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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문어의 통증 지면기사
"머리는 둥글고 어깨뼈처럼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에는 둥근 꽃 같은 게 맞붙어 줄지어 있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기록한 문어(文魚)의 형상이다. 빨판을 줄지어 핀 꽃으로 묘사한 문장이 압권이다. 문어는 바다의 카멜레온이다.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꾸어 위장하니 빨판을 꽃이라 한들 어색할 리 없다.문어의 어원은 사람의 민머리(대머리)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선비의 먹물을 지니고 있다 해서 '글월 문(文)'이 붙었다는 설이 부딪힌다. 애초에 어부들이 먼저 불렀을 이름을 생각하면 전자가 유력하지만, 후자의 설도 만만치 않게 회자된다. 영남지역 양반가 제사상에 빠짐없이 올라가는 풍습이 선비 문어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실제 문어는 돌고래만큼이나 높은 지능을 가진 어류로 유명하다. 문어마다 성격이 다르고, 단기·장기기억을 구분하고 사람과도 교감할 줄 안다니 대단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실제로 인간과 교감하는 문어가 등장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인류가 상상하는 초문명의 외계인들 두상이 문어를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영국 동물복지국이 최근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와 바닷가재, 게 등 십각류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새로운 동물복지법안에 포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두족류와 십각류도 통각 신경이 있어 외상을 당하면 상당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새 동물복지법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니 장난이 아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어류들은 전기 충격으로 통각 신경을 마비시킨 뒤 요리해야 한다.동물복지의 세계적 추세는 척추동물에서 무척추 어류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의 동물복지법을 적용하면 생물을 회 뜨고 데쳐 먹는 우리의 어류 요리 문화는 야만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거진 개 식용 금지 입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대선 국면에서도 계속 소환될 정도로, 우리 동물복지 논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이다.동물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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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kt위즈'의 마법 지면기사
2021시즌 프로야구가 지난주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짙고 길다. kt의 마법사(wiz)들은 2015년 정규리그에 참여한지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는 마법을 부렸다. 1차전 승리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코로나19로 작고한 부친을 생각하며 역투했고, 부상 투혼이 빛났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목발 MVP가 됐다. 마법의 원동력은 선수들의 끈끈한 연대였다.해마다 그렇듯이 이번 한국시리즈도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가장 큰 화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관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차전을 나홀로 직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와 4차전을 동반 관람했다. 윤 후보는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중립을, 이 후보 부부는 kt 유니폼을 착용해 솔직한 팬심을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낙상 후유증을 의식한 듯 부부애를 과시했다.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7년 전 kt 출정식에서 "kt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다"고 한 약속이 소환된 것이다. 2007년 SK 수석코치 이만수는 홈구장 관중이 만원이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돌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팬티 런닝은 팬서비스의 신기원으로 호평받았다. 정계를 은퇴한 남 전 지사는 일단 침묵으로 저항(?)하고 있다. 약속을 지켜도 안 지켜도 반향이 클테다. 남 전 지사의 약속이 남아 한국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kt 우승에 연고지인 수원시의 감격도 식을 줄 모른다. 인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찐 팬은 우승하면 소 한 마리 잡겠다는 공약때문에 행복한 울상이다. kt 창단과 성장을 적극 지원했던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의 감회도 남다를테다. 수원야구장을 리모델링해 25년간 무상 임대한데 이어 470억원을 들인 증축과 시설개선으로 손색없는 홈구장으로 변신시키는 등 정성이 대단했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한국시리즈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수원 홈팬들의 홈구장 직관이 무산됐다. kt와 수원시가 홈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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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천 빙하' 지면기사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재앙은 해빙이다. 달궈진 대기와 바닷물이 지구의 극지방을 녹이면 인류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다. 단단한 시베리아 동토층이 진흙탕이 되면 잠겨있던 메탄가스가 분출해 온난화 속도가 배가된다 한다. 동토층에 갇혀있던 미지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그래도 가장 큰 위협은 사라지는 빙하다. 빙하는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인 얼음층이 중력에 의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자연현상이다.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빙하는 엄청난 물을 가두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지방은 대륙이 아니다. 북극해를 덮은 빙하층이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자 사냥길이 끊긴 북극곰들이 아사 상태에 내몰린지 오래다. 그레타 툰베리를 열혈 기후 투사로 만든 북극곰의 눈물이다.하지만 치명적인 빙하 위기는 남극대륙에서 조용하고도 집요하게 진행 중이다. 남극엔 듣기에도 으스스한 '종말의 날 빙하'로 명명된 스웨이츠 빙하가 있다. 한반도 면적에 버금가는 빙하인데 1980년대 이후 약 5천95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스웨이츠 빙하 아랫부분에 발생한 거대한 구멍으로 비교적 따뜻한 남극환류가 드나들며 해빙 속도를 재촉한다는 점이다.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가 사라지면 전 세계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스웨이츠 빙하가 지탱하던 서남극 빙붕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 추가로 해수면이 2m 상승할 것이라 경고한다. 세계지도가 달라지고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한다. '종말의 날 빙하'는 결코 허명이 아니다. 인류는 종말에 가까운 재앙에 직면한다.최근 영국의 남극지명위원회가 서남극 갯츠 빙붕에 연결된 9개 빙하 중 하나를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로 명명했단다. 바로 스웨이츠 빙하가 있는 지역이다. 주요 기후회의 개최 도시 9곳의 이름을 붙였다는데, 인천은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개최한 덕분에 포함됐다.인천시는 지난해 세계 34개 국가와 33개 지방정부 등이 참여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해안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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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탄소의 역습 지면기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큰 진전 없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폐막했다. COP는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전 지구적 협의체이다. 1997년 COP3에서 6가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지만 실행계획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 2015년 COP21에서 교토의정서를 폐기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을 197개국이 합의해 발효시킨 배경이다.약속대로라면 파리협정 합의국들은 올해 COP26에서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회원국 앞에서 발표하고 약속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탄소배출 대국들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됐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만 2030년 탄소감축 40%와 2050 탄소중립(탄소배출 0)을 약속했다. 국제사회에선 강대국의 탄소 이기주의가, 국내에선 문 대통령의 낭만적인 탄소감축 독주가 도마에 올랐다.탄소의 역습에 인류가 속수무책이다.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사이먼 코페 외교장관은 수중 연설로 COP26 참가국에 경종을 울렸다.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한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2009년엔 같은 처지인 인도양의 몰디브가 수중각료회의를 열었고, 네팔 정부 각료들은 벌벌 떨며 에베레스트 산상회의를 강행했다. 이듬해엔 몽골이 고비사막에서 각료회의를 열었다. 온난화의 위기를 강조하려는 퍼포먼스였지만, 강대국들은 귓등으로 듣는다.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의 탄소중독은 치유 불가능 수준이다. 탄소 배출 없이 유지하기 힘든 산업과 에너지 생태계에 갇힌 탓이다. 중국은 탄소 감축을 빌미 삼아 호주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석탄 부족으로 발전량이 떨어지자 대정전이 발생했다. 중국의 석탄 부족이 전 세계 요소수 대란을 촉발했다.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이 줄자 러시아가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쥐고 유럽을 쥐락펴락한다. 가스값이 폭등하자 난방 난민이 쏟아진다. 유럽의 올겨울은 혹독할테다.이러다간 세계가 탄소로 죽는 나라와 탄소중독에 빠진 나라로 분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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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익장의 귀환 지면기사
노익장(老益壯)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역량을 발휘하는 노인을 뜻한다. 중국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노당익장(老當益壯·늙음에 당해 더욱 씩씩하다)에서 유래했단다. 후한 광무제 때 반란이 일어나자 대장군 마원(馬援)이 진압하겠다 나섰다. 광무제가 늙은 마원의 출정을 말렸다. 이에 마원은 갑옷 입고 말을 탈 수 있다며 출정을 강행하니, 황제가 감동했다 한다.최근 문화계에서 노익장들의 잇단 활약이 화제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72세의 배우 정동환이 무대를 지배했다. 1, 2부 총 6시간짜리 공연은 노년의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이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 등 1인 5역을 연기했다. 무대 인생 50년의 관록만이 감당할 수 있는 그의 열연에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졌다.이에 질세라 배우 이순재가 예술의전당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으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1935년생이니 만 나이 86세인 노배우는 인간의 탐욕과 위선이 빚어낸 비극의 주인공에 더할 나위 없는 적역이다. "이제야 리어왕을 연기할 때가 온 것 같다"던 자신감을 3시간이 넘는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다. 21일까지 공연이 개막 일주일 전 마감됐다니, 86세 리어왕 이순재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현역 최고령 연예인 송해는 오는 18일 개봉하는 '송해 1927'에 출연한다. 자신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니 주인공은 당연히 송해다. 1927년생인 그의 인생 100년은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이자 문화사이다. 바닷길을 건넌 실향민이라고 '복희'라는 본명 대신 '해(海)'라는 예명으로 살아온 그는 악극단 단원으로 시작해 영화배우, 코미디언을 거쳐 1988년부터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를 맡아 국민 MC로 활약 중이다. '송해 1927'을 통해 그의 인생에 새겨진 격동의 1세기를 공감해볼만 하겠다.어디 문화계뿐일까. 여전히 현역인 101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지혜로운 노인은 많다. 고령화 추세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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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이재명 vs 윤석열, 무당파가 결판낸다 지면기사
20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지표는 야당이 유리하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한다. 이상한 건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도가 호각세라는 점이다. 두 사람을 향한 비호감 여론은 60% 안팎으로 엇비슷하다. 무당파 여론이 두 사람을 진영에 가두어 놓고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누가 최악이고 차악인지 간을 보는 형국이다.집권세력의 내로남불에 절망하고 무기력한 제1야당에 실망한 여론으로 인해 정당 권력은 진공상태가 됐다. 기득권 열외지대에서 입지전적 스토리를 쌓아 온 이재명과 윤석열이, 진공의 봉인을 풀고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을 접수한 배경이다. 급히 먹은 떡은 체하기 십상이다. 정치적 압축성장에 가려졌던 두 사람의 이면이 뒤늦게 드러났다. 무당파 여론은 두 사람을 각자의 진영에 봉인해 놓고 차근차근 지켜보기로 작정했다. 내로남불 與에 절망하고 무기력 野에 실망교체가 유지 여론 압도에도… 지지 호각세 이재명은 대장동으로 이미 많은 걸 잃었고, 더 많은 걸 잃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형수욕설,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설, 김부선도 극복한 이재명이 대장동 올무에 발목이 단단히 걸린 것이다. 앞선 스캔들은 가족사요, 개인사였다. 사과와 반성, 신체검사와 무대응으로 모면할 수 있었다. 여론도 혀를 찰지언정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지는 않았다. 대장동은 다르다. 민간인 몇 명이 설계를 통해 조 단위의 이익을 독식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는 해명은 힘을 잃었다. 측근이 아니라고 부정당한 유동규가 최측근이라고 공인받은 정진상과 마지막 통화를 나누었다. 이재명의 해명들은 의심받고 있다.이재명은 장점인 정책인지감수성을 발휘해 대장동 탈출을 시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음식점 총량제, 청년을 위한 자발적 포퓰리즘 선언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한다. 하지만 대장동은 한밤중 타오르는 모닥불 같다. 꺼질 때까지 가릴 수 없는 불빛이다. 여론은 그의 정책보다 대장동의 결말에 더 집중한다.이재명이 본인 의지의 산물인데 비해 윤석열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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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요소수 나비효과 지면기사
요소수 대란이라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요소 대란이다. 요소수는 요소를 정제수와 혼합하는 간단한 공정만 거치면 된다. 요소만 있다면 요소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대란이 벌어졌지만 대책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던 요소를 하루아침에 국내 생산으로 충당할 방법이 없다. 수입선을 바꾸면 되지만 유럽도 요소 대란이 시작됐고, 요소 안보에 비상이 걸린 나라들이 우리 형편을 챙겨줄 리도 없다.글로벌 요소 대란의 시발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시켰다. 미국과 군사동맹인 호주를 길들이기 위한 경제보복 조치였다. 그런데 보복은커녕 제 발등 찍기였다. 호주가 꿈쩍하지 않자 석탄 부족으로 중국 발전소들만 난리가 났다. 설상가상이라고 산시성 대홍수로 주요 석탄광산들이 수몰되면서 발전용 석탄이 고갈되는 바람에 대정전 사태까지 겪었다. 한가롭게 석탄으로 요소를 만들 상황이 아니다.급해진 중국은 러시아에 가스를 구걸했고, 러시아는 아시아 수출물량을 이유로 유럽 가스 수출량을 줄였다. 그 바람에 유럽은 가스대란에 직면했다. 가스가격이 치솟자 천연가스로 요소를 만들던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다급해진 유럽 국가들은 중국산 요소를 찾았고, 중국은 자국 소비량을 지키려 요소 수출문을 걸어 잠갔다.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될 수 있듯이, 복잡한 사슬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 생태계는 특정 국가나 지도자 한 사람의 작은 몽니만으로 엄청난 재난에 직면할 수 있다. 호주에 대한 중국의 석탄 몽니가 초래한 요소수 대란은 재난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요소수 대란이 물류대란과 경제대란으로 이어지면 코로나19로 휘청였던 글로벌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 수 있다. 요소 부족이 비룟값을 폭등시켜 밀·옥수수 재배를 위협해 사료대란, 식량대란, 식품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들은 섬뜩하다.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극일을 외치며 소부장 자립에 올인하는 동안, 생수만큼이나 만들기 쉬운 요소수 고갈은 짐작도 못했고 대책은 없다.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전량 수입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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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무소불위 유동규 지면기사
중국 고사에 1인자의 위세를 빌려 권력을 농단하는 두 유형이 등장한다. 먼저 지록위마(指鹿爲馬)형이다. 진시황이 사망하자 환관 조고는 술책을 부려 장자인 부소를 자결시키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뒤 권력을 장악한다. 어느 날 호해 앞에서 사슴을 끌고 와서는 말이라 한다. 황당한 호해가 주변 신하에게 말이 맞느냐 하니 대부분 말이 맞다 했다. 강직한 신하 몇몇이 사슴이라 했지만 바른말 한 죄로 모두 조고에게 죽음을 당했다.전국시대 초나라 선왕은 재상 소해휼에게 병권을 맡겼다. 당연히 초나라 변방의 소국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했는데, 선왕만 까닭을 몰랐다. 한 신하가 호랑이를 속여 뒷배로 세운 여우의 우화로 설명해주니,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유래다. 조고는 황제 위에 군림했고, 소해휼은 왕의 권력을 대행했다. 어린 호해는 무능했고, 자기 권력의 크기조차 모른 선왕은 어리석었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대장동 비리 핵심인사인 유동규의 공직시절 행적이 가관이다.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 시절 직원들에게 수시로 충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광팬인지 기관 워크숍 때마다 직원들에게 바다 입수를 강요하고, 냉면 사발을 채운 충성주를 마시게 했단다.눈을 제때 안 치웠다고, 주차 민원을 거부했다고 고위직원을 해임하거나 빙상장 매표소로 좌천시켰단다. 이런 식으로 해임한 직원들이 20여명이라니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의 지록위마를 견딜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뒤에 호랑이가 있다고 믿은 탓일 테다. 지금 같으면 직장폭력으로 유동규 본인이 잘렸지 싶다.작은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 고작인 사람이 공직에 들어와 대장동 비리 설계를 주도하고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공모자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사람을 모신 공직자들의 굴욕감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유동규는 경기도 유력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지냈다.검찰과 경찰의 대장동 수사가 변죽만 울린다는 여론의 조롱도 유동규 압수 수색부터 시작됐다. 여론의 성화에 못이겨 압수 수색에 나선 검찰 앞에서 유동규는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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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핼러윈과 '위드 코로나' 지면기사
가톨릭 교도들은 성인(聖人)의 이름으로 세례명을 짓는다. 신심이 깊은 신도들은 자기 생일보다 세례명 성인이 사망한 날을 영명축일로 더 의미있게 기린다. 그런데 축일(祝日)이 없는 성인들도 많아, 가톨릭교회는 11월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만성절·萬聖節)'로 정했다. 만성절 전야제가 핼러윈(Halloween)이다.핼러윈은 그리스도교에 흡수된 켈트족의 새해 전야 축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열 달짜리 달력을 쓴 고대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31일 새해 전야제를 성대하게 열었다. 이날 지하 세계의 문이 열리는데 조상의 영혼뿐 아니라 불청객인 악령들도 올라온다. 조상의 영혼은 기리고 악령은 피해야겠으니, 기괴한 분장으로 악령인 척 위장했다. 악령의 침입을 피하려 순무의 속을 파내 불을 밝힌 등을 대문 앞에 두었으니, 미국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등, '잭 오 랜턴(Jack O'Lantern)'의 유래다.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첫날인 오늘을 앞둔 지난 주말 핼러윈이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태원·홍대거리를 비롯한 전국의 유흥 명소들을 채운 핼러윈 인파가 위드 코로나 방역을 위협했다는 비판이다. 핼러윈을 외국의 듣보잡 명절로 비하하는 네티즌들의 분통도 잇따랐다.'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개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함께 모여 노는 유전자를 통해 문화와 사회를 만들어왔다. '구실'과 '거리'만 있으면 모여 노는 건 인간적 본성이다. 오징어 게임과 달고나가 서구에 퍼지듯, 핼러윈을 이태원에서 즐기는 건 이 때문이다. 백신으로 집단면역 기준에 도달하자마자 위드 코로나 방역으로 전환한 것도, 마냥 가두어 둘 수 없는 인간 본성 때문 아닌가.위드 코로나 개시 시점이 공교롭다. 이달 수능이 끝나면 전국의 수험생들이 시험지옥을 벗어나 거리로 쏟아진다. 망년회,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그동안 코로나로 강제 격리돼 유희를 상실했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게 분명하다. 각종 스포츠 현장과 공연 무대도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룰 테다. 그때마다 국민 탓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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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보통 사람 노태우 지면기사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26일 영면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12월 대선 유세장에서 반복했던 호소다. 전두환 군부의 권력 찬탈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듯이 종말도 한순간이었다. 박종철 치사 사건, 6월 민주항쟁, 대통령 직선제 개헌, 13대 대선으로 이어진 격동의 1987년은 전두환 정권에 조종을 울렸다.노태우는 정권의 종말에 휩쓸리는 대신 전두환에게 직선제개헌을 요구하는 '6·29 선언'으로 기사회생했다. 전두환과 짜고 기획한 선언이라는 증언과 폄하는 뒷담화일 뿐이다. 김영삼, 김대중의 분열로 13대 대통령이 된 그에게 '보통 사람'은 쿠데타 세력과의 결별을 의미했다.전두환을 백담사에 유배 보내고 광주청문회와 5공 청문회에 세웠다. 언론 자유화로 전국에서 신생 언론사 창간이 줄을 이었다. 코미디언들이 대통령을 '물태우'로 풍자했지만, 그는 이 별명이 좋다고 반겼다. 약속한 민주화 조치를 대부분 이행했다. 87 개헌체제의 기반을 다져 김영삼, 김대중 민간정권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가교가 됐다.외교적 업적은 대단했다. 1988년 7·7선언을 통해 남북 간 제한 없는 인적, 물적 교류원칙과 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선포했다. 진보진영 대북정책의 근간이 만들어졌고 남북 동시 유엔가입도 실현했다. 소련, 중국과의 연이은 수교로 외교 지평은 북방으로 확대됐다.하지만 원죄는 깊었다. 김영삼 정부 때 제정된 5·18특별법으로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비자금 축재로 국민적 분노를 샀다. 그나마 전두환과 달리 그는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했다. 병상의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 노재헌은 광주 5·18묘역에서 참회하고, 수천억원의 추징금도 완납했다. 마지막 유언도 "저의 과오들에 대한 깊은 용서를 바란다"였다.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노태우의 국가장을 치르되 국립묘지 안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 시절의 업적은 인정하되, 내란범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한 법은 지킨다는 얘기다. 보통 사람을 염원한 노태우의 희망은 절반만 이루어진 셈인가.작가 이병주는 "일광에 바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