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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설] 윤 대통령의 150분 나홀로 계엄령,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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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재명 기본소득' 공방전 지면기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시켰다. 이 지사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여론이 호응하자, 끝까지 선별지급을 고민하던 정부가 두 손을 든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 발아한 '이재명 기본소득'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의제로 떠오른 순간이다. 날개를 단 '이재명 기본소득'은 거침이 없었다. 경기도는 기본소득박람회로 정책 홍보를 강화했고,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기본소득 기관지로 활용했다.잘 나가던 이재명 기본소득이 여야 대권주자와 유력인사들의 십자포화에 갇혔다. 발단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설전이었다. 빈곤층 현금지원이 핵심인 오 시장의 안심소득 정책실험을 이 지사는 '차별급식 시즌2'로 비판했다. 이재명 기본소득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이 이재명 기본소득을 현금 포퓰리즘이라며 오 시장 편을 들고 나섰다.이 지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의 저서를 인용해 기본소득을 옹호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과 유승민 중 누구 말이 옳겠느냐'는 식의 반격이었다. 이 장면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바네르지 교수의 기본소득론은 선진국용이 아니라 후진국용 정책'이라며 그의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원문을 공개했다. 이 지사의 바네르지 인용이 아전인수라는 반격이었다. "한국은 복지 후진국"이라는 이 지사의 답변은 궁색했다.여당 대권주자들도 이재명 기본소득 저격에 가세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 왜곡했다"고 혹평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 주는 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이광재 의원도 비판의 대열에 섰다. 이 지사가 나홀로 '기본소득 농성전'에 갇힌 형국이다. '이재명'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전략과 여당 경선 경쟁자들의 입장이 연합하는 우연(?)이 절묘하다.기본소득 논쟁은 SNS에서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거대 담론이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거대 정책이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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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시끄러운 현충일 지면기사
현충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국민이 한마음으로 추도하는 국가 추념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6·25전쟁일 등 대한민국 건국, 수호와 관련된 국경일과 기념일이 가능했던 건 순국선열 덕분이니, 현충일의 의미는 실로 무겁다. 단 한 명이 연주하는 트럼펫 진혼곡이 가슴을 울리는 건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뜨거운 감정 때문일 테다.엄숙해야 할 현충일이 최근 몇 년 시끄러웠다. 2019년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가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김원봉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전시내각의 노동상이었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인 국군과 UN군을 추모하는 자리에 '김원봉'이 등장하자 난리가 났다.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장병이 추념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언론 보도로 시끄러웠다. 국가보훈처는 코로나19 탓이라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해 3월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지를 따진 사건이 연상됐기 때문이다.올해 현충일, 국립서울현충원 안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추념식이 벌어지는 동안 바깥에선 천안함 생존장병 16명이 시위를 벌였다. 추념식에 참석해야 할 장병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취소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처벌과 생존장병 전원 국가유공자 인정을 요구했다.문 대통령은 추념식을 마치자 곧장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성추행 피해 신고 은폐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여 부사관의 피해와 가해자의 범죄는 80일 넘게 은폐됐다. 조직적인 타살에 가깝다.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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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불꺼진 수원역 집창촌 지면기사
"누가 때리고 감금하면서 이 장사 하냐구. 지금은 21세기야, 21세기!" 2004년 9월23일 자정. 수원역 집창촌을 찾은 경인일보 기자에게 한 포주가 내뱉은 볼멘소리다. 이날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으로 집창촌 업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찬성론은 인권적 당위였다. 오히려 성매매를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반대론은 현실적 고민이었다.성매매특별법 시행 17년이 지난 지금 유감스럽게도 반대론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성매매 강요자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자를 징역형에 처하고 성매매 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법의 엄포에도 성매매가 근절됐다는 징후조차 안 보인다. 되레 집창촌이 위축되면서 유사, 변태 성매매 산업이 확산됐고, 성매매 장소도 상가와 주택가로 확산되는 풍선효과는 뚜렷하다. 이뿐 아니다. 10대 또래 내의 성 착취 사건이 속출하고, 리얼돌 체험방 등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매매 산업은 첨단을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결합하면 성 산업은 천지개벽할 것이다.그렇다고 성매매특별법이 표적이었던 집창촌의 불법과 인권유린을 막은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파주의 '용주골'에 고향 후배인 장애여성을 팔아넘긴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았고, 수원역 집창촌에서 성매매업소 5곳을 운영해 128억원의 매출을 올린 남매가 적발되기도 했다.욕망은 더 큰 욕망에 굴복하는 법이다. 전국의 산재한 집창촌들이 지역주민의 개발욕망에 의해 쇠락하고 있다. 개발 요지를 깔고 앉은 집창촌들은 주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수원역 집창촌이 6월1일부터 폐쇄됐다. 개발 압력과 부진한 영업을 견디다 못한 업소 주인들의 자발적 폐쇄다. 파주, 평택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유서(?) 깊은 집창촌들도 같은 운명인 모양이다.법의 승리도 아니고 성매매 근절도 아니다. 정육점 조명 아래 성매매 여성들이 줄지어 호객하는 구시대 영업의 자진 퇴출에 불과하다. 성매매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자 광고 상품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이 사라졌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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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인 가구 시대 지면기사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웹툰작가 기안84의 괴식(?)에 탄식하고, 운동중독 가수 김종국의 자린고비 일상에 혀를 내두른다. 쌈디의 유별난 조카 사랑이 그럴듯하고, 돌싱 배우 임원희의 고독은 짠하며, 아파트 구매 찬스를 놓친 중견배우 김광규의 전세살이엔 격하게 공감한다. 싱글 라이프 연예인들의 천태만상은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나 홀로 1인 가구가 즐비하다. 여성가족부가 28일 공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0.4%, 2인 이하 가구는 62.1%나 된다. 특히 1인 가구는 2010년 15.8%에서 배나 늘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가구는 2010년 48.4%에서 2020년 31.7%로 감소했단다. 우리나라 표준가구였던 핵가족이 1인, 2인 가구로 핵분열한 셈이고, '나혼산'과 '미우새'식 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장수하는 배경이다.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셀럽들의 나 홀로 살기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1인 가구의 혼자 사는 이유들이 하나같이 절박하다. 학업이나 직장·취업을 위해(24.4%), 배우자가 사망해(23.4%) 혼자 산다니 그렇다.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서, 고령층은 자연적·사회적 가족해체로 인해 나 홀로 격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폭증하는 현상은 사회, 경제, 문화분야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청년층 1인 가구는 비혼으로 이어져 인구감소를 부채질하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 가족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정치적 대립도 세분화되고 있다. 20대의 성별 대립과 세대별 대립으로 폭발한 이준석 신드롬은 반짝 현상이 아니다.이모, 고모, 삼촌이 없는 신세대 1인 가구와 손자 손녀 없는 구세대 1인 가구의 폭증으로, 사회적 연대의 기초였던 가족의 의미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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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준석 신드롬' 지면기사
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준석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찻잔 속 미풍이었다. 마키아벨리 말 그대로 여론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이준석의 도전을 고대한 듯이 압도적인 지지가 순식간에 모였다. 다급해진 원로·중진·다선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해 한목소리로 이준석 격하에 나섰다.국민의힘 중진들은 이준석을 애 취급하다 본전도 못찾았다. 5선의 주호영은 에베레스트 등반대장론으로, 거물급 나경원은 화물트럭론으로 이준석을 저격했다. 대선을 치를 차기 당 대표의 경륜과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준석은 주 의원에겐 '팔공산', 나 전 의원에겐 '전기차'로 답했다. 대구 5선의 기득권과 문어체 낡은 사고를 단어 하나로 제압했다.불똥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튀었다. 이준석이 뜨자 당 자체가 하루아침에 폭삭 늙어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의 잔인한 심판을 겪은 터라 충격은 심각하다. 보수야당의 세대교체 바람이 진보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이다. 이해찬으로 병풍을 친 이재명의 독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장유유서'를 앞세웠다가 '꼰대'라는 역풍을 맞았고,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나쁠 것 하나 없다"고 짐짓 허세를 부린다. 우왕좌왕이다.이준석 신드롬은 오랜 세월 낡은 정치의 혁신을 갈구했던 민심을 보여준다. '30대 0선 이준석'이 여야 원로, 중진, 다선들의 반발을 동력으로 돌풍이 되고 핵폭풍으로 커지는 이유다.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을 혐오한다. 공정과 정의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소위 꼰대들은 이를 반박하자니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꼰대들의 만담에 이준석의 답변은 촌철살인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화법 자체가 다르다.마키아벨리는 "전도가 양양한 사람들은 시대의 성격을 민감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준석은 민심의 비밀금고에 갇혀 있던 시대정신을 꺼내 들었다. 여당의 신세대 정치인들도 자극받았다. "여야를 떠나 이준석 후보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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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병 옆에 무릎 꿇은 한·미 정상 지면기사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5일자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한국: 잊혀진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은 한국전쟁의 별칭이 됐다.한국전쟁은 미군 전사자만 4만명에 달하고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최초의 무력충돌이었다. 하지만 2차대전에 질린 미국 국민은 모르는 나라 '한국'의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트루먼 행정부도 만주 핵공격을 주장한 맥아더를 해임하고 서둘러 휴전한 전쟁을 업적으로 자랑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전쟁은 2차대전의 영광과 베트남전의 상처 사이에서 더욱 조용히 잊혀졌다.한·미 정상회담이 잊혀진 전쟁인 한국전쟁을 전격적으로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여했다. 추모의 벽은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벽에 미군 3만6천595명, 카투사 7천174명의 한국전쟁 전사자 이름을 새겨 2022년 완공된다. 잊혀진 전쟁의 무명용사들이 70여년 만에 이름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고통스러운 역사도 영광스러운 순간도 항상 함께해 왔다"는 말을 남겼다.바이든 미 대통령은 94세의 한국전 참전 노병인 랠프 퍼켓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수여식에는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함께했다. 퍼켓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병력으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부터 고지를 지켜낸 전쟁 영웅이다.기념촬영 장면이 감동적이다. 휠체어에 앉은 퍼켓 대령 옆에 고령의 바이든이 무릎 꿇고 앉자 문 대통령도 서슴없이 반대편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유와 민주를 지켜낸 영웅을 향한 한·미 정상들의 경의, 한·미동맹의 가치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또 나올까 싶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혈맹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동안 한·미동맹의 균열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기억으로 균열의 틈을 메웠다.'전쟁의 종식은 추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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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천상천하유아독존 지면기사
기독교에 십사처가 있다면, 불교에는 팔상이, 원불교에는 십상이 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마지막 고난의 길 즉 십자가의 길이 십사처라면, 팔상은 부처님의 구도과정과 일생을, 십상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님의 행적과 일대기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기로 환산하면 이천오백육십오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부처님의 팔상 가운데서 두 번째가 바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부처님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불소행찬'과 '전등록(傳燈錄)' 등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즉 "이 우주에서 나보다 더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탄생게(誕生偈)를 외치셨다 한다.그러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나만 홀로 고귀하고 다른 사람과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안하무인의 말로 곡해할 수도 있겠다. 이 말씀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부처님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과 만생령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가장 고귀한 자요 구세주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나' 즉 우리 모두 각자가 존귀한 존재이니 모두가 진짜 존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는 뜻이다. 물론 '대인연경' 등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은 직접 이런 말을 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다. 이 탄생게는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 가운데 한 분인 비바시불(毗婆尸佛)이 하신 말씀으로 나와 있다.그런데 사람이라고 해서,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존귀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실유불성(悉有佛性) 곧 불성이 있는 고귀한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행동으로 존귀한 존재가 되자는 인권 선언이자 당부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요즘 '정인이 사건'으로 대변되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를 얼룩지게 만드는 인면수심의 반복적 범죄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모두 고귀하다는 말씀에 슬쩍 회의가 들기도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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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이언 돔' 지면기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작전으로 중동정세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선제 공격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은 압도적이다. 지상군을 투입한데 이어 AP, 알자지라 등 언론이 입주한 가자지구 건물을 공습으로 날려버렸다.객관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당랑거철의 형국이다. 개전 초기 전 세계에 타전된 동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하마스는 1천여 발의 로켓을 날렸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상공에서 요격됐고 20여 발만 육상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이나 포탄을 요격하는 미사일 포대다. 아이언 돔을 뚫지 못하고 폭죽처럼 밤하늘에서 폭발하는 하마스의 로켓들을 보며 전 세계가 전율했다. 말 그대로 투명한 '강철 지붕'이다.아이언 돔을 실전 배치했을 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성비 때문이다. 하마스의 실전용 단거리 로켓, '까삼 로켓'은 그야말로 팔레스타인 국력만큼 싸구려 무기다. 1발 제작 비용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반면 아이언 돔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수천만원이다. 이번처럼 1천여 발의 까삼 로켓을 요격하려면 단 며칠 사이에 엄청난 군사비를 감수해야 한다.하지만 반론이 귀에 쏙 들어온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상 적국과 테러단체의 공습에서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이언 돔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국민이 누리는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돈으로 추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주장이다.우리 군도 한때 아이언 돔 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한 번에 수십 발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 방사포 5천500문은, 하마스의 싸구려 로켓과는 질과 규모에서 차원이 달라서다. 대안으로 한국형 아이언 돔 자체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THAAD)로, 장사정포는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요격하는 방어체계인 셈이다.그런데 사드는 포대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과 중국의 견제로 찬밥 신세이고, 한국형 아이언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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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 지면기사
2001년 12월 수원미술전시관이 초대형 전시회를 예고했다. 나혜석, 김관호,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 13명의 미공개 작품 20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였다. 소장자 홍모씨는 선대부터 수집했다 주장했지만, 한국화랑협회의 진품 감정서는 없었다.곧바로 위작 시비가 일었다. 진품 공인이 없는 위작을 공공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작가의 사인 위조를 주장하는 후손도 등장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이인성기념사업회는 전시 취소와 도록 회수를 요구했다. 당시 경원대 교수였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위품을 진품으로 보증서 준 꼴"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수원미술전시관은 개막 당일 '한국근대서양화 미공개작품전'을 취소했다. 지역 공공미술관의 열악한 수준을 보여준 역대급 스캔들의 전말이다. 홍씨와 그의 소장품들은 지금껏 종적이 묘연하다.이번엔 진짜가 나타났다.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보급 고서화와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대미술 거장들과 해외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이중섭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도 작가의 진품을 기증받는 행운을 누렸다. 만일 수원에 나혜석미술관이 있었다면 그녀의 '화녕전작약'을 기증받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나혜석'이라는 수원문화의 아이콘은 더욱 빛났을테고, '화녕전작약'으로 문화유산 화성의 스토리텔링은 한결 풍부해졌을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이름만큼 건조하다.지방자치단체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영남 지자체들은 삼성 가문의 고향 연고를 앞세운다. 고향 연줄에서 밀린 수원시는 이목동 이건희 묘지와 삼성전자를, 용인시는 이병철 묘지와 호암미술관을 내세워 유치전에 가세했다. 하나같이 치졸한 명분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보전할 문화적 비전과 예술적 감수성은 언급조차 없다. 껍데기뿐인 시립미술관을 국립으로 출연하겠다면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테다.이건희 미술관은 대통령의 언급만 있을 뿐 정부 구상은 싹도 트지 않았다. 실체 없는 유치 경쟁에 이 난리이니, 실제 공모라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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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 지면기사
민주·국힘 기득권 세력들 '이·윤 흠집내기'둘다 구태와 경쟁·적대통해 정치자산 불려전선은 유리하다… 머리 숙일 이유가 없다마지막까지 지켜내야 정치가 변할 것 같다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차기 대권 구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의 기득권 세력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견제하고 트집 잡고 나섰다.민주당 친문 진영은 대통령 후보 경선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후보 선출 시기를 9월에서 11월로 연기하자는 얘기다. 명분은 후보 조기 선출에 따른 대선 전략 차질이다. 속셈은 이재명의 대안을 찾기 위한 시공간 확보이다. 당헌을 어겨야 하니 명분은 약하다. 이재명의 대안 모색은 절박하니 속셈은 선명하다.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경기도 김포 국회의원을 했던 김두관이 경선 연기론의 총대를 멘 장면은 의미심장하다.국민의힘 영남 친박들은 윤석열을 저격한다. 부산의 서병수는 박근혜 탄핵의 원흉으로 윤석열을 지목했다. 대구의 김용판은 윤석열에게 합류 전 선사과를 요구했다. 젊은 이준석은 자강론을 앞세운다. 유승민, 원희룡은 윤석열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 정도 반정부 민심이면 나 홀로 정권창출도 가능하겠다 싶었을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을 바라보는 영남 기득권 세력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 중도 민심에 찍소리도 못 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입당을 보채는 것도 모자라, 들어오려면 무릎부터 꿇으라고 정색을 한다.집권여당과 제1야당 내 기득권 집단의 이재명, 윤석열 흠집내기는 역설적으로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여야의 기득권 세력은 적대적 공생으로 기득권을 지켜왔다. 당은 망해도 그들의 권력은 지켜냈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기득권 내부권력의 위계와 담합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앞세웠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여야 기득권과는 인연이 없다.이재명의 정치적 성장은 눈부시다. 대선 경선에서 실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