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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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전쟁’ 상처 깊어지는 용주골… 또 한번 찬바람에 맞서다
전봇대에 박힌 두꺼운 못을 지지대 삼아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고압전선이 휘감은 꼭대기에 다다를수록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다급한 마음과 달리 팔다리의 힘은 차츰 빠졌다. 이른 봄에 불어온 찬바람마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별수가 없었다. 그냥 버텼다. 용역이 모두 물러간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여자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19일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또 한번 대치가 벌어졌다. 지난 8일 펜스 강제 철거 사태(3월11일 3면 보도=용주골이 맞이한 '세계여성의 날'… “방관의 역사 지우기")가 일어난 지 11일 만이다. 현장에서는 성매매 종사 여성과 용역·시 관계자·경찰 등 180여명이 'CCTV 설치'와 '펜스 철거'를 두고서 팽팽하게 맞섰다. 갈등은 이른 아침인 오전 8시께부터 시작됐다. 파주시에서 보낸 용역이 크레인을 끌고 용주골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초입 주차장 인근 전봇대에 CCTV를 설치하고자 했다. 앞서 지난 1월30일에도 같은 장소에 CCTV를 달려고 했으나, 이곳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고공농성을 하는 등 강하게 저항하면서 철수했다. CCTV 설치는 성매매 집결지를 '간접적으로' 폐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영업하지 않는 유리방을 철거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아무리 '방범 목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 공공에서 관리하는 CCTV가 성매매 집결지를 녹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업은 위축된다. 신상이 노출될 위험도 높아진다. 이날도 성매매 종사 여성 두 명이 아파트 3층 높이 전봇대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 중 한 명은 전봇대 맨 위까지 올라가 한 시간 반가량 시위했다. 전봇대 아래서는 동료 성매매 종사 여성 80여명이 항의를 이어갔다. 고압 전선이 흐르는 등 상황이 위험해지자 한 시간 뒤인 9시께 에어 매트가 바닥에 깔렸고, 오전 10시께가 돼서야 용역이 모두 떠났다. 그러나 안심하긴 일렀다. 겨우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오후 1시께 또 다른 용역이 용주골 내부로 들이닥쳤다. 지난 8일 펜스를 없애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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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그 이후] 여성의날, 파주 용주골엔 '철거용역' 지면기사
성매매 종사자, 인간 바리케이드"빵과 장미 아무도 주지 않았다" "용주골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를", "성 노동자 지켜라".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 '클리셰'는 이곳에서 사치였다. 이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농성 중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선물하는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여성' 노동자만을 위한 연대의식이었다.지난 8일 파주 용주골의 여성들은 칼바람과 함께 찾아온 '용역'에 맞서야 했다. 담벼락 위로 여성들이 다닥다닥 붙어 꼼작하지 않았다. 담벼락 아래 6명의 여성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벌어진 대치는 파주읍 관계자 등이 용주골과 연풍교 사이로 300m가량 뻗어 있는 가림막 형태 펜스를 철거하려 나오면서 시작됐다. 펜스가 노후화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철거는 이미 지난해 예고됐으나, 집행은 이날 처음 이뤄졌다.펜스는 세월이 흘러 낡아버렸지만, 용주골에서는 단순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가 암묵적으로 성매매 영업을 용인한 동시에, 성매매 종사 여성을 사회로부터 격리했던 일련의 과정이 담긴 이중적인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방치'(2월20일자 3면 보도=인권 아닌 자본의 편에 선 국가… 도구로 쓰여진 존재 '성 노동자')라는 상징성이 깃들어 있다. 1990년대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마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 팻말이 들어서던 때, 용주골에도 바로 옆 갈곡천 주변으로 펜스가 설치됐고 이후 '금단의 구역'으로 자리매김했다.아울러 이곳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그간 연풍교 옆의 유리방은 펜스 덕분에 하천 건너편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아 불법 촬영 위험을 낮췄다.그렇기에 펜스가 사라지는 건 본격적으로 용주골을 밀어내고, 이곳 여성을 한순간 세상에 낱낱이 드러냄을 뜻한다. 주민들이 펜스 철거를 '용주골 지우기'로 받아들이는 이유다.이곳 성매매 종사 여성과 연대단체 시민을 포함한 인근 주민까지, 100여명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이날 철거는 진행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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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이 맞이한 ‘세계여성의 날’… “방관의 역사 지우기”
❝ 용주골 여성들에게도 빵과 장미를 ❞ ❝ 성 노동자 지켜라 ❞ 3월8일의 '클리셰'는 이곳에서 사치였다. 세계여성의 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농성 중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선물하는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여성' 노동자만을 위한 연대의식이었다. 지난 8일 파주 용주골의 여성들은 칼바람과 함께 찾아온 '용역'에 맞서야 했다. 담벼락 위로 여성들이 다닥다닥 붙어 꼼작하지 않았다. 붉게 녹이 슨 펜스 앞엔 항의 문구를 적은 종이 팻말이 붙었다. 담벼락 아래 6명의 여성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벌어진 대치는 파주읍 관계자 등이 용주골과 연풍교 사이로 300m가량 뻗어 있는 가림막 형태 펜스를 철거하려 나오면서 시작됐다. 펜스가 노후화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철거는 이미 지난해 예고됐으나, 집행은 이날 처음 이뤄졌다. 펜스는 세월이 흘러 낡아버렸지만, 용주골에서는 단순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가 암묵적으로 성매매 영업을 용인한 동시에, 성매매 종사 여성을 사회로부터 격리했던 일련의 과정이 담긴 이중적인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비주얼 뉴스 [편.zip] 으로 본 '용주골 종사자 이야기' 클릭) 역사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방치'(2월20일자 3면 보도=인권 아닌 자본의 편에 선 국가… 도구로 쓰여진 존재 '성 노동자')라는 상징성이 깃들어 있다. 90년대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마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 팻말이 들어서던 때, 용주골에도 바로 옆 갈곡천 주변으로 펜스가 설치됐고 이후 '금단의 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이곳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그간 연풍교 옆의 유리방은 펜스 덕분에 하천 건너편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용주골 안을 누군가가 몰래 찍을 경우 이곳 여성들은 '삼촌'이라 불리는 사장에게 알리고, 곧바로 사진을 삭제하도록 조치했다. 그렇기에 펜스가 사라지는 건 본격적으로 용주골을 밀어내고, 이곳 여성을 한순간 세상에 낱낱이 드러냄을 뜻한다. 주민들이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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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세계 여성의 날, 파주 용주골엔 ‘인간 바리케이드’
담벼락 위로 여성들이 다닥다닥 붙어 꼼작도하지 않았다. 붉게 녹이 슨 펜스 앞으로 '용주골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를', '성 노동자 지켜라'가 적힌 종이 팻말이 붙었다. 담벼락 아래 6명의 여성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이곳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사치였다. 파주시 연풍리 갈곡천 옆에서는 용주골 성매매 종사 여성과 파주읍 관계자 및 용역 등이 대치를 벌였다. 경찰 인력과 주민들까지 모여 100여 명이 용주골 인근을 예의주시했다. 이날 대치는 오후 1시30분께 파주시에서 용주골과 갈곡천 사이에 설치된 가림막 형태의 펜스를 철거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펜스가 오래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해 철거를 예고한 상황이었으나, 실제 철거는 이날 처음 이뤄졌다. 이창우 파주읍장은 “(오래된) 펜스가 넘어지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지난해부터 계획했다. 올해 예산에 철거 관련 부분이 반영되면서 진행하게 됐다. 철거를 마치면 새로운 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현장에서 고지했다. 하지만 이곳 성매매 종사 여성과 연대 단체 시민들은 펜스가 철거될 경우 오히려 '성 노동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새로 설치될 펜스가 현재처럼 가림막 형태가 아닌, 도로 위의 가드레일식으로 가운데가 뚫린 형태라는 점도 한몫한다. 주홍빛 연대 차차의 여름씨는 “펜스는 하천 너머에서 유리방 안이 보이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자동차 블랙박스로 도촬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펜스가 사라지면 불법 촬영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안전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당사자와 논의한 부분은 전혀 없다. 펜스가 노후화돼 철거한다는 의미보다는 이는 용주골 강제 철거의 일환"이라며 “과거 파주시에서 금단의 구역으로 분리하고자 펜스를 설치했으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철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용주골 진입을 시도하려는 파주읍 관계자 및 용역과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펜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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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활자 노동자와 '성 노동자' 지면기사
나는 증명할 수 있었다. '성 노동'은 노동이 될 수 없음을, 성매매가 합법인 일부 유럽 국가 사례는 노동자성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통의 직업군과 결코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음을…. '성 노동'은 형용 모순이었다.그래서 그녀들의 말에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틀린 주장'에는 반박할 태세로 파주 용주골로 갔다. 고작 잘난 척하려 왕복 180㎞ 거리를 계속 오간 건 아니었다.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들이 '불쌍한' 사회적 약자임을 보여줄 만한 진술을 이끌어내 글로 남겨야 했다.그녀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려던 건 대단한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다. 월급받는 이의 의무일 뿐이었다. 다만, 의문은 품고 있었다. 그간 '불쌍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는 언론에서 일하는 활자 노동자의 주요 취재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기사의 흥행 공식은 다분히 신파적이다. 다수 대중의 관심은 '피해자다움'이 깃든 서사를 마주하고서 발화점에 달한다. 들끓는 분노는 그제야 부당함으로 튀어 연대로 승화한다. 정치권이 분주해지는 것도 이때쯤이다. 하지만 발화점이 높은 데 자리한 어느 사회적 약자의 인생, 가해자가 뚜렷하지 않은 누군가의 고통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현장에서 말문이 막힌 건 스스럼없는 그녀들의 답변을 듣고서다. 불쌍함은 비웃고, 부당함을 욕했다. 전형적인 피해자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는 기존 언론 문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 삶을 눈앞에 두고서 나는 감히 고담준론을 떠벌리지 못했다. 부끄러움은 활자 노동자의 몫이었다.'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는 이렇게 쓰였다. 기획기사는 마무리됐지만, 사건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못했다. 그사이 복잡한 문제는 '어린이'와 '여성'의 파이 싸움으로 호도되기 시작했다. 강제 철거의 폭력성은 그 뒤에 숨었다. 3월5일 오전 9시30분, 파주 문화극장 앞에서는 용주골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맞불 집회를 벌였다. 부당함이 여전하다. 활자 노동자의 일도, '성 노동자'의 일도, 노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혜연 문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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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용주골 여성들 지면기사
파주 용주골은 한국전쟁 직후 1953년 미군 상대 성매매 기지촌으로 형성됐다. 가난한 나라는 '외화벌이하는 애국자'라는 칭송으로 대중의 경멸을 가렸다. 박정희 정권 때 전국 104곳을 특정윤락지역으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운영된 적도 있지만, 미군기지가 축소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4년 현재는 수도권 마지막 집창촌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용주골 여성들은 지난해 1월 파주시가 완전 폐쇄를 발표한 뒤 1년 넘도록 내몰리는 심정이다. 동네 입구에 컨테이너 감시초소가 들어서고 불법건축물 행정대집행으로 압박의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곳엔 '언니(동료 성매매 종사 여성)', '이모(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숙식을 돕는 노년 여성)', 삼촌(포주 남성)'들이 아직 살고 있다. 불법이지만 어쨌든 이들에게는 생업의 터전이다.용주골 여성들을 분노하게 한 계기는 시민들의 폐쇄 지지 퍼포먼스였다. 자활 지원 여성단체는 지난해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 캠페인을 11차례 진행했다. 시민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영업 중인 용주골 거리를 거닐 때 유리벽 안 성매매 노동자들은 모멸감에 무너졌다.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는데 수치심이 많이 들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그들에게 조롱이고 혐오였을 테다."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나 기구한 삶이라고 불쌍해 하지 마세요. 포주에게 세뇌당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방 빼'라는 공권력의 부당함과 함께 싸워주세요." 용주골 여성 85명의 호소다. 이들은 스스로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 성 착취 범죄의 피해자 프레임을 거부한다.성매매 종사자의 페미니즘과 노동권은 공론장의 사각에 머물고 있다. 용주골 여성들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시민이다. 자신의 직업을 노동으로 주장할 권리가 있다. 목소리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다. 주류 문화와 다수 의견으로 이들의 인권과 노동을 규정하고 낙인찍는다면 일반화의 오류이자 폭력이다. 출간된 지 100년도 더 된 미국 성매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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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구실로 짓밟힌 '성 노동자 인권'… 내쫓기 쉬운 '혐오'에 좌표 지면기사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③]'인권 회색지대' 파고든 도시개발 지자체별 성매매 집결지 폐쇄 '개발·철거·방조' 공통 키워드직업 특성상 편들기 쉽지 않아자본·국가에 이용된 종사자들재개발 명분으로 앞세운 '님비'성매매 방지법 실현 목적 아냐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파생된 문제는 파주시를 넘어 경기도, 대한민국을 아우른다. 지자체별로 비슷한 듯 다른 성매매 집결지 폐쇄 움직임에는 '개발', '철거' 그리고 '방조'라는 공통 키워드가 숨어 있었다. 손쉽게 혐오 당하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철저히 자본과 국가에 의해 도구로 이용돼 왔다. 이들은 어떻게 지워진 존재가 됐을까.페미니즘과 노동권이 닿지 못하는 금단의 영역, '인권 회색지대'를 파고든 건 다름 아닌 '자본'이다. 현재 파주 용주골은 명확한 재개발 계획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모든 성매매 집결지가 맞이한 최후는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논리로 귀결됐다.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개발할 땅이 차츰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은 공간은 그간 도심 내 슬럼가로 머물던 '집창촌'이다. 원주민인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내쫓는 건 으레 사회적 약자이자 소시민으로 일컬어지던 경제적 취약계층보다 수월하다. 쉽게 혐오 당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상 누구 하나 정치적으로 세력화해주거나 순순히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재개발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방아쇠를 당기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기도 하다. 파주 용주골의 갈등은 수원, 평택, 성남, 동두천 등 경기도 내에서 소란 끝에 마무리됐거나 현재 진행 중인 첨예한 문제다. 평택시 삼리는 2025년 착공·분양을 목표로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성남시 중동은 성매매 집결지 대다수 업소가 사라지고 민간 개발을 통한 공동주택 및 아파트가 들어선다. 동두천시 생연7리 역시 재개발 사업시행인가와 이주 관련 보상 협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특히 지난 202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명과 암이 공존하는 현대 지역사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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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아닌 자본의 편에 선 국가… 도구로 쓰여진 존재 '성 노동자' 지면기사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④]철저히 도구로 이용된 여성들 나라 경제에 이바지 애국자로 칭송 성병진료소 설치·성매매 단속 제외집결지 통행금지 사회격리·방조탓지자체 불법 철거 명분 모순적 행위폐쇄명령 앞서 정부 사과·성찰부터 혐오는 가깝고 연대는 먼 공간, 도시개발 논리가 손쉽게 파고들어 원주민을 쫓아내는 지역. 성매매 집결지의 흥망성쇠에 있어 국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인권 회색지대'에 머문 여성들은 오랜 기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구로 이용되며 '지워진 존재'가 됐다.성매매 집결지의 형성은 부자연스러웠다. 어느 날 갑자기 '성 노동'을 하고 싶은 여자들이 한 지역으로 모여들어 '몸'을 재화로 삼아 자연스레 '성매매 시장'을 형성한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 이들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싶은 포주, 그리고 여기에 '불법'이라고 규정한 성매매 산업을 오랜 기간 묵인한 국가. 세 요소가 맞물려 오늘날에 이르렀다.한때 국가 차원에서 성매매 종사 여성을 칭송하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하던 여성은 달러를 벌어들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애국자'였다. 하지만 허울뿐인 상찬이었다. 곧이어 전국 성매매 기지촌에는 성병 진료소가 들어섰다. 주한미군의 성병 예방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곳 여성들을 관리하려는 목적이었다. 성병 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여성은 이른바 '낙검 수용소'에 끌려갔다.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가 도내 대표적인 곳이었다.주한미군이 떠나면서 지역 내 기지촌들은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현재 형태의 성매매 집결지로 변화했다. 기지촌 내 여성들에 관여하던 국가의 손길도 사라졌다. 하나 자유가 아닌 명백한 '방치'였다.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다뤘지만, 이듬해 '특정 지역 설치(적선지대)'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파주·동두천·의정부·이태원 등 미군기지 인근과 주요 기차역 근처 104군데를 특정(윤락) 지역으로 지정해 성매매 단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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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성'에서 내일을 찾는…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지면기사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①]용주골에 남은 종사자들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절차 2년간 매달 자활생계비 지원키로'생존권 사수 투쟁'에 나선 85명부당 처우 반발·피해자 취급 거부합의 없는 지자체 일방 발표 지적 무수한 사연을 품은 여자들이 파주시 용주골로 흘러들어왔다. 이 여자들에게 부여된 이름은 여러 가지였다. 한때는 달러벌이를 하는 '애국자'이자 '양공주', 보편적으로는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창녀', 근래에는 여성 인권을 후퇴하는 데 일조하는 '미친 여자'….현재 용주골은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 정책에 따라 철거 등 행정대집행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곳 85명의 여성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남아 있기를 고집하는 여성들과 이들을 지지해주는 시민들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노동' 밥벌이가 갖는 무게는 이곳에서 유독 무거워진다. 누군가는 부모의 병원비를 마련하려, 또 누군가는 가장으로서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누구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파주 용주골의 여성들은 한겨울임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 받기 쉬운 일을 직업으로 택한 이 여자들은 자신의 기구한 삶을 불쌍해 하며 눈물 흘려주기보단, 부당한 상황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싸워주기를 호소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자신을 호명한다.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라고. 이들은 여성으로서의, 시민으로서의, 노동자로서의 '권리' 를 또박또박 이야기했다."재개발 계획 같은 것도 명확하게 나온 게 없으면서 '불법'이니깐 무작정 당장 떠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자활 지원도 여기 '성 노동자' 여성들과 이야기하고 진행한 게 아니라 일방적인 발표예요." 지난 4일 용주골에서 만난 성매매 종사 여성 A(40대 초반)씨의 목소리 너머에는 단순한 볼멘소리 이상의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가 담겨 있었다. 흔히 지자체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경우 이곳 종사자들에게 생활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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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노동권 '회색지대'… '성 노동자' 자활 지원 엇박자 이유는? 지면기사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②]인권 공통 분모 '여성'과 '연대' 엄연한 '불법' 단체들 손길 못내밀어 강압 vs 착취 접근에 거부감 엇박자묵묵한 투쟁 자그마한 힘 보태기도"다양한 목소리 더 많이 들려져야" 이곳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에 발을 디디는 과정과 결과에는 다양한 맥락이 담겨있다. 성매매 집결지 밖의 보편적인 사회에서 결코 누릴 수 없는 안정감과 소속감은 이들이 쉬이 용주골을 떠날 수 없는 요인이다.‘삼촌(포주이자 성매매 영업을 하는 남성)’, ‘이모(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방을 치우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숙식을 돕는 노년 여성)’, ‘언니(동료 성매매 종사 여성)’로 이뤄진 ‘불법’에서 파생된 경제 공동체이자 마을은 그간 한국 사회가 미처 보듬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터전을 형성했다.“싱글맘인 사람, 공황장애랑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자가 당연하게 생활하는 곳이 용주골이에요. 아가씨들이 힘들어하면 이런 상황을 바로 이해해준다니까요. 어디 일반 회사에 가서 ‘저 공황장애가 왔는데 잠깐 쉬었다 일하겠습니다’고 말하면 납득을 해주겠어요?”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A씨는 용주골 ‘성 노동자’들이 마냥 떼를 쓰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오래도록 살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논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점이 빠졌다”며 “우리는 용주골에 더는 신입 ‘성 노동자’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귀띔했다.결국 ‘성 노동자’임을 공표한 이곳 여성들이 ‘진정으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게 맞느냐’, 혹은 ‘본인이 선택해서 성매매를 한 건데 왜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의 시비는 부차적인 논쟁이다. 명백한 사실은 숙의 과정 없이 진행된 퇴거 조치에 이곳 여성들은 당장 올해 겨우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의 특성, 그리고 포주에게 붙잡혀 억지로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성 노동’을 한다는 이곳 여성들의 확고한 신념에 여성단체나 노동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