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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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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지면기사
2007년 12월 6일 동틀 무렵 태안 앞바다에 1만t이 넘는 원유가 왈칵 쏟아졌다. 인천대교 공사 현장에서 거제로 향하던 해상 기중기가 풍랑에 표류하다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한 것이다. 순식간에 태안, 서산 해안이 쑥대밭이 됐고 양식장과 어장들이 폐허로 변했다. 원유는 해류를 타고 군산, 목포, 제주 근처까지 퍼졌다.전대미문의 참사에 정부와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재와 복원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달려 온 국민들이 오염된 해안을 뒤덮었다. 기름 범벅인 바닷가 자갈들을 흡착포와 헌옷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오염된 펄흙을 거둬냈다. 자원봉사자 123만명의 손이 모이자 몇 달만에 시커멓던 해안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격찬한 태안의 기적이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가 지난 26일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아태지역 목록으로 등재했다. 민·관이 합심해 국가적 환경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 22만2천건의 기록물이다. 민관이라지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한 자발적 국민 참여가 높은 평가를 받았을 테다.태안의 기적 말고도 우리 현대사의 '새마을운동 기록물',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온 국민이 경제적으로 각성했고, 이산가족 찾기로 민족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고, 국민 저항으로 민주화를 성취하는 보람도 공유했다. 모두 국민이 하나돼 이룬 성취와 연대의 기록들이다. 유네스코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1998년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단 몇 달 만에 200t이 넘는 금을 모아 수출한 국민이 바로 우리였다.정부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의 터널에 갇힌 지금 이를 극복할 국민적 연대가 절실하다. 살만해서인가. 어렵던 시절 뭉쳤던 국민들이 사분오열이다. 국난 극복에 합심해야 할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위기를 정략적 이익으로 바꾸어 먹느라 입이 바쁘다.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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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장동 법정 드라마 지면기사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암이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시칠리아의 절대 권력 마피아 소탕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시칠리아 토박이들의 자경단으로 시작된 마피아의 역사는 유구하다. 혈연과 지연, 종교적 유대를 침묵의 계율 '오메르타(Omerta)'로 지켰기에 가능했다. 마피아는 조직의 비밀을 누설한 조직원에 대한 피의 복수를 명예로 여긴다.1980년대 마피아 파벌 간에 시칠리아 지배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졌다. 공권력의 개입에 마피아가 무차별 테러로 맞서면서 정부와 마피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전쟁의 선봉에 선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두 검사의 활약으로 마피아 360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격리됐다.팔코네, 보르셀리노 콤비의 활약은 오메르타를 깬 거물 마피아 토마소 부셰타 덕분에 가능했다. 경쟁 마피아의 조직원과 범죄혐의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부셰타는 경쟁 조직에 두 아들과 형제를 잃고 오메르타를 깼다. 복수심에 침묵의 명예를 버린 것이다. 경쟁 조직은 부셰타에 대한 복수가 여의치 않자, 팔코네와 보르셀리노를 차례로 암살했다.마피아뿐 아니라 모든 범죄조직들은 범죄의 비밀을 유지하는 '침묵'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하지만 불신과 의심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금과옥조를 깨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 대장동 게이트 피고,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김용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규는 이 대표측에 검은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남욱은 김만배의 천하동인 1호의 일정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몫이라고 밝혔다.두 사람의 진술 변경 이유가 그럴 듯 하다. 유동규는 정진상, 김용을 '의형제'로 여긴 것이 본인의 착각이었다고 한다.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 했다는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도 공개됐다. 남욱은 대선 1위 후보였던 이 대표가 "무서웠다"고 진술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유동규는 배신감에, 남욱은 보복의 위험에서 벗어나자 '오메르타'를 깼다는 얘기다.범죄자들의 의리와 신뢰는 신기루에 가깝다. 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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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ICBM과 김정은 부녀 지면기사
북한은 지난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최고 고도 6천100㎞까지 올라가 최고 속도 마하 22로 비행한 ICBM의 정상각도 발사 사정거리는 1만5천㎞. 사정권에 미국 전역이 포함된다. 한·미·일을 비롯한 자유진영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북한 ICBM에 놀란 세계 언론은 곧바로 김정은의 기행으로 오리무중에 빠졌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ICBM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과 딸의 모습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부녀의 등장에 ICBM은 졸지에 배경으로 희미해졌다. 전 세계를 긴장시킨 핵무력 과시 현장에 아빠 손을 잡고 등장한 소녀의 밝은 미소라니, 기괴하다.ICBM과 김정은 부녀, 국내외 언론들의 추측이 난무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장이 대를 이어 진행될 세습 과제임을 천명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핵무장 포기는 없다는 메시지라는 얘기다.가장의 실패가 드러날 현장에 가족을 동반할 리 없다. 딸뿐 아니라 부인과 여동생 등 백두혈통 모두가 참석한 것은 ICBM 개발 완료 선언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딸이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지켜볼 일이다.김정은의 리더십은 악행과 기행으로 종잡기 힘들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총살하고 백두혈통의 적자이자 이복 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 한물 간 미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절친이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국제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도보다리'를 같이 산책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 욕하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박살냈다.세습 전제군주는 세습 권력을 대를 이어 유지하려 악행과 기행을 서슴지 않는다.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우리 사회에도 김정은을 전근대적인 세습독재자로 보는 보편적인 평가와 유시민처럼 계몽군주로 보는 시선이 혼재해 있다. 한 국가, 한 도시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할 ICBM 발사현장에 등장한 하얀 패딩의 10대 소녀. 핵미사일을 물려받은 북한 4대세습 체제를 상상하면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한편에서 하얀 패딩의 소녀에게서 계몽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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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떡볶이 먹방' 지면기사
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주식인 쌀로 만든 떡과 유일무이한 전통 양념 고추장의 조합에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는 짧다.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신당동에 좌판을 놓고 팔던 떡볶이가 원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당동 일대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던 떡볶이가 각광 받기 시작한 건 쌀 자급과 밀이 흔해진 산업화 시대부터다.떡볶이의 장점은 간단한 레시피와 저렴한 원가이다. 손 맛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나 떡볶이 가게를 차릴 수 있고, 집집마다 고유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 개방적 레시피는 떡볶이의 가치를 한껏 확장시킨다. 라면, 어묵, 만두, 차돌박이, 치즈 등 거의 모든 고형 재료를 품는 넉넉함으로 계층과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인이라면 세대 불문하고 마음 속에 추억을 길어 올릴 떡볶이집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봐야 한다.국민적 사랑 때문인지 떡볶이는 논란도 화제도 많다. 쌀떡파와 밀떡파의 신경전은 유구하고, 유튜브에는 떡볶이 순례자들의 체험 영상들이 넘쳐난다. 부산 사람들은 가래떡의 원형을 유지한 떡볶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대구 사람들은 납작만두를 곁들이는 떡볶이를 최고로 친다.공론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의 주인공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떡볶이를 정크푸드로 격하하면서 찬반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랬던 사람이 떡볶이 광고에 출연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때 황씨와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가 제대로 유탄을 맞았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한창이던 시간에 먹방을 찍었다 해서 정치적 곤경에 빠졌고, 결국 사과했다.최근 황교익-이재명 먹방 사고를 능가하는 떡볶이 먹방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떡볶이 먹방 광고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가 국민적 공분에 직면했다. 일전에 현장 확인도 없이 한동훈-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했던 바로 그 채널이다.더 탐사는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명분은 진정한 조의였다. 하지만 빈소에서 떡볶이 좌판을 벌인 셈이니 유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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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진상 미스터리 지면기사
'좌동영 우형우'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 김동영, 최형우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YS를 주군으로 모시며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돌파했다. 김동영은 YS의 대통령 당선을 못보고 1991년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 YS는 "이 문디 자슥아, 저 시상에 무신 맛있는 떡이 있다꼬 와 이리 빨리 가노"라며 통곡했다. 뇌졸중으로 정계를 떠난 최형우는 2015년 YS 빈소를 불편한 몸으로 통곡하며 지켰다.YS의 상도동계 못지 않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DJ에게 헌신했던 측근들이 가득했다. DJ의 망명과 자택연금 시절 최측근인 '양갑', 권노갑과 한화갑은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YS의 '좌동영 우형우'와 DJ의 '양갑'은 도원결의의 낭만을 연상시킨다. 지금 같은 내로남불 정치판에선 상상하기 힘든 낭만정치 시절의 전설이다.측근 없는 정치 지도자는 없다. 진정한 측근, 가신은 주군과 운명을 같이한다. 토사구팽 당할 정도라면 측근이 아니다. 진정한 측근이라면 세상의 이목에서 숨을 자리가 없다. 주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주군의 권력을 대행하니 그렇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판 때문에 야당의 표적으로 매일 언론에 등장한다.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겨누면서다.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이 대표가 공인한 최측근 정 실장의 공적 행보가 거의 백지에 가깝다.정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이후 이 대표와 공직을 함께했다. 성남시 정책실장,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에 이어 민주당직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공직과 공당에서 이 대표를 보필했다.하지만 성남시, 경기도, 민주당에서 정 실장을 직접 봤다는 사람이 드물고, 수 많은 언론사들이 확보한 얼굴 사진도 단 한장의 자료사진뿐이다. 사진 속 얼굴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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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제60주년 소방의 날 지면기사
어제는 '제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환갑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나라이니 특별한 기념행사가 준비됐을 것이다. 하지만 소방청은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서다.소방의 날은 1963년 11월 1일 시작됐다. 소방 망루에서 화재를 감시하던 시절 화재가 빈발하는 겨울 초입에 기념일을 정했으니 불조심 계몽 목적이 컸다. 1991년 '119'와 같은 11월 9일로 변경하면서 소방관의 노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정부 행사로 자리잡았다.소방관의 근무 현장은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모든 형태의 사고 현장이다. 생명을 구하려면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소방관들이 복무신조로 여기는 '소방관의 기도'의 첫 구절이다. 신의 가호로 초인적 용기를 발휘해야만 화마와 재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 수 있다.야속하게도 신의 가호에도 한계가 있나 보다. 시대의 변화로 재난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소방관들의 희생도 늘었다. 2001년 홍제동 주택 화재에서 6명이 순직했고, 2015년 서해대교 화재에서는 이병곤 소방관이 끊어진 케이블에 희생됐고, 지난해엔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김동식 소방관이 우리 곁을 떠났다. 소방헬기 추락, 구조보트 전복으로 하늘과 해상에서도 순직했다. 심지어 취객에 폭행당해 숨진 여성 소방관도 있다.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소방관을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직업으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했다. 최 서장은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고, 국민에게 최초로 설명한 공무원이다. 마이크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던 화면은 충격적인 현장을 대변했다. 전국의 소방 공무원들이 최 서장의 현장 대응이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이었다며 경찰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결정적으로 여론 또한 최 서장과 소방관들을 지지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재난 현장에서 쌓아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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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선진 대한민국의 치안 붕괴와 안보 구멍 지면기사
거리에서 축제를 만끽하려던 청년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세계 각국 청년들도 희생됐다.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핼러윈이 아니라 무능한 경찰이었다. 참사를 경고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쇄도했지만 경찰은 완벽하게 치안 직무를 유기했다. 아니 '경찰'로 싸잡아 매도하면 안되겠다. 총경인 용산경찰서장부터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에 이르는 지휘부의 직무유기이자 집단 무의식이다. 참사 당일 그들의 행적은 기괴했다.한 나라 경찰 수뇌부의 집단 무의식이라니, 불가사의하다. 전 정권에서 멀쩡했던 경찰 수뇌부가 현 정권 들어서 갑자기 '뇌송송 구멍탁'이 된건가. 그럴리 없다. 경찰 수뇌부를 무능한 백치로 만든 퇴화과정이 의심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정치이다. 정권이 경찰 수뇌부를 입 맛에 맞게 구성하고 수족처럼 부렸던 역사가 유장하다. 독재정권 보위를 위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이고도 "책상을 탁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정치경찰의 전설이 민주화 이후 정권들에서도 세련되고 교묘하게 계승됐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서울경찰청장은 정권 실세인 김경수 의원을 두둔했다가 사과했다. 지방선거 직전 야당 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 정권 때의 일이다. 일선 경찰관들이 파출소와 범죄현장에서 민생치안에 전념할 때 경찰 고위 간부들은 정치를 한다. 새 정부의 경찰 지휘부라고 다를리 없을 테다.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경찰 참사이다. 시민들은 압사했고 경찰은 무너졌다.일선 경찰 현장 뛸때 고위간부들은 '정치'이태원 참사… 시민들 압사·경찰은 붕괴 정치 오염으로 인한 국방 신부전 증상도 심각하다. 북한이 지난 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최초로 NLL 남쪽 속초 앞바다에 떨어졌다. 정부는 미사일이 향하는 울릉도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 울릉도 국민들은 대피하지 못했다. 대피소 위치를 몰랐다. 공무원들만 신속하게 대피했다.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경계 일선의 책임자인 울릉경찰서장은 관사로 퇴근해 텃밭에서 상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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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봉화 광산의 기적 지면기사
장마철 먹구름 짙은 하늘도 아주 잠시 한 줄기 햇빛을 허락할 때가 있다. 지난달 26일 봉화 아연광산 막장에 갇혔던 광부 2명이 4일 밤 극적으로, 그것도 제발로 걸어 생환했다. 그들이 빛 한줄기 없는 갱도에 갇혀 있는 동안 이태원 환한 밤 골목에선 156명의 청년들이 숨졌다. 대한민국 국가 애도기간에 북한은 사정없이 미사일을 쏘아댔다. 초대형 뉴스에 묻혔던 사람들이다. 간간이 이어진 구조 상황도 절망적이었다. 망각과 절망을 뚫고 그들이 지상에 발을 디딘 그날 밤은 대낮처럼 환했다.2010년 칠레 대지진으로 구리 광산이 붕괴되면서 33명의 광부들이 갇혔다. 광부들이 모여있던 700m 지하의 갱도 대피공간에 구조대의 드릴이 17일 만에 숨통을 열었다. 광부들은 '전원 생존' 쪽지를 올려보냈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작동했다. 교황은 묵주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특수 식량을, 스티브잡스는 아이팟을 내려보냈다. 33명이 미국 기술자들이 뚫은 구조 터널로 69일 만에 지상에 도착하자 전 세계가 환호했다.칠레 때처럼 봉화에서도 본능적인 생존 의지가 광부들을 살렸다. 반드시 살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헤드랜턴을 의지해 직접 곡괭이로 탈출 갱도를 팠고, 발파도 시도했단다.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을 나누어 먹으며 체력을 유지했고, 비닐하우스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노련한 광부 박정하씨는 광부 이력 며칠에 불과한 보조작업자와 체온을 나누며 구조대를 기다렸다.인체는 신비하다. 극단적인 위기 속에서도 생존을 향한 본능이 작동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갇혔던 박승현씨는 음식은 커녕 물도 없이 견디다 17일만에 구조됐다. 봉화 광부들을 살린 것도 커피믹스가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의지와 지혜였다.무너진 광산 지하에서 두 광부가 생존 의지를 불태울 때, 지상의 번화가에선 156명의 희생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너진 치안 조직에 압사당했다. 위기는 기적을 낳았고, 고장난 제도는 비극을 불렀다. 이렇듯 얇디 얇은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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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만원사례(滿員謝禮) 유감 지면기사
70, 80년대 추석이나 설 때면 대도시 극장엔 명절 대목에 맞춰 개봉한 영화를 관람하는 인파로 장사진이 펼쳐졌다. 당연히 일찌감치 줄서지 않으면 표를 구할 수 없었고, 표를 다 판 극장은 '만원사례(滿員謝禮)'를 내걸고 매표소를 닫았다. 정작 객석을 꽉 채운 손님들이 아니라 매표에 실패해 낙담한 사람들 앞에 내걸렸으니, 감사보다는 사과에 가까웠던 것이 '만원사례'의 아이러니다.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이 동아일보에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를 연재한 때가 1966년이다. 이 시절에 태어난 세대들은 어딜가나 '만원사례'인 과밀시대를 관통했다. 출퇴근, 통학시간대 만원버스들은 문도 닫지 못한 채 어린 차장들을 매달고 질주했다. 막차가 끊기고 통행금지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브리사, 포니 택시에 예닐곱명이 아무렇지 않게 합승했다. 어린이날이면 동물원이었던 창경원이 돗자리 깔 자리도 없이 붐볐고,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했다. 통금이 풀린 새해 전야엔 타종행사가 열리는 보신각 주변을 중심으로 사람 파도를 타고 종로로 명동으로 휩쓸려갔다.과밀시대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든든한 배경이었다. 값싼 노동력으로 산업을 일으켰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전쟁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교육에 헌신했다. 만원버스를 타고,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했던 베이비붐세대는 부모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산업현장으로 향했던 인파가 독재정권에 맞서 해일처럼 일어나 민주화도 이루어냈다.선진국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전쟁세대와 전후 베이비붐세대의 과밀의 피로를 온몸으로 감수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 인간적인 공간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 길거리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과밀시대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우리 주변의 만원(滿員) 위험 구역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광역버스와 전철이 대표적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김포 경전철을 체험 승차했다가 혼쭐이 났다. 하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묘연하다. 부모 세대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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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면기사
메카 순례는 이슬람교도에게 필생의 염원이다. 해마다 메카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백만 명의 성지 순례자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이 때문에 성지 순례가 대형 압사 참사로 악몽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990년엔 메카로 향하는 터널에 인파가 몰리면서 1천426명이 압사했다. 1994년에 270명, 2005년에도 345명이 인파에 깔려 죽었다. 2015년엔 돌기둥에 마귀를 물리치려 돌팔매질에 나선 순례자들 700여명이 압사했다. 메카는 20, 21세기 최악의 압사 발생 장소라는 오명을 썼다.우리나라에선 1960년 서울역 압사 사건이 최악이었다. 설날을 이틀 앞둔 1월 26일 서둘러 열차 승강장으로 돌진하던 귀성객들이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31명이 숨졌다. 1965년엔 광주 전국체전에서 경기장 입장객 14명이 압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뉴키즈 온 더 블록 내한공연 때 여고생 1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국내 방송사 공개방송 때도 압사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기억은 가물가물해 대형 압사사건은 해외토픽으로나 접하는 후진국형 참사로 여겼던 참이다.전국민이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말을 잊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던 인파가 내리막 골목에서 무너지는 바람에 150여명이 숨졌다. 온라인에 올라온 현장 영상들은 아비규환으로 가득했다. 이태원은 남산 산자락에 위치해 가파른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수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골목에 갇혀 꼼짝할 수 없다. 한 두명이 중심을 잃어 둑이 터지면 인간 쓰나미가 발생하는 지형적 구조다.언제부터인가 이태원이 국내 핼러윈 축제의 성지가 됐다. 인파 사고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썰렁했던 이태원에 거리두기 해제 후 첫 핼러윈을 맞아 보복인파가 모여들자 사고가 터졌다. 인파에 막힌 소방과 경찰의 현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현장의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들을 직접 심폐소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희생의 규모가 너무 커 최악의 핼러윈 참사로 국제적인 사건이 됐다.코로나 예방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듯, 사람 사이에도 안전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