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이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이하 조례)에서 손보려는 핵심 항목은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금 조례의 4조(책무) 3항이다. 여기에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고 더 구체화하는 내용인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한다는 것이다.경기노조 "민주성 강화 부인 어려워"전교조 "교권붕괴 원인 딴데 돌려"교총 "권리 위주… 의무와 조화를"학생·학부모 책무 인식 방향 제시 1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개정안의 90%는 완성 단계로, 입법예고와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늦어도 오는 12월 초까지 개정안을 경기도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4조 3항에서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조례 개정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8조(학습에 관한 권리)의 항목도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바뀌며, 이밖에 다른 항목도 학생의 책임과 의무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수정안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시기상조, 긍정적 변화 있어"학생 인권 강조가 교권 붕괴의 한 원인이라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주장에 맞서는 측은 당장 조례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교사를 보호할 권리와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임세봉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학생인권 조례가 있어 학교 교사, 학생 등 주체들 사이에 민주성과 평등성 등이 강화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조례안에 명시된 내용처럼 학교에서 학생의 두발과 복장이 대체로 자유로워진 점 등 표면적 변화를 우선 들었다. 아울러 구성원들 사이 '배려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아 학교가 내실을 갖춘 점도 조례 제정 이후 찾아든 변화라고 설명했다. 정부교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지금 교육계 문제의 본질은 교사를 보호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교권 붕괴의 원인을 인권조례에서 찾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하지 않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금의 조례에도 학생들의 책무가 충분히 담겨 있고, 인권 조례 수정을 한다 해도 교사의 인권이 신장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대변인도 "당장 교사를 보호할 법 개정이 시급한데, 당장 조례를 개정하더라도 교사가 보호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실제 조례와 교권침해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교육부가 집계한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을 보면 경기도의 경우 조례 시행(2010년) 이후 교권침해 건수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부산, 대구 등 지역에서도 교권 침해 건수가 늘었고 이후 경기도가 감소 추세를 보일 때 다른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등 조례와 교권침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조례 재정비 필요"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조례 자체가 교권 붕괴의 원인이 아닐지라도, 학교 구성원들 저마다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임이 강화된 항목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목소리를 나누며 관련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승학 경기교총 국장은 "학생의 권리 위주로 명시돼있는 부분이 의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조례의 몇몇 항목이 빌미가 돼 교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변인도 "부분 수정이라면, 학생과 학부모 등이 책무를 인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수현·김산기자 joeloach@kyeongin.com경기도교육청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손질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학교 구성원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열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교육구성원 토론회'에서 한 시위자가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모습. 2023.8.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물이용부담금이 우리가 당하고 있는 불이익을 상쇄시키지 못해요. 그런데 하류 쪽 사람들은 우리가 그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아요."두물머리로 유명한 양평군 양서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이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2천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위치한 곳이다. 팔당호 주변 대부분은 팔당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공익상 필요한 건축물이나 자그마한 농가주택, 버섯재배사 정도 이외엔 짓지 못한다.'상수원 보호' 50년간 각종 규제건축 등 엄격 제한, 생계 어려움 양서면 양수1리에서 2대째 거주하고 있는 최성복(60·가명)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밭이 있으나 1년에 과수 20~30그루 농사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자연보전권역·팔당특별대책1권역·개발제한구역·상수원보호구역 등 '4중 규제'로 인해 땅값이 턱없이 낮을뿐더러 구매자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이곳 양수1리는 2020년 쇠락하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양평군 공설화장장 공모까지 지원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주민기피시설 경쟁에서마저 탈락했다. 최씨는 "마을회관만 고치는 데서 나아가 이곳을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마을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규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 동네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한탄했다.물론 최씨는 상수원보호구역에 토지를 소유하고 거주하는 주민을 지원하는 한강수계기금의 직접지원사업비 대상자다. 군 총면적의 약 70%가 상수원관리지역인 양평은 주민 4천명가량이 직접지원사업비 대상자이지만, 한 해 군에 배정되는 직접지원사업비는 15억원 가량으로 1인당 한달 수령액은 '3만원' 남짓에 불과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한 달에 3만원 안 받아도 되니 차라리 규제를 없애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규제의 역사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팔당댐이 완공된 이후 '상수원 수질 보호'란 명분 아래 가평, 광주, 남양주, 양평, 여주, 용인, 이천 등 7개 팔당댐 상류 시·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됐다. 상수원으로 설정된 모든 팔당지역에 오·폐수를 버리는 행위가 금지됐으며 팔당수계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개발행위가 제한됐다. 건축·토지이용변경·사업장 신증설·인구유발시설 설치 등이 금지된 팔당수계 주민들의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수계기금이 시행된 지 25년 가까이 됐음에도 주민들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양평군 면적의 70%·4천명 대상직접지원사업비 연간 15억 불과 남양주시 화도읍·조안면 등도 마찬가지다.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다보니 농사 정도만 가능한 상태로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지원보다는 차라리 규제를 완화하거나 보상성격으로 1억원 이상을 달라고 요구한다.도내 상수원 규제로 인한 피해규모는 2007년 경기연구원 추산 134조원, 2013년 한국환경연구원 추산 125조원, 2014년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추산 155조원 등인 반면 2021년 한강수계기금 중 주민지원사업 예산은 783억원에 그쳤다.수도권 시민들을 위한 수자원 규제로 수십 년 동안 경제적·사회적 갖은 불이익을 감내해왔던 이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지원·보조금 아닌 피해보상금 개념으로 '대전환' 해야")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팔당댐 완공 이후 상수원 수질 보호란 명분 아래 팔당 상류 시·군에 대한 각종 규제로 수십 년 동안 불이익을 감내해왔던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남양주, 양평 등에 걸쳐 흐르는 팔당호 전경. 2023.7.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팔당댐 완공 이후 상수원 수질 보호란 명분 아래 팔당 상류 시·군에 대한 각종 규제로 수십 년 동안 불이익을 감내해왔던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남양주, 양평 등에 걸쳐 흐르는 팔당호 전경. 2023.7.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도권 주민들이 내는 상수도 요금에는 물이용부담금이 포함된다. 이 부담금으로 한강수계관리기금을 조성,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 및 재산권을 제한받는 상수원 상류지역 주민들의 소득과 복지증진 그리고 상수원 수질개선사업에 사용한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지자체들은 한강수계법 제22조에 의해 배정받은 수계기금으로 주민지원사업, 환경기초시설의 설치 및 운영 등을 한다.환경부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총 6천824억원의 한강수계기금 중 2천283억원(33%)이 경기도에 배분되고 있다. 이 중 환경기초시설운영비(988억원), 환경기초시설설치비(293억원) 등 물의 정화 ·시설 유지에만 약 1천300억원이 투입된다.주민지원사업비는 789억원으로 면적과 인구에 따라 각 시·군별로 차등 산출·배분된다. 연간 양평군 200억원, 광주시 196억원, 여주시 98억원, 용인시 80억원, 이천시 77억원, 남양주시 66억원, 가평군 57억원, 하남시 3억원 등이다.경기도 2283억 배분·주민사업 789억1999년 당시 34%… 올해 12% 고작용처 소득증대 등 분야 한정 빛 바래 하지만 주민지원사업비의 사용처가 주민들의 소득증대·복지증진·육영사업·오염물질정화 등 4가지 분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대부분 매년 마을회관 보수 및 도로 정비나 방치폐기물 처리 등에 사용되면서 '지원금이 규제를 상쇄해줄 만큼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주민지원사업비 중 직접지원사업에 대한 불만도 크다. 공공요금 납부지원 및 주거생활 편의도모를 위한 사업 등 생활지원사업이지만 가구당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광주시는 가구당 1천만원 상향과 가구별 제한 없이 대상자별로 배분하고, 가구별로 지원·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지원사업 제한 규정(지침)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다.이와 관련 정부가 오는 8월 관련 지침을 개정, 가구당 최대 1천만원까지 지급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현재 기준에 부합되지 못해 환수 조치되는 사례가 많아 지원 금액을 늘려도 실제 현장에서 혜택이 늘어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가구당 500만원 제한' 불만 민원 계속 게다가 주민지원사업비 비율은 1999년 기금 출범 당시 기금의 34%에서 올해 12%까지 줄었다. 지난 23년간 기금 전체 규모는 2천35억원에서 6천824억원으로 약 3.3배 증가한 것에 비해 주민지원사업비는 700억원에서 840억원으로 고작 140억원이 늘었을 뿐이다. 2022 한강수계관리기금 통계에 따르면 그간 수계기금은 환경기초시설 설치·기타 수질개선사업에 81.7%가 사용된 반면 주민지원사업 비중은 18.3%에 그쳤다. → 그래프 참조또한 팔당 수질이 개선돼 지난해 말 기준 1급수를 달성하면서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 13년째 t당 170원으로 동결된 물이용부담금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과 상류지역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더 이상 '지원'이 아닌 '보상'의 개념으로 근본적이고 전향적인 수계기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남양주시 관계자는 "한강수계관리기금이 피해 보상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실제로는 '보조금 지급'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주민 불만과 민원만 지속 발생하는 것"이라며 "특히 직접지원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점검도 많아지고 이에 비례해 환수 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원 개념이 아닌, 보상 개념으로 가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우석훈 정책국장은 "20년 동안 기금 규모는 늘었는데 30%로 시작한 주민지원사업비 규모는 점점 줄고 있다. 이건 물가 상승분도 안 된다"며 "규제도 현시점에선 과잉 규제다. 이젠 입지나 행위보단 방류수 수질 기준을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젠 상류측 주민과 하류측 주민이 함께 구성된 본격적인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 관계자는 "(직접지원사업비)주민들께서 돌아가시거나 땅을 팔고 떠나는 등 주민 대상자 수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고 수변구역 면적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데 그 금액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며 "꾸준하게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획재정부와 계속 협의하며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에서 예산 늘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팔당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건축·토지이용변경·사업장 신증설·인구유발시설 설치 등이 금지된 양평군 양서면 양수1리 마을. 2023.7.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에 새 체제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재명 전 도지사 체제 당시 불거졌던 지역 건설업계의 해묵은 논란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다.이 전 지사 체제에서 강화됐던 지역 건설 관련 규제 중 입찰보증금 부과 문제를 올해부터 개선키로 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입찰보증금 납부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해 지역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귀추가 주목된다.부적격 사항땐 행정처분·환수도내 업계 부담… 행정소송 진행 23일 경기도와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재명 전 도지사 재임 당시 공공 공사에 입찰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었다. 해당 조사에서 부적격 사항이 발견되면 건설업 등록 말소나 영업정지 처분은 물론, 입찰 참여도 제한됐다. 그러면서도 입찰할 때 내야 하는 보증금은 경기도에 귀속돼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이재명호' 경기도에서 강화된 여러 규제 중 입찰보증금 문제는 지역 건설업체들에 큰 고충이 됐다. 입찰보증금은 입찰금액의 10%라 금액이 상당한데, 공사도 낙찰받지 못한 데다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물론 많은 돈마저 애꿎게 잃게 돼 회사 전체가 휘청이게 된다는 것이다. 김동연 도지사 체제가 된 이후 지역 건설업계가 한목소리로 입찰보증금 귀속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이에 '김동연호' 경기도에선 올해부터 낙찰에 실패한 업체에 입찰보증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경기도, 올해부터 탈락땐 해당 안돼기존부과·분할납부엔 '체납' 통지"제도 변경 아닌가" 업체들 의문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에 있는 전문건설업체 A사는 지난 1월 12일 도지사 직인이 찍힌 안내문을 한 통 받았다. 입찰보증금 2천여만원이 체납됐으니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B사도 같은 날 '행정처분에 따른 적격심사 제외 및 입찰보증금 환수 알림'이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받아들었다.이 같은 안내문을 받아든 업체는 A·B 두 업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에 문의해도 저마다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돌아와 납부를 미루고 있지만, 안내문까지 왔는데 납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닐지 이들 업체의 불안감은 여전한 실정이다.입찰보증금을 분할해 납부하던 업체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안성시에 있는 C사는 2021년 공공 공사 입찰에 참여했다가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고 영업정지 처분마저 받게 됐다. 입찰보증금 3천만원도 잃게 됐다. 이를 한 번에 내기엔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달 300만원씩 10개월 분할해 내기로 했는데, 올해 들어 입찰보증금 부과가 중단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당시에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분할납부를 한다고 하고 지금까지 2번 냈다. 부과가 중단됐다고 해서 내지 않고 있는데 괜찮은 건지, 혹시 이미 낸 돈은 돌려받을 수 없는 건지 혼란스럽다 C사 대표 김모씨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었는데 현장에선 혼란이 여전하다. 안내문이 나간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안 내도 될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는 업체들이 있을 수 있는데, 도에서 보다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입찰보증금 부과 안내 등에 대해 경기도는 "올해부터 부과가 중단된 것은 맞다"면서도 "이전에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납부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체납'으로 간주하고 안내문이 나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 납부 의무 여부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대규모 환급전' 발발 가능… 법원의 최종판단 달렸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입찰보증금 납부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해 지역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한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전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경인일보DB
경기도의 공공 공사 입찰보증금 관련 논란은 이재명 전 도지사 체제에서 불거졌다. 당시 경기도는 페이퍼컴퍼니 등 직접 시공 능력이 없는 건설사들이 공공 공사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 중 한 조치로 부적격 업체로 판정된 곳엔 입찰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페널티'를 적용했다. 김동연 도지사 체제에 접어든 후 해당 조치는 중단됐지만, 지역 건설업계에선 그동안 귀속된 보증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에 따라 대규모 환급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경기도 공공 공사 입찰보증금 논란은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입찰하려는 업체에 보증금을 부여해야 한다. 낙찰 후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등을 방지하는 취지다. 법령상 보증금은 입찰금액의 5% 이상으로 책정하게끔 돼있다. 경기도도 기존엔 5%였지만 2020년 8월부턴 입찰금액의 10%로 상향했다. 논란의 최대 관건은 입찰 시 사전 적격심사를 통과한 업체엔 보증금 납부를 면제하고, 통과하지 못한 업체엔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지역 건설업계에선 수년간 "법적 근거가 없는 가혹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업체들은 감사원에 경기도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냈다.그동안 경기도에선 "입찰 공고문에 내용을 충분히 적시해 업체들이 이를 인지한 후 참여하는 만큼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기도, 2020년 공사 입찰 보증금 5→10% 상향탈락 업체 금액 돌려주지 않아 "규제 가혹" 성토건설업계, '道 귀속' 법적 근거 없다며 철회 주장 그러나 김동연 도지사 체제로 접어든 후, 도는 지역 건설업계와 다양한 협의를 거쳐 규제 개선에 나섰다.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를 개정해 올 1월부터 시행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개정 조례안은 공공 입찰 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사전 단속의 조사 권한과 처분 근거를 명확히 한 게 핵심이다. 또 실태 조사 결과 행정처분을 받은 자에 대한 입찰보증금 부과 중지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규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기존에 부과된 금액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가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지역 건설업계 "입찰보증금 귀속은 위법…부과 철회하고 환급 조치 필요"지역 건설업계는 사전 단속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들의 보증금을 도가 귀속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위법한 행정인 만큼 기존에 부과된 사항에 대해서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도에 귀속된 금액은 환급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측은 "적격심사 과정에서 낙찰자로 결정되기 전 입찰자를 상대로 보증금을 귀속하는 것은 지방계약법 위반이다. 부과를 철회하는 것은 물론, 이미 보증금을 낸 업체에 대해선 환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 기준에 입찰보증금 귀속을 금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2021년 행안부는 도의 입찰보증금 귀속 조치에 대해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로 적격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자는 낙찰자가 아니므로, 낙찰자가 아닌 자의 입찰보증금을 지자체에 귀속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경기도, 신중론 유지… 3년간 86곳서 19억 납부 경기도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환급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행정소송 결과 등에 따라 수십억원의 환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입찰보증금 귀속 대상 업체는 142곳으로, 현재까지 60%에 해당하는 86개 업체가 19억4천810만원을 납부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지역 건설업계에선 그동안 귀속된 보증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에 따라 대규모 환급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공사 현장의 모습. /경인일보DB
달라지는 스토킹처벌법은 정말 다르게 단죄할 수 있을까. 2021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숱한 허점을 드러낸 끝에 지난해 말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달 11일부터 시행됐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답을 철저히 복기하는 것이다. 경인일보는 2022년 한 해 동안 수원지방법원 및 5개 관할 지원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1심 판결문 131건을 입수했다. 법원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여전히 놓치고 있는 범죄 특성은 없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진단했다.폭행·협박 등 46.7%… 11% 성폭력실형 선고 31.3%… 집유·벌금 많아열에 아홉 '지인'… 교제사이 66%접근금지 명령 위반도 29.4% 달해스토킹과 함께 찾아온 '더 큰 공포'…처벌은 솜방망이'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를 통보를 받고도 A씨는 한 달 동안 수십 번 접근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A씨는 계획을 바꾼다. 피해자 거주지 앞집을 임차했다. 에탄올과 손수건, 사람 만한 캐리어, 몽키 스패너 등을 준비했다. 계획한 날, 자정을 넘기도록 상황을 살폈지만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본집으로 돌아갔다. 1주일 뒤 다시 임차한 앞집으로 향할 때 경찰이 가까스로 A씨를 붙잡았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살인예비 등 6개 혐의를 받은 A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스토킹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일상을 앗아가는 범죄지만, 문제는 대체로 더 심각한 강력범죄를 동반한다는 점이었다. 형벌이 내려진 109건의 판결 중 2개 이상의 혐의가 적용된 건은 59.6%(65건)로 나타났다. 이중 폭행, 협박, 감금 등 피해자에 대한 직·간접적 위해로 이어진 범죄는 46.7%(51건)에 달했다. 강간 등 성폭력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11%(12건)였다.이렇듯 위험성이 두드러져도 실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31.3%(34건)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 및 벌금형 등(66.7%·75건)에 그쳤다. 이조차 평균 형기는 1년 7개월(18.9개월)가량이었다. 수사단계에서 종결되거나 약식기소되는 무수한 사건을 제외하고도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은 평균 2년 내로 사회에 복귀하는 셈이다.회피하기 힘든 '가까운 사이'…접근금지 무시 사례도 빈발두 달 간 만남 끝에 결별했지만 B씨의 접근은 계속됐다. 불안했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조치 통보 5일 뒤, B씨는 피해자 주거지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퇴근하는 그를 붙잡았다. 조수석에 강제로 앉혀 손발을 묶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면서 9시간 동안 피해자를 감금했다. B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감금치상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스토킹은 관계성 범죄로 분류되듯 대체로 가까운 사이에서 빈발하는 특성을 보였다. 본래 알던 사이에서 발생한 범죄가 무려 88.9%(97건)에 달했다. 이중 과거와 현재 연인이나 배우자 등 교제했던 사이는 66.0%(72건), 동료나 손님 등 직장과 관련해 알게 된 사이는 22.9%(25건)를 차지했다.수사기관의 보호조치를 무시하는 경우도 잦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을 명령하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범죄사실에서 이러한 잠정조치 위반이 확인된 사건도 29.4%(32건)에 달했다.요컨대 스토킹은 다른 범죄를 동반해 중대한 피해를 안겼으나 형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또 잘 아는 사이에서 빈발하는 탓에 피해자 보호도 취약한 특성을 보였다. 변화를 앞둔 스토킹처벌법은 이런 맹점을 메우고 있을까.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스토킹 처벌법' 달라진 점)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서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삭제된 점은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으로, 가해자들이 이를 악용해 합의를 종용하려 피해자를 찾아가고 협박하는 등 2차 피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입수한 판결문 131건 중 23건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로 공소기각된 사건이었다. 이제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표 참조문제는 처벌로 이어지는 문턱이 낮아져도, 여전히 적절한 형량이 선고되는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스토킹 처벌에 대한 양형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양형기준은 특정 범죄가 지켜야 할 형량에 대해 대법원이 정하는 기준이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양형기준 설정이 어려웠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스토킹 범죄에 대한 중대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양형기준 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위원회 2년 임기를 막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양형기준 설정은 시일 소요 전망업무과중 관리 인력 공백 불가피대상 '상대방·가족' 제한 아쉬움 개정안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종전 처벌법상 잠정조치 보호 내용은 가해자에 대한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연락) 금지, 유치장 구금이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최대 잠정조치 기간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렸다. 즉 법원의 판결 이전부터 가해자를 대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확대한 셈이다.강화된 조치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스토킹을 제외해도 전자감독이 실시되는 성범죄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미 업무가 과중한 탓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감독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인원은 평균 17.1명으로, 국내에서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8년(3.1명)에 비해 6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된 이래로 스토킹 신고와 잠정조치 신청이 폭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리인력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토킹 피해자가 겪을 세세한 피해 상황을 방지하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얼마나 가까이 접근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명확하게 안전한 분리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가 가해자보다 먼저 피해자에게 도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에게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전자기기를 제공하는 등의 섬세한 대책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밖에도 스토킹 피해자 대상의 정의를 여전히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일부 비판이 제기된다.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꼭 스토킹 피해자의 동거인이나 가족이 아니어도, 피해자와 친밀하거나 생활반경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스토킹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는 간과하고 있다"면서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도 피해자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이처럼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그동안 문제 제기가 많았던 내용이 개정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지만, 조항을 세세하게 나열식으로 추가한 방식이나 일정한 형량이 불명확한 부분 등 보완해나갈 부분도 여전히 많다"면서 "법이 제정된 시점이 얼마 안 된 만큼 하나씩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에서 통과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먹고살기 위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가시면서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이야기하셨습니다동산방화랑의 설립자인 동산(東山) 박주환의 아들 박우홍 대표가 그의 아버지가 수집한 작품 209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1961년 표구사에서 시작한 동산방화랑은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하며 근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은 이러한 기증을 토대로 이루어진 전시이다. 전시는 54명의 작가를 통해 1920년대부터 2000년대 한국 회화의 다양한 고민과 모습,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박 대표는 "미진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작품을 기증하고자 형제들 간 뜻을 모았다"며 "미술계에 종사한 사람의 작은 발자취를 남긴다는 뜻에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동산 박주환 수집작품 209점 전달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 개최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증이 남긴 영향력이 퍼지고 있다. 뮤지엄 곳곳에서 기증 작품과 유물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것. 어쩌면 세상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던 작품과 유물의 기증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전국민적 이슈가 된 '이건희 컬렉션'이 그 사례이다. 지난 2021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 점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역미술관에 기증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은 약 25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고,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지역 순회전에도 한 지역에 최소 수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흥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제26회 전국박물관대회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 출판물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경기도박물관의 '풍양조씨 회양공파 후손가 기증유물' 보고서 역시 4년에 걸쳐 준비해 온 유물 기증 사업의 결실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풍양조씨 회양공파 묘역과 그 주변에서 출토된 복식, 지석과 그동안 보관해온 고서 등 147건 499점이 기증됐고, 2022년에는 초상화와 전적 등 34건 87점을 위탁했다. 이를 통해 도박물관은 조선 후기 사대부 가문의 다양한 면모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25만명 발길 이끈 '이건희 컬렉션''풍양조씨 후손가 유물' 수상 쾌거전시·교육 콘텐츠 재탄생 유의미 수원시립미술관 최대 관람객이 방문한 국제전 '나만 없어 조각'의 작가 에르빈 부름의 작품 기증도 있었다. 유럽의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예술가인 에르빈 부름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의 대표작 4점을 미술관에 기증했고, 미술관 측은 "지속적으로 보존·관리·연구를 통해 전시와 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 자원으로 활용하고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경기도박물관 58.8% '위대한 유산'… 예산·수장고 부족 '한계')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동산(東山) 박주환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수장고 포화와 예산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중인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의 모습.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동산(東山) 박주환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수장고 포화와 예산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중인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의 모습.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기증의사를 밝힌 작품이나 유물이 모두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의위원회에서 작품 또는 유물에 대한 심의와 가격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기증을 확정하게 된다. 경기도미술관의 경우 기증 미술품은 현재 기준 692점으로 전체 미술품 가운데 24%의 비중을 차지하며, 실학박물관은 622점(약 25% 비중)을 기증받았다. 경기도박물관은 기증유물이 가지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1만1천257건으로 전체 유물 가운데 58.8%를 차지하며 절반을 훌쩍 넘겼다. 전체 유물 절반이상 1만1257건 차지실학박물관·道미술관 25·24% 달해 도박물관의 경우 40여 개의 문중으로부터 한 번에 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많은 유물을 기증받았다. 경기지역에 사대부의 후손들이 많은 데다, 박물관에서 문중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가져가며 기증자들에 대한 예우를 다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받은 기증품의 면면도 훌륭하다. 이경석 궤장 및 사궤장 연회도와 같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을 기증한 경우도 있고, 정몽주·조영복 초상처럼 기증된 이후 보물이 된 유물도 있다. 보물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유물도 다수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박물관에서 기증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박물관에 기증 유물이 많다는 것은 후원가들이 많다는 것과 같다"면서 "기증정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그것은 학예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증문화를 가로막는 요소들은 존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증받은 작품이나 유물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장고가 가득 찼다는 것(2021년 4월30일자 1·3면 보도=[경인 WIDE]이건희 컬렉션 '그림의 떡'…경기도에 와도 둘 곳 없다)이다.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은 이미 수장고가 포화상태를 넘긴 지 오래고, 다른 뮤지엄들 역시 포화위기의 상황에 놓여있다. 실제 몇 년 사이 좋은 작품의 기증 의사가 경기도미술관에 전달된 적이 있었지만, 수장고 부족으로 결국 다른 지역 미술관에 기증이 넘어간 사례도 있다.올해 소장품 수집 예산 '0원' 걸림돌보관소 포화상태에 타지역 넘기기도들쑥날쑥한 예산도 문제다. 아무 조건 없는 기증도 있지만, 보통 기증을 받으면 기증보상금을 통해 작품과 유물의 평가 금액 일부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보인다. 이는 따로 예산 항목을 세우기가 어려워 소장품 수집 예산 내에서 이뤄지는데, 올해 소장품 수집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실정이다. 경기문화재단 산하의 7개 뮤지엄들이 소장품 구입 예산비용을 나눠서 쓰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5년간 5억에서 15억 사이를 오가던 예산이 한순간 0원이 되며 기증품은 물론 새로운 작품과 유물마저도 소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기증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유물과 작품을 수장고에만 넣어두는 것이 아니다. 이를 보존하고 연구하며, 전시로 또 학술적으로 꾸준히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학예연구사의 필요성 역시 강조된다.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연구하고자 하는 작품들을 기증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미술관의 인지도이고 신뢰도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작품을 돈으로만 산다기 보다, 정말 중요한 작가의 작품이 기증돼 이를 토대로 보존되고 지속해서 연구가 이뤄지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동산(東山) 박주환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수장고 포화와 예산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중인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의 모습.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동산(東山) 박주환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수장고 포화와 예산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중인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의 모습.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동산(東山) 박주환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수장고 포화와 예산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중인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의 모습. 2023.7.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전 세계에서 온 화물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분주하게 옮겨지고 있었다. 휴대전화 크기의 작은 화물부터 길이만 2m에 달하는 대형 화물까지 종류와 크기도 다양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세관 특송센터 외에 페덱스, DHL 등 특송화물을 처리하는 기업이 7개 있다. 세관 특송센터에서는 하루 8만건 정도의 화물을 처리하고, 민간기업 7곳이 8만여 건의 화물을 소화한다.세관·민간 7곳 하루 16만여건 처리의심땐 개장 검사장비 등 단속 철저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직원들이 요즘 신경을 곤두세우며 적발에 나선 건 '마약'이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밀반입 시도가 크게 증가하고 유통량도 늘었다. 마약의 종류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1회 투약 비용이 3만원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마약이 청소년에게까지 파고들고 있다. 마약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되기 때문에 인천공항본부세관은 마약 단속의 최일선에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인천공항 특송화물에서 적발된 마약은 153건, 중량으로는 166㎏에 달한다. 2019년 35건 13㎏을 적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게 기준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모든 특송화물은 엑스레이 검사를 거친다. 엑스레이 판독 결과 마약 또는 위해물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면 개장 검사를 진행한다. 발송 국가와 수취인, 화물 운송 이력 등의 정보를 토대로 검사 화물을 지정하기도 한다. 개장 검사는 육안으로 살펴본 뒤 엑스레이, 마약검사 장비인 이온스캐너 등을 활용해 진행한다.외부 특송센터에 있는 화물도 엑스레이 판독은 인천공항세관이 직접 진행한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판독 담당 직원들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판독 직원들 밤낮없이 교대제 근무"늘어나는 화물 처리하기엔 역부족"탐지견 투입 '작년 8% 차단' 역할 인천공항 특송센터에 있는 제1엑스레이 판독실에서는 13명의 직원이 일한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판독실 3개를 갖추고 있는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소음 등 업무에 방해되는 요소를 최대한 없앤다.특송화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착하기 때문에 이곳 엑스레이 판독 직원들도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한다. 근무 형태에 따라 하루 24시간을 일하고 이틀을 쉬는 경우도 있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늘어나는 화물을 처리하기에는 직원 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마약 단속에는 탐지견도 투입된다. 지난해 관세청에서 적발한 마약의 8%는 탐지견의 역할이 컸다. 이날에도 마약 탐지견 '이온'이 배치됐다. 마약 냄새를 맡으면 해당 화물 위에 앉도록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세관 당국이 마약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선 인력 충원과 관련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종류와 밀수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신출귀몰 '한국행 배달'… 마약 밀수, 수법도 진화) /정운기자 jw33@kyeongin.com21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엑스레이 검사실에서 세관 직원들이 전 세계에서 온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판독하고 있다. 2023.6.21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