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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션과 박승일의 아름다운 약속 지면기사
'기부천사 션의 희망나눔'. 2009년 11일 11일자 경인일보 13면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기부천사로 유명한 가수 션이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의 용인 집을 찾아 1억원을 전달했다는 미담 기사였다. 두 사람은 1억원 보다 훨씬 가치 있는 약속을 했다.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이다. 박승일의 염원을 션이 이루어주기로 한 것이다. 2011년 션과 박승일은 공동대표로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해 병원 건립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승일희망재단이 13일 용인시에서 '루게릭요양병원' 착공식을 개최했다. 연면적 4천995㎡, 지하 2층, 지상 4층에 병상 76개, 재활치료 시설, 강당 등을 갖춘 국내 최초의 중증근육성 질환 전문요양병원이다. 재단이 모은 기부금 104억원과 국비 100억원이 투입된다. 예정대로 내년 12월 완공되면 두 사람의 꿈은 15년만에 이루어진다.박승일은 프로농구팀 선수를 거쳐 코치로 새출발하려던 2002년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보통 진단 후 생존 기간이 5년 전후인데 20년 넘게 투병 중이다. 루게릭병은 온몸의 근육이 차례로 마비되지만 감각은 유지된다. 환자는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감각으로 느끼니, 이보다 잔인한 병이 없다. 간병도 보통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매달려야 한다. 간병에 지쳐 죽을 만큼 힘들어 하는 가족을 보며 박승일은 자신을 '물귀신'이라 했다. 그에게 루게릭요양병원은 환우와 가족들의 해방구였다.인연이 만드는 기적은 경이롭다. 션이 없었다면 박승일의 꿈은 오래 지체됐거나, 무산됐을지 모른다. 루게릭 환우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국내 첫 주자로 기부금 모금을 주도했다. 션이 진심어린 기부로 쌓은 평판 덕분에 33만여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션은 재단 홈페이지에 "내가, 승일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희망의 끈을 이어 만들어 낸 기적"이라 했다.루게릭병 환자인 스승과 제자의 대화록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죽음을 앞둔 현자가 살아있는 사람을 격려하고 충고하는 명문장들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78세에 루게릭병 판정을 받는 모리 교수라서 가능했던 달관이었을 테다.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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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서민 잡는 '-플레이션' 지면기사
서민들이 그야말로 죽기 일보직전이다. 고금리 시대에 은행 종 노릇도 서러운데 고물가로 밥상도 나날이 초라해진다. 나라가 인플레이션 경제 사이클에 갇히자, 고통은 온전히 서민이 떠안았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고금리, 고물가의 원천이다. 인플레이션의 1차 원인은 통화량 팽창이지만, 자연의 간섭과 인간의 욕심이 결합하면 재앙이 된다. '~ 플레이션'으로 수많은 조어가 탄생하는 배경이다.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다. 이상기후·전염병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은 물가인상 도미노의 첫 번째 패다. 슈가플레이션, 에그(egg)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으로 파생돼 급기야 직장인에게 런치플레이션으로 현실이 된다. 자연히 진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늘 그렇듯 인간이 문제다. 인플레이션이 인간의 욕심과 버무려지면 최악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품의 용량과 재료의 함량을 줄여(shrink) 구매자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이런 속임수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자 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한국소비자원이 13일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이 원재료의 용량과 함량을 줄였단다. 이상하긴 했다. 늘 먹던 주스 맛이 변하고, 소시지 봉지가 가볍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다. 기업들은 원재료 인플레이션 때문이라 강변하지만, 원재료 가격 인하 때는 시치미를 뗐다. 가소로운 변명이다.따지고 보면 자연의 섭리 빼고는 모든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인간이다. 권력자들은 앞뒤 없이 돈을 풀어 민심을 사고,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이익을 실현하느라 혈안이다.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에서 대기업과 은행 임직원은 돈잔치를 벌이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은 노동을 갈아 넣는다. 인플레이션 장벽 사이에서 상생은 공염불이다. 선거철이니 선심성 표플레이션이 꿈틀댈 테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먹고 자라는 인플레이션이다. 수많은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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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구글 검색1위 비빔밥 지면기사
비빔밥은 K-푸드의 대표주자다. 연유가 있다. 레시피의 개방성, 포용성, 창의성이 으뜸인데다 가성비가 갑중의 갑이라서다. 쌀밥에 채소와 육류를 고명으로 얹어 참기름 한방울 떨어뜨리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 요리 방식은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한자명 골동반(骨董飯)에도 비빔밥의 덕목이 스며있다. 골동은 분류하기 힘든 옛날 물건을 통틀어 칭하는 명칭인데, 골동품의 그 골동이다. 특정한 요리로 분류하기 힘든 비빔밥의 미덕은 통합과 융합인데, 우리가 비빔밥을 즐기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오방색 고명으로 수놓은 전통 골동반은 요리사의 내공이 담긴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서민의 비빔밥은 그야말로 창작의 영역에서 찬란하게 가지를 뻗는다. 고명은 볶든 데치든 날것이든 상관없다. 꼭 넣어야 하고 빼야 하는 재료의 금기도 한계도 없다. 돌솥에 담아 혼자 즐겨도 되고 양푼에 넉넉히 담아 여럿이 수저로 퍼먹어도 된다. 접대용 고급 음식이기도 하고 농부들의 들밥이기도 하다.재료를 뒤섞으면서도 각각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비빔밥의 또 다른 미덕이다. 고추장에 벌겋게 물들었지만 고명 하나 하나가 본연의 맛과 식감을 유지한다. 현대 미국 문화를 샐러드 볼에 빗댄다. 이민자들의 고유한 문화를 용인하지 않는 폭력적인 멜팅 팟 이론보다는, 소스에 버무려도 각각의 재료가 정체성을 유지하는 샐러드 볼이 미국을 상징하기에 제격이란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에 비빔밥으로 깨달은 사회와 문화의 묘리다.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11일 발표한 2023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서 비빔밥이 레시피 부문 1위를 차지했단다. 비빔밥의 덕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비빔밥은 외국에서도 창작의 날개를 펼친다. 고명으로 쓸 채소와 육류가 나라마다 다르니 당연하다. 고수가 올라간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스리라차 소스를 얹은 비빔밥도 있다. 하지만 응용의 끝에 이르러 한계에 직면하면 원조를 찾고 원형에 귀의한다. 구글에서 비빔밥을 찾는 이유일 테다. 비빔밥 문화, 정신, 미덕에 견주어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지천에 널렸으로, 반복하면 진부하다. 그래도 지금 같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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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정치를 정상화하려는 도도한 민심 지면기사
도교육감, 진상 학부모 고발… 법적지원도소수 망나니 용인 불가… 법 정상작동 시작사회질서 바로잡는 장치, 정부·야당은 경시총선 코앞 정치 심판하고픈 민심 커가는중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7일 한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다. 학부모는 지난달 자식의 초등학교 교실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자식과 다툰 학생을 때릴 듯 위협하고, 이를 말리는 담임교사에게 "니가 교사냐"고 폭언을 했다. 도교육청은 교육감 직접 고발 외에도 담임교사가 학부모를 모욕죄로 고소하면 법률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9월엔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교사 이영승의 비극과 관련해 학부모 3명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녹취한 수업 내용을 공개하고 교사를 성격파탄자로 모욕한 파주시 한 초등학교 학부모도 수사의뢰했다.진작 이래야 했다. 세상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성과 상식과 법을 무시한 생떼와 억지로 정상 사회를 위협하는 사람들이다. 교단은 말이 안통하는 소수의 학부모와 학생들로 무너졌다. 이들의 말할 자유는 보장하되 범법은 용인하면 안됐다. 법대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법 이전에 인간적 선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지배해왔다.법은 인간 집단의 상식과 정의의 산물이다. 상식과 정의를 존중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말로 해결된다. 법은 이를 거부하는 막가파들에게 최종적이고 결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울 때, 법이 최후에 제대로 작동할 때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장부를 공개했다. 건설노조의 현장 횡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단다. 공금을 비공개로 쓴 비상식과 일터를 폭력적으로 독점하는 불법도 법이 제대로 작동되면 가소로운 처지가 된다.불행하게도 예외 없는 원칙은 없는 법인가. 대한민국에서 법과 국민 사이에서 법적 정의를 착복하는 분야가 있다. 법 앞에 선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최근 언행들이 가관이다. 이재명 대표 변호인은 국정감사 위증 혐의 재판에서 국회증언감정법 상 증인 불이익 처분 금지 조항을 내세워 "허위사실 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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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외로운 백령도 지면기사
1990년 초반 국무총리실 출입기자 시절 기자단의 서해 안보시찰 기회가 주어졌다. 인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승선한 구축함은 거대했다. 하지만 파도엔 속수무책, 구축함이 용왕님에게 절을 할 때마다, 기자들의 위장은 가벼워졌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참수리정에 옮겨탄 뒤, 해안에서 어선으로 갈아타고 섬에 도착했다. 멀미에 기진맥진인데도 최서단 접적지역 영토에 서린 적막한 비장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백령도는 군사요새였다. 섬엔 유사시 옥쇄 전투를 대비한 군사용 지하터널이 벙커와 벙커를 잇고 있었고, 해병 장병들은 실전과 같은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백령도는 또 천혜의 명승지였다. 두무진, 사곶해변, 몽돌해변으로 이어진 해안의 절경은 인적이 없어 아름답기가 더욱 또렷했다. 고지에 서면 한국전쟁 전까지 우리 영토였던 황해도 장산곶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군사적 긴장과 천혜의 경관 속에서 백령도 국민들은 풍족한 어족자원에 기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백령도의 외로움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한 듯싶다. 30년 동안 뭍에선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도시는 더욱 휘황찬란해졌고,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사고방식도 혁명적으로 전환됐다. 군사적, 지리적, 정서적 요인으로 백령도와 육지의 시차는 다르다. 2002년 백령도 국민이 연평해전으로 전시 상태에 빠졌을 때 육지 사람들은 월드컵 경기장에 있었던 식이다.9·19군사합의 효력정지 이후 인적이 끊긴 백령도 해안에 쓰레기만 널렸단다.([현장르포] 12월 6, 7일 보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정부가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은 파기를 선언하고 해안포문을 개방했다. 남북 긴장이 고조된 마당에 관광객이 모일 리 없다. 사람 대신 중국발 쓰레기만 사곶과 콩돌해변을 가득 채웠다.백령도의 외로움은 뭍의 무관심으로 더욱 사무친다. 대형 카페리가 운항을 멈춘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신규 선사 공모는 지지부진이다. 하마스의 침공에 전세계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귀국했듯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육지 사람들이 백령도를 가득 메운다면 국토와 국민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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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오징어 실종 사건 지면기사
김장은 속재료에 따라 지역별로 고유한 맛을 낸다. 속초에선 예전부터 오징어 이리(정소)로 김장 소를 버무렸다. 오징어 내장은 쉽게 부패하니 이리 김장은 동해안 오징어 산지에서나 가능했다. 오징어철이 10월경부터이니 김장철과 겹칠 뿐 아니라, 오징어가 넘쳐나니 할복장에서 이리 구하기는 일도 아닌 데다, 가격이랄 것도 없이 저렴했으니, 오징어 포구의 김장거리로는 금상첨화였다.오징어 이리로 숙성한 속초 김장 맛이 추억 속에 봉인됐다. 오징어가 사라진 탓이다. 덩달아 이리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금값이 됐단다. 포구의 서민들은 없어서, 비싸서 옛맛을 포기한 채 추억으로 입맛을 다신다.해마다 사계절 찾아간 속초인데 시나브로 사라진 오징어를 의식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만원 지폐 몇 장이면 한 보따리 챙겼던 생오징어가 난전에서 사라졌고, 오징어 가격은 '시세'로 표기됐다. 청초호와 아바이 마을 사이에 늘어선 오징어 할복장들도 인적이 끊긴 지 꽤 됐다. 오징어가 사라진 포구에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포구의 아낙들은 민박을 운영한다.명태에 이어 동해안 겨울 경제를 지탱했던 오징어가 금징어가 됐다. 2000년대 초 2만t이던 강원도 오징어 어획량이 뚝뚝 떨어져 올해는 11월까지 1천300t으로 급락했다. 오징어 섬 울릉도에서도 사라졌고, 경상북도 포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란다.오징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기후변화와 중국어선의 남획이 유력하다.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이동 경로가 북상했다. 기후가 미치니 오징어떼가 길을 잃어 서해안으로 흘러들기도 했다. 차가운 수온을 찾아 북상한 오징어를 북한 수역을 장악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한단다.명태가 증발하면서 동해안 경제가 휘청이고, 산업이 달라지고, 어민들의 삶이 변했다. 오징어 실종 사건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시작됐다. 오징어 채낚기 어부들은 조업을 포기한 채 배를 내놓고, 정부는 긴급대출 지원에 나섰다. 동해안 밤바다를 수놓던 오징어 조업선 조명등이 사라질 때 짐작했어야 할 사태였다. 수입산 대왕오징어로는 대체 불가능한 '맛'도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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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 지면기사
유동규씨가 5일 밤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몰던 유씨 승용차와 8.5t 화물차가 고속도로에서 차로변경 중 부딪혔다. 승용차가 180도를 돌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정도로 대형사고였지만, 부상이 경미하다니 다행이다. 같은 날 수원의 한 세탁소 주인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사람이다. 천만다행 경찰이 익산의 한 모텔에서 찾아냈다.유씨는 이 대표가 재판받는 대장동 비리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세탁소 주인은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처로, 신상이 주목받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이자, 개인적인 잠적으로 보지만 대중은 상상의 날개를 편다. 진영에 따라 주체가 다른 음모설을 속닥인다.이재명 이름 석자가 명암을 떠나 한 시대의 주어가 됐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 소년공이 검정고시로 중·고를 마치고 변호사가 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여당 대통령 후보를 거쳐 거대야당 대표에 이른 인생 역정은 위인전 급이다. 하지만 성공으로 질주하면서 형 내외와 반목했고, 대장동 등 각종 비리의혹을 남겼다. 비리에 연루된 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젠 법인카드를 활용한 월급 보전 재테크가 화제가 됐다.지난 대선 무렵 영화 '아수라'가 대장동 예고편으로 회자됐지만, 이 또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재명 스토리는 많은 감독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소재로 매력 만점이다. 이재명 시대가 일단락되면 '이재명 영화'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계절에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44년 전 12·12쿠데타 당일의 현장이 소재다. 그 시절의 주역들은 대부분 역사의 시간에 묻혔고, 그 시대와 무관한 관객들은 영화로 즐긴다.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데, 스크린과 객석 사이의 감정의 격차도 이와 같을 때가 많다. 영화의 비극이 관객에겐 희극이고. 희극이 비극일 수 있다. 영화 같은 이재명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를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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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요소수와 금붕어 정부 지면기사
디젤차량 운전자들에게 2021년 요소수 대란은 악몽이었다. 그해 10월 중국이 갑자기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발생한 대란은 디젤 차량을 직격했다. 요소수는 디젤 배기가스를 질소와 수증기로 분해하는 환원제로 배기가스 저감 장치 작동에 필수다. 요소수 없이는 시동이 걸리지 않고, 시동이 꺼진다. 디젤 차량을 이용하는 화물기사, 자영업자, 직장인들이 생업을 포기할 지경이 됐다.정제수에 요소를 희석한 요소수는 생산공정이 1차원적인 제품이다. 아무도 대란을 예상조차 못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 공급이 문제였다. 대란의 천태만상은 가관이었다. 하루 아침에 가격이 10배가 올랐다. 1960년대 공동수도에 줄 서듯 국민들이 요소수 앞에 줄섰다. 요소 밀수가 적발되고, 화물차 기사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개조하는 불법 '정관수술'을 감행했다. 정부는 군용기를 띄워 호주에서 요소수를 실어왔고, 소방서엔 요소수 기부가 줄을 이었다. 중국 언론은 중국에 잘 보이라고 조롱했고,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요소수 한방으로 무능 딱지를 발급받았다.2023년 또 한번 요소수 대란 조짐에 국민들이 불안하다.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요를 앞세워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다. 2년 전 대란 이후 요소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물자 국내 생산 등 온갖 대책이 난무했다. 요소뿐 아니라 리튬, 희토류 등 중국에 목을 맨 전략자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2년 만에 중국이 다시 심술을 부리자 요소수 시중가격이 폭등하고, 국민은 다시 불안해졌다.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을 금붕어나 닭에 비유한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 상실증은 금붕어나 닭은 물론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도 치명적이다. 요소수가 넘치자 대란은 끝났고 대책들은 사라졌다. 도대체 대란을 몇 번 겪어야 요소를 풍족하게 쟁여 놓을 대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오히려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71%에서 91%로 늘었다니 기가 막힌다. 금붕어와 닭이 억울할 지경이다. 금붕어는 주인을 식별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고, 닭은 높은 지능 때문에 사육이 편한 가축이란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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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강등 지면기사
수원 축구팬들이 절망에 빠졌다. 2일 축구 명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홈구장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원FC와 득점 없이 비겨 K리그1 꼴찌(12위)로 시즌을 마감, K리그2로 자동 강등됐다. 1995년 창단해 다음해부터 프로축구 1부리그에 참여한 이후 27년 역사에 없던 굴욕이다. LG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해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사건이다.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창단한 블루윙즈는 K리그1 4회, FA컵 5회, AFC 챔피언스 리그 2회 우승 등 K리그 구단들 중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한 팀이다. K리그1 마지막 우승인 2008년까지만 해도 벤치 멤버로 1군을 창단할 수 있는 전력으로 '레알 수원'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블루윙즈에 대한 수원 축구팬들의 자부심도 대단해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2017년 아시아 프로 스포츠 서포터스 4위에 선정될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했다. 블루윙즈는 삼성 제일주의와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도시 수원의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전용구장 빅버드 건설 당시 십시일반 성금을 냈던 시민들은 한국판 엘클라시코인 수원삼성-FC서울 슈퍼매치 등 블루윙즈 더비들의 당당한 주연이었다.블루윙즈의 몰락은 예고된 참사다. 지난해 K리그1에서 10위를 기록해 K리그2의 3위팀과 단두대 매치를 벌여 겨우 1부리그에 잔류했다. 하지만 구단의 외면으로 리빌딩에 실패했고 결과는 참담하다. 스포츠계와 팬들은 참사의 원흉으로 삼성그룹을 지목한다. 2014년 삼성그룹은 스포츠단 운영을 제일기획으로 넘겼다. 삼성 산하 각 종목 프로 구단들은 이때부터 투자가 단절됐다. 우수 선수를 영입할 돈이 없으니 우승은 언감생심, 모든 종목 팀들이 꼴찌 근처에서 배회한다.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삼성은 올림픽과 첼시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와 프로팀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퍼붓는 동안 산하 국내 프로팀은 동네 아마추어로 취급해 그룹에서 떼어냈다. 글로벌 삼성에 취해 삼성전자 발원지인 수원을 건성건성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축구로 수원의 정체성을 통째로 프랜차이즈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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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헨리 키신저' 지면기사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100세 나이로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 키신저는 미·소 냉전시대의 미국 외교를 지휘하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한 국제외교의 거물이다. 사망 전까지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예방을 받으며 국제외교의 멘토로 대접받았다. 지난 7월엔 중국을 100번째 방문해 시진핑에게 극진한 환대를 받기도 했다.키신저 외교의 요체는 현실정치이다. 마키아벨리즘과 맥락이 통한다. 이념과 도덕보다는 현실적인 권력에 집중해 외교정책을 펼쳤다. 냉전시대 미국 최대의 적은 소련이었다. 키신저 외교는 소련으로부터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있었고, 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세계사에 핑퐁외교로 기록된 미·중 관계정상화도 소련과 중국의 미묘한 갈등을 파고 든 현실외교의 개가였다.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소련을 견제한 전형적인 이이제이 외교로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마련했고,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소련은 개혁·개방을 거칠게 추진하다 제풀에 무너졌다.키신저의 미국 중심 외교는 약소국에 가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군 철수에 반발해 핵무장을 추진하자 키신저의 미 국무부가 철저히 막고 나섰다. 대신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엔 눈 감았다. 칠레 군부의 쿠데타를 지원해 합법적인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했다.100세까지 유지한 현실 감각 덕분에 전세계의 정치인, 경제인들이 그를 찾아 조언을 구했고, 그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반면 마키아벨리즘 외교의 그늘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그를 전범으로 규정한다. 냉전과 무한경쟁시대를 관통해 100년 동안 국제적 거물로 살았으니 쌓아 온 공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테다.하지만 냉전의 사슬에 옭매인 우리 입장에서 보면 키신저 외교는 양지에서 비판하되 음지에서 실행해야 할 전범일 수 있다. "외교정책에서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가는 완벽성도 안보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1994년 포린어페어스가 게재한 키신저 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그의 말대로 "힘이 최고의 심판자인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