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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심심한 사과' 파문 지면기사
'심심한 사과'가 일으킨 일파가 만파로 번지고 있다. 알려진 대로 한 카페 사장이 웹툰작가 사인회 예약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사과 공지문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들이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며 '심심한 사과'에 분통을 터트렸던 모양이다.온라인에서 먼저 시비가 일었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의 순우리말 '심심한'으로 오독했다는 조롱이었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언론이 이를 냉큼 받아 '문해력'을 공론장에 올렸다. '가제(假題)'를 '랍스터'로,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유선상(有線上)'을 '사람 이름'으로 오인한 사례 등을 줄줄이 추가하며 저조한 문해력을 문제 삼았다.한글은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위대한 문자이지만, 표기하는 단어와 어휘의 태반이 한자어라 동음이의어가 넘쳐난다. 수많은 한자어를 모조리 외우지 않는 한 지식인, 전문가들도 자기 전공분야 밖에서는 전체 문장의 맥락으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심심한 사과'만 해도 그렇다. '심심'뿐 아니라 '사과' 역시 하나의 동음(同音)에 이의(異意)가 여럿이다. '사과(謝過)'는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이고, '사과(赦過)'는 잘못을 용서한다는 의미이며, '사과(沙果)'는 과일이다.카페 주인이 공개적으로 '심심(甚深)한 사과(謝過)'를 할 정도면 고객의 불편과 피해가 심각했을 것이다. 분이 안 풀려 "안 심심(甚深)하다" 받아칠 수 있고, "심심한(맛이 싱겁다) 사과(沙果)"에 빗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런 의미였다면 오히려 대단한 문해력이다.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모르면 사실상 문맹이다. 어려운 용어로 계층을 가르는 권위와 권력은 반민주적이다. 언어의 불통으로 사회적 소통을 제한한다. '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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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기후변화와 인간의 욕망 지면기사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에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댄 지 오래됐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 충돌로 대책이 지지부진한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는 확대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스콜성 기습 폭우가 지속되면서 많은 피해를 남겼지만, 지구촌 곳곳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의 발데카나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7천년 전 거석 유물인 '과달페랄의 고인돌', 일명 '스페인 스톤헨지'가 웅장하게 솟아났다. 중국에선 양쯔강이 마르자 600년 전 석불 3개가 발견돼 화제다. 폭염과 가뭄으로 수몰됐던 유적들을 마주하는 아이러니에 표정 관리가 애매해진다. 스페인 스톤헨지를 박물관이나 고지대로 이전하자는 여론이 있다지만, 이런 가뭄이 지속된다면 옮길 이유가 없다. 양자강의 물이 마르면 적벽대전의 박진감도 반감되고, 중국 문명이 위험해진다.폭염은 인류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추악한 만행도 남김 없이 백일하에 드러냈다. 수위가 낮아진 다뉴브강엔 독일 군함 수십 척이 떠올랐다. 2차 세계대전 때 강을 따라 후퇴하던 중 난파한 군함들이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마주한 나치와 히틀러의 광기는 마치 수장 불가능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상징하는 듯싶어 가슴이 서늘하다. 미국에선 후버 댐으로 생긴 미드 호수 바닥에서 네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미 수사 당국은 라스베이거스 갱단들의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을 증발시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성선설'이 무색하다.예측 불가능한 기후 대격변이 자연생태계와 인류문명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북극 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탄저균이 풀려났다. 공룡시대의 바이러스와 세균들의 출현은 시간문제다. 그 와중에도 인간의 욕망은 녹아 생긴 북극항로와 에너지를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뜨겁다.인간의 문명을 유지하는 식량, 에너지, 천연자원 등이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국가 단위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 틀림없다. 이상 기후로 드러난 유적과 사건·사고의 흔적들은 인류를 향한 경고일지 모른다.기후변화로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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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마트치킨의 역습 지면기사
대형마트 조리식품 판매대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치킨, 훈제삼겹살, 초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아서다. 하지만 고민이 깊어진다. 뛰어난 가성비 만큼이나 맛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번에 먹기에 터무니 없이 많은 양도 걸림돌이다. 먹다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서 실종되면 가성비도 의미가 없어진다. 가격과 양에 홀려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아내의 지청구에 등 돌리는 남편들이 적지 않다.가성비가 너무 높아 홀대받던 마트치킨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마리당 6천990원짜리 '당당치킨'을 매대에 올려놓자,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치킨대전이 발발했다. 롯데마트가 한 마리 반 분량의 '한통치킨'을 8천800원에 내놓더니, 이마트는 5천980원짜리 치킨으로 가세했다. 당당치킨은 약 40만마리가 불티나게 팔렸고, 대형마트 치킨매장엔 고객들로 장사진이다.프랜차이즈 치킨이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의 원가가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비밀이 공개된 탓이다.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킨 가격을 인상했던 터라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폭리를 의심했다. 업체들은 재룟값, 임차료, 인건비, 배달수수료가 빠진 마트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은 원료육과 튀김유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했다고 한다.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는데 고물가 추세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에는 가맹본사, 육계농가, 가맹점주, 배달라이더, 소비자의 이해가 얽혀있다. 가맹본사의 이익이 크면 클수록 남은 사람들의 이익과 편의는 적어지거나 손실이 발생한다.치킨 프랜차이즈의 수익은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이익과 편의를 보호해야 한다. 현실에선 반대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악명 높다. 가맹본사의 쥐어짜기 경영으로 창업보다 폐업하는 가맹점이 많을 정도다. 소비자에겐 오만하다. 비합리적인 가격 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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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외과, 산부인과 의사 실종 사태 지면기사
1994년 방송된 '종합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드라마다. 종합병원답게 다양한 전문의들이 등장하지만, 시청률 견인차는 외과 수술 장면이었다. 시청자들은 유혈이 낭자한 수술방에서 환자를 살리려 분투하는 외과의들의 수술 집도 장면에 몰입한다. 의학드라마 주인공 대부분이 외과의사인 이유이다.거대병원의 권력 암투와 이윤추구에 환멸을 느껴 한적한 시골의 돌담병원에 은거한 '낭만닥터 김사부'도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트리플보드 의사이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나는 거다." 시청자들은 환자 살리는 일이 의사의 낭만이라 여기는 김사부에게 열광했다.천재 자폐 의사가 주인공인 '굿닥터'는 소아외과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볼펜 크기의 미숙아 수술과 그보다 작은 태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가 불합리한 의료보험체계와 이익만 추구하는 병원때문에 홀대받는 현실을 고발한 덕분이다.'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외과의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앞선 드라마들의 클리셰를 전복했다. 의대 동기인 흉부외과, 소아외과, 간담체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밴드활동도 하고 사랑도 나누며 폭주하는 업무를 슬기롭게 감당한다는 스토리다. 마치 외과의사들을 위로하는 듯한 역발상이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그러나 현실에선 외과의사들이 없다. 최근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 불행한 아이러니로 외과의사 고갈 실태가 사회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외과뿐 아니다. 지방 병원엔 오래전에 산부인과 의사 씨가 말랐다.외과는 환자의 생사에 직접 관여하는 필수 의료분야이다. 적정 인력의 외과 의료진 유지는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출산을 애국으로 떠받들기 시작한 나라에서 산모가 진통을 견디며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고, 미숙아와 태아를 돌볼 소아외과 의사가 없다니 어쩌자는 말인가.이국종 교수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분야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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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당(公黨), 붕당(朋黨), 사당(私黨) 지면기사
한국 정당 정치는 해방 직후 미군정 아래에서 발아했다. 신탁통치 반대를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이 정당 결사를 주도했다. 해외파인 이승만, 김구는 자유당의 전신인 대한독립촉성국민회를 조직했고, 국내파인 김병로, 조병옥 등은 한국민주당을 창당했다. 제헌국회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자 정당들의 역할도 확립됐다. 이승만이 창당한 자유당을 제1야당인 한민당이 견제하고 나서면서 여야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다.정당들의 이념적 정체성은 박정희 군부정권 시대에 분명해졌다. 박정희 독재의 주춧돌인 민주공화당은 보수, 김대중·김영삼이 반독재 투쟁을 주도한 민주당은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다. 공화당은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보좌한 산업화 시대의 전위였다. 민주당은 박정희 군부독재가 유예한 민주와 인권의 회복에 헌신해 민주화의 주역이 됐다. 자유당-공화당을 이은 민정당과 한민당-민주당을 계승한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이 87년 개헌안을 통과시켰을 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완성한 기적의 나라가 됐다.지금은 상대 진영과 중도층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대한민국 정당 역사의 맥락을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이 분분해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낸 보수, 진보 정당의 역사를 계승한 공당(公黨)의 위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한국 보수와 진보 정당의 적자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핵관은 미약한 명분으로 대표를 탄핵하고, 이준석 대표는 당에 소송을 걸었다. 정파간 권력 투쟁이 도를 넘어 당을 집어삼키니 본말이 전도됐다. 사색당파 보다 더한 붕당(朋黨)으로 전락했다.더불어민주당도 심각하다. 대선 패배 후 총선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은 셀프 공천 의혹을 받는다. 총선처럼 대표 경선 출마 또한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는데도 나홀로 독주를 이어간다. 방탄용 당헌 개정도 확실해 보인다. 당에 이재명과 개딸들만 보인다. 정파의 과잉 만큼이나 정파의 소멸도 공당을 위협한다.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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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간호사 현은경' 지면기사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간호학도들이 임상수업을 나가기 전에 촛불을 들고 가운을 입고 복창하는 '나이팅게일 선서'이다. 영국 명문가의 막내딸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집안의 반대에도 간호사가 돼 크림전쟁에서 부상병을 간호한다. 늦은 밤 작은 등불을 들고 병동을 순회하는 그녀를 보도한 타임지 기사로 '등불을 든 여인'으로 유명해졌다. 그녀로 인해 병원 잡역부로 취급받던 간호사의 위상이 달라졌다. 나이팅게일 선서는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이자 간호사의 대모를 기리려 제정됐다.2000년부터 해마다 국가고시를 통해 1만명 이상, 2017년부터는 2만명 안팎의 간호사들이 배출돼 의료현장에서 일한다. 간호사는 의사와 동등한 법정 의료인이다. 간호대에 입학하는 남학생 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간호사=여성'이라는 공식이 깨진 지도 오래다. 하지만 간호사를 의사와 환자 수발을 드는 역할로 보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메디컬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도 대부분 의사다. 최근에는 태움 문화로 간호사들 스스로 발등을 찍기도 했다. 간호사를 아가씨, 언니, 저기로 호칭하고 하대하며 막말하는 환자들이 수두룩하다.간호사 현은경이 7일 안장됐다. 지난 5일 이천의 투석전문병원을 덮친 화마 속에서 투석 중이던 환자 4명의 곁을 끝까지 지키다 같이 희생됐다. 50세의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홀로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석 치료 중이던 환자들은 두 다리가 없거나 고령자들로 도움 없이는 재앙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이기심과 이타심 모두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하면 자신의 생존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간호사 현은경은 살 길을 향하려 환자들에게 등을 보이기가 죽기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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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미·중 동아시아 패권 전쟁 지면기사
냉전시대 자유진영에서 대만은 유일한 중국 정부였다. 우리도 대만을 자유중국으로 호칭했고,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공'이라 일개 정당 집단으로 홀대했다.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에 가입해 '중국' 국호를 독점하면서 대만의 국제적 지위는 처참하게 추락했다. 미국, 한국 등 냉전자유진영의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적수공권 대만을 지킨 건 민주주의와 경제였다.대만 헌법상 중국 본토는 미수복 지역이다. 장개석 국민당 정부를 계승한 대만 정부가 본토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주장이다. 6·25 전쟁 때 한반도에서 쫓겨난 대한민국이 제주도에서 정부를 이어가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맞서는 처지를 상상하면 비교가 쉽다.중국 입장에서 보면 택도 없는 소리다. 중국도 당연히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본다. 그래도 중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에 도전하기엔 국력이 부족했던 시절엔 무력 통일은 자제했다. 대신 경제, 정치적 영향력으로 대만을 중화 문화권에 가두는 데 그쳤다.시대와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이 미국에 선전포고급 군사 시위를 감행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격돌의 방아쇠가 됐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주권 침해로 규정한다. 자국 영토에 허락 없이 방문했다는 것이다. 펠로시는 굴하지 않고 중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선택에 직면한 이때 대만인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인권 탄압도 직격했다.중국은 대만 해역과 상공을 항모와 전투기로 포위했고, 미국도 항모전단과 전투기를 급파했다. 분이 안 풀린 중국은 대만에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당장 대만 금문도를 포격해도 이상할 것 없는 형국이다.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응전이 현실이 됐다.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거쳐 어제 입국해 오늘 일본으로 출국한다. 펠로시의 대북 발언 수위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한국-일본으로 이어진 펠로시 라인은 향후 미·중 패권 전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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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숙명적인 위기의 나라 대한민국 지면기사
대한민국은 교역규모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자랑할 만한 지표지만 함정이 있다. 세계 경제의 선순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선순환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속절 없이 추락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외환이 빠져나가고 서민 대출자는 초주검이 된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니 원부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해 기업들이 비명을 지른다. 에너지와 식량을 지배하는 국가들의 정치 격변에도 속수무책이다. 세계경제 위기는 국민의 삶을 일상에서 집요하고 적나라하게 위협하는 중이다. 나라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인데 국민은 오늘이 고통이고 내일이 무섭다.대한민국은 세계 6위 군사강국이다.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고, 국산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에 성공한 나라이긴 하다. 현실은 공허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의 격차가 엄청나 6위를 실감할 수 없다. 국가 안보는 친중사대와 한미동맹을 오락가락하고, 핵무장국 북한이 우리를 하대한다. 세계 6위 군사강국의 실상은 최소한의 자위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제든 군사든, 아니면 둘을 합친 국력이든 규모는 세계급으로 성장했지만, 지정학적 종속 현실이 변한 적은 없다. 역사의 왕조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위기가 숙명인 나라이다. 산업·민주화로 나라꼴 갖추고 국민주권 수복정치·행정 등 권력 두패로 갈려 기득권 쟁탈 기적은 역설에서 탄생한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생존의 동력으로 전복했다. 악착같이 일했다. 전 국민이 인권과 복지를 유예하고 노동 전사가 돼 산업화에 매진했다. 엔화로 고속도로를 놓고 제철소를 지었다. 하청기업 수준이던 국가경제는 세계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타고 독자 브랜드 경제로 도약했다. 경제에 숨통이 트이자 유보된 민주적 권리를 회복하려는 열망이 폭죽처럼 터졌다. 국민은 민주화에 목숨을 걸었고 쟁취했다.1970, 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 전쟁을 관통하면서 나라 꼴을 갖추고 국민 주권을 수복한 기적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불과 반세기도 안되는 시간의 기적이었고, 40대 이상 국민은 이 시대의 참여자이자 증언자들이다. 위기에 직면한 나라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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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젊은 '배다리' 지면기사
구한말 개항 도시 인천은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고다. 조선이 쇄국을 포기하고 인천항을 열강에 개방하자 근대 문물이 쏟아져 들어온 덕분에 대한민국 최초 유산이 즐비하다. 대불호텔, 애관극장, 팔미도 등대는 제 분야에서 대한민국 1호 건축물이다. 최초의 야구경기가 열린 구도(球都)이자 대한민국 첫 철도노선(경인선)의 한 축이었다. 부두 노동자로 유입된 중국인들은 짜장면의 역사를 열었고, 선교사들이 지은 '내리교회'는 한국의 어머니교회로 불린다. 건축, 스포츠, 음식, 종교를 망라한 근대 문화의 성지가 바로 인천이다.하지만 제물포를 중심으로 번성한 개항 문화의 피해자들도 있었다. 일본과 청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은 개항장 일대에 조계를 설정해 그들만의 성역을 만들고, 조선인들을 쫓아냈다. 외국인들이 조계지의 제물포구락부에서 희희낙락할 때, 쫓겨난 조선인들은 후미진 곳에서 다시 마을을 만들어야 했다. '배다리'도 그 중 하나이다. 밀물 때 수로를 통해 작은 배들이 드나든데서 유래한 명칭이라는데, 현재 인천 동구 금창동과 송현동 일대가 그곳이다.개항 역사 한켠에서 시작된 배다리 마을은 인천 원도심의 역사를 관통해왔다. 일제시대에는 국내 최초의 성냥공장 조선인촌주식회사에서 식민지 소녀들이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한국전쟁 때는 월남한 실향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산업화 시대에 유입된 노동자들로 만원이 됐다. 야트막한 수도국산에 거대한 달동네가 들어섰다. 실향민과 노동자들은 자녀 교육에 악착같았고, 가난한 아이들은 헌책방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구했다. 배다리에 헌책방 골목이 번성한 까닭이다. 궁핍했지만 희망의 서정과 서사가 있던 '배다리'였다.시간이 흘러 나라 전체에 궁기(窮氣)가 걷히면서 배다리의 서정과 서사도 희미해졌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과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옛 기억을 붙잡고 있을 뿐이다. 다섯개 헌책방이 겨우 명맥을 잇고 있으니 헌책방골목의 추억도 듬성듬성하다.인천시 동구청이 배다리를 살리기 위해 금창동 일대를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하고, 2020년부터 올 3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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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윤이나 파문 지면기사
대중화됐다지만 골프는 여전히 서민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다. 장비와 골프장 이용료도 비싸거니와 입문 단계는 물론 실력을 유지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꾸준히 치러야 한다. 그래도 골프 인구는 지난해 기준 564만 명으로 급증했단다. 스크린 골프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골프장들도 평일에도 부킹 전쟁을 벌일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대중화의 후유증인가. 아마추어들의 골프 현장은 요절복통이다. 1번 홀 타수를 모두 파로 기록하는 일파만파는 캐디 룰로 정착된지 오래다. 벌타 없이 멀리건이 남발되고, 경기 지연의 원흉(?)인 초보 골퍼들은 러프나 벙커에 빠진 공을 페어웨이로 옮겨 치는 특권(?)을 누린다. 친목과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인 아마추어 골프 문화인 셈이다. 진지하게 룰을 따지며 공을 치는 팀이라면 내기 골프가 틀림 없다.프로 골프에선 어림 없는 일이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자긍심도 있지만 한타 한타가 돈이니 룰을 철저하게 따지고 지킨다. 2017년 미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는 최악의 벌타 사건을 기록했다. 미국의 렉시 톰슨은 3라운드 17번 홀에서 볼 마커 보다 몇 ㎝ 떨어진 곳에 공을 놓았다. 모두가 모르고 지나간 일을 시청자가 제보했다. 경기위원회는 다음날 4라운드 경기 중인 톰슨에게 오소 플레이와 스코어카드 오기로 4벌타를 부과했다. 톰슨은 단독 1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결국 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우승을 헌납했다.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신성으로 등장한 윤이나가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 15번홀 러프에서 남의 공을 친 사실을 뒤늦게 자진 신고했다. 당시 경기위원에게 이실직고했으면 2벌타를 받아야했지만, 알고도 모른 체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미담이 될 뻔한 자진 신고가 추문으로 번지고 있다. 코치와 부모가 당시 오구 플레이 은폐에 동조했고, 캐디의 경고를 무시한 사실 등이 공공연하게 퍼지자 자진 신고로 무마하려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윤이나는 오구 플레이를 숨긴 채 투어를 계속했고 지난 17일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