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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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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국백서'와 '코로나백서' 지면기사
영국 정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정부보고서의 표지는 흰색이다. 정부보고서를 의미하는 백서(白書)의 유래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방백서, 외교백서, 경제백서, 산업통상백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아무래도 자국 중심적이고 정권의 국정홍보 기조를 벗어나기 힘들다. 북한 대남선전매체는 우리의 '2019 외교백서'에 대해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의 치적 자랑"이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우리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방위백서에 진저리를 친다.해마다 국제기구, 각국 정부,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홍수처럼 백서를 쏟아낸다. 각종 환경 분야 백서는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을 켠 지 오래다. 백서는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철저한 분석과 집단지성의 대안이 담길 때 의미를 갖는다.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2005년 3월부터 무료로 공개하는 '실패 지식 데이터베이스'는 자국 내 모든 백서뿐 아니라 대구 지하철 화재 등 한국의 주요 사건 관련 보고서도 수록돼 있다. 실패의 공유로 더 큰 낭패를 막자는 지혜의 소산이다. 그런데 공식 보고서라는 백서의 표면적 공신력을 특별한 목적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는 대형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백서 발간을 만병통치약으로 내세운다.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 백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당인 당시 자유한국당은 '文 정부 불안백서'로 맞불을 놓았다.최근엔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의 '조국백서' 추진이 화제가 됐다. 순식간에 모인 3억원의 백서발간 후원금에 대한 한 진보 문인은 '조국 팔이'라고 비난했고, 여론조사기관 임원의 필진 참여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가장 상식적인 문제 제기는 재판도 안 끝난 사안에 대해 '백서'가 가능하냐는 대목과 정치적 편향에 대한 우려다.하지만 반드시 남겨야 할 백서는 따로 있다. '2020 코로나19 백서'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메르스 백서'가 무용지물이 된 대감염 사태에 속수무책인 현실은 차후에 절대 반복해선 안될 일이다. 2일 신천지교회 이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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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치 바이러스' 지면기사
종교개혁의 혼란, 대기근, 페스트에 시달린 근세 유럽 대중들은 불행의 이유를 찾았고, 지배층은 마녀를 내밀었다. 그렇게 사냥 당해 재판에 넘겨져 죽은 마녀들이 4만여명이다. 지금도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한 사회는 책임 질 희생양을 찾는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는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을 조롱하고, 한국인 입국자 격리에 나선 중국의 배은망덕은 1당 독재 권력에서 희생양을 찾을 수 없는 정치구조 탓도 있을 것이다.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선거라는 대속(代贖)기능이 있다. 대중들이 투표로 혼란을 책임질 정당, 정치세력을 심판한다. 따라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정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유례 없는 전염병 펜데믹에 직면한 대한민국 국민도 이 지경에 이른 이유를 묻고 있다. 잠재된 분노가 섬뜩할 정도다. 정치권은 이 분노를 감당해줄 희생양을 찾느라 혈안이다.코로나19 대확산을 둘러싼 책임공방의 주제는 중국인 입국금지다. 보수야당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망설인 정부 책임을 묻고 있다. 진보여당과 정부는 대확산이 내국인 감염 때문이라며 신천지교회가 대감염의 진앙임을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역학조사반을 이끌고 과천 신천지교회 강제 조사에 나서 교인명단을 받아오는 개가를 올렸다. 기독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교회는 속수무책이다.진보진영의 반격도 본격적이다. 유시민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부의 중국인 입국허용에 아쉬움을 표하자, "아주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전염병이 번져서 이걸 문재인 폐렴이라고 공격하고 싶은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의 되치기로 진보 대통령과 보수 광역시장의 방역 이견은 '아주 정치적'이 됐다. 그는 신천지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향해 "신천지를 정상적인 기독교의 한 교단으로 인정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은 진보진영의 '신천지=새누리'라는 낙인을 경계하고 있다.모두 4·15 총선을 겨냥한 낙인찍기이자 변형된 마녀사냥이다. 코로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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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의 '운명' 지면기사
베토벤 교향곡 5번 제목은 '운명'이다. 1악장 첫 네 음표는 너무 강렬하다. 베토벤 스스로 이 네 음표를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했다는데, 정설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전 악장에서 변주되며 반복되는 이 소절로 5번 교향곡은 제목에 걸맞은 '운명'의 서사를 완성한다. 운명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초인간적인 굴레다. 실향의 운명을 예상한 이산가족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패륜도 운명의 장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버지의 복수를 고민하는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운명의 굴레를 쓸지 말지 번민한다. 운명의 세 여신의 물레에 매달린 인간의 운명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다. 누군가 운명을 거론하면, 숙연하게 경청하기 마련인 이유다.설명할 수 없는 인생사 역시 곧잘 운명으로 귀결되곤 한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마지막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적당히 안락하게 살았을지 모르는' 삶이 친구 노무현을 만나 각성됐다며,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적 동반을 서술했다. 그래서일까. 노무현-문재인의 운명적 연대에 감화된 추모, 추종자들은 스스로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조국 전 장관에게 그토록 관대했던 것도 운명공동체의 무조건적 연대가 아닐까 싶다.최근 대통령이 중국을 운명공동체로 강조했던 지난 어록들이 화제다. 대통령의 한·중 운명공동체론이 코로나19에 대한 근본 방역대책인 중국인 입국금지를 지연시킨 결정적 원인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일부에선 한·중 운명공동체론이 팩트가 아니라지만, 중국을 향한 대통령의 언행이 한·중 운명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대통령은 야인 시절 노무현의 숙제에 갇힌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젠 대통령의 운명이다. 그의 운명은 국가와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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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표현의 자유' 지면기사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설' 등 100여건의 유튜브 동영상 삭제를 구글코리아에 요청했다. 구글코리아는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진실'은 파악되기가 종종 어렵다. 또한 언제나 옳거나 그르거나의 이분법적이지 않다"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광온 의원은 "불량식품이 가게에서 팔리는데 가게 주인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 여당의 가짜뉴스 삭제 요구에 구글은 '표현의 자유'로 맞섰다."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볼테르 사상이 아니더라도, '표현의 자유' 없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없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참사'도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알린 젊은 의사 리원량의 입을 막은데서 비롯됐다. 시진핑의 공산당이 세운 통제와 검열의 장벽 뒤에서 코로나19는 세계로 번지고, 리원량 등 중국 인민 1천700여명이 사망했고, 죽음의 행렬은 진행중이다.그런데 중국도 북한도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진보정권의 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비에 걸린 최근 상황은 낯설고 당혹스럽다. 임미리 고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가 두고 두고 민주당의 올가미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정당이 됐다. 사과 없이 고발을 취소하면서 임 교수를 '안철수 사람'으로 낙인찍고, 지지자들의 임 교수 신상털기를 방치함으로써 오만한 정당이 됐다. 진보 진영 내부에 '#민주당만 빼고'에 동참하는 '반문'의 세력화가 뚜렷해졌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임 교수가 수용했지만, 여당과 정권의 상처는 깊다.인종차별이나 아동포르노와 같은 반사회적, 비인간적 영역에선 표현의 자유도 제한받는다. 하지만 권력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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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짜파구리'와 '독선 정치' 지면기사
아카데미를 강타한 '봉준호'와 '기생충'의 여진이 수많은 에피소드를 낳고 있다. '짜파구리' 열풍도 그 중 하나인데 예사롭지 않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는 한우 채끝살을 토핑한 초호화 간식이다. 한 네티즌이 유행시킨 서민형 짜파구리에 한우를 얹어 양극화의 상징으로 활용한 '봉테일'의 연출은 감탄스럽다. 전세계 기생충 관객들이 짜파구리 레시피에 열광하는 것도, 영화의 주제와 여운을 미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아닐까 싶다.짜파게티와 너구리 제조사인 농심은 신이 났다. 유튜브 채널에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레시피 영상을 올려놓았단다. 지난해 국내에 이어 올해 국제적인 기생충 특수를 공짜로 누리니 봉 감독에게 절이라도 할 판이다. 그런데 짜파구리가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스스로 장르가 된 봉준호를 설명하는 레시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섞은 봉 감독의 기생충은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만나 새로운 맛을 창조한 짜파구리를 닮았다.짜파구리는 비빔밥처럼 무엇이든 섞고 보는 한국인의 융복합 유전자를 보여준다. 이어령은 "날것도 익힌 것도 아닌 그 중간 항(項), 자연과 문명을 서로 조합하려는 시스템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 낸 것이 비빔밥"이라며 비빔밥을 '맛의 교향곡'이라고 했다. 유전자 덕분일까. 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음식을 섞어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고 있다. 레토르트 음식을 조합한 편의점 레시피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전치찌개'는 명절 뒤 먹어야 할 메뉴가 됐다. 모든 음식을 받아들이는 김치의 수용성, 모든 식재료를 조화시키는 쌈채소의 융합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없이 변주되고 있다.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봉준호 장르와 짜파구리 문화에 세계인들이 열광하지만, 조화와 상생의 유전자가 딱 문화분야에서만 작동하는 점은 아쉽다. 국민들은 빈부의 양극화보다 심각한 정치의 양극화에 매일 절망한다. 이어령은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독재는 힘으로 쓰러트릴 수 있지만 독선은 의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독선이 독재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짜파구리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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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봉준호'와 '기생충' 지면기사
"저는 그냥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2019년 5월 16일(한국시간),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이다. 국내언론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릴 쾌거로 대서특필했다. 당시만 해도 황금종려상은 그저 기생충이 만들어 낼 기적의 서막에 불과했음을 아무도 몰랐다. 어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와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부문을 석권하자 전세계 언론이 흥분했다. 뉴욕타임즈는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제목 컷 하나로 기생충의 기적을 완성했다.하지만 봉준호에게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한국 영화관객들은 기생충의 기적이, 준비된 기적임을 안다. 그가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쏟는 피와 땀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를 만든 '살인의 추억'은 경인일보 자료실에서 출발했다. 그는 "범인이 작품을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사건 당시 경인일보 보도를 샅샅이 살펴봤다. 이춘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 암흑 같은 터널을 통해 세상에 나왔을 때, 봉준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봉준호의 어록도 그의 역량과 내공을 증명한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 골든글로브 수상소감은 영화철학의 깊이를 보여줬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일 뿐"이라는 냉소로 아카데미의 폐쇄성과 제3세계 영화인의 자존심을 동시에 보여줬다. 마틴 스코세이지에 바친 헌사에선 품격이,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을 '인셉션'에 비유한데서는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이 국제영화상으로 명칭이 바뀐 뒤 첫 수상자로서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수상 소감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세계 언론이 봉준호 어록을 재생하고,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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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정권을 향하는 퍼펙트 스톰 지면기사
'신종 코로나 사태' 정부 능력 검증대 올라중국인 입국금지·여행제한 놓고 우왕좌왕반도체·자동차 생산차질… 자영업자 '허덕''최악' 우려로 그칠 충분한 밑천있길 바랄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먹자골목 거리는 썰렁했다. 단골 선술집도 대부분의 테이블이 휑했다. 울상인 주인장을 위로하고 시작된 수작도 좀처럼 흥이 돋질 않았다. 문득 한 친구가 "요즘 드라마 볼 맛이 난다"며 '김사부 시즌2'와 '검사내전'을 화제에 올렸다. 볼 맛이 난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드라마는 '병원이사장 대 김사부', '진영지청장 대 이선웅 검사'라는 대립과 갈등 구도로 서사를 펼친다. 친구 말로는 예전 같으면 정치적 필터링을 통해 병원이사장과 진영지청장은 보수, 김사부와 이 검사는 진보로 구분됐을 것이란다. 그런데 지금은 병원이사장과 진영지청장을 통해 진보 권력을 연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장담한다.친구의 해석을 재해석하자면 그동안 부패하고 무능하고 부조리한 기득권의 악역 전담배우였던 보수에게 진보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득권 대 개혁세력'의 이항대립은 가능해도, 이를 '보수 대 진보'의 이항대립으로 치환하는 '드라마 프로파간다'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이제 진보도 혐오의 대상인 기득권이라는 결론이다. 친구는 검사내전의 진영지청장에게서 "살아있는 권력을 봤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취임 1천일을 맞아 국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 또 일이었다"고 과로의 고통을 고백한 뒤 "지금은 신종 코로나라는 제일 큰 일이 앞에 놓여있다"고 현안을 걱정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들이 계셨다"며 "취임 1천일을 맞아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참 미안한 얘기지만 '끊임없는 일들을 함께 감당해 준 국민'에 기꺼이 포함되길 바라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거부하는 국민도 있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향해 영혼을 바치는 세력과 대통령에게 분노한 세력이 양분된 극단적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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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시험대 오른 시진핑 주석 지면기사
중국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어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전인대 직후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주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당시 인민일보가 보도한 시진핑 총서기의 '금구(金句)', 즉 시 주석의 '금쪽 같은 어록' 중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중국 사회주의라는 큰 건물에서 당은 전체 뼈대이고 당 중앙은 대들보다." 전인대 폐막식에서는 시 주석을 "국가의 조타수"라는 찬양도 나왔다. 마오쩌둥을 지칭하는 별칭이었던 '국가의 조타수'는 개인숭배 금지와 함께 사라졌던 용어다.하지만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출범을 선포한 '국가의 조타수' 시진핑의 행보는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은 작심하고 무역전쟁을 선포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의 금과옥조인 '하나의 중국' 정책은 홍콩 시민들의 봉기로 '송환법'을 포기하는 좌절을 맛봤다. 홍콩 시위에 자극받은 대만에선 인기가 급락했던 반중파 차잉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설상가상인가. 후베이성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2003년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의 감염정보를 은폐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중국은 이번에도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상황을 축소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우한시를 봉쇄한 건 50일 가까이 지난 1월 23일이었다. 우한 시민 500만명이 중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탈출한 뒤였다.70여개 국가들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세계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독재를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칼럼을 주목할 만 하다. "시 주석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시 주석의 명령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중국 방역행정을 꼬집었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를 "악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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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 국민 입국금지 논란 지면기사
질병을 관리하는 권력의 방식은 시대와 권력의 형태에 따라 변화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시민권력이 부재하던 시대에는 감염성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철저하게 격리했다. 신도 외면한 문둥병(나병) 감염자들은 거주지에서 추방해 그들만의 소굴에 가둔 것이다. 13세기 기독교 세계 전체에 나병환자 격리장소가 1만9천개에 달했다는 사료는 권력이 나병환자 격리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보여준다.중세말기 유럽 전제군주들은 질병에 걸린 백성들을 격리하는 대신 도시에 가둔 채 통제하고 감시하는 방식으로 전염병에 대처했다고 한다. 도시를 떠받치는 산업노동력을 무작정 격리할 수 없어서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왕들은 도시의 백성들 명단을 만들어 매일 이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시신을 태우고, 감염자를 자택에 가두는 등 촘촘한 행정권을 발동했다.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쥔 전제군주들은 세원인 백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하거나, 모아 놓고 철저히 통제하는 전제적 권한을 행사했던 것이다.하지만 시민권력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전제적 질병관리가 가능하지 않다. 우선 과거엔 하루 2㎞ 정도였던 전염병 전파속도가 지금은 수천㎞에 달한다.('바이러스 대습격' 발췌)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민들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정보 수집과 판단이 가능해졌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를 봉쇄했지만 이미 500만명의 시민은 중국 전역과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우한 봉쇄를 결정한 중국과 단박에 국경폐쇄를 선언한 북한은 공산당의 전제적 성향을 보여준다.지금 국내에서도 국경 봉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자는 국민청원에 서명한 국민이 29일 60만명에 육박했다. 상당수 국민들이 우한 폐렴 방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이 중국 국민에 대한 국경봉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대표가 이를 '혐오' 논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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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비자의 망징 지면기사
중국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진시황이 탐냈던 인물이다. 진시황의 5대조인 진효공은 법가사상가인 상앙을 발탁해 강력한 법치주의를 실시해, 진나라를 전국7웅 중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시황이 법치의 대가인 한비자를 모시려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한비자는 망하기 일보직전인 조국 한(韓)나라를 법치로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시황은 그를 얻기 위해 일부러 한나라와 전쟁을 선포했고, 다급해진 한나라는 한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진시황에게 보내고 말았다.한비자는 망국을 향해 치닫는 한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저서 '한비자'에 망징(亡徵)편을 남겼는데, 나라가 망할 47가지의 징조를 열거해놓았다. 예를 들어 "전쟁과 방어는 하찮게 여기면서 어짊과 의로움으로 자신을 꾸미는 데 힘쓰면 망하게 된다"라는 식인데, 망해가는 왕조에서 벌어지는 온갖 통치비리를 망라했다. 현대의 정치지도자들도 꼭 새겨야 할 경고들로 가득하다.한비자가 법가의 입장에서 밝힌 나라가 망할 징조는 이렇다. "군주가 꾀를 부려 법을 왜곡하고 사적인 일로 공적인 일을 수시로 어지럽히며 법령과 금령을 쉽게 바꿔 명령을 자주 내리면, 망하게 된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정확하게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벌이는 전대미문의 법적 공방이 한창인 요즘, 귀에 쏙 박히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두 번의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강행한 윤 총장을 향한 정권의 비난은 법치의 영역을 벗어났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는 정치언어로 윤 총장을 압박했다. 일개 비서관인 최 비서관은 "기소 쿠데타"라며 자신을 정권의 최고통치자로 격상시키는 지경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법치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은 지금 손발이 다 잘린 채 감찰대상이 됐다. 상앙은 저자거리에 말뚝을 세워놓고 옮기는 자에게 상을 준다는 약속을 지킴으로써 법치의 기초를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