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기사
-
[참성단] '일용 엄니' 김수미
2024-10-27
-
[참성단] 경기도교육청 '채식주의자' 논란
2024-10-20
-
[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2024-12-04
-
[긴급사설] 윤석열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2024-12-04
-
[참성단] 자살 단톡방
2024-11-20
최신기사
-
[참성단]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지면기사
1964년 7월2일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민권법에 서명했다. 공공장소에서뿐 아니라 취업, 교육, 법률상으로 인종과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가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법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노예해방 이후 100년 동안 실정법으로 차별을 받았던 흑인들이었다. 성차별 문화에 희생당했던 여성들 또한 남성과의 동등한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하지만 민권법으로 다인종, 다문화 국가 미국사회에서 모든 차별이 철폐됐는가 하면, 아니다. 미국 대법원이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동등한 작업에 대해 동등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건 1974년 일이다.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내각 기념사진에 5명의 여성·4명의 흑인·2명의 히스패닉 장관이 포함되자, 한 칼럼니스트는 "다양한 미국인들의 얼굴"이라고 감격했다. 민권법 시행 50주년인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모든 미국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진행형 차별을 인정했다.차별 없는 미국을 선언한 민권법의 대의는 여전히 미완이다. 경찰의 차별적 공권력 행사에 흑인들은 오늘도 저항한다. 역차별 논란도 심하다. 백인들은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의 일환인 할당제 폐지를 법에 호소하고, 특히 백인남성들의 불만은 정치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법원의 판단은 혼선을 초래한다. 2003년 미시간대의 인종 할당제를 합헌으로 결정했던 미 대법원은, 2014년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입학 사정을 폐지한 미시간주의 결정을 인정했다.최근 우리 사회에서 젠더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민감한 주제를 돌출시켰다. 유승민 전 의원이 주장하고 이준석 대표가 맞장구친 가운데, 원희룡 의원 등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유 의원과 이 대표는 기능 상실을 폐지 이유로 내세웠지만, 논쟁이 여성의 반발과 남성의 지지로 단순화되면 성 대결로 번질 수 있는 휘발성 이슈이다.미국 사회에서 보듯이 차별은 일거에 해소할 수 없는 숙제다
-
[참성단] '국경 없는 기자회' 지면기사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단체이자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5년 마다 '언론자유 약탈자'를 발표한다. 지난 5일 37명의 언론자유 약탈자를 발표했다. 명단에 오른 지도자들은 모든 형태의 독재 정권 수장들이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년 전에 이어 명단에 포함됐다. "감시, 억압, 검열, 선전에 통치 기반을 둔 전체주의 정권의 최고 지도자"라 했다.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시 주석의 꼭두각시"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명단에 올렸다. 영구집권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도 포함됐다. 언론 탄압과 언론인 살해로 정권을 유지하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브라질 대통령, 인도 총리도 약탈자로 지목됐다.홍콩의 빈과일보 폐간에서 보듯이 공산주의 정권을 비롯한 모든 독재 정권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존 밀턴이 아레오파지티카에서 밝혔듯이 거짓과 진리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대결하고 경쟁하면 필연적으로 진리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통제하려면 진실을 가려야 한다. 독재자들에게 언론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의 말처럼 '으뜸가는 이념의 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의 '로동신문'과 중국의 '환구시보'를 떠올리면 된다.다행히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를 구가한다. 올해 RSF 언론자유지수는 전 세계 180개 국가 중에 42위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1위이다. 공영방송(T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씨는 RSF 언론자유지수의 공정성을 보여준다. 친정권 편파방송 시비에도 불구하고 야당 시장 취임 뒤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언론의 자유가 너무 과도했나, 여당이 허위·조작보도 방지를 명분으로 언론사에 대한 가짜뉴스 조사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입법 중이다.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제재는 당연하다는 주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이 치열하다.다만 언론자유와 관련
-
[참성단] 섹스(Sex) 없는 사회 지면기사
알프레드 찰스 킨제이는 미국 교도소 재소자 1만8천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성의 성적 행동(1948년)'과 '여성의 성적 행동(1953년)'을 잇따라 발간했다. 이 두 권의 책이 바로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한 '킨제이 보고서'이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성욕이 있고,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37%에 이른다거나, 기혼 남성의 절반·기혼 여성의 25%가 혼외 정사를 갖고, 여성의 절반은 혼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킨제이 보고서로 촉발된 성혁명(sexual revolution)의 기세는 대단했다. 성 관련 담론들이 음지를 벗어나면서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겼고, 성적 자율성이 높아진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와 존엄에 눈을 떴다. 킨제이는 은밀한 침실문화를 막대그래프와 숫자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성을 해방시키고 세상을 바꾼 셈이다. 휴 헤프너가 1953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실존 인물인 70대 남녀 노인의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논란 끝에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18세 이상 관람가'로 완화돼 개봉(2002년)한지 벌써 20년 가깝게 지났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으로 선택한 모든 형태의 섹스가 허용되고 존중받는다. 여성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했다가는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고, 간통죄마저도 사라진 세상이다. 성관계에 적대적인 사회적, 문화적 제약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한국 성인 3명 중 1명(36%)이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0년 비슷한 조사에서 11%였던 섹스리스(sexless) 인구의 3배 이상이다.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 지역의 만 19세 이상 남녀 2천182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서울 거주자 성생활' 연구결과이다. 여성 응답자의 43%와 남성 응답자의 29%가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가진 20대 남성은 58%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고 한다.연
-
[참성단]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 지면기사
경기도는 서울을 압도하는 1천3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전국 유일의 1천만 광역자치단체이자,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감당하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지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엔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와 도농복합형 중·소도시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소판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민선 경기도지사들이 자동적으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 주목받은 배경이다.실제로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높은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던 그는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과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경선을 강타한 노무현 돌풍에 분루를 삼켰다. 합리적 이미지로 기자들이 선호하는 대권 주자로 호평을 받았던 손학규 전 지사도 17, 18, 19대 연이어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혁보수를 자임했던 남경필 전 지사는 바른정당을 창당해 19대 대선에 참전했지만 역시 당내 경선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사는 등용문(登龍門) 통과에 실패한 이무기나 잠룡(潛龍)들의 엘레지로 얼룩졌다. 경기도지사직이 대권 잠룡들의 무덤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약한 지역주의이다. 팔도 사람들이 다 모인 경기도는 지역주의 무풍지대이다. 도지사와 도민의 지역적 유대와 결속이 희박하니, 자기 집에서 먹고 들어갈 정치 밑천도 빈약하다. 게다가 이인제 말고는 대선 정국에서 여론을 선도한 인물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로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의 표심을 잡으면 전국을 호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늘 공식적으로 20대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한다. 성남시장 시절 19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때와는 정치적 체급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도지사직으로 자력갱생한 이후 여당의 지지율 1위 주자로 성장했다. 정치는 생물이니 예단은 금물이지만,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하는 최초의 경기도지
-
[참성단] '타임(TIME)' 논란 지면기사
7080시절 '타임(TIME)' 한번 껴보지 않은 대학생이 드물었다. 대학마다 타임 동아리가 있었다. 영어를 배우는 교재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창이었고, 가끔은 지적 허세를 과시하는 소품이기도 했다.1923년 창간한 미국 최대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사 인물을 선정하는 안목이 탁월하다.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인물' 커버스토리는 가장 영향력 있었던 뉴스메이커로 한 해를 정리하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1982년엔 올해의 인물 대신 '올해의 기계'로 가정용 컴퓨터를 선정하는 파격으로 화제가 됐다. 1999년에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 화제가 되자 2004년부터는 해마다 '타임 100(Time 100)'을 발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 봉준호 감독, BTS(방탄소년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명단에 올랐다.'나무위키'가 정리해놓은 타임지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역대 한국인 주인공들을 일별하면 한국 현대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승만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박세리, 안정환, 박지성, 장동건, 황우석 등이 표지인물로 영욕의 현대사를 대변한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도 대를 이어 타임의 단골 주인공이었다.문 대통령이 최신판 타임지 커버스토리 주인공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표지 사진 제목이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다. "저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다."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를 통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을 '정직하고 열정적'인 지도자로 칭찬한 것도 의도적인 립서비스였을 것이다.하지만 타임지 기자는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망상'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고위층의 입장도 함께 전했다. 국민의힘은 6·25를 앞두고 김정은을 칭송했다고 격분한다. 윤희숙 의원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타임지를 청와대가 홍보한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이다.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제안
-
[참성단] 이준석의 악필 지면기사
삼촌뻘 여당 대표와 조카뻘 야당 대표의 상견례로 주목받았던 지난 17일 여야 대표회동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자신의 저서를 선물했다. 이 대표는 송 대표의 책 서명을 보고 "명필이시다. 너무 글씨를 잘 쓰셔서 제가 위압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30대 야당 대표로서 국립대전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첫 문장이 악필로 조롱받았던 터라, 자신의 악필로 송 대표의 필체를 높이는 자학개그로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송 대표의 명필은 교육의 유산이다. 586세대는 한글 자·모음을 무수히 필기하는 것으로 초등교육을 시작했다. 받아쓰기 시험에선 받침을 틀려도 회초리를 맞았지만 필체가 바르지 않아도 혼꾸멍이 났다. 중학교 들어가선 오선지를 닮은 영어 공책에 알파벳 인쇄체와 필기체의 대·소문자를 한없이 채웠고, 기본 한자를 필기하며 외워야 하는 한문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키보드 세대가 586의 필체를 따라잡기란 언감생심이다.최근 경인일보가 주최한 손편지 공모전에 응모한 편지들에서도 일부 청소년들의 글씨체는 추상화를 방불케 해 심사위원들이 해독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나폴레옹이나 톨스토이처럼 악필로 유명한 위인들도 적지 않지만, 아름다운 필체가 글의 무게와 인물의 격을 높이는 건 사실이다. 글씨에서 그 사람의 혼을 느끼는 건 동서고금의 공통된 정서이고, 그래서 '글씨는 마음의 창'이다. 최근 신영복체로 국정원 원훈석을 다시 세우자 국정원 올드보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무기수의 혼이 담긴 서체를 국가보안의 보루인 국정원에 새기니 조직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반발일테다.이 대표가 어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한 매체는 현충원 방명록 악필 논란을 의식해 "또박또박 글씨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가 악필을 의식해 현충원때 보다 정성을 기울였을 건 틀림없다. 하지만 악필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다. 거기서 거기란 느낌이다. 다만 비난과 비판을 의식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귀 기울여 수용하는 태도라면 30대 정당 대표를 향한 우
-
[참성단] '소방 영웅'을 보내며 지면기사
2001년 서울 홍제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5분 만에 불길을 잡고 7명을 구조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아들이 안에 있다"고 절규했고, 소방관 9명이 구조를 위해 재진입했다. 곧 2층집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방화범인 아들은 불을 낸 뒤 친척집에 은신 중이었다.2011년 평택 서정동 가구전시장 화재 때도 이재만, 한상윤 소방관은 동료들을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나오다가 잔해에 깔려 순직했다. 2014년 7월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치고 귀환하던 강원소방본부 구조헬기가 추락했다. 마지막 수색 임무를 마친 소방관 5명이 순직했다.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자신의 목숨을 거는 용기는 숭고하다. 소방관은 '숭고한 희생'을 숙명으로 짊어진다. 화재 현장은 지옥일테다. 숙명의 실천은 의지이고 공포의 회피는 본능이다.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소방관의 기도'가 간절한 이유다. 작가 김훈은 소방관에게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는 헌사를 바쳤지만, 해마다 돌아오지 못한 순직 소방관들이 그치지 않는다.오늘 경기 광주소방서 김동식 소방관이 영면에 든다. 17일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불길 속으로 진입했다가 부하 대원들을 대피시키고 혼자 남겨졌다. 선두로 진입했다 마지막으로 철수하다 불길 속에 갇혔다. 이틀 동안 그의 생환을 기원했던 국민들은 19일 그를 영정으로 대면했다.김 대장은 1계급 특진과 훈장을 받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숭고한 희생에 대한 당연한 예우다. 하지만 희생에 보답하는 예우만으로 부족하다. 미국 시민들은 평소에도 소방관을 '영웅'으로 깍듯이 예우한다. 우리는 119소방대원을 온갖 잡일로 괴롭히는 시민들과 욕하고 때리는 취객들로 넘쳐난다. 평소엔 하대하면서 희생한 뒤에 추모한다면 위선이다.경기도는 김 대장 영결식을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른다. 결코 넘치는 예우가 아니다. 그런데 앞서 홍제동 화재 순직소방관 영결식은 서울소방방재본부장,
-
[참성단] 정치인의 '부캐' 지면기사
최근 연예계는 '부캐' 전성시대다. 유재석은 대표적인 부캐 부자다. '유산슬', '유두래곤'이라는 가수이자, '지미 유'라는 음반제작자이고, 하피스트 '유르페우스'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부캐인 '김신영 이모 김다비'로 슬럼프를 벗어났다. '부캐'는 원래 온라인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캐릭터와 별도로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 부른 말이다. 이를 연예인들이 본래의 캐릭터(본캐)와 완전히 다른 '부캐'로 인기를 누리자 문화 현상이 된 것이다.신세대들은 부캐 문화에 기꺼이 동참하고 공감하며 즐긴다. 본인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여러 아바타로 활동하고, SNS와 게임에서 수많은 캐릭터로 살고 있으니, 부캐 문화를 즐겁게 소비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2020년 소비트렌드 10개 키워드 중 하나로 다중적 자아를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디지털 세상에서 가면 여러 개를 갈아쓰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부캐'는 사회적 인간의 숙명일지 모른다. 인간은 다양한 얼굴로 살아간다. 세상의 많은 아내들이 밖에선 친절한 사람이 집안에서 폭군으로 변하는 남편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직장에서, 집안에서, 페이스북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야 하는 건 다중인격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할과 정체성이 다양해서다.정치인 만큼 다양한 부캐가 필요한 사람들도 없을 듯 싶다. 다양한 부캐로 모든 세대의 환호를 받는다면 선거는 따놓은 당상일테니 그렇다. 청년층 지지가 바닥인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부캐로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고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튜브에서 신인 가수 '최메기(MEGI)'로 데뷔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동영상 콘텐츠를 촬영했단다.청년세대와 호흡하려는 눈물겨운 정성이다. 공교롭게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주자들이다. 부캐가 무럭무럭 자랄 시간이 필요해서인가? '부캐'가 살려
-
[윤인수 칼럼] 시대와 악수한 이준석, 여당은··· 지면기사
30대 대표, 한국 정치사의 전대미문 대사변민심 설레고 정치권 요동… 與에 까지 여파첫 행보는 국민과 소통 보수의 과거와 단절지켜보는 시선은 따뜻… 이젠 민주당 차례다30대 야당 대표 이준석.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번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대사변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준석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은 기운에 민심은 설레고 정치권은 요동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치솟고,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대선주자 박용진이 약진한다. 이준석 효과가 야당은 물론 여당에 미친다.이준석은 13일 백팩을 메고 지하철과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동네 카페에서 안철수와 만나 합당문제를 논의했다. 공식일정 첫날인 14일엔 아침 일찍 대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참배했다. 대전에서 곧바로 수백㎞ 떨어진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의 역사적 상처에 공감하고, 전두환을 비판했다.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야 늦은 오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체와 상견례를 마쳤다.동작동 현충원은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참배 1번지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나 된 자, 보수나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독립지사와 역대 대통령의 묘역에서 역사적 유훈과 통합의 리더십을 새긴다. 이준석은 이를 뒤로 물렸다. 대신 대전 현충원에서 천안함, 연평해전 등에서 산화한 당대의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소외된 유족들과 함께 눈물 흘렸다. 광주에서는 오늘의 아픔에 동참하고 과거의 상처에 공감하고 보수의 과거와 단절했다. 그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민심과 소통한다. 36세의 나이라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이렇게 무섭다.북한에 유훈통치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유훈정치가 있다. 진보나 보수나 과거에 집착한다. 진보는 민주화운동 역사 전체를 전유하면서 울타리 밖의 정당과 국민을 반민주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한다. 노무현의 비극으로 결속한 진영은 '내 편'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다. 문재인과 조국을 향한 열렬한 편애는 그들이 노무현의 유훈을 계승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보수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
[참성단] 이준석의 샐러드 볼 정치 지면기사
지난 주말 내내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키워드는 '이준석'이었다. '36세 0선 이준석'이 보수 대표 정당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자 국민이 놀랐고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사전 여론조사는 그의 당선을 예고했지만, 막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워낙 충격적이고 신선해서다.대한민국 보수, 진보 정당은 40대 정치군인들과 민주화투사들이 대립한 60년대 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국의 청년 학도들이 4·19혁명으로 이승만을 하야시켰다. 이승만 공백의 혼란을 틈타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나이가 44세였다.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저지하려 71년 대선 야당 경선에 나섰던 김영삼, 김대중은 40대 기수들이었다. 40대 후반인 육사 11기 전두환, 노태우는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다.쿠데타를 감행한 40대 정치군인들은 권력을 탈취했지만 끝이 안 좋았다. 박정희는 측근에게 암살당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역사의 법정에서 영원한 피고이다. 70년대 40대 기수였던 김영삼, 김대중은 두 번의 군부정권이 종식되고 나서야 고목에 꽃을 피웠다.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거나 인내에서 싹 튼다는 오래된 경험칙이 최근 들어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 친문 당원들로부터 '듣보잡' 소리를 듣던 0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화려한 스펙의 중진 후보들을 제치고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은 정권의 방탄조끼 역할을 거부한 이유만으로 정권교체의 선봉이 됐다. 보수정당은 민심과 힘을 모아 청년 이준석을 대표로 선출해 화룡점정을 찍었다.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이재명, 윤석열에 이어 이준석을 호출한 민심은 대한민국 정치를 완전히 바꾸기로 작정한 듯싶다. 이준석을 통해 정치 격변을 눈치챈 정치권은 분주하다. 국민의힘 중진, 다선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를 신속하게 인정했다. 대통령은 축하전화를 하고 이재명 지사는 긴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벤치마킹을 서두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엄지 척' 분위기다. 정치판 전체에 혁신과 변화의 기운이 퍼지는 나비효과가 상서롭다.이 대표는 취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