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기사
-
[참성단] 돌아온 교외선
2025-01-07
-
[참성단] 위기의 중증외상센터
2025-02-11
-
[참성단] ‘무늬만 한부모’
2025-02-06
-
[참성단] 상처입은 군인들
2024-12-10
-
[참성단] 병역명문가
2025-02-27
최신기사
-
[참성단] 직업 지면기사
시대마다 선망하는 직업이 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시절이 하수상했던 만큼 공직자가 되면 출세로 여겼다. 1955년에는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이 개봉됐는데 한국영화 도약의 계기가 됐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전문학원 경영자와 극장 간판화가가 돈을 벌었다. 1960년대에는 가발 수출 붐으로 가발기술자가, 1970년대는 중동 건설기술자가 외화벌이에 나섰다. 1980년대는 은행원과 증권회사 직원, 1990년대는 인터넷 혁명으로 웹마스터, 프로그래머가 각광받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안정적인 의사·변호사·교사·공무원·외국계 회사원이 손꼽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예인, 크리에이터부터 뇌과학자, 로봇 연구원 등 직업 선택의 폭이 더욱 커졌다.잡코리아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입사한 회사에서 1년도 못 채우고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퇴사 이유를 보니 역시 연봉과 워라밸이다. 특히 Z세대(1995~2003년생)는 직장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직급을 높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더 좋은 조건이 있다면,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된다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탈공 러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5년 미만 공무원의 조기 퇴직자는 2022년 1만3천321명으로 2019년(6천663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과도한 스트레스로 구직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배경이다.자격증 취득 열기가 대단하다. 올해 전문직 자격증 응시율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공인노무사는 1만2천662명이 신청해 2018년(4천744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감정평가사도 6천746명이 지원해 4배 뛰었다. 사무직이 아닌 현장형 자격증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고되고 험한 일은 꺼릴 것만 같은 MZ의 반전이다. 지게차운전기능사, 도배기능사, 장례지도사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직업은 시대의 거울이다. 물가는 미친 듯이 뛰고
-
[참성단] 보따리상 지면기사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보따리상의 원조' 보부상은 조선시대 왕성하게 활동했다. 봇짐장수는 보상(褓商), 등짐장수는 부상(負商)이라 불렸고 이를 합쳐 보부상이다. 보부상은 전국 5일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물화를 유통한 장시(場市) 문화의 주역이었다. '동국문헌비고(1770)'는 전국 1천62곳의 장시가 개설됐다고 기록한다.보부상의 봇짐과 등짐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촉작대(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부상의 등짐은 토기·질그릇부터 생선·콩·소금까지 움직이는 만물상이다. 반면 보상은 봇짐 안에 가볍지만 값비싼 장신구나 금·은 세공품을 넣고 다녔다.1970년대 '현대판 보부상' 보따리상의 짐 보따리도 천지개벽한 세월만큼 변했다. 일본을 오가던 보따리상은 엄마들의 로망 코끼리표(조지루시) 전기밥솥과 소니 워크맨, 의약품을 들여왔다. 특히 게임 콘솔과 소프트웨어가 인기였다. 1990년대 들어서 국내 전자제품과 공산품의 품질이 일본을 따라잡자 더 이상 무겁게 일본 밥솥을 들여올 필요가 없어졌다.1992년 한중수교 이후 등장한 한중 보따리상은 중국에서 참깨와 마늘, 콩, 고춧가루 등 주로 농산물을 실어 날랐다. 반면 한국에서 나갈 때는 마스크팩 등 화장품과 의류, 가전제품을 중국에 반입했다. 한중 보따리상은 2000년대 중후반 경제 무역의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산 공산품이 중국에 알려지는 빠른 창구가 됐고, 카페리 여객선사에는 승객의 30~50%를 차지할 만큼 단골이었다.하지만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한중 카페리 여객 운송도 보따리상도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그 사이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시장을 장악했다. 3년 7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막혔던 뱃길이 열렸지만 중국 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보따리상 수는 크게 줄었다. 선사에서 승선권 반값 특가를 내놔도 소용이 없다. 최근에는 보따리상 비율이 10% 이하까지 떨어졌다.설상가상 중국세관의 통관 규제도 심해졌다. 1인당 50㎏이었던 면세 한도가 5㎏으로 대폭 줄고 압수까지 당하니 빈손 보따리상은 이제 남는 장사가 아니다. 한중 합작 평택카페리의 중국 지분 쏠림도
-
[참성단] SK고택(古宅) 지면기사
닭표 안감과 봉황새 이불감을 아시나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불타고 흩어진 부품을 모아 고물 직기(織機)를 조립해서 생산한 제품들이다. 1954년 닭표 안감은 루스터(Rooster·수탉)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했는데 빨아도 줄지 않는 고품질 인조견은 단숨에 동대문시장을 평정했다. 이어 1958년 5월 출시한 봉황새 이불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당시 신부들의 필수 혼수품으로 10년 넘게 베스트셀러였다. 1962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인견을 국내 최초로 수출하기도 했다. 기름때 묻혀가며 기계를 수리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열정과 단호한 결단력, 품질 제일주의로 직물업계 최강자가 됐다.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의 성공 스토리다.1953년 4월 8일 창립한 SK그룹이 71주년을 맞아 SK고택(古宅)을 공개했다.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태어나 40년을 보낸 생가를 복원해 오는 15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 두 회장의 부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는 1921년 수원 평동에 터를 잡았다. 'ㄱ'자 구조의 수원식 한옥에서 4남4녀 8남매를 키웠다. 고택은 1천111㎡(약 336평) 대지에 한옥기념관(75㎡)과 전시관(94㎡)으로 구성됐다. 제사를 모시던 대청마루와 안방에는 다리미, 재봉틀, 자개상 등 가족들이 실제 사용하던 물건이 놓였다. 손주들의 선물을 보관하던 다락, 손때 묻은 책이 있는 공부방도 되살렸다.한옥 처마에는 학유당(學楡堂) 현판이 붙었다. 최학배 공의 학(學)자와 느릅나무 유(楡)에서 따왔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고향 산시성의 느릅나무 두 그루를 낙양으로 옮겨 심고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다는 유래와 같이 '창업자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최태원 회장의 모친 고(故) 박계희 여사의 필체를 재현했다.SK그룹의 기업정신은 수원에서 태동했다. SK일가의 본관이 수원(수성 최씨)이니 수원사랑은 각별하다. 선경도서관, 수원SK아트리움, SK청솔노인복지관 등 곳곳에 나눔과 상생이 스며있다. "기업은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
[참성단] 전등사 솔로 탈출 지면기사
결혼을 기피하는 시대에 연애 리얼리티 콘텐츠는 화제성을 낳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결혼은 시큰둥해도 타인의 연애에는 몰입한다. 사랑의스튜디오(1994.10~2001.11)부터 짝(2011.3~2014.2), 나는 솔로(2021.7~ )까지 수많은 콘셉트가 쏟아진다. 헤어진 연인들이 모여 새 연애 상대를 찾거나 골프를 치면서 데이트를 즐긴다. 돌싱의 연애를 관찰하고 동성간 매칭을 다루기도 한다. 지상파, 종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유튜브 등에서 '썸' 타는 프로그램들이 간판이다.연애세포를 깨우는 청춘남녀들의 만남이 천년고찰로 무대를 옮겼다. '나는 솔로'가 아닌 '나는 절로'다. 솔로탈출을 간절히 원하는 30대 스무명이 강화 전등사에 모였다. 결혼기피 세태와 세계 최저 출산율에 불교계가 나서 1박2일 단체미팅을 주선했다. 신선하고 유쾌한 시도다. 남녀 10명씩 총 20명 모집에 337명이나 지원했다. 남자 14.7대 1, 여자 19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MZ세대는 어색한 맞선·소개팅보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고 낯선 경험 자체를 힙(hip)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취향저격이다.저출산·고령화 극복 교육을 받은 뒤 소원지에 각오와 설렘을 담아 대웅전 연등에 매달면서 일정이 시작된다. 자신이 정한 가명으로 참여한다. 사전정보 없는 상태에서 만나기 때문에 선입견도 없다. "고즈넉한 곳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전문 레크리에이션 MC가 진행하는 게임도 하고 수학여행 온 기분입니다" 풍경소리 들리는 천년고찰에서 힐링과 만남을 동시에 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법복을 입고 벚꽃 흐드러진 오솔길을 산책하면 속세는 금세 잊게 된다.불교에서는 인연의 무게를 겁(劫)으로 헤아린다. 겁은 천년에 한 번 떨어지는 물방울이 4방 1유순(약 15㎞)의 바위를 뚫는 시간이다. 부부가 된다는 건 8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사찰 안 청춘남녀는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는 것만으로 2천겁의 인연을 맺었다. 전등사의 '나는 절로'에서
-
[참성단] 특수교실 녹음전쟁 지면기사
특수교육 현장에서 녹음전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주호민 사건' 이후 녹음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장애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개학 이후 한 달간 녹음기가 발견된 사례가 50여건에 달한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학부모들은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옷소매 안에 바느질로 숨기기도 한다. 20여일 동안 반복적으로 녹음기를 사용한 경우도 확인됐다.불안해진 교사들은 사비를 털어 녹음방지기를 구입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모를 아동학대 민원에 대비한 자구책이다. "트집 잡히지 않을 말만 하는 영혼 없는 AI가 돼야 하나" 한탄한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 잇단 교권침해를 겪으면서 교사들은 집단적 방어기제로 무장했다.지난 2월 1일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벌금 200만원 선고유예)이 내려졌다. 교원단체들은 "특수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을 밀착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행·폭언까지 감내하면서 교육과 안전·생활지도를 위해 버텨왔다"면서 "교실이 불법 녹음장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A교사의 무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쟁점이 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탓에 '몰래 녹음'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는 우려다.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021년 9만8천154명에서 2022년 10만3천695명, 2023년 10만9천70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반면 공립학교 특수교사는 2021년 1만7천257명에서 2022년 1만8천364명, 2023년 1만8천454명으로 장애학생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5.94명으로 전년(5.65명)보다 0.29명 많아졌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특수교사를 학생 4명당 1명씩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과밀학급 해소는 갈 길이 멀다.교권 추락의 본질은 교육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학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프레임 뒤에 숨어있는 교육당국의 무책임이 원인이다. 소극적인 대처로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특수교사 개인이 민원의 맨 앞줄
-
[참성단] 맹견 사육 허가제 지면기사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는 세상이다. 쇼핑몰에서도 아기 대신 개들이 앉아있는 개모차를 애지중지 밀고 가는 애견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펫박람회에서 개소파와 개영양제를 구입하거나 '댕댕런'에 참가해 함께 달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멍집사'들은 퇴근 후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애견스튜디오에서 견생 네 컷을 찍어준다. 반려인 1천500만시대 다운 풍경이다. 펫팸족(Pet+Family)은 강아지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다.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은 2022년말 기준 302만5천859마리다. 2017년 117만5천516마리였던 반려견이 5년 만에 157.4%나 급증했다. 반려견 등록률은 2023년 기준 76.4%로 실제로는 더 많은 반려견들이 집사들을 부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려견이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물림 환자 이송 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 2천154건, 2020년 2천114건, 2021년 2천197건, 2022년 2천216건이다. 하루 평균 6명이 구급차 신세를 진다.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맹견 사육 허가제가 오는 27일 첫 시행된다. 6개월 이내인 10월 28일까지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 등록과 함께 맹견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도 반드시 해야 한다. 맹견에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그 잡종까지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기질 평가와 개면허시험을 통과한 견주에게 맹견 사육을 허가한다. 호주도 맹견 소유자에게 연간 사육비를 부과하고 안전조치를 갖춘 특수 사육장에서 개를 키우도록 한다. 운전면허처럼 맹견 사육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개 물림 사고는 특정 견종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견종 특유의 기질보다는 성장과정과 환경에 따라 공격성이 생기기도 한다. 난폭견도 강형욱 훈련사가 기르면 개과천선 되는 논리다. 덩치 큰 도사견이든 작은 몰티즈든 견주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원에 가면 목줄 없이 뛰어다니
-
[참성단] 초등학교 앞 성인 페스티벌 지면기사
"초등학교 코앞에서 성인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국내 최대 성인 페스티벌이 수원 지역사회에 돌을 던졌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 타이틀로 광명에서 하루 개최한데 이어 오는 4월 이틀로 규모를 확대해 두 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미성년자였던 2005년생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과도한 성적 노출을 하고 영상까지 공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논란이 불거졌던 바로 그 행사다. 수원 행사에도 일본 AV(성인 비디오)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SM(Sadomasochism·가학피학성향) 패션쇼가 예정돼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성인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도발적이다.더 큰 문제는 하필 행사장이 초등학교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마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만 건너면 쉽게 갈 수 있는 도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이다. 행사가 주말에 열린다지만 인근에는 쇼핑몰이 밀집돼 있어 가족단위 유동인구가 많다. "아이들이 성을 돈 주고 사고파는 상품 정도로 인식하면 어쩌나" 학부모들의 걱정은 자연스럽다.여성·사회단체들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피켓을 들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겠다"며 철회 촉구에 힘을 실었다.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지원청은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조치를 취해 달라며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여성의당도 주최사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수원 지역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지만 주최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행사 장소인 민간 전시장은 운영규정에 '사회질서 및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청소년 유해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용조건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대관 계약을 맺었다. 자본주의 논리와 성 문화 잣대가 충돌하는 형국이다."아파트 단지와 초교 코앞이라니… 선 넘은 장소 선정" vs "성인인증 후 입장하고 실내에서 하는데 뭐가 문제냐" 언론에 보도된 여론은 갑론을박 중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바로 코앞에서 성인
-
[참성단] MBTI 지면기사
"MBTI가 뭐예요?" 나를 알리고 상대방의 성향을 쉽게 알 수 있는 MBTI는 대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MBTI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선호 지표가 조합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MBTI는 나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종의 명함이 됐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 MBTI 궁합을 맞춰 보거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공유하는 소소한 놀이문화로 진화했다. 이제 혈액형보다 MBTI를 묻는 게 익숙하다.경기도내 지자체들의 MBTI 사랑도 대단하다. 단순히 자기이해·갈등관리·진로상담을 넘어서 도서·인문학·관광 등 폭넓은 분야와의 결합에 활용한다. 수원 영통도서관은 최근 MBTI 유형별로 도서를 추천해 주는 'MBTI 블라인드 북' 행사를 열었는데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오는 5월 예정된 포천시 '인문도시 페스티벌'은 인문 MBTI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성향에 맞는 인문학 학습방법을 가이드해 준다. 양주시는 4월 말까지 청년 대상 'MBTI 트레킹'에서 지역 핫플레이스 방문과 티 블렌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김포시는 더 디테일하다. 홈페이지에 'MBTI 유형별로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까지 만들었다. 시민들이 MBTI 검사를 한 뒤 바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명소를 골라 나만의 코스를 짤 수 있다. 외향형 E에게는 수상자전거와 모터보트 체험이 가능한 김포아라마리나를, 내향형 I에겐 김포아트빌리지&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산책을 추천한다. 감각형 S는 김포국제조각공원, 직관형 N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감정형 F는 김포독립운동기념관, 사고형 T는 김포함상공원, 인식형 P는 금빛수로&라베니체, 판단형 J는 체험농장투어가 어울린다는 식이다. 용인특례시는 홈페이지 포토갤러리에서 올해 다섯 살이 된 공식 캐릭터 조아용이 MBTI 여행 스타일 J(계획형) vs P(자유형)를 비교해 주고 쇼핑, 치팅데이, 야경 맛집 등 다양한 코스로 안내한다.온라인상에는 비공식 간이검사가 무수히 퍼져있다. MBTI
-
[참성단] 귀하신 '물' 지면기사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부터 이집트 문명(나일강), 인더스 문명(갠지스강), 황하 문명(중국 황하강)까지 물에서 태어났다. 인류 문명은 수로와 댐 같은 관개시설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발전했다. 이집트는 기원전 2천550년 나일강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댐 사드 엘 카파라댐을 축조했다. 나일강은 홍수가 규칙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범람을 예측하는 달력을 만들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지구는 물 변덕이 극심하다. 여지없이 사람 탓이다.물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다. 그러나 물의 97.5%는 바닷물이고, 식수로 사용 가능한 담수 자원은 2.5%뿐이다. 그 담수의 3분의 2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에 갇혀있고, 사람이 손쉽게 사용 가능한 담수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불행하게도 이 담수는 지구상 모든 국가에 골고루 분배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3월 유엔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약 20억명이 대소변에 오염된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이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한 해 140만명에 달한다. 오늘(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주제는 '세계 평화를 위한 물의 활용'이다. 물도 양극화 시대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인류가 함께 누리려면 각국의 연대와 노력이 필수다.물자원 절약을 위해 미국인들은 잔디 로망을 포기했다. 2022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야외 물 사용은 주 2회, 스프링클러 가동은 8분으로 제한하고 위반하면 최대 600달러(약 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199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물낭비 1천달러 벌금과 최고 6개월 징역형 조례를 확정했었다. 당시는 해외 토픽감이었으나 지금보니 선견지명이다.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물 스트레스가 85.52%로 매우 심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2020년 기준 295ℓ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2025년에는
-
[참성단] 사교육 왕국 지면기사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이 몇 개죠?" "월수금은 수학· 영어, 화목은 논술·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미술, 토일은 창의과학·한국사."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대사다. 과학초에 다니는 동춘은 엄마의 계획표대로 학원 뺑뺑이를 돈다. 멍때리는 게 유일한 취미이고 11살 인생에 권태기가 와버렸다. 엄마는 수년 후 서울대 특별 수시전형이 생긴다는 알짜 정보에 솔깃해 페르시아어학원에 등록하기에 이른다. "도대체 이걸 왜 배워야 할까?" 동춘의 머릿속은 의문부호 투성이다.실제 아이들 현실이 동춘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어서며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새 학생 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만명(1.3%) 감소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되레 늘어났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지난해 9년 만에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역시나 기대는 빗나갔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정부가 갑자기 킬러 문항을 제거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은 학원으로 달려갔다. 고등학생 사교육비가 7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8.2%나 늘어났다.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도 86%나 된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 단속, 초등 의대 입시반 실태 점검, 늘봄학교 확대 등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변죽만 울린다. 사교육을 둘러싼 정부와 수요자의 술래잡기가 무한궤도에 갇혔다.사교육 카르텔은 수능 문항을 거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을 벌여 56명을 수사 요청했다. 커넥션 가담자는 교육부 발표보다 30명 이상 늘어났다. 현직 교사들이 문항 제작·공급 조직을 직접 운영했고, 유명강사가 사들인 문항은 수능적중 문제집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30년간 나름 공정한 입시제도라고 평가받아온 수능의 신뢰도는 내동댕이쳐졌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아껴가며 학원비를 마련해 자녀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영화에서 엄마 혜진은 말한다. "동춘이가 많은 도전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