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하우 전수할 후배 없어
인쇄업 종사자 평균 나이 54세
노동 강도 높아 젊은 인력 기피
![인쇄 기장 박모(49)씨가 인쇄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 2025.02.13/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5/news-p.v1.20250213.ac9adcd4563c4e219d1101d2536856b0_P1.webp)
파주 영신사의 인쇄동을 책임지는 인쇄 기장 박모(49)씨는 인쇄기 앞에 선 지 올해로 25년째다. 돋보기를 들고 인쇄물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던 박씨는 “글자 하나가 실은 무수한 점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모니터에 뜬 색상과 인쇄 색상이 일치하는지, 종이에 잡티는 없는지 등 챙겨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최소 5년 이상은 꼬박 일해야 인쇄기를 다루는 감이 생긴다”는 그의 말에서 인쇄 베테랑의 자부심이 드러났다.
문제는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할 후배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981년 영신사에 입사한 김모(69)씨는 44년째 지게차로 책을 운반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은 나이가 들어 다 관두는데 자리를 대체할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이라면서 “책은 종이나 표지에 기스가 쉽게 나기 때문에 운반 일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없다. 인력을 구해도 몇 년 일하다가 요령을 익힐 때쯤 관둬버리니까 아쉽다”고 했다.
지난 20년 간 한국 출판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한 파주 출판·인쇄단지가 늙고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에 따르면 인쇄업 종사자의 평균 나이는 56세다. 현장 종사자들은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은 한강 열풍이 쉽게 꺼진(2월13일자 1면 보도) 것 보다도 업계의 대가 끊기는 것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쇄기는 24시간 돌려야 해 2교대 근무가 필수적인데, 노동 강도가 세서 젊은 인력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입 직원을 뽑아도 40대가 들어오는 실정이다.
종이책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인쇄사를 찾는 이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일선 종사자들은 종이책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최소한의 인프라가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파주 대형 인쇄사인 천광인쇄사의 관계자는 “수요가 줄면서 업계가 하락세를 타는 것을 감안해도 당장 10년 뒤를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의 상황을 돕기 위해 정부는 5년마다 인쇄문화산업 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인쇄협회 유창준 전무 이사는 “지난 2005년 인쇄 기준 요금이 폐지되면서 업계가 그때 단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며 “인쇄사들이 돈을 벌지 못하니 직원들에게도 낮은 임금을 주게 되고,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쇄문화산업 진흥 계획에 반영된 인쇄단가 정상화를 서둘러 실천하고, 외국인 인력 유치 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