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6일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제20회 인천여성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관객들이 여성 인권 향상을 상징하는 장미꽃을 들고 다함께 인천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을 외치고있다. 2024.9.6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3/news-p.v1.20250213.06ec014b6746460dad3834e029b2bc96_P1.webp)
인천 미추홀구가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극장 ‘영화공간주안’의 상영관을 줄여 e스포츠 경기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인천시에 제출했다. 미추홀구가 지난달 13일 인천시에 제안한 계획의 골자는 영화공간주안(약칭 ‘영공주’)의 상영관 4개 가운데 2개를 e스포츠 경기장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구는 관련 사업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미추홀구는 ‘영공주’의 관람객이 줄고 수입도 줄어 상영관을 e스포츠 경기장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를 비롯한 지역 문화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영공주’는 미추홀구가 2007년 주안역 인근 상업 영화관을 매입해 국비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각각 98~150석 규모의 4개 상영관(총 496석)을 갖춘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예술영화관이다. 예술영화관 4개관 외에 다목적 소공연장 컬처팩토리를 갖추고 있다. 개관 이래 예술영화와 한국의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상영관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영공주’에 e스포츠 경기장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도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소규모 경기장은 수익성이 높지 않고, 경기장 가동률도 낮기 때문에 최하 1천석 규모가 되어야 한다. 또 e스포츠 경기장은 스포츠대회 유치와 선수단 운영을 위한 인프라도 갖추어야 하는데, ‘영공주’의 위치나 공간 규모상 중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도 조성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의 경우 e스포츠 경기장 조성과 운영에 문체부 예산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영공주’의 관람료나 대관료로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예술극장 운영이 어렵다고 경영수지만 따질 일은 아니다. 극장운영 전문성을 강화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옳다. ‘영공주’는 인천여성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를 비롯한 지역의 수많은 다양성 영화제가 열리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수도권 영화인들에게도 중요한 공간으로 평가받아 왔다.
‘영공주’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일은 쉽다. 그러나 상업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스크린을 독점하고, 상업적 성공이 불투명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의 상영을 배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공주’가 가진 역할과 기능은 매우 소중하다. 미추홀구와 인천시는 인천 지역 영상예술 발전의 플랫폼이자 한국 영화산업의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 잡아온 ‘영공주’를 국제적 수준의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