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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홍콩 민주화 시위와 한국 지면기사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본격화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새벽 홍콩 이공대는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무력 충돌로 화염에 휩싸였다. 홍콩 행정부는 시위대의 최후 보루인 이공대 진압에 성공했지만, 이미 다수의 희생을 딛고 확산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 동력은 쉽게 꺾일 기세가 아니다.홍콩 민주화 시위는 우리의 민주화 운동과 묘한 접점을 이루면서 심리적 감정선을 자극한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시대를 거쳐 민주화를 성취한 것이 불과 30여년 전 일이다. 실제로 홍콩 시위대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힌다.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한국의 80년대 민중가요를 번안해 부르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현해 중국 정부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홍콩 시민들은 한국과 한국인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하지만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역사적 동질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연대는 만만치 않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생과 중국 유학생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유학생들은 우리 학생들이 게시한 홍콩 지지 대자보와 현수막을 커터 칼로 훼손하는 것은 물론 몸싸움도 불사한다. 이들은 심지어 '독도는 일본 땅' '김정은 만세'와 같이 보복성 게시물로 한국을 조롱하고 있다니, 중국의 오만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민주화 주역을 자부하는 한국 정부와 여당은 아예 홍콩 민주화 시위에 묵언수행 중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 때문인지, 중국 비위를 거스를 엄두를 못내는 모양새다. 홍콩 시위대는 현 정부와 여당의 민주화 역정을 흠모한다는데, 아무래도 짝사랑에 그칠 듯 싶다.하지만 홍콩 시민들도 한국 정부를 다시 볼 일이 생겼다. 최근 한국 정부는 탈북주민 2명을 엽기적인 살인범죄자로 단정해 눈가린채 판문점에 끌고가 북한으로 강제 추방했다. 통일부는 아예 남북간 형사사법공조 방안을 마련해 탈북주민 중 범죄자의 북한 송환 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반중 민주화 홍콩 시민들을 중국이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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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급등하는 '이재명 주가' 지면기사
정치권을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지금은 상장 종목들의 치열한 시세조정으로 요동치는 등락장의 형세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공천 여부에 따라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차기 대선정국을 지배할 대장주들도 총선을 거치면서 시세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진보 아이콘으로 여권의 유력한 대장주로 주목받았던 조국이 상장폐지 되면서 여권의 대장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관심종목으로 떠올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발은 지난달 28일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한 수원 만찬이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 두 사람이 비문으로 낙인찍혔던 이 지사와 원팀을 외치고 형제애를 나눴다. 이 지사는 다음날 수원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향해 "모친께서 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시는 모습을 대하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고 최상의 예의를 표했다. 그날 저녁 대통령은 모친상을 당했다.이해찬 대표도 지난 8일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화폐 등 이 지사의 정책을 당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재명 띄우기'에 동참했다. 급기야 11일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서 뜨겁게 맞붙었던 문재인 복심 전해철 의원 마저 이 지사와 수원 만찬을 갖고 "우리는 하나다", "이재명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오늘은 이 지사와 이 대표가 귀여운 돼지탈을 쓰고 돼지고기 소비 캠페인을 벌인다니, 여권 전체가 이재명 주가관리에 나선 형국이다.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문의 복심 전 의원과 척이 져 친문진영의 비토에 시달린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의 탄원서에 힘입어 대법원 관문만 잘 통과하면 이 지사는 관심종목을 넘어 여권의 새로운 대장주로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아쉬운 건 "문프(문 대통령)께 모든 권리를 양도"한 공지영 작가처럼 여전한 친문진영의 이 지사를 향한 반감이다.정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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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다문화 정치인 지면기사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공천은 진보정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표를 찔렀고, 그 덕분인지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머쥐었다.이민자들이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인 정치분야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 만큼 어렵다. 한국계 미국인 김창준이 최초의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에 당선된 때가 1992년이다. 1903년 1월 13일 한국 이민 선구자들이 하와이 호놀룰루 제2부두에 첫발을 내디딘지 한세기에 이를 무렵이다. 김창준이 2000년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앤디 김이 간신히 입성했다. 공화당의 영 김 후보는 막판 우편투표에서 역전당해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2명 당선 신화가 깨져 아쉬움이 컸었다.유럽의 대표적인 혼혈국가인 프랑스에선 한국계의 각료입각이 두드러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과 장뱅상 플라세(한국명 권오복)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이민 2세대인 세드리크 오(37·한국명 오영택)를 입각시켰다. 최초의 한국계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은 한국계를 상기시키는 한국 언론들에게 "나는 프랑스인"이라고 강조해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이자스민 전의원도 바늘구멍은 통과했지만 20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한 채 잊혀졌다. 정의당이 그녀를 입당시키자 뒤늦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자스민은 다문화가정 뿐 아니라 우리사회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이 여전하다. 21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 입장에선 포용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였다.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문화가정 인재영입 경쟁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물에 그밥인 토박이 한국인들의 적대적 정치문화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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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교통방송 주인이 누굽니까?" 지면기사
미국 주요 언론들은 대통령 선거 때 지지후보를 공개한다. 지난 대선에선 57개 주요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를 밝힌 건 이름 없는 지방지 2개뿐이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를 밝혔다. NYT를 비롯한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저주도 본격화 됐다. "망해가는 NYT"의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몰아붙였다. 최근엔 연방정부·기관이 NYT와 워싱턴포스트 구독 중단을 검토중인 모양이다.한달 전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이 참다못해 장문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집권후 트위터에서 600번 가량 '가짜 뉴스'를 언급했다며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하는 저널리즘을 가짜뉴스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의 '가짜 뉴스' 주장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전염되는 상황도 우려했다. "취재를 해보니 최근 들어 세계 50개국의 총리 등 지도자들이 '가짜 뉴스'라는 말을 사용하며 언론 자유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트럼프의 '가짜 뉴스' 타령을 따라한 건 아닐테지만, 국내에서도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 논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국사태를 관통하면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변인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조국일가에 대한 비판, 추적보도를 가짜 뉴스로 낙인찍었고,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언론의 자기성찰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주류 언론으로부터 외면받는 트럼프와 달리, 체감상 친여 성향이 압도적인 국내 언론 지형을 감안하면, 가짜 뉴스의 폐해를 강조하는 여권의 주장은 엄살 같아 보인다.그런데 최근 '김어준의 뉴스뵈이다'에 출연해 위험천만한 언론관을 드러낸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하면 여권인사들의 가짜 뉴스 시비는 귀여울 정도다. 그는 '교통방송 사장 임명권자인 자기도 5번 밖에 못나왔을 정도'라며,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공정함을 강변했다. 그 과정에서 "교통방송이 누구거냐"고 물었고, 김어준은 "박원순 시장이라고 해줘야 돼"라고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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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유시민의 언론 품평 지면기사
1985년 창립된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해마다 전세계 180개 국가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언론자유 지표로 인정받는다. 언론의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적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생산구조 등 6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순위를 결정한다.짐작했겠지만 북한은 지수발표 첫해인 2002년부터 5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공산당에 장악된 북한 언론은 수령체제를 최일선에서 보위하는 당 선전조직이다. 언론자유 운운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 이런 북한마저 머쓱하게 한 나라가 있다. 에리트레아라는 아프리카 신생독립국인데,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영언론사를 모두 폐쇄해 2007년부터 10년간 북한을 제치고 언론자유지수 꼴찌 국가의 영예(?)를 누렸다. 북한은 2018년 꼴찌의 영광(?)을 되찾았는데, 올해 다시 독재국가 투르크메니스탄에 내주고 말았다. 올해 백마 탄 김정은을 찬양한 북한 언론이 내년에 꼴찌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주로 만족스러운 상황인 40위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31위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70위권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41위로 복귀했다. 특히 43위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RSF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면서 10년 동안 개선된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극찬하기도 했다. 작년과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는 언론의 나라 미국보다 앞섰다. 트럼프의 선별적인 언론대응 결과인듯 싶다.한국 언론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진영대결에 갇혔다. 조국과 정권 지지를 기준으로 대중은 언론을 양분해 소비했다. 언론보도는 진영의 입장에서 해석돼 지지받거나 비난받았다. 언론이 전하는 사실의 근거와 진위는 모두 해석된 '의도'에 가려졌다. 급기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특정 언론을 직접 거명하며 조국 사태 보도 경향을 품평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주로 진보진영의 기대를 받았던 방송, 신문사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범진보 어용 지식인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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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대통령의 꿈? 조국의 희생? 지면기사
'조-윤 드림커플'로 희망했던 검찰 개혁정치·경제·안보·외교 등 국정전반 '수난''헌사' 마음에 묻고 국민통합 강조했어야한쪽진영 탈피 현실봐야 새길 찾을수 있어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집에 보내면서 정중한 '송별사'를 밝혔다. 국민에겐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조 장관에겐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로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했다. 언론을 향해선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자기 개혁"을 당부했다. 조국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과 사회적 진통에 대한 사과와, 조 전 장관에 대한 극진한 예우, 언론에 대한 뜬금 없는 당부가 맥락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강조하고 싶었던 '검찰개혁'은 모호해졌다.그러나 개인적으로 여러번 곱씹었던 대통령의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은 조-윤 드림커플로 역대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검찰개혁을 이룰 희망에 부풀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희망이 꿈으로 끝났다니 처연하다. 문제는 희망이 꿈으로 끝난 사람이 다름 아닌 대통령인데 있다. 대통령의 희망이 꿈으로 끝나면 그 결과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친다.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의 희망들이 속속 무너져, '나의 모든 희망은 꿈으로 끝났다'고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에겐 악몽이다.지금 국정 전반은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경제분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심각한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다. 서민의 가계소득을 올려 경제성장을 지탱하겠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현금복지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청년 일자리는 사라지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남북문제는 대통령이 희망했던 한반도비핵화와 남북평화공존을 북한이 걷어차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모호해지고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며, 중국은 노골적으로 상전 행세를 하면서 외교적 고립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의 희망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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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벨상 증후군 지면기사
노벨상은 최고의 권위 만큼이나 논쟁적이다. 수상자와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수상 분야의 성취를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기쁨을 누린다. 그런 만큼 선정 사유에 사소한 하자만 발생해도 국제적인 시빗거리가 되기 일쑤다.14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2019년 노벨상 수상자 전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비가 걸렸다. 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희곡 작가 페터 한트케의 전범 옹호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 추종자로 유명하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워 코소보 등지에서 인종청소를 주도했다. 한트케는 그가 죽자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다.한트케는 자신의 전력 때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했는지 2014년엔 "문학의 잘못된 성역화"라는 문학적 레토릭으로 노벨상 폐지를 주장했다. 이 정도면 "자본주의가 준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를 따라 할 만도 했다. 그런데 한트케는 "작품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했다"며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고 반색했다니, 작품은 몰라도 인품과 권위는 노벨상감에 못미친다.이처럼 논쟁적인 노벨상이지만, 한국은 해마다 노벨상 증후군으로 집단적 열등감과 열패감에 시달린다. 특히 역사적 민족적 경쟁자인 일본의 화려한 수상기록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 올해도 일본은 요시노 아키라가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25번 째 수상자다.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유일하니, 노벨상 수상의 격차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노벨상을 향한 집착 만큼 노벨상 수상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는지 돌아볼 때가 됐다. 기반이 없으니 대표선수를 밀다가 낭패를 본다. 여당이 노벨상 추진단을 만들기까지 한 황우석씨는 연구부정으로 낙마했다. 문학상 대표선수로 노벨상 시즌마다 자택을 찾은 취재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고은 시인은 '미투 운동'에 걸려 문학상 만년 후보에서 해방(?)됐다.고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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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은행 악취' 유감(有感) 지면기사
"한줄기 미풍에도 얇은 금편(金片)들 떨어져 내려/···//알몸인 이 몸에 그 정결한 금편들 닿으면/ 녹아서 이내 부드럽게 금칠하리/ 마침내 이 몸이 그냥 그대로 생불(生佛)될 때까지." 시인 박희진은 '방학동 은행나무'의 황금색 낙엽을 맞으며 성불을 꿈꿨다지만, 보통 사람들도 샛노란 잎들로 단장한 은행나무를 보면 가을을 직감하고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이다.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신령스러운 기운과 아름다운 자태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의 실용성도 독보적이다. 잎은 혈액순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은행잎의 약성이 좋아 한때 독일 제약회사들이 싹쓸이해 갔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은행이라 부르는 종자는 진해·거담 작용을 하는데, 포장마차 술안주에서부터 고급 한식 재료에 오르는 등 빈부 격차 없이 즐겨 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재질이 물러서 다루기 쉽고 무늬가 아름다운데도 변형이 없는 은행나무는 고급가구와 바둑판의 최상급 목재로 손꼽힌다.신은 다 주지 않는다더니, 은행나무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종자를 감싼 과육이 터질 때 번지는 엄청난 악취가 그것이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은행 과육으로 도배된 길을 걷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은행 냄새는 과육안에 있는 은행산, 빌로볼 성분 때문인데 과육 속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주고도, 종을 지키려는 최소한 자위권 때문에 수난을 당하니 억울할 만하다.가을이면 은행 악취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몸살을 앓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대책은 과육이 열리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아예 가로수 수종을 교체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은행나무의 대기오염 방지 효과를 옹호하며 수종 교체를 반대하는 역민원도 있다니, 자치단체들은 이래저래 골치 아프게 됐다.광장과 거리를 묵묵히 지켜 온 은행나무다. 요근래 대한민국 광장과 거리는 비난과 욕설, 궤변과 망언을 토해내는 수십만 인파들의 구취(口臭)에 취해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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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트럼프와 우크라이나 게이트 지면기사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 위기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게이트의 지옥문이 열린 탓이다. 미 언론들은 닉슨 대통령을 자진 사퇴 시킨 워터게이트와 견주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민주당은 하원 6개 위원회 조사 개시로 대통령 탄핵절차에 착수한 상태다.우크라이나 게이트 전말의 발단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자신의 아들이 취업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의 교체를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해 관철했다고 한다. 미국의 10억달러 대출보증 보류 위협이 제대로 먹혔다고 한다.트럼프가 이를 알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통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고, 젤렌스키는 적극 호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또한 젤렌스키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카드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전해 들은 내부고발자가 상·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내부고발장을 발송했고, 결국 공개되면서 트럼프 탄핵정국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트럼프로서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바이든을 쳐내려다, 본인의 발등을 찍은 셈이니 환장할 일일 테다. 하지만 권력자의 거짓말에 단호한 미국과 미국인은 외세를 끌어들여 미국을 모욕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트럼프를 정조준하고 있다.워터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닉슨은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명령했지만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사임했다. 그러자 장관대행이 된 부장관에게 다시 명령했지만 그 또한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그런 미국에서 하원이 탄핵절차를 밟고 있으니 문제는 심각하다."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며 항변한 닉슨은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하기 직전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닉슨과 다르다. "내부고발자는 스파이"라며 비난하고 "하원정보위원장은 사기와 반역죄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탄핵 처지에 몰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탄핵 메신저에 대한 공세로 물타기에 나선 느낌이다. 이 미묘한 기시감은 뭔가 싶다.아무튼 최대의 정치위기에 몰린 트럼프의 다음 행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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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국 미스터리' 지면기사
유가(儒家)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장자도 유교를 개창한 공자를 존중할 때가 있었다. 가령 공자를 평한 이런 대목이다. "공자는 나이 육십에 육십번 달라졌다고 합니다. 처음 옳다고 했던 것을 나중에는 아니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 옳다고 하는 것이 과거에 쉰아홉번이나 아니라고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장자 잡편 우언)" 말에 뼈가 있지만, 전체 맥락은 옳다고 한 것에 갇히지 않았던 공자의 대범한 사유체계를 존중한 것이다.자기 말에 갇히지 않기로는 정치인 만한 부류도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이 '옳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은 과거 야당 시절 조 장관에 비하면 조족지혈급 의혹이 제기된 수많은 공직 후보자들을 '아니다'며 낙마시켰다. 문제는 '지금은 옳다'만 주장할 뿐 '그 때는 틀렸다'는 반성이 없는 점이다. 말에 갇히지 않는 합리적 대범이 아니라 말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이다. 그러니 말은 두서를 잃고 행동은 설명할 길이 없다.장자는 기본적으로 유자(儒者)를 '시경'과 '예기'라는 지식권력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꾼 쯤으로 여겼다. 도굴의 목적인 무덤속 시신의 입에 물린 구슬, 즉 권력과 명예다.(장자 잡편 외물) 조 장관은 과거 서울대 법대 교수로서 현실 권력의 부패와 부조리에 대해 일일이 비판했다. 법 철학으로 무장한 비판 논리는 주옥 같고 추상 같았다. 그렇게 진보의 상징이 됐고 권력과 명예라는 구슬을 입에 물었다.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당은 지금 옳다고 한 것을 계속 옳다고 우기기 난감해졌고, 조 장관은 자신의 지식권력으로 획득한 권력과 명예의 구슬을 토해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정주행 중인 검찰의 칼날이 조 장관을 직접 겨누고 있다.시중에 '조국 미스터리'가 회자되는 건 이런 사태의 전개가 뻔히 예상됐기 때문이다. 뻔히 보이는 파국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를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니, 그 배경을 놓고 구구한 억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