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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일용 엄니'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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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경기도교육청 '채식주의자' 논란
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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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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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살 단톡방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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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한동'과 '중부권 대망론' 지면기사
경기도의 정치 거목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8일 별세했다. 11대부터 16대 국회까지 6선 국회의원에 신한국당 대표, 한나라당 대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내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정계와 관계에서 일군 화려한 이력이 보여주듯이, 한 시대 경기도 정치를 대표했던 '인물'이었다.1988년 새내기 기자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출입하면서 처음 마주한 이한동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전형적 정치인이었다. 거구임에도 반듯한 체형은 균형이 잡혔고, 걸걸한 목소리는 조리있는 언변을 따스한 인정으로 감쌌다. 그는 설득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야당과 일이 꼬일 때마다 이한동이 원내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원내총무에 발탁된 이유다.1989년 12월31일 전두환의 국회증언은 그의 정치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민정당 원내총무로서 백담사의 전두환을 설득해 국회 증언대에 세웠다. 통일민주당의 노무현은 명패를 던지고 평화민주당의 이철용은 "살인마 전두환"을 절규했다. 대의기관인 국회의 전두환 심판으로 한 해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3당 합당과 민자당의 출현으로 정치지형은 안정화된다.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의 집권여당에서 원내총무와 당 대표를 지낸 그는 극단적인 지역갈등 정치의 탈출구를 제3지역에서 찾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합리적인 중도 민심을 정치의 주류로 만들어 통합의 정치 공간을 열고자 했다. 역동정치론, 국민통합론을 거쳐 완성된 '중부권 대망론'으로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다. 하지만 이인제에 뒤진 3위로 분루를 삼켰고, DJP연합정권의 국무총리로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은 뒤 2004년 정계를 은퇴했다.지금 정치는 이한동 시절의 정치와는 다르고도 같다. 여야가 낮엔 싸우느라 얼굴을 붉히고, 밤엔 문제를 풀기 위해 한 잔 술로 얼굴이 붉어졌던 낭만적 협치의 문화는 사라졌다. 반면에 도로 영남당, 다시 호남당이라는 지역 편파적인 정치구조는 여전하다. 합리적인 수도권 민심은 여전히 비주류로 머물고, 수도권 뜨내기 의원들이 균형발전론을 방관하는 동안 정부와 공공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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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의 명예 지면기사
명예에 목숨 걸던 시대가 있었다. 푸시킨은 아내 곤차로바와 염문설이 돌던 프랑스 장교 당테스와 결투를 벌여 총상을 입고 이틀 만에 사망했다. 마크 트웨인은 언론인 시절 경쟁사 언론인과의 설전 끝에 결투를 신청받자 죽을까봐 전전긍긍했다. 사격 솜씨가 형편 없었던 것이다.모욕적인 상황에서 명예의 훼손을 인내하기란 쉽지 않다. 명예는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다. 명예를 훼손당하면 사회에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하다못해 뒷골목 건달들도 양아치를 경멸하며 족보의 명예를 지킨다. 모욕을 당했다고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였던 푸시킨의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모욕당한 명예를 회복하려면 법정 결투, 즉 법에 의지해야 한다. 우리 형법은 명예훼손, 사자의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을 모두 죄로 규정한다. 단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죄가 안 된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다. 또 반의사 불벌과 친고 원칙을 규정했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피해자가 참거나 무시하면 그만이라서다.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자신을 "북조선의 개"라고 모욕했다며 30대 청년에게 제기했던 고소를 지난 3일 취소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한 유례 드문 일이 뒤늦게 알려지자 난리가 났다. '대통령 욕도 못할 세상이 됐느냐'는 놀라운 반응이 대세였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던 과거 발언의 진정성도 도마에 올랐다.문 대통령이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국민) 지적"을 수용한 것은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대한민국 최고위직 공인인 대통령과 30대 청년의 법정 결투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대통령 입장에선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테고, 진다면 국민 볼 면목을 잃었을테다. 명예를 회복하려다 명예를 잃을뻔 했다. 조만대장경 전과 후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회적 평판이 달라졌듯이, 공인들의 명예는 대부분 제 스스로 무너진다.지금도 궁금한 건 국민 고소가 대통령의 진의였는지다. 푸시킨과 마크 트웨인이 결투에 목숨을 걸었던 건 주변에서 부추긴 탓도 컸다. 마크 트웨인은 결투가 무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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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동의 위기 지면기사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노동단체들의 집회와 행진이 벌어졌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비대면 사회를 지탱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향상 등 노동계의 요구가 빗발쳤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총파업도 예고했다.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이 위기에 놓였다"며 "땀흘려 일한 근로소득으로는 급격히 벌어지는 자산격차를 따라갈 수 없어, 대한민국은 땀의 가치가 천대받는 사회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했다.이 지사가 우려한 대한민국 노동의 위기는 청년세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MZ세대는 노동의 가치에 절망한 상태다. 경실련 분석대로라면 임금 노동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36년을 모아야 한단다. 이 정부 들어 15년이 늘었단다. 임금의 30%를 저축해 아파트를 사려면 118년이 걸린다니 평생 노동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죽는 셈이다.프랑스 격언에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는 말이 있다. 노동의 가치에 절망하고 분노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키운다. 곳곳에서 터지는 성공사례가 이들의 희망봉이다.떼돈을 번 일부 동학개미, 서학개미를 추종하는 개미군단들이 주식시장의 큰 손이 됐다. 밤새워 미국 주식을 거래하느라 직장에선 졸고 있는 청년 직원들이 주식시장이 탄광이라면 가상화폐 시장은 금광이다. 수개월, 수년 사이에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 차익을 챙겼다는 대박 사례가 속출한다. 400억원의 비트코인 수익을 내고 퇴직을 선언한 '삼성전자 형'의 뒤를 잇겠다는 수많은 청년들이 코인 광풍에 몸을 실었다.적금을 깨고 대출 받아 주식과 가상화폐에 영혼을 바친 청년들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투자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책에 불을 켜고 반대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주식 공매도로 주식시장이 철렁 가라앉으면 난리가 날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당은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가상화폐 규제를 머뭇댄다.부동산이 노동의 가치를 조롱하자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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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건희 컬렉션' 지면기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가족들이 28일 전무후무한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26조원이라는 이 회장의 유산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 12조원은 지난해 정부 상속세 세입의 3~4배란다. 서민들에겐 비현실적인 숫자다. 사회환원 계획도 역대급이다. 감염병 예방 인프라 건설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1조원을 기부한다.하지만 압도적인 현금의 향연도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비하면 초라하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수집한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의 미술품을 국·공·사립 박물관, 미술관에 기증한다. 작품 면면이 경이롭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다.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은 물론 모네, 피카소, 르누아르 등 국내외 근·현대회화 거장들의 명작들이 즐비하다.호사가들은 3조원가량이라는 감정가를 놓고 입방아를 찧지만, 당대 최고라는 '이건희 컬렉션'은 실제 시장 가격에 호환불능의 무형의 가치를 더하면 금액으로 환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술계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경악할만한 사건으로 평가하는 이유다.가장 큰 수혜자는 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해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을 기증받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조 단위의 작품과 유물들을 거저 받아 국립의 품격과 위상이 치솟았다. 올해 소장품 구입예산 40억원으로는 꿈도 꿀 수 없던 일이다. 국내외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 1천600여점을 기증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로소 근·현대 회화의 역사성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모네, 달리, 피카소, 샤갈, 르누아르, 고갱의 작품은 '덤'이라기엔 배보다 큰 배꼽일테다. 제주도의 이중섭미술관도 이번 기증으로 제대로 '이중섭미술관'이 될 모양이고 대구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박수근미술관도 이름값이 가능해졌다.박물관, 미술관만 횡재한 것이 아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국민 모두가 수혜자다. 정부가 감사 성명을 발표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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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시대착오적인 군대 밥상 지면기사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군대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때까지는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식량 보급선은 끊어지고 모스크바엔 먹을 것이 없었다. 식량 대신 약탈품을 가득 채운 군대는 퇴각하면서 자멸했다. 거란군은 호기롭게 고려 국경을 넘었지만 식량 한 톨, 물 한 모금 남기지 않은 고려의 청야전술에 배를 곯다가 퇴각하던 중 귀주에서 강감찬에게 몰살당했다. 최강의 군대도 병사가 굶주리면 순식간에 당나라 군대가 된다.6·25 전쟁 때 정부가 급조한 국민방위군은 식량 없는 군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북한 인민군의 전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방위군을 설치한다. 60만여명의 수도권 장정들이 국민방위군에 편입돼 부산 등 후방 집결지로 행군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군 고위층이 국민방위군 예산을 횡령했다. 구걸로 연명하는 국민방위군의 행군은 죽음의 행렬이었다. 엄동설한에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장병이 수만명으로 추정될 뿐 70년 가까이 비극의 진상과 보상은 전설로 희미해졌다.최근 부실한 군대 급식을 고발하는 병사들의 제보 사진과 글들에 정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휴가 후 귀대해 자가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제공된 도시락 사진들은 기막히다. 밥반찬으로 나물 한 줌과 깍두기 두 조각, 통조림 햄 한 조각에 김 몇 장이다. 노숙자 무료급식도 이보다 낫다 싶어 부아가 치민다. 1천원짜리 생일상 사진도 가관이다. 생일 병사에게 제공해야 할 1만5천원짜리 케이크 대신 생일 초를 꽂아넣은 1천원짜리 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인일보가 보도한 군부대 생일병사 떡케이크 납품 문제(3월23·24일자 1면 보도)는 괜한 지적이 아니었다.카투사를 선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군과 같이 먹는 급식이 한국군의 '짬밥'과는 천지 차이였던 이유도 컸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고, 군대 밥 좋아졌다고 믿은 지도 꽤 됐다. 그만큼 부실한 병영급식 사진들은 충격적이다. 장병 1인의 한 끼 단가가 2천930원으로 중·고교 급식단가의 절반이라니 한참 잘못됐다. 눈 깜짝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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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지면기사
"내가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을 경고할 때마다 인용된 아이작 뉴턴의 한탄이다.뉴턴은 18세기 초 설립된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 영국 정부의 채권을 인수하는 대신 남미와의 무역독점권을 보장받은 주식회사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노예무역이 무산되자 남해회사는 대정부 로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공개한다. 회사는 금광 발견 등 가짜뉴스까지 퍼트려 주가 상승에 올인했다. 국민 사이에 주식 매수 광풍이 불었다. 뉴턴도 차익을 실현한 재미에 추격매수에 나섰던 모양이다. 하지만 거품은 꺼졌고 뉴턴도 2만 파운드, 지금 돈으로 20억원을 날렸단다. 이 모든 일이 1720년 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적대적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계획도 없으며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한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시장의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은 위원장의 경고를 가상화폐 시장의 버블을 경계하는 확실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때문에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의 저항으로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갈아탄 20대들은 "조폭도 자릿세를 받은 상인은 보호해준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가상화폐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카지노 칩처럼 투자자에게만 의미있는 화폐다. 칩이 카지노 밖에선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하듯, 비트코인도 실물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투자가 계속 유지되려면 가상화폐 가치가 무한하게 상승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 재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카지노 조명이 꺼지고 화투판 담요를 걷어 버리면 칩도 바둑알도 무의미해진다. 화폐 발행권을 쥔 정부가 "이제 끝"을 외치면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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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양주시 노인의 기적 지면기사
총격으로 머리 관통상을 당하고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상인 미국에선 드물지만 이런 기적이 일어난다. 2012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 패트라 앤더슨은 4발의 총알을 맞았고, 1발은 코를 관통하고 뇌를 관통해 두개골 뒤편에 박혔다. 하지만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의 보호"라 했다.200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은 더욱 극적이다. 범인은 연방 하원의원 개비 기포드를 표적으로 삼았다. 6명이 희생됐고 기포드 의원도 총알이 뇌를 관통하는 중상을 당했다. 하원의원을 노린 총기 난사에 미국인은 충격에 빠졌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했다. 신의 가호인지 수술은 성공했다. 하지만 언어장애와 실명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의원직은 사퇴했다. 이후 총기규제 전도사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최근 양주시의 박모씨에게도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5일 70대인 박씨는 유해조수구제단원이 발사한 산탄에 총상을 입었다. 1발의 산탄엔 다수의 총알이 들어있어 목표물 공격 반경을 넓혀준다. 피해자는 신체 여러 곳에 총상을 당했는데 총알 1개는 우뇌를 관통했다. 양주소방서 구급차는 피해자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신속하게 이송했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 피해자는 일반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한다.박씨의 구사일생은 양주소방서의 신속한 호송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오인 사격 사고를 냈지만 유해조수구제단원의 지체없는 신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뇌를 관통당하고서도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현재 경찰은 유해조수구제단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란다. 사고 당일 양주시의 요청으로 유해조수 포획에 나섰다가, 나물을 뜯던 박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으니 처지가 딱하다. 하지만 박씨에겐 치명적인 사고였으니 법적 처벌을 피하긴 힘들테다. 그래도 관청의 요청으로 농가피해를 막기 위한 유해조수 포획 중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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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군 가산점제도' 부활(?) 지면기사
1979년 제대군인 우선 채용을 명시한 매사추세츠주 법률이 헌법의 평등조항을 위반한다는 위헌 심판에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이랬다. "군필자 우선 고용권은 군복무의 희생에 대한 보상, 제대 후 사회 복귀를 위한 편의, 애국적 임무수행의 조장 및 충성스럽고 규율 있는 인력들을 주정부 공무원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으로써 전통적으로 정당화되어 왔으므로 합헌이다."19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이화여대생들과 연세대 남성 장애학생이 군복무 가산점제도 때문에 떨어졌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999년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으로 군 가산점제도를 폐지시켰다. 남성들의 군복무 불이익을 여성과 장애인의 불이익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 군 가산점 이외의 방법으로 보상하라는 취지였다.군 가산점제도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과 우리 헌재의 판결이 다른 건 국방환경이나 사회·문화적 수용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회는 군 가산점제도를 정당화한 전통을 계속 감당할 수 있었던 반면,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국방의 의무에서 배제된 여성과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세월이 흘러 상황이 일변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은 거의 사라지고 진출 분야도 거의 제한이 없다. 오히려 교단에서는 남자 교사를 보기 힘든지 꽤 됐다. 남성들은 국방의무 자체를 역차별로 주장한다. 20대 남성(이대남)은 또래 여성과의 경쟁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민감해진 공정과 정의의 감수성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심판했다.혼비백산한 민주당에서 이대남을 향한 구애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주장한다. 여성들도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개헌도 불사한단다. 박용진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여성도 징병하자는 국민청원엔 6만명이 넘게 동의했다.여당 의원들의 주장과 제안이나, 일도양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군 가산점 부활은 사회·문화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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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스라이팅 지면기사
최근 한 여배우의 스캔들이 화제다. 학교폭력, 스태프에 대한 갑질, 학력위조 등 제기된 의혹이 종합선물세트다. 그 중에 연인이었던 남자배우에 대한 가스라이팅 의혹도 있다. 드라마에 출연 중이던 연인에게 극중 스킨십을 금지시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실제로 남자배우는 애정 신(scene)을 거부하다 중도하차했다고 한다.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통제하고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행위를 말한다. 연극 '가스라이트'에서 유래했다는데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애착,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둘 다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단다. 결과는 참담하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켜놓은 가스등 불빛 안에 갇히는 것이다.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 각종 반인륜적인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낯익은 용어가 됐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가스라이팅으로 자기도 모르게 부모에게 병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반복된 폭력을 인내하는 주된 이유도 가스라이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 전엔 여당이 영입한 청년 인재가 전 여자친구의 가스라이팅 의혹 제기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논리적으로 가스라이팅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최근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신간에서 "한국은 미국에 가스라이팅 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한미동맹 의식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찬반 논란은 있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비판이다. 국민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독재정권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은 집요하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자 참패한 여당은 반성을, 승리한 야당은 겸손을 강조하며 민심을 받들겠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스스로 뱉은 말을 삼켜버리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과 내로남불을 반성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 의원은 반성을 반성하는 반성문을 올렸다. 강성 당원들의 문자 조리돌림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야당은 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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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지면기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의 연구소장이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쓸어담았다.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의 77.78%가 감소했고, 개 신장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9.999%, 사실상 100% 감소했단다.연구결과는 놀랍다. 실험 결과가 인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면 인류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바로 코로나에서 해방된다. 독감은 불가리스 한 통이면 만사형통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남양유업의 연구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감염 세포를 모두 추출해 불가리스에 적셔야 한다. 치료를 위해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한다 해도 인체에 실현할 방법이 없으니 허무맹랑한 소리다. 어제 오전 치솟던 남양유업 주가는 곧 잠잠해졌다.불가리스 소동은 코로나에 지칠대로 지친 예민한 민심을 보여준다. 상술에 가까운 연구결과에도 앞뒤 없이 반응할 정도로 코로나에서 벗어나고픈 국민 염원은 간절하다. 하지만 유일한 게임체인저인 백신의 접종·수급계획이 자고 일어나면 꼬여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와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자신하자마자 미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혈전 부작용이 심각해서다. 우리는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었다.상반기 접종 백신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더불어 얀센 백신마저 안정성 시비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마저도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직 도착도 안 했다. 반면 같은 시간에 런던 시민들은 야외 펍에서 맥주를 즐긴다. 이스라엘은 곧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단다. 6억명분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가진 미국이 일상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백신 격차의 결과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백신 접종 후진국의 코로나 블루는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정치인들은 불가리스 소동에서 불안과 공포에 갇힌 민심을 읽어야 한다. 여든 야든, 아니면 여야를 초월하든 당장 백신사절단을 꾸려 백신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