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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불황형 소비 지면기사
끝 모를 불경기와 미친 물가에 천원의 무게는 새털보다 가벼워졌다. 불황기에도 사람들은 기분을 소비한다. 소액으로 누리는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건, 지갑은 얇아져도 '스몰 럭셔리'로라도 자존감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 매니큐어, 넥타이 등 '작은 사치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다.생활용품 천원숍의 원조 '다이소'가 가성비 화장품으로 매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론칭해 2주 만에 동난 '리들샷'의 바통을 '샤넬 저렴이'로 불리는 립밤이 이어받았다. 주름개선 레티놀 제품도 품절 대란이다. 포장과 용기를 단순화하고 몸값을 낮춘 300여종의 제품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으로 지하철 역사 내에 천원 빵집이 부활했다. 지난해 국내 빵 물가는 1년 전보다 9.55%나 뛰었다. 베이커리 카페와 브랜드 빵값은 부담스럽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시장을 주무른다. 저가 수요가 늘어나니 천원빵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생략한 천원빵의 박리다매 전략은 대성공이다. 맛과 품질도 브랜드 빵과 비교해도 손색없다.알뜰 소비족은 가잼비(가성비 대비 재미)도 포기할 수 없다.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거거익선(巨巨益善)이다. 편의점마다 대용량 트렌드를 잇는 상품들이 속출한다. 점보 팝콘, 두배 핫바 등등. 벤티 얼음컵은 양을 대폭 늘려 g당 단가를 낮췄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팔도 점보 도시락'과 '공간춘 쟁반짬짜면'에 이어 삼각김밥 4개를 담은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 곱빼기 비빔밥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불황에 공허한 마음을 실속형 대용량 제품으로 채우려는 수요에 숏폼 트렌드와 인증숏 이벤트도 한몫했다.6월부터 외식·식품·생필품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고 한다. 전 세계 1위를 찍은 사과 쇼핑은 언감생심인데, 이제 김과 간장도 장바구니에 담기 겁나게 생겼다. 식료품 가격 인상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짠돌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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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면기사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위태롭다. 베를린 시장이 최근 도쿄에서 일본 외무상을 만나 "변화가 중요하다. 베를린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 베그너 시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은 찬성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관할 구청·연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 중이며 독일 주재 일본대사도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전해진다. 베를린·도쿄 자매결연 30주년 '선물용 망언'인가. 역사에 죄를 지은 전쟁범죄 가해국인 일본의 일방적인 입장을 두둔하고 대변한 꼴이다.베를린 소녀상은 지난 2020년 9월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가 공공부지에 설치됐다. 독일 극우주의 테러 규탄·여성의 날 기념뿐 아니라 아시아계 인종차별 규탄·수요시위 기념 등 다양한 주제의 행사가 펼쳐지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하지만 독일 수도에서 소녀상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일은 순탄치 않다. 설치 직후인 2020년 10월 관할 미테구청이 철거를 명령했지만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으로 우여곡절 끝에 보류됐다. 이후 미테구의회는 여러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고, 2022년 설치 허가를 2년 연장해 올해 9월 28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일본정부는 베를린 소녀상 존치를 연장해야 할 시점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철거를 압박하고 부추긴다. 참으로 집요하다. 지난 2022년 4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베를린 소녀상이 계속 설치돼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대놓고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의 전방위적 압박에 실제로 2023년 3월에는 독일 헤센주 카셀주립대 캠퍼스에 총학생회 주도로 설치됐던 소녀상이 기습 철거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학이 일본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고 강력 규탄했었다.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등이 지난 22일 회견을 열고 173개 시민단체 및 1천861명의 시민이 서명한 항의서한을 주한 독일대사관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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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데이터 안보 지면기사
라인야후는 2011년 네이버(일본지사 NHN재팬)가 개발한 '일본판 카카오톡'으로 일본 인구 1억2천200만명 중 9천600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라인은 51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라인 서비스를 네이버가 운영하다 보니 라인의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지난 5월 8일 이사회에서 라인을 개발한 신중호 CPO(제품 책임자)를 해임하고, 네이버에 자본 재검토를 요구하며 '라인 독식' 의도를 드러냈다.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다.미국 정부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 퇴출'에 진심이다. 상·하원이 '틱톡 강제 매각법'을 통과시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서명했다. 미국인 틱톡 이용자들의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갈 수 있어 국가 안보 및 데이터 개인정보보호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틱톡 측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달 14일 무효화 소송을 냈다.중국은 틱톡과 이커머스 전파에 열을 올리면서, 타국의 빅테크는 막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만리방화벽(Great Wall)이라 불리는 인터넷 감시 시스템을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의 접속을 차단·통제하고 있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근거로 빅테크 견제에 나섰다. 집행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가짜뉴스 확산과 관련해 엑스(X·옛 트위터)를 조사하고 있다. 또 틱톡의 바우처 및 기프트카드 등 보상 프로그램의 중독성 문제를 제기했다. 틱톡은 조사가 시작되자 서비스를 중단하며 꼬리를 내렸다.세계 각국은 데이터 안보를 둘러싸고 전쟁 중이다.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각국 정부는 시장에 적극 개입해 공격-수비 맞춤 전략을 진두지휘한다. 국내에서는 틱톡라이트 가입 '앱 테크 붐'이 식지 않는다. 가입 후 친구초대하고 출석 미션을 완료하면 포인트를 지급한다. 현금 출금까지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라인 사태에서 일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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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호중 소동 지면기사
가수 김호중은 한석규·이제훈 주연 영화 '파파로티(2013)'의 실제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퇴학 위기에 놓인 김호중의 빛나는 재능을 알아보고 학교로 다시 이끌어준 서수용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돈이 없어서 음악을 포기했던 10대 소년은 성악 영재로 변신했다. SBS 예능 '스타킹'에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출연 후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한데 이어 미스터트롯 톱4까지 오른 인생역전 스토리는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족함이 없었다.호사다마인가. 석연찮은 교통사고와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자초했다.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서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바퀴가 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운전자인 김호중은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2시께 김호중이 아닌 김호중의 옷을 입은 매니저가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점을 들어 추궁했고, 매니저는 결국 자백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음주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다.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 갔지만 술은 안 마셨고 공황장애라고 해명한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다른 매니저가 빼돌렸다. 조직적 은폐 의혹과 말 바꾸기에 여론은 싸늘하다.사태가 위중한데도 소속사는 사건 발생 직후인 11일과 12일에도 고양 공연을 강행했다. 시작된 투어 콘서트를 중단하면 수십억 대 손해는 당연하다. 소속사의 얄팍한 계산기가 작동했을 법하다. 매니저 약정금 반환 소송·불법 도박·병역특혜 의혹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무한신뢰로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온 팬덤도 소속사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싶다.김호중은 사고 즉시 현장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 음주운전이 아니라면 보험처리로 끝날 수 있던 사고였고, 음주운전이었다면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고 팬들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일곱 가지 거짓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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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명품주택과 양극화 지면기사
평소대로 살았는데 내 통장은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텅장'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곧 소비의 양극화다. 짠내 나는 염전족과 노머니족(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 지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 해결)과 핫딜 노마드족(온라인 쇼핑몰에서 특정 시간대 할인가 비교 쇼핑), 모루밍족(오프라인에서 제품 보고 모바일로 쇼핑)은 서민의 다른 이름이다.양극화는 이미 사회 전 분야로 번져 국가적 문제가 됐다. 특히 빚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부자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대출 갚고 지출 방어에 나서는데, 서민들은 생활비가 부족해 상환은커녕 추가로 빚내는 형국이다. 실제로 10억원 이상 부자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지난해 4억8천만원으로 전년보다 2억3천만원이나 줄었다. 하지만 채무불이행자 수는 올 들어 3개월동안 1만1천669명이 늘어나 1분기말 68만6천178명이 됐다.서민의 고통지수는 높아만 가는데 현실감 없는 뉴스가 보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은 초고가 복합주택이 들어선단다.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로 아파트 29가구(248㎡)와 오피스텔 6호실(281㎡), 근린생활시설이 올 9월 착공 예정이다. 유명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하고 명품 브랜드 가구와 카펫, 식기까지 구비된다. 맞춤형 럭셔리 인테리어는 물론이다. 분양가는 200억~300억원대로 예상된다. 한술 더 떠 분양대금만 있다고 입주할 수 없는 하이엔드 명품주택이다. 펜디 까사 본사가 직접 입주자 직업군과 자산 규모 등을 심사한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 청약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현행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딱 29가구만 짓는다.드라마 속 재벌가 이야기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웃어넘긴다. 그런데 드라마가 현실이 되면 서민들은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자산으로 만들어지는 서열사회", "21세기형 계급제의 부활"이라는 푸념과 "자기 재산으로 누린다는데 어쩌겠냐", "이미 드라마는 현실이다"라는 자조가 상충한다. 한국사회는 중간이 실종되고 상·하 극단이 비대해지는 모래시계 구조가 심화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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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지면기사
"우리는 보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다. 우리는 새끼돼지구이를 먹고 리오하 알타 와인을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1926)'에 레스토랑 보틴(Botin)이 등장한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지난 1725년 문을 열어 300년째 영업 중이다. 기네스북으로부터 인증서까지 받았다. 단골손님 헤밍웨이는 굉장한 PPL(간접광고)을 작품 속에 남긴 셈이다. 헤밍웨이가 영감 받던 그 공간에서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식객은 감동할 수밖에 없겠다.일본에는 와(和) 문화가 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사고방식이다. 오래된 가게들 주변에 비슷한 가게를 차리기도 꺼린다. 가게 터를 잡고 오래 버티다 보니 노하우도 쌓이고 자연스럽게 장수가게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100년 이상 된 가게·기업이 2만7천여개, 무려 1천년 넘는 곳도 21개나 되는 이유다.우리나라도 오래된 가게들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는 제도 '백년가게·백년소공인'이다. 백년가게는 업력 30년 이상, 백년소공인은 업력 15년 이상의 지역사회 터줏대감들이다. 올 4월말 기준 전국 백년가게 1천369곳, 백년소공인 956곳이 지정되어 있다. 경기지역은 각 190곳·230곳, 인천지역은 각 47곳·40곳이다. 하지만 오래된 가게를 팔 걷어붙이고 키워도 부족할 판에 제도시행 7년차만에 길을 잃었다. 올해 정부 예산이 23억원에서 4억원으로 80% 넘게 깎인 탓에 신규 가게·업체 지정마저 올 스톱이다. 지역 소상공인을 힘 빠지게 하는 변덕스러운 정책이다.우리나라 소상공인의 1년 차 생존율은 64.1%, 3곳 중 1곳이 몇 개월 만에 셔터를 내린다. 5년 차까지 버티는 곳은 겨우 34.3%뿐이다. 코앞에 동종업종 간판이 달리는 일이 허다한 약육강식 상권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장인정신을 대물림하는 우리 백년가게·백년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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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지면기사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018년 현종 8년 때다. 당나라에서 도성 안을 경현(京縣), 밖을 기현(畿縣)으로 구분했던 데서 비롯됐다.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부터 사방 500리를 아울렀다. 경기의 기(畿)자는 전(田·밭)+과(戈·창), 즉 도성 관리를 위한 녹봉을 책임지는 곳, 도성의 방어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경기도를 기전(畿甸) 지역이라 하는 이유다. 강원도를 관서·관동, 전라도를 호남 등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경기도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인구의 4분의 1 이상(1천363만명)이 밀집해 사는 곳이라 선거 때마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경기분도론은 1987년 대선 때부터 경기북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퇴장했다 선거철 다시 살아나는 단골 메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올 4월 22대 총선에서 여권이 서울 편입론과 서울 메가시티론을 띄우면서 공방이 오갔으나, 야권의 압승으로 요란했던 편입 바람은 사그라들었다.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올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새 이름 대국민 공모전에 나섰다. 지난 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의 붓끝을 통해 새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공개됐다. 무려 5만2천43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새 이름이다. 세 차례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투표를 거쳤다.김 지사는 대국민 보고회에서 "마라톤으로 따지면 최종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에 도달한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행정안전부가 주민 투표를 승인하지 않은 데다 특별법 입법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해야 한다. 설상가상 새 이름이 발표된 당일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분도 반대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3만명 넘게 동의했다. 1만명이 넘으면 김 지사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국가 개조급 현안인 경기 분도는 경기도만 나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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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4월 모기 지면기사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터 잡은 모기는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혀왔다. 백악기(기원전 1억4천500만~6천600만년)에 출현한 작은 모기는 살아남고, 주인공인 거대 공룡들은 멸종됐다. 보통 15㎜, 무게 2~3㎎의 모기는 지구상에서 살인을 가장 많이 하는 동물이다. 말라리아, 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을 전파해 매년 약 7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뱀이 1년에 죽이는 사람이 5만명, 개가 2만5천명, 체체파리가 1만명, 인간은 47만5천명이다. 인간보다 무서운 '죽음의 사자'가 모기인 셈이다.모기는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말라리아는 고대 로마부터 인도와 중국까지 이미 5·6세기에 풍토병으로 자리잡았다. 1594년 4월 임진왜란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3도 수군 병력 2만1천500명 중 5천663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1천904명이 사망했다. 당시 왜군과의 전투 사망자가 150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심각한 피해다.이상 기온으로 4월부터 모기떼가 출몰하고 있다. 기상청이 집계한 올해 4월 평균 기온은 지난 29일 기준 경기 14.9℃, 인천 14.5℃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다. 겨울이 짧아지고 봄·여름은 길어지면서 아열대기후화되고 있다. 모기는 9℃에 날기 시작하고 13℃ 이상에서 흡혈한다. 통상 5월부터 모기 개체 수가 급증하는데 매년 등장 시기가 빨라져 걱정이다.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모기종이 국내에 유입된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난해 747명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경기·인천지역에서만 560명(75%)이 감염돼 무려 12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겨울철에 대부분 죽기 때문에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다음 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1월 평균기온이 10℃ 이상 되면 성충은 살아남게 된다. 머지않은 미래, 365일 모기에 시달릴 수도 있다.지구는 모기의 바이러스 공격에 이미 무방비다. 신기술로 모기의 게놈을 조작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본질이다. 다산 정약용은 '모기를 증오한다'는 의미의 '증문(憎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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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복원 완료된 화성행궁 지면기사
의궤(儀軌)는 국가적인 의례나 행사를 정리한 백서다. 특히 정조는 왕실 활동·정책은 물론 문화·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활자와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화성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화성행궁 복원이 가능했던 것도 화성성역의궤 등 기록문화 덕분이다. 화성성역의궤는 각종 시설물 도면, 축조 기술, 자재 가격, 공사에 참여한 백성들 이름까지 담아냈다.화성행궁은 1789년(정조 13년) 수원 신읍치 건설 후 팔달산 동쪽 기슭에 건립됐다. 567칸의 정궁(正宮) 형태로 조선시대 지방에 건립된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다.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정조가 수원에 행차할 때는 궁실로 쓰였다. 단순히 잠시 머무르는 행궁 개념이 아닌 정조의 장기적인 개혁 추진 공간이었다.화성행궁은 일제강점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 조선통감부의 압력이 작용했다. 그해 우화관에 수원군공립소학교가 들어서고, 1911년 봉수당은 자혜의원으로, 낙남헌은 수원군청으로, 북군영은 경찰서로 사용됐다. 급기야 1923년 일제는 화성행궁 일원을 허물고 경기도립병원을 신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89년에는 경기도립병원을 현대식 건물로 신축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이때 민-관의 열망과 노력으로 화성행궁 복원의 단초가 열렸다. 같은 해 10월 수원 출신 서지학자 고(故) 이종학 선생 등 42명이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고, 우여곡절 끝에 복원의 첫 삽을 떴다. 그리고 2002년 7월 봉수당(奉壽堂) 등 482칸에 이르는 1차 복원이 완료됐다.2013년 신풍초등학교가 이전하면서 우화관 등 후속 복원사업도 속도를 냈다. 우화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전(殿) 글자를 새긴 나무패를 모신 화성유수부 객사(客舍)다. 1795년 혜경궁 홍씨 회갑 진찬연 때 70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예법 문서를 보관한 별주(別廚)까지 35년의 복원사업이 지난 24일 마무리됐다.시민들은 119년 만에 드디어 화성행궁의 완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건축물 복원을 뛰어넘어 상하동락(上下同樂) 대동세상(大同世上)을 꿈꾼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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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평크루즈 지면기사
가평 자라섬은 남이섬보다 1.5배 큰 땅이지만 개발에서 소외된 황무지였다. 해방 전후엔 중국인들이 수박·참외농사를 짓고 살아 중국섬으로 불렸다. 40여 년 지난 1986년이 되어서야 가평군이 자라처럼 생긴 산과 자라목이 있는 마을을 바라본다 하여 '자라섬'이라 이름 붙였다. 지금은 오토캠핑의 성지이자 국제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섬은 봄·가을이면 꽃천지가 된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대표 명소다.남이섬은 원래 구릉지로 형성된 작은 봉우리였다. 홍수 때만 고립됐던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 수위가 상승해 완전한 섬이 됐다. 남이섬은 최인호 원작 영화 '겨울나그네(1986)' 촬영지이자 강변가요제(1979~1989)의 무대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02년부터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한류 팬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자라섬과 남이섬을 유유히 휘감는 북한강에 유람선이 떴다. 지난 12일 가평크루즈가 가평마리나에서 출항하며 천년뱃길사업이 출발했다. 가평군과 민간 자본이 추진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선체 길이 37.52m, 너비 12m, 높이 13.2m 436t 규모 3층 구조로 최대 250명이 탑승할 수 있다. 국내 최초 해양수산부 인증 환경친화적 선박 1호인 전기 크루즈로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연과 소음이 없다.가평크루즈는 우선 가평마리나~남이섬메타나루를 왕복한다. 다음달 25일부터는 자라섬(자라나루 선착장 경유)도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마침 자라섬 꽃 페스타(5.25~6.16)가 개막하는 날이다. 내년 6월경에는 5개 선착장을 경유하는 약 40㎞ 전 구간이 온전히 공개된다. 자라섬~남이섬~복장포구~물미연꽃마을~송산리~고성리~호명리를 북한강 뱃길따라 유람할 수 있다. 선착장과 노선 주변 식물원 자라섬이화원, 쁘띠프랑스, 호명산, 수상레저타운, 청평유원지 등을 잇는 관광 벨트가 된다. 놓칠 곳 하나 없는 코스다. 타고 온 차는 주차해놓고 유람선에 올라 명소를 두루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