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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스크 칼럼]2명의 '트 대통령'과 한반도 지면기사
트루먼, '전쟁 빌미·공산화 위기 탈출' 병주고 약 줘트럼프, 미군주둔비 100%부담 등 주장 '격랑 예고''정치인 불변·최순실 자괴감' 이래선 美와 상대 못해예전의 우리 신문에 실린 미국 대통령 이름을 보면 폭소가 터진다. 케네디 대통령은 '케 대통령',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 대통령'하는 식이었다. 마치 박 대통령, 이 대통령 하듯이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표현이지만 당시에는 친근감의 표시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인과 우리의 이름 부르기를 비슷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동질감을 심어주려 했던 게 아니었던가 싶다. 이번에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를 이렇게 옛날식으로 하면 '트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중 두 번째 '트 대통령'이다. 1945년부터 1953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트루먼이 선배 격이다.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 인파를 보고서 2명의 '트 대통령'과 한반도의 처지가 자꾸 겹쳐졌다. 트루먼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있을 때 우리는 근현대 최대의 격변기를 보냈다. 해방과 동시에 미 군정 치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분단이 됐고, 6·25 전쟁이 터졌다. 그 전쟁은 트루먼이 국무장관으로 앉힌 애치슨이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라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게 주요 동인이 되었다. 북한 김일성과 소련의 스탈린에게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다. 트루먼 때 미군은 2번의 인천상륙작전을 펼쳤다. 우리가 다 아는 1950년 9월 15일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45년 9월 8일에 있었다. 이때 미군 사령부는 일본 도쿄에 있었다. 해방군으로 상륙하는 그 미군을 환영하기 위해 수 많은 인천시민들이 인천항 부두에 몰려갔다. 그런데 당시 질서유지를 일본 경찰이 맡았고, 그 일경이 쏜 총에 맞아 여러 시민이 죽거나 다쳤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이렇듯 첫 번째 '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했다. 전쟁의 빌미를 주기도 했고,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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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스크 칼럼]고려 지진과 지금, 그리고 정치권 지면기사
경주 강진·태풍 '차바' 정부 사후약방문만 남발역대 한반도 발생 자연재해 살펴봤는지 의문 '고려사절요' 상·벌에 대한 기록 새겨 들어야여러 해 전에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숙제처럼 읽어야 할 때가 있었다. 13세기 여몽전쟁을 취재하면서였다. 수많은 고려시대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지진이었다. 그 책을 읽을 당시만 해도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지진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고려 때는 참으로 신기하게도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우리에게서 그 지진이 언제부터 남의 일로 치부될 정도로 멀어졌는지가 궁금했다."10월 기축일에 지진이 일어나 지붕의 기와가 다 떨어지고, 을미일에 또 지진이 있었다."(1226년 고종 13년)"6월 경술일에 땅이 크게 지진이 있어 담과 집이 무너진 것이 있었다."(1260년 원종 원년)"지진이 이틀 동안 계속되었다."(1343년 충혜왕 후 4년)"7월 기묘일에 3일 동안 지진이 있었다."(1385년 우왕 11년)'고려사절요'에 나오는 지진 관련 기사 중 몇 가지만 추려 적었다. 고려시대 지진은 시기적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일어나는 천재지변이기도 했지만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반도 이곳저곳에서 발생했다. 1320년(충숙왕 7년)에는 여름에 지진이 잇달았다. 6월에만 여섯 차례나 있었다. 7월과 8월에도 지진 기사가 한 꼭지씩 나온다. 강진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집이 무너질 정도로 강력한 지진도 있었다.지난달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해 온 한반도에 집을 무너뜨릴 만큼의 강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들을 짓눌렀다. 그 속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국민의 원성만 키웠다. 안전과 관련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는 국민걱정처라는 비난을 샀다. 며칠 전 부산에 역대급 물폭탄을 떨어뜨린 태풍 '차바' 때도 정부는 사후약방문만 남발했다.우리 정부가 역대 한반도에서 발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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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7] 이세기作 '생계 줍는 아침' 지면기사
생계 줍는 아침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살얼음 갯바위 틈새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갯바위를 걸어서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생계 줍는 아침-이세기(1963~)노후 대책이란 말은 도시에서나 들어맞는다. 엄밀히 말해 섬에서는 '노후'란 게 있지를 않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일을 해야 한다. 손을 쓰지 않고서는 생계를 이을 수 없는 곳이 섬이다. 겨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굴까는 기구인 '좨'를 들고, 굴 담을 바구니를 메고 가는 섬 할머니 둘. 할머니들은 어제도 그제도 그 길을 오갔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지금은 뭍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그 걸음으로 키워냈다. 갯바위 겨울바람은 유난히 시리다. 그 찬 바람을 이겨내며 바다와 맞닿은 섬의 둘레, '갯티'를 지켜왔다. 덕적군도가 고향인 시인은 잘 안다. 할머니들이 늙어가면서 섬의 생계 줍는 아침도 자꾸만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섬의 생계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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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스크 칼럼] 인천시청 북카페, 감보다 단 고욤으로 지면기사
과연 시민발길 이어질까… 어떤 책 놓일지도 궁금질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지역관련 책 얼마나 될지작지만 인천수준 깊고 넓게 잘 드러날 수 있길 기대올 여름휴가는 서울로 다녀왔다.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는 게 보통의 휴가 풍경인데 그와 반대로 푹푹 찌는 더위에 사람들로 득시글대는 서울로 휴가를 갔다. 느닷없이 서울 구경이 하고 싶어졌다. 인천에 산 지가 20년이 넘다 보니 이제는 인천에 대해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인천과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서울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 일이 있을 때 가끔 서울을 들르고는 했을 뿐이다. 인천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서울을 깊이 있게 알아야 할 것 같았다.우선 서울시청부터 찾았다. 서울의 전체적인 그림이 서울시청에 가야 보일 것 같아서다. 지하철로 연결된 서울시청사 지하 1층에 가서 뜻밖의 책방을 보고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름하여 '서울책방'. 서울의 온갖 이야기가 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서울책방'에서 취급하는 도서 목록만 150종이나 되었다. 책을 징그럽게도 안 읽는다는 요즘, 판매량은 하루에 10만 원 정도로 매우 적지만 꾸준하다고는 한다. 일정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책방 옆은 작은 박물관이었고 전시장도, 공연장도, 카페도 붙어 있었다. 어디고 사람이 많았다. 서울의 컨트롤타워다웠다.그 서울시청 지하에서 불현듯 인천시청이 생각났다. 마침 인천시청 청사 1층이 공사 중이다. 중앙홀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북카페, 역사갤러리, 어린이 시정 체험장, 미팅룸 등 갖가지 공간을 만들겠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한 볼거리를 시청 청사에 갖추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 자칫하면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우선 인천시청은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대민 부서가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오가기도 불편하다. 여기저기로 연결된 서울시청과 달리 일부러 인천시청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공무원 휴게실이 될 공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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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6]조병화作, 소라의 초상화 지면기사
소라의 초상화당신네들이나영악하게 잘 살으시지요나야 나대로히나의 생리에 맞는 의상을 찾았답니다 -조병화(1921~2003)어릴 적 소라딱지를 귀에 대 본 적이 있다. 그저 윙~ 소리를 낼 뿐이었다. 시 잘 쓰는 시인은 확실히 다르다. 소라와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니 말이다. 시인은 해방 직후 인생 진로를 놓고 고심하던 시절, 인천 월미도 해변에서 소라를 만났다. 시인의 첫 작품 '소라'(경인일보 2016년 7월 27일자 1면 보도)는 그렇게 태어났다. 시가 막힐 때마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마다 시인은 '소라'와 이야기를 나눴던가 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라한테서 혼쭐이 났다. 너무 이해타산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그만 좀 영악하라고. 백사장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던 소라가 약삭빠른 인간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빠르고 늦고, 많고 적고 하는 것은 다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죽비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더디게만 보이는 소라의 걸음을 놓고, 자기 집을 지고 다녀야 하는 소라의 신세를 놓고서 속 터진다면서 비웃어 온 우리가 아니던가. 소라의 더딘 걸음이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에 대해, 소라의 단출한 껍데기가 화려하고 비싼 집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재산 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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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5] 정호승作, 부평역 지면기사
부평역봄비 내리는 부평역마을버스 정류장 앞허연 비닐을 뒤집어쓰고다리 저는 아주머니밤 깊도록 꽃을 판다사람들마다 봄이 되라고살아갈수록 꽃이 되라고팔다 남은 노란 프리지어 한 묶음젊은 역무원에게 슬며시수줍은 듯 건네주고승강장 노란 불빛 사이로허옇게 쏟아지는 봄비 속을절룩절룩 떠나간다동인천행 막차를 타고다운증후군 아들의어린 손을 꼭 잡고 -정호승(1950~)찡하다. 어려움은 왜 이리도 뭉쳐서 오나. 몸이 불편한데 가난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어린 아들마저 다운증후군이라니. 아주머니는 집에서 가까운 주안역이나 제물포역에서 꽃을 팔 수가 없다. 저는 다리를 이끌고, 아픈 어린 아들을 데리고 부평역까지 나선 것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과 경인전철이 교차하는 곳, 인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 꽃을 하나라도 더 팔 수가 있는 곳이다. 아주머니에게는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지만 팔다 만 꽃을 누군가에게 선사할 여유는 충분하다. 아마도 꽃을 닮았나 보다. 그런데 왜, 정이란 놈은 없는 사람에게만 넘치게 되는 것일까.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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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스크 칼럼] 300만 인천, 맛집에 사람 꾀듯이 지면기사
시, '브랜드 담당관실' 신설 상업 마인드 도입수준높은 도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인천'의 작은개념 탈피 개성미 물씬 풍겼으면…유명한 맛집치고 허름하지 않은 곳이 드물다. 찾기도 쉽지 않은 외진 곳에 있기가 십상이다. 예약도 받지 않고 줄을 서야 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미안해 허겁지겁 먹기가 일쑤다. 간판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많다. 맛집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먹을 것과는 다르게 차량이나 옷가지 등의 상품은 브랜드가 그 자체로 품질을 담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어떻게든 따르게 마련. 짝퉁이 판을 친다. 간판 없는 맛집에도 사람이 꾀고, 유명 브랜드에도 사람이 몰리지만 그 생리를 따지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인천시가 최근 '브랜드 담당관실' 조직을 신설하면서 행정에 상업 마인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브랜드(brand)'는 한마디로 말하면 '상표(商標)'다. 인천시가 이 조직을 만든 이유는 인천만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인천의 인구는 올해 말이면 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도시 중에서 300만명을 넘은 곳은 서울과 부산뿐이다. 이 시점에서 인천의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는 적절해 보인다. 어떤 게 나올지 기대도 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얼마 전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300만 대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커다란 광고판을 본 적이 있다. 순간, 그 경박함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서울에서 오는 길인데 300만명을 내세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광고가 된다는 말인가 싶었다. 인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이게 인천의 수준이구나 싶었다. 상품마다 질의 차이가 있다면 도시에도 다 수준이 다르게 마련이다. 300만명의 외형을 갖추는 시점이, 새로운 브랜드를 입는 순간이 바로 인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준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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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4] 조병화作, 소라 지면기사
소라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조병화(1921~2003)인천은 이렇게 뭔가가 꿈틀거리는 태동의 공간이다. 설사, 희망이 허무가 되더라도 쓸쓸함을 달래줄 그런 곳이다.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 뛸 수 있게 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적 다작 시인 조병화의 첫 작품 '소라'는 해방 직후 인천 월미도에서 탄생했다. '물리학도'의 꿈을 접어야 하는 그 상실의 순간 조병화는 월미도에서 해변을 기어가던 새끼 소라를 만났다. '시인 조병화'가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뒤로 50년, 조병화는 50권 넘는 시집을 채울 만큼 엄청난 양의 시들을 쏟아냈다. 그에게 월미도 소라의 나선형 껍질은 마르지 않는 시의 샘이 되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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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3]고유섭作 ' 해변(海邊)에 살기' 지면기사
해변(海邊)에 살기 1. 소성(邵城)은 해변(海邊)이지요 그러나 그 성(城)터를 볼 수 없어요 차고 찬 하늘과 산이 입 맞출 때에 이는 불길이 녹혔나 보아요 2. 고인(古人)의 미추홀(彌鄒忽)은 해변이지요 그러나 그 성(城)터는 보지 못해요 넘집는 물결이 삼켜 있다가 배앗고 물러갈 젠 백사(白沙)만 남아요 3. 나의 옛집은 해변이지요 그러나 초석(礎石)조차 볼 수 없어요 사방으로 밀쳐 드난 물결이란 참으로 슬퍼요 해변에 살기 -고유섭(1905~1944)한국미술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이 고향 인천을 향한 정을 '미학의 개척자'답게 그려 냈다. 늘 거닐던 백사장, 파도가 이는 그 찰나의 순간에 2천 년의 세월을 담았다. 비류 백제의 전설 미추홀의 흔적은 찾을 길 없건만 그 세월, 파도는 해변의 모래를 삼키고 뱉기를 쉬지 않았다. 우현은 그의 호(號)가 말하듯 가물가물하게 먼 과거에 한참 뒤 미래의 모습까지도 투영시켰다. 지금 있는 것들도 먼 훗날에는 다 사라지고 파도와 모래, 그리고 슬픈 그리움만 남을 것이라고. 읽을수록, 알 듯 말 듯 현묘(玄妙)하다. 인천에서 서울로 기차 통학하면서 문학을 익힌 우현의 젊을 적 초기 시 5편이 '우현 고유섭 전집'(열화당·2013)에 실렸는데, 여기 '해변에 살기'는 그중 하나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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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의 詩, 인천을 짓다·12] 이가림作 '밴댕이를 먹으며' 지면기사
밴댕이를 먹으며 무게 없는 사랑을 달아보고 또 달아보느라 늘 입속에 말을 우물거리고만 있는 나 같은 반벙어리 보라는 듯 영종도 막배로 온 중년의 사내 하나 깻잎 초고추장에 비릿한 한 움큼의 사랑을 싸서 애인의 입에 듬뿍 쑤셔 넣어준다 하인천역 앞 옛 청관으로 오르는 북성동 언덕길 수원집에서 밴댕이를 먹으며 나는 무심히 중얼거린다 그렇지 그래 사랑은 비릿한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남몰래 서로 입에 넣어주는 일이지… -이가림(1943~2015)지난 6월 21일, 장마전선이 북상 중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푹푹 찌던 한낮의 인천역 앞 북성동 언덕길 어귀. 신태희(74) 서점분(69) 부부가 이 자리에서만 수원집 간판을 내걸고 밴댕이를 판 게 30년이 넘었다. 조용하던 가게에 손님이 들었다. 10여 명이 겨우 앉을 좁은 공간에 노인 4명이 몰려드니 왁자하다. 30년 단골이라는 이들은 앉자마자 밴댕이와 소주를 시켰다. 수원집은 주인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아프기라도 하면 문을 못 연다. 남편은 새벽에 연안부두에서 물건을 떼고, 부인은 손질을 해서 내놓는 분업체계가 확실하다. 노부부의 건강에 수원집 밴댕이를 먹고 못 먹고 하는 문제가 달렸다. 밴댕이로 사랑을 전하려거든 노부부의 건강부터 기원할 일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위 시를 읽고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선정과정을 거쳐 인천대학교 기념품, 또는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지은 책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을 드립니다. 감상문 작성은 경인일보 홈페이지(www.kyeongin.com) '인천의 시, 인천을 짓다' 배너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