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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영희, 우영우, 이승민 지면기사
종종 허구가 현실을 지배한다. 2016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 문재인은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관람했다. 제작진과 무대에 오른 그는 "판도라 상자(원전)를 치워야 한다"며 원전 추가 건설 금지를 통한 탈핵, 탈원전 국가를 주장했다. 다음해 박근혜가 탄핵돼 물러난 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는 무대 인사를 대국민 정책 선언으로 발표했다.최근 종방된 tvN의 '우리들의 블루스'와 방송 중인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발달장애가 뜨거운 의제로 떠올랐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희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발달장애인이자 천부적인 화가이다. 영옥은 죄책감과 현실에서 고통받는 보호자다. 언니 영희를 감당할 수 없어 지하철에 버리기도 하고, 시설에 맡긴 채 외면한다. 영옥은 언니의 그림을 보고 무너지고,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영희의 실제 캐릭터인 정은혜 작가가 열연해 화제가 됐다.영희가 화가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피보호자 캐릭터라면, 자폐 변호사 우영우는 범접 불가능한 천재성으로 법정을 지배한다.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의 사실적 열연이 자폐인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해소했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광범위한 자폐 증상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뜻에서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점도 특별하다.드라마 히로인 영희와 우영우에 이어 최근엔 실제 발달장애인 히어로가 깜짝 등장했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프로골퍼 이승민이 제1회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한 것이다. 허구와 현실에서 동시에 등장한 자폐 천재들의 인간 승리 스토리로 '발달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강렬하다.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아주 특별한 우영우'를 지켜보기 힘들다고 한다. 우영우 보다는 형 살해범으로 몰릴 뻔한 '정훈'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재능으로 전업작가로 성공한 정은혜와 프로골퍼 이승민은 발달장애 가족에겐 너무 특별해 허구에 가까워, 희망인 동시에 고통이다.문재인은 수백만분의 1 밖에 안되는 원전사고를 상상한 영화적 허구를 탈원전 정책이란 현실로 만들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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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지면기사
"비행기를 이용하야 인심을 격발케 하고 장래 국내의 대폭발을 촉기(促起)하려 함이라." 도산 안창호가 1920년 2월 17일 일기에 남긴 글이다. 1919년 3·1운동 직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3·1운동에 버금가는 거족적 항일 투쟁을 이어가려 했다. 도산은 비행기를 선전·연락·침투와 같은 대일 비정규전의 요긴한 수단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비행기 구매는 결국 실패했다.대한민국 공군은 1949년 창설됐다. 육군본부 항공국에서 공군본부로 독립했지만 보유 전력은 비무장 L형 연습기 20대가 고작이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조종사 한 명은 조종간을 잡고 한 명은 폭탄을 손에 들고 북한군 탱크를 겨냥해 팔매질했다. 소련이 제공한 북한 야크 전투기를 만나면 꼼짝 없이 격추될 운명이었다.그나마 미국이 공여한 프로펠러 전투기 P-51 머스탱으로 공군 꼴을 갖췄고, 전후엔 '쌕쌕이'라 불린 제트 전투기 F-86 세이버로 전술 공군으로 변신했다. 1969년엔 월남전 참전 대가로 최신예 초음속 전투기인 F-4 팬텀의 네번째 보유국이 되면서 북한 공군 전력을 앞서기 시작했다. 당시 팬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대단해 추가 구매를 위한 방위성금 모금에 나설 정도였다.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대한민국 공군이 전투기 독립시대를 열었다. 19일 4.5세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가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최신예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지 21년 만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KF-21은 현존하는 최고 전투기 F-22 랩터에 비유해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이 붙었다.공군은 2032년까지 120대를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기 F-35와 함께 공군 주력기종 전체가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막강한 전력이 된다. 국산 전투기 생산으로 우리 지형과 전략에 맞는 전술 미사일을 마음대로 탑재할 수 있어 국방력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다니 든든하다.KF-21 개발 21년 동안 진보와 보수 진영 대통령이 6명이었다. 사업 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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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귀신이 곡할 '쌀값 폭락' 지면기사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함민복 시인이 1996년 발표한 '긍정적인 밥'의 첫 구절이다. 시 한 편이 밥이고 생계인 가난한 시인에게 야박한 원고료는 늘 서운하고 서러웠을 테다.시인이 쌀 두 말을 삼만원으로 계산했던 1996년 언론 보도를 찾아보니, 상품기준 쌀 20㎏의 도매가격이 3만3천970원이다. 시인의 계산과 얼추 들어맞는다. 오랜 세월 뒤주에 고인 쌀 높이는 이 땅의 백성들에게 목숨이 걸린 눈금이었다. 지금도 서민들은 쌀값에 민감하다. 유전자에 쌀에 목숨을 걸었던 역사적 문화적 트라우마가 새겨진 탓일 테다. 시인이 원고료를 쌀 두 말로 바꿔보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얻은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세계적인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유독 쌀값만 폭락해 농민들 걱정이 태산이다. 농협 창고에 재고미가 꽉 차있는 상황에서 45년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란다. 햅쌀 수확철이 임박하면서 쌀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전망이다. 곡창지대인 전라남도는 창고를 비우기 위해 도 전체가 판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등미 생산지인 경기도 이천도 햅쌀을 야외에 쌓아 놓아야 할 정도로 창고마다 쌀이 그득하다.쌀값 폭락 이유는 늘 그렇듯 수요를 훨씬 웃도는 생산량 때문이다. 기후영향으로 다소 들쭉날쭉하지만 생산량은 꾸준한 반면, 수요량은 격감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이다. 1일 소비량 155g으로 경실련이 계산해보니 국민 1인당 매월 쌀값 지출금액은 1만1천원, 하루 356원에 불과하단다. 1980년 1인당 쌀 소비량이 132.4㎏, 1990년 119.6㎏인데 비하면 고봉밥을 먹던 국민이 햇반 하나로 하루를 때우는 격이니,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다.그런데 농민은 쌀값 폭락으로 아우성인데 소비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실제 소비자들의 쌀 구매가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대기업의 햇반과 식당들의 공깃밥 가격도 올랐다.쌀은 넘쳐나는데 생산 농민은 가격 폭락에 울고, 소비자는 가격 인상에 놀라니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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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국가가 버린 국민 지면기사
2019년 11월 17일. 안대에 눈이 가린 채 경찰특공대에 호송된 탈북 어민 두 명이 발걸음을 멈췄다. 안대가 벗겨지자 눈앞에 하얀 선 너머 북한군이 보였다. 한 명은 선을 넘지 않으려 엉덩이를 뒤로 뺐고, 또 한 명은 자해로 피투성이가 됐다. 몸부림은 절박했지만 무의미했다. 그들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사라졌다.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장면을 담은 사진들은 국가의 야만을 증언한다.언론 호칭은 탈북 또는 귀순 어민이지만 그들은 북송 때도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송 5일 전 동해상에서 해군에 나포된 뒤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 귀순 의향을 밝힌 순간 그들은 헌법 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국가는 헌법 10조에 따라 이들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져야 했다.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강제로 추방했다. 그들이 탈북 후 귀순해 국민이 된 과정도 은폐했다. 북송 당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문자메시지가 기자 카메라에 포착되는 바람에 알려졌다. 국민이 강제 북송된 사실을 쥐도 새도 모를 뻔했다. 정부는 곧바로 그들이 선상반란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밝혔다. 범죄 현장이자 증거인 선박은 소독해 북한에 돌려줬다.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은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중언부언했다.변호사 문재인은 1996년 참치잡이 어선 페스카마호에서 한국, 인도네시아 선원 11명을 살해한 중국 조선족 선원들을 변호했다.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 문재인은 국민을 흉악범이란 이유로 고문과 공개처형의 나라 북한으로 '반환'했다.흉악범이라지만 자백뿐이다. 헌법 12조7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수사, 기소, 재판 등 모든 사법 절차를 생략하고 '묻지마 흉악범'이란다. 정부는 헌법을 조목조목 유린했다.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국제법을 위반했다.국민 이대준은 정황만으로 월북자가 됐다. 국민 2명은 자백만으로 흉악범이 됐다. 이대준은 해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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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윤 대통령 '37%'를 숙고해야 한다 지면기사
검사의 언어와 원칙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정계에 발을 디딘 지 1년여 만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전례 없는 현상이 빚어낼 미래는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에 있었다. 의심받지만 늘 정확했던 여론조사 결과로도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취임 첫주(5월 10~12일)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가 52%, '잘 못하고 있다'가 37%였다. 그나마 당선인 시절 4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대통령 취임식 이벤트로 보정된 결과였다. 80% 안팎을 기록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에 턱없이 모자랐다.민심은 정권교체 의지를 발휘해 윤석열을 선택했지만,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그렇게 정권이 출범하고 두 달이 조금 지났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7월 첫주(5~7일) 윤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49%였다. 11일 공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는 긍정 평가 37%, 부정 평가 57%이다.두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직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을 밑돈단 말인가. 취임 직후 지방선거 압승 때만 해도 대통령과 민심은 허니문을 즐겼다. 달콤한 밀월은 한 달여만에 파경을 맞았다. 37%의 지지율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중도 배심(陪審) 여론이 등을 돌린 탓이다. 신임 대통령은 골수 지지층 내부에 고립된 것이다.민심이 높은 지지율로 새 대통령의 취임을 마음껏 축하할 수 없었던 이유는 너무 많았다. 우선 정적들이 막강하다. 윤석열은 진보 장기집권의 꿈을 박살 낸 원흉이다. 민주당은 막강한 입법권력으로 검수완박을 강행했다. 지방선거 패배를 불사하고 대통령 권력의 원천인 검찰을 박살 낸 것이다. 대통령을 향한 미움과 원망이 이 정도로 깊다. 여론전에 능수능란한 전통 진보정당이 대통령의 등 뒤에서 비수를 갈고 있다. 前 정권 비교 자신의 인사 강변 명백한 실책청와대 국민에게 반환해 받았던 여론 지지장삼이사에게 영부인 의전 맡겨 다 까먹어배심 여론 빠른 지지철회 결국 한국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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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치테러 지면기사
정치인은 테러의 주요 대상이다. 테러의 명분은 정치 신념과 노선으로 포장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치테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암살이다. 로마 제국의 기틀을 세운 카이사르는 황제 즉위 직전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받았다. 황제를 거부하고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이었지만 본질은 권력 투쟁이었다.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차기 황제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은 끔찍한 재앙으로 번졌다. 양국간의 전쟁이 1차세계 대전으로 번져 1천500만의 병사와 민간인이 희생됐다.우리도 해방정국에서 좌익의 적색테러, 우익의 백색테러가 횡행했다. 이승만의 정적인 김구와 여운형은 암살당했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는 잠시 복역한 뒤 군에 복귀해 소령으로 예편했지만, 1996년 버스기사 박두서의 몽둥이 세례에 숨졌다. 몽둥이엔 정의봉(正義棒) 글자가 선명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암살의 배후에 침묵했다.가장 미스터리한 정치테러는 1963년에 벌어진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는 이틀 뒤 감옥으로 압송되던 중 잭 루비에게 살해당했고, 잭 루비는 감옥에 수감된 지 두 달만에 암으로 병사했다. 암살 배후를 추정하는 음모설이 그치질 않는다.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백주 대로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의 범행 이유가 황당하다. 어머니가 전 재산을 헌납한 종교단체의 확산이 아베 때문이었다니 말이다. 허술한 경호도 도마에 올랐다. 피해망상에 빠진 보통 사람의 수제 권총에 일본 정계의 거물이 쓰러진 것이다.정치적 적대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계적 풍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현직 대통령을 향한 확성기 시위는 테러 수준이다. 민주당원인 20대 남성 유튜버는 같은 당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자택을 표적으로 공개했다. 성범죄집단 n번방을 폭로해 보복 위협에 시달렸던 박 전 위원장이다. 충격이 클 것이다.적대적인 정치환경은 정치테러의 온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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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지면기사
수학을 포기한 자사고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가 묻는다. "수학을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은 "용기. 문제가 안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고 답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이다.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교에서 차별받는 가난한 학생과, 리만 가설을 증명한 천재이지만 학교 경비원으로 신분을 숨긴 탈북자가 '수학'으로 인연을 맺어 성장하고 치유하는 휴먼스토리다.수학은 대입 수능 시험의 제1관문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 정복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수능 출제 경향과 빈도에 맞춘 문제 풀이를 한없이 반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학 교사의 말대로 문제에 오류가 있어도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정답을 찾는 입시 수학 앞에 많은 학생들은 '수포자'가 된다.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수학은 논리적으로 참을 증명하는 학문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대다수가 수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유이다. 플라톤은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철학할 자격이 없다 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수학을 모르면 신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피타고라스는 수(數)를 만물의 원리라 주장했다. 논리적 탐구 과정이 삭제된 한국의 수학 교육은 수학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수포자의 나라 한국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알려진 그의 학업 이력이 이채롭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입학한 뒤에도 학부 마지막 학기에 수학에 눈을 떴다. 세계적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91)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한 외신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18세에 테니스를 배워 20세에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같다"고 했다. 허 교수가 이룬 기적이 정상적인 한국 교육 과정에서 이탈한 덕분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그가 고교에서 대입 수능에 몰두했다면 수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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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발달장애는 죄(罪)인가 지면기사
수원지법은 지난달 17일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엄마는 아들을 따라 가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실패해 살인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법정 권고형(5~8년) 보다 적은 선고 형량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고민이 담겨있다. 친모가 장애 아들을 사회적 조력 없이 홀로 양육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다만 절대적인 가치인 생명은 부모라도 처분할 권한이 없다며 실형 선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친모측은 무겁다며 항소했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보가 잇따랐다. 지난 5월에만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아인 6살 아들과 동반자살했고, 인천에선 60대 친모가 중증장애인 딸을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쳐 자수했다. 경남 밀양에선 발달장애 자녀를 남겨두고 부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거듭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자녀 살해라는 명백한 범죄와, 범죄에 이른 극단적인 독박 돌봄 환경에 대한 동정과 공감이 교차한다. 국내 발달장애인 25만5천여명 대다수가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 돌봄에 전념하느라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진다. 장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늙은 부모는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고, 부모에게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보다 늦게 죽어야 한다'며 헌신적이지만, 정신적·육체적 돌봄 환경이 한계에 직면하면 비극이 발생한다.지난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T4' 시위를 벌였다. 히틀러는 장애인을 게르만 민족의 장애물로 여겨 집단 학살하는 'T4작전'을 실행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 예산 집행을 망설이는 정부를 나치의 장애인 학살 정책에 비유한 것이다. 전장연의 비유는 과도하지만 발달장애자 부모들을 독박 돌봄에서 해방시켜 줄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전장연 같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강조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를 반대할 정도로 심신이 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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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약탈적 '해루질' 지면기사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을 해루질이라고 한다. 주로 썰물 때 밤 시간에 횃불을 밝혀 갯벌 웅덩이에 갇힌 어류를 잡거나 뻘밭의 조개를 캔다. 물 빠진 갯바위에 숨은 문어, 낙지, 전복 등을 캐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휴가철 찾은 바닷가에서 해루질로 해산물을 채취한 추억과 함께 먹거리는 덤이니 이만한 꿩 먹고 알 먹기가 없다.휴가철 추억이나 청소년 해양체험에 머물던 해루질이 최근엔 도시인들의 레저활동으로 확산됐다. 유튜브엔 해루질 명소를 공유하거나, 해루질로 수확한 해산물을 자랑하는 동영상이 즐비하다. 한 방송사는 유명인들이 섬에서 해루질로 수확한 해산물로 포식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자연 속의 삶을 동경하는 도시인의 로망이 전국 해안가에 펼쳐지자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해루질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떼를 이루자 연안 해산자원의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른 것이다. 등산 열풍이 불고 집단 약초 산행이 성행하자 전국 산야의 약초와 나물들이 씨가 말랐던 폐해와 유사하다.어민들의 하소연은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제주 한 마을의 해녀들이 불법 해루질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해루질로 주 소득원인 뿔소라가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불법 해루질을 막으려고 해녀들과 마을 주민들이 밤새 불침번을 섰을 정도라니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수도권과 가까운 인천 섬마을 피해도 심각한 모양이다. 옹진군 영흥도는 해루질에 나선 인파들이 종패 크기의 동죽과 바지락을 마구 캐는 바람에 어민 피해가 심각하단다. 잠수복과 작살로 무장한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해루질)을 비롯해 수중 드론까지 동원한 첨단 해루질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단다. 전국의 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간만의 차이가 없어 해루질이 힘든 강원도에서도 도의회가 해루질 근절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을 정도다.최근 최인호·이양수 국회의원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정도로 해루질은 전국 어민들의 골칫거리가 됐다. 어민들은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약탈적 해루질을 자제시킬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법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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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고물가 직격탄 맞은 무료급식소 지면기사
지난달 말 나이지리아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한 폴로 클럽에서 열린 무료급식 자선행사에 굶주린 인파가 운집했다. 클럽 정문이 열리자 좁은 문으로 한꺼번에 사람이 쏠리면서 3명이 압사했다. 어린이가 대부분이었고 임신부도 있었다.굶주림은 모든 생명에게 가장 절박한 위기이다. 장발장의 비극도 조카에게 먹일 빵 한 덩이를 훔친 데서 시작됐다. 배를 곯는 사람은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다. 아프리카 기아 난민들이 죽 한 그릇 앞에 목숨 걸고 줄을 서는 것도 수치심보다는 생존이 먼저라서다.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전세계 인구를 7억2천만~8억1천100만명 사이로 추정했다. 중간치인 7억6천800만명은 지난해 대비 1억1천800만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식량부족 현상을 악화시킨 탓이라 분석했다.코로나19가 잦아들자마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세계 식량창고가 텅텅 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제가 초인플레이션으로 휘청이면서 가난한 나라와 사람 순서로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다. 나이지리아 참사는 전지구적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선진국 빈곤층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무료급식에 끼니를 의지하는 인구가 많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결식 아동을 위해 급식 바우처를 지급하고, 빈곤층 노인과 노숙자 등을 위해 급식을 지원한다. 그래도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민간단체들이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메우고 있다.최근 전국의 무료급식소들이 고물가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단다. 코로나 기간에 운영을 중단했던 무료급식소들이 자선을 재개했지만 식자재 값이 폭등하고 후원금이 준 탓이다. 무료급식을 재개한 곳은 고기 반찬을 줄이고, 일부 단체는 급식 재개를 망설일 정도란다.현대 민주국가에서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는 옛말은 그야말로 허튼 소리이다. 가난 구제도, 끼니 보장도 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끼니를 거르는 국민들을 먹이는데 시민단체의 조력을 받는 현실은 구멍 난 복지정책의 증거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도 밥 한 끼를 품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