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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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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윌 스미스의 비극 지면기사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상 수상과 동시에 영화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시상자 폭행 사건의 파문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여서다. 스미스는 시상식 다음날 "어젯밤 시싱식에서의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아카데미측에 사과했다. 피해자인 크리스 록에게도 "내가 선을 넘었고 내가 틀렸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용서를 구했다.거의 백기선언에 가깝다. 하지만 할리우드 동료들의 반응은 차갑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고 치를 떨었고, 배우 짐 캐리는 "윌 스미스가 바로 경찰에 체포돼야 했다"고 분개했다. 스미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취소와 아카데미 회원 자격 박탈마저 거론된다. 윌 스미스는 배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스스로 지옥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영화 같은 반전이다.명성을 회복해가던 아카데미도 치명상을 입었다. 흑인 스타들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백인 위주의 '화이트 아카데미'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핑킷도 앞장섰고 많은 백인 배우들도 동참했다. 아카데미도 정신을 차렸다. 이후 흑인과 외국인 배우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봉준호의 '기생충' 신화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의 바탕이 됐다.올해는 청각장애인 배우를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결정해 문호를 더욱 확대했다. 시상자로 무대에 선 윤여정의 품격과 배려는 감동적이었다. 폭행 사태만 아니었으면 아카데미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던 시상식으로 기억될 뻔했다. 이 모든 것을 크리스 록의 모욕성 농담과 윌 스미스의 야만적인 폭력이 날려 버렸다. 2016년 아카데미를 각성시킨 윌 스미스가 2022년 아카데미를 파탄냈으니 공교롭다.스미스가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과 아카데미에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네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 순간, 조심해. 그때가 바로 악마가 너에게 찾아오는 거야." 스미스가 수상 소감에서 밝힌 덴젤 워싱턴의 충고다. 대배우의 연륜이 빚어낸 보약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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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제 대국의 서민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교훈에 힘입어 우리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 것이다.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사실은 틀림없다. 특히 국민 1인당 국민소득만 보면 지난해 3만5천달러를 돌파해 G7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박정희가 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70년 전 67달러로 최빈국 국민의 삶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졌다.하지만 현실의 삶은 경제 대국의 웅장한 지표와 사뭇 다르다. 전국의 화물차 기사들이 치솟는 유가 때문에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오른 식료품, 공산품 가격에 기절할 지경이다. 서민의 반려주였던 소주도 늘어가는 빈 병에 가슴을 졸여야 할 만큼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경제 대국인 동시에 자원빈곤국이라 서민의 삶을 떠받치는 자원시장을 우리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탓이다.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밀 가격이 치솟았다. 화석에너지와 밀가루, 옥수수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서민의 삶은 국제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에너지 위기, 고물가 시대는 G7급 경제 대국 지표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양극화이다. 1인당 3만5천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은 평균치이다. 평균에 못 미치는 서민들이 태반이다. 평균 이상의 소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고통을 대다수 서민이 절감하는 구조이다. 건강하지 않다.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 빵값이 비싸면 쌀밥을 먹어라 할 수 없는 시대다. 대중은 평균치의 삶을 지향하고 요구한다.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나, 국민은 식료품 매장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데 6천만원짜리 패딩을 입고 1조원대 요트를 꼬불쳐 둔 푸틴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촛불 탄핵의 대상이다.경제 대국의 지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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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어령의 영상 유언 지면기사
요즘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멈추는 재방송이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다큐멘터리 '이어령의 내가 없는 세상'이다. 지난달 26일 타계한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2년을 기록한 영상은 그가 없는 세상에 남겨진 한국인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첫 방송을 끝까지 시청했다. 죽음을 앞둔 이어령의 말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되새김질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니 재방에 열중한다.그제 재방에선 '뜨다'와 '날다'의 차이에 꽂혔다. 이어령은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80달러의 나라에서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떴지만 지금은 날지 못하는 신세라고 개탄한다. 뜨는 것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만으로 가능하지만, 자기 의지대로 날려면 엔진과 날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 수준으로 떴지만, 내부 갈등으로 동력을 상실해 날지 못한 채 바람 따라 활공 중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이어령은 "얼마나 많은 천리마,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졌겠느냐"며 백락의 안목을 가진 지도자의 부재를 한탄했다. 할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손자를 이기는 세대 역살(逆殺)을 우려했다. "윗세대가 이기고 젊은 세대가 설 자리가 없다면 내일의 한국은 사망"이라고 선고했다. '말 탄 사람'(대륙세력)과 '배 탄 사람'(해양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반도성(半島性)도 강조했다. 반도성을 '가위바위보'에 빗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삼항순환의 정신이라 설명했다.이어령의 어록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말이 아니다. 생전에 남긴 저서와 강연을 통해 익숙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자의 위엄으로 의미가 깊어졌다. 떴지만 날지 못하는 대한민국에게 남긴 '비단 주머니' 같다. 그는 "사상의 알, 생각의 씨를 남기고 싶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은 적중했다.지금 이 시각 청와대 권력과 인수위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내려올 권력과 올라갈 권력이 "수고했다", "수고해라" 덕담 대신 악담을 나눈다. 이런 정치로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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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백마고지 용사 조응성 지면기사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24일 공개한 사진 한장이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백마고지에서 발견된 무명의 국군 전사자. 유해는 적을 향한 사격자세를 유지한 모습 그대로였다. 유해 주변엔 청녹색으로 산화된 실탄들이 널려 있었다. 머리와 그 옆에 벗겨진 철모엔 적탄이 관통한 흔적이 뚜렷했다. 교전 중에 숨진 것이 확실했다. 그의 생명은 찰나의 순간에 꺼졌을 테고, 가족을 떠올릴 순간도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무명용사가 이름을 찾고 가족 품에 안겼다. 국방부가 지난 17일 밝힌 전사자의 신원. 고 조응성 하사. 1928년 경북 의성 태생. 1952년 5월 제주도 제1훈련소 입대.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전사. 입대 당시 아내와 어린 두 딸이 있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당시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가장. 70년 동안 사격자세를 유지하며 잊힌 전쟁터를 고독하게 방어하고 있었다.국방부는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를 살펴 유족들을 찾았고 유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덕분에 조영자씨는 아버지 조응성을 70년만에 만났다. 70대 딸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장면을 '맛'으로 각인해 놓았다. 아버지가 사온 오징어를 맛있게 먹었단다. 유년의 소녀가 70년 간직해 온 '맛'의 기억이 행복과 고통 사이 어디쯤일지 가늠하기 힘들다.국방부는 조응성 하사의 신원을 언론에 공개한 당일 인천 남동구 따님의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행사 진행 예고만 있었지, 행사 장면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고 의아하다. 유족들의 뜻이 따로 있었는지 모르나, 70년 세월의 강을 건너온 호국영웅의 귀환 행사를 예고로만 끝낼 일인가 싶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은 전사자의 귀향 봉송을 극진하게 예우하는 미국과 미국인을 보여준다. 호국선열을 위한 의식은 국가와 국민을 결속시키는 제의이다.국방부는 2000년부터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해 1만여구의 유해를 찾았으나 185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전사자 대부분이 비목 하나 없이 묻혀있다 귀환했지만 여전히 '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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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대남'과 '이대녀'의 연대 지면기사
지난 대선을 통해 20대 남녀가 정치적으로 등을 돌렸다.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이대녀'의 58.0%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언론은 '이대녀'의 반전을 대서특필했다. 24만표 차이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대녀 박지현(26)을 임명해 신속하게 이대녀 지지를 흡수했다. 박 위원장은 대학생 시절 잠입 취재로 'n번방'의 실체를 공론화해 2020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특별상을 받았다.이대녀는 처음부터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표리부동에 반감이 깊었다. 여당 출신 충남도지사, 서울시장, 부산시장이 성폭력으로 처벌받거나 비극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격하했고, 여성가족부와 진보 시민단체들은 침묵하거나 가해 권력자를 두둔했다.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의심한 계층도 '이대녀'였다.국민의힘은 '이대녀'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이대남' 지지에 집중했다. 성폭행 무고에 속수무책이라는 '이대남'의 주장에 성폭력 무고죄 신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캠페인이 갈 곳 없던 '이대녀'에게 민주당이라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이대녀는 국민의힘의 반페미니즘에 맞서 전략적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뒤, 후원금으로 정의당에 사과했다.이대남과 이대녀의 분리는 대선 정치공학의 원인과 결과이다. 엄존하는 성차별 구조를 부인하는 국민의힘의 이대남 편애가 지속가능할리 없다. 박 위원장 홀로 피해호소인을 작명한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척결하기 힘들다. 세대로 갈린 꼰대들이 장악한 여야 정당의 파쇼 정치에 이용당할 뿐이다. 친여 커뮤니티는 이대남을 저주하고, 친야 커뮤니티는 이대녀를 희롱하며 미래의 주역인 20대 남녀의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부추긴다. 무책임한 기성세대는 이대남과 이대녀 공동의 적이다.열렬히 사랑해도 모자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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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지면기사
바람과 물과 땅의 기운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 대권을 잡으려 선영을 옮긴 정치인은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러니 확정된 결과를 놓고 명당 덕이네 탓이네 하는 건 우습다. 그래도 풍수로 현상을 해석하려는 민간의 인식은 집요하다.1967년 수원시 팔달산 기슭에 지어진 경기도지사 공관은 풍수적으로 악평이 끊이지 않았다. 정조 때 전염병 환자와 시신을 안치했다 해서 '병막(病幕)'이라 불렸다는 터의 연원부터 음산하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 역대 지사가 대선 본선과 경선에서 패배하자 공관 터 때문이라는 풍설이 퍼졌다. 남경필 전 지사는 공관을 '굿모닝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도민에게 환원했는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사 시절 재입주했다가 이번 대선에서 패했다. 경기도지사 대권 무덤설과 공관 저주설이 어김없이 회자된다.여의도 국회의사당도 풍수 흉설의 단골이다. 땅 자체가 모래섬이라 지세가 굳건하지 못한 데다 배수진의 지세에 상여 모양 의사당 건물이 들어서 여야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싸운다는 것이다. 청와대 흉지론은 이승만 하야, 박정희와 육영수 시해, 전두환·노태우 구속, 노무현의 비극, 이명박·박근혜 수감 등으로 이어진 역대 대통령 수난사 때문에 강력하다. 땅 기운 말고는 대통령들의 비극을 설명할 길 없다는 결과론적 경험칙이다.하지만 풍수지리도 사람이 빠지면 허무맹랑하다. 선영을 옮긴 김대중은 대통령이 됐지만, 이회창은 실패했다. 대통령들의 비극도 그들의 원죄와 통치의 결과였을 뿐이다. 국회의사당을 옮겨봐야 정치와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고서야 해오던 타령을 벗어나기 힘들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하고 취소했던 공약이다. 공약의 핵심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를 버리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제왕적 권한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일은 사람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터와 건물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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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하켄크로이츠와 'Z' 마크 지면기사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는 독일어 갈고리(Haken)와 십자가(Kreuz)를 합친 조어이다. 히틀러는 독일 게르만 민족의 뿌리인 아리안족의 상징으로 간주해 나치 정권의 상징으로 삼았다. 하켄크로이츠의 원형인 만(卍)자 문양은 고대 여러 민족들이 종교적 의미로 사용해왔다. 한자 문화권에선 불교를 통해 문양 자체를 글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하지만 신성한 문양이 나치의 상징이 되자 공포의 대상이 됐다. 나치 군대는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2차 대전을 일으켰고, 600만명의 유태인이 하켄크로이츠가 나부끼는 수용소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하켄크로이츠가 절대악의 상징이 된 탓에 수천년 전승된 만(卍)자 문양의 신성함이 훼손됐다. 독일은 나치즘을 선전하고 광고하기 위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공포의 문양과 문자가 등장했다. 전쟁 중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요충지에 원 안에 X자를 그린 문양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개전 초기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주요 포격 지점을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고, 국민들이 문양 지우기에 나섰다. 실제로 지상작전에 실패한 러시아는 대량 인명 살상이 불가피한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자행하는 만행을 벌였다.최근엔 러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Z' 마크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엔 러시아 탱크나 군용차량에서 발견된 Z마크가 러시아내 전쟁 지지여론의 상징으로 확산되면서다. 푸틴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Z를 새긴 상의를 입고 소셜미디어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정치 선전을 벌이고 있다. 카타르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대에 선 러시아 남자 체조 선수는 금지된 러시아 국기 대신 유니폼에 'Z'를 붙이기도 했다. Z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선인 서쪽(Zapad),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승리할 것(Za pobedu) 등등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의도적으로 'Z' 마크를 러시아군과 국민 결속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Z를 겹친 만(卍)자 로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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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정권 유지냐 교체냐'만 남은 진흙탕 대선 지면기사
20대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참혹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후보와 공약을 집어 삼킨 악성 선거 캠페인은 정치학자들에겐 두고두고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진영의 편에서 진실과 허구 사이를 맴돌며 유튜브와 SNS 수준으로 격하된 언론에겐 되풀이해선 안 될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다. 세대와 계층과 지역은 물론 청춘 남녀마저 투표 지향으로 쪼개진 국민 갈등은 상당 기간 우리 사회의 가치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를 남겼다.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정당이 사라졌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와 외부인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민주주의에서 대중의 정치 의사는 정당으로 수렴된다. 정당은 정강과 정책을 대표하는 주도세력이 있기 마련이고 그 세력 내부의 경쟁으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국민이 참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 결과로 양당의 주류 세력은 부정당했다. 비주류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사과하고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했다.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은 경선이라는 단 한 번의 정치 행보로 국민의힘 후보가 됐다.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두 번의 불화를 겪고서야 유세장에 함께할 수 있었다. 정당·후보·공약 열등 경쟁속 차별화도 저열李·尹, 유세 대장정 목전 겨우 진영 결속 그쳐 정당은 사라지고 후보만 남아 시작된 대선 정국에서 후보마저 지워졌다. 정강과 정책에 기반한 정당 경쟁이 사라지니 상대 후보를 직접 겨냥한 악성 캠페인으로 선거판이 뻘 밭이 됐다. 야당은 이재명을 대장동 몸통으로 단정했다. 여당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소환해 윤석열을 대장동 뿌리로 규정했다. 여당은 윤석열이 무능하다, 야당은 이재명이 거짓말쟁이라 진영을 세뇌했다. 후보만으로 부족하자 가족들도 저격대에 세웠다. 쥴리 의혹에 시달린 김건희는 학력 허위기재가 드러나 국민에게 사과했고, 주가조작 사범으로 몰렸다. 혜경궁 의혹의 강을 건넜던 김혜경은 대리 약처방과 법인카드 횡령 혐의를 받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녀의 아들은 도박, 성매매 의혹의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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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해안 산불 지면기사
2019년 9월 2일 발생해 다음해 2월까지 다섯 달 넘게 이어진 호주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호주 남동부 해변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면적의 85%이자 호주 전체 숲 면적의 14%인 1천860만㏊의 삼림이 잿더미가 됐다. 산불연기가 이웃인 뉴질랜드를 넘어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과 도쿄만까지 번졌다. 소방대원 10명 등 28명이 사망한 인명 피해도 안타깝지만, 계산 방식에 따라 5억에서 12억 마리로 추산되는 동물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불에 그슬린 채 구조된 코알라들의 처참한 영상들이 심금을 울렸다. 불은 결국 큰 비가 오고 나서야 잡혔다.이상기후 현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을 화염산으로 만들고 있다. 폭염으로 건조된 숲은 작은 불쏘시개를 만나면 재앙이 된다. 2018년 그리스 휴양도시 마티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1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서부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별장들이 즐비한 부촌이 폐허로 변하면서 거주 기피지역이 됐다.올해도 어김없이 대형 산불이 동해안을 덮쳤다. 4일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삼척으로 번졌고, 5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해시로 번졌다. 울진-삼척 산불은 원인불명이나, 강릉-동해 산불은 60대 방화범의 고의적인 만행으로 밝혀졌다. 겨울 가뭄으로 바싹 마른 숲이 때마침 시작된 강풍을 타고 속절없이 번졌다.봄철 동해안 산림은 거대한 장작더미와 같다.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계절에 최근 들어 심각해진 겨울 가뭄으로 숲이 바짝 마른 탓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 불에 잘 타는 침엽수림이 많고, 바다에서 산으로 치솟는 높새바람도 봄철에 분다. 이상기후가 아니더라도 산불에 취약한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 봄철 동해 산림이다. 역대 최대 산불인 2000년 동해안 산불과 낙산사와 보물인 동종을 전소시킨 2005년 양양 산불, 불씨들이 이산 저산 날아다녔던 2019년 고성-속초 산불이 모두 4월에 발생했고, 1~5월 사이 해마다 동해 산불은 그친 적이 없었다.연례적인 재앙인 만큼 예방과 대처에 빈틈이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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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주 정부 정통성 논란 지면기사
서울대생 박종철과 연세대생 이한열이 민주화 제단에 피를 흘린 덕분에 87체제가 시작됐다. 국민은 87 개헌 첫 직선제 대통령이 민주화 진영에서 나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해 12월 9일 13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유권자의 89.2%가 투표에 참여했다. 민정당 노태우 36.64%, 통일민주당 김영삼(YS) 28.03%, 평화민주당 김대중(DJ) 27.04%,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8.10% 순으로 득표했다. 5·18 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가 민주화 운동의 열매인 87체제 첫 직선 대통령이 됐다.민주화 운동의 두 별인 YS와 DJ가 단일화했다면 질 수 없었던 선거 결과에 민주화를 열망했던 국민들은 땅을 쳤다. 선거전에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두 사람은 선거를 겨냥해 어용 야당인 신한민주당을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공동으로 창당했다. 그런데 대권, 당권 분할 협상의 이견으로 골이 깊어졌다. DJ는 동교동계를 이끌고 통일민주당을 또 한 번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4자 필승론을 주장했다. 민주화 진영의 명망가들이 끝까지 단일화를 촉구했지만 두 사람은 듣지 않았다.결국 YS는 호랑이를 잡으러 간다며 3당 합당으로 정치 진로를 틀어 14대 대통령이 됐다. 그는 자신의 정부를 '문민정부'로 명명했다. 민주진영의 분열로 탄생한 노태우 정부를 민간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15대 대통령이 된 DJ는 자신의 정부를 '김대중 정부'라 했다. YS가 선취한 '문민'을 부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일 테다. 양김(兩金)의 분열로 민주진영은 87체제 첫 민주정부를 열어젖힐 영광을 잃어버린 셈이다. 역사는 의외의 사건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게 마련이다.김대중 정부를 첫 민주정부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YS가 노태우 정부 하나를 건너뛰어 '문민'을 자부했다면, 문 대통령은 노태우, YS 두 정권을 뛰어넘어 김대중 정부에 민주의 정통성을 부여했다.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똑같은 민주 선거로 선출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