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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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22·끝)] 2대째 머루와인 만드는 '파주 산머루농원' 지면기사
산머루는 짙은 자줏빛의 열매가 보기에 탐스럽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며 맛과 성분이 뛰어난 기호식품이다.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암을 예방하는 물질이 5배 이상 많아 지난 2002년 미국 타임지에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당시 타임지는 "어떤 과일이나 채소보다 항독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인체의 독소를 해독시키는데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피를 맑게 하는 탁월한 기능을 하며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으로 체질을 중화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고 산머루를 소개했다. 산머루의 재배 역사는 파주시 감악산 자락에 위치한 산머루농원을 빼놓고선 논할 수 없다.서우석씨 1979년 첫 재배, 1990년대 보급아들 서부건씨가 이어 받아 2대째 경영지하 15m 깊이에 73m 길이 '숙성터널'본고장 프랑스와도 견줄만한 지하창고오크통 '드라이'… 옹기 '스위트' 제품"산머루 산미 더 많아 와인 제조 적합""항아리 숙성 부드러워지는 특성 지녀"떫은 맛 덜하고 도수 12도 '초보 추천' 1977년 야생 산머루를 보고 머루농사를 생각해 낸 서우석씨는 1979년 머루 재배를 시작해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1980년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머루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1990년 들어 전국에 보급한 주인공이다.1995년 산머루 와인 가공공장인 산머루농원을 설립한 서우석씨에 이어 아들 서부건씨가 2012년부터 아버지 뒤를 이어 2대째 머루 와인을 만들고 있다.포도와 산머루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다른 느낌이다.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는 "포도와 산머루는 사촌지간으로, 야생포도가 머루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차이가 있다면 산머루는 산미(酸味·신맛)가 많아 와인을 만드는 데 머루가 좀 더 적합한 품종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산머루 와인은 12가지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감악산 자락에서 '재배'된 산머루는 9~10월 '수확'한 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머루 알갱이와 줄기를 구분하는 '재경'과 머루를 으깰 때 씨앗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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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21)] MZ세대 사로잡은 전통주 '평택 좋은술' 지면기사
"우리는 지금 양으로 술을 먹는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좋은 술을 즐기는 문화가 돼야 한다."지난달 26일 평택생명농업센터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명주대상'에서 심사위원과 특별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BTS 진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밝힌 전통주에 대한 소신이다. 그렇다면 예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기법으로 술을 빚는 것만이 전통주를 지키는 것일까. 이는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나만의 취향'을 찾는 MZ세대를 사로잡아야만 진정한 K-전통주로 불릴 수 있다.평택시 오성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좋은술'은 대통령 만찬주와 아세안 정상회의 건배주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또 지난 11월 경인일보가 주최한 '2022 경인 히트상품'에서 기업체부문 금상(주류)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설립 10여년 만에 대통령 만찬주 등 명성다섯번 발효 오양주 현대화 '천비향 약주'지역쌀 '참드림' 사용 수개월간 저온숙성 '좋은술'이라는 이름처럼 이예령(57) 대표가 빚은 오양주 '천비향'과 삼양주 '택이', 색이 있는 막걸리 '술예쁘다' 등 탁주부터 약주와 화주, 증류주까지 향이 좋고 풍부한 맛으로 입소문이 났다.농업회사법인 '좋은술'은 설립 10여년의 역사가 짧은 회사다. 2012년 한국가양주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전통주학교 과정을 이수한 이 대표 등이 공동출자해 이듬해인 2013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의왕에 있던 양조장도 2017년에 이 대표의 집이 있는 평택으로 옮겨 오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대부분의 술은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잘 섞어 한 십여 일이 지나면 술이 완성되는데 '천비향 약주'(도수 16%)는 이러한 발효과정을 다섯 번 거친다. 이런 발효과정을 거친 오양주인 천비향 약주는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인 술이다.천비향 약주는 인공감미료나 화학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가장 최근에 도정한 평택쌀과 누룩, 정제수, 밀로만 만들었다. 직접 손으로 3개월간 빚어내고, 3개월 이상 저온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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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20)] 로컬리즘 지향하는 수제 맥주 '가평 크래머리 브루어리' 지면기사
라거(Lager), 에일(Ale), 필스너(Pilsner), 바이젠(Weizen), 아이 피 에이(IPA, India Pale Ale) 등은 수제 맥주의 이름이다. 이를 보듯 수제 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맥주는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주류 중 하나로 호불호가 적은 편이다. 맥주는 보리를 가공한 맥아(Malt)를 발효시키고 이를 주재료로 향신료인 홉(hop)을 첨가해 맛을 낸 술이다. 종류로는 상면발효 맥주(10~25℃ 사이의 상온 발효)와 하면발효 맥주(10℃ 이하 저온 발효) 등으로 나뉘며 각각 에일과 라거가 대표적이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개인을 포함한 소규모 양조업자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드는 수제 맥주(크래프트 맥주)는 양조장마다 다양성과 독립성이 특징으로,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은 물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인기몰이가 한창이다.이런 가운데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가평군 소재 수제 맥주 양조장 '크래머리 브루어리'(공동대표·이원기, 이지공, 이하 크래머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독일 유학 출신 공동대표 의기투합양조시설 갖춰… 월 7만8천ℓ 생산 크래머리는 가평군 상면 덕현리에 브루어리(맥주양조장), 펍 등을 갖춘 브루펍(브루어리와 펍의 합성어)으로 수제 맥주 제조·유통, 브루어리 투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독일 양조기술과 유럽에서 직수입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유럽스타일 맥주를 지향하는 크래머리의 출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학과 취업 등으로 독일에 머물던 두 공동대표의 만남을 시작으로 크래머리의 미래가 그려졌다고 한다. 이후 독일에서 귀국한 두 공동대표는 2015년 안산에서 맥주 양조장 크래머리를 설립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어 2019년 가평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하며 가평시대를 열었다.현재 크래머리는 양조장 시설로 발효 및 숙성 탱크 18개(2천ℓ 3개, 4천ℓ 12개, 8천ℓ 3개), 원심분리기, 저온 냉각기, 오크통 15개, 케그 세척기, 병 입기, 캔 입기, 라벨기 등을 갖추고 2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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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9)] 가장 한국적인 막걸리 빚는 '봇뜰' 지면기사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남다른 전통주를 빚고 있는 양조장이 애호가들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막걸리 양조장 '봇뜰'의 이야기다. 봇뜰의 술맛에는 도전과 열정, 나눔과 배움이 숙성돼 있다. 전업주부에서 독학으로 가양주 '외길인생'을 걸으며 우리 술의 장인이 된 권옥련(63) 대표 인생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봇뜰에선 수십년 간 그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않고 스스로 술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권 대표의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주위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명품 가양주가 탄생되고 있다.■ 1인 규모 작은 양조장…명품 술맛의 비결 '누룩'권 대표 혼자 운영하는 남양주의 작은 양조장 봇뜰에선 온전히 전통방식으로 가양주를 빚어내고 있다. 질 좋은 국내산 쌀만을 고집하면서도 일체의 감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봇뜰만의 비결인 '직접 생산한 누룩'을 사용하며 손맛을 내기 위해 기계 역시 사용되지 않고 있다.권 대표는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저만의 누룩이다. 시간도 많이 들고 체력 소모도 크지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고대 문헌의 누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개선시키는 것이 그동안 제가 해오고 앞으로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봇뜰양조장에선 '십칠주'와 '봇뜰 막걸리', '봇뜰 탁주', '백수환동주', '이화주', '봇뜰 홍주', '사계절' 등 다양한 술이 생산된다.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권 대표가 깊은 애정을 갖고 수년간 가격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술은 자신의 첫 번째 가양주인 십칠주다. 17주 동안 숙성시키고, 알코올 도수가 17도라 붙여진 이름의 십칠주는 도수가 높지만 깔끔하고, 삼양주로 빚은 부드러움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고문헌(양주방·1837년)에도 기록된 '백수환동주'는 '머리가 흰 늙은이가 도로 아이가 되는 술'이라 붙여진 독특한 이름의 술로 역시 권 대표의 손길을 거치면서 물이 첨가되지 않아 걸쭉하고 단맛이 강한 술로 재탄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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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8)] 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접목한 '연천양조' 지면기사
"임진강 맑은 물과 맑은 공기 등 청정자연 연천을 '제2의 고향'으로 '인생 2막'을 시작, 앞으로 뻗어 나갈 연천양조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릅니다."율무를 이용한 전통주 장인의 길을 선택한 박용수(58) 연천양조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대한민국 명주로서의 성공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술독에 장치 부착… 발효시간·정도·온도 일정하게 관리 연천군 미산면 삼왕로에 위치한 연천양조는 남쪽의 비옥한 토지와 북쪽 맑은 물(南土北水)이 혼합돼 빚어지는 청정 전통주 산실이자 첨단 소프트웨어와 접목한 전통주 연구소다.명장의 오랜 경험에 의존한 우리나라 전통주 제조방식은 산업화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연천양조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통한 과학적이고 선진 융복합 기술의 집약체 업체다.전통주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IOT(사물을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해 센서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사람 개입 없이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 환경)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전통주 양조 방식을 추구한다.생산제품은 전통주이지만 술독에 첨단장치를 부착해 발효시간, 정도, 온도 등 생산과정을 일정하게 관리 유지시켜 생산 날짜마다 다를 수 있는 전통주 술맛의 차이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박용수 대표 26년간 IT업계 종사하다 주예사 과정 수료2019년 율무 이용 막걸리 출시… 능이버섯 소주도 성공 전남 해남 출신인 박 대표는 26년 동안 IT(정보기술)업계 통신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해오다 퇴사 후 2015년 서울 막걸리 학교에 입학, 술을 소개하고 빚고 한식과 짝지어 추천해주는 최고 주예사(전통주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했다.이후 IT 기술을 접목한 막걸리 공장을 운영하고 싶어 수도권 근처 부지를 전전하다 임진강 옆에 터전을 마련하고 법인체를 구성해 주류 제조생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IT 기술 접목 주류생산은 항아리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손맛에 의존했던 과거부터 현재 진행형인 전통주를 계량화해 일정한 맛과 품질 유지가 목적이다.하지만 양조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섰던 박 대표는 연구,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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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7)]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 올린 '양평 아이비영농조합법인' 지면기사
벌꿀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산삼과 함께 신비로운 영약(靈藥)으로, 또 로마에서는 '하늘에서 내린 이슬'이라고 불렸다. 벌꿀은 유기물과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며 해독 작용은 물론 피로회복,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 기침 증상 완화, 장운동과 위장병, 피부미용 등에도 좋다고 알려졌다.그런 벌꿀이 와인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물 맑고 산 깊은 청정지역 양평군 강하면에 있는 아이비영농조합법인(www.ibee21.com)이 친환경 국내산 벌꿀을 이용한 '허니비와인'과 '허니문와인'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면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농가들 과잉생산 해소 '벌꿀주' 개발전통 방식 착안, 효모 배양해 밑술'허니비와인' 국내외 품평회 휩쓸어볼륨감 높인 '허니문'도 잇따라 인기尹 만찬장 지역특산주 제공 '호평'식품업체 임원 출신 양경열 대표IMF후 양봉업 뛰어들어 성공 발판'허니 식초'도 개발… 특허출원 추진"수작업 많아" 생산시설 구축 고민 ■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 선봬 '맛과 향 일품'"황금 빛깔의 단아한 꽃향기와 함께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네요. '허니문와인' 아주 좋아요." 지난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공식 만찬장에는 6가지 지역특산주가 곁들여졌다. 이 중 벌꿀을 발효시킨 '허니문와인'은 달콤하면서도 시큼함이 침샘을 자극하면서 만찬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양경열(69) 아이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30년 가까이 벌꿀을 만들어 왔어도 꿀맛을 보고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허니문와인'을 대접하거나, 한 번 맛보신 분들은 꼭 '좋은 술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온다"고 말했다.윤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 선정된 것이 알려지면서 '허니비와인'(알코올 8%)과 '허니문와인'(알코올 10%)의 매출은 급상승했다. 주요 백화점과 계약은 물론 판매량이 3배는 증가해 포장도 못 할 지경이란다.아이비영농조합법인은 2007년 양 대표 등 경기도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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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6)] 아버지의 열정 잇는 '화성 배혜정도가' 지면기사
(주)배혜정도가의 배혜정 대표가 막걸리의 고급화를 추진한 것은 1990년대였다. 요즘에야 전통주의 고급화 또는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것이 전혀 튀지 않지만 당시에는 '도대체 그게 뭐냐'는 반응이 보통이었다. 배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막걸리 고급화를 추진한 이유를 세 가지로 손꼽았다.배 대표는 건설사 일본 지점장으로 일했던 남편과 함께 5년여 간 일본에서 산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흔치 않았는데 일본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것은 그녀에게 인상적이었다. 일본인들이 문화를 만들고 가꾸는 것도 눈여겨보았다. 배 대표는 "별것도 아닌 것 같은 것도 갈고 닦아서 매우 훌륭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감명 깊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 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며 "하찮은 것도 갈고 닦으면 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사업을 시작할 마음을 먹은 것, 명품이 되는 것은 만드는 사람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에 더해 마지막 이유는 배 대표의 아버지다. 그녀는 "아버지가 간장 사업을 하셨으면 나도 간장 사업을 했을 것"이라며 "막걸리 사업을 하게 된 인연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나는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가 사업을 하도록 이끌어 주셨고, 아버지도 막걸리의 고급화를 꿈꾸셨다"고 말했다. 국내 주류업계 첫 여성 CEO 도전故 배상면 국순당 회장 유지 이어"포기땐 가족·여자 망신이라 생각" 고급화를 추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 대표는 "당시 고급화를 위한 인프라가 국내에 전혀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고 회상했다. 고급 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고자 했다. 수출을 하려면 유통기한이 길어야 한다.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편 중 하나는 페트병이 아닌 병에 막걸리를 담는 것이다. 또한 일본 사람들은 500㎖ 용량의 술을 선호했다.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750㎖들이 페트병에 담겼다. 막걸리 생산이야 가업이니 어떻게든 해내겠는데, 포장 용기 만드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은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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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5)] 대중 술 지향 과천도가 '관악산 생막걸리·과천미주' 지면기사
누구나 손쉽게 접하고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지향합니다과천시 남태령 옛길에 자리 잡고 있는 과천도가는 우리 쌀로 만든 대중적인 막걸리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내는 '관악산 생막걸리'와 '과천미주'는 지난해 6월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빠르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전통주점 운영하면서 우리 술 제조까지과천도가 서형원(53) 대표는 2016년 1월 과천시 별양동에 '별주막'이라는 전통 주점을 열었다. 전국의 다양한 막걸리들을 판매하고 있는 별주막은 우리 술의 화려하고 풍요로웠던 전통을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주점을 운영하면서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서 대표는 막걸리 학교와 가양주 연구소에서 술 빚는 방법을 배우게 됐고 또 다른 문화 사업으로 일으키기 위해 양조장을 만들어 과천도가만의 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2020년부터 양조장 설립 준비를 시작해 지난해 6월에 첫 제품을 출시했다.전통주점 운영하며 우리 술에 관심문화사업으로 양조장 시작… 제품 출시"과학적 방법으로 술 빚기 위해 노력" 서 대표는 "우리 술은 아직 어떻게 술을 빚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적립된 데이터가 없어 술을 개발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손맛'을 내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 실험을 통해 맛을 측정하고 계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술을 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누구나 손쉽게 마실 수 있는 관악산 생막걸리, 과천미주과천도가는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지향한다.과천도가 술의 특징은 경기도 햅쌀을 사용하며 쌀과 발효제 이외의 감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두밥이 아닌 생쌀을 활용해 술을 빚는 것도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관악산 생막걸리의 경우 6도, 과천미주는 9도다. 부드럽고 은근한 단맛이 나고 탄산감도 느껴지지 않는다.서 대표는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며 "평범하지만 늘 마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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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4)] 가평 특선주 와인 '재즈 아일랜드' 지면기사
"지역 농가들이 생산한 포도를 이용해 만든 와인 가평특선주 '재즈 아일랜드'는 가평군의 자랑입니다."김경철(56) 가평특선주영농조합(이하 영농조합) 대표는 "가평특선주는 가평지역 대표 농산물인 포도의 부가가치 증대 및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개발하게 됐다"며 "가평군, 영농조합, 농가 등의 협업을 통한 연구를 지속한 결과 2017년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특선주 '탄생' 비가림 시설… 농약 닿지 않아 친환경 지자체, 2007년 4년만에 와인제품 개발 조합에 기술 이전… 100% 지역 포도로 우수특허제품·품평회 등 잇따라 수상 가평 포도는 덕시설과 비닐을 이용한 비가림 포도인 점이 특징이다.비가림 포도는 덕시설로 비를 가려주고 열매에 봉지를 씌우는 방법을 병행, 서리·열과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비 등으로 인한 병충해를 예방, 기존 10회 정도의 농약 사용을 2~3회로 줄이고 봉지를 씌우므로 적게 사용하는 농약조차 직접 포도에 닿지 않아 껍질째 먹어도 되는 친환경 포도다.가평 비가림 포도는 연평균 기온이 12℃ 정도의 서늘한 기후와 수확기 밤낮의 온도 차가 10℃ 이상 나는 자연환경에서 재배, 당도와 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지역은 준고랭지로 주야 간 일교차가 큰 기후적 특징으로 당도 축적이 많아 고품질의 포도가 생산된다. 당도와 향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현재 가평포도는 405개 농가 300㏊에서 비가림 시설과 봉지재배 등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친환경인증을 취득한 농가가 전체의 70%에 이른다.가평특선주 탄생 가평특선주 와인은 2003년 가평군 주도로 가평군농업기술센터 특선주 연구진에 의해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 가평 포도산업은 단일작목으로 군 농업 총생산액 500여억원 중 19%에 해당하는 95억여원을 차지하는 등 군 농업소득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지역 내 포도산업 위축이 우려됐다. 이에 군은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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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3)] 용인 유일의 맥주양조장 '매직트리브루어리' 지면기사
용인시청 쪽에서 성산로를 따라 에버랜드 방면으로 가다 보면 역북터널을 지나 오른쪽에 자그마한 공장 모양의 회색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1층 유리창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에 커다란 물탱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곳은 수제맥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이다.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지만 용인에는 이곳이 유일하다. # 병원에서 양조장으로…삶의 무대 옮긴 청년매직트리브루어리(주) 하승현(33) 대표는 본래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사였다. 8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30대를 앞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로 결심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떠올리며 이를 구체화 시켰다. 하 대표는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고, 평소 좋아하는 맥주관련 일을 아이템으로 삼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버지께서 과거에 맥주 장비 관련 일을 하셨던 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맥주가 좋아 직접 뛰어든 30대 하승현 대표갓 만든 제품 바로 마실수 있는 매장 문열어 결단이 서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으나 때마침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찾아왔다. 팬데믹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장기화 태세에 접어들었고 창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청년의 열정은 식지 않았고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용인에 터를 잡기로 결심, 결국 2019년 법인사업자를 내며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돌입했다.하 대표는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을 넘어 직접 만든 양질의 맥주를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양조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종 시설 설비에 관한 공부도 병행했다. 그는 "물론 꼭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양조시설도 업체에 맡기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관리자가 다 알아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양조장 시설 벤치마킹도 수차례 하면서 그렇게 1년 반 동안 준비기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을 이겨내고 결국 청년사업가는 이듬해 양조장을 겸비한 수제맥주 매장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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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2)] 이화주 대중화 앞장 '양주골 이가 전통주' 지면기사
그저 전통 술로만 알던 막걸리가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어느새 소주, 맥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민 술'로 대접받고 있다. 막걸리가 이처럼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생긴 변화는 다양화와 세계화다. 전통을 살리되 다양한 취향을 겨냥하고 이런 맥락에서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방향으로 뻗어 가고 있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다양했다. 지역마다 제조법이나 맛을 내는 방법이 다 달랐고 이런 각양각색의 맛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우리 조상은 즐겼다. 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를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좋은 쌀을 생산하는 양주시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쌀은 막걸리의 주재료이자 그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주지역 쌀 브랜드인 '양주골 쌀'로 빚은 '이화주'는 색다른 풍미로 차츰 이름을 알리고 있다.이화주란 배꽃 필 무렵 빚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통주로서 아직 여러 지역에서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긴 하나 이전까지만 해도 그리 잘 알려진 술은 아니었다. 이 술이 양주에서 빛을 발하게 된 건 전통 제조법을 되살린 한 여성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다. 조선시대 '온주법' 모태로 내려온 전통주양주골 쌀로 빚어 색다른 풍미 이름 알려 20년 넘게 이화주를 빚고 있는 이경숙(63)씨는 '양주골 이가 전통주'라는 농업법인을 차리고 이화주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장본인이다.이씨는 "이화주는 조선 시대 온주법을 모태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우리 전통주"라고 소개했다. 온주법은 1700년대 무렵 한글로 작성돼 전해져 오고 있는 일종의 요리책으로 80% 이상이 술에 관한 내용이다. 사실 이화주의 내력은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는 한여름 갈증이 나면 찬물에 타서 마셨다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이씨는 모친으로부터 이화주 제조법을 물려받았다. 이씨 모친은 '의성 김씨' 집안에서 대물림해오는 이화주 제조법을 열여섯 살부터 온전히 지켜온 장인이다.이화주는 마치 떠먹는 요구르트 마냥 걸쭉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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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1)] 포천 '이동막걸리' 대가 임복실씨의 보물 1호는 지면기사
군(軍) 생활을 포천에서 한 사람이라면 그들의 '군대 이야기' 속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있다. 바로 막걸리다. 그중에서도 육군 5군단이 자리한 이동면에서 주조되는 이동막걸리는 포천을 대표하는 막걸리로 유명하다. 사실 이동막걸리가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이곳에서 복무한 군 장병들의 공이 크다.요즘에는 각양각색의 병 막걸리가 나와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량 양산되는 막걸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역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포천을 찾는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있을 정도였다. 포천이 지금의 이름난 관광지가 된 데는 분명 막걸리도 한 몫을 차지한다.이동막걸리가 처음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도 일동·이동 지역에는 막걸리를 만들던 큰 양조장이 있긴 있었다.그러나 6·25전쟁이 휴전을 맞고 1953년 무렵 5군단이 창설돼 포천지역에 주둔하면서 이곳 막걸리 맛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왜냐면 그 시절 여러 여건상 막걸리가 한 지역을 넘기가 어려웠다. 포천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거의 포천에서만 소비됐다고 보면 된다. 양조장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전국으로 공급할 정도의 시설은 드물었고 더욱이 막걸리는 가내 소량 제조 방식이 대부분이었다.이동막걸리 주조의 대가로 알려진 임복실(85)씨도 이 무렵인 1959년부터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임씨는 포천 출신이 아니다. 태어나 자란 곳은 강원도 주문진으로 26세 때 결혼하면서 남편을 따라 포천으로 건너와 살게 됐다.한국전쟁직후 육군 5군단 주둔하며장병들 통해 지역 막걸리 유명해져임 할머니, 1959년부터 술빚기 시작친정서 배운 양조법과 맑은물 결합 따지고 보면 그가 술을 빚은 것은 결혼 전부터다. 당시 종종 가정에서 막걸리를 손수 빚긴 했으나 발효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여간한 기술 없이는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들긴 어렵다. 당대 이름난 양조 기술자들도 대개 숱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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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0)] 전통주로 지역사랑 빚는 '오산양조' 지면기사
오산시를 너무 사랑하는 오산 사람 김유훈 (주)오산양조 대표는 한때 잘 나가는 식품유통업체를 운영했다. 그 옛날 장이 서고, (구)양조장이 자리했던 인근에서 3대째 채소 등 식품을 판매했다. 번화하던 곳은 세월이 흐르면서 구도심이 됐고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2015년 즈음 오산시는 구도심의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김 대표는 사업을 그만두었다. 오래된 자신의 사업장이 도시재생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그 장소에 대한 추억이 흐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도심의 중심에 양조장이 있었다. 김 대표는 "어린시절 늘 양조장 근처에서 놀았어요. 큰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어서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땅을 파서 타일을 붙여 만든 저장실과 자전거를 타고 말통에 막걸리 배달하던 사람들, 고두밥을 식히려고 널어놓은 풍경은 언제나 그리웠어요"라고 회상했다. 당시 도시재생 사업을 주관하던 오산시 공무원 이필온 팀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지나가는 말로 "양조장을 복원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술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오서윤 오산양조(주) 양조기술이사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오산에 지역을 대표할 만한 술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다양한 전통주 교육을 통해 전통과 전통주에 대해 이해하면서 그 아쉬움이 더욱 커져갔고, 없으면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2016년 오산시에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여러 교육기관에서 전통주에 대해 배우면서 동시에 오산시에 마을기업 형태의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오산을 대표하는 전통주를 빚고, 그 술로 오산을 알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지역자원 순환을 위해 지역 농산물인 세마쌀로 빚은 전통주를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도시재생의 목적과도 잘 맞았다. 이 팀장이 다리역할을 하여 오산 양조장의 부활을 바라는 김 대표와 오산 전통주의 탄생을 꿈꾸는 오 이사가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나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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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9)] 3대째 막걸리 만드는 강화 금풍양조장 지면기사
90년 동안 3대째 막걸리를 빚어온 양조장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100여 명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와 여행기를 올리고 막걸리를 사간다. 지난 15일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위치한 금풍양조장을 찾았다. 온수리는 1천600년의 역사를 지닌 전등사와 1906년 지어진 성공회 한옥성당 등으로 유명해 오래전부터 방문객이 많아 상권이 크게 형성돼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그중에서도 금풍양조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다.금풍양조장은 1931년 김학제씨가 창업했다. 양조장 이름은 재물을 의미하는 금(金)과 풍년(豊)의 의미를 담아 '금풍(金豊)'이라고 붙였다. 1969년 양태석 대표의 할아버지 양환탁씨가 인수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해 '강화온수양조장'으로 운영하던 것을 지난해 여름 양태석(47) 대표가 이어받았다."양조장이 노후되는 게 안타까워 아버지께 양조장을 운영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처음엔 반대하셨죠. 그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거죠." 양 대표는 양조장을 막걸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꾸며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사회에서는 15년간 IT기업에서 기업런칭·전시 등 마케팅을 담당한 그에게 금풍양조장은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는 인생의 무대가 됐다.IT기업서 일하던 양태석 대표, 노후화 안타까워 '새로운 문화공간 목표' 가업 이어혼자서 술 빚어 한달 2천병 생산… 옛 '금학 탁주' 부활, 내년부터 약주 생산 계획 막걸리는 양태석 대표 혼자서 빚는다. 술밥을 짓고 발효해 병에 담기까지 15일 걸리는데 한 달 2천병 정도를 생산한다. 양 대표는 "혼자서 막걸리를 만들어 많은 양을 생산하기도 어렵지만 예쁘고, 재밌고, 즐겁게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내년부터 약주도 생산할 계획이다. 예전 이곳에서 만들었던 '금학(金鶴) 탁주'라는 상표를 사용하기로 했다. '금학 탁주'는 9.6도짜리 '블랙', 13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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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8)] 연근 첨가 천지수 순생 막걸리 '시흥 대한주조' 지면기사
시흥시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연근(蓮根)이 손꼽히는데 연근이 처음 재배된 곳도 바로 시흥이기 때문이다.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 관곡지(官谷池·시흥시 하중동 208)는 조선 전기 농학자인 강희맹이 제조 9년 명나라에 다녀와 중국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꽃씨를 채취해 시흥시 하중동 관곡에 있는 연못에 씨를 심어 재배해 널리 퍼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안산군의 별호(別號)를 세조 12년(1466년)부터 '연성(蓮城)으로 부르게 됐다.또한 연근과 관련된 율곡 선생의 일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오랫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율곡 선생이 건강을 상하게 됐는데 이때 그의 건강을 회복시켜준 음식이 바로 '연근죽'이었다.연근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귀중한 약재로도 사용됐다. 특히 땅속의 보물로 일컬어지는 연근은 지혈, 소염, 강장, 피로회복, 감기, 천식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미, 여드름 개선 및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다.시흥시 정왕동에는 시흥의 특산물인 연근이 함유된 막걸리를 제조하는 '대한주조(대표이사·김미영)'가 있다.세계에서 가치를 인정한 맛, '천지수 순생 막걸리'대한주조는 연근이 들어간 '시흥 연 막걸리'와 '천지수 순생 막걸리'를 제조한다. 그렇지만 시중에서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대한주조가 설립된 것은 2009년으로 13년이라는 역사가 짧은 것도 있겠지만 일본 최대 쇼핑몰 라쿠텐에서 11년 연속으로 막걸리 부문에서 1위를 이어왔을 정도로 '천지수 순생 막걸리'의 70%가량은 일본을 위주로 한 해외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쇼핑몰서 11년 연속 '막걸리 부문 1위'70%가 수출…국내 마니아층 찾는 프리미엄 제품경기미 100% 사용… '오양주 기법' 깔끔한 뒷맛품질유지 위해 목요일 하루 판매후 잔량은 폐기업계 최초 냉장차량 유통… 유통기한도 6배 길어 미슐랭가이드 Tokyo '그레이스'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정도로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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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7)] 해외서도 인정, 안산 대부도 와인 '그랑꼬또' 지면기사
와인은 향기로 먼저 마신다고 했던가.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은 '그랑꼬또(Grand Coteau)' 와인의 코르크를 여는 순간부터 깨졌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포도인 캠벨얼리 수천 알을 단숨에 맡는 느낌이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은 코끝을 지나 뇌리를 스쳤고 입안에는 침이 잔뜩 고였다.그다음 눈으로 마신다는 와인. 맑고 투명한 장밋빛은 어느 순간 눈을 매혹했다. 포도밭에 핀 장미꽃처럼 영롱한 자태를 뽐냈다.입안에 그랑꼬또 와인을 머금자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를 그대로 마시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통상 알던 수입산 레드 와인과 단순 비교 불가다. 떫은 타닌 대신 향긋한 맛으로 무장했다고 했다고 하는 말밖에 적을 수 없는 표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캠벨얼리로 만든 안산 대부도의 한국 대표 그랑꼬또 와인. 첫 만남은 첫눈에 반하기 충분했다.하지만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와인은 캠벨얼리로 만든 그랑꼬또 와인이 전부가 아니다.국산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 '청수'는 레드 와인 그랑꼬또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맑은 황금색의 청수는 잘 익은 청포도 향이 풍만하게 코를 자극했다. 적절한 산미와 혀끝을 살짝 치는 타닌, 그리고 가득한 청포도의 달달한 향은 청수를 목젖 뒤로 넘긴 후에도 입안에 한동안 맴돌았다. 갑자기 음식(안주)이 당겼다. 기름진 고소한 삼겹살부터 담백한 소고기, 짭짤한 소시지에 이어 대부도의 대표 음식인 바지락 칼국수, 소금으로 구운 제철의 새우, 조개찜, 조개구이 등 수십 가지의 안주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은 없었다. 떡볶이, 주꾸미볶음, 오징어볶음, 동태전, 잡채까지 모두 번갈아 곁들여도 비릿함이 올라오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그랑꼬또 와이너리를 만든 김지원 대표도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한국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레드 와인은 고기류, 화이트 와인은 회나 해산물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다. 이 공식은 청수뿐 아니라 그랑꼬또 와인마저 산산이 무너뜨렸다. 포도 재배 최적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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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6)] 여주쌀과 여강물로 전통주 만드는 추연당 지면기사
한 잔 술을 빚기까지… 40일 발효 60일 숙성추억처럼 아름답게 취하는 '시간의 향기' 대왕님표 여주쌀과 남한강 물·누룩으로 만든 전통 약주인 '순향주'는 먼저 맑은 황금색 빛깔과 과실, 곡물, 꽃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셔보면 달지 않으면서 신맛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과 깨끗함에 반한다. 여주시 가남읍 금당리에서 순향주, 소여강, 백년향 등 전통술을 만드는 추연당의 이숙(52) 대표는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추연당은 맛있는 음료 추(䣯), 인연 연(緣), 집 당(堂)자를 써서 '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은 집'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2016년 여주로 귀촌해 농업회사법인 추연당을 설립하고 2018년 상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리술 품평회' 약(청)주 부문에서 '순향주'로 우수상을 받고, 지난 4월 제12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평화통일기원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추연당은 지난 5일 세종대왕 이름인 '이도(李)'로 상표등록을 마쳐 '이도 육포'와 정과류 등을 내놓을 계획이며, 협동조합과 연계해 궁중디저트 카페도 준비하는 등 전통음식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추연당에서 이 대표를 만나 특별한 전통주 이야기를 들어봤다. 할머니의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전통주 제조법을 시연하는 이 대표는 멥쌀을 정성스레 씻기를 반복하고, 미리 불린 멥쌀을 찜기에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차게 식힌 뒤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다. 이 밑술과 4번의 덧술을 혼합해 발효는 40일, 숙성은 60일, 그래서 발효와 숙성에 100일 정도 걸려 나온 술이 '순향주'이다."큰 양조장에서는 기계로 씻지만 여기서는 직접 손으로 씻어요. 쌀알이 망가지지 않도록 집중하여 씻다 보면 여주 쌀의 향기가 나면서 잡념은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죠. 음식은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면 더 맛있어요." 이숙 대표 "할머니가 술을 빚던 모습 지금도 경이" 전통방식 살려17세기 조리서 '음식디미방' 바탕, 5번 담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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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5)] 3代째 이어온 술맛… 인천탁주 '소성주' 지면기사
지역 11개 양조장 연합해 1974년 설립신맛·단맛·쓴맛 잘 어우러져야 '제 맛'소비자 취향따라 변화… '균형점' 고민'플러스' 제품 고급화… 올 신제품 계획"가까이 쉽게…" 확고한 '막걸리 철학'한국막거리협회장 맡아 '세계화 노력'오랜 전통 자랑, 공장 2층 역사관 마련인천에서 손님들이 막걸리를 주문하면 가게 주인은 주저 없이 냉장고에 있는 '소성주'를 집어서 갖다 준다. 막걸리를 먹고 싶을 때 처음부터 소성주를 달라고 하는 손님도 드물지 않다. 오랫동안 시민들과 시간을 보낸 '인천 대표 막걸리 소성주'가 보여주는 인천의 모습이다. 인천은 오래전부터 술을 만드는 양조업이 활성화된 도시였다. 인천항이 개항한 1883년부터 1933년까지 50년간 인천의 모습을 담은 책 '인천부사'를 보면 인천의 공업을 언급할 때 정미업에 이어 양조업이 두 번째로 나온다. 소성주를 만드는 '인천탁주'는 인천 양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11명의 주주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로, 인천 지역 11개 탁주 양조장이 연합해 1974년 설립했다. 각 양조장의 역사까지 합하면 술을 빚은 지 50년을 훌쩍 넘겼다. 정규성 대표는 1996년부터 인천탁주 대표를 맡고 있다.막걸리는 어떤 술일까. 막걸리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술이 맑지 않고 탁해서 탁주(濁酒), 농부들이 주로 마셨다고 해서 농주(農酒), 색이 희다고 해서 백주(白酒),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 이름은 막걸리가 가진 특징을 자아낸다.막걸리는 주로 그 지역에서 소비된다. 전국 각지에 지역을 상징하는 막걸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정규성 대표는 3대째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막걸리 장인'인 셈이다. 한국막걸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약주나 증류주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맛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고, 쌀과 효모의 상태 등 때문에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수십 년 동안 막걸리를 만들어왔지만, 아직도 공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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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4)] 막걸리 세계화 앞장선 양주 '양주도가' 지면기사
별산대놀이 고장서 '별산' 브랜드 제품 생산평생연구 정수 녹인 '오디 스파클링' 자부심발효과정 적기에 초산균 주입으로 신맛 균형창의성 더한 주조… '2020 대한민국 주류대상'우리 술 '막걸리'가 요즘처럼 대접받은 적이 있었던가.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농부들이 툇마루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출출함과 지친 몸을 달래려 투박한 사발로 나눠 마시던 술, 그래서 때론 '농주'로 불리던 막걸리. 이 흔하디흔한 술이 이제야 그 값어치를 인정받으며 새 전기를 맞고 있다. 전통은 전통대로 살리며 달라진 취향에 맞춰 조금씩 변화가 가미되자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뻗어 가고 있다. 맥주와 와인, 위스키 등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술들이 숱한 변화를 거치며 세계 각지로 전파돼 오늘날의 입지를 다졌듯 우리 술 막걸리가 그 길을 가려 한다.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술의 공통점은 종류도 많고 맛도 가지각색이란 것이다. 맥주만 하더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그 맛도 지역마다, 제조사마다 다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끈 수제 맥주가 이런 다양성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막걸리는 언뜻 종류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생각보다 많다. 막걸리에서 파생된 술도 많다. 지방, 집안, 술도가 등 제조하는 곳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오늘날 막걸리가 다시금 주목받는 것은 이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뽕나무의 추억을 담다양주시 광적면의 유서 깊은 마을 '비암리'. 논과 밭, 하천으로 둘러싸여 운치 있는 이곳에 '양주도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양조장의 앞마당엔 비암리의 상징인 '견준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 바위는 한가운데 구멍이 나 있는데 나뭇가지를 꺾어 구멍에 견줘 잘 맞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출산을 기원하던 바위인 셈이다.양주도가는 '별산'이라는 브랜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별산은 여러 의미를 담은 중의적인 표현인데 양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인 '별산대놀이'와 '특별한 신맛', '별이 내려앉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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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3)] 전통주와 디자인이 만나는 평택 '호랑이배꼽' 지면기사
'한반도 배꼽 평택'서 이계송 화백·가족 창업지역 쌀·현미 사용 40일 발효·60일 저온숙성인공첨가물 넣지 않은 오직 '장인의 맛' 고수국내 최초 '라이스 와인' 가벼운 보디감 일품친근한 캐릭터 상표 '패키지 디자인' 화제도'노랑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전통주 '호랑이배꼽'(Tigercalyx)이 세간에서 큰 화제를 얻고 있다. 귀여운 노랑 호랑이가 자신의 배꼽을 가리키며 뒤돌아보는 그림을 디자인한 '호랑이배꼽' 에코백, 350㎖짜리 '호랑이배꼽'병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작은 호랑이, 처음 본 사람에게 호랑이가 환한 웃음을 던지며 유혹하는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배꼬비잔', 브랜드 컬러인 노란색을 활용한 '노랑노랑' 젤리펜과 메모지 등등. 전통주인 '호랑이배꼽'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하게 선보인 상품들이다. 최근 평택의 술도가 '호랑이배꼽'이 자체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패키지 디자인으로 선보인 레이블(Lable)이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기존의 막걸리 등 전통주 상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고 창의적인 해석을 토대로 '호랑이배꼽'을 세계 주류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뎌 주목된다.# 600여년 삶의 터전 지키기… 평택 술도가 '호랑이배꼽'선대부터 600여년간 살아온 함평 이씨 집성촌이 있는 평택 포승에 소재한 술도가 '호랑이배꼽'.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이계송 화백과 가족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호랑이를 닮은 한반도의 중심, 즉 배꼽 자리에 위치했다는 점에 착안해 생막걸리의 이름을 '호랑이배꼽'으로 지었다.이 화백과 가족들이 빚어낸 술은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평택 포승지역에서 수확한 쌀과 현미로 담그는 호랑이배꼽 막걸리는 40일가량 발효 후 60일 동안 저온 숙성하기 때문에 시중에 나오기까지 100여일이 걸린다. 일주일 혹은 늦어도 한 달 안에 대량 생산하는 여느 술도가와는 술을 빚는 과정에서부터 확연하게 구별된다.최근 급증하는 온라인 주문에 맞춰 대량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