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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배려 없는 공중화장실 지면기사
봄꽃 만발한 공원은 가족 나들이 하기에 좋은 장소다.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은 화장실을 급히 찾았다가 난감해지곤 한다. 어린이용 대·소변기는 물론 성인용 변기 위에 설치하는 유아용 변기 커버도 찾기 힘들다. 기저귀 교환대를 기대하는 건 사치다. 아이들은 성인용 변기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래로 빠져 볼일 보는 동안 계속 잡아줘야 한다. 좁은 칸막이 안에 비집고 들어가니 문 닫기도 힘들다. 아이들은 누가 볼까 불안하고 자세도 불편해 칭얼거린다. 어른 키 높이의 세면대 앞에서는 까치발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참 배려 없는 공중화장실이다.인천지역 공공기관이 설치한 공중화장실을 살펴보니, 1천446개 중 2.7%인 40곳에만 남녀 화장실에 어린이용 대·소변기가 있다. 10곳 중 7곳은 기저귀 교환대를 볼 수 없다. 어린이용 대·소변기와 세면대 설치가 의무화된 2006년 10월 이후 생긴 254곳 중 남녀 화장실 모두 어린이용 대·소변기를 갖춘 곳은 15개(6%) 뿐이다. 2021년 기저귀 교환대는 설치 의무화 시행 이후 지어진 25곳 중 10곳에서만 이용 가능하다.2007년 세계화장실협회(WTA)가 창설되고 초대 회장 미스터 토일렛(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을 배출한 수원은 어떨까. 수원에는 총 635개의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410곳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한다. 남녀 화장실 모두 어린이용 대·소변기를 갖춘 곳은 22개로 겨우 5.5% 수준이라니 다소 충격이다. 기저귀 교환대가 남녀 화장실 모두 설치된 곳은 4곳뿐이고,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경우는 133곳, 남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곳은 단 1곳이다. 여전히 기저귀 갈기는 엄마들의 몫이라는 사회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부부가 함께하는 육아는 외출했을 때 화장실부터가 장벽이다. 저출산 시대에 공공기관마저 어린이용 대·소변기나 기저귀 교환대를 사용할 아기가 적다고 방관한 탓이지 싶다.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며 정부도 기업들도 아이 낳기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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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산불 조심 지면기사
2000년 4월 7일 발화해 15일까지 191시간 동안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역대 가장 큰 면적을 화마가 휩쓸었다.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일대 산림 2만3천794㏊, 무려 축구장 3만5천개를 태워 없앤 셈이다. 건물 800여채가 불타 850명의 이재민이 피눈물을 흘렸다. 2022년 3월 4일 발생한 울진·삼척산불은 1만6천302㏊를 소실시켜 9천86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진화하는데 213시간43분이 걸린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두 초대형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에 속수무책이었다. 양양과 간성에 부는 국지적 바람은 소형 태풍급에 버금간다. 동해안 산불은 최대풍속 23.7m/s, 울진·삼척산불은 27m/s였다. 실제로 30도 경사면에서 바람이 없을 때는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확산되지만, 6m/s의 속도만 불어도 분당 14.82m로 26배나 빨라진다. 바람에 화염이 옆으로 누우면서 열기를 쉽게 전달하니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다. 우리나라는 산림의 37%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에 더 취약하다. 테라핀 같은 정유물질을 약 20% 포함하고 있는 송진은 불쏘시개가 된다. 소나무 가지와 솔방울, 껍질 등에 불이 붙으며 생긴 불똥은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2㎞ 가까이 날아갈 수 있다.산불이 나면 동물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덮친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산불만 봐도 가축 4만여 마리가 폐사하거나 화상을 입었다. 축사에 갇힌 채 불길에 소 등껍질이 벗겨지고 뿔까지 뽑힌 현장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2005년 4월에는 양양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한순간 재로 변해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보물 제479호 동종이 녹아내렸고 원통보전이 전소됐다. 문화적 재앙이다.최근 10년간 3~5월 봄철 산불이 56%를 차지한다. 원인을 보니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이 66.5%로 사람 탓이 컸다. 역설적으로 사람이 조심하면 산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담배꽁초 하나라도 무심코 버릴 일이 아니다. 황폐해진 산불피해지가 산림의 골격을 갖추는데 30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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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MZ들의 복고 열풍 지면기사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옛것을 추앙 중이다. '푸마'나 '잔스포츠' 같은 왕년의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와 백팩이 30년만에 각광받는다. MZ세대에겐 올드하기는커녕 심플하고 풋풋한 아이템이란다. 꽃무늬 자수가 놓인 '할머니 스타일' 카디건이 유행하더니, 올해는 '할아버지 스타일'이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다. 꽈배기 니트와 체크 셔츠, 오버핏의 럭비 셔츠가 거리를 누빌 듯하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세련된 멋과 기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여유로움은 힙 그 자체다.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 옷장을 슬쩍 열어보는 손주를 발견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막걸리는 힙걸리(hip+막걸리)가 됐다. 더 이상 고리타분한 탁배기에 담긴 아재술이 아니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싼 술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와 탄생 스토리로 변신했다. 사과, 딸기, 한라봉 막걸리부터 밤, 잣, 메밀, 곤드레, 얼그레이, 꽃막걸리까지 무한 진화 중이다. 상상 밖의 맛과 향을 창조하는 다양한 재료와의 성공적인 컬래버로 MZ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전국 각지 도심 골목과 전통시장에 MZ세대 양조사들이 터를 잡고 독창적인 발효실험에 나서더니, 최근에는 애주가로 소문난 가수 성시경까지 막걸리를 출시했다.2000년대 드라마도 역주행하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167부작), 커피프린스 1호점(2007. 17부작), 꽃보다 남자(2009. 25부작)를 보면서 유년기 감성으로 돌아간다. 꽃보다 남자 OST 유튜브 영상은 덩달아 조회수 2천500만회를 훌쩍 넘어섰다. 대세에 힘입어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 880회)이 1958버전 레트로 휴먼수사극으로 4월 컴백하고 대장금(2003~2004. 54부작), 궁(2006. 24부작) 리메이크작도 내년에 볼 수 있다.청년들이 왜 옛것에 빠져들까. 학원 뺑뺑이에 치열한 대입·취업 전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물가, 비현실적인 집값에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N포 세대. 닿을 수 없는 꿈을 좇으며 절망하느니, 현실에서 가능한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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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짜 버스킹 사절 지면기사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이자 중심지는 인천 부평이다. 1945년 9월부터 주둔하던 미군기지 애스컴시티(ASCOM CITY)에는 아나작(1948)이란 클럽이 있었다. 이후 1960년대 영내 클럽만 20~30개가 운영됐다. 당시 미8군 클럽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격한 밴드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는데, 각지에서 실력파 뮤지션들이 모여들었다. 스윙재즈 밴드 토미스(Tommy's) 악단, 캄보밴드(브라스 악기 포함된 4~6인조) '파이오니아' 등이 연주를 했다.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는 가수 데뷔 전 드러머였다. 미8군 쇼에서 활약한 밴드들은 초창기 미국에서 유행한 최신 스윙과 재즈를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점차 한국형 대중음악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다양한 장르로 발전시켰다.부평구는 지난 2021년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후 '음악도시 부평' 브랜드에 공들이고 있다. 지역 뮤지션을 발굴하고 음반 제작비와 제작 과정을 지원해왔다. 올해부터는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최근 청년 지역 음악가와 '간담 서늘' 간담회를 마련했다."버스킹은 공짜가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마련한 무대는 정말 감사하지만, 뮤지션들의 공연을 재능기부 정도로 여기면 안 됩니다." 기관과 시민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간담 서늘한 일침이다. 축제마다 섭외 경쟁을 벌이는 인기 가수 몸값이 수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한국 밴드의 발상지 부평이라면 여느 지자체보다 더 세심하게 지역 뮤지션들의 자부심을 지켜줘야 한다. 간담회에 참여한 강백수는 시인 겸 싱어송라이터다. 인디 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이 백수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아 '백수'라는 예명을 지었단다. 강백수의 노래 '삼겹살에 소주' 가사처럼 삼겹살에 소주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지자체의 진심 어린 배려와 시민들의 함성만 있다면 뮤지션은 행복할 수 있다.부평구는 시민 주도의 문화두레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선조들의 두레도 연대와 협업 후에 임금을 결산해서 주고받았다. 공공의 영역에서 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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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장애인 참정권 지면기사
선거의 계절, 장애인들은 반갑지가 않다. 불친절한 선거제도에 좌절과 소외만 커지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공약, 선거 여론조사, 투표소는 남의 나라 이벤트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65만2천860명(2022년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2%다. 지난 대선은 0.73%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시각장애인은 후보자 정보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65조는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로 대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후보자들이 빠져나갈 그럴듯한 핑계가 된다. 점자 특성상 일반 글자보다 3배 이상의 분량을 소모하지만 면수 제한이 있어 정보가 빈약하다. 투표장에서는 어떨까. 시각장애 유권자는 투표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기표한다.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했다고 전적으로 믿어야만 한다. 비밀투표의 원칙에서 배제된다.계속 울려대는 청각장애인의 휴대폰, 중요한 전화일까 싶어 수어로 전달해 주는 손말이음센터에 중계를 요청해놓으면 영락없이 선거여론조사 전화다. 거리에서 유세하는 정치인들을 만나도 수어 통역사가 없으니 무슨 공약을 외치는지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하다.25만5천명 발달장애인 역시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선거공보물은 높은 벽이다. 선관위가 선거공보물 내용을 한자어는 풀어쓰고 그림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니 지켜질 리 만무하다. 영국과 스웨덴의 선거공보물은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글씨 크기도 크다. 대만과 아일랜드 역시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나 후보자 사진이 들어간다. 도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모의 투표 체험 기회를 확대해 특수형 기표용구 사용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15세기 조선 전기 세계 최초로 장애인단체 '명통시(明通寺)가 만들어졌고, 태종과 세종은 편견 없는 복지정책을 펼쳤다. 당시에는 장애인 복지정책을 잘못해서 원망이 하늘에 올라가면, 지상에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고 했다. 4월 총선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의 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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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괴식 열풍 지면기사
전 세계가 괴식(怪食) 열풍에 휩싸였다. 중국에선 고추커피까지 등장했다. '장시 스파이시 라테'로 불리는 이 커피는 아이스라테에 튀긴 고추를 넣거나 고춧가루를 뿌려 만든다. 한 잔에 20위안(약 3천700원)인 이 커피가 하루에 300잔 정도 팔린다니 요지경이다.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분개한다. 소스에 버무린 돌로 요리한 돌 볶음(수오디우·빨고 버린다는 뜻)에 비하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일본 오사카의 한 라멘가게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빠뜨린 '매콤달콤 미소라멘(950엔, 약 8천500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솜사탕 라멘에 이은 시즌메뉴로 성공을 거뒀다.SNS 세상에서는 괴식 챌린지가 시공을 초월해 전파되고 있다. 괴식을 자유로운 도전이자 개개인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한국에서는 라면, 과자, 햄버거 등 가릴 것 없이 '핵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하더니, 최근 초록색 녹말 이쑤시개 튀김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녹말 이쑤시개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이 검증된 바 없으니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고, 녹말 이쑤시개 제조업체 사장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먹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작된 이쑤시개 튀김 레시피는 중국 본토로 번져나갔다. '튀기면 운동화도 맛있다'는 유머를 실험이라도 하는 것일까. 호주에서는 해시브라운(으깬 감자 튀김)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고, 북미지역에서는 콜라에 담근 피자, 초콜릿 소스를 뿌린 스크램블 에그가 유행이라니 세계인의 괴식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먹방 유튜버의 챌린지 영상을 보면 유쾌함보다 안쓰러움이 앞선다. 푸드파이터들은 초코 게장밥, 군소 탕후루 등 기상천외한 괴식을 먹을 때 이성이 마비된 듯 비명과 눈물까지 쏟는다. 괴식 유튜버뿐 아니라 대식(大食) 유튜버의 건강 또한 조마조마하다. 아무리 타고난 '위대(胃大)한 먹수저'라고 해도 라면 25봉과 고기 80인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구독자 수 늘리기도 좋지만, 가끔은 평범한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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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용주골 여성들 지면기사
파주 용주골은 한국전쟁 직후 1953년 미군 상대 성매매 기지촌으로 형성됐다. 가난한 나라는 '외화벌이하는 애국자'라는 칭송으로 대중의 경멸을 가렸다. 박정희 정권 때 전국 104곳을 특정윤락지역으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운영된 적도 있지만, 미군기지가 축소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4년 현재는 수도권 마지막 집창촌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용주골 여성들은 지난해 1월 파주시가 완전 폐쇄를 발표한 뒤 1년 넘도록 내몰리는 심정이다. 동네 입구에 컨테이너 감시초소가 들어서고 불법건축물 행정대집행으로 압박의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곳엔 '언니(동료 성매매 종사 여성)', '이모(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숙식을 돕는 노년 여성)', 삼촌(포주 남성)'들이 아직 살고 있다. 불법이지만 어쨌든 이들에게는 생업의 터전이다.용주골 여성들을 분노하게 한 계기는 시민들의 폐쇄 지지 퍼포먼스였다. 자활 지원 여성단체는 지난해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 캠페인을 11차례 진행했다. 시민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영업 중인 용주골 거리를 거닐 때 유리벽 안 성매매 노동자들은 모멸감에 무너졌다.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는데 수치심이 많이 들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그들에게 조롱이고 혐오였을 테다."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나 기구한 삶이라고 불쌍해 하지 마세요. 포주에게 세뇌당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방 빼'라는 공권력의 부당함과 함께 싸워주세요." 용주골 여성 85명의 호소다. 이들은 스스로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 성 착취 범죄의 피해자 프레임을 거부한다.성매매 종사자의 페미니즘과 노동권은 공론장의 사각에 머물고 있다. 용주골 여성들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시민이다. 자신의 직업을 노동으로 주장할 권리가 있다. 목소리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다. 주류 문화와 다수 의견으로 이들의 인권과 노동을 규정하고 낙인찍는다면 일반화의 오류이자 폭력이다. 출간된 지 100년도 더 된 미국 성매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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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디지털 마약, 숏폼 지면기사
지하철을 타면 거의 모든 승객이 휴대폰 보기에 여념 없다. 숏폼(Short-form: 10~60초 길이의 짧은 영상 콘텐츠) 알고리즘의 바다를 헤엄치는 손가락이 아래위로 분주하다. 걸그룹 AOA 김설현이 지난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숏폼 광인(?)의 면모를 보이며 친숙한 매력을 발산했다.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양치하고 식사할 때는 물론 숏폼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니 '디지털 폼생폼사'(form生form死), 우리의 모습이다.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제치고 국내 사용자 1위 앱에 등극한 것은 숏폼의 힘이 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를 본 시간은 19억5천만시간이다. 2위 카톡은 5억5천만시간, 3위 네이버는 3억7천만시간이다. 유튜브가 카톡의 무려 3.5배다. 또 와이즈앱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1인당 숏폼 플랫폼 월평균 사용 시간은 46시간29분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1시간30분 이상 숏폼 시청에 할애하는 셈이다.2005년 오늘(2월 14일)은 유튜브 사이트가 설립된 날이다. You(당신)와 텔레비전 별칭 Tube를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당신을 위한 텔레비전', '당신이 곧 텔레비전' 정도의 뜻이 된다. 'TV는 바보상자'라 했지만, 지금은 유튜브가 사람들의 뇌를 바보상자로 만드는 형국이다.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더 강렬한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 절제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세상이다.전 세계적인 트렌드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정보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됐지만, 도파민 중독의 폐해는 심각하다. 디지털 마약으로 불리는 숏폼은 집중력과 이해력을 저하시키고 우울감을 높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진다. 기억력, 사고력,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말은 무심코 넘길 수 없다. 중국에서는 2021년 14세 이하는 하루 40분만 틱톡을 사용하도록 했다. 미국 유타·메릴랜드·사우스다코타주는 주정부 기기의 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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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미친 과일값 지면기사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값이 장난이 아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경기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사과는 52.1%, 배는 48.6%나 올랐다. 마트에서 제수용 사과 3개에 1만6천원이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사과는 지난해 봄 저온현상과 여름철 폭우, 6월과 10월엔 우박 피해까지 입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보다 30% 줄어든 39만4천t. 격감한 출하량에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별 재미가 없다. 배도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27% 감소한 18만3천802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영하로 떨어진 이상저온에 개화기 꽃눈이 흑변 괴사했다는 뉴스가 소환된다.제수용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용 과일들이 불티난다. 그중에서도 만감류가 인기다. G마켓에서는 오렌지 판매량이 556% 늘었고, 한라봉과 천혜향은 28% 증가했다. 한라봉과 천혜향 판매량은 명절 대표 제수 과일인 사과를 이미 추월했다. 딸기(130%), 바나나(67%), 키위(15%)도 덩달아 잘 팔린다. 비교적 저렴한 바나나도 金바나나가 될까 두렵다.유례없는 고물가에 시민들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 깊다. 지갑 두께는 그대로인데 씀씀이는 커지니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편치 않다. "차례상에 사과 한 알만 올리겠다", "사과·배 대신 귤과 바나나로", "고깃값보다 비싼 과일이라니"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과일 파동이 예고된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840억원을 투입한다며 법석이다. 선거철 서민체험에 나선 정치인들의 전통시장 순례가 잦아졌다. 어묵 국물 호호 불어 마시고, 떡 사 먹고, 사진 찍고 떠나면 4년 뒤에나 올 사람들이다.대목이어야 할 전통시장에 신명나는 흥정소리가 잠잠하다. 덤을 얹어준다고 구애해도 과일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 선뜻 장바구니에 담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가격표를 보는 소비자들의 눈은 말 그대로 '동공 지진'이다. 올해 설 차례상에 못난이 과일을 올려야 하나 고민할 지경이다. 시류에 맞춰 차례상 차림이 많이 간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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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네서점과 도서정가제 지면기사
초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 틈새에서 동네서점은 전멸 위기다. 반경 1~2㎞ 안에 동네서점이 있다면 행운일 정도다. 마실 가듯 들르는 서점이 아니라 마음먹어야 방문하는 서점이 됐다. 서점에서 책의 표지와 목차, 내용을 훑어보고 온라인 주문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쇼룸처럼 이용하는 소비자, 서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야속하지만 어쩌겠나.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논란이다. 도서정가제는 서점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하고 출판물의 최소 제작비용을 보전해 창작자와 출판사를 보호해 출판 생태계를 안정화한다는 취지다. 영어권을 제외한 독일·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대부분의 출판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 2014년부터 3년마다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출판사는 책을 발간할 때 정가를 표시해야 하고, 서점은 정가의 10%와 각종 마일리지를 포함해 최대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다.정부가 지역 영세서점에 한해 할인 한도를 풀어주고, 웹툰과 웹소설 등 전자출판물은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출판계는 "동네서점은 대형서점보다 매입원가 자체가 높은데 어떻게 더 할인하란 말이냐", "헌법재판소가 전자책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를 기각했는데 정부는 6개월 만에 뒤집나"라고 깊은 한숨이다. 웹툰·웹소설계에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풀려 다행"이라며 일단 반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작자 권리가 약해지지 않을까", "출판물 부가세 면세 혜택도 사라지나" 하는 염려도 크다.동네서점 주인장들은 하루하루 분투기를 쓰고 있다. 동네서점은 꽃집과 카페, 문구·소품점 등과 숍인숍으로 변신하면서 생존 중이다. 예약제 공유서점 간판을 달고 독서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약사가 주인인 서점부터 독립영화관 서점, 게스트하우스 서점, 한옥 서점까지 '뜻밖의 컬래버'가 그래도 다행이고 반갑다. 대형서점에 장르·순위별로 진열된 베스트셀러가 아닌 예쁜 인생책 한 권 발견하는 기쁨, 동네서점에서 누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