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기사
-
[참성단] '일용 엄니' 김수미
2024-10-27
-
[참성단] 경기도교육청 '채식주의자' 논란
2024-10-20
-
[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2024-12-04
-
[긴급사설] 윤석열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2024-12-04
-
[참성단] 자살 단톡방
2024-11-20
최신기사
-
[참성단] 정치적 환청 지면기사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때 전국 유세장을 돌며 "군부 독재를 '학실히' 종식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복모음 발음이 힘겨운 경상도 출신답게 YS는 '확실히'를 '학실히'로 발음했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정치인의 확신이 '학실히'를 통해 확실하게 대중에게 전달됐다. 1992년 대선 유세 때는 실제로 '관광도시'를 '강간도시' 비슷하게 발음하는 현장을 수차례 목격했지만, 기자들은 반주용 에피소드로 여겼다.특정 발음을 본인이 착각해 들은 대로 인식하는 일이 왕왕 있다.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이라 한다. 개그맨 박성호의 몬더그린 개그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팝송의 영어가사를 우리말로 바꾸었는데, 얼마나 절묘했는지 웃음 폭탄이 터졌다. 에릭 카멘의 노래 'All by My Self'는 '오빠 만세'로 지금도 회자되는 몬더그린 개그의 백미이다.몬더그린 현상은 기본적으로 착각이다. 본래의 말이 분명하게 있으니 착각이 재미 있으면 웃고 말 일이고, 심각하면 원전을 찾아 착각을 해소하면 그만이다.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마련이다.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중 사담에 나라가 엎어졌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회의에서 한국이 1억달러를 부담키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이 국내 지상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탓이다. 유튜브 자막엔 ○○○을 '바이든은'으로 표기했다. 야당은 동맹국인 미국의 의회와 대통령을 욕해 동맹을 위협하고 국격을 떨어뜨린 외교참사라 일제히 공격했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국회는 한국 국회이며, ○○○은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민주당은 '바이든'으로 듣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날리면'으로 듣는다. 참석자들은 '○○이'로 들었다는데 최강욱 의원은 '짤짤이'라 했고, 많은 민주당 사람들이 최 의원의 주장을 두둔했었다. 대통령이 무심결에 한 실수로 덮어 줄 아량이 있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죽고 사
-
[참성단] '조문 논란' 지면기사
지난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세기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영국도 일상을 회복하고 이제 찰스 3세의 즉위식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만 여왕의 장례식이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을 외교 참사라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어서다.미국과 유럽에는 조문객들이 관에 안치된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대면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뷰잉'(viewing)이라는 문화가 있다. 영화에서 자주 접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민주당 공세의 핵심은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을 직접 알현(viewing)하지 않았으니 조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탁현민은 "육개장 먹고 발인만 보고 온 것"이라 했고, 김의겸 의원은 "조문을 안하고 육개장만 먹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을 상갓집 육개장만 축낸 사람으로 만들었다. 청와대는 영국 왕실의 안내와 의전에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조문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참사 수준으로 영국의 조문 의례를 모욕했다면 영국 언론부터 난리가 났을 테다. 장례식장에 늦게 도착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줄 세운 나라가 영국이다.그런데 우리끼리 웨스트민스터홀 뷰잉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장례식 참석 중 무엇이 진짜 조문인지를 두고 정쟁을 벌인다. 문상객끼리 조문 예법을 놓고 멱살잡이를 벌이니 상주 입장은 황당할 테다. 답답했던지 SBS 시사프로그램이 20일 주한 영국 대사에게 무엇이 진짜인지 물어봤다. 콜린 크룩스 대사는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자체가 "조문"이라며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 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영국 왕실에 유권 해석이라도 요청할 기세다.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영국 방문 중에 호텔 로비에서 조문단 일행과 팝송을 합창해 구설에 올랐다.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비난과 옹호 여론이 들끓었다. 상갓집에서 고성방가? 육개장만 먹었다고 몰아대는 우리 야당에겐 단박에 대통령 탄핵거리였겠다.캐나다 야당 의원의 촌평이 인상적
-
[참성단] '황금 티켓 신드롬' 지면기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9일 '한국 경제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OECD가 38개 회원국가에 2년마다 정책보고서를 제공한다. 각국의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점검한 결과이니 아픈 지적이 많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국가 재정지출이 늘어나 현재 50%인 정부 부채비율이 2060년에 140%를 넘을 것이라 경고했다. 퇴직연령 연장, 연금개혁, 기초연금 재설계를 서두르라 촉구했다.가장 뼈저린 비판은 '황금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다. 개인들이 명문대 진학, 대기업·정부 취업 등 낮은 확률의 황금 티켓을 잡으려 '올인'하는 사회적 현상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드롬이 교육과 직업훈련제도를 왜곡하고,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칸막이를 치는 바람에 청년 고용 하락과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OECD가 지적한 대목은 우리가 경제 선진국에 진입한 이래 끊임없이 고민해 온 국가적 숙제이자 사회적 현안이다. 그런데도 아픈 이유는 국제사회가 한국적 병리현상을 국가위기와 경제실패 사례로 주목하고 이를 설명할 용어를 작명하기에 이르러서다. 숨겨 온 치부를 들킨 느낌이랄까.'황금티켓'인 대기업, 정부,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순간 사회적 신분은 안정되고 상승한다. 일단 티켓을 거머쥐면 노조와 제도가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문제는 티켓의 수가 제한적인데 있다. 티켓 획득에 실패한 다수는 비정규직, 중소기업, 자영업을 맴돌거나, 황금티켓 획득을 꿈꾸며 배달 플랫폼에 청춘을 갈아넣어야 한다. 결혼도 출산도 뒤로 미룬 채 말이다.OECD는 신드롬 치유 방안으로 정규직 보호 완화와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이라는 얘기다. 우리도 알고 수많은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현장에서 거부당하고 실패했다. 노조는 해고 없는 노동에 집착하고, 대기업은 노조와 규제를 피해 해외투자를 늘린다.'오징어 게임'이 괜히 한국
-
[참성단] 한 학기 한권 읽기 지면기사
교육부는 2015년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고, 핵심 교과과정으로 독서를 꼽았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도입한 배경이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 상상력, 창의력, 소통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학생들의 절대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탄식이 높았던 터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현장에서도 환영받았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년간 20권의 책을 읽게 된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고 토론하면 수백권의 독서로 확장될 수도 있다. 20권의 책 중 단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학생들도 적지 않았을 테다.'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문인과 저술가들이 '교육부TV(2017.12.18)'에 출연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훈 작가는 "많은 혼란과 의문이 머리에 벌벌 끓게끔 만들어야만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이 된다"며 "선생이 이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시동을 잘 걸어주"는 독서 교육을 당부했다.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한 권 읽기'가 성취기준과 교수·학습 대상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당장 현장 국어 교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국어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은 학생들이 많다"는 어느 교사의 증언은 '한 권 읽기'의 교육적 효과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물론 현장에선 부작용도 있을 테다. 특히 교사단체 사이의 이념적 지향이 다른 상황에서 독서 교육의 편향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상식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할 일이지 다짜고짜 생략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須讀五車書)는 수준은 몰라도, 10년 동안 20권 정도의 책을 읽히겠다는 의지마저 10년을 못 채우고 포기하면 교육을 책임진 정부 부처라 자부하기 힘들다."여러분 각자가 항상 배낭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
-
[참성단] 미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면기사
에미상 시상 대상은 미국내 방송 제작물이다. 미국 입장에선 국내 방송 잔치를 외국에 개방할 이유가 없고, 한국 드라마가 수상할 명분도 없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어로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에미상 74년 역사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수상은 최초의 사건이다.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황동혁 감독은 10년 이상 구상해 온 드라마를 예술적,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정재, 오영수 등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전세계 시청자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은유한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에 직관적으로 공감했다.독보적인 걸작으로 손색 없는 '오징어 게임'이지만 작품만으로는 에미상 수상이 불가능했다. 국적(?)이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오징어 게임의 IP(지적 재산권)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 소유다. 덕분에 돈방석에 앉았다. 1조원의 수익에 기업가치가 급등하고 유료가입자가 폭증하는 특수를 누렸다.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한 황 감독과 출연배우들은 하청 대금 250억원을 나누어 가졌을 뿐이다.오징어 게임의 수상을 '사건'으로 보도한 한·미 언론의 인식엔 커다란 격차가 있어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이제 자막으로 시청하는 외국어 드라마도 미국 드라마로 인정해야 할 시대인 점에 주목한 듯싶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즈니+', '애플TV+' 등 미국의 거대 OTT 기업들이 전 세계 제작자들에게 하청을 맡기고 있다. 미국 토종 콘텐츠만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은 미국 방송산업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선언에 가깝다. 한국 드라마, 한국 배우에 집중하는 우리 언론 보도와 결이 달라 보인다.OTT 기업의 강력한 창작 파트너인 K-드라마가 제값을 못 받고 있다. 방송 콘텐츠 외주제작사에 대한 발주사들의 갑질과 착취가 만연했던 탓이다. 황 감독은 10년 넘게 국내 투자자를 찾지 못해 넷플릭스 하청 제작자가 됐고, 그 탓에 오징어 게임은 '미드'가 됐다.
-
[참성단] '성균관 차례상' 지면기사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의 기본 음식인 송편, 나물, 적(炙·구이), 김치, 과일, 술만으로 차려진 차례상은 매우 간소했다. 성균관은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대례필간(大禮必簡)을 간소한 차례상의 근거로 들었다.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대유학자 김장생의 '사계전서'를 인용해 전(煎)과 같이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을 올리는 것도 예가 아니라고 했다.성균관의 차례 간소화 방안을 따르면 차례상만 조촐해지는 것이 아니다. 차례상에 음식을 놓는 법식인 진설(陳設)을 놓고도 다툴 일이 없어진다.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문헌에 없는 예법이니 편하게 올리면 된단다. 사진으로 지방(紙榜)을 대신해도 상관 없단다.제사를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형법 158조)에 처할 정도로 제사는 우리 정신문화의 정수이다. 또 가장 격렬하게 변화 중인 문화이기도 하다. 고조부터 모시는 4대 봉사(奉祀)는 3대나 2대로 줄었다. 한·두 자녀 가정이 대세가 되면서 제사 문화의 중심인 장남·장손들이 없는 집도 많고, 상속 지분이 같아지면서 장남의 봉제사 의무감도 희박해졌다. 차례상 배달업체가 등장한 지 오래이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차례 음식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MZ세대에겐 엄마가 앓았다던 명절 증후군이 요령부득일 테다.성균관의 파격적인 차례 간소화 방안은 제사 문화를 보전하려 유교 예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성균관 차례상'을 차렸다간 추석 아침 이집저집에서 분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어와 돔배기(상어고기)가 올라가야 하는 경상도 제사상처럼 문중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차례상 문화를 고집하는 어르신들 또한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래도 주머니 사정만큼 차례상이 초라해질까 걱정이던 서민들에겐 '성균관 차례상'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이 인증(?)한 상차림이니 더욱
-
[윤인수 칼럼] 국민은 정치 태풍을 키우고 있다 지면기사
힌남노가 한반도를 덮쳤다. '사라'와 '매미' 보다 강력한 슈퍼 태풍이다. 국토 전체를 뒤덮은 먹구름에서 비가 쏟아지고, 건물 사이를 질주하는 바람의 울음이 스산하다. 오늘 새벽 쯤이면 제주를 강타하고 남해에 상륙한 태풍의 세력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예보였다. 남해에서 스치듯 동해로 빠져나가면 감지덕지다. 만일 내륙 깊숙이 상륙하면 최악이다. 전국민이 힌남노의 진로를 주시하며 밤을 샜을 테고 나라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전국이 힌남노 공포에 휩싸인 5일 정치권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선 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허위 해명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특검 발동을 경고했다. 앞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백현동 특혜의혹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소환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오늘이 이 대표 소환일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표의 검찰 출두 여부에 집중될 것이다. '국민' 입에 단 정치인 '재난예방' 함께해야여민은 동락할때 보다 동고할때 더 큰 의미 대통령이 고발당한 날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준석 축출을 위한 첫 비대위가 법원 심판으로 무산되자, 당헌까지 바꾸어 새 비대위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준석 죽이기가 무슨 역사적 소명이라도 되는 것인 양, 끝을 보려 여당의 위상도 공당의 기본도 팽개쳤다.같은 날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예능감을 한껏 과시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이 후보자는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 반복됐다. 당연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감독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후임인 박범계 전 장관도 이를 유지했다. 선택적 망각은 코미디의 단골 소재다. 김 의원의 한 방에 국민
-
[참성단] 추석 태풍 지면기사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20개 이상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남기고 소멸한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한반도는 단군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엔 대풍(大風) 피해 기록만 700여건에 달할 정도이다. 일본 정벌에 나선 여몽연합함대를 휩쓸어버린 태풍을 일본은 신풍(神風·가미카제)으로 믿었다.우리 시대에 경험한 가장 강력한 태풍들은 공교롭게 추석 연휴를 강타했다. 1959년 추석(9월 17일)에 한반도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전설적 피해를 남겼다. 전후 복구에 안간힘을 쓰던 나라와 국민을 매몰차게 할퀴었다. 일기예보도 없던 시절 조촐한 차례상을 차렸던 국민 849명이 사망했고, 37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부산은 고립됐고 재산 피해는 정부 예산의 15%에 달했다. 사라가 지금껏 태풍 트라우마의 대명사로 남은 까닭이다.2003년 추석 연휴를 강타한 '매미'는 최대순간풍속 60m/s를 기록한 살인적인 강풍으로 남해안 도시와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부산항 타워크레인들이 줄줄이 넘어갔고, 제주도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간판을 비롯한 인공구조들이 도시의 하늘을 날았다. 사망·실종자 130여명에 4조2천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매미는 바로 전 해에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며 역대 최악의 재산피해(5조1천500억원)을 남긴 '루사'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루사와 매미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우리의 제안으로 두 이름은 태풍 명단에서 제명됐을 정도였다.추석 연휴를 앞두고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6일 오전 부산 앞바다 상륙을 예고했지만 제주에선 폭우로, 전국에선 날 선 바람으로 이미 징조는 강력하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인 슈퍼 태풍이라니 걱정이 크다. 과수 농가는 설익은 과일을 서둘러 따고, 남해안 포구마다 어선들을 뭍으로 인양하느라 분주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어야겠다.바다 수
-
[참성단] 굿바이 고르바초프 지면기사
역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역사적 주사위를 던진 특별한 인물을 만나 진로를 바꾼다. 우리 시대에서 그 정도 인물을 꼽자면 단연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우선이다. 그가 주도했던 세계사의 전환을 직접 목격했던 역사적 체감은 여전히 생생하다. 1985년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최고 권력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할 때 표방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로 냉전을 종식하고 소련을 해체했다.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은 애초에 한계에 직면한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체제를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였다. 시장경제의 부분적 허용과 사유재산 제도를 도입했고 언론자유를 허용했다. 안정적인 개혁, 개방을 위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핵 군축 조약을 체결하고,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단행했다. 1989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2차 대전 이후 지속된 냉전을 공식적으로 종결시켰다.소련 위성국가들에 대한 정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 폐기는 세계지도를 바꾸었다.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민주국가로 전환됐고, 독일이 통일됐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소비에트 연방의 공화국들이 속속 독립을 선언했다. 소련 최초의 대통령이 됐지만 개혁, 개방의 반동으로 소련은 급격히 해체된다. 결국 공산당 잔존 세력의 쿠데타를 평화적으로 진압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 1991년 소련을 해체하자,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한다.자유진영 국민들은 그를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부를 만큼 사랑했다. 우리에게 끼친 영향도 각별하다. 1990년 한·소 수교로 북방외교의 활로가 열렸고, 소련이라는 현관을 통해 중국은 물론 구 공산권 국가들로 외교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강력했던 소련 연방 해체의 원흉으로 지목돼 푸대접을 받아 말년이 외로웠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초래한 세계질서의 변화는 고르바초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라는 평가와 분석이 우세하다. 역사가 사람을 부리는 방식일테다.역사는 반동에 의해 반복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
[참성단] 공혈견과 헌혈견 지면기사
사람 몸의 혈액량은 몸무게의 7~8%인데, 체중이 60~80㎏인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5ℓ정도의 양이다. 혈액이 공급하는 영양과 산소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어, 과다출혈로 혈액의 3분의 1 이상을 잃으면 죽는다. 사고현장에서 지혈이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이고, 혈액 수혈 없는 수술실은 상상할 수 없다.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봉사이다.반려동물도 수술과 질병 치료 과정에서 수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헌혈과 수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그런 상황이 닥쳐도 수혈까지 용인할 반려문화는 아니었다.시대와 문화가 확 달라졌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가 600만가구를 넘고, 반려견이 600만마리에 육박하고 반려묘도 200만마리를 넘겼다는 통계다.(KB금융그룹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폭증하는 반려인구를 겨냥해 정당들이 동물권을 주장하고 개식용 반대를 강조하는 시대이다. 무엇보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교감과 유대가 '가족' 수준으로 높아졌다.'공혈견 (供血犬)'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다. 공혈견은 문자 그대로 피를 공급하는 개, 특수목적견이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잡자, 수술은 물론 혈소판 부족, 백혈병 등 수혈이 필수인 반려견 질병에 대한 치료 수요도 폭증했다. 공혈견은 반려견 치료용 혈액의 주요 공급원이었다.그런데 공혈견의 견생(犬生)이 식용견만큼이나 기구하다. 다른 개를 살리려 평생 뜬장에 갇혀 혈액을 채취당하니, 식용견 못지 않은 일방적 희생이다. 대안으로 헌혈견 캠페인이 한창이다. 반려견의 헌혈을 일상화하자는 얘기다. 문제는 국내 반려견 80% 안팎이 헌혈 조건에서 벗어난 소형견인 점이다. 공혈견이든 헌혈견이든 2~8살 사이에 체중은 25㎏ 이상이고 혈액에 문제가 없어야 채혈이 가능하다.각종 개물림 사고가 빈발한 탓인지 반려인 사이에서도 대형견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 높았다. 우리 집 막내 몰티즈, 푸들,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