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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지면기사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셜록 홈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시작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파이프 담배를 태우며 박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단번에 추리해내는 홈즈에 영국 독자들은 열광했다. 코난 도일이 1894년 홈즈가 사망하는 '마지막 사건'으로 시리즈를 끝내자,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홈즈를 살려내라는 청원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모친마저 "셜록은 왜 죽인거냐"고 따지고 나서는 바람에, 코난 도일은 홈즈를 살려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다.어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의 탐정 명칭 및 탐정업 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제 거리 곳곳에 '탐정 사무소' 간판이 내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미제사건을 해결해 정의를 실현하는 셜록 홈즈와 같은 명탐정의 시대가 열릴까. 그건 아니다.현행법상 탐정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나 재판 중인 민·형사 사건의 증거 수집, 피의자 소재 파악은 관련법에 따라 제재받는다. 국가가 소추권을 독점한 법체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탐정을 고용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면, 탐정은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고 의뢰인은 교사범으로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대신 탐정에게 실종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찰만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겐 절실하지만, 경찰에겐 골치 아픈 민원이었던 소소한 사건들을 탐정들이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탐정업은 퇴직 경찰의 노후 대책이 될 수 있어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기나 불륜 피해자들에게는 공권력의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탐정 자격증 발행을 민간단체가 하는 것도 문제다. 공신력을 담보하기 힘들다. 기왕의 흥신소들이 탐정 사무소로 변신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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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논리와 억지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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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 지면기사
최근 인도에서 전해진 뉴스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3개 빈민촌인 다히사르, 쳄브루, 마퉁가 주민 6천936명을 대상으로 혈청조사를 해봤더니, 무려 57%의 주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악명 높던 뭄바이 빈민촌이 집단면역 지역으로 변신해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주목받는 기적적인 상황이 놀랍다.집단면역은 전염병 유행 집단에서 많은 비율(약 60%)의 구성원이 병원체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완성된다는 의학적 개념이다.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력을 늘리거나, 최대한 많은 인구의 감염을 통해 자연치유자가 느는 것 외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이 초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혼쭐이 났다.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사망자를 간과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는 오로지 백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이 신기한 건 빈민촌 이외의 지역민의 항체 보유율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거환경은 악명이 높다. 슬럼가인 다라비는 여의도 반 만한 1.7㎢의 면적에 100만명이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뭄바이 중산층 지역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항체 보유율은 떨어진다. 미국 뉴욕 주민이 21.2%, 스웨덴 스톡홀름 주민이 14% 정도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 3천55명 중 단 1명, 0.03%였다. 코로나19 면역력 0 지대라는 얘기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수록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흙을 집어먹고,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콩나물 교실에 빽빽이 앉아 공부했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실상은 우리가 과거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적들 아닌가 싶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위생적인 인류와,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뭄바이 빈민들 중 어느 쪽이 자연선택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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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설이 된 정치 지면기사
그제 국회 법사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올해 1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와서 4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며 끼어들어서다.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상기시키는 질문에 불쾌해진 추 장관이 질문 자체를 '소설'로 폄하하고 조롱하며 맞받아친 것이다.'소설 쓰고 앉아 있네(혹은 자빠졌네)'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어낸다는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표현이다. 황석영에게 소설은 최소한 "엉덩이로 쓰는" 중노동이다. 김연수는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고통스러운 소설 쓰기를 계속하라고 등을 떼민다"며 "큰일 났다"고 했다.소설이 허구라 해서 소설 쓰기를 거짓말하기 쯤으로 폄하하는 관용적 태도도 소설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등장인물, 사건, 배경의 개연성으로 현실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소설은 허구이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진실로 독자를 안내한다. 문학의 효용이다.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팔아 한 편의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표현은 모욕적이다.추 장관은 법리에 따라 사실을 밝히는 국가 법무를 총괄하는 장관이다. 윤 의원의 질문이 불쾌해도 소설이냐 아니냐는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 중인 아들의 의혹이 법리에 따라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다.그런데 정작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소설 논란의 대상이 된 사건들로,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은 계속 회자될 듯싶다. 지금 시중에선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사건과, KBS의 오보파동으로 초래된 '권언유착'의혹 중에 '무엇이 소설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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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백선엽, 박원순이 남긴 질문 지면기사
하루사이 유명 달리한 진보·보수진영 명사집권여당, 朴시장은 功·白장군엔 過 부각여성계·野 반발 부르고 국민통합기회 날려文정부·與 최종답안 국민·역사가 지켜볼것공교롭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두 명사가 하루 사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맛비 속에 어제 진보 진영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한국 시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내일엔 보수진영의 백선엽 장군이 육군장으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낸 호국 영웅이다. 광화문 광장엔 두 사람의 빈소가 나란히 차려졌다. 박 전 시장의 빈소는 서울시가, 백 장군의 빈소는 보수 청년단체가 세웠다. 조문객은 진영으로 분리됐다.박 전 시장과 백 장군의 죽음엔 얼룩이 묻었다. 박원순의 얼룩은 개인적이다. 죽음의 방식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성추행 고소를 덮었다. 백 장군의 얼룩은 역사적이다.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전쟁 영웅의 고별 행보가 어지러워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정권의 태도가 중요했다.청와대는 두 죽음에 모두 입을 닫았다. 대신 집권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례에 거당적으로 참여해 박 전 시장의 공(功)을 앞세웠다. 당 홈페이지 전면에 추도 성명을 내걸었고, 거리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백 장군에겐 침묵으로 과(過)를 부각했다. 신분을 숨긴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얼룩엔 관대했고, 백 장군의 역사적 얼룩엔 엄정했다. 정권이, 집권여당이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선양함으로써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공인의 선택으로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겨진 성추행 고소인이 논란의 핵심이다. 피고소인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졌지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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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성애 지면기사
화산 폭발로 한 순간에 사라진 고대 도시 폼페이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인데,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민들의 화석은 당시의 재앙이 얼마나 순간적이며 참혹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를 끌어안고 그대로 숨진 어머니의 화석은 지옥불 보다 뜨거운 모성애로 감동을 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금언은 진리다. 위기의 순간에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애가 빛났던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 '피에타'는 모성을 신성(神性)으로 승화시킨다.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다.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 하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며칠 째 업고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감동을 남겼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처음 발견했을 때 새끼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고 한다. 이 센터의 김현우 박사는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계속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 돌고래를 연구해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작명한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를 향한 어미 돌고래의 모성이 이전에도 관찰됐다고 한다. 돌고래는 숨을 쉬어야 하는 포유류다.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올려 호흡을 시키려는 동영상 속 어미의 모성애는 인간의 그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물론 모성애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성애를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새끼)를 지키려는 유전자의 명령이자,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계는 모성애가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을 경계한다.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고 모성애 담론 자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 주장과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모성은 어머니가 있는 한 불변의 인간적 가치이다. 엽기적인 자녀학대 사건이 속출하는 패륜의 시대에는 더더욱 존중해야 할 덕목이다.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우리 사회에 간간이 던지는 사회, 문화적 화두가 묵직하다. 동물학대 논란을 던지고 제주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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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금수저 병사의 황제 군복무 지면기사
제갈량은 유비 사후, 그의 유지를 받들어 위나라를 정복하기 위한 북벌에 나선다. 하지만 1차 북벌부터 꼬였다. 아끼던 장수 마속이 제갈량의 작전에 따르지 않아 패배하는 바람에 전쟁 전체를 망친 것이다. 제갈량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 고사의 유래다. 전국시대 위나라 장군 오기는 병사의 종기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냈다.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단다. 그 병사의 아버지도 오기가 고름을 빨아주어 살렸는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다 진짜 죽어버린 것이니, 아들 또한 그리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적과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는 군기(軍紀)가 생명이다. 명령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강이 살아있으면 강군이고, 기강이 무너지면 오합지졸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군 지휘자는 군기 유지에 각별히 힘썼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 장군은 군령과 군법 위반자에 가차없었다. 곤장 맞은 병졸은 허다했고 장대에 목이 매달려 효시된 탈영범과 군법위반자가 한 둘이 아니다. 군기가 바짝 선 조선 수군은 제해권을 장악했다. 6·26전쟁 영웅 백선엽은 낙동강 전선에서 병사들에게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쏘라"며 돌격명령을 내렸다. '사단장 돌격' 신화다. 군법·군령의 엄정한 집행과 장수의 솔선수범이 군기를 세우고 강군을 만든다.국군이 걱정이다. 금수저 병사의 황제 군복무 논란은 군기 문란의 끝판을 보여준다. 재벌가의 아들인 공군 병사가 상급자인 부사관에게 빨래와 음료수 심부름을 시키고 무단외출과 불법면회도 모자라 전용 생활관을 썼다는 의혹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에 앞서 육군 병사가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고, 육군 부사관들이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하극상도 노출됐었다. 당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우리 군을 "남조선군은 복장을 통일하고 모여 생활하는 날라리들의 모임"이자 "총을 잡은 자유주의 구락부"라고 대놓고 조롱했다. 금수저 병사에 대해선 어떤 조롱을 내놓을 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북한이 대놓고 군사도발을 예고하고, 대한민국 군 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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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코로나19 희생자 잊지 말아야 지면기사
스페인 정부·미국 언론 사망자 추모 앞장타 국가들에 비해 성공적 방역 수행 불구병원 전전하다 숨진 고교생 등 273명 '사망'상대평가에 가려진 생명 예우하는 건 당연지난 1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30대 중국인 여성.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시장을 방문했던 30대 중국인 여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는 정식 명칭도 없이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그녀는 2월 6일 완치판정을 받았다. 자신을 치료한 의료진을 "나의 영웅"이라고 칭송한 뒤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뒤에도 우한폐렴은 조용히 확산 중이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 날을 기점으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2월 29일 3천150명, 4월 3일 1만62명. 단 40여일 만에 대한민국은 공포의 도가니에 갇혔다.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신천지교회 1차 팬데믹을 거쳐 지금 우리는 n차감염 시대를 살고 있다. 1차 팬데믹은 4월 초순경 진정됐지만, 생활방역 전환 이후 5월 황금연휴 이후 발생한 이태원클럽형 집단발생이 수도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다. 우한폐렴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당당하게 '코로나19' 대관식을 마치고 AC(After Covid19) 시대를 열어제쳤다.인류에겐 슬픈 대관식이었다. 코로나19의 침략은 기습적이고 전면적이었다. 엄청난 인명이 영문도 모른 채, 병원에도 가보지 못한 채 죽음에 내몰렸다. 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세계 코로나19 환자는 679만8천808명이고 사망자는 39만7천936명이다. 미국 사망자 10만9천702명은 베트남전 전사자의 두배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사망자는 각각 수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의 불가항력성을 인정하더라도, 방역과 의료의 구멍이 너무 컸다.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열흘간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리는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전국 모든 공공기관 건물과 해군 함정에 조기를 게양했고, 마지막 날 국왕이 공식 추모식을 주재했다고 한다.미국에서는 언론이 사망자 추모에 앞장섰다. 진보매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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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숨을 쉴 수 없다" 지면기사
링컨은 1862년 9월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했고,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13조로 노예제도가 폐지된 때가 1865년이다. 1870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15조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줬다. 하지만 흑인들의 헌법적 권리를 남부 백인들은 초법적 인종차별로 철저히 짓밟았다.미시시피주는 문맹검사제도로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했다. 악명높은 KKK단은 헌법상 권리를 주장하는 건방진 흑인들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 나무마다 백인들의 린치에 목매달린 흑인들의 주검이 즐비했다.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는 바로 그 비참한 주검들이다. 그녀 역시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다. 흑인과는 숨도 같이 쉬지 않겠다는 악랄한 흑백분리주의는 영화 '그린 북'의 배경이다.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저항은 당연했다. 흑백분리에 저항하는 1950~60년대 흑인민권운동은 치열했다. 백인전용학교 입학투쟁, 백인전용 좌석버스 승차거부, 백인전용 음식점 주문투쟁은 1963년 워싱턴 행진으로 이어졌다. 링컨 동상 주위에 모인 25만명의 군중 앞에서 마틴 루터 킹은 기념비적인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남겼다. 1964년 모든 흑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통과됐고, 1965년엔 연방투표권법이 통과돼 흑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했다. 수정헌법 제15조의 권리를 재확인하는데 1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흑인민권운동으로 합법적 차별이 사라진 이후에도 흑인을 향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은 미국 인권의 실체에 의문을 자아냈다. 무고한 흑인들이 경찰에 살해되는 현실을 통해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미완성임을 절감해왔다.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내전에 버금가는 사태로 치닫는 배경이다.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플로이드의 비명이 백악관을 위협하는 거대한 분노로 번졌다. 인권국가 미국의 인권정책은 완전히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혐오와 차별로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는 사회라면 미국이라도 안전할 수 없다. 혐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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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모잠자리' 지면기사
지금이야 도심에서 마주치기 어렵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잠자리는 지천에 널린 곤충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방학숙제였던 곤충채집의 단골 표본도 잠자리였다.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잠자리/아마 나는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싶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히트한 이유도 잠자리를 통해 어머니를 엄마로 불렀던 아스라한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는 매력 때문일 게다.한자로 젊은 처녀, 청낭자(靑娘子)인 잠자리를, 동의보감은 탁월한 정력제로 추천하고 있다. 여색을 밝힌 연산군이 즐겨 먹었다니 터무니 없는 처방은 아닌 모양이다. 여인의 고운 옷 맵시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일 정도로 잠자리 날개는 투명하고 연약하다. 잠자리는 그 연약한 네 개의 날개를 따로 움직여 최고의 비행술을 자랑한다. 급선회, 급강하, 급상승은 물론 후진비행도 가능하다. 시 '청령(잠자리)'에서 이상은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活動입니다./헌데그것은果然날고있는걸까요"라고 했다. 시적 은유와는 별개로, 잠자리의 호버링(제자리 비행)에서 착상한 작품이지 싶다. 헬리콥터를 잠자리 비행기라고 했으니, 잠자리가 불쾌했겠다.잠자리는 모기의 천적으로 대표적인 익충이다. 모기라면 유충이건 성충이건 가리지 않고 포식하는데, 왕잠자리 성충은 하루에 수백마리의 모기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여름철 잠자리떼가 비행 중이면 모기 박멸 작전 중이니 방해하면 안된다.잠자리 하면 보통 고추잠자리를 생각하지만 한반도에만 총 11과 58속 123종이나 분포한다. (우포잠자리나라 참조) 아직도 방학숙제를 감당할 정도의 개체수는 유지 중이지만, 드물게 멸종위기종도 있다. 최근 시흥 보통천과 갯골 유역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대모잠자리 유충과 성충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한다. 국내서식 곤충류 1만8천여종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종 뿐이다. 대모잠자리 서식지 보호를 위한 시흥시와 경기도의 대책이 시급하다. "아이들 잠자리채에 대모잠자리가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용성 환경교육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