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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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대신 교감… 갇혀 있던 동물원 '틀'을 깨다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5-1·끝)] 지면기사
야생 숨결, 사람도 좋다 일본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원숭이 서식지' 보존 가치 지켜김포한강조류생태공원도 '귀감' “지금은 원숭이가 0마리입니다.”일본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을 찾은 지난 6월 29일. 입구 맞은편에서 직원 한 명이 이런 글귀가 적힌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야생동물인 원숭이가 산에 있느라 내려오지 않은 것이다. 원숭이를 보게 된 건 그로부터 1시간 지났을 무렵. 한 직원이 무전을 통해 “원숭이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다른 직원에게 전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언덕에서 원숭이 250여마리가 무리지어 내려오기 시작했다.이 동물원은 1953년 문을 연 뒤 ‘원주민’인 원숭이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에도시대(1603~1867년)부터 원숭이가 살았다고 전해진 이곳은 동물원이 들어선 이후에도 ‘원숭이 서식지 보존’을 가장 큰 가치로 지켜오고 있다. 동물 전문가·교수 등이 매년 모여 원숭이들의 서식지이자 동물원을 둘러싼 다카사키산의 생태를 조사하고, 최적의 생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체수 관리에 나서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방문객이 직접 먹이를 주며 동물은 만지기도 했는데, 안전 사고 위험은 물론 동물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판단 끝에 이같은 이벤트를 멈췄다. 이 동물원 관계자는 “터를 잡고 살아온 원숭이가 잘 생활하도록 환경을 유지하는 게 주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동물을 비좁은 공간에 가두는 낡은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야생 상태를 유지하는 동물원이 다시금 주목받는다. 경기도에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처럼 야생의 모습을 지킨 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포 한강조류생태공원이다. 광활한 습지에 수십 종의 텃새와 철새가 자유를 만끽하는 이곳은 도심 속 자연환경의 보고란 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6월 이 공원에서 만난 방문객 이성현(60대)씨는 “편한 마음으로 쉬러 이곳을 찾는데, 이질감도 없고 새를 보면 오히려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든다”고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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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역사 피하기… '동물 없는 동물원' 대안으로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5-2·끝)] 지면기사
야생 숨결, 사람도 좋다 자연환경 완벽하게 대체 어려워동식물 표본 6천여점 전시 눈길'동물은 사유재산' 법개정 요구동물 복지를 고려한 법·제도 변화에도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 ‘동물원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동물원 관리 기준을 높인다 한들,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 전시하는 지금의 동물원 원형으로는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 동물이 고통받는 역사를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으로의 개념 전환과 함께 동물의 ‘비물건화’가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구태 벗어나지 못한 동물원, 폐지하라” 지난 5월부터 해외 취재 현장에서 만난 동물복지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동물원이 야생을 대체할 수 없고, 환경 변화 등 인간의 개입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간인 이유에서다. 메구로 미네토 ‘Lib(리브·일본 동물해방단체)’ 법인 이사는 “야생동물은 인간의 접촉을 피해 본연의 습성대로 야생에서 생활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동물 생활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동물은 습성을 잃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 내 280여곳의 동물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인간 손을 거친 다양한 동물종의 이상행동을 파악했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전시 형태 동물원이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기엔 한계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크리스티나 베히톨드 독일 뮌헨 티어하임(동물보호협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동물원에서 동물 연구를 할 수 있지만, 교육의 관점으로 봤을 때 ‘잡혀 있는 동물’을 관찰하는 건 야생 동물 습성을 배우는 교육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다큐멘터리나 영상매체 같은 대체재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지적했다.국내 동물원 관련 시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발표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동물원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항목에서 ‘점차 없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10%로, 전년 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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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부-민간 2중 감시로 '자정'… 한국, 휴폐업하거나 도망가도 '방치'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4-2)] 지면기사
유럽은 '촘촘' 한국은 '널널' 獨 헬라브룬, 1개월마다 파견 감독네덜란드, 반입 절차 감시에 힘써EAZA, 감사 등급따라 조치·혜택환경부 '정보시스템' 구축 감감 국내 동물원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과 달리 독일과 네덜란드 동물원들은 행정당국을 넘어 민간 차원의 촘촘하고 지속적인 감시 그물망 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독일 뮌헨 헬라브룬 동물원은 1개월마다 분야별 관할 행정 기관의 파견 감독을 받는다. 동물 서식 환경, 종 보호 현황, 동물원 재정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관과 공무원이 동물원에 방문하는 형태다. 이처럼 일상화된 감독 체계로 신종 감염병 발생 등 동물에 대한 즉각적인 위험 요인의 경우 방대한 동물원 연구 자료에 기초해 확산을 빠르게 차단하거나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 동물원도 이같은 체계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실제 지난 6월 13일 이 동물원을 찾았을 때, 카피바라와 사슴 야외 방사장 등을 육안으로 보고 문제사항을 기록하는 검사관 4명을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아른험의 뷔르거 동물원은 정부 기관의 감시와 더불어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민간 동물 협회의 감독을 받는 등 크게 두 가지 관리 체계 아래 있다. 정부 기관의 대표적인 감시 역할은 동물 반입 절차다. 원숭이종을 예로 들면, 성별에 따른 습성부터 방사장 내부 나뭇가지의 지름까지 서식 환경의 모든 부분이 검사 대상이라고 한다. 아룬 아이두 뷔르거 동물원 동·식물 관리 총괄 책임자(생물학자)는 “동물 관리에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공무원이 협업하는 과정을 거치며, 원숭이나 코끼리 한마리를 들여오는데도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동물원에서도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동물의 환경을 고려하면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유럽 동물원 수족관 협회(EAZA·European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a)의 감시를 받는다. EAZA는 회원사인 각 동물원에 대한 관리가 까다롭기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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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아닌 사람을 지키고 있는 법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4-1)] 지면기사
동물 못지키는 동물원법 동물원수족관법 '허가제' 5년 유예관리사육 매뉴얼 법적 구속력 없고전문검사관제, 유명무실 '반쪽짜리' 해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사육 표준 매뉴얼, 지키는 동물원은 손에 꼽을 정도 동물 방치·학대 문제로 몸살을 앓는 동물원의 난립을 막고자 동물원 영업이 허가제로 바뀌는 등 관련 법령이 강화됐으나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은 5년 유예 적용을 받는 데다 새로 도입된 동물원 ‘전문검사관제’ 역시 유명무실해 반쪽짜리 제도 변화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원 설립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다. 그동안 최소한의 전시·사육시설만 갖추면 쉽게 등록이 가능했는데, 야생동물의 특성에 맞는 서식환경을 갖추고 전문 관리인력을 고용한 경우에만 동물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강화된 것이다. 또 이어 개정된 야생생물법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등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기존 운영 중인 동물원의 경우 5년 유예기간 동안 허가요건을 갖추면 되는 점이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다수 동물원이 콘크리트 바닥의 비좁은 시설에 머문 채 동물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원 운영 관련 정부 지침인 ‘동물원 관리 사육 표준 매뉴얼’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해당 매뉴얼은 코끼리, 곰 등 특별관리종에 대한 사육 관리 기준을 포함해 국제 표준에 준해 동물별 복지 지침의 세부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국내 첫 환경부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의 변재원 수의사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매뉴얼이지만 지키는 국내 동물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관리·감독을 강화하기엔 현재 매뉴얼로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동물원 감독을 위해 도입된 ‘전문검사관제’도 사실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개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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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가 아닙니다… 여긴 동물원입니다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3-1)] 지면기사
'야생'을 거니는 동물들 서식지 환경 재현 해외사례 귀감종 줄이고 반경은 넓혀 관리 집중멸종위기 처한 동물 보호 역할도인공물을 없앤 자연과 가장 가까운 동물원 "생활권에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것은 자부심 그 자체입니다."독일 뮌헨의 헬라브룬 동물원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이 동물원의 존재는 각별했다. 현장에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모두 동물원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막힘이 없었다.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교사는 "'인공물'을 없앤 자연과 가장 가까운 동물원"이라고 추켜세웠고, 뮌헨시민 욘바우어(67)씨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있어 동물원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취재진이 국내 동물원에서 만난 이들이 동물원에 대해 양가적인 심정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었다.헬라브룬은 다뉴브강의 물줄기인 이자르강과 맞닿은 지금의 자리에서 지난 1911년 문을 연 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수한 변화를 거쳤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기존 보유하던 동물 종을 750여종에서 520종 가량으로 대폭 줄였다. 독일 내외에서 종 보호 등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진 데 따른 변화다. 40만㎡의 현 부지를 확장할 수 없다면, 종을 줄여 동물의 생활 반경을 넓히고 개별 동물 관리에 집중하자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6월11일 헬라브룬을 찾았을 때 야생의 환경을 재현해 놓은 듯한 공간 구성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 물개들은 번갈아가며 자연 모습의 바위와 수초가 놓인 방사장에서 유유히 헤엄쳤다. 또 폭이 넓은 하천과 풀숲 너머 보이는 산양떼의 모습은 동물이 더 이상 '전시' 대상에 머무는 존재란 생각을 지우고 방문객이 동물의 서식지에 온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아이들은 이 동물원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체험 독일의 또다른 동물원인 라이프치히 동물원도 헬라브룬과 닮았다. 지난 6월13일 라이프치히 동물원에서 만난 펠리컨 무리의 물속 날갯짓은 하천 줄기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들소떼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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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편하고 방문객은 즐거운 '낙원' 으로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3-2)] 지면기사
'균형'으로 미래 보는 동물원 獨 '헬라브룬' 4대 핵심가치 반영'뷔르거' 種 연구·에코디스플레이전시 기능 인정 '서식지' 공 들여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모든 가치의 바탕 독일과 네덜란드 동물원이 핵심 운영가치로 삼는 건 '균형'이다. 이곳은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야생 서식지를 최대한 재현하고 종 보전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동물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는다. 전시·관람 기능에 매몰된 국내 동물원과 차이를 이루는 지점이다.헬라브룬 동물원은 4가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동물원을 운영한다. 종 보전, 동물 연구, 동물 교육 그리고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의 휴식 측면이다. 특히 개별 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이 가치 전반의 밑바탕이 된다. 라셈 바반 헬라브룬 대표이사는 "(4가지 가치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특히 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모든 가치의 바탕이 되는데, 이 연구가 탄탄해지면 동물과 방문객 모두에게 동물원이 편한 곳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헬라브룬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라셈 바반 대표는 '케피그'(kafige)와 '게헤게'(Gehege)의 개념을 대조하며 후자의 가치를 동물원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죄수들을 가두는 우리'라는 뜻의 케피그와 달리, 게헤게는 '울타리가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동물을 가두는 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동물이 발을 디딘 땅 위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동물원의 역할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셈 바반 대표는 "풀숲과 하천 등 연구를 통해 동물에 알맞은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 환경 개선에 대한 고집은 직원 구성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헬라브룬에는 동물 습성에 맞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생물학자가 직원으로 상주한다. 인근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학과 협업 체계를 이뤄 생태학적 연구뿐 아니라 숨진 동물의 사인도 철저히 밝힌다. 환경 변화만큼 발전된 기술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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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오락 용도로 철창에 갇혀온 동물들… "우리는 무슨 죄입니까"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2-1)] 지면기사
막 올린 잔혹사 국내 최초 공립동물원 '창경원'일제, 공중 관람 위락시설 설립'이윤 목적' 기업논리까지 결합뿌리 박힌 문화… 변화 걸림돌 풀 한 포기 없는 콘크리트 바닥 가운데 나무 조형물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타이어가 조형물에 걸려 있지만, 침팬지는 무심히 땅바닥을 바라볼 뿐이다.과천 서울대공원의 전신이자 국내에 처음 문을 연 공립동물원인 '창경원'에 전시됐던 침팬지(1970년대) 모습이다. 이곳의 동물들은 1980년대 들어 창경궁 복원 추진 정책에 따라 현재 서울대공원으로 거처를 옮겼다.창경원의 역사를 이어받은 서울대공원 동물들의 현재 생활은 달라졌을까. 지난 3일 찾은 서울대공원 '동양관' 내 원숭이과 동물의 우리는 마치 40여년 전 사진 속 배경을 빼다 박은 듯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원숭이들은 콘크리트 바닥과 나무 몇 그루 듬성듬성 자라난 공간 안에 전시돼 있었고 쇠창살에 갇힌 우리에서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국내 동물원이 전시 일변도를 걷는 것은 창경원 역사와 연관 깊다. 1909년 일제는 전시·관람을 위한 위락시설 용도로 서울 창경궁 자리에 창경원을 세웠다. 당시 일제의 경성안내서는 "왕가의 오락을 겸하고 공중의 관람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동·식물원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창경궁의 이름을 '울타리를 쳐서 짐승과 나무를 키운다'는 뜻인 '원(苑)'자를 붙인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배경에서도 동물을 전시하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왕실의 전유물이던 동물 전시 문화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퍼지면서 그 형태가 굳어졌다. 주로 권력자의 권력 과시를 위해 소모됐던 동물원은 근대 유럽에서부터 일반에 공개되면서 관심과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근대 동물원의 기원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쇤브룬 동물원'이 그랬고, 서울대공원 역시 마찬가지였다.정책을 한가운데 묶어 추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여기에서 나아가 이윤 목적의 기업논리가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동물원은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이 아닌 점점 전시와 관람 기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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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뛰노는 숲, 전시 넘어 종 보전으로 '생태 실험'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2-2)] 지면기사
변화의 움직임과 그 한계 산림청 산하 경북 백두대간수목원자연서식지 유사환경 야생성 길러청주동물원 환경부 1호 거점 지정예산·시설 한계 전면 개선 어려워국내 대다수 동물원이 동물을 비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전시하는 과거 형태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일부 동물원에서 종 보전·연구를 주 역할로 내건 실험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기도 맑고 탁 트여서 또 오게 될 것 같아요."지난 5월 28일 경북 봉화군 춘향면사무소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가자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나왔다. 이어 수목원 내 소형버스(트램)로 20분 더 오르자 눈앞 산자락 사이로 '호랑이숲'이 펼쳐졌다.산림청 산하인 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2017년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 보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목원은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인 호랑이숲을 조성해 종의 야생성을 지키고 보전을 위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만난 11살 쌍둥이 남매 호랑이는 쉬지 않고 드넓은 풀숲에서 뛰어놀았다. 쓰러져 허공을 응시하는 특징을 가진 다른 동물원의 호랑이들과 달랐다. 관람객이 수목원 호랑이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소리칠 때면, 상주하는 안내원이 동물의 휴식을 위해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동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수목원 방문객 남성일(40대)씨는 "실내동물원에서 무기력한 동물을 보면 안타까웠는데, 이곳은 트인 광경이라 다른 것 같다"고 했다.청주동물원 역시 전시와 관람이 아닌 종 보전을 핵심 가치에 두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청주동물원을 국내 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했다. 종 보전 활동, 야생동물 관리 경험 등에 비춰 중부권 거점동물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청주동물원에서 이같은 역할을 잘 보여주는 건 동물별 설명푯말이었다. 지난 5월 29일 찾은 청주동물원의 얼룩말사 앞에는 '(멸종)위기근접'이라는 표식과 함께 '재미로 사냥하는 사람들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시 기능 이전에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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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설, 불편한 시선… '감옥'에 갇힌 동물들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1-1)] 지면기사
콘크리트 바닥·인위적 조형물서 머리 좌우로 흔드는 반달가슴곰맥 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호랑이방치·학대 속 여전히 '관리 소홀' 비좁은 공간에서 생기를 잃은 동물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더러는 죽고, 버티다 못해 도심으로 탈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경인일보는 지난 5월부터 동물 방치와 학대가 자행되는 전국 동물원의 실태를 추적했다. 관련 법·규정의 미비점을 살피고, 독일·네덜란드·일본 등 현지 동물원 취재를 통해 국내 동물원의 개선 가능성과 미래를 모색한다. 부천시 한 실내 동물원(플레이아쿠아리움) '정글존'. 이름처럼 울창한 정글 수풀이 떠오를 법한 이 구역에는 호랑이와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들의 존재를 지우면 얘기는 달라진다. 콘크리트 모형 바닥과 인위적인 조형물이 놓인 비좁은 공간만 남을 뿐이다.지난달 4일 플레이아쿠아리움. 취재진은 올해 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정글존 내 사자가 있던 자리를 다른 동물이 채웠을 뿐 생활환경은 달라진 게 없었다.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무의미한 움직임인 정형행동을 보였고, 호랑이는 눈이 풀린 상태로 맥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경기도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동물원 동물들이 열악한 생활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동물원의 경우 협소한 공간에 밀집된 형태로 동물원이 조성된 경우가 대다수라 특히 심각하다. 대형 야생동물들이 비좁은 철창에 갇힌 광경은 그야말로 감옥과 다름없다. 기존 전시·관람 형태 동물원에서 체험·테마파크형 동물원으로 사람의 선택 폭이 다양해지는 동안 동물들의 처지는 과거 그대로 멈춰있다.지난달 25일 찾은 하남시의 한 민간 체험형 동물원에 들어서자 미어캣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아프리카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 미어캣은 햇볕 쬐는 걸 즐기고 땅굴을 파며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실내 동물원인 이곳에서는 미어캣 고유의 습성을 무시한 채 인공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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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관람하기 위한 구조… 공원 부속시설로만 인식 '한계'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1-2)] 지면기사
'감옥'에 갇힌 동물들 열악한 환경 동물학대 발생 빈번악어쇼 조련사 때리는 학대 관찰돌고래 폐사 사건 시민단체 고발보전보다 상업적 오락 우선 비판 동물들이 열악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학대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수도권에 있는 동물원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경인일보 취재팀은 지난 5월부터 전국의 민영·공영 동물원 15곳을 찾아 실태를 확인했다. ■ 밀림을 지배하는 악어, 막대기에 지배당하다 “다 같이 반갑다고 한 번 인사할까요.” 지난 5월30일 대전의 한 민영 아쿠아리움. 성인 입장요금 2만3천원과 별개로 6천원의 추가 입장료를 내고 공연장에 들어가자 크고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악어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악어 꼬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린 조련사는 관객을 향해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호응을 유도했다. 잠시 후 조련사는 드럼스틱 크기의 나무 막대기로 악어 입과 얼굴을 두드렸다. 마이크를 든 진행자는 이 행위를 “입 주위에 몰린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윽고 조련사는 악어의 입을 열어 그 안에 손과 머리를 연달아 넣었다.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는 악어의 꼬리를 잡아끌거나 몸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움직임이 더딜 때는 막대기로 찔러 반응을 이끌었다. 밀림을 지배하는 악어가 작은 막대기 하나에 지배당하는 광경이었다. 과연 이게 동물을 위한 건가 싶다 이를 신기해하는 관람객 중 일부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5살 아들과 함께 악어쇼를 관람한 박모(39)씨는 “악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꼬리를 잡아끌며 재촉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면서 “쇼를 하기 위해 사전에 훈련도 많이 했을텐데 과연 이게 동물을 위한 건가 싶다”고 했다. 사람들의 오락거리 이상 이하도 아닌 동물쇼는 전국 동물원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들의 야생성을 죽이고, 이전에 하지 않았을 동작을 훈련받는 과정에서 수반될 고통 때문에 동물권 단체 등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지만 민영동물원의 대표 ‘돈벌이’ 수단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지난달 1일 찾은 경남 거제시의 한 민영 아쿠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