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기자
문화체육부(인천)
인천의 문화 소식과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인천문화산책], [박경호의 인천 문화현장]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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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구나!”…프랑스 ‘판소리 전도사’가 인천에서 펼친 심청가
프랑스의 '판소리 전도사'가 인천을 찾아 심청가를 불어로 읊조리며 연기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열린 김경아 명창의 '심청 이야기' 마지막 공연에 특별 출연한 프랑스 극작가·배우 에르베 페조디(Hervé Péjaudier). 그의 무대가 불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대다수 관객에게도 생생히 전달됐다. 에르베가 판소리 심청가의 클라이맥스인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중간중간 관객들은 “얼씨구"하면서 추임새로 호응했다. 딸 청이를 만난 심봉사가 “떴구나!"하며 두 눈을 뜨고, 뒤이어 전국의 맹인들이 눈을 뜨는 장면은 우리말로 “번쩍, 번쩍"이라고 말하며 객석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김경아 명창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소리에 곧바로 에르베의 무대가 이어졌기 때문에 관객들은 에르베의 소리를 알아듣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김경아 명창은 “옛날에는 판소리에서 소리가 안 되지만 연기는 잘하는 사람을 '아니리 광대'라고 불렀는데, 에르베의 무대는 아니리 광대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경아 명창은 미추홀학산문화원과 사단법인 우리소리가 개최한 '심청 이야기' 공연으로 지난 4월18일부터 이날까지 4차례에 걸쳐 '강산제 심청가'를 나눠 불렀다. 영화 '광대: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북을 치고 해설도 맡았다. 100석 규모 관객 절반 가까이가 4차례 공연에 모두 참석했다. 마지막 공연에는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단체 '파리 한국소리 페스티벌'(K-Vox) 한유미 대표와 그의 남편이자 K-Vox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에르베가 초대됐다. 이들 부부가 프랑스 등지에서 판소리를 소개하는 활동을 한 지는 20년이 넘었으며, 파리에서는 해마다 '한국소리 페스티벌'(K-Vox Festival)을 개최하고 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한유미·에르베 페조디 부부는 김경아 명창이 2019년 직접 쓴 판소리 창본·해설서 '강산제 심청가'(범우사)를 번역해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했고, 이를 계기로 김 명창이 파리에 가서 공연을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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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어진 음악축제 ‘사운드 바운드’… “인천중구문화재단 무단 사용” 논란
인천에 기반을 둔 음악 콘텐츠 기획·제작사가 10년 넘게 이어온 지역 음악 축제 브랜드를 인천중구문화재단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중구문화재단은 최근 홈페이지에 '제2회 씬나사운드뮤직페스티벌(SSMF) 가요제 참가팀 모집'이란 제목으로 해당 행사 홍보 포스터를 게재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상권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중구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행사 홍보 포스터에는 '개항IN싸 사운드바운드 축제'라는 표기가 있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음악 콘텐츠 기획·제작사 루비레코드가 2013년 기획·주최하기 시작해 2022년까지 10차례 개최한 음악축제 '사운드 바운드'(SOUND BOUND)의 명칭이 행사 홍보 포스터에 담긴 것을 루비레코드 측이 발견한 것이다. 루비레코드가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사운드 바운드'는 지역의 라이브클럽과 문화공간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연을 진행하는 음악축제다. 때론 인천문화재단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았는데, '사운드 바운드'라는 브랜드와 명칭은 줄곧 루비레코드가 사용해왔다. 2022년 제10회 사운드 바운드는 루비레코드와 인천중구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인천중구문화재단이 이번에 주최하는 제2회 씬나사운드뮤직페스티벌은 기존 '사운드 바운드'와는 다른 경연대회 형식이다. 루비레코드 측은 올해 '제11회 사운드 바운드' 개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인천중구문화재단으로부터 사전 협의조차 없이 상표권을 도용당했다는 입장이다. 루비레코드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에 'SOUND BOUND'(사운드 바운드) 상표 출원을 등록했고, 현재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루비레코드 관계자는 “사운드 바운드는 지역에서 자생한 뮤지션들과 공간을 소개하는 루비레코드의 브랜드이자 축제로 지난 12년간 인식돼 있다"며 “상표권 등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인 인천중구문화재단이 브랜드를 기획하고 소유한 루비레코드와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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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다시 상기… 김곤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 지면기사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의 희생 따뜻하게 느낀 역설의 발견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것들 사유■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김곤 지음. 지식공감 펴냄. 320쪽. 1만6천800원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사유로 채운 김곤의 산문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가 출간됐다.표제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는 시원한 음료의 대표 주자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역설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카운터에서 직원이 컵을 씻는 광경을 보는데, 그의 시선 끝에서는 음료를 차갑게 유지하는 역할을 다한 얼음이 버려지고 있다. 저자는 제 한 몸 희생하고 끝내 하수구로 흘러가는 얼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저자의 글은 어느새 익숙해져 존재감을 잊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상기한다. 평소 산책을 통해 사유하길 즐긴다는 저자는 지나칠 법한 광경에 주의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온기를 발견한다. 저자 김곤은 일본 호세이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홍보 담당으로 근무한 후 잠시 통·번역을 하다 공무원이 됐다.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던 저자는 카메라 앵글에 글을 담아내듯 서정적 문체로 사유를 덧칠하며 풀어낸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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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
'전국 최대' 새얼백일장 9월 28일 개최 지면기사
제39회 새얼백일장이 오는 9월28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도원동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다. 인천시교육청과 새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새얼백일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순수문예 백일장이다. 전국의 학교 학생뿐 아니라 대안(미인가) 학교 학생과 홈스쿨링 등 어린이와 청소년 누구에게나 참가 자격을 준다. 20세 이상 성인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올해 백일장부터는 학교별이 아닌 개별 신청도 가능하다. 입선된 작품(장려상 제외)은 새얼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작품집 '새얼문예 39'에 게재하고 전국의 도서관과 관련 기관, 인천 지역 학교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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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극 대가 페르난도 아라발 신작 ‘AI 기도’, 한·일서 세계 초연 무대
극작가이자 연출가 이재상이 한국 극단 MIR 레퍼토, 일본 극단 THEATRE ATMAN과 함께 페르난도 아라발의 신작 'AI 기도'를 한국·일본에서 세계 초연 무대에 올린다. 애초 이재상 연출가는 부조리극의 대가로 꼽히는 페르난도 아라발의 데뷔작 '전쟁터의 피크닉'을 한국 현대사 이야기와 함께 각색한 '이야기 카페 vol.1 - 전쟁터의 피크닉'을 한·일 합동 공연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이재상 연출가는 저작권 문제로 아라발에게 연락했는데, 그가 발표했던 '기도'의 개작이 끝났으니 초연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무대를 찾는 관객은 아라발의 데뷔작과 최신작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아라발의 신작 'AI 기도'는 한국에서는 한국어 버전으로, 일본에서는 일본어 버전으로 각각 공연한다. '이야기 카페 vol.1 - 전쟁터의 피크닉'은 한·일 합동 공연이다. 일본 공연은 오는 19~21일 도쿄 이사가야 아트스페이스 플랫에서 개최한다. 일본 공연은 양창완, 양은영, 유무선, 와타나베 토모히코, 메가 아키라, 타무라 요시아키, 시미즈 쿠미, 카모리 사토시, 이마이 니코가 출연한다. 한국에서는 내달 인천 중구 내항 8부두에 있는 상상플랫폼에서 선보이며, 내달 20~25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아시아세계희곡축제(APF 2024) 개막 축하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한국 공연은 양창완, 엄지용, 장준호, 양은영, 유무선, 정혜원, 타무라 요시아키, 시미즈 쿠미, 카모리 사토시가 출연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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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교보문고 '인천책으로 생일상' 지면기사
인천점 개점 20주년 굿즈 총출동관광공사·문화재단 등 함께 마련기획코너 마친 후 '서가' 구성도인천 남동구 구월동 상업 지역 한복판에 있는 대형 서점 '교보문고 인천점'이 개점 20주년을 맞아 인천의 책과 '굿즈'(기념품)들로 생일상을 차렸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교보문고 인천점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더욱 다가갈 계획이라고 한다.17일 오전 구월동 이토타워 상가 지하 1층 교보문고 인천점에 들어서니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계산대 옆으로 '책(冊) - 인천을 잇다' 코너가 눈에 띄었다. 2004년 7월16일 문을 연 교보문고 인천점이 20주년 기념으로 인천관광공사, 인천문화재단, 인더로컬협동조합과 함께 마련한 기획이다.이 코너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2020·가지), '인천 물류 공부'(2023·바른북스), '영화 도시 인천과 극장의 역사'(2024·동연) 등 인천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더로컬협동조합이 제작한 문구류 등도 진열해 판매하고 있으며, 인천시가 발간한 책자(비매품)와 홍보 영상을 통해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내달 11일까지 인천 코너를 운영할 계획이다.교보문고 인천점은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 가운데 한 곳인 구월동 상업 지역에서 20년 동안 운영하며 인천 대표 대형 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그간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찾는 노력은 적었다는 게 교보문고 인천점 측 설명이다.교보문고 인천점은 20주년 기획 코너 운영을 마친 후 '인천 서가'를 구성하거나 인천시교육청 등 지역 공공기관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통계청의 통계가 발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곳곳에서 독립서점이 자생하고 있고 최근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을 이루는 등 독서 문화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대형 서점의 지역 밀착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교보문고 인천점 최병수 점장은 "20주년 기획을 준비하면서 인천을 열쇳말로 한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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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화인 축제 '인천독립영화제' 다시 심장이 뛴다 지면기사
내달 15~18일까지 미림극장서 열려 지난해 재정 부족 등으로 개최 좌절인천·일반·청소년 분야 37편 선정'작품 폭' 전국구로 넓혀 무료 상영하이파이브 슬로건… 후원펀딩 진행지난해 재원 부족 등으로 개최되지 못한 인천독립영화제가 올해 어렵사리 재개된다. 인천지역 영화축제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인천독립영화협회는 내달 15~18일 인천 동구에 있는 인천미림극장에서 11회 인천독립영화제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인천독립영화제는 인천지역의 영화들로만 상영작을 구성했던 지난 영화제와는 달리 전국 각지에서 제작한 독립영화들까지 상영작의 폭을 넓혔다.영화제 지원작 총 1천351편 가운데 최종 상영작은 인천 섹션 12편, 일반 섹션 20편, 청소년 섹션 5편 등 모두 37편이 선정됐다. 인천 섹션 상영작은 '가정동'(허지윤), '복행'(051,홍감독), '고양이는 소리내서 울지 않아'(조병주), '속사정'(백승진), '그물'(이선우), '안경'(심규원), '내 방'(한세하), '존엄을 외쳐요!'(심상범), '디-데이 프라이데이'(이이다), '촛불에 부는 바람'(이다영), '문제없어요'(고경수), '타인의 삶'(노도현) 등이다.모든 상영에서 감독 또는 배우들과 관객이 만나는 GV(Guest Visit)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독립영화제의 영화 관람은 모두 무료다.인천독립영화협회가 2013년부터 해마다 개최한 인천독립영화제는 지난해 재정난 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2022년 10회에 이어 올해가 11회째다. 지역 영화 전반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 차원의 관심이 저조한 탓이 크다는 게 인천 지역 영화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올해 영화제 또한 부족한 예산 속에서 영화제 기획단의 자원봉사로 꾸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올해 인천독립영화제 슬로건은 '하이파이브'다. 끊어질 뻔한 영화제 역사를 다시 이으면서 손뼉을 마주친다는 의미이자 올해 영화제 특성을 반영해 인천과 전국을 잇는 '하이파이브'다. 인천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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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책’으로 스무살 생일상 차린 교보문고 인천점
인천 남동구 구월동 상업 지역 한복판에 있는 대형 서점 '교보문고 인천점'이 개점 20주년을 맞아 인천의 책과 '굿즈'(기념품)들로 생일상을 차렸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교보문고 인천점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더욱 다가갈 계획이라고 한다. 17일 오전 구월동 이토타워 상가 지하 1층 교보문고 인천점에 들어서니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계산대 옆으로 '책(冊) - 인천을 잇다' 코너가 눈에 띄었다. 2004년 7월16일 문을 연 교보문고 인천점이 20주년 기념으로 인천관광공사, 인천문화재단, 인더로컬협동조합과 함께 마련한 기획이다. 이 코너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2020·가지), '인천 물류 공부'(2023·바른북스), '영화 도시 인천과 극장의 역사'(2024·동연) 등 인천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더로컬협동조합이 제작한 문구류 등도 진열해 판매하고 있으며, 인천시가 발간한 책자(비매품)와 홍보 영상을 통해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내달 16일까지 인천 코너를 운영할 계획이다. 교보문고 인천점은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 가운데 한 곳인 구월동 상업 지역에서 20년 동안 운영하며 인천 대표 대형 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그간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찾는 노력은 적었다는 게 교보문고 인천점 측 설명이다. 교보문고 인천점은 20주년 기획 코너 운영을 마친 후 '인천 서가'를 구성하거나 인천시교육청 등 지역 공공기관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통계청의 통계가 발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곳곳에서 독립서점이 자생하고 있고 최근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을 이루는 등 독서 문화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대형 서점의 지역 밀착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교보문고 인천점 최병수 점장은 “20주년 기획을 준비하면서 인천을 열쇳말로 한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교보문고가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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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도 타다오의 공공화장실과 상상플랫폼 지면기사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예술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 주역 중 하나가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연출한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다.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야쿠쇼 코지가 맡은 주인공은 도쿄 시내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영화는 일단 공공화장실 청소부의 반복되는 소박한 일상을 보여줄 뿐인데, 위로를 받았다는 국내 관람평이 많다.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도쿄 시부야구 공공화장실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시의 자치구 격인 시부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 전후로 안도 타다오 등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 16명에게 공공화장실 리모델링을 맡기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프로젝트를 홍보하고자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에게 공공화장실이 등장하는 영화 연출을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퍼펙트 데이즈'다.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더럽고 냄새나는 공공화장실을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환경 개선'이다. 최근에는 애초 사업 목적에 더해 자연스럽게 관광 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상급 건축가와 영화감독을 섭외해 공공화장실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시설로 변신시킨 시부야구 공무원들의 기획력이 놀라울 따름이다.직업병처럼 떠올린 사례는 인천 내항 8부두의 거대한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시설물 '상상플랫폼'이다. 내항 1·8부두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허물 수도 있었을 '아시아 최대 규모 곡물창고'를 인천시가 우여곡절 끝에 공공시설로 살려냈다.그런데 역사적 상징과 활용도 높은 규모까지 갖춘 귀중한 자원이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1만명 넘는 해외 관광객이 모인 맥강파티나 워터밤 등 대규모 '행사장'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고유성을 갖지 않는 상상플랫폼은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공식 개관 전이므로, 앞으로 도쿄 공공화장실 같은 상상력의 기획이 나올 여지는 있다. 겉치레만 따라하자는 얘긴 아니다.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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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
'인천시립미술관 운영 방향' 전문가 세미나 잇달아 개최 지면기사
사례 비교·연구로 건립·준비 토론지역 담론 역할·AI 시대 대응 공유9월까지 3차례 걸쳐 전략방안 논의인천시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인천시립미술관(인천뮤지엄파크 일환)의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자 올해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 세미나를 갖기로 했다.인천시는 오는 26일 인천 서구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에서 공립미술관 관장들과 '국내외 미술관 건립·개관 사례와 미술관 변화 양상'을 주제로 1차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인천시는 1차 세미나에서 사례 연구·비교를 통한 시립미술관 특화 전략을 주로 논의할 방침이다. 공립미술관 관장들은 동시대 미술관의 개념·역할·의미 등 변화와 미래 지향점, 미술관 건립·개관 준비 실무 등을 조언하고 토론하기로 했다.2차 세미나는 내달 28일 미추홀구 옛 OCI 사옥에서 지역 거점 예술인과 전시 공간 운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주제는 '인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미술 담론 공유'다. 2차 세미나 참석자들은 시립미술관의 지역성 확보 방안, 지역 문화 실태와 문화적 자원, 동아시아 미술 허브로서 인천의 역할 정립과 거점화 전략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3차 세미나는 9월10일 중구 '1883개항살롱'에서 문화 정책 전문가와 미술비평가들이 '미래지향적이며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주제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동시대 지역 미술관의 문화 정책과 문화예술 교육 방향성,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는 미술관 운영 전략 등 정책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인천의 특성으로 여겨지는 '개항과 이민의 역사'를 중심으로 비평적 관점에서 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인천시는 세 차례 전문가 세미나를 마친 후 10월31일 미추홀구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인천시 한명숙 문화기반과장은 "시립미술관 개관 전까지 단계별 공론화 과정과 다양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민, 지역 예술계, 전문가와의 소통·협력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