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북한산성, 탕춘대성은 서울시와 경기도(고양시)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전쟁과 도시팽창 등으로 일부 훼손됐지만 1970년대부터 복원을 통해 점차 본 모습을 회복했고, 전체 길이 35.3㎞ 중 88.4%(31.2㎞)가 남아있다. 애초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사업은 서울(한양도성)과 경기(북한산성)에서 각각 따로 추진해 왔는데, 한양도성은 2012년 잠정목록 등재 이후 그 지위를 유지해왔고 북한산성은 지난 2018년 처음 잠정목록 심의에서 부결됐다. 이후 문화재청의 권고에 따라 북한산성과 한양도성 그리고 탕춘대성까지 하나로 묶어 18세기에 완성된 조선 수도 방어 성곽의 가치를 강조하기로 했고, 세 지자체가 공동 등재를 위해 나섰다. 그 결과 2년 만에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북한산성의 경우 한 번에 두 단계의 심의를 뛰어넘는 흔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됐다. 북한산성·한양도성·탕춘대성 묶어경기도·고양시·서울시 '공동 성과' 노현균 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장은 "성곽은 우리나라에만 2천200여 개가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520여 개에 달한다.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을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만큼 특별하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성곽에 애민(愛民)의 내용이 들어가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며 시너지가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청유산은 문화재청과 서울시, 고양시가 보존·관리를 위해 법 제도와 관리체계를 구축해 보호하고 있다. 또 서울시, 경기도, 고양시가 TF 팀을 꾸려서 등재에 필요한 각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 첫 관문을 넘은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바쁘다.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청유산이 최종 대상에 오르면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1년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현장실사 등 여러 평가를 거치게 되며, 이후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를 통해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이러한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속연구뿐 아니라 학술회의와 홍보, 꾸준한 모니터링과 유적 정비 등이 필요한데, 등재를 위한 관리계획 수립과 체계적인 보존관리, 협력체계 구축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업무협약(MOU)과 같은 행정적 뒷받침도 수반돼야 한다.후속연구·관리계획·보존관리 물론적극적 의지표현·추진력 홍보 중요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 때 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서 명시한 '해당 지자체의 등재추진에의 강한 의지와 역량(서울-경기도 간 협력체 구성 및 공동연구, 집필 연구진의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견에서도 알 수 있듯 적극적인 의지표현과 추진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 팀장은 "해외에도 우리나라의 성곽과 산성에 대한 홍보를 하며 지지 선언을 많이 끌어내려고 한다"며 "인지도가 높아지면 세계유산 등재에 가까워지는 만큼 홍보작업에 힘쓰는 동시에 등재신청서 등도 꼼꼼하게 보완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공급망이 재편되고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제 공급망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하는 '특화단지'를 조성할 구상이다. 국제경쟁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첨단기술을 선점해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정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정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핵심은 반도체다. 인천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분야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1천200여개 기업이 몰려 있다.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을 주제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라고 하면 보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사업장을 떠올리지만, 인천도 패키징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패키징 세계 3위 작년 3조7천억 매출생산물량 90% 항공기로 해외 판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을 찾았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지난해 3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종에 1공장과 2공장이 있으며 직원은 4천400여 명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생산 공정을 공개했다. 보안 검색대를 두 차례 통과해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 공간에서 5초 동안 강한 바람을 맞은 뒤 반도체 패키징 생산현장에 들어섰다. 광활한 공간에 각종 패키징 장비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1개 생산라인 면적만 5만㎡라고 하는데, 이 같은 규모의 생산라인이 1공장과 2공장에 총 6곳이 있다.생산라인에서는 반도체 집적회로 핵심 재료인 원형 판 웨이퍼(Wafer)와 회로기판으로 불리는 PCB(Printed Circuit Board)를 결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후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탑재하는 제품의 용도에 맞게 크기와 외형을 다듬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같은 공정이 반도체 패키징이다. 공장 곳곳에는 정전기를 막는 작은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현장을 안내한 스태츠칩팩코리아 관계자는 "반도체 제품에 쓰이는 전압은 220V인데, 공정에서 높은 전압의 정전기가 발생하면 불량이 생긴다"며 "공장 출입 과정이 까다로운 건 불량을 일으키는 미세한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패키징이 끝난 반도체는 검사(테스트) 과정을 거쳐 보관되다 공장 인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이동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생산한 반도체 90%는 해외로 수출한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운송 적시성이 매우 중요해졌기에 모든 수출 물량을 항공기로 실어 보낸다. 2015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공장을 세운 이유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황용식 수석은 "기존 자사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은 대기업(SK하이닉스)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수출 물량을 운송하기엔 불리한 편"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출에 주력하고자 인천공항 인근에 새 공장을 조성했다"고 말했다.남동·주안산단 등 PCB제조사 밀집"업그레이드 자주 논의 경쟁력 UP"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주안국가산업단지 등지에 몰려 있는 PCB 제조업체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협업하기에도 적절하다는 게 스태츠칩팩코리아의 평가다. 어떠한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PCB의 형태가 다른 만큼 개발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관련 기업들이 집적화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황용식 수석은 "반도체 구매 고객사에서 통상 1년이 지나면 제품 가격을 깎으므로 하나의 제품만 생산해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업그레이드된 반도체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소재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자주 만나 논의해야 한다"며 "반도체 특화단지를 통해 고도의 집적화를 이루는 게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 '초격차'와 '중소기업' 두마리 토끼 잡기) /박경호·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중앙제어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제어시스템은 생산라인 내 모든 장비의 가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오류가 발생할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계획을 보면, 점점 심해지는 국제사회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재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산업분야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특혜가 쏟아지는 정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업이 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광역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특화단지 지정 신청을 받아 올해 상반기 중 특화단지 지정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는 인천시를 비롯해 경기도(용인시·이천시·평택시·남양주시·안성시 등 다수 기초자치단체), 강원, 충남, 경북, 광주·전남(공동), 대전, 부산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인천시에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세계 3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으며,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1천200여개가 있다. 반도체는 2016년 이후 인천의 1위 수출 품목(122억 달러)으로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업체 수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다. 인근 경기도 안산, 시흥, 부천 산업단지까지 연계하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인천시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계획은 남동국가산단, 송도국제도시, 영종국제도시 3개 지역이 핵심이다. 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동산단은 강소기업 육성 클러스터로, 송도는 R&D(연구·개발)와 인력 양성 거점으로, 영종은 새로운 반도체 산업단지(362만㎡) 조성으로 역할을 나눴다.지역 수출 26.5% 업체수 전국2위송도, 연구개발·인력양성 거점으로영종, 새로운 반도체단지 조성 역할경쟁자는 다른지역 아닌 '균형발전' 정부가 세계 초격차 1위 산업을 키울 전략을 세웠다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선 이미 산업이 집적화한 인천을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사업장이 중심인 다른 경쟁지역과는 달리 인천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명분도 있다.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 학회(KMEPS) 회장은 "인천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수요 기업과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남동산단 등 생산기업 간 생태가 가장 확실한 지역"이라며 "바이오,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반도체를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이 많은 미래 지향성도 강점"이라고 말했다.인천의 유일한 경쟁자는 다른 지역이 아니라 '정부 방침'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근거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인천시 이남주 산업진흥과장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설명회 때 산업통상자원부 쪽에서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로 신청할 거냐고 먼저 물어올 정도로 경쟁력은 공인됐다고 본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을 염두에 둔 국가 정책이므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균형발전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기업이 있나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한국 최초 반도체 수출을 이룬 아남반도체가 전신으로 1998년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하면서 사명을 바꿨다. 송도에서 공장과 R&D센터를 운영하며 삼성전자, LG전자, 미국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반도체 조립 부문으로 출범한 뒤 2차례 합병을 거쳐 2015년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품 반도체는 물론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쓰이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도 개발했다.1980년대 국내 기업의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남동산단과 주안산단 등지에 회로기판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기업 수출이 늘어나고 반도체 관련 소부장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나 장비 수입 비중이 커지면서 물류환경 측면에서 인천이 유리한 입지이기 때문이다.남동산단 중심 소부장 업체 1200개앰코·한미반도체·제너셈 국내외 두각 주안산단에 있는 한미반도체는 패키징 공정에서 절단 후 세척·건조·검사·선별·적재 등 필수 장비와 반도체 칩 소음 차단 공정 장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1980년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사업으로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ASE 등 세계 320개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송도에 있는 제너셈은 레이저 원천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50여 개를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패키징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장비를 공동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인천의 한 PCB(Printed Circuit Board)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만큼 소부장 산업도 당분간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화단지 지정으로 인천의 반도체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인 PCB 분야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납품 단가 인하 등으로 소규모 기업이 타격받을 우려가 있다"며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지정 후 무엇이 중요한가기업과 전문가들은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요소로 '산업단지', 'R&D'와 함께 '인력 양성'을 꼽는다. 인천 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단지 등으로 규모를 키워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기업 입장에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화단지 투자 인센티브로 고용보조금이나 장려금 등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인만큼 지원금이 있다고 아무나 뽑을 순 없다"며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동반해야 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직원 교육이 최우선" 전문화 중점인천반도체고 전환 '마이스터' 추진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특화단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인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참여하게 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대 I-Nanofab 센터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인프라 활용 현장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교육과 취업준비생 취업 연계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강사윤 회장은 "남동산단 등지에 있는 기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재직자 교육이 최우선"이라며 "수도권 반도체 관련 대학교와 특수대학원을 기업과 연계해 기존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현 인천정보과학고등학교를 인천반도체고등학교(가칭)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에서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으려는 학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인력 양성 등 관련 계획이 구체화한다면 교육부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 정성 평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표 참조·(클릭해서 확대하기) /박경호·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경기도 내 지자체 대다수가 하수도 재정에서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 하수도 요금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인데, 안정적인 운영과 지역 간 형평을 위해선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경기도와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20년 결산 기준 도 전역에선 한 해 약 14억6천253만7천272t의 하수가 발생했으며, 각 지자체는 이를 정화하는데 1조7천937억6천515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받은 요금총액은 처리원가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천193억9천561만원 정도로, 비율로 따지면 45.7%에 그친다.2020년 정화에 1조7937억 투입징수 요금 총액은 8193억 불과'현실화율' 여주 7.1·양평 7.5% 이처럼 사용자에게 걷는 요금 대비 처리원가를 나타낸 수치를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라고 하는데,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정부 권고 기준인 70%를 넘는 지자체는 31개 시·군 가운데 의왕·수원·광명 등 3곳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나머지는 처리비용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현실화율이 낮은 지자체는 여주(7.1%), 양평(7.5%), 연천(11.3%), 가평(12.2%), 포천(18.5%), 안성(21.9%), 양주(29.5%), 하남(35.6%), 동두천(36.1%), 평택(38%), 남양주(39.2%), 광주(40.1%), 용인(42.7%), 파주(43%), 성남(44.1%), 김포(44.7%), 이천(44.9%), 구리(47.2%), 의정부(51.1%) 순이었다. 현실화율이 가장 낮은 여주시의 경우 2020년 하수도 처리에 200억9천393만여원을 들이고도, 요금은 14억3천547만여원만 걷어 18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낮으면 시민이 하수도를 쓸수록 비용 적자가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하수도 회계 손실로 이어져 지자체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가·민원 등 고려 인상 어려워요금단가 지역별 최대 5배 차이 지자체별로 현실화율이 낮은 이유는 각기 다르다. 양평군과 가평군처럼 면적에 비해 사용자가 적으면 관로가 길고 하수 이송 등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화율이 낮아진다. 하지만 그 외에도 시·군이 물가안정과 민원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에 소극적일수록 적자구조가 심화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현실화율과 별개로 도내에서 하수도 요금이 비싼 곳은 가평군으로 902원/t이었으며, 가장 싼 곳은 여주시로(170/t) 둘의 차이는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성남(336원/t), 안산(366원/t), 구리(432원/t), 군포(474원/t), 하남(475원/t)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여주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하수도 요금을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무산되고,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감면 대상이 많아지면서 현실화율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며 "내년부터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재정 건전성 악화 '악순환'… 신규 시설 투자 꽉 막힐라) /지역종합·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하수도 재정의 건전성 악화는 장기적으로 시설 투자 비용을 갉아먹는다는 측면에서 악순환을 초래한다.2021년 기준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49%인 의정부시의 경우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탓에 기금 적립은커녕 운영에 급급했고, 그러는 동안 하수처리장 내구연한이 지나 시설 현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 재정사업으로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이는 모든 지자체가 직면할 수 있는 일로 하수도 회계의 만성적자구조는 신규 사업에 걸림돌이 되거나 노후 관로 교체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이런 우려와 더불어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각 시·군은 현재 하수도 요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 그래프 참조안산과 하남, 고양, 양평, 의정부 등이 이미 매년 10% 안팎의 요율 조정을 실행했으며, 안양시는 시 여건에 맞는 요금 수준을 분석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자체는 시민들의 거부감을 우려, 인상을 연기하거나 주저하는 분위기다.만성적자 기금 적립커녕 운영 급급내구연한 지나서 현대화 시급해도민간투자 반대 부딪혀 공회전 거듭 지난 3년간 세 차례 요금을 인상해 2022년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을 45.77%로 끌어올린 광주시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인구 증가로 시설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도 요금이 과다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더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는 체납 관리 강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하수도 요금 징수율은 98.69%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하수도 특별회계에서 매년 200억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결정권자인 지자체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하천 수질 관리를 위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오염 기준을 점차 강화하는 기조라는 점은 지자체들의 하수처리 시설투자 시점을 앞당기거나 하수도 적자 폭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지자체 요율 조정·요금 인상 불가피"사용료에 근본적 인식 전환 필요" 조영무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지자체들이 현실화율 100% 이상 하수도 요금을 받아 처리원가 초과분을 기금으로 적립한 뒤 시설 재투자 비용으로 쓰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기금 적립에 나선 곳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그러면서 미래를 위해선 앞으로 전반적인 하수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물값이 싼 나라로 하수도 사용료 또한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유난히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하고 인색한 구석이 있다"며 "통상 4인 가족 기준 한 달 평균 1만~2만원 정도를 하수도 요금으로 지출할 텐데, 통신 요금 등에 비하면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정도로 보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짚었다. 이어 그는 "하천은 망가지면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하수처리는 하천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하수도 사용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64만명.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광명동굴(옛 시흥광산)의 올해 11월까지 입장객 수다. 광명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린 광명동굴은 1972년 폐광 이래 새우젓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광명시는 40년 간 잠들어 있던 이 동굴을 2011년 매입, 국내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켰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약 500만㎡에 이르는 폐염전이었다. 시흥시는 1996년 문 닫은 염전 부지 중 약 150만㎡에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과거 자연습지에서 자라던 동식물이 되살아나면서 갯골생태공원은 명품 생태체험장으로 변모했다.맨땅에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는 서부권 곳곳에서 활발하다.김포시는 한강신도시가 추진될 당시 한강변 62만㎡ 금싸라기땅에 국내 최대 규모 인공조류서식지인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안산시는 대부도 안에 방아머리해변·대부해솔길·시화조력발전소·유리섬박물관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정책적으로 키워 연간 1천만명이 찾는 보물섬으로 가꿨고, 부천시는 영상·만화 콘텐츠를 특화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도시 정체성을 완성했다.7개 도시 교통·숙박 인프라 불균형관광객 '콘텐츠 연계' 의지에 편차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과 천혜 환경에도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가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는 이유로 '구조적 차이'를 꼽는 의견도 있다.협의회 소속 지자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7개 도시 간 교통·숙박 등의 인프라가 불균형하고, 어떤 도시는 원래부터 관광객이 워낙 많아 '콘텐츠 연계 의지'에도 편차가 있다"며 "도시 간 이동거리 때문에 공동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이런 가운데 서부권만의 입지 조건을 활용하고 아이디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관광분야 한 전문가는 "김포공항·평택항 등으로 유입되는 중국인 대상 1박 이상 관광·의료·쇼핑상품이나, KTX 광명역으로 유입되는 비수도권 여행객 테마관광상품 등의 개발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행 및 숙박 업체와 협업해 서부권 연계관광 모객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인생샷' 명소인 신세계백화점 외벽 '미디어 파사드' 같은 걸 공동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여행·숙박업체 협업 인센티브 지급'미디어 파사드' 공동설치 등 고민 올해 8월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임병택 시흥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보편화'와 '우리'라는 키워드가 있던 자리를 '파편화'와 '나'라는 키워드가 채웠고 이는 관광분야도 마찬가지"라며 "다양해진 관광객들의 욕구는 공공행정서비스의 영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임 시장은 그러면서 "경기 서부권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충분한데도 충분치 못한 홍보 또는 대중교통 접근성 탓에 묻혀 있는 관광지가 많다"며 "현안을 냉철하게 진단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1면([경인 WIDE] 서부 7개 지자체 '공동관광' 4년째 아무도 모른다) /김영래·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광명동굴, 시흥 갯골생태공원, 김포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여럿 보유한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가 7개 도시 간 교통·숙박 인프라, 콘텐츠 연계 의지 등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인 18일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이 웜홀광장을 관람하고 있다. 2022.12.18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광명시는 지난 1972년 폐광 후 40년간 잠들어있던 광명동굴(옛 시흥광산)을 2011년 매입, 국내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로 재탄생 시켰다. 주말인 18일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이 동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2.12.18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나 그동안 인접 도시 콘텐츠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특별히 없었다. 사진은 올해 개막식 현장. /경인일보DB
2019년 2월20일 화성 전곡항에서 의미 있는 출항이 있었다. 이날 안산·부천·화성·평택·시흥·김포·광명 등 7개 지자체 단체장은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공동관광코스 개발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경기 서부권은 천혜의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완성형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는 게 관광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바꿔 말해 콘텐츠 창출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서부권 지자체들은 김포·인천국제공항 접근성도 우수하고 수도권제1·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등을 공유한다. 경기만 바다에도 여러 지자체가 걸쳐 있는 등 물길도 열려 있다. 이처럼 밀접한 조건에도 서부권 지자체 간에는 그동안 연계관광의 개념이 없었다.안산·부천·화성·평택·김포 등 협력연계관광 코스 '콘텐츠 융합' 부실'이용료 감면' 민간 참여 8곳 불과 7개 도시가 의욕적으로 협의회를 출범하고 4년이 흐른 현재, 서부권 연계관광에 대한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각 도시의 콘텐츠가 융합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공동 관광코스를 육성하자는 데 있어 이들 도시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협의회는 서부권 연계관광을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협의회는 올해 김포공항 등에 공동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한국관광공사의 국내여행정보 채널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각 도시 대표축제 공동 홍보부스 운영과 7개 도시 둘레길·자전거길 스탬프투어 등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가장 눈에 띄는 건 시설 이용료 감면이다. 지난해 2월 협의회는 회원도시 간 문화·관광·레저시설 이용료 감면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관광객들이 많이 선호하는 민간시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껏 감면 정책에 참여의사를 밝힌 민간시설은 8개소에 불과하다. 이는 서부권 연계관광이 관광객의 시선을 휘어잡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일각 '공격적 마케팅' 필요성 제기"일체감 있는 브랜드 있어야 효과" 일각에서는 도시별 문화관광인프라가 시너지효과를 내려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의 기존 정책과 비교할 때 협의회 정책에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도내 한 관광 관련학과 교수는 "공동디자인과 캐릭터, 브랜드 등을 개발하고 소포장 특산품을 협의회 홍보용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각 지자체가 자신들의 관광상품을 키우기 위해 추진할 법한 적극적인 정책을 협의회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싶다"며 "공동 홍보와 마케팅도 결국은 협의회의 일체감과 브랜드가 완성된 후에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3면("김포공항·KTX 광명역 유입 상품 개발 '아이디어' 넓혀야") /김우성·이상훈·황준성기자 wskim@kyeongin.com지난달 아시아 최대 인공서핑장인 시흥 웨이브파크에서 열린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정기회의. /시흥시 제공올해 10월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개최된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2'에서 공동홍보부스를 운영한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김포시 제공
아주까리밤콩, 푸른독새기콩, 쥐이빨옥수수, 호랑이콩. 사람들에게 점차 잊혀져 지역의 일부 농부들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던 토종 씨앗은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후 등에 잘 맞는 형질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 수입 종자 등이 상당수를 이루며 매년 새로운 씨앗을 사서 심어야 하는 상황에서 토종씨앗의 존재는 단순히 좋은 먹거리의 존재를 넘어 기후위기와 식량 주권과 같은 세계적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근래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러한 토종씨앗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엄미술관은 올해 '너-나-토종씨앗(이야기-레시피-맛보기)'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우리 토종씨앗은 어떤 것이 있고, 누가 키울까 등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농부를 초청해 토종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술관 마당 한 편에 토종씨앗을 심어 작물을 수확하기도 하며 그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기후위기 등 세계적 이슈로 주목엄미술관, 지역농부 초청 프로그램'자연 경고' 등 문제제기 영상 제작 미술관은 또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으로 '토종씨앗 3부작' 영상을 만들고, 자연의 경고와 식량 고갈, 식량 전쟁 등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질문했다.진희숙 엄미술관 관장은 "미술관이 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들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토종씨앗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만이라도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종씨앗이란 키워드와 중요성, 세계 흐름 등을 예술가의 눈으로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DMZ다큐영화제 대상 '씨앗의 시간'"상품적 가치로만 따져서는 안돼" 제14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설경숙 감독의 '씨앗의 시간' 역시 토종씨앗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화는 수십 년간 자신의 씨앗을 받아서 심어온 농부의 노동과 시간을 섬세하고 정감있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설 감독은 자본의 가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씨앗을 자신의 삶 일부로 소중히 생각하며 일상처럼 지켜온 농부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토종씨앗에 대해 내가 알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한 설 감독은 "영화를 비롯한 예술이 가지는 역할은 흔히 접하는 설명적 정보나 지성의 호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오늘 먹은 밥상 위의 배추와 무도 매년 씨앗을 받아 심을 수 없게 된 작물이다. 겉으로 보이는 씨앗의 현상이 아닌 그 기저에 깔린 삶의 태도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토종작물은 소규모, 또는 작은 공동체에서 알음알음 팔리고 있는데 그런 시장경제도 가능하다. 상품으로서 가치만 따지는 것이 아닌, 그 삶의 방식을 더 가치 있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결국 미술관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문화예술가들이 토종씨앗에 주목한 것은 오늘날 씨앗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통적인 목적이 있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문화예술과 만난 '토종 씨앗')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저비용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경제의 시선이 '토종 씨앗'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냈지만, 문화예술의 눈을 통해 본 '토종 씨앗'은 우리 사회가 짚어봐야 할 하나의 주제가 됐다. 여기에 개인과 사회적 기업 등의 노력이 합쳐져 '토종 씨앗'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세계 최대 식량기업 중 하나인 몬산토가 2002년 인도에 판매한 Bt(해충 저항성) 면화가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얼핏 관계 없는 일 같지만, 몬산토의 면화가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했고 그만큼 농민들이 빚을 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이 밖에도 세계 식량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종자를 독점하고 있어 농민의 생산권을 제한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개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종자를 무기로 벌이는 전쟁터에서 내려와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 토종씨앗의 의미를 함께 전파해 경제적·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앉은뱅이 밀이다. 한국 토종 밀로 기원전 300년부터 재배한 종인데, 미국의 농학자이자, 197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노먼 볼로그가 개량해 멕시코 등에 보급했다. 볼로그의 노벨 평화상은 식량 증산에 기여한 공로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토종 밀이 미국에 노벨상을 안긴 셈이다. 수입밀에 밀리다 2012년 보존 확인상업적 성공·동화 출판 다양성 전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고, 19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잊혔다. 다시 앉은뱅이 밀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토종곡식'의 저자 김석기 작가가 진주의 한 정미소에서 앉은뱅이 밀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재발견 과정에서의 극적 이야기에 힘입어 앉은뱅이 밀은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이를 소재로 한 동화책으로 출판돼 초등학생들에게 생물 다양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토종씨앗을 단순히 식량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다. 2008년 설립된 '토종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전국귀농운동본부, 연두농장, 흙살림, 한국토종연구회, 환경농업연구회, 농어촌사회연구소 등이 소멸되는 토종씨앗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토종씨드림' 수집·증식·활성화 성과철학으로 확장·씨앗도서관 대중화도 이들은 각 지역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토종씨앗 수집에서부터 증식, 활성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 이후 강화, 여주, 가평, 포천, 안성, 화성, 양평, 용인, 평택을 비롯해 전국 28개 지역에서 180여 작물 7천800여점을 수집해 보존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토종씨앗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만들고 있다. 토종씨앗이 상징하는 종의 다양성이 만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맞닿아있다고 보고 '씨앗철학'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아울러 광명과 수원, 안양 등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토종씨앗을 원래 심었던 지역에서 심으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설립된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을 책처럼 빌렸다가 농사에서 거둔 토종 씨앗들을 다시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드림이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토종씨앗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확산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토종씨앗은 단순히 식량, 종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많은 내용을 포함한다. 잃어버린 옛것을 찾아 새것과 융합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씨앗철학'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994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지금의 고용허가제로 이어지기까지.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 역사는 어느덧 30돌을 훌쩍 넘겼지만, 산업현장 곳곳에 주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의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 등 여건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이주노동자 썸밧(가명·23)씨는 지난 2019년 고용허가제 E9 비자를 받고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비닐하우스 50개 동의 대규모 채소 농장에서 상추와 청경채가 잘 자라도록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반면 농장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정작 본인의 건강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포천시 가산면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만난 썸밧씨는 옆에 있던 얇은 덴탈 마스크를 손으로 짚었다. 덴탈 마스크는 그가 밀폐된 비닐하우스에서 농약을 살포할 때 쓰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그는 "방독 마스크는 받아본 적이 없고 써야 하는 줄도 몰랐다. 그냥 덴탈 마스크만 쓰고 스프레이로 농약을 뿌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밀폐 비닐하우스내 '얇은 마스크'방독마스크 지급 규정 안 지켜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방독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지급되는 않는 게 상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방독 마스크가 지급되는 농장은 없을 뿐더러 대개 스카프를 입에 두르거나, 일반 마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알아서 착용하는 식으로 농약 살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실제 방독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7년 동안 농약 살포 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의 게삽(40)씨는 2020년 평택의 한 대학병원에서 불임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리기도 한다.농약 중독문제로 뒤늦게 피해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은 "농약에 중독되면 단기적으로는 두통, 장기적으로는 정자 수 감소나 호르몬 장애를 일으킨다"며 "농약문제를 다룬 기존 연구를 참고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농약 중독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7년간 살포 작업 '불임판정' 받아'농약 중독 피해' 실태조사 안돼열악한 환경 '불법 체류' 부추겨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수는 코로나19로 국제적 이동이 줄어든 시기를 제외하곤 쭉 상승세다. 통계청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비자) 도입현황'을 보면 2020년 6천688명, 2021년 1만501명, 2022년 4만2천344명(8월26일 기준)이다. 고용노동부도 중소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의 내국인 구인난이 이어지자 올해 이주노동자 쿼터를 기존 5만9천명에서 6만9천명으로 확대했다.고용허가제는 국내 기업들이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제도도입 이전에는 1994년부터 시행한 산업연수생제도가 있는데, 당시 인권 유린 등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근무지를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외국인들이 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단일화 됐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고용허가제는 현재 쿼터를 늘린 뒤,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안전불감증·고용허가제… 중대재해 사망률, 내국인보다 3배 높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시 가산면의 한 농장에서 이주노동자가 방독 마스크 없이 일반 마스크를 쓴 채 농약 살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 농약을 살포할 때 사용하는 기구가 경운기에 실려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 가산읍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 썸밧(가명)씨가 거주하는 곳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