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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백신 공포증 지면기사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예방주사 접종은 많은 아이들에게 공포였다. 뇌염, 콜레라 예방접종 날이면 열이 있다며 한사코 접종을 피하거나, 결석도 불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라가 어렵던 시절 1회용 주사기는 언감생심, 주사기 바늘을 알코올 램프 불에 소독해 한 반 전체를 접종했다. 기억도 선명한 불주사다. 불에 달군 주사기 바늘이 살에 꽂히는 공포를 무심히 넘길 동심(童心)은 드물었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주사는 공포체험이다.이물질의 신체유입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때문인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유도 다양하다. 가장 논쟁적인 이유는 접종거부권이다. 종교적, 도덕적, 개인적 신념에 따라 접종을 거부할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와 양심과 신체의 자유를 앞세우니 강요할 명분이 궁해진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백신 접종 거부를 인정해 온 배경이다.터무니 없는 음모론도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백신을 무슬림을 불임으로 만들기 위한 서방의 무기로 믿는단다. 정통 유대교도들은 백신에 돼지 DNA가 들어있다며 접종을 거부한다. 1998년 영국에서 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짓 연구결과가 전 세계에 백신 거부감을 퍼트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예방접종은 물론 병원 투약을 거부하고 대체의학을 신봉한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라는 단체가 아동학대 시비에 오르기도 했다.이유와 음모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백신 접종을 거부한 대가는 참혹하고 황당하다. 당장 백신 없는 코로나19로 지구촌 전체가 신음 중이다. 2000년 홍역 종식을 선언했던 미국은 최근 몇 해 홍역이 재발해 홍역을 앓고 있다. 진원지는 백신 접종 거부운동이 활발한 지역과 난민 정착촌이다. 덕분에 백신 접종을 강제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는 모양이다.최근 독감백신을 접종한 청소년과 노인이 사망해 독감백신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 앞선 백신 상온유통 사태와 맞물려 독감백신에 대한 불신이 컸던 탓에 국민 불안은 더하다.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규명이 시급하다. 하지만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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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최악의 미국 대통령선거 지면기사
이 정도면 괴짜인지 미친 건지 구분이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얘기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 대선 유세에서 "(대선에서 패할 경우) 아마도 나는 이 나라를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단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서 선거에 패하면 나라를 버리겠다니, 한국 상황이라면 당장 후보직을 사퇴해야 할 망언이다.미 언론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보지만, 그만큼 판세가 불리한 반증이다. 마스크를 쓴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조롱하며 '노(No) 마스크' 유세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 망조가 들었다. 서둘러 퇴원해 유세를 재개했지만, 여론은 슈퍼감염자로 낙인 찍었다. 재임 중의 모든 무책임한 언행을 감염 이후의 무책임한 유세 행보로 증명했다. 트럼프의 적은 트럼프로 드러나고 있다.이번 미국 대선(현지시간 11월3일)의 핵심 선거 이슈는 트럼프에 대한 찬반이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대선후보 토론도 한 차례에 그쳤다. 트럼프에 대한 열혈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온라인에서 서로 조롱하고 증오하며 정책과 비전 등 전통적인 선거 캠페인을 외면한다. "나라를 떠날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없는 나라를 상기시키는 극단적 메시지다. 미국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분열 중이다.트럼프의 성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할수록 그의 선거 캠페인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미 우편투표 부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대선 불복 의사도 밝혀 놓았다. 바이든 아들의 마약·섹스 동영상과 외국기업과의 정경유착 메일이 담긴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보도되는 초대형 스캔들도 터졌다. 이 스캔들과 관련해 음모설이 낭자하다.민주주의 가치를 보여주던 미국 대선이 삽시간에 후진국 선거로 전락한 모습이다. 여론조사는 트럼프에게 불리하지만,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간접선거 방식은 트럼프에게 재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기이한 지도자와 선거제도가 초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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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사실적시 명예훼손' 지면기사
어제 경인일보엔 코피노의 양육비를 대신 받아 전달해주는 '열혈 자원봉사자' 구본창씨 인터뷰가 실렸다.(10월14일자 12면 인터뷰 '공감'=[인터뷰… 공감]법정에 선 '배드파더스' 열혈 자원봉사자 구본창씨) 코피노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많은 코피노들이 양육 책임을 외면하고 잠적한 한국인 아버지들 때문에 편모 슬하에서 생고생을 한다. 양국 간의 외교문제로 비화했을 정도다. 작정하고 숨은 아버지들이니 밀린 양육비를 호락호락 줄 리 없다. 구씨가 코피노 아버지 신상 공개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다.'배드 파더스'는 양육비를 안 주는 무책임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2018년 개설됐다. 구씨는 익명의 운영자들을 대신해 이 사이트의 대외창구를 맡고 있다. 현재 양육비를 거부하는 아빠 260여명, 엄마 36명, 코피노 아빠 10여명의 신상이 공개돼있다. 모두 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신상공개가 두려워 밀렸던 양육비를 서둘러 지급하는 사례가 많은 모양이다.하지만 익명의 사이트 운영자 대신 공개활동을 마다 않는 구씨는 끊임없이 소송위기에 시달린다.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형법 307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고 알려도 명예훼손이라는 이 형법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과 온라인상 명예훼손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헌법재판소엔 매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될 정도로 법조계의 핫 이슈다.지난 8일 구씨 등 5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 중엔 병원비리를 보도한 기자도 있다.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법 310조에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은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모양이다. 대표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 소송으로 기자를 압박하고 지치게 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구씨의 사이버명예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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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방탄소년단'의 위엄 지면기사
중국은 자국의 국익과 자존심을 건드린 상대라면 개인, 기업, 국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릎 꿇리기로 악명 높다. NBA(미국 프로농구협회)도 호되게 당했다.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인 대릴 모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발언을 올린 게 사달이 났다.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의 소속팀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휴스턴 로키츠는 중국에서 완전히 퇴출됐고, NBA 구단 전체가 샐러리캡을 받쳐주던 중국 시장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했다.우리도 된통 당했다. 2016년 핵실험으로 북한 핵무장이 기정사실이 되자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 사드(THAAD) 배치를 추진했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엔 눈 감고 우리의 자위적 조치에 한한령을 발동했다. 한국 연예인 출연광고 송출금지, 한국상품 불매운동, 중국진출 한국기업 규제다. 명동에서 순식간에 중국 관광객이 증발했고,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중국 유통시장을 포기해야 했다.중국의 폭력적인 무릎 꿇리기가 가능한 것은 거대한 시장과 완벽한 통제다. 중국 시장에서의 퇴출은 국가나 기업에게 재앙이다. 반중 키워드 검색을 중단시키고, 모든 문화 콘텐츠를 검열하는 통제시스템은 일사불란한 보복의 원천이다. 문화 콘텐츠 제작, 유통을 관장하는 광전총국의 검열은 악명이 자자하다. 대륙에서 반중국 문화 상품을 순식간에 지울 수 있다.중국 네티즌들이 방탄소년단(BTS)을 저격하고 나섰다.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의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수상 소감이, 항미원조 전쟁 때 희생당한 중국군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기억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은 생트집이다.하지만 중국 네티즌의 BTS 저격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아미(A.R.M.Y)'들이 중국 공산당을 나치에 비유하는 '차이나치(China+Nazi)'라며 반격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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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상자 속에 가둘 수 없는 민심 지면기사
스키너 "조작된 조건 인간행동 통제 가능"진보세력, 보수 부정적 시그널로 선거 승리文정권, 문팬 지지·보수현실 안주할때 아냐'적폐' 실망한 대중들 상자밖 세상 의심 시작지난 1월부터 국민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순종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공포로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지 못했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가 아내에게 혼난 적이 여러 번이다. 100m 이상 떨어진 사람을 의식해 마스크를 쓰라는 아내의 지적은 논리보다는 사회적 분위기, 감성의 영역이다. 감염 사정거리를 벗어났다는 논리적 반박이 먹히질 않는다. 자율방역이라는 자유의지를 주장하기엔 집단감염의 공포감이 워낙 크다.하지만 개천절과 한글날, 차벽으로 봉쇄된 광화문 광장과 인파로 붐빈 행락지 풍경의 대조는 방역정책에 스며있는 정부의 선택적 의지를 직감케 한다. 정치 집회의 자유는 제한하면서 행락의 자유는 허용하는 정부의 선택적 방역행정은 방역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이다. 온몸으로 민주주의 권리를 쟁취한 국민들이 행락의 자유를 즐기며 제한되는 집회의 자유를 무심히 넘긴다. 자유에 대한 정부의 취사선택을 국민이 수용하는,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 코로나19로 가능해졌다.권력의 선택적 행동은 방역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국방부는 월북이 의심되는 공무원이 서해를 표류하다 북한 수역에서 북한 해군에 의해 사살된 뒤 소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국방부가 밝힌 최초의 진상과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월북을 추정하는 정황만 반복하면서, 북한이 부인하자 소각됐다던 시신을 찾느라 20여일간 서해를 수색 중이다.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도 그의 표류는 실족이 아닌 월북이라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선택적인 정보 공개에 피살 공무원의 인간적 존엄은 무너졌다.검찰개혁에 올인한 권력의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법무행정은 사정기관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 조국 수사팀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팀이 해체되고 흩어진 사이, 그 자리를 채운 수사팀은 추미애 장관의 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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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한 열병식 유감 지면기사
북한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특징으로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있다. 지도자를 아버지, 당을 어머니, 인민을 자녀로 여겨 나라 전체를 하나의 가정이라는 유기적 결합체로 결속시킨다. 가정에서 아버지인 수령의 말씀은 신성하며, 어머니인 당을 지켜야 하고, 자녀인 인민들은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가정의 질서를 깨는 반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교적 체취가 물씬한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의 요람인 셈이니, 북한 공산당의 가부장적 유교문화 차용이 절묘하다.지난 10일 0시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는 "건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병무탈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사죄도 했다. 악성비루스와 자연재해로 고생한 인민의 건강을 걱정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눈물을 쏟는 아버지의 모습에 열병식에 도열한 자녀들, 당간부·군인·평양시민들도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눈물로 자녀들과 일체가 된 김 위원장은 이내 환한 미소로 신무기 열병식을 박수로 맞는다. 공개된 신무기들의 위용은 대단했다.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무장국 지위를 굳힌 북한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발사체가 주목받았다. ICBM은 2017년 성공한 화성15형 보다 대형화됐고,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4A도 등장했다. 핵탄두 여러개를 실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아버지 김 위원장은 "그 어떤 군사적 위협도 충분히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었다"고 선언했고, 자녀들은 열광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냈다. 지금 남녘 동포들은 북한 해군이 사살한 김 위원장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 시신을 찾아 바다를 헤매고 있다. 이제 남녘동포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읽는 무리와, 열병식의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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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라면 형제' 명칭 유감 지면기사
요즘 유행하는 먹방 콘텐츠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라면 요리가 수두룩하다. 문어나 대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라면은 해안 도시 맛집들의 단골메뉴가 됐고, 먹방 유튜버들은 라면에 초호화 식재료를 더한 새로운 메뉴들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행했던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 열풍도 시들해졌을 만큼, 라면 요리의 무한 변신은 발빠르고 호화롭다.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이다. 남녀노소 없이 라면을 끼니로 먹는 것도 모자라 야식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건넨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선 라면의 문화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바야흐로 한국인은 라면으로 미각의 평등을 이룬 시대에 사는 듯 싶다.하지만 한국인의 집단심리 한구석엔 라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숨어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라면의 미덕은 싼 가격, 간편한 조리, 신속한 섭취다. 어쩐지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돈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식품이라는 인상이다. 실제로 그랬다.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된 1963년은 산업화가 막 시작된 시기다. 서민들은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신속하게 일터로 복귀했고, 빈곤층에겐 라면이 구황식품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만, 5천년 역사에 밥심이 제대로 느낀 시대는 드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인에게 '밥심' 못지 않은 '(라)면심'이 있었다.'라면=빈곤'이라는 인식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86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다. 스타탄생 스토리의 클라이맥스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라는 언론 보도였다. 그녀가 한 말도 아니고 사실도 아니었다. 가난했지만 17년 동안 라면만 먹고 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라면 소녀'라는 낙인은 아시안 게임 육상 3관왕을 대신해 지금껏 회자된다.엄마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들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뉴스가 고맙고 반갑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형제를 지칭하는 '라면 형제',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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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대면 추석' 후기 지면기사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첫 명절의 키워드는 언택트, 비대면이었다. 연휴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고향'에서는 자식들의 귀향을 만류하는 아버지, 어머니들의 호소가 동영상과 현수막으로 넘쳐났다. 언론들은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 돌면 차례를 금했다는 문헌과 고증을 찾아내 '비대면 추석' 분위기를 잡았다. 정부는 추석 대이동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초래한다는 경고를 연일 쏟아낸 것도 모자라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폐지했다. 국립현충원을 비롯해 전국의 공·사립 추모공원도 문을 닫았다.하지만 발 없는 말(言)도 천리를 간다는데, 발 달린 사람들의 이동 욕구를 막을 도리가 없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1일 통행량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줄었다지만, 연휴가 길어 전체 통행량은 비슷했다고 한다. 제주도와 부산에 관광객이, 설악산엔 등반객이, 서해엔 낚시객이 몰렸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에 없어질 것도 아니고….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는 외교부 장관 낭군님의 미국행은 코로나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보여준다. 차벽으로 봉쇄한 개천절 광화문 '재인산성'은 어색하고 기괴했다.연휴의 이완감 때문인가. 정치의 시간도 한가해졌다. 연휴 직전 면죄부를 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은 '무책임한 세력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야당은 '추안무치'로 받아쳤지만 연휴 덕분에 전쟁으로 번지진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는 렘데시비르를 투약받고 대선 유세를 중단했다. 우리 해군은 명절 내내 서해 북방한계선 아래에서 북한 해군에 사살된 공무원의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연휴 중에 숙성된 정쟁과 국제정세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비대면 추석에 집에 갇힌 국민들은 다양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TV 채널을 전전했다. 트로트와 특선영화, 스포츠를 오가던 중에 그나마 '나훈아'가 위로가 됐다. 무관중 비대면의 한계를 역대급 퍼포먼스와 레퍼토리로 극복한 공연은 나훈아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를 증명했다.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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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민의 권리, 국가의 의무 지면기사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읽는다. 헌법 제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국민의 권리와 이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밝혀놓았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은 '생명'이다. 생명이 없고서야 인권도 없다. 헌법 제66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이 국가와 국가의 원수(元首)이자 대표인 대통령에게 보장받아야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나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 된다.대한민국 국민이자 국가공무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고인은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모욕당했다. 북한은 그의 시신을 불태웠고, 대한민국 군 당국은 그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 북한은 사과 전통문을 통해 시신 소각을 부인하고, 그가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밝혔다고 했다. 자진월북 혐의는 무색해졌지만 시신 실종 주장은 믿기 힘들다.단 하나 분명한 건 그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돼 북한 단속정에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가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날 우리 군함들이 문제의 해역 북방한계선에 집결해 표류 공무원과 북한 단속정을 향해 일제히 서치라이트를 집중시키고 경고방송만 했더라도 공무원을 향한 사격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친서교환 라인이나, 북한의 사과 전통문 수신 라인을 국민 목숨 구하는 데 쓰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차마 그럴 줄(죽일 줄) 몰랐다는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은 군대의 언어로 볼 수 없다.주말을 지나면서 통 큰 계몽군주 김정은의 신속한 사과를 정체된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으로 해석하는 여권 인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북한은 시신을 찾으면 돌려 줄테니 자신의 영해에 얼씬거리지도 말라 한다. 헌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주검이 의문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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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독감 백신' 배달 사고 지면기사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인류. 유일한 희망은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네이단 제임스'호다. 함정엔 북극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원형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여성 과학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영화채널에서 재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 '더 라스트 쉽'의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기관고장으로 함정의 전원이 나가자 비상이 걸린다. 함정 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샘플들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사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백신을 수온 5도인 깊은 바다에 담가 위기를 모면한다.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백신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천연두는 이제 박멸됐다. 소아마비, 홍역, 장티푸스, 콜레라, 뇌수막염 등 수 많은 전염병 바이러스는 백신 앞에 맥을 못 춘다. 이런 백신도 약점이 있다. 상온에만 노출돼도 효과가 사라진다. 물 백신이 되는 것이다.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 백신과 관련 '물 백신' 논란이 일었을 때, 수입 백신의 효능이 도마에 올랐지만 접종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장시간 노출시킨 관리 부실도 원인으로 거론된 바 있다.올해는 유난히 독감 백신 접종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창궐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증상이 비슷한 두 질병을 감별하느라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백신 없는 코로나19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통신비 지원 대신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 주장에 여론이 호응한 이유다. 정부·여당이 4차 추경에서 통신비 지원을 줄이고 취약계층 105만명의 무료접종 예산을 편성한 배경이다.그런데 정작 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바람에 국가 무료 접종 사업이 중단됐다. 백신 박스들이 가을 햇살에 달궈진 땅바닥에 쌓여 유통됐다는 제보에 질병관리청이 해당 백신 접종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500만명 접종 분량의 백신을 검수 중이다. 하지만 이미 접종을 완료한 백신들은 문제가 없단다. 백신 유통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관행이 있을 것이다. 상온 유통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