하나는 20분 짜리입니다. 녹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 후보의 변호인이었던 A변호사의 사건 수임료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이 후보로부터 변호사 비용으로 얼마 얼마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변협 사건 수임 기록과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 그리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건의 수임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A변호사가 이재명 케이스(사건)도 얼마를 받았으니 이 건도 얼마에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겁니다. 두번째 녹취엔 'A변호사가 받은 변호사 비용이 현금 3억원과 변환사채 20억원이고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을 주지 말고)전환사채로 매입해주자'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국감에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이 총 2억5천만원이며 거래 내역은 모두 금융계좌에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A변호사에 대한 녹취를 근거로 2억5천만원보다 많은 비용이 변호사비로 지출됐으며 그 형태는 '전환사채'라는 것입니다.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A변호사의 보통 수임료가 3억원, 4억원, 5억원이라면 이재명 후보가 수십 명의 변호사에게 총 변호사 비용으로 2억5천만원을 준다는 논리는 깨진다고 본다. (이것을 확인하려면)변협 사건 수임 기록과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 그리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이재명 후보를 향하는 3개의 화살 지난 9월부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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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이재명에게 국감은 늘 반전의 시작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 국정감사에 소환됐습니다. 가을철만 되면 이번 국감이 '이재명 청문회'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지역 정계에 돌았죠. 판교 환풍구 사고, 무상복지와 혜경궁 논란, 신체 비밀 등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과 지적이 국감의 중심에 섰지만 그때마다 늘 국감을 '반전'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이번엔 '대장동 의혹'입니다."기가 막혀서 웃는다", "인생무상", "국민의 짐" 등 국감장에서의 어록은 국감 이후 언론의 헤드라인에 올랐습니다. 국감장에서 보여준 굽히지 않는 태도, 자신감, 명쾌한 입장은 시민들에게 '이재명'이란 정치인을 각인시키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위기가 될 수 있는 국감을 위기를 극복할 반등의 기회로 삼아왔던 것입니다.경기도지사로서 마지막으로 서게 될 국감에서 그는 이번에도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8년 전부터 이재명 후보의 국감을 취재·보도해 온 경인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그의 마지막 국감을 예상해봅니다."기가 막혀서 웃는다" 이 후보는 '판교 환풍구 사고'로 처음 국감에 섭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4년 10월 22일 경기도 국감의 핵심은 2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던 판교 환풍구 안전 사고 논란이었습니다. 축제 과정에서 많은 인원이 집중되며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경기도와 성남시 모두에게 안전 관리에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국감 현장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소환됐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며 질타를 이어가자, 여당 의원(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일부는 성남시에 화살을 돌리는 방식으로 남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2014년 판교 환풍구 안전 사고로 처음 국감에경기도·성남시에 질타 쏟아지는 상황에당시 여당 의원 일부 성남시에 화살 돌리자"기가 막혀 웃는다, 답변할 기회 줘야 하지 않느냐"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성남시장은 책임지는 자세를 안 하고 변명으로 발뺌만 하고 있다", 같은 당 박인숙 의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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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ㄱㄱㄷ'와 '그그드'와 '경기도' 사이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종종 'ㅇㅇㅅㅋㄹ'이라고 적힌 간판을 봅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를 뜻하는 간판입니다.여기서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15세기를 살았던 세종이 현대로 온다면 'ㅇㅇㅅㅋㄹ' 간판을 어떻게 읽을까요. 우선 아이스크림이란 말 자체가 알파벳으로 쓰인 영어 'ice cream'을 한국어로 옮긴 말이기에 'ㅇㅇㅅㅋㄹ'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건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발음은요.'세계 속의 경기도'에서 'ㄱㄱㄷ'로 경기도 대표 상징물 변화사용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평가가 후한 편은 아닌 듯 싶어현대를 사는 우리는 'ㅇㅇㅅㅋㄹ'이라는 자음(정확히는 'ㅏ','ㅣ'와 'ㅅ','ㅋ','ㄹ'의 모음+자음) 덩어리가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지만 아마 세종에게 'ㅇㅇㅅㅋㄹ'이 '아이스크림'이라는 음가를 가진다는 것을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세종이 창제한 한글은 초성·중성·종성이 모여 음절을 이루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 자음만 단독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와 문자의 운용 방법을 설명하는 훈민정음 해례는 한글이란 문자를 만든 원리와 각 문자의 결합 방식, 그리고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한글이 초성과 중성 혹은 초성·중성·종성이 합쳐 네모 꼴의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15세기 세종이 21세기 경기도에 온다면 'ㅇㅇㅅㅋㄹ' 만큼이나 낯선 간판을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바로 'ㄱㄱㄷ'라는 간판입니다. 'ㄱㄱㄷ'는 올해부터 쓰이기 시작한 경기도 대표 상징물(Government Identity)입니다.그전까지 경기도는 '세계 속의 경기도'라는 GI를 사용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용한 지 9개월 가까이 지난 'ㄱㄱㄷ'에 대한 평가가 후한 편은 아닌 듯 싶습니다. 어딘가 장난스럽기도 하고, '세계 속의 경기도'처럼 명징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라는 게 제 해석입니다.여기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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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대장동 의혹 '言言言'로 들여다보기
화천대유(火天大有)·천화동인(天火同人) 두 단어가 지난 한 달 한국사회를 관통했습니다. 각각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잘못된 세상을 타파하기 위해 같은 뜻을 지난 사람들이 모여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닌 주역 64괘의 단어는 마치 사자성어처럼 흔한 말이 됐습니다.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90만㎡를 개발하는 사업에 민간업자·정치권·공공기관·법조인이 얽힌, 이른바 '대장동 의혹'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경 수사로 2차 국면을 맞았습니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해 정치권에 공방을 주고 받는 1차 국면부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2차 국면을 지나 대장동 의혹이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를 가늠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쏟아진 '말'들을 통해 대장동 의혹의 처음과 끝을 들여다 봅니다."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화천대유자산관리 의혹은 투기-토건 세력의 공작"-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 강득구 국회의원- 대장동에 '투기·토건 세력'이 등장한 건 2000년대 중반입니다. 성남 판교 남쪽에 자리한 산골마을 대장동에 개발 소식이 들린 건 2004년. 2009년 공공개발로 추진하다 2010년 공공개발이 무산됐고 2013년 민관공동사업으로 결정된 뒤 2015년 사업자가 선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죠. 본래 LH가 공공개발을 할 땅이었지만 2009년 LH통합 출범식에서 이 전 대통령은 "통합된 회사(LH)는 민간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며 이듬해 LH는 이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떼게 됩니다.이미 이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대장동은 민간 사업자 이모 씨가 일대 토지를 다수 매수하면서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2010년 공공개발 무산 이후 민간개발로 진행될 뻔한 이 사업이 변화를 맞는 건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로, 이 시장이 공공이 주도권을 쥔 공영개발 추진을 천명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이미 민간 사업자가 상당한 토지의 지분을 확보했고, LH와 같은 공룡 공기업이 아닌 성남시가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온전히 부담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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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대권 도전-신도시 성공 걸린 '하나의 이벤트' 경기도 광교신청사 이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자리에 있던 경기도청사1968년 '수원 시대' 열고 50여년만에 광교시대 앞둬경기도청사가 수원으로 온 건 1968년 일입니다. 그 전까지 경기도청은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에 소재했습니다. 지방자치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그 시절, 경기도는 중앙 행정부가 통솔하는 하나의 조직에 불과했던 것이죠. 광화문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바라봤을 때 왼편, 지금의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이 있는 자리가 옛 경기도청 터였습니다.현재의 경기도청 구관은 1967년 완공됐습니다. 팔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기도청은 신관과 구관, 별관 등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 구관이 가장 먼저 지어졌습니다. 도청 구관은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ㅁ'자 복도를 하고 중앙에 정원을 둔 형태인데 1개 층의 복도가 모두 연결돼 있어 복도를 빙빙 돌다 보면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게 됩니다.도청 출입 기자실이 구관에 있기 때문에 취재 통화를 하느라 복도를 뱅뱅 도는 기자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가운데 정원이 복도에서 내려다보이는 구조여서 그곳에서 누가 차담을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죠. 다른 언론사의 취재기자가 어느 공무원이랑 정원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복도에서 보곤 "오늘 무얼 취재하는구나" 짐작할 수도 있었습니다.1960년대 가장 모던한 건축 양식을 적용한 것인데, 전통의 풍수지리 요소도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구관 옥상에 배 모양 출입구는 팔달산에서 내려오는 화기(火氣)를 막기 위해 설계된 요소입니다. 50년이 더 된 구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기자들끼리 "우리는 근대문화유산에서 일한다"며 실 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기자는 꼬박 4년을 구관 건물에서 도청을 출입했습니다. 그만큼 건물에 얽힌 기억도 많습니다.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배관이 낡아 봄철이 되면 배관 수리하는 광경을 여러 번 봤습니다. 낡은 건물은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낡았지만 운치 있는 근대문화유산에서 일하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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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인사이트] 다산, 동탄, 판교, 광교… 그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곳은 한낱 땅에 지나지 않았다신도시의 이름을 둘러싼 열기가 뜨겁습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이야기입니다. 2009년 개발승인이 날 때부터 '검단지구'로 불려왔기에 검단신도시로 명명됐지만 주민들은 '아라신도시'로 이름을 바꿔주길 원하고 있습니다.검단(黔丹) 명칭은 검단신도시 일대 갯벌이 검고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라신도시는 아라뱃길(옛 경인운하)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아라뱃길의 '아라'는 민요 아리랑의 '아라리오'에서 왔는데, 서해와 한강을 잇는 아라뱃길에 정서와 문화가 흐르길 기원한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합니다.신도시 이름의 의미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과거 지명을 계승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지향과 가치를 담아 만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신도시'라는 명칭에서 보듯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일이기에 새 이름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신도시는 소수의 원주민과 절대 다수의 외지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새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이 새 이름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입니다. 특히 예전에까지 그 땅을 지칭해 온 단순 명칭보다 의미와 지향을 담은 명칭이 신도시에 쓰이길 원하는 것이 최근 강한 추세가 된 것 같습니다.신도시 명칭, 어떻게 정해지나 프랑스의 '라 데팡스' 기념 조각상이 곧 이름으로 일본의 '다마' 가로로 긴 산 의미 명칭으로 이어져 신도시 이름을 정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건,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수도 파리의 신도시인 '라 데팡스'와 일본 수도 도쿄의 신도시인 '다마'는 각각 지향과 옛 것을 계승했다는 면에서 구별됩니다. '수비'라는 뜻의 라 데팡스(La Defense)는 도시의 상징인 신 개선문 옆에 자리잡은 루이 에르네스트 바리아스(1841~1905)의 동명 조각상(La Defense de Paris)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프로이센에 저항하는 파리 시민을 기념한 조각상이 곧 도시의 이름이 됐습니다. 2010년 라 데팡스를 찾아가 본 적이 있습니다. 쭉 뻗은 방사형 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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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어느 아파트 이야기 - 욕망의 탑이 쌓아올린 도시 풍경
한국에 사는 사람의 절반은 아파트에 거주합니다(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전체 2천89만 가구 중 51.1%). 한국에 소재한 1천813만채의 주택 중에 아파트는 1천129만채로 전체 주택 중 62.3%를 차지했습니다(위 조사).가히 아파트는 한국인 주거의 보편 양태라고 할만합니다. 조카와 함께 동네를 걷던 어느 날 "작은 아파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카는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3층 짜리 공동주택을 '작은 아파트'라고, 단층 짜리 주택은 '더 작은 아파트'라고 부르더군요.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어린이에게 세상 모든 주택은 '아파트'였습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세상이 지금처럼 아파트 천지는 아니었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고, 빌라에 사는 사람도 있고, 더러 2층짜리 단독주택 거주자도 있었죠. 이제 단독주택이냐 빌라냐 아파트냐 하는 것보다는 힐스테이트냐 롯데캐슬이냐 래미안이냐의 분류가 더 보편적인 시대가 됐습니다.1990년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현은 '두꺼운 삶과 얇은 삶'이란 글에서 아파트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아파트는 이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자기가 우월함을 확인하는 전시 공간이 된다. 60평대 아파트 사람은 40평대 아파트 사람보다 우월하고 40평대 사람은 20평대 사람보다 우월하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어린이에겐 세상 모든 주택은 '아파트'단독주택이냐 빌라냐 아파트냐 하는 것 보다 브랜드 분류가 더 보편적 시대로우리 삶의 디폴트 값이 된 아파트, 그 중 경기도에 있는 어느 아파트의 이야기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김현은 우물이 있고 마당이 있고 나가면 선창이 있고 금세 산에 닿을 수 있는 '땅집'에서 자라 내가 밟고 있는 바닥이 아랫집 사람의 지붕이 되고, "오분 안에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없는"(위 글) 아파트에 사는 데 현기증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땅집에는 어린이가 탐험하고 싶은 공간이 있고 그 속에 이야기와 수수께기가 있었지만, 아파트에는 평면 밖에 없고 궁금할 것이 없어 사람으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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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투명사회와 '보이지 않는 손'… 부동산 시세 움직이는 '실거래가 신고'
지난주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습니다. 제보자는 경기도 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인중개사였습니다. 내용인즉 "원하는 가격대로 매매를 진행하지 않았더니 허위 매물로 신고당했다. 억울하다"였습니다. 입주 2년이 지나지 않은 해당 단지는 속칭 '가격이 나오지 않은 단지'입니다.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입주 후 2년 이내에 집을 팔면 중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되고, 자연히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시세'가 없다는 뜻이죠. 다만 지난해에 7억 중반에 매매된 물건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놓은 공인중개사, 입주민들 '허위매물' 신고높은 가격으로 자녀에 매각하고 제3자에 책정된 시세로 판매하기도일각서 '실거래가 공개 제도' 자체를 손보자는 이야기도 나와주민-중개사 사이의 담합 등 더해져 부동산 시장 거품 점점 커져가제보자인 공인중개사는 주변 단지 시세를 참고해 해당 매물 가격을 8억2천만원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입주자들이 들고 일어났죠. 넉넉히 9억원에 팔릴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8천만원이나 싸게 내놓은 제보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제보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그러자 입주민 중 한 명이 부동산 허위매물이라는 신고를 해버린 것입니다. 제보자는 "가격을 낮춰 올렸다고 허위라고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황당해 했습니다. 이 사례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나타나는 '시세 조종' 내지는 '담합'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는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것도 파는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대체로 작금의 주택 가격이 실질 가치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부처의 수장 역시 공식 석상에서 아파트 가격 고점을 여러 차례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른 것 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으로 만들어지는 가격에 불순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바로 '실거래가 신고'의 맹점을 이용한 시세 조종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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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리모델링 광풍 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올해 82세가 된 김점선(가명) 할머니는 수원 영통 A아파트에 1998년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성남 태평동 단독주택에 살던 김 할머니가 수원의 첫 신도시 '영통'에 분양한 아파트를 사는 데 들인 돈은 단 몇 천 만원 수준이었다고 했습니다.장맛비와 뜨거운 햇볕이 공존하는 7월의 어느 날 김 할머니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50명 가량과 함께 관리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이날은 전날 밤새 내린 비가 무색하게 햇빛이 쨍쨍한 무더운 여름 날이었습니다.할머니는 "백화점처럼 사무실을 꾸며놓고 에어컨 아래 앉아 있는 연놈들을 작살내러 왔다"고 했습니다. 이 단지의 관리사무소에는 리모델링 동의서를 받고 있는 주민 3명이 있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3층 사무실을 즉각 폐쇄하라', '노인정 무시하는 동대표는 각성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관리사무소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들의 단체행동은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막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산됐죠.김 할머니와 함께 관리사무소 진입을 시도한 목순덕(가명) 할머니는 "리모델링 한다는 현수막은 치렁치렁 달아 놓고, 경로당에서 리모델링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붙여 놓으면 관리소에서 다 떼간다. 멀쩡한 아파트에 무슨 리모델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김점선 할머니는 "리모델링하면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을 판다는데 그러면 재건축을 하지 무슨 리모델링을 하냐. 건물에 금이라도 가고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 주민들도 반대 안하겠지만 집이 너무 멀쩡한데 왜 리모델링을 하려 그러냐. 돈을 2억 넘게 내야 하는데 곧 죽어도 그 돈은 없다. 내년에 죽을지 올해 죽을지 모르는 노인들한테 이 삼 년은 나가 살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A아파트 주위로 이미 리모델링을 결정한 단지가 여럿입니다. 800가구 규모 B단지는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습니다. A아파트와 마찬가지로 1997년 말에 입주를 시작한 단지입니다. 앞서 이달 초엔 A단지와 규모가 비슷한 1천600가구 가량의 C단지도 시공사를 정했습니다. 이들 단지는 내후년부터 이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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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인사이트] 신분당선이 쏘아올린 '노인무임승차 폐지' 결말은?
1984년 노인무임승차 시행된 첫 해… 인구 감소 문제되는 시대로신분당선·국토부, 만 65세 이상 노인요금 일부 유료화 검토전국의 지하철 운영기관 손실액 6455억원… 4억8천만명 달해일각에선 만 65세→70세→75세 순차적 상향 필요성 주장도모든 것은 1984년 시작됐다1984년은 한국 인구 변화의 기점이 된 해였습니다. 전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임여성 인구로 진입하는 첫 해였기 때문이었죠. 당시 정책 입안자들의 머리 속은 이 세대의 출산율을 극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인구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로 가득 찼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당시 인구 정책 자료는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해줍니다.'인구억제대책 추진현황'(1984), '최근의 인구증가 억제대책 평가'(1984). 이런 노력 덕택에 1984년 출산율은 2.1명으로 떨어지면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지난 2019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18명. 35년의 시차를 두고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죠. 1984년은 출산율의 변곡점인 동시에 지하철 만 65세 이상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무임승차'가 시행된 첫 해로 기록됩니다. 1984년 전까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됐고, 이 때를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들었으며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따라서 '노인무임승차' 폐지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신분당선이 쏘아올린 '노인무임승차' 폐지의 작은 공 노인무임승차 폐지의 첫 신호탄은 수원에서 서울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에서 나왔습니다. 신분당선 운영주체인 신분당선(주)와 국토교통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 요금을 일부 유료화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신분당선은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 1천250원에 별도 운임을 따로 붙여 2천250원에서 2천550원 사이 요금을 내게 됩니다. 이 중 기본운임 1천250원은 무료로 제공하되 별도 운임 일부를 유료화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