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파푸아 뉴기니에서 자동차 부품인 컨버터가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우편세관은 이를 눈여겨봤다. 자동차 부품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고,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 차량 부품을 들여오는 것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세관원들이 해당 부품을 분해하자 마약이 나왔다. 부품 내 공간에 마약을 넣고 용접까지 한 뒤 우편물로 둔갑해 들여오려던 것을 적발한 것이다.마약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마약 밀반입이 폭증하고 있다. 수법은 더 지능화되고 있고, 수요층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인천공항을 통과한 마약은 거미줄처럼 퍼진 국내 유통망을 통해 배달되고 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마약 밀반입을 적발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 등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021년 전국 1054건·1272㎏ 적발대부분 국제선 인천공항이 주 통로국제우편·특송 비율 82%로 높아져부산항 이어 인천항 컨화물 많아세관, 전담부서 신설 대응 힘실어'족집게' 엑스레이검사 집중력 중요인력 충원·교육·예산 확대해야늘어나는 마약관세청이 2019년 전국 공항과 항만 등에서 적발한 마약 밀반입은 643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천5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적발한 마약의 중량은 311㎏에서 1천272㎏으로 증가했다. 적발 건수는 두 배로, 중량은 네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적발되지 않은 마약 밀반입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마약 가격이 낮아지는 이유도 공급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마약 단속 당국의 설명이다. → 표 참조전국 세관 가운데 인천공항에서 적발된 마약 밀반입 사례가 가장 많다. 인천공항은 2019년 기준 7천만명의 국제여객이 이용한 국내 대표 공항이다. 김포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등과 달리 국제선 비중이 대부분인 인천공항은 마약 밀반입의 주 통로가 되고 있다.2019~2022년 전국 마약 밀반입의 80~90%가 인천공항에서 적발됐다. 중량으로 보면 2021년 부산에서 더 많이 적발됐는데, 이는 부산항에서 한 번에 400㎏에 달하는 코카인 밀수가 적발됐기 때문이다.이 기간 인천항을 통한 마약 밀수 단속 건수는 '0'이다. 2020년 1월부터 한중카페리 여객 운송이 중단되면서 인천항을 통한 인적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변화하는 밀수 루트마약 밀수 루트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엔 사람이 직접 마약을 숨겨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국제우편·특송화물 등 경로가 다양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여객기 운항이 줄어들면서 우편이나 특송을 통한 마약 밀수 시도는 더 많아지고 있다. 2019년 인천공항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단속은 각각 209건, 35건이었으나 2022년엔 388건, 153건으로 늘었다. 국제우편·특송화물이 차지하는 비율도 43%(2019년)에서 82%(2022년)로 높아졌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적발하는 마약의 80% 정도는 특송이나 국제우편"이라며 "최근 해외여행이 점차 활성화하면서 여행객을 통한 밀수 시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마약 밀수 루트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세관 설명이다. 관세청은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 시도가 늘어났는데, 앞으론 지방공항과 컨테이너 화물 등 다양한 루트로 마약 밀수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특히 인천항은 부산항에 이어 두 번째로 컨테이너 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부두다. 이에 인천항을 통한 마약 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인천항을 담당하는 인천본부세관은 마약 단속 전담 팀을 만들었다. 정보 수집뿐 아니라 탐지견을 활용한 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약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여행자와 달리 수출입 화물은 전량 엑스레이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 화물을 선정하는 등 직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제관세기구 등과 공유하는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밀수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마약 단속 인력·예산 늘려야"마약 밀수 시도는 지능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샴푸 속에 액상 합성 대마를 숨겨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마약의 일종인 메트암페타민을 사탕 모양으로 만들어 국내 반입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옷을 액상 마약에 담갔다가 말린 뒤 밀반입해 마약을 정제하는 수법도 있다고 한다.최근 하루 평균 마약 밀수 적발량은 6만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인천공항 등 국경 단계에서 이를 놓쳐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유통 단계에서는 열 배의 노력을 들이더라도 적발하기 어렵다고 세관은 강조한다.마약 반입 차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인력·장비 충원'과 '직원 교육',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특송화물과 국제우편 부문 검사·판독 인원으로 72명이 더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인원은 232명(특송 175명, 우편 57명)으로, 늘어나는 화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력 부족은 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할 때 마약 의심 화물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엑스레이 검사 요원도 부족하다. 지난해 엑스레이를 통한 마약류 적발은 전체의 50%를 넘을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제우편 담당 엑스레이 판독요원은 10명인데, 인천공항본부세관은 추가로 10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물질 분석 장비인 '라만 분광기' 등 마약 검사 장비 등의 확충도 필요하다.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은 모두 엑스레이 검사를 거친다"며 "더 많은 화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마약류 등의 적발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적정한 근로 시간이 뒷받침돼야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마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보상금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약이 의심되면 해당 물건을 파괴하거나 해체해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충분치 않으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승규 YK법무법인 전문위원(전 제주세관장)은 "세관 직원들이 마약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며 "최근 마약 밀수 시도가 늘고 있는 만큼 직원 교육 등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21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검사장에서 세관 직원이 마약이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마약 탐지장비인 이온스캐너를 활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2023.6.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21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검사장에서 세관 직원이 마약이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마약 탐지장비인 이온스캐너를 활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2023.6.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심각한 마약 중독 수용자로 출연해 극 중 별칭도 '해롱이'였던 '한양(배우 이규형)'은 수감생활 동안 갱생하며 단약에 성공하는 듯했다. 이 기대감에 가족들은 징역 10월 형을 마친 한양의 출소 날 교도소 앞 한 식당에서 약속 시간까지 한양을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도소 문 앞 주차된 차량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지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양이 자신의 팔에 주사기를 꽂아 현행범으로 또다시 체포됐기 때문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32)씨는 지난 3월 23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약해 법정 구속될 뻔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영장 기각 닷새 만에 예정됐던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는커녕 또다시 필로폰에 손을 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른다.사법당국 재활·치료처분 10%대일각 "잡아 넣기 급급" 목소리도 이정근 한국만약퇴치운동본부 경기도지부장은 지난 9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마약사범들이 놀라울 만큼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나는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마약에 중독된 당사자들이 중독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만큼 마약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이처럼 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보호와 재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지만 최근 정부와 수사·사법 당국은 마약 사범들을 '일단 잡아넣기'에만 급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5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의 실효성 제고 방안(김은정 조사관)'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마약류 사범의 처벌적 접근의 효과가 크지 않은 가운데, 처벌을 내리기 전 치료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 마련으로 중독 위험을 낮추고 사회 복귀를 돕는 형사사법체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다."미국·영국, 처벌보다 치료 중심""감호·보호 등 이행 자원 불충분"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검거된 마약사범 수만 4천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천80명) 대비 33.9% 늘었으며,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은 총 1만8천395명이 붙잡혔다. 이들의 재범률(경찰청 자료 기준)은 지난 2020~2022년 동안 49.9~50.2%를 나타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하지만 50% 수준의 재범률이 유지되는 지난 3년간 검찰이나 법원의 사법 처분으로 재활교육(기소유예 조건부)이나 약물치료강의(집행유예 조건부)를 받은 마약사범은 각각 연평균 1천214명, 969명에 그쳤다. 이 둘을 합친 수로 계산하면 2022년 기준 한해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1명 정도밖에 치료나 재활을 받지 못한 셈이다.이에 김은정 조사관은 "미국과 영국은 처벌보다 치료 중심의 마약류 중독자 정책을 정부가 주도해 재범률 감소와 마약사범들의 재사회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치료감호나 치료보호 명령을 통해 마약 중독자에게 재활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처분 이후 이행을 위한 자원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활용이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표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경기 환자 83명중 81명 인천행… 턱없는 관련 시설·인력)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관계자들이 마약류 사범 집중수사 결과와 관련한 증거품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매년 2만 명에 가까운 마약사범이 검거되는 데 비해 치료보호나 재활교육까지 이어지는 비중은 극히 적은 가운데 이를 위해 국내에 갖춰져 있는 치료·교육 시설이나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진행되는 여러 치료나 교육 프로그램마저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돼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1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해 도내에서 마약 중독으로 판별돼 치료보호기관의 치료를 받은 환자는 83명이다. 다만 이 중 2명만 의왕에 위치한 계요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81명은 전부 인천의 참사랑병원으로 향했다.경기지역 마약 중독 환자뿐 아니라 같은 기간 전국에서 치료를 지원받은 421명 중 276명이 인천 참사랑병원으로 몰렸으며, 134명은 경남의 국립부곡병원을 통해 치료했다. 계요병원 2명을 포함한 나머지 11명의 소수만 해당 지역 소재 병원에 내원한 셈이다.2명만 의왕 나머진 참사랑병원으로치료지원 전국 421명 중 276명 몰려 마약 중독 치료보호기관 사용 지역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건 정부의 부족한 지원과 인프라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사들 사이에 '조현병 환자 10명 몫을 알코올 환자가 하고, 알코올 환자 10명 몫을 성격장애 환자가, 성격장애 환자 10명 몫을 마약 환자 1명이 한다'는 말이 있다"며 "의사나 간호사들이 마약 중독 환자에 대해 큰 부담과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치료보호를 위해 병원을 지정해 놓고 아무런 인센티브도 안 준다"고 호소했다.정부가 전국 24개 병원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해 총 360개의 병상이 준비돼 있지만 정작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어 연간 치료 실적이 한 건도 없는 병원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 표 참조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자에 대한 재활교육과 법원의 재범예방 의무교육을 대신 진행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중독재활센터는 전국에 단 2곳 뿐이다. 최근 커진 마약 이슈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대전에 센터 1곳이 신설될 계획이지만 전국에서 마약사범이 가장 많은 수도권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정부 지정 24곳 중 '실적 0' 대다수재활센터 2곳뿐 수도권엔 계획 없어 현재 검찰과 법원의 처분을 받아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재활 및 재범예방 교육이나 약물치료강의 등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범들의 투약 마약 종류별로 다른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건 물론 일방적 집단 교육이 아닌 1:1 면담 방식 프로그램도 필요한 데 현재 여건에선 효과적인 재활이나 재범예방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정부 관계자는 "치료보호 지정 병원에 내년부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중독재활센터도 향후 최대한 시도별 1곳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마약 중독 치료보호와 재활교육을 더 강화해 재범률을 낮추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보호와 재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중독 상담모습. /경인일보DB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설치된 '정당현수막' 공해로 지방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정치신인은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사전적 허용, 사후적 제한방식으로 정당현수막 설치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또한 행정안전부의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 정당명을 표시한 현수막뿐만 아니라 정당명과 함께 당 대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지역위원장)의 직·명을 게시한 현수막도 정당현수막에 포함하고 있다. 당협·지역위원장 게시물만 '합법'지방의원·지자체장 등 해당 안돼지역 출마 준비 비례대표도 제한 이에 현재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정당현수막 대부분은 내년 총선을 대비한 당협·지역위원장이 내 건 현수막이기 때문에 사전적 허용 원칙에 따라 합법 현수막으로 추정받는다.반면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확보했다'는 내용 등 지방의원이나 지자체장 및 일반 당원 등이 정당이름과 함께 정당현수막 형식으로 설치하게 되면, 이는 개인 현수막으로 불법 현수막에 해당해 철거대상이다. 당협·지역위원장 이름과 함께 내건 도·시의원의 정당현수막도 불법에 해당한다.내년 4·10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으로 내려오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당협·지역위원장이 아닌 이상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신인들 "이름 알릴 기회마저 박탈"공해 비판 옥외광고법 개정 추진"형평성 갖출것으로 기대 어려워" 이에 따라 정당현수막 설치 관련 현역 국회의원 간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제한과 사전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받고 있는 정치신인들은 가뜩이나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당협·지역위원장 등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정당현수막까지 가로막혀 최소한의 이름이라도 알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정치권 관계자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돼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이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원외 당협·지역위원장만 보장받는 자유"라며 "여러 문제로 다시 옥외광고물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형평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설치는 자유, 관리는 '방관')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지난 4일 광명시민체육관 앞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비례), 양기대(광명을) 국회의원의 정당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지역위원장이 아닌 양이원영 의원의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옥외광고물법의 정당현수막에 해당되지 않아 철거대상이다. 2023.6.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헌법상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허용된 정당현수막이 도시 미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공해로 지목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해결방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거리에 정당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2023.6.6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헌법상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허용된 정당현수막이 도시 미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공해로 지목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해결방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당현수막 대부분은 기본적인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지킨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유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행정안전부의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의 설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협·지역위원장이 아닌 '정당'이다. 따라서 정당현수막 설치 비용도 당연히 중앙당 경비로 제작·설치토록 돼 있지만, 실제 현수막 제작·설치 비용은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에서 부담하고 있다.또한 정당 명칭·표시기간·연락처 등을 작성한 글씨 크기가 현수막 세로 크기의 10% 내외로 제작해 현수막과 관련된 민원에 답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게 표시돼 있어 있는지조차 모른다. 가이드라인 준수사례 극히 희귀도시미관 공해 주범으로 지목 특히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당현수막의 저급한 내용이 정당법에 규정된 정당활동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저급한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하는지를 아닌지를 가급적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현수막에 대한 문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신호기 또는 안전표지를 가리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곳은 설치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명절 인사', '토크콘서트', '대통령 서거 ○주기', '기름값 더 내립니다' 등의 정당현수막은 적용배제 대상이 돼 길거리의 정당현수막 중 합법인 것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이처럼 정당현수막이 도시미관의 공해 원인이자 주범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이마저도 불법 현수막이란 지적에 대해 국회의원을 비롯해 당협·지역위원장 등은 남(지자체) 탓으로 돌리는 등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김민철(민·의정부을) 국회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는 법"이라며 "현수막을 통해 선거구민에게 정당의 정책이나 활동을 알려 민주주의 실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개정안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그는 또 "그동안 지자체의 불법 현수막 단속 대상에 포함돼 있던 정당 현수막을 합법의 영역으로 바꿨을 뿐, 현재 게시된 정치 현수막 가운데에는 정치인 개인이 걸거나 정당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 많다"면서 "지자체가 이런 것들은 걸러내면 시민들의 불편이 없을 텐데, 지자체가 단속에 손을 놓고 있으면서 법 개정만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 안타깝다. 나로선 억울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지자체 단속 강제조사 권한 없어그러나 지자체의 불법현수막 단속공무원들은 강제조사 권한을 갖지 못해 정당현수막 설치비용을 누가 부담했고 설치 주체가 누구인지, 통상적인 정당활동 해당 여부를 일일이 따져가며 단속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당협·지역위원장이 내 건 정당현수막이 불법이더라도 시·군의원 반발이 부담돼 철거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헌법상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허용된 정당현수막이 도시 미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공해로 지목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해결방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거리에 정당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2023.6.6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지난 11일 열린 인천시의회 제287회 임시회 제1차 행정안전위원회 회의. 첫 번째 심사 안건은 화력발전소 주변 개선 등에 대한 지원을 인천 서구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원도심활성화특별회계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안'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개정안 내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인천시 담당 부서와 대표 발의자인 이순학 의원에게 질의했다. A의원은 "이렇게 조례가 개정되면 상위법 위반 아니냐"며 따져 물었고, B의원은 "지역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된다"며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이 둘을 포함한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은 심사 끝에 해당 안건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이 개정안은 의원 1명의 단독이 아닌, 11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안건이었다. 공동 발의 의원 중에는 이날 회의에서 안건 내용을 지적했던 A의원과 B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두 의원은 자신들이 공동 발의한 안건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공조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A의원은 "개정안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공동 발의한 것"이라면서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을 보니 법령상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판단해 질의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개정안에 대한 세부적 검토 없이 공동 발의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인천시의원들의 '묻지마식 공동 발의'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작년 7월 9대 출범후 80% 10명이상시의원 단독발의 102건 중 3건 불과세부적 검토 없이 통상적 참여 지적 21일 경인일보가 지난해 7월 제9대 인천시의회 출범 후 최근까지 의원 발의 조례 제·개정안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102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99건은 가결되고 1건은 부결, 1건은 보류, 나머지 1건은 철회됐다.의원 발의 조례안 전체 102건 중 시의원 1명이 단독 발의한 안건은 신동섭 의원이 낸 3건뿐이었다. 나머지 99건은 전부 2명 이상이 공동 발의했는데, 이마저도 10명 미만이 참여한 건 21건에 불과했다. 전체의 약 80%(78건)를 10명 이상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지방자치법과 인천시의회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이 의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5분의 1(8명) 이상의 연서(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의원 혼자서 입법을 남발하는 걸 막고, 안건에 대한 검증을 거치기 위한 취지다.연서 방식은 '공동 발의'와 '찬성' 두 가지가 있다. 한 시의원이 다른 시의원 발의 조례안에 동의할 때,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리거나 찬성란에 서명하는 것 중 선택하면 된다. 공동 발의에 참여하는 건 단순히 해당 조례안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책임의 의미가 부여된다. 이는 의안 철회 절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의원 1명이 혼자 단독 발의한 조례안은 찬성자의 동의가 없어도 철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발의자가 2명 이상이면 발의자 전체의 서명을 받아야 철회 청구가 가능하다. 공동 발의를 한 의원은 조례안 발의와 철회 모두에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일부 초선 '찬성'과의 차이 잘 몰라"풀뿌리 민주주의 저해… 개선 필요" 그러나 인천시의원들은 공동 발의와 찬성의 개념 차이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선인 한 시의원은 공동 발의와 찬성의 차이를 묻자 "그건 잘 모르겠다"며 "조례안에 찬성(동의)할 때 통상적으로 공동 발의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조례안을 발의할 때 의회에 나와 있거나 평소에 교류가 있는 의원들 위주로 서명을 받는다"며 "찬성에만 서명하는 건 기록이 안 남다 보니 공동 발의에 참여하는 게 관례가 됐다"고 했다.한 의원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52건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중 공동 발의가 50건이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건 2건에 불과했다. 이 의원과 비슷한 의원들은 3명이 더 있었다.부산시의회 경우, 같은 기간 전체 121건의 조례안 중 10명 이상 공동 발의 건수는 단 2개뿐이었다. 대다수가 의원 1명 단독 발의였고, 나머지 의원들은 공동 발의가 아닌 '찬성' 의사로 조례안 발의에 참여했다. 부산시의회 관계자는 "우리는 원칙대로 할 뿐"이라며 "우리 시의원들은 해당 의안을 정치적 이유 등으로 혼자 추진하기 부담스럽거나 관련 분야에 전문적인 의원과 협업하는 차원 위주로만 공동 발의한다"고 했다.공동 발의를 남발하는 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경훈 한국지방정부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시의원 개개인이 심각한 연구나 고민 없이 조례안 공동 발의를 남발하는 건 지역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발의로 성과가 부풀려져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을 정당화시켜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공동 발의 남용이 계속될수록 시의원들의 역량은 낮아질 것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단순 개정에도 우르르 절반 발의… 공천심사 '점수'로 전락도)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사진은 인천시의회 본회의 모습. /인천시의회 제공
전남 일대에서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전'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경기도 종목단체들이 경기 외적인 이유로 고민이 많다. 선수별로 특성을 분석해 경기 전략을 짜도 모자랄 시간인데, '숙박비를 줄일지, 식비를 줄일지' 계산기만 한참 두들기고 있기 때문이다.한여름 성수기에나 있을 법한 '바가지 요금'이 올해도 체전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상시 1박에 6만원에서 7만원가량 하던 숙박비가 체전을 앞두고서 2배가 뛰는 건 기본, 하루에 최대 20만원을 받는 곳도 부지기수다.평상시 6~7만원서 2배 이상 뛰어연박에도 "짐 빼라" 웃돈 요구도심지어 해당 지역에 머무는 기간만큼 방을 예약하고 숙박비까지 완납했는데도 "낮에는 모텔 대실을 해줘야 하니, 아침에 나갈 때 운동장비와 개인 짐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황당한 '갑질 행태'를 일삼는 업체도 등장했다. 짐을 빼지 않고 체전 내내 숙소를 사용하려면 원래 숙박비에서 10~20%가량의 돈을 더 내야 한다. 값이 터무니없이 비싼데도 선수와 감독들이 시합을 치러야 하니, 종목단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건넨다. "지역 숙박협회가 금액하한 정해"道체육회 지원금 모자라 추가비용 물론 경기도체육회에서도 체전에 참여하는 선수단에게 금액(이번 체전 기준 1인당 1일 7만원)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금액 전부를 숙소 예약에 쓸 수 있는 '숙박비'가 아닌 식비를 포함한 '숙식비'에 해당한다. 7만원을 온전히 방을 구하는 데 쓸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동안 각 종목단체들은 협회 차원에서 비용을 추가로 마련해 숙박 예약을 해왔다.도내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울산 전국체전 때는 8만원이던 방을 20만원을 달라고 한 곳도 있었다. 당시 지역 숙박협회에서 금액 하한을 정해두고 그 이하로는 방을 내주지 말라고 했었다"며 "숙박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체전이 열리는 지역에서 20㎞ 떨어진 곳에 방을 구한 적도 있다. 매해 반복되는 문제인데도 개선이 안 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종목단체 관계자도 "협회에서 비용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크다. 이번 체전 숙소도 이제 막 예약해야 할 시기인데 얼마나 비싸게 부를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대회기간 '울며 겨자먹기' 체크인… 지자체-업계, 가이드라인 내놔야)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인천시의원 상당수가 실적 쌓기용으로 조례 제·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제9대 인천시의회 출범 후 공동 발의자가 20명 이상인 조례안이 15건이나 되는가 하면, 어떤 의원은 50건을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 품앗이' 관행과 조례안 발의 건수가 정당 공천 등 의정활동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조례 제·개정에 대한 의원의 기여도와 해당 안건의 사회적 가치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이태원 참사후 경종 '40명 전원'부산시의회 4명·세종 6명과 대비상위법령 부합 일부 정비도 '18명'동료에 '힘 실어주기' 고질적 관행소속정당의 의정활동 평가에 악용"거절 어렵고 찬성은 기록 안 남아"정책보좌관제 등 역량 강화 목소리사전 검증 입법영향평가팀 제안도단순 조례 개정에도 10명 이상 공동 발의제9대 인천시의회가 최근까지 8차례 회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102건이다. 이 중 공동 발의 조례안은 99건으로, 무려 20명 이상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것도 15건이나 된다. → 표 참조공동 발의자가 가장 많은 조례안은 '인천시 옥외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이었다. 인천시의원 40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조례안은 서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천시 등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는 물론 주최·주관 없이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 등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조례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천시의원 전부가 공동 발의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의원들은 공동 발의가 아니더라도 찬성·동의(연서)란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부산시의회가 지난해 이와 비슷한 취지의 조례안을 처리했는데, 공동 발의 의원은 4명이었다. 전체 47명 의원 중 4명이 공동 발의하고 10명은 연서했다. 이와 비슷한 조례안을 처리한 세종시의회는 6명이 공동 발의했다. 세종시의회 의원 숫자는 18명이다. 서울시의회 경우 최근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20여 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지만, 전체 의원이 100명이 넘는 만큼 인천시의회와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조례 개정안 중에는 상위법령에 부합하도록 일부 내용을 정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천시의회는 이런 조례안에도 10~20명이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 인천시 투자유치위원회 위원장을 시장에서 행정부시장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18명이나 이름을 올린 게 그 예다.공동 발의 '친분 유지' '실적 쌓기용' 악용되나공동 발의자가 많다는 것은 조례 제·개정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조례안의 중요성을 가늠할 기준도 된다. 문제는 동료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례안 품앗이' 관행과 정당 공천 등 외부 평가를 의식한 '실적 쌓기용 발의'에 따른 남발이다. 그러다 보니 조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소속 정당의 의정활동 평가와 공천 심사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공동 발의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활동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숫자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조례안 발의 건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천 정가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례안의 내용과 전후 사정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숫자'가 갖는 무게감은 의원들 사이에서 더욱 클 수 있다"고 했다. 인천시의회 한 의원은 "의회 홈페이지만 가도 의원별 조례안 발의 건수가 다 올라와 있다"며 "동료 의원 대부분이 의정활동 평가와 관련해 조례안 발의 건수를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했다.조례안 품앗이는 고질적인 관행이다. 인천시의회 다른 의원은 "(조례안에 동의해달라고) 의원실로 찾아오는 의원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동료 의원과의 신뢰 관계상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솔직히 찬성만 하는 건 기록에 안 남는다. 공동 발의가 의정활동의 평가 기준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런 것도 염두에 두긴 한다"고 말했다."공동 발의 남발 예방 장치 필요"지방의원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대표 발의'와 '공동 발의'를 철저히 구분하는 등 양보다는 질적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의원들이 얼마나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느냐는 대표 발의 건수와 실질적으로 가결된 조례안 건수로 보면 된다"며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입체적으로 봐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정가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공동 발의가 정치적 의지를 모으는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나쁘다고 할 건 아니다"면서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책보좌관제를 강화하는 등 지방의원의 입법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조례 제·개정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가 공동 발의 남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서울시·경기도의회처럼 '입법영향평가팀'을 신설해 해당 조례가 생기면 어떤 문제점이 예상되는지,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사전에 분석해 의원들한테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면 시의원들이 해당 조례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얹어도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분별한 공동 발의를 견제·감시할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은 "공동 발의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의원들의 조례안 공동 발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현준·유진주기자 uplhj@kyeongin.com인천시의회 의원들이 조례 제정·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공동 발의'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시의회 전경. 2023.5.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해 울산광역시 일원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취재를 위해 묵었던 A 숙소의 하루 숙박 비용은 12만원.평상시 포털에서 해당 숙소의 평일 기준 1박 비용을 검색하면 4만~5만원으로 나온다. 대회 기간에는 3배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한 셈이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선수단이 울산을 떠나 방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완화된 숙박 금액을 요청해 봤지만, 대회 기간에는 가격 변동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주일간의 대회 기간 내내 비정상적인 가격을 낼 수밖에 없었다.도체육회가 도 종목단체로 집행하는 7만원의 숙식비 지원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경기도가 올린 금액이다. 도는 올해 전국체육대회를 포함해 전국동계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의 대회에 지원되는 숙식비를 1인당 1일 7만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아직 도내 종목단체들이 100%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회 기간에 숙박비만 최소 1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7만원이라는 금액은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道체육회 숙식비 지원 올려도 부족'공무원여비규정'상 높이는데 한계 한편으로는 현재 시가에 비례해 지원금을 마냥 높일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도의 지원금은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른 것인데, 물가상승률 반영이 아닌 '바가지요금' 탓에 최대 2배가량 오른 금액에 맞추는 게 타당하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도내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숙박업소 간의 가격 담합 문제까지 지적한 바 있다.더 큰 문제는 현재 지자체에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숙박요금에 대해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해마다 문제가 반복되지만,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숙박업 협회 측에 정상 요금을 징수해 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다"며 "숙박 업주분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도 관계자는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도를 대표해서 나가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지원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회 개최 시·도에 (숙박비 조정에 대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숙박 비용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비정상적 요금 제재방법 없어 반복개최 시·도, 협의로 가격 조정 필요 도내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최 시·도에서 숙박 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주영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는 "개최 지자체와 숙박업 단체와 협의를 해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가 있을 때 숙박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경기도나 경기도체육회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대회를 치르는 개최 시·도 측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욱 경기대 탁구부 코치는 "경기도에서 지원금을 늘린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대회 개최 시·도에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사진은 제103회 전국체전에서 태권도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 /경인일보DB
강추위가 몰아쳤던 지난 1월 용인의 한 길가. 이제 막 태어난 새끼 4마리를 품은 엄마 강아지 '버찌'가 누군가의 신고로 발견됐다. 버찌와 새끼들은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이하 센터)의 보호를 받았고 추운 겨울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경기도에서만 2만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센터 역시 버찌와 새끼들을 오랫동안 데리고 있기 어려웠다. 결국, 센터는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의 문을 두드렸고 버찌와 새끼들은 3월 초 여주로 이사했다. 그 과정에서 생후 4개월이었던 버찌의 새끼 머루와 다래는 가정으로 입양돼 '반려동물'이 됐고 심장사상충을 앓았던 버찌는 수의사들로부터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기력을 회복했다. 나머지 새끼인 체리도 최근 함께할 반려가족을 찾게 됐다.경기도내 입양 대기 유기동물 모여수의사 상주 진료… 놀이터도 갖춰 지난해 완공해 오는 7월 개관을 앞둔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를 지난 11일 직접 방문했다. 최근 임시 개관 형태로 운영을 시작하면서 버찌를 비롯한 강아지, 고양이 20여마리가 이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반려동물테마파크는 A구역과 B구역으로 나누어지는데, 10만여㎡에 달하는 A구역이 먼저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에는 최대 60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동물보호동 3곳과 입양·관리동,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이 이뤄질 문화센터가 있다.버찌네처럼 시·군 센터에 보호 중인 유기동물 가운데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이 이곳에 오게 된다. 유기동물은 계속해서 발생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시·군 센터는 21개소에 그쳐 안락사가 발생하고, 민간보호소는 좁고 비위생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는 보호자 없이 길에 버려져 유기동물이 된 강아지, 고양이를 안락사하지 않고 보호해 누군가의 가정에서 '반려동물'로 살아가게끔 해주는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예정이다.동물보호동 A와 C는 각각 유기견 270마리, 250마리를 보호할 수 있으며 이들이 머물 케이지 역시 중·소형견 2마리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케이지 아래 절반은 유리가 없어 이곳을 찾은 이들이 동물과 접촉하며 소통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난방, 천장에는 냉·난방 시설을 갖췄고 층마다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갖춰졌다. 특히 문화센터 건물 3층에는 수의사가 항상 상주하며 이곳에 온 유기견, 유기묘의 건강 관리를 책임지며 입원실, 검역실, 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다.동물복지 전문인력 양성시설 완비임시 개관 운영중… 7월 정식 오픈 무엇보다 문화센터 건물에는 유기동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복지 문화를 확산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시설이 완비돼 있다. 중·소형 강의실 6곳에서는 반려동물의 사회화에 대해 도움을 받고, 동물에 대한 책임감 등을 배우는 등 동물복지 관련 교육을 들을 수 있다. 또 미취학 아동부터 수의대 학생, 펫시터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도 촘촘하게 짜일 계획이다. 남영희 반려동물진료팀장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유기동물이 되거나 반려동물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가정에 입양 갈 수 있도록 보호함은 물론,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생명존중 교육 등 반려문화를 정착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감사·민원 장애물 넘어… 한국판 '티어하임' 펫요람 꿈꾼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오는 7월 정식 개관을 앞둔 여주시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는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동물 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시설 등을 갖추고 최근 임시 개관해 운영 중이다. 사진은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 전경. 2023.5.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오는 7월 정식 개관을 앞둔 여주시 경기도 반려동물테마파크는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동물 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시설 등을 갖추고 최근 임시 개관해 운영 중이다. 사진은 수의사가 치료 중인 강아지들. 2023.5.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