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소멸과 카드 사용 확대는 곧 가맹점인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 등장 이전에도 신용카드 수수료가 특히 영세 소상공인 매출에 부정 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제기되며 공공을 중심으로 제로페이·지역화폐와 같은 다양한 정책 실험이 이뤄졌다.■ 고착된 '이중가격'= "카드로 하시면 6만원, 계좌이체로 하실거면 5만5천원만 넣어주세요." 지난 2018년부터 수원시 영통구에서 작은 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심순홍(55·가명)씨는 카드·현금 가격을 별도로 두고 있다. 크기별로 쌀케이크 가격이 결제수단에 따라 10% 내외로 차이가 나는데 이는 카드 결제 수수료 때문이다. 심씨는 "수수료 내고 입금은 (현금보다)늦고 사실 나중에 세금까지 생각하면 10%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제수단따라 암암리에 10% 차이세원투명해도 매출엔 부정적 영향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신용카드 문화가 정착됐는데 이를 통해 세원을 투명하게 밝히는 효과는 거뒀지만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이라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다른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어 영세 소상공인의 이중가격이 고착된 것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법상 신용카드 사용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수수료 때문에 암암리에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각종 수수료가 문제. 지역화폐엔 기회? = 문제는 각종 페이 결제 시 이를 운용하는 회사가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아가는 수수료다. 애플의 경우 건당 0.15%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카드사가 이 수수료를 어떤 방식으로든 가맹점에 전가할 경우, 기존에 카드사에 납부하던 수수료(일반가맹점 기준 1.5~2.3%)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간편결제 등장으로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에 플랫폼(카드사)과 플랫폼(모바일 업체)이 더해지는 형태가 된 셈이어서 그렇다. 지역화폐도 캐시리스의 영향을 받는다. 경기지역화폐는 결제사인 BC카드와 협약을 통해 일반 카드 대비 0.3% 적은 수수료가 적용된다. 경기지역화폐, 일반보다 부담 축소체크카드와 결합방식 대안 제시도 영세 소상공인에게 정확하게 지원이 이뤄지면 수수료 부담이 날로 늘어나는 현금 없는 사회에서 새로운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가 낮은 체크카드와 지역화폐를 결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기연구원 김건호 연구위원은 "부산은 4~5개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체크카드에 지역화폐를 넣을 수 있도록 해준다. 지역화폐 가맹점에선 지역화폐가 사용되고 아닌 곳에선 체크카드 잔액이 소비되는 식"이라면서 체크카드와 지역화폐를 결합하면 지역화폐 소비도 늘리며 (가맹점)수수료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의 한 '현금 없는 매장' 카페에서 손님들이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3.4.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시민 10명 중 2명꼴로 농업에 종사하는 여주시에서 친환경 고구마·감자농사를 짓는 고석재(57)씨의 '농사시계'는 지난 2월1일부로 사실상 멈췄다. 법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고씨의 농장에 들이닥쳐 고씨와 함께 일하는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12명을 연행해간 날이었다. 그로부터 3주 뒤 이들의 숙소에서 6명이 더 붙잡혀갔다. 고씨는 "'합법' 외국인을 구하려고 백방 노력해도 올 사람이 없다.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이제 여기(여주) 농촌인력의 90% 이상이 미등록 외국인들인데, 대책 없이 잡아가면 다 죽으라는 거냐"고 울먹였다. 그는 4천만원에 이르는 벌금도 물게 됐다고 한다."합법적 인력 백방 구해도 없어"여주 고구마 창고, 일손 없어 부패 지난 24일 찾은 고씨 농장 창고에는 썩어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가 플라스틱 보관 박스에 수북했다. 상품성을 잃어 이미 쭈그러진 고구마를 손으로 누르니 끈끈한 진물이 나왔다. 지난해 수확한 고구마를 선별·세척해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 놔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구마 농사의 출발인 종자 놓는 시기(3월 중순)를 놓쳐 결국 한해 농사를 접은 판이다. 여주 농가에서 나오는 농작물 가운데 고구마의 비중은 매년 30%를 웃돌 만큼 비중이 크다.농번기 농촌 노동력의 대다수를 이루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단속에 경기도 농가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농민들은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단속 일변도' 정책이 농촌을 고사시킬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한다.이천시에서 35년 동안 인삼농사를 지어온 유근무(56)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금이 6년근 인삼의 초목을 놓아야 할 시기인데, 기존처럼 미등록 외국인들을 쓸 수 없어 농사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유씨는 "나무 심는 지금 때를 놓치면 6년 농사를 망치게 되는 수준"이라며 "동네 사람들을 수소문해 급히 인력을 끌어오지만, 평소 10분의 1밖에 없고 숙련도의 차이도 있다"고 탄식했다.정부는 대안없이 고강도 합동단속현실에 맞는 '계절근로자제' 요구농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것은 코로나19 완화로 지난해 말부터 재개된 정부 부처 중심의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단속'이다. 법무부와 경찰청, 고용노동부 등은 앞서 지난해 10~12월 합동 단속을 벌인 데 이어, 농번기인 지난 3월 2개월여의 합동단속에 들어갔다. 김영준 여주농민회 정책실장은 "2일 특별단속 이후 여주에서 130명을 잡아간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수위가 높다"고 날을 세웠다.그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게 해달라는 게 농민들의 요구는 아니다. 농번기 계절 수요에 인력이 집중되는 만큼, 농촌 현실에 맞는 계절 근로자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이들은 지난 17일 여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단속 위주 편의주의적 발상은 농촌 붕괴를 가속화할 뿐이다. 안정적인 농업 인력 수급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체류 연장·기숙사 운영… '공공형 계절근로' 일손가뭄 단비될까)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제때 출하하지 못해 썩은 고구마.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농가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경기도 농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농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여서 미등록 외국인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지자체 등과 농협이 함께 추진하는 '공공형 계절 근로사업'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정부는 국내에서 최장 5개월 단기 취업이 가능한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를 지난 2017년 도입했다. 길게는 3년간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계절별 인력 수요 편차가 큰 농·어업 분야에 활용하려는 취지다. 올해 전국 농가에 배정된 인원은 2만4천명 수준으로, 지난해 1만536명과 비교해 132% 늘었다.정부는 최장 5개월인 지금의 외국인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늘려 작업 숙련도를 높이고 농가 인력난 해소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확대는 농가 입장에서 시급한 문제"라며 "법무부도 이런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제도 문턱 높아 넘보지도 못하는 도내 농가 하지만 도내 지자체와 농가들은 체류기간 확대에서 나아가 정부가 까다로운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의 절차를 손보고 공공 기숙사 운영 등으로 재정적 뒷받침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도입률'(이하 도입률)은 지난해 기준 45%로 저조했다. 도입률은 정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수를 정했을 때, 실제 국내 도입된 인력 수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정부 배정 인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정부 배정 인원이 정해지면 각 시군이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해 심사를 거쳐 농촌에 인원을 투입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담 인력과 역량 등 지자체마다 편차가 커 제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지자체 측의 공통된 목소리다. 심지어 최근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우 지난해 계절근로자 도입률은 0%였다.계절근로자, 작년 도입률 45% 저조농업인 인증·숙식제공 등 문턱 높고전담 인력·역량 지자체마다 큰 편차 더 큰 걸림돌은 열악한 농가의 현실을 제도가 품지 못하는 점이다. 농가에서 지자체에 계절근로자를 신청하려면 농업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농사만으로도 벅찬 농가들에 제도 충족 요건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여주시에서 감자·양파·마늘을 재배해 인근 학교로 납품하는 농부 김모씨는 "사업 규모가 큰 농가들이야 신청할 수 있지. 외국인 인력 절실해도 나 같이 영세한 농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도내 지자체 한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농가당 최대 12명씩 계절 근로자를 신청할 수 있는데, 농번기 수요를 채우기엔 부족하고 배정받은 인원도 시 전체에 100명 정도로 적다"며 "이들이 모두 들어올지 두고 봐야 하고, 조건이 까다로워 농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 외국인 인력 가뭄 해소할까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은 정부가 농협과 손을 잡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다. 정부 등 지자체가 지역 거점 시설을 기숙사 등으로 활용하며, 근로계약을 도맡아 농가의 부담을 덜고 있다.정부·농협, 하루단위로 노동력 제공도내 안성 1곳뿐 "도입 시급" 분석정부는 사업 개소를 지난해 5개소(190명)에서 19개소(990명)로 확장·운영 중이다. 다만 경기도에선 안성시 한 곳에 불과해, 도내 계절 근로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농가를 지원하는 농촌 인력지원센터를 8개소에서 11개소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도 자체사업으로 외국인 근로자 숙소 등을 마련하는 사업도 계획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농촌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단속에 경기도 농가들이 단속 일변도 정책보다는 안정적인 농업 인력 수급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자진출국 신청접수하는 모습. /경인일보DB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연행된 여주시의 한 고구마 농장에서 지난 24일 오후 고석재(57)씨가 인력 부족으로 선별하지 못해 창고에 가득 쌓여 부패가 진행되는 고구마를 바라보고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는 처리 방식이 전면 금지된다. 인천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하고, 소각해서 '직매립 제로(0)화'를 달성해야 하는 '데드라인'이다. 생활폐기물을 전부 재활용할 수 없으므로 소각이 불가피하다.인천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부족한 자원순환센터(소각시설)를 권역별로 확충해야 하는데, 센터 입지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 반발이 커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데드라인이 정해진 인천지역 자원순환센터 확충을 더는 늦출 수 없는 만큼 이제는 타개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앞두고'권역별 소각시설 확보' 목소리인천시, 반입수수료 가산금 10→50% 주장쇼핑몰·공공교육 인프라 등 대안도 우선 2020년 11월부터 권역별 자원순환센터 신설을 본격화한 인천시보다 출발은 다소 늦었으나, 현재 추진 속도는 더 빠른 서울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는 2021년 3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하루 소각용량 1천t 규모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시설)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현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으로 입지 후보지를 전격 발표했다.예상대로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관련 법령에 따른 주민편익시설 설치와 기금 조성계획 외에도 최근 상암동 하늘공원에 높이 180m의 초대형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등 대규모 사업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 공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등 반발이 지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행정 절차를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인천시가 신설하려는 서부권(중구·동구), 북부권(서구·강화군) 자원순환센터 입지 후보지가 발표될 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부권 자원순환센터 입지선정위원회는 2021년 11월 구성해 수차례 회의하고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지 선정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북부권 입지선정위원회는 올해 초에야 위원을 위촉했다.애초 경기도 부천시 자원순환센터 광역화와 연계해 소각 용량을 확보하려던 동부권(부평구·계양구)의 경우, 아직 부천시가 광역화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부평구·계양구는 자칫 원점에서 자원순환센터 확충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연수구 송도자원순환센터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남부권(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 또한 지역사회에서 이견이 있다.인천시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 관련 법상 자원순환센터 입지 지역은 건설비의 20%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하고, 다른 지역에서 반입하는 폐기물 수수료의 가산금 10%를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준다. 인천시는 현행 인센티브로는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정부가 폐기물 반입수수료 가산금을 현행 10%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 반입수수료 인상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인천에서도 서울처럼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시는 권역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주민지원기금 조성을 포함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쇼핑몰·문화공간 조성과 연계한 경기도 하남시 소각시설 '유니온파크' 같은 성공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주민들에게 소각장의 안전성과 기술력, 지원책을 사전에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금전적 지원만 추진하기보다는 소각장 입지로 나타날 해당 지역의 부정적 평판과 이미지를 상쇄할 만한 대규모 쇼핑센터 입점, 공공교육 인프라 개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자원순환사회' 피할수 없는 과제… 시설 포화 '쓰레기대란' 비상)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수도권에서 소각장 확충을 미룰 대로 미뤘고, 정부가 2026년이란 '데드라인'을 설정하자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사진은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자원회수센터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3.1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수도권에서 소각장 확충을 미룰 대로 미뤘고, 정부가 2026년이란 '데드라인'을 설정하자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사진은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자원회수센터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3.1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구로차량기지(수도권 전철 차량사업소) 광명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 2월23일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타당성 재조사 재정사업평가 분과회의 이후 시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가 해당 사업을 강행 추진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광명시민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 구로차량기지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임오경·양기대 국회의원, 경기도의원, 광명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까지 힘을 보태면서 이와 관련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타당성 조사만 3번째 '유일무이'재정사업 평가회의후 강행 우려'2경인선' 4차 국가철도망 포함 19일 광명시 등에 따르면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18년 전인 2005년 6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서 처음 논의됐는데 현 노온사동이 아닌 KTX광명역 인근 'KTX 주박기지'였다.당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1.0을 넘겼으나 KTX 출발역이 서울역으로 변경되고 KTX광명역 역세권 개발로 인해 2008년 백지화됐다.이후 정부는 서울시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범박동, 광명시 노온사동 중에서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던 광명시 노온사동을 이전 후보지로 결정하고 2012년 8월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다.2014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해제되자 정부는 그때까지 논의됐던 차량기지 지하화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지상화를 추진하면서 최소한의 역사 설치를 제시했다. B/C를 맞추기 위한 꼼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노선도 광명동과 하안동 등 도심을 관통하는 것이 아닌 안양천을 따라 그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타당성 재조사마저 광명시의 반발로 무산되자 정부는 2020년 11월 3번째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특정 사업을 위해 3번이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파악됐다.더욱이 2021년 4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전제로 한 제2경인선 광역철도건설사업(이하 제2경인선)이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되면서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광명시만의 문제가 아닌 시흥시, 부천시, 인천시 등 제2경인선 수혜지역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구로역~인천 청학을 연결하는 제2경인선은 구로~노온사동 차량기지 구간의 인입선(引入線)을 활용하고 특히 제2경인선 차량기지도 노온사동 차량기지를 이용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시흥·부천·인천까지 얽혀 복잡인천 '광명 불발' 감안 대안 마련광명시장 "죽은 정책… 중단을" 인천시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불발을 감안해 제2경인선 수혜지역이었던 부천시를 제외한 비공개 대안을 마련하자 제외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인천시가 수립한 대안은 광명·시흥 제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망인 광명·시흥 남북철도와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대안의 차량기지도 남북철도의 차량기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박승원 광명시장은 "18년째 타당성 조사만 하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이미 죽은 정책"이라며 "정부는 이미 정책으로서 수명을 다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식수원 위협·추가역 1곳뿐… "시민 피해 최소화, 안중에 없나")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제2경인선 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놓고 정부의 일방적 사업추진에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전경. 2023.3.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제2경인선 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놓고 정부의 일방적 사업추진에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전경. 2023.3.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자원순환센터(인천시), 자원회수시설(서울시), 유니온파크(하남시)…'.지역마다 부르는 소각장의 다른 이름이다. 필수 기반시설인 소각장을 소각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건 혐오시설이란 인식 탓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특히 도시화가 진전된 수도권에서 소각장 확충을 미룰 대로 미뤘고, 정부가 2026년이란 '데드라인'(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을 설정하자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주민 반발·지자체장 교체로 더뎌하루 소각용량 1485t확보 절실 국가 정책이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하면서 소각장 확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와도 연결된다.환경부는 2021년 7월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를 확정했다. 인천시는 이보다 앞선 2020년 11월 자원순환센터 신규 건립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인근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발이 커 센터 확충계획을 재조정했다. 인천시가 현재 추진하는 서부권(중구·동구)과 북부권(서구·강화) 자원순환센터 신규 건립, 남부권(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 송도자원순환센터 현대화, 동부권(부평구·계양구) 부천자원순환센터 광역화 참여 등은 2021년 7월 인천시와 중구·동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틀을 갖췄다.그러나 신규 자원순환센터 입지가 좀처럼 결정되지 않고, 동부권과 남부권 모두 확충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2년 넘도록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인천시와 기초단체 협약 당시 지자체장들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 모두 바뀌면서 관련 절차 진행이 더뎠다. 환경부는 소각시설 건립 공사를 시작한 지역에 한해서만 직매립 금지를 1년 유예할 계획인데, 어디까지나 '착공'이 전제다. 일각에선 새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천시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정책 방향이고, 이미 행정 절차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새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 또다시 수년을 허비한다면 2026년까지 자원순환센터 확충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인천시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종량제 봉투 등 혼합배출)은 총 38만8천259t이다. 이 가운데 9만1천213t(23.4%)을 수도권매립지에 묻었다.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지자체는 생활폐기물을 재활용·전처리 과정을 거쳐 소각 후 발생한 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는 23.4%의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해야 한다.현재 인천시가 운영 중인 송도·청라 자원순환센터 소각 용량은 하루 864t이다. 인천시는 자원순환센터 확충을 통해 하루 1천485t의 소각 용량을 확보해야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천시가 자원순환센터를 계획대로 확충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면, 기존 자원순환센터 포화 등으로 생활폐기물 수거·처리가 지연되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계획 차질땐 '매립지 종료 명분' 흔들올하반기내 권역별 입지 선정돼야 인천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는 매립지가 그 기능을 다할 때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와 건설폐기물 수도권매립지 반입 금지(2025년)가 현실화하면 정부가 굳이 수도권매립지 같은 초대형 공공 매립지를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현안에 밝은 지역 정치인은 "만약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가 소각시설을 적기에 완비해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을 최소화하고, 반면 인천시는 계획대로 자원순환센터를 확충하지 못할 경우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주장할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인천시 관계자는 "권역별 자원순환센터 건립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각 지역이 폐기물 처리 과정을 분담하는 방안, 지역별 숙원사업과 자원순환센터 확충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올 하반기 내에 반드시 권역별 자원순환센터 입지를 선정하고, 2026년까지 센터 건립을 마무리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수도권에서 소각장 확충을 미룰 대로 미뤘고, 정부가 2026년이란 '데드라인'을 설정하자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사진은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자원회수센터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3.1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수도권에서 소각장 확충을 미룰 대로 미뤘고, 정부가 2026년이란 '데드라인'을 설정하자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사진은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자원회수센터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3.19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광명시민과 광명시, 여야를 불문하고 광명지역 정치권까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본적인 방안조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8년 전 수립된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한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경기도민이 서울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차별적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소음·분진·미세먼지 등 해법 전무광명시흥 '3기 신도시' 중심부 이동사실상 '우체국사거리'뿐 생색내기정부 '차별적 희생' 적정성 답해야수도권 서부권 100만명 식수원을 위협하는 차량기지구로차량기지 이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기지 주변 개발을 위해서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022년 11월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지구 지정으로 3기 신도시 중심부에는 차량기지가 들어서게 된다. 사실상 소음, 분진, 미세먼지 등의 해결방안은 전무한 상태로 구로차량기지 위치만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더욱이 노온사동 차량기지 예정지는 수도권 서부권의 대표적인 정수장인 노온정수장과 불과 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현재 노온정수장은 광명시민 30만명, 시흥시민 23만명, 부천시민 33만명, 인천시민 일부 등 수도권 서부권의 86만~90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환경영향평가 결과, 차량기지의 반경 500m 이내가 직접적인 영향권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기지 이전으로 3기 신도시 입주민까지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식수원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공론화는커녕 해결방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생색내기용 지하철역정부는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이전하면 인입선 구간에 3개 역을 설치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승역인 철산역과 차량기지 역을 제외하면 광명시민을 위해 추가하는 역은 사실상 우체국사거리 1곳뿐이다. 구로차량기지와 노온사동 차량기지 예정지까지 구간 거리는 9.5㎞로, 역 간 거리가 3㎞를 웃돌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의 역 간 거리기준이 1.2㎞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2.6배가 넘는다. 수도권 지하철을 기준으로 할 경우 구로차량기지 이전으로 최소 5개에서 7개의 역은 설치돼야 한다. 이처럼 역 간 거리가 멀면 멀수록 공사비와 운영비 등의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데 정부가 역사 수를 줄이려는 것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의 타당성(B/C)을 맞추기 위한 수단 이외엔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시 등이 추산한 구로차량기지 부지의 개발이익은 '3조원+알파(α)'다. 이 같은 개발이익을 차량기지 이전지역에 재투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처럼 법적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구로차량기지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구로구의 차량기지로 인한 민원을 광명시민의 희생을 통해 해소하려는 계획 자체가 과연 정부사업으로서 적정한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반대공동대책위' 주최로 지난 17일 광명시민체육관에서 박승원 광명시장, 임오경·양기대 국회의원, 안성환 광명시의회의장 등 시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전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구로차량기지이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3.3.17 /광명시 제공제2경인선 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놓고 정부의 일방적 사업추진에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전경. 2023.3.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제2경인선 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놓고 정부의 일방적 사업추진에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전경. 2023.3.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경인전철 역세권은 인천 도심 형성의 시작점이 되는 전통 상권이다. 20년 넘게 침체 일로를 걷는 구도심 쇠퇴의 가늠자이기도 하다.그동안 인천시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경인전철 역세권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역세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그렇게 말한다. 주민들은 20년 동안 개발 바람이 불었다가 사그라지길 반복하면서 상실감만 커졌다고 했다.다시 경인전철 인천 구간 역세권에는 중구·동구를 중심으로 인천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대적인 개발과 재생사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공공 주도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번화한 동네였던 과거의 명성, 그 명성이 빛바랜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인천·동인천역 등 구도심 전통상권'인천의 명동' 옛말 임대문의 수두룩 지난달 27일 찾은 인천역 인근에는 셔터를 내린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인천역 일대는 과거 지역 정치·경제 중심지로 '인천의 명동'이라 불렸다. 1965년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인 올림포스호텔이 인천역 옆에 문을 열었다. 2019년 영업을 중단한 올림포스호텔은 건물 외벽 군데군데가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인천차이나타운 길목인 밴댕이 골목은 '임대 문의' 문구를 써 붙인 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인천역 인근에서 대를 이어 65년째 선구점을 운영하는 임영호(67)씨는 "인천 최고의 도시였던 이곳이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가 됐다"며 "젊은이들이 다들 신도시로 넘어가면서 동네가 점점 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시장들도 이 일대를 개발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뤄진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경인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 내렸다. 동인천역사와 철로를 경계로 남쪽과 북쪽이 중구와 동구로 나뉜 지역이다. 동인천 민자역사는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다 최근에서야 철거 방침이 나왔지만, 갈 길이 멀다. 인근 중앙시장 혼수거리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김연태(82)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밀려드는 손님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지금 가게 안은 손님의 온기 없이 TV 소리만 가득했다. 김씨는 "온종일 (장사) 개시도 못 하고 가게에 앉아만 있다"며 "주변 상인들도 점포를 정리하고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시장에 맞닿은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 역시 인적이 드물었다.인천대학교가 2009년 캠퍼스 대부분을 송도국제도시로 옮기기 전까지 학생들로 넘쳤던 제물포역세권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제물포역 일대 상권이 무너지고 있던 10년 전 경인일보가 찾은 현장(2013년 3월4일자 1면 보도=현장르포/인천대 떠난 빈자리, 학사로에 가보니…)(2013년 3월4일자 3면 보도=현장르포/'구도심 재생사업 사각지대' 제물포 역세권)이나 지금이나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보였다. 제물포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이 추진, 무산, 재추진을 반복하고 제물포스마트타운(JST)과 정부지방합동청사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역세권을 활성화하기엔 부족했다고 이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제물포역 근처에서 45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충제(65)씨는 "인천대가 송도로 떠나고 전문대들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상권이 급격히 침체했다"며 "개발 얘기가 나올 땐 주민 간 갈등이 심해져 결국 지지부진해지곤 했다"고 말했다.'말로만 개발' 주민 갈등에 지지부진"낙후 이대로 방치 안돼" 한목소리 부평구 동암역에 도착했다. 동암역세권 역시 맞은편 중심도로에서 50걸음만 벗어나도 비어 있는 건물이 수두룩했다. 뒷골목에는 유흥가가 조성돼 있다. 이날 경인전철을 타고 둘러본 역세권의 공통점은 심하게 낙후됐다는 것, 개발 추진과 중단이 거듭하면서 주민들이 지치고 갈등도 커졌다는 것이다. 도심을 가른 철로가 이른바 '앞역'과 '뒷역'으로 생활권마저 단절시켰다. 경인전철 노후 역세권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이날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지상철로에 단절되고 가로막힌 개발… 공간구조 '혁신' 필요) /박경호·유진주기자 pkhh@kyeongin.com경인전철 역세권은 20년 넘게 침체 일로를 걷는 구도심 쇠퇴의 가늠자다. 지난 10일 찾은 인천 동구 동인천역 인근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은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몇몇 가게만 문을 열어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23.3.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경인전철 역세권은 20년 넘게 침체 일로를 걷는 구도심 쇠퇴의 가늠자다. 지난 10일 찾은 인천 동구 동인천역 인근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은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몇몇 가게만 문을 열어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23.3.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기도에서 올림픽과 같은 종합 국제 스포츠대회가 개최될 수 있을까?'경기도는 전국체육대회 17연패와 전국동계체육대회 20연패를 달성하며 대한민국 체육 '웅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한 경험은 전무한 상태다.코로나19 상황에서 국제대회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방역상황이 나아지고, 도내 체육계에서 국제대회 유치에 시동을 걸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원성 체육회장, 김동연에 의지"올림픽·아시안게임후 도시 성장"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도 지난해 12월 29일 김동연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제대회 유치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전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올림픽이라든지 아시안게임처럼 큰 대회를 유치한 도시가 성장을 이뤄냈다"며 "도내 지역 정치인들이 대회 유치를 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계속 준비를 해야 한다. 경기도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과 같은 대회를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체육계 역시 경기도의 경우 100만명 이상 대도시가 3개나 되고 체육시설 인프라도 충분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열 수 있는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호응하고 있다.부산시나 인천시가 이미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것은 물론, 최근 서울시가 하계올림픽 유치의사를 대대적으로 밝힌 것도 도내 체육인들의 꿈을 자극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0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했고 경기도와 인접한 인천시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열며 종합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다시 하계올림픽을 유치해 2036년 서울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을 공언하고 있다."경기 인프라 충분" 체육계 반색"정치권의 호응 없으면 동력 하락" 도내 체육계 관계자는 "도내 지자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의 선전에 기여한다는 점은 체육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경기도 소속 선수들이 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대한민국이 따낸 메달의 78%를 책임졌다"고 경기도가 대한민국 체육의 간판임을 자부했다. 이어 "체육계 안팎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위상에 걸맞게 도지사를 포함한 지역 정치권에서 종합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역 정치권의 호응이 없다면 대회 유치에 대한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올림픽 유치' 보폭 넓히는 서울… '인프라 부족' 투자 아쉬운 경기)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장밋빛 전망 아니면 빚더미'.국제 스포츠 경기 유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분법적으로 나뉜다. 세계 각국에서 모일 선수단·관람객이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와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운영을 놓고 이어질 적자 경영의 대립이다.경기도는 상황이 어떨까. 안타깝게도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이런 이분법적인 대립각조차도 세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수많은 체육인이 올림픽에 준하는 대규모 국제경기 유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공식적인 경제 타당성 조사나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 도민 인식 조사 등 공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IOC 방문 등 '2036년 개최'에 온힘지지기반 확보차 시민 인식조사도 이와 반대로 서울시는 메가 이벤트에 준하는 국제 스포츠 경기 유치에 뛰어들었다. 특히 2036년 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데 주력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만나 서울 올림픽 유치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시민인식조사를 실시한 점도 주요 움직임이다. 이는 올림픽 유치 시 발생할 적자 우려 등 반발을 고려해 시민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유치를 위해 풀어야 할 난제들을 짚어보기 위해서다.해당 조사에서 올림픽 개최 성공 시 도움이 될 부분으로 외국인 관광 활성화(81.4%)와 스포츠 인프라 개선(80.7%)이 꼽혔다. 반면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제적 손실(43.8%)이 1위를 차지했다. 대회종료 후 경기장 활용(23.7%)은 2위였다.경쟁 도시이자 이웃인 서울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경기를 치르기 위해 보폭을 맞춰가고 있지만, 도는 국제 인기 종목에 대한 시설 투자도 충분치 않은 등 갈 길이 멀다. 정용택 경기도 테니스협회 사무국장은 "안성에 있는 코트에서 일부 테니스 대회를 열고 있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은 하지 못한다. 관중석도 서울 올림픽 경기장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라며 "이런 일부 종목의 부족한 인프라를 개선하면 아시안 게임, 유니버시아드 같은 대회를 충분히 치를 수 있는데 활발한 논의가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인기종목 시설개선 논의없어" 지적타당성 분석 등 리스크 최소화 필요 그간 국제 스포츠 경기 유치 움직임이 굼떴던 만큼 도가 참고할만한 '오답노트'는 두텁다. 최악의 사례는 F1 코리아 그랑프리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보고서(2019년)를 보면, 개최권료나 TV 중계권료 등을 제대로 반영치 않아 운영비를 과소평가해 전라남도에 경제적 손해를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국제 스포츠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으로 평가하기 부족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열풍이 일던 컬링처럼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도 하고, 인프라 구축 등 스포츠 문화 수준 향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이런 청사진의 전제는 면밀한 타당성 조사와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다.이상범 오산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올림픽급의 국제 스포츠 경기를 유치했을 때 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단편적인 효과는 물론이고, 스포츠 문화 수준이 올라간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기 위해서는 도내 시·군과의 협업을 전제로 추후 시설관리 운영주체를 명확히 하고 수익 구조와 타당성 등을 철저히 분석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