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800년 전에도 해장술 마시고, 탈모 걱정하고…

    800년 전에도 해장술 마시고, 탈모 걱정하고… 지면기사

    고려 천재문인 이규보, 아재로 탈바꿈동국이상국집 통해 생활상 생생 복원문헌 첫 생선회·반려동물문화 등 확인■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강민경 지음. 푸른역사 펴냄. 388쪽. 2만원고려시대의 대문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가 이 책에선 '고려의 아저씨' 이규보로 탈바꿈한다.천재 문인으로 당대 이름을 날린 이규보. 그러나 그도 과거에 합격하고도 오랜 기간 관직에 오르지 못해 개경의 고관들에게 구직을 하는 시를 지어 바치러 다녔던 '취업준비생' 시절이 있었다. 시와 술, 거문고를 좋아해 스스로를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부른 이규보. 술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절까지 퍼져 오죽하면 스님이 술상을 내올 정도였다.그가 남긴 시 가운데 술에 관한 것이 무척 많다. '오늘 아침에 광약을 마셨더니/ 머리가 쟁쟁 울림을 깨달았네/ 아직 단칼에 끊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일세'라는 시가 있다. 제목은 '해장술-쌍운'이며, 이규보가 시에서 말한 '광약'(狂藥)이 바로 해장술이다.나이가 들수록 머리숱이 줄고, 배가 나오는 자신을 스스로 비웃는 시를 쓰는 '아재'의 면모를 서슴없이 보인다. 반면 '그대 강물 마시는 두더지를 보았는가/ 그 배를 채우는 데 지나지 않는다/ 묻노니 너는 입을 얼마나 갖고 있길래/ 백성의 고개를 탐내서 씹어 먹는가'라는 시로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들을 두더지만도 못한 작자들이라고 비판하는 강직함도 보였다.이규보는 지금의 인천 계양구와 부평구 일대인 계양도호부 부사로 2년 동안 좌천된 적이 있다. 계양도호부에 처음 온 이규보는 '망망대해의 푸른 물을 돌아보니, 섬 가운데로 들어온 듯하므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서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고 보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년 후 다시 개경으로 올라가게 되자, 절의 누대에서 바라보는 섬의 경치를 즐기며 술을 마시며 놀았나 보다. 이규보는 '저 물은 전날의 물이요 마음도 전날의 마음인데, 전날에 보기 싫던 것을 지금 되레 즐거운 구경거리로 삼으니, 그것은 구

  • 용인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베어토피아' "자연서 독서 즐겨요" 지면기사

    단국대학교(총장·안순철) 죽전캠퍼스 야외도서관인 '베어토피아'가 지난 20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베어토피아는 지역사회 힐링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용인 죽전캠퍼스 폭포공원 내에 위치한다.연면적 540.01㎡ 규모의 자연친화도서관으로 명칭은 대학의 상징동물인 '검은 곰(Bear)'과 그리스어로 땅·터전·들판을 의미하는 '토피아(topia)'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휴식과 학업을 병행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았다.베어토피아는 열린 서가, 단국대 굿즈 전시장, 카페, 야외 휴식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에는 약 2천권의 도서를 비치, 학생·시민 누구나 책을 열람할 수 있게 운영된다. 야외 휴식공간에는 아름다운 수(水) 공간을 조성해 인공 폭포와 함께 힐링 공간으로 탄생시켰다.안순철 총장은 "자연과 책이 주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독서장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 5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5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지면기사

  • 좋은 아이 교육법: 잘 놀기, 도서관 데려가기

    좋은 아이 교육법: 잘 놀기, 도서관 데려가기 지면기사

    육아 애로사항 104가지 해법·대안 제시 ■ 아이교육 자가진단법┃곽영승 지음. 하움출판사 펴냄. 168쪽. 1만800원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 중 104가지를 골라 전문가들의 해법과 대안을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요즘 부모들은 아이 교육에 몰두한 나머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헬리콥터형 부모, 오냐오냐 키워서 마마보이를 만드는 부모, 방임형 부모 등 다양한 부모들도 많다. 이런 부모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면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이 나왔다.저자 곽영승(행정학박사·전 언론인)씨는 "뇌과학, 교육학, 심리학, 가정학 등 관련 서적 1천여권에서 해법을 찾아냈다. 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이의 두뇌는 가소성이 있어 지금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우등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또 "아이교육에 왕도는 없다. 그러나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면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다녀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집에서 아이와 함께 독서하면 된다"고 말했다.곽씨는 "아이교육은 강압 방임이 아닌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를 방임하면 아이는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본격적인 공부는 초교 3~4학년부터 시키면 된다. 어릴 때는 공부보다 친구들과 놀고 다양하게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 당신의 얼굴이 말한다, 상실과 회복의 교차를

    당신의 얼굴이 말한다, 상실과 회복의 교차를 지면기사

    前 GQ코리아 편집장 이충걸 첫 장편 ■ 너의 얼굴┃이충걸 지음. 은행나무 펴냄. 420쪽. 1만7천원얼굴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얼굴은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며, 동시에 우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전GQ 코리아 편집장이자 다양한 방면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이충걸씨가 얼굴을 소재로 첫 장편을 펴냈다.소설 '너의 얼굴'은 딸의 얼굴을 이식받게 되는 엄마를 다룬 이야기다. 교통사고를 당한 엄마가 비슷한 시기에 사고로 딸을 잃게 된다. 작가는 그 얼굴을 품고 다시 시작하는 새롭고 기이한 삶을 추적한다.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성장과 소멸의 경계에서 작가는 사랑에 대해서, 정체성에 대해 독자에게 깊이 있는 사색을 제공한다. 기이한 부활의 혼잡함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작가는 깊이 있는 은유와 비유를 통해 삶의 역설을 보여준다.'너의 얼굴'은 자식을 잃은 엄마의 비통한 상처와 그 치유, 상실과 회복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려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가 안내하는 은유와 비유의 문장 속에서 낯설고 생경한 풍경을 거닐게 된다. 인물의 여정을 추적하면서 독자들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거울을 찾게 된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 1941년, 사랑과 조국… 그 존망의 기로에서

    1941년, 사랑과 조국… 그 존망의 기로에서 지면기사

    역사에 상상 덧붙여 임시정부 그려내 ■ 미인 1941┃조두진 지음. 이정서재 펴냄. 308쪽. 1만6천800원 역사와 상상의 만남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망을 그린 소설 '미인 1941'이 출간됐다. 작품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1941년 6월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당시 소련의 스탈린은 서부에서 독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고, 동부에서 독일의 동맹국인 일본의 관동군이 침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급박한 정세에 위기를 느낀 스탈린은 일본 관동군의 상황을 알고싶어 했다.한편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고, 많은 독립 투사들이 광복군에 지원했으나 지급할 무기가 없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뇌부는 고심 끝에 스탈린의 딜레마를 파고들어 일본의 고위관료 오자키 호즈미를 납치해 스탈린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무기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1941년 10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도쿄 납치조'를 결성해 전투요원 3명과 오자키를 꾀어 충칭까지 데려올 여성 미인계 요원 1명을 급파한다. 하지만 그 여성요원과 전투요원은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 둘 앞에는 '사랑'과 '조국'이라는 선택지가 놓이게 된다.'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 작가의 신작 '미인 1941'은 사랑과 조국 독립 둘 모두를 지키고자 했던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운명을 긴박하고 흥미롭게 풀어간다. 책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당시 일본 현재 풍경과 조선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 절체절명의 순간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지며 민족의 운명 앞에 선택할 길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단순한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희생해야 했던 연인의 운명에서 소설은 역사의 아픈 진실을 들추어낸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툭'별난 이탈… 세상을 바꾸다

    '툭'별난 이탈… 세상을 바꾸다 지면기사

    시대를 관통하는 호기심과 논쟁에 관한 책 2권 천재들의 공통점 '호기심'그들의 독특한 시각 관찰쇼펜하우어 대화법 통해38가지 말싸움 승리 비법■ 큐리어스┃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페이지2북스 펴냄. 360쪽. 1만9천800원천재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무엇이 그들을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게 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 '큐리어스'는 리처드 도킨스부터 스티븐 핑커까지 현대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엮었다.과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호기심을 갖고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똑같은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상식적이지만 틀에 박히지 않은, 터무니없고 엉뚱한 생각이 세상을 바꿔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세계의 석학들이 과학에 빠지게 된 계기는 자연, 책, 부모님, 스승, 학교, 친구 등 개성 있고 다양하다. 지식의 길에 정답이나 왕도가 없듯, 이들 모두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신의 꽃을 피워냈다. 그러나 이들에겐 '호기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형편없는 질문을 부정당하지 않을 때 아이의 세상은 더 커졌다. 이들의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다가올 시대를 앞서나갈 생각과 질문을 얻어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시형 옮김. 사람과 나무사이 펴냄. 156쪽. 1만7천원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논쟁 대화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인간 본성과 인간관계의 매커니즘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현실의 논쟁은 '논쟁 상대와 논쟁을 듣는 청중 모두의 동의를 얻어 진리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는가'에 대한 문제이고,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생물 종이 지닌 태생적 '악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은 '확대해석하라', '상대를 화나게 만들어라', '상대의 결론을 교묘히 조작하라' 등 직설적이고 군

  • 수원 출신 전대호 네 번째 시집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출간

    수원 출신 전대호 네 번째 시집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출간

    ■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전대호 지음. 글방과 책방 펴냄. 162쪽. 1만2천원. 하는 수 없이 / 한 면만 보여주고 보며 살지만, // 다 알았다는 말, / 여기까지가 다라는 말, // 영영 미루기로 하자. //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 아무리 쓰라리더라도, // 네가 누구건 무엇이건, / 너는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 '바다' 전문 수원 출신 전대호 작가가 네 번째 시집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를 출간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해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가끔 중세를 꿈꾼다(1995)'를 출간하며 신예로 주목받았다. 물리학을 전공해 '과학하는 시인'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둘째 시집 '성찰'(1997)도 출간했다. 이후 독일에서 헤겔 철학을 공부하고 과학 및 철학 전문번역가의 삶을 살았다. 지난 2022년 25년 만에 침묵을 깨고 세 번째 시집 '지천명의 시간'(2022)을 내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만인 올 5월 넷째 시집에서 90편의 신작을 발표했다. 이번 시집은 사람 냄새 물씬이다. '바다', '그때 그 돌멩이가', '원숭이도 없는 약장수', '스크린 앞 석고대죄' 등 제목만 봐도 세상 사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한다. 6편의 연작 '나의 메피스토펠레스'에는 중학생 시절 매스게임, 빈 강의실 기타 연주, 언덕 위의 교회에 대한 회상을 담았다. 또 과학고 아닌 일반고 진학, 신춘문예 등단 등 에피소드는 시인의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듯하다. '막둥이 찬가'는 네 바퀴 돌아 띠동갑 늦둥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아버지의 패전처리'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지상 오십 미터 베란다 난간에 걸린 매발톱꽃. // 매는 찾아올 리 없고 나비도 날아든 적 없지만, // 나는 매발톱꽃 주위를 나풀거리는 하얀 나비를 상상하고, // 더 나아가 까마득한 상공애서 초인적인 초고화질 화면으로 // 꽃과 나비와 더불어 창 너머에서 자판을 두드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