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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치 궁합 지면기사
우리나라에 결혼정보회사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80년대 중반이다. 속칭 중매쟁이가 하던 일을 기업이 시스템화해서 최적의 반쪽을 찾아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다. 업체에 회원 등록을 하려면 상세한 신상정보와 증빙서류를 제공하고 법무팀의 확인 절차까지 거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작동해 외모, 성격, 학력, 직업, 자산, 가정환경 등 6가지 조건에서 골고루 높은 밸런스를 보이면 '육각형 남자', '육각형 여자'가 된다. 매칭 시장에서 성혼 가능성이 높은 A급 배우자 감의 별칭이다.하지만 이제 육각형이 아닌 칠각형을 찾아야 할 모양이다. '정치 궁합'이라는 특별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 5명 중 3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은 사절"이라고 답했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천950명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 내용이다.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다는 점은 흥미롭다. 세대별로는 노년층(68.6%)이 청년층(51.8%)과 중장년층(56.6%)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이러한 결과는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5년 전인 2018년 87.0%보다 5.3%p나 상승한 수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71.8%), 지역 갈등(71.5%) 등 다른 숱한 마찰보다도 정서적 피로도가 높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명절 때 정치 얘기는 말라는 불문율이 생겼을까.청년세대(만 19~34세) 혼인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2020년 기준 10명 중 8명(81.5%·784만명)이 미혼이다. 남성 86.1%, 여성 76.8%가 자의든 타의든 솔로의 삶을 살고 있다. 정쟁으로 지고 새는 국회는 마치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 같다. 국민은 지치고 괴롭고 신물이 난다. 정치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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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섬마을 K드론 지면기사
4차산업 시대 드론(Drone)의 진격은 경이롭다. 비행하면서 변형하는 트랜스포머 드론, 나방의 더듬이를 접목한 냄새 맡는 드론, 우주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 드론, 2천㎞ 밖에서도 조종 가능한 드론까지. AI(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첨단기능을 장착하고 '하늘을 나는 강자'로 한계 없이 진화 중이다.드론은 올림픽 무대에도 등장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천218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오륜기를 수놓아 진보된 기술과 예술의 합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팬데믹으로 개최가 1년 미뤄졌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드론 1천824대가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며 개막을 알렸다.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드론이 스파이로 돌변했다.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뉴질랜드팀 훈련장에 염탐용 드론을 띄운 사실이 발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승점을 삭감하고 감독·코치·전력분석원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캐나다는 부당한 징계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가 패소해 "올림픽 정신보다 메달이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캐나다팀은 뉴질랜드는 물론 프랑스·콜롬비아를 차례로 격파했다. 승점 6점이나 깎이고도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개운치 않다. 2020 도쿄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의 명성에도 지워지지 않을 흠집이 남았다.때론 자폭 무기가 되어 전쟁터에 출몰하고, 작전 염탐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착한 드론도 있다. K드론이 이달부터 전국 32개 섬지역, 17개 공원지역, 1개 항만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성남·양주·포천 등에 이어 9월부터 인천 섬마을 하늘을 누빈다. 덕적도·문갑도·대이작도·자월도에 이어 11월 이후에는 굴업도·영흥도로 영역을 확장한다. 소야도 선착장 인근에서 출발하는 K드론은 3㎏ 이하의 음식·생필품 등을 실어 나른다. 섬 지역은 병원과 약국이 부족한 의료 사각지대다. 응급환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AED)·구급약품 등을 신속하게 보낸다는 국토부의 구상이 실현되면 주민들의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다.드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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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사도광산 지면기사
사도(佐渡)광산, 일제의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사도광산은 17세기부터 금을 생산하다가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구리·철 등 전쟁 물자를 조달했다. 1939년부터 조선인 1천500여명은 어둡고 숨 막히는 깊숙한 갱도 안에서 착암(鑿岩·바위에 구멍을 뚫음)·운반 작업에 혹사당했다.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돌아온 이들도 진폐증 등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일본 정부는 애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16~19세기 중반으로 시기를 한정했다. 세계문화유산의 결격 사유인 '조선인 강제동원' 흑역사를 제외하려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지난 6월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전체 역사를 설명하라고 권고했다. 그래도 우리 정부가 반대하면 위원국 전체 동의 방식으로 결정되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불가능했다.일본을 경제·안보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온 윤석열 정부는 강제노역 역사 전시물 설치와 매해 희생자 추도식 개최를 조건으로 동의했다. 결국 사도광산은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세계유산위원회(WHC) 21개 위원국의 전원동의(consensus) 로 세계문화유산으로 결정됐다.화장실을 다녀온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 2015년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에도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던 일본이다. 이번엔 전시장 꼼수로 뒤통수를 쳤다. 사도광산에서 2㎞나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2층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설치했다. 전시물에는 '노동자 모집과 징용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에 투입된 비율이 높았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강제노역'이라는 단어는 없다. 국내 반일 여론을 무릅쓰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윤석열 정부만 바보가 됐다.전범 국가의 치부를 지우려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집요하고 치밀하다. 전범의 역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둔갑시키려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한국 정부와의 약속을 조롱했다.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역사관에 치가 떨린다. 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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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졸 백수 400만명 지면기사
대졸 백수들이 400만명을 넘는단다. 대졸 백수라는 단어의 어감이 최근 졸업자를 말하는 듯 착시를 불러와 당혹스러운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학(전문대 포함)을 갓 졸업한 청년부터 60세 이상까지 포함된 통계다.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 월평균 405만7천83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천명 늘어,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상반기 최고점을 찍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올해 상반기 총 1천616만6천명인데 대졸 이상 비율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대학 진학률이 이미 70%를 넘어선 마당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 입학'이다.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를 시작해도 그렇다. 재학생들은 백수가 두려워 졸업을 미루니, 휴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올 5월 기준으로 휴학한 적이 있다는 비율은 46.8%, 대학 졸업 소요 기간도 4년 3.8개월로 역대 최장이다.청년들은 첫 직장을 잡기까지 평균 11.5개월을 백수로 지낸다. 지난해보다 1.1개월 또 늘었다. 대졸 이상은 8.3개월, 고졸 이하는 1년 5.6개월이다. 이중 3년 이상 걸린 '취업 삼수생'이 9.7%나 된다니 취업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어렵게 취업에 골인해도 10명 중 3명은 1년 이하 계약직이다. 시간제 근로 비율도 23.4%로 최고 수준이다. 60%는 첫 월급이 200만원 미만으로 박봉에 쪼들린다. 월 200만~300만원은 35.2%, 300만원 이상은 5.1%뿐이다. 첫 일터에서 사표를 던지는 이유 중 45.5%가 열정페이·근로조건 불만족이라니 수긍이 간다.대졸 청년들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느라 백수 생활을 감수한다. 실력과 운으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행복은 잠시뿐이다. 정년을 한참 남겨둔 선배들이 등 떠밀려 은퇴하는 모습에서 불안한 미래를 직감한다. 조기 퇴직자 앞에 열린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악몽이다. 정년퇴직의 행운을 누려도 100세를 누리려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사람이 태반이다. 올해 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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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시대의 상징, 김민기 지면기사
"…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김민기는 서울미대 2학년 재학 중이던 1971년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의 작곡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침이슬'과 함께 '상록수'는 반독재 집회와 시위 때마다 광장에 울려 퍼졌다. 김민기는 천재적 감수성으로 삶을 은유했건만, 투쟁의 상징이 됐다. 군부 독재정권은 그의 노래에 반정부 딱지를 붙였다. '아침이슬'을 포함해 '친구', '꽃피우는 아이', '저 부는 바람' 등 총 10곡의 자작곡이 수록된 한국 최초 싱어송라이터 음반 1집은 판매금지 1호의 영예(?)를 안았다. 김민기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념의 경계에서 추앙과 박해를 동시에 받았다.1973년에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 극음악을 작곡했고, 1977년 군 만기제대 후에는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업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담은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발표했다. 1984년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내기도 했다. '운동권 노래의 대부'라는 수식을 어느 순간 운명처럼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30대의 김민기는 민통선 소작농으로, 탄광 광부로, 김 양식장 잡역부로 살았다. 세상 낮은 곳에서 '앞것' 뒤에서 일하는 묵묵한 '뒷것'의 책임을 다했다.1991년 40세부터는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고 공연 연출가로서 혼을 쏟았다. 전 배역 공개 오디션이라는 파격 시스템은 '학전'을 실력파 배우의 산실로 만들었다. 김윤석·황정민·설경구·조승우·장현성은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1994년 초연해 15년 동안 4천회 이상 무대에 올린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기록됐다. 돈 안되는 아동·청소년극에도 소명을 이어간 '학전'은 재정난으로 33년 만인 올해 3월 폐업했다. 학전에 대한 '책임 있는 미련함'은 김민기 정신으로 영원히 회자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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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성 청소년의 월경권 지면기사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임기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인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처럼 인식했다. 생리대 광고 카피에서조차 월경을 '그날' 또는 '마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플로(flow·흐르다)이모가 찾아왔어', 프랑스에서는 영국군이 붉은 군복을 입었다는데서 유래해 '영국 군대가 상륙했네',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익었어'라고 표현한다. 이외에도 딸기주간, 체리데이, 대자연의 날, 안네, 달의 꽃, 달의 은혜 등등 나라별로 월경을 일컫는 별칭이 5천개가 넘는단다.2016년 사회적 충격을 던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월경이라는 단어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황급히 생리대 지원사업을 내놨다. 그해 여성가족부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해 생리용품을 지원했다. 낙인효과 우려에 2019년부터는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전환했다.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2021년 최초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17만4천여명에 이어 올해부터는 외국인 여성 청소년까지 총 22만3천여명에 월 1만3천원(최대 연 15만6천원)이 경기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도내 21개 시·군 11~18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접수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지난 2022년부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년째 18세로 한정하고 있다보니 "보편 지원이 아니라 차별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시의 당초 계획대로 2025년까지 인천지역 11~18세 여성 청소년이 경기지역과 동등한 월경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여성은 13세 전후 초경 후 약 30~40년 동안 월경을 한다. 초경이 시작되고 평균 한 달에 5일 40년간 월경을 한다고 볼때, 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생리대는 1만개에 달한다. 그만큼 생리대는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생필품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기에 '월경 빈곤'에 처한다면 학습권과 행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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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06번 새벽 버스 지면기사
새벽 4시, 106번 버스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미화노동자부터 경비원·새벽시장 상인까지. 금세 만원이 되고 몸을 부대끼며 한바탕 출근 홍역을 치른다. 이들은 버스가 신호 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지각하면 어쩌나 전전긍긍이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부지런히 일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애환을 싣고 버스는 달린다.의정부 가능동에서 도봉산역을 지나 서울 종로 5가까지 왕복 45.2㎞를 오가는 106번 시내버스 노선은 지난 1971년부터 운행한 '서민 노선'이다. 서울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버스 18대가 12~15분 간격으로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오는 8월 3일 폐선하겠다고 통보받았다. 당장 발이 묶일 서민들은 막막하다. 의정부 시민들은 폐선 철회 탄원서를 내고 피켓까지 들었다. "53년 동안 일상에 뿌리 깊게 내린 '시민의 발'이자 지역사회의 일부분"이라고 호소한다.서울시가 폐선을 예고한 노선은 106번만이 아니다. 542번(군포 부곡~서울 신사)·704번(양주 장흥~서울 중구)·773번(파주 교하~서울 은평)·9714번(파주 교하~서울 중구)까지 총 5개 노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는 "한정된 예산과 차량 여건을 고려해 신설 노선을 만들려면 기존 노선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체노선을 마련할 때까지라도 유예해야 마땅하지 않은가."그냥 아주머니,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2012년 생전의 노회찬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탑승객을 일컬어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라며 아픔에 공감했다.의정부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경기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체 노선 마련에 머뭇거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3월 한 인터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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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논란 지면기사
한국은 바둑 강국이다. 2016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최초이자 최후의 1패를 안긴 인간대표 이세돌 보유국이다. 한국 최초의 프로 9단 조훈현은 한국형 된장바둑 서봉수와 함께 1980년대를 '조서시대'로 만들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세계 최고 공격수 '일지매' 유창혁도 있다.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는 청출어람의 경지를 넘어, 수식어가 거추장스러운 세계 기단의 전설이 됐다. 한국 바둑국가대표팀은 지난해 2023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었고, 이어 열린 아시안패러게임에서도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55개월 연속 국내 바둑 1위 신진서 9단과 다승왕 박정환 9단이 한국바둑을 이끌고 있다."침묵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아서요.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려야 이기는 것도 맘에 들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2022~2023)'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바둑 열풍이 불었다. 청라호수공원 내 바둑공원은 촬영성지로 불리며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계의 현실은 고사 위기에 노심초사다. 1980~1990년대 들어 PC·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뒤 타격을 입었다. 바둑알을 잡던 대중들은 '스타크래프트' 마우스를 잡았다. 오랜 대국시간과 어려운 룰, 올드한 이미지로 기원은 경로당이 됐다. 한때 1천500만명이었던 바둑인구는 883만명까지 떨어졌다.바둑계의 위기는 상아탑으로 번졌다. 명지대학교가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 폐과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다. 소속 교수와 재학생들이 낸 가처분 신청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학생과 유학생은 물론 진학을 준비하던 고3 수험생들은 막막하고 황당하다. 교수와 재학생들은 "학교법인의 재정파탄 문제를 왜 학생들에게 전가하냐"며 목청을 높인다. 1997년 개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지난 27년간 양건 9단, 한종진 9단, 홍민표 9단, 이민진 8단 등 수많은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또 바둑전문TV 관련 산업 인력과 해외 바둑 보급에도 기여한 바둑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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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무인점포 지면기사
무인점포가 꾸준히 영토 확장 중이다. 중심 상권은 물론 아파트 단지나 학교·오피스 등 상가에 이미 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세대 아이스크림·문구·코인빨래방에서 출발해 카페·디저트·반찬에 이어 셀프사진·스터디카페·파티룸까지 진출했다. 반려동물용품·꽃·옷·공방·라면·계란… 접목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 특히 스포츠 시설은 피트니스·탁구·테니스·스크린골프 등 종목 불문이다. 유통업계는 전국에서 10만개 이상 영업 중이라고 추정한다. 자고 나면 무인점포가 생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무인점포는 비교적 소자본으로 '내 가게'를 뚝딱 차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아도 바로 개업이 가능하다. 직원이 없으니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24시간 영업은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매장에 매여있지 않아도 돼 시간적으로도 자유롭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데다 불경기에 부업에 관심 있는 N잡러들에게는 솔깃한 장점이다.하지만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주홍글씨는 무인점포도 예외는 아니다. 점포 수가 늘어나는 만큼 범죄도 가지각색 수법으로 꼬리를 문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2년 기준 6천18건으로 월평균 500건이 넘는다. 지난달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는 개업한 지 1주일도 안 돼 70대 고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5차례 연달아 아이스크림을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앞서 한 무인사진관에서는 새벽에 방문한 성인 남성 2명이 먹다만 아이스크림을 카드 단말기에 꽂아놓고 가 기기값과 출장수리비 30만원을 손해 봤다. 키오스크를 파손하고 현금을 훔치거나 8시간 동안 무전취식하고 기물을 부수기도 한다. 물건도 사지 않고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가거나 최악의 경우 용변 테러까지 말문이 막힌다.점주들은 CCTV로 매장 내 상황을 보고 경고방송을 할 때도 있지만 눈뜨고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액 사건이라 수사 착수가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자이크 없이 절도범 사진을 게시했다가 되레 명예훼손으로 역공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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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라섬캠핑장 지면기사
한국인의 캠핑DNA는 대물림된 걸까.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사륜정(四輪亭)이 등장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이동식 정자로 오늘날의 캠핑카라 할 수 있다. 사방 6척(약 182×182㎝)의 사륜정 안에 주인이 자리를 잡고 그 옆에 거문고 연주하는 금객(琴客), 노래하는 가객(歌客), 시를 읊는 승려, 바둑 두는 기수(棋手) 등 여섯 명이 탑승해 명승을 유랑하며 산수를 즐겼다. 누정문화를 제대로 향유하고자 하는 창의와 실행이 기발하고 놀랍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편에는 현대판 캠핑용품들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용 찬합인 제합(堤盒), 휴대용 화로 제로(堤爐), 휴대용 술통 생황호(笙簧壺)에서 소확행을 즐긴 조상들의 실용을 엿볼 수 있다.풍월주인(風月主人)의 후예답게 캠핑족 700만 시대다. 2022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캠핑장 수는 2천935개. 경기지역에만 710개(24.2%)가 운영 중인데 강원지역 575개(19.6%) 보다 많다. 인천에는 86개(2.9%)가 있다. 캠핑시장 규모도 2022년 5조2천억원으로 2009년(1천억원)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52배나 성장했다. 1980년대 가족단위 캠핑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동호회 붐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여가활동이 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캠핑의 성지'하면 가평군 자라섬캠핑장이 단연 손꼽힌다. 2008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개최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캐러밴 사이트 125개소, 오토캠핑장 191개소 등 총 316개소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권 최대·최고 공공캠핑장'이다. 하지만 가평군이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토캠핑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캠퍼들은 황당하다. 주민들도 "16년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지역 대표 브랜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