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지하조직 실체 인정한 1심은 위법”

북한 지령받고 국가 기밀시설 정보 수집한 혐의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수원고법이 위치한 수원법원종합청사의 전경./경인일보DB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수원고법이 위치한 수원법원종합청사의 전경./경인일보DB

간첩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전 민주노총 간부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11일 수원고법 형사2-3부(박광서 김민기 김종우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4) 씨 등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석씨 변호인은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으며 양형도 가혹하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은 석씨에게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석씨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전제 사실 중 지하조직인 ‘지사’의 실체는 엄격한 증명에 의해 입증되어야 하는데도 별다른 근거 없이 그 존재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본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심증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의 간첩 혐의는 공소사실 관련 내용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라는 점, 유사 사건의 경우 2∼5년 형이 선고되는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합당한 판결을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50) 씨와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6) 씨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3) 씨는 검찰의 항소 제기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석씨 등은 2017년∼2022년 북한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2023년 5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석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과 국가기밀인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시설 정보 등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석씨 등이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직접 받으며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민노총 중앙본부, 산별,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하는 등 노동단체를 장악해 조종하려 시도한 것으로 봤다.

한편 석씨 측은 지난해 1심 재판과정에서 국가보안법 4조 1항 간첩, 6조 2항 특수잠입 및 탈출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같은 해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