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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국민 수준에 못 미치는 대선 후보 경쟁 지면기사
제20대 대통령직을 향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쟁 같은 정쟁이 한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은 문심(文心) 획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 수호 경쟁으로 시작된 세력 다툼이, 이재명·이낙연의 '명낙대전'으로 좁혀지면서 상대를 지우기 위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강팔라졌다. 지역감정, 조폭연루설, 노무현탄핵 방조, 욕설녹취, 음주운전 등 상대의 원죄를 묻고 여죄를 들추어내는 전면전으로 살벌하다. 이재명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낙연은 동의하면서도 이재명의 도지사 사퇴를 양심의 문제로 강요한다.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입당하면서 진흙탕이 됐다. 초현실적인 성취로 보수진영의 기린아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는 과도한 다변과 새털 같은 행보로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과 실책이 즐비한 임기 말 정권과의 유리한 싸움 대신, 당 대표인 자가 대표임을 증명하려는 무의미한 시비에 몰두한다. 자존심에 집착해 대의를 잃는 청년의 오류를 바라보는 지지층은 불안하다. 윤석열은 잇단 실언으로 대선주자급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메시지의 진의와 맥락 전달에 번번이 실패하는 언어의 한계가 위험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대어를 가두기에 너무 작은 연못이고, 윤석열은 메기인지 돌고래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여야 주자 모두 정치 철학 빈약·정책 빈곤민주당 정권 비판적 평가 피하며 질문 외면 대한민국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으로 민주주의의 정체성과 국민의 삶을 이어가는 나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거나 극복하거나 청산하는 과정을 누적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 정치적 악업을 기어코 청산하고, 경제성장의 업적은 계승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김대중 정권의 남북협력 기조는 여야 후속 정권이 모두 이어왔다. 민주화를 성취한 87체제 이후엔 수차례의 정계개편으로 민주화 진영과 경제성장 세력이 섞이면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양립시키는 상식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핵심도 문재인 정권의 유산 처리이다.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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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벽제관 지면기사
조선은 명나라를 천자(天子)의 나라로 사대(事大)했다. 중화를 극진하게 섬김으로써 스스로 소중화의 자긍심에 취했다. 그러니 천자를 대신한 명나라 사신인 천사(天使)를 가볍게 모실 수 없었다. 태종은 최고의 국빈인 천사를 정성을 다해 모시려 서대문 밖에 영빈관인 모화루(慕華樓)를 짓고 영은문(迎恩門)을 세웠다. 천자의 사신이 모화루에 도착하고 떠날 때마다 왕세자와 문무백관이 직접 나아가 절하며 마중하고 배웅했다.명나라 사신이 모화루 도착 하루 전에 여장을 푼 곳이 있으니 바로 고양의 벽제관이다. 사신단이 모화루에서 본격적인 외교일정을 시작하기 전, 북경을 출발해 의주를 거쳐 남행하는 동안 쌓인 여독을 풀었던 곳이다. 고려 때부터 있었던 것을 세종이 크게 개축했는데, 사신단이 도착하면 조선 왕을 대신해 정1품 관리가 영접했다. 선조가 임진왜란에서 전사한 천병(天兵), 즉 명나라 군사를 위해 제사를 올리라 명한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조선이 쇠퇴하면서 사대의 상징도 쇠락했다. 모화루는 세종 때 모화관으로 격상됐지만, 청일전쟁 후엔 독립협회 사무실로 썼고, 대한제국의 황제를 자처한 고종은 영은문을 허물고 바로 옆에 독립문을 세웠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청나라에게 사대할 이유가 사라진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벽제관도 일제 때 원형이 훼손되고, 6·25전쟁 때 소실돼 지금은 빈터만 남았다.고양시가 최근 지난 4월부터 실시한 벽제관터 정밀발굴조사 결과를 밝혔다. 벽제관 담장과 건물 유구를 발견했다는데, 시는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벽제관의 원형 정비·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역사의 유물과 유적 복원은 당연한 일이다. 역사는 현재의 정체성이자 반면교사이다. 흥성(興盛)의 역사에서 자긍심을 깨닫고, 망쇠(亡衰)의 역사에서 경각심을 갖는다.우리를 향한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패권주의가 도를 넘었다. 국빈 방문한 대통령은 혼밥을 먹고, 수행기자는 폭행을 당했다. 아리랑도 한복도 김치도 자기 문화라 우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미동맹을 강조한 야당 대선주자를 공개적으로 훈계한다.일제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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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영업 엘레지(悲歌) 지면기사
지난해 2월13일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촌의 한 상인에게 "요새 손님이 적어 좀 편하시겠다"며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시라"라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그날 국내 확진자는 28명으로 안정적이었다. 정 총리의 농담은 과했지만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상인이 정 총리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빨리 극복해야죠"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일주일 뒤 신천지발 팬데믹으로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서면서 코로나 지옥문이 열렸다.자영업 수난시대다. 코로나19 터널 속에 갇힌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확진자 수에 따라 오르내리는 방역단계로 매출이 급락했다. 임대료를 못내 보증금을 까먹고, 최저임금이 오른 직원들을 내보내고도 빚을 얻어 가게를 유지하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려왔다. 벌어놓은 돈을 까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최근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직격탄이 될 모양이다.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휴업 안내문을 내건 상점들이 즐비하다. 생계를 양보하고 정부의 방역전선에 협력한 결과가 치명적이다.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들의 배달망에 매출을 의지하는 동안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의 갑이 됐다. 배달 플랫폼들의 속도 경쟁과 고객 만족 경쟁을 위해, 음식점 주인들은 터무니없는 배달 수수료를 뜯기고 생면부지 고객들의 별점 테러에 시달린다. 배달한 음식에 있던 새우 한 마리 환불을 놓고 다투던 점주가 쓰러졌다. 배달비 빼면 남는 것도 없는 매출에, 얼굴 없는 소비자의 갑질에 심신이 피폐해진다.국세청이 어제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호프집 3천636곳, 간이주점 1천900곳, 노래방 1천554곳이 줄었다고 한다. 대신 통신판매업 10만3천450곳, 커피음료점 1만981곳이 늘었단다. 망한 자영업자들의 절망과 숨통이 간당간당한 시장에서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슬픈 통계다.정부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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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쥴리 사냥'과 '안산의 "쫄지마"' 지면기사
마녀사냥의 최종 목표는 마녀로 지목된 희생자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마녀 혐의 여성을 물에도 빠트리고, 불에 달군 철판 위를 걷게 한다. 죽으면 무죄이고 살아나면 마녀이니 유죄라서 화형에 처한다.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마녀를 지목하는 사이비 마녀사냥단도 있었지만, 신념에 찬 참 마녀사냥단에게 지목당한 마녀는 살아남기 힘들었다.대선 정국에 '쥴리 사냥'이 극성이다. '쥴리'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주자의 부인 김건희를 지목한 마녀 낙인이다. 김건희가 윤석열과 결혼 전 접대부 생활을 했고, 남성 편력이 심했다는 X파일이 '쥴리'의 출처이다. 자칭 정치적 중립이라는 한 서점 주인이 자신의 건물에 '쥴리 벽화'를 주문 제작했다. 쥴리의 남자들도 열거해 놓았다.서점 주인은 무슨 생각인지 쥴리 벽화를 낙서장으로 허용했단다. 보수 유튜버들은 검은색 페인트로 쥴리를 지웠다. 그러자 트위터 닉네임 '친일파청산'이라는 네티즌이 제2의 쥴리벽화 제작을 예고했다. 쥴리 논란에서 김건희가 쥴리인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대선정국에서 쥴리가 필요한 세력과 이에 저지하는 세력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졌다. 윤석열을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김건희는 반드시 쥴리여야만 한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의 논리이다. 그들은 김건희의 명예와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먹잇감을 찾는 증오 집단으로 인해 야만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올림픽 최초 양궁 3관왕 안산은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의 증거라는 SNS 비방에 시달렸다. 예전 같으면 국민 영웅을 향한 시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젠 세력화한 증오집단들이 존재감을 과시할 목적으로 호시탐탐 희생양을 찾는다.한 여성의 인격을 말살하는 '쥴리 사냥'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민주화의 제단에 피를 뿌린 것인지 허망하다. "쫄지말고 대충 쏴." 안산은 비정상적인 페미사냥꾼들에게 맞서 이렇게 자신을 다잡으며 준결승, 결승 슛오프에서 10점 과녁을 꿰뚫었다.마녀사냥꾼들의 자양분은 정치이다. 정치배들의 정략이 이들을 키운다. 이젠 상식적인 민주시민들이 야만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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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코리아 빠이팅' 지면기사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 올림픽 1호 금메달을 따냈을 때, 양정모는 곧 대한민국이었다. 동서 냉전의 한복판에서 이제 막 보릿고개를 넘긴 시대 상황에서 국가대표와 국가는 동격이었다. 중계방송 캐스터는 "고국에 계시는 동포여러분…"으로 금메달 낭보를 목청껏 외쳤고, TV 앞의 국민들은 목 놓아 만세를 합창했다. 금메달리스트들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하나같이 역경을 이겨낸 위인전이었다. 그래서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은 시상대에서도 태극기를 올리지 못한 죄책감에 웃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사회의 민주화에 따라 시민과 국가가 분리되고, 2000년대 들어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뽕'의 시선도 점차 희미해지고, 올림픽을 경기 자체로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도쿄 올림픽에선 유쾌한 언행으로 국가주의를 벗어던진 신세대 국가대표들로 인해 '격'이 다른 세대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자유형 200m 결승에서 7위를 기록한 18세 황선우는 세계신기록급 초반 레이스에 대해 "정말 오버 페이스였네"라며 깔깔 웃었다. 17세 양궁 2관왕 김제덕은 개인전 32강에서 무너진 뒤 "개인전은 혼자만의 시합이어서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었는데 그게 약간 부족했다"고 자신의 패배를 냉정하게 인정했다. 한국과 에스토니아의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은 역대급 올림픽 명장면을 남겼다. 한국의 송세라는 상대 선수가 균형을 잃자 칼을 거두었고, 상대 선수는 장외로 떨어지려는 송세라를 두 팔로 부축했다. 양보할 수 없는 경쟁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성으로 한국의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빛났다.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은 변명하지 않고 자책은 냉정하며, 비겁한 승리 대신 존엄한 패배를 택한다. 이들 앞에 기성세대는 부끄럽다. 공영방송 MBC는 혐오와 조롱 가득한 개막방송으로 전 세계 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의 대선 경선은 혐오 발언으로 얼룩진다. 사법부의 판결을 거부하며 자기만의 진실에 갇힌 공직자들이 한둘이 아니다.그래도 희망은 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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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주당 경선 '적통 논란' 지면기사
절대권력이 세습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권력을 빼앗기는 순간 소멸되기 때문이다. 왕정체제의 왕이 권좌에서 쫒겨나면 왕조가 교체되고, 소멸된 권력의 권토중래는 불가능하다. 공산당이 절대권력인 공산주의에서 왕조 시대의 권력 세습이 발생하는 모순은, 공산당 중심의 절대권력 탓이다.북한은 아예 김씨 문중을 공산당과 일체화한 주체사상으로 3대 세습 권력을 완성했다. 세습이 끊어지면 공산당도 없고 북한체제도 무너진다. 이는 김씨 일가만의 재앙이 아니라 김씨 권력을 떠받치는 기득권의 공멸이다.중국은 문중 세습 대신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등 3대 파벌의 협력과 견제로 공산당 세습을 이어왔다. 상하이방의 장쩌민→공산당 청년 엘리트들의 집단인 공청단의 후진타오→공산당 원로들의 후손 그룹인 태자당의 시진핑으로 주석직이 승계되는 식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주석직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권력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산계급의 천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봉건적인 권력 세습이 횡행하니, 지하의 칼 마르크스가 통곡할 일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노무현의 직계를 다투는 설전이 살벌하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의 적통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적통 운운 자체가 시대착오라면서도, 노무현 탄핵 여부를 시비하며 이 전 대표의 적통론을 부정한다. 김두관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의 맏며느리'를 자처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퇴행적 논란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과 제도를 통해 작동한다. 사람이 제도에 앞설 수 없는 체제이자, 특정한 인물을 절대화하는 순간 위기에 봉착하는 체제이다. 박정희 후광은 박근혜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혈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정작 대법원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판결은 불신하고 비판한다. 사람을 앞세우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밑에 두는 경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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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산악인 '김홍빈' 지면기사
산악인 김홍빈이 지난 18일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타전됐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순간도 없이, 하산 도중 실종됐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2015년 영원한 등반대장 김홍빈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김 대장은 그해 3월 30일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로체 원정대를 이끌고 출국했다. 출국 전 인터뷰를 위해 경인일보를 방문했었다. 인사를 나누려 손등만 남은 두 손으로 모자를 벗었다. 열 손가락 전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 등정에서 잃었다. 하지만 모자도 벗기 힘든 두 손으로 이미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거인이었다. 악수 아닌 악수였지만 최고의 악수였다.아쉽게도 2015 로체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네팔 지진으로 무산됐다. 현지에 파견된 경인일보 취재팀은 등반 뉴스 대신 지진참사 속보와 르포를 연달아 보내왔다. 참사에 희생된 등반대와 네팔 국민이 속출했다. 김 대장과 원정대는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벗어났다. 기자는 "순박한 이곳 사람들에게 이런 큰 재앙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김 대장의 심경도 기사에 담았다. 산 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람이었다.김 대장의 산악인생은 시작도 못한 채 끝날 뻔 했다. 첫 단독 등정인 매킨리에서 손가락을 다 잃었다. 거기서 포기했다면 '김홍빈' 이름 석자는 없었다. 오히려 열 손가락을 잃고 난 후 7대륙 최고봉 등정과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손가락을 바친 매킨리도 올랐고, 지진 때문에 물러선 로체 원정은 그 다음해에 기어코 성공했다.마침내 마지막 14좌 브로드피크 정상에서 비범한 노력으로 일군 인간승리를 완성한 김 대장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두 손이 있을 땐 나만을 위했습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새로운 손이/ 그렇게 말합니다." 경인일보 인터뷰 기사 첫 문장이다. 김 대장이 2009년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 등정에 도전하며 쓴 글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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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철거된 '이순신 현수막' 지면기사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지난 17일 선수촌 아파트에 게시했던 '이순신 현수막'을 철거했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현수막 문구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장계 '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 있나이다'의 패러디였다. 일본 극우 매체가 "불온한 전시(戰時) 메시지"라고 시비를 걸었고, 한 줌도 안 되는 극우 정당원들이 현수막 앞에서 욱일기 시위를 벌였다. 일본 관방장관도 "올림픽 정신" 운운하며 합세했다.올림픽은 선수단과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는 국가대항 스포츠행사이다.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인 것은 경쟁의 결과에 상관없이 화합하는 전통 때문이지, 경쟁 자체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응원과 지지' 없는 국가대표는 없다. '국민의 응원과 지지'를 강조한 한국 선수단의 현수막을, 잔인한 일제의 상징인 욱일기로 모욕한 것이야말로 역사적 적반하장이다. 일본의 이순신 콤플렉스는 가여울 뿐이고.괘씸한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일본 편을 들어 "전쟁 메시지는 안 된다"며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다. 역사적 맥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우리 선수단은 욱일기 응원 금지를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하는데, IOC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이번 올림픽은 최초의 팬데믹 올림픽이자 무관중 올림픽이다. 수백만 명의 인류를 희생시킨 코로나19로 지난해 개최가 취소됐다. 많은 국가들이 올해 개최에도 반대하고 일부 유명 선수들이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IOC와 일본이 개최를 강행했다. 위험을 무릅쓴 참가국과 선수들에게 감지덕지 머리를 조아려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텃세에 갑질이니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최근엔 우리 선수단 급식에 후쿠시마산 대신 우리 식재료 쓴다고 시비라니,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이 정도면 죽창가를 외쳐야 당연할 여권과 지지층이 조용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위행위' 운운한 주한일본공사의 망언에도 전례 없이 차분하다. 일본 방문을 고심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라면 놀라운 집단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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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코로나 대유행에 덮친 폭염 지면기사
중국 신장위구르의 화염산엔 '여의봉'이라는 애칭의 온도계가 있는데, 지난 5일 지표면 온도 77℃를 기록했다. 손오공이 철선공주의 파초선을 훔쳐와 불길을 잡았던 바로 그 화염산이다. 지금은 고전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합된 관광지가 됐다. 서유기의 서사와 화염산 열기를 체험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단다.열돔(heat dome)에 갇힌 미국과 캐나다가 장작불로 달군 온돌방처럼 쩔쩔 끓고 있다. 화염산의 낭만은 눈곱만큼도 없다. 연일 40~50℃를 넘는 폭염에 수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억개의 어패류가 그대로 조개찜이 된 것은 물론 태평양 연안 해양생물 집단폐사도 잇따르고 있단다. 마른하늘에 잦은 벼락으로 산불이 속출하면서 마을이 사라졌고, 소방관들이 희생당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상) 소설의 삶을 살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참담하고, '기후재앙의 서막이 열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섬뜩하다.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한반도도 열섬에 갇힌다는 기상예보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형성한 열돔으로 발생한 2018년 폭염과 복사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8년 폭염은 모든 기상관측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39.6℃, 강원 홍천 41.0℃는 역대 최고기온이었고, 전국 평균 폭염일수 26.1일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1994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온열질환자가 4천명을 넘었고 5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철로가 휘어졌고 아스팔트가 갈라졌다. 에어컨 가동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이 예상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기요금을 할인하고 나섰다.올해 폭염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과 겹쳐 오는 바람에 걱정이 크다. 어제 신규 확진자가 1천600명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 방역단계도 상향조정됐다. 폭염은 방역에 악재다. 지난해 의료진 등 방역현장 종사자들을 괴롭힌 건 바이러스보다 더위였다. 폭염은 노령 확진자의 회복도 방해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걱정이고, 쪽방촌 독거노인들의 건강도 미리 챙겨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과 손잡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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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정권의 님비가 된 수도권매립지 지면기사
환경부 '대체지 공모' 최종적으로 실패했다생폐물 직매립·건폐물 금지 등 변죽만 울려사용연장 의지 분명한데 솔직히 말 안한다결단 고통 '차기'로 미뤄… 국민 기억할 것환경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수도권 쓰레기를 매립하는 인천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신매립지였다.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선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3천억원의 인센티브를 걸었지만 지난 1월 1차 공모에 응한 지방자치단체는 전무했다. 지난 9일 마감한 재공모도 마찬가지였다.천문학적 인센티브에도 신매립지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명하다. 자기 지역에 쓰레기매립지를 들여오는 시장·군수는 주민소환에 걸려 바로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선출직에 영원히 나설 수 없는 지역의 원흉이 될 수 있다. 3천억원의 주민 이익 보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단체들이 환경부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비웃었던 배경이다. 환경부는 "추가공모는 없다"고 밝혔지만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직전 환경부는 2026년부터 현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모아 그대로 매립하는 대신, 재활용품을 선별한 뒤 남은 쓰레기를 소각해 재만 묻으라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는 생활폐기물량을 80~90% 감축할 수 있고, 그만큼 사용기간은 연장된다는 얘기다. 공모 실패 직후엔 수도권매립지에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검토한다고도 했다. 실행하면 생활폐기물보다 훨씬 큰 매립 감축 효과가 발생하고,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은 더욱 늘어난다. 환경부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할 폐기물 감축 대책만 만들어 놓고 대체매립지 확보는 손을 놓아버렸다.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하려면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매립지를 희망하는 시·군이 없듯이, 지자체 소각장을 반기는 읍·면·동도 없다. 경기도에는 내구연한이 다 된 소각장들이 즐비하다. 지자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